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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신애 “집밥, 식당에서 쌀은 정말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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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잘 아는 사람 같았다. 어찌나 음식을 맛있게 묘사하는지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꼭 그 음식이 먹고 싶어졌다. 음식 이야기를 하는 그의 눈은 언제나 반짝였다. TV와 라디오에서 자주 만나고 있는 요리연구가 홍신애 이야기다. 무엇보다 그가 집중하는 것은 쌀. 홍신애의 집에는 어려서부터 도정기가 있었다. 갓 도정한 쌀로 밥을 지어야 한다는 할머니의 철학 덕분에 진짜 맛있는 밥맛을 일찍 알았다. 그러니 바깥에서 먹는 밥은 대개 맛이 없었다. 가장 기본적인 것, 쌀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요리를 본격적으로 하면서는 쌀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 크게 깨달았다.

 

홍신애는 정말 집에서 먹는 것 같은 잘 지은 밥을 주인공으로 한 식당을 차려보자고 생각했다. 식당이 잘 될 거란 기대는 없었다. ‘쌀가게 by 홍신애’는 그저 소박하게 탄생했다. 신사동 골목에 위치한 그 식당은 모르는 사람이라면 무심코 지나쳐버릴 정도로 소박하고 단아한 모습이다. 홍신애의 생각이 잘 담긴 그릇 같다. 그곳에서 홍신애를 만났다.

 

『홍신애의 제대로 집밥』은 ‘쌀가게 by 홍신애’의 지난 3년을 담은 책이다. 식당에서 선보인 메뉴들을 정성껏 정리했다. 소고기 미역국, 고추장찌개, 감자 달걀국처럼 아주 일상적인 메뉴부터 데리야키 오징어 통구이, 명란젓구이, 풋마늘튀김 같은 별미 음식이 가득 놓여있다. 보는 것만으로 커다란 환대를 받는 느낌이다. 주말에는 홍신애를 따라서 ‘제대로 집밥’을 한 번 해먹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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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밥 천 원

 

책에 담긴 요리들은 제목에서 말하는 ‘제대로 집밥’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홍신애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집밥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걸까요?

 

제가 한동안은 케이터링도 하고, 카페도 하고, 방송 스태프로 일하거나 남의 식당 요리 개발하는 일도 하고 그랬어요. 그런 일로 전국을 돌아다녔는데요. 다니면서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가면 먹을 수가 없는 거예요. 요리를 하는 사람이고, 맛있는 것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막상 일을 하러 가서는 어떻게 보면 음식 같지 않은 것들을 돈을 내고 먹어야 했던 거죠. ‘쌀가게 by 홍신애’를 할 때 처음에는 그냥 집에서 해먹는 것과 똑같은 음식을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밥에 관한 문제였어요. 제대로 된 식당을 내보자, 해서 시작한 거고요. 잘될 줄은 몰랐어요. 정말 처음에는 하루에 백인 분 정도 팔면 남는 장사고 백인 분을 못 팔더라도 우리끼리 먹으면 되니까 식당을 열면 된다, 이렇게 간단하게 생각한 거예요.

 

오늘 낮에 강지영 선생님을 만났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저희 식당이 생기고 나서 다른 백반집이나 한식당에서 ‘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생긴 것 같다고요. 이전에는 솔직히 밥이나 쌀에 대해서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죠. 왜냐하면 공기밥이 천 원이니까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 주인공이 된 식탁을 찾아줘서 고맙단 말씀을 하셨어요. 다행이다, 싶었어요. 그런 거예요. 집에서는 갓 지은 밥 먹는 것처럼 말이에요.

 

밖에서 사먹는 밥이 힘들었던 경험이 많았군요.

 

90%가 넘죠. 그런데 요즘은 많이 좋아졌어요. 도정을 직접 하는 식당도 많고 심지어 도정 날짜를 써놓는 분들도 계시고요. 일단은 사과처럼 껍질을 까먹어야 하는 게 쌀이다, 쌀도 상한다는 개념이 많이 퍼진 것 같아요.

 

책을 내게 된 것도 비슷한 이유였겠네요.

 

식당 시작하고 6개월부터 책은 기획이 됐어요. 무조건 책을 내자고 생각했어요. 원래 제 목표가 일 년에 한 권 씩 요리책을 내는 거였는데요. 2013년 마지막 요리책을 낸 후에는 식당을 하고, 일이 생기면서 사정이 여의치 않았어요. 그렇지만 ‘쌀가게 by 홍신애’ 레시피를 정리한 책은 꼭 내고 싶었어요.

 

원래 쌀이나 밥에 관심이 많이 있었던 거죠?

 

엄청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스스로 다른 사람보다 쌀에 대한 기준이 높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그냥 나는 맛있는 밥이 좋아, 따뜻한 밥이 좋아,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요리를 시작하고 보니까 제가 쌀에 관해서는 너무나 깊이 관여를 하고 있더라고요. 집 문화였을 수도 있어요. 할머니와 오래 같이 살았는데요. 할머니께서 쌀에 관한 생각이 남다르셨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집에 도정기가 있었으니까요. 갓 도정한 쌀을 먹는 게 최고 좋아, 이렇게 늘 주입을 받았거든요. 집에서는 늘 그런 정도의 밥을 먹었는데 밖에 나가면 밥이 먹을 수 없는 음식인 거예요. 우리집에서 먹는 음식이 특별했다는 걸 항상 느끼며 살다가 제가 요리를 하고, 일을 하다보니까 크게 깨달은 거죠.

 

갓 도정한 쌀로 지은 밥을 먹는 경험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겠다는 의식도 있었겠어요.

 

그렇죠, 식당을 하게 된 것도 행운인 거고요. <수요미식회>도 그래요. 비교군이 있는 상태에서 여러 경험을 하는 것과 그냥 주입 받아서 아는 것과는 다를 텐데요. 특히 한식이 그런 것 같아요. 한식 하는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발효, 밥, 국에 관해서 솔직히 제대로 보고, 겪고, 알고 하는 경우가 많이 없거든요. 대부분 다 주방에만 있었기 때문이죠. 저는 아니라고는 얘기 못하지만요, 저는 주방 말고도 집에서도 혹은 방송국에서도, 아니면 남의 집 주방에서도 지금 셰프라고 하는 사람들보다는 더 바닥에서부터 경험을 조금 더 많이 했을 수 있어요. 저는 제가 하는 요리에 관해서는 설명을 다행히 할 수 있죠. 이게 왜 너희 요리와 다르다, 라는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어서 책이 의미가 있고, 방송도 아마 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방송에서 봐도 어떤 메뉴를 어떻게, 어떤 순서로 먹으라고 아주 구체적으로 말할 때가 있는데, 그게 또 설득력이 있거든요. 

 

당연해서 그런 거거든요. 김치는 발효식품이고 유산균이 많다고 해요. 당연히 그래요. 그런데 언제부터 언제까지가 유산균이 많고 어떻게 발효되는 건지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잘 없다니까요. 그것에 관해 생각하다보니 책도 낼 수 있었고 식당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운도 좋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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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별 밥상

 

오늘 홍신애의 집밥 메뉴는 뭐였어요?

 

곤드레밥이요.(웃음) 항상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그게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밤에 나물 삶은 것을 밥통에 같이 넣고 취사예약을 눌러둬요.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쉬운 거, 참기름과 좋은 간장이 있는데 그것 넣고 비벼서 김치나 식당에서 남은 반찬 가져간 거 있으면 같이 먹고 그래요.

 

거의 한식인가요?

 

아침에는 꼭 밥을 먹어요. 점심에는 오히려 빵을 먹거나 하지만요. 식구들 다 빵을 너무 좋아해요. 오늘 점심도 샌드위치 먹었고요. 그렇긴 한데 아침은 주로 밥을 먹죠. 아침을 대부분 먹는 편이고요.

 

여름이잖아요. 제철음식의 이로움은 여러 곳에서 많이 얘기하는데요. 여름철에 꼭 챙겨먹는 음식이 있는지 궁금해요.

 

민어요. 되게 좋아해요. 없어서 못 먹는 건데요. 민어를 서울에서 구하려고 보면 대부분 냉동으로 살 바른 것을 많이 팔아요. 그런 것 말고요. 증도나 무안에 가면 속을 빼서 슬쩍 말려놓은 것들이 있어요. 지금은 약간 이르고요. 12kg 정도 되는 큰 민어들이 8월에 나오거든요. 그때가 되면 내려가서 먹어요. 요즘은 오이지 먹죠. 사실 제가 오이를 안 좋아해요. 그런데 오이지를 기가 막히게 잘 담그거든요.(웃음) 주변에서 제가 만든 오이지를 너무 맛있다고 하시니까 아예 두 접 정도 담갔다 선물도 하고 그래요. 물기 꽉 짜서 마늘, 참기름에 무쳐서 밥만 비벼줘도 아이들이 먹고요.

 

책에도 ‘계절별 밥상’으로 구분을 둬서 이런 내용이 궁금했어요.

 

지금은 계절별 재료의 의미가 거의 없어졌어요. 하우스도 있고, 사철 나오는 재료가 많으니까요. 약간은 기억한다는 의미에서 넣은 거예요. 심지어 이제는 제일 맛있는 계절도 없어요. 가지도 겨울에 맛있고, 오이도 겨울에 맛있어요. 비싸서 그렇죠. 다만 자연의 힘을 빌렸을 때 제일 맛있는 계절이 이때입니다, 하는 것을 기억하도록 기록이 많이 있어야 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식당이나 집에서 하는 것들을 그렇게 정리해본 거예요. 

 

제철음식, 좋은 먹을거리에 대한 욕구가 많잖아요. 그에 비해 시장은 얼마나 따라왔는지 모르겠거든요.

 

많이 따라온 것 같은데요? 양분 현상이 있는 거지 시장이 따라온 건 오래된 것 같아요.

 

하지만 돈이 많이 드는 거죠.

 

맞아요, 돈이 많이 들죠. 

 

재래시장을 무척 좋아한다고 했는데 시장을 찾는 이유는 뭔가요? 어디를 가면 좋은 식재료를 잘 구할 수 있는지도 함께 알려주시면 어떨까요.

 

인터넷도 괜찮은 것 같아요. 재래시장 나오시던 분의 자제 분들이 대부분 인터넷 마트를 열잖아요. 산지 직송 마트들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같고요. 시장은 너무 많아요. 고사리만 해도 제주 다르고, 지리산 다르고, 서울, 경기, 양평 다 다르잖아요. 시장에 가세요, 라는 건 그런 의미보다는 정말 정직하게 제일 싸게 잘 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아서예요. 마트는 공급 시간이 너무 긴 게 문제예요. 달걀만 해도 마트가 수급을 해서 포장을 해서 유통을 하다보니까 재래시장에서 알 주워다 파는 것보다 두세 배 이상 걸리는 시스템이잖아요. 가장 신선한 건 생산자와 직접 연결된 재래시장이죠. 그게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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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에 대한 확신

 

저평가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식재료가 있나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의외의 재료요.

 

국수요. 이 책은 ‘쌀가게 by 홍신애’ 레시피 기반으로 만든 거라 면 요리가 거의 없는데요. 작년에 예산 ‘쌍송국수’라는 곳을 다녀왔어요. 예산 국수가 원래 유명했지만 원조가 그곳이라는 건 몰랐어요. 이분들은 국수 공장만 하고 리테일, 레스토랑 아무것도 안 해요. 그런데 제가 국수를 먹고 깜짝 놀란 게 사람 손으로 이렇게까지 국수를 만들 수 있구나 싶은 거예요. 일반적으로 ‘국수 한 그릇’이라는 말이 너무 저평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국수는 일단 모양, 형태를 다양하게 줘서 아주 재미있게 만들 수 있도록 한, 그 자체가 하나의 요리인 건데요. 근데 아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밥 같은 느낌이거든요. 육수나 양념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심지어는 밥보다 국수가 싸야 하는 그런 위치에 있죠. 그게 안타까워요. 반면 서양 국수는 비싸도 되죠. 파스타 말이에요.

 

예산에서 맛본 국수는 어떤 점 때문에 깜짝 놀랐어요?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어요. 맛이랑 질감이 일반적인 그런 국수가 절대 아니어서요. 그 집은 제가 어딜 가든지 항상 얘기를 하는데요. 지금 3대 째 하고 계시거든요. 그 아드님에게 왜 레스토랑을 하지 않느냐, 이 정도 국수면 가져다 끓이기만 해도 사람들이 줄 서서 먹을 텐데, 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자기들은 국수를 만드는 사람이지 요리하는 사람들이 애초에 아니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만 한다, 하시더라고요. 보통 사람이라면 어떤 요리사라도 데려와 어떻게든 돈을 벌 생각을 할 텐데요. 이분들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살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는 장인들인 거예요. 맛도 있지만 그런 정신 때문에 그곳 국수를 정말 좋아하게 됐어요.

 

국수도 그렇고 밥도 그렇고, 친숙한 것이라 싼 것이 되어버렸어요. 새삼 안타깝네요.

 

국수가 산업화 시대의 산물이라는 자리를 잡고 난 뒤 이런 현상이 생긴 것 같아요. 옛날엔 오래 살라고, 아이가 태어나고 잔치할 때만 국수를 뽑아 먹었잖아요. 어려운 요리였는데 지금은 아니죠.

 

말씀을 듣다보니 역시 가장 기본적인 것의 중요함을 많이 생각하게 돼요.

 

많이 먹으니까요. 한국 사람이 단백질 섭취를 제일 많이 하는 게 쌀이에요. 고기나 달걀, 우유, 콩이 아니고요. 그 정도로 쌀을 많이 먹는 거예요. 흔한 공기, 소금, 물 무시하듯이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이런 기본적인 재료를 무시하면 오래 못 살거든요. 저는 그것을 남들보다 조금 빨리 깨달은 것 같아요. 저희 식당도 그래요. 9,900원 받으면 업계 사람들은 안 남는 걸 알아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백반집에서 밥 드시던 손님들은 이 가격의 백반이 이해가 안 되시는 거죠. 그런 차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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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소개한 메뉴 자체는 잘 아는 것들이에요. 아는 메뉴에 담긴 홍신애만의 특별함을 찾는다면 어떨까요?

 

이렇게 하면 왜 안 되는지, 이렇게 하는 게 왜 맛있는지, 원칙이 있어요.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일반적인 돼지 불고기인데 왜 다르냐면 양념 순서나 들어가는 양이 정확하게 어떻게 해야 맛있는지 알고 만들기 때문인 거예요.

 

말하자면 비법일 그 레시피를 그대로 담았잖아요.

 

그건 노하우가 아니에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죠. 도정기 있으면 도정할 수 있고, 고추장 있으면 버무릴 수 있어요. 두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누구나 할 수 있는 걸 누가 어떻게 정리했는지에 따라 원칙이 되거나 중요도가 바뀌잖아요. 그것에 대해서는 내 이름을 걸고 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첫 번째로 있었고요. 두 번째, 그 원칙에 대해서는 제게 확신이 있었어요. 왜 설탕을 항상 먼저 녹여야 하고, 나중에 기름이 들어가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다 써놨거든요. 그런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면 제가 한 거랑 맛이 거의 비슷할 거예요.

 

게다가 쉽거든요. 저는 요리를 정말 못하는데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요리는 잘하고 못하고 차이가 진짜 종이 한 장이에요. 누구나 다 이렇게 요리하는 법을 알지만 설탕을 어느 시점에 넣느냐, 기름을 언제 뿌리느냐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그런 걸 세세하게 정리해서 이 책이 된 거예요. 특별한 노하우는 없어요. 하지만 그 자체가 굉장히 큰 노하우죠.

 

확실히 뭐가 맛있는지 잘 알려주는 것 같아요. 언젠가 라디오에서 샤브샤브 먹는 순서를 맛깔나게 설명해서 넋 놓고 들은 적이 있어요. 이 자리에서 한 번 더 얘기해주세요.

 

그렇게 먹으면 맛있어요.(웃음) 샤브샤브의 본질은 물에 익혀 먹는 건데요. 뭐 하나 버릴 게 없어요. 원래는 아무렇게나 좋아하는 것을 익혀 먹으면 돼요. 하지만 육류나 해물이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지는데요. 육수를 버리면 상관없지만 나중에 먹을 거란 말이죠. 육수까지 요리가 잘 되면서 좋아하는 재료를 맛있게 먹으려면 가벼운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아요. 이파리 채소, 숙주, 이런 것들이죠. 이파리 채소 중에서도 제일 먼저 넣어야 하는 게 안 익지만 익으면 익을수록 단맛이 많이 빠지는 애들, 알배기 배추나 양파, 파 이런 것들이죠. 이건 끓게 두고요. 파란색 채소를 익히는데요. 이걸 익힌다고 생각하지 마시고요. 색만 변하면 먹어야 해요. 젓가락을 뺄 필요도 없어요. 그냥 넣었다가 3초 후에 빼서 먹으면 되고요. 그 다음 버섯을 넣으면 버섯 육수가 풍성하게 우러나요. 고기나 해물은 마지막에 먹는 거죠. 그렇게 드신 후에 국수 드시고, 밥 드시면 돼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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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가게 by 홍신애

 

‘쌀가게 by 홍신애’를 하면서 뜻 깊은 순간도 많았을 것 같아요.

 

일단 이 골목에 아무것도 없었어요. 이제는 밥집 골목이 됐죠. 많은 지인들이 저를 놀린다고 옆집 식당 간다고 했었어요.(웃음) 그런데 저는 가서 드시라고 했죠. 옆집 식당이 생긴다는 건 완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경쟁자라고 생각하는 게 이상한 거예요. 여기 밥집이 많이 생겨서 좋고요. 어느 밥집에 가나 쌀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고 있는 것도 좋아요. 이제는 사람들을 만나면 우리 식당에 안 다녀간 사람이 없어요. 저를 만나면 ‘쌀 도정하는 분’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하는데 그런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하실 계획이죠?

 

쌀가게 형태로는 모르겠어요. 이 정도 했으면 밥집은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어요. 영업적인 면에서 밥으로는 승부를 볼 수 있는 시장이 아니에요. 밥에 관한 인식이 충분히 올라섰기 때문에요.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외식 트렌드와 요리 트렌드가 다르게 가요. 저는 공부를 좀 더 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연구소를 하나 만들려고요.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요리에 대한 것들을 공부하고 싶고요. 식당은 계속 유지를 하긴 할 거예요. 그게 어떤 형태가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공부를 더 한다니 좀 의외인데요.

 

방송이 채찍질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니까요. 특히 <수요미식회>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하다보니까 생각이 좀 달라졌어요. 배울 점이 진짜 많거든요. 이 사람이 왜 이런 포인트로 이 식당을 가라고 했는지, 이 식당에서 왜 이런 요리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지, 고기 숙성을 왜 이렇게 하는지 하는 것들을 너무 많이 경험하고 알게 돼서 좋아요. 어디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을 알아갈 수 있는 좋은 방송인 것 같아요. 한동안 요리 좀 잘한다고 생각했던 게 엄청나게 부끄러워지는 순간들이 되게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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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여행 에세이에 대한 꿈도 살짝 언급했어요. 만약 쓴다면 꼭 담고 싶은 이야기는 뭔가요?

 

국내도 워낙 좋은 곳이 많은데요. 해외에도 신기하고 배울 수 있는 식당들이 많이 있거든요. 일본도 있고, 홍콩도 있고요. 이런 곳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수 있는 책이라면 좋을 것 같아요. 남들 다 가는 관광지를 저는 못 가봤어요. 마카오를 가도 시장은 가봤지만(웃음) 성당은 가본 적이 없어요. 요즘은 저처럼 여행을 먹으러만 가는 분들도 많잖아요. 맛집 소개를 넘어선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요. 일본 후쿠오카 같은 경우 일본 사람들은 하카타와 구루메 라면을 구분해요. 우리에게는 그냥 ‘일본 라멘’이잖아요. 이 두 가지를 따로 놓고 먹어봤더니 너무 다른 거예요. 마치 진주냉면과 평양냉면 같은 느낌인 거예요. 이런 재미있는 요소들을 모르고 여행을 하잖아요. 그렇지 않은, 저처럼 음식에 큰 열망이 있거나 사원 두 시간 걷고 이런 것이 필요 없는 사람들을 위한 책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마지막 질문인데요, 어떤 사람들에게 집밥이 필요할까요?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요리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화두가 되는 게 집밥이에요. 왜냐하면 그 누구도 집이 없거든요. 엄마가 있지만 그 누구도 엄마가 집에서 밥을 해주지 않아요. 지금 학생들은 식탁에 가족이 모여 밥을 먹거나, 우리집 김치말이 국수는 이렇고, 우리집 곰탕은 이렇고, 우리집은 밤에 비빔국수를 이렇게 해먹어, 하는 ‘문화’가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얘기가 없어요. ‘젊은 사람들은 맛을 몰라’라는 얘기를 하는 게 아예 집안의 음식 문화가 없기 때문이거든요. 집밥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도 그런 배경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집밥이 필요한 사람은 모든 사람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 모든 사람이 왜 집밥이란 단어를 쓰고 그것을 그리워하느냐, 집이 없어서예요. 갈 곳이 없어요. 저희 아이들만 해도 그렇고요. 다 똑같아요. 저도 매일 집에서 밥 해먹는 것 같지만 실상은 안 그렇거든요. 때문에 밖에서 돈을 주고라도 그 집밥을 사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 같아요. 모든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집밥 식당이 돼서 좋고, 그런 레시피를 만들 수 있는 게 어떻게 보면 행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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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신애의 제대로 집밥홍신애 저 | 로지
tvN 〈수요미식회〉에 출연해 전문가다운 조언과 섬세한 맛 표현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요리연구가 홍신애 저자가 가족을 위해 준비했던 365일 집밥을 그대로 재현한 책이다. 맛있는 밥을 짓는 법부터 시작해, 기본 양념장과 육수, 김치, 장아찌, 과일청 만드는 법, 제철 재료로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는 32개 정식 세트, 총 127가지 메뉴들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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