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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요시 나오키 “문학의 뿌리는 어쩌면 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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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제정된 아쿠타가와 상은 신인이나 무명작가에게 수여하는 일본의 문학상이다. 그동안 엔도 슈사쿠, 마쓰모토 세이쵸, 오에 겐자부로처럼 지금은 대작가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 이 상으로 이름을 알렸다. 신인으로서는 꿈의 무대에 가까운 셈이다.


지난 2015년, 일본 출판계가 술렁였다. 만담 개그로 이름을 알린 코미디언 마타요시 나오키가 소설 『불꽃 HIBANA』로 153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순문학의 최고봉으로 알려진 상을 개그맨이 받았다는 뉴스 자체로 『불꽃 HIBANA』는 주목을 받았다. 이후 내용 면에서도 개그맨이 쓴 첫 소설이자 개그계를 무대로 한 소설이라는 이슈로 주목을 받았고, 개그맨들의 가슴 찡한 인생사가 열렬한 호응과 공감을 이끌어내며 2016년 6월까지 일본에서만 260만 부가 팔려나갔다. 80년 동안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작품 중 단행본으로는 가장 많이 팔린 책이다.


『불꽃 HIBANA』의 주인공들은 마타요시가 한때 그랬듯 무명 개그맨이다. 인기 없는 젊은 개그맨들이 성공하고자 애쓰는 짠한 이야기로 여겨질 수도 있으나, 주인공 도쿠나가와 가미야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가혹한 경쟁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는 청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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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업계의 희망’이었던 수상 소식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는 뉴스를 처음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셨나요?


후보에 올라갔을 때 가장 놀랐습니다. 개그맨이 쓴 책이라는 건, 거의 탤런트 책(연예인이 집필해서 낸 책)으로 다뤄져왔기 때문에, 제대로 된 문학으로써 읽어주셨다는 놀라움이 있었습니다. 수상했을 때는 순수하게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어릴 적부터 작품을 읽어왔던 심사위원 분들께서 어떤 식으로 제 소설을 읽어주셨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책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제팬 타임스> 등에서는 ‘출판 업계의 희망’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수상 이후 사람들의 반응이나 작가 선생님의 감상도 궁금한데요.


문학 작품이라고 하면 고상해서 접하기 어려운 이미지가 있는 가운데, “텔레비전에서 우리들과 같은 말로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이 쓴 책이라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읽어줬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소설 자체의 힘만이 아닐 겁니다. 그런 의미로는, 많은 사람들과 그 안에 책에 대한 잠재적인 관심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소설에서 주인공 도쿠나가가 인터넷 기사의 댓글을 보고 ‘구원받는’ 장면이 있습니다. 작가님은 기사의 댓글을 자주 보시나요?


『불꽃 HIBANA』을 쓰기 전까지는 읽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하던 즈음, 제 이름으로 검색했더니 “장난 아니게 어두운 놈이 있어” 같은 게 쓰여있었기 때문에 더는 보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어요. 『불꽃 HIBANA』 이후에는 읽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그런 건 읽지 않고 신경 안 쓰는 게 능률이 올라갈 거라는 건 알지만, 역시 감정적으로는 궁금하기도 해서 읽고 마네요.

 

넷플릭스의 웹드라마로도 제작됐습니다. 작가님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보는 기분은 어땠나요?


무척 신중하게 만들어주셔서 정말 즐겁게 봤습니다. 드라마에 캐스팅된 분이나 스태프 분들이 각각 걸어온 인생을 겹치고 포개서 만들었다는 말씀도 들어서 기뻤습니다.

 

작가로 유명해지면서 스케줄이 많아졌을거라 생각합니다. 만담 팀 ‘피스’ 일과 작가로서의 일을 둘 다 하면서 개그 파트너인 아야베 유지와 트러블이 생기지는 않았나요? 


아야베에게는 아야베 나름대로, 할리우드에서 영화 데뷔한다는 장대한 꿈이 있기 때문에 (웃음), 딱히 트러블이 있지는 않아요.


작가님에게도 영향을 준 선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다자이 오사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후루이 요시키치, 마치다 코우, 나카무라 후미노리, 니시 카나코, 히라노 케이치로 같은 분들입니다.


요즘 개그맨 후배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사람은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다른 사람이 한 적 없는 개그를 모색하고, 각자가 지금 시대에 맞는 웃음을 만들어 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재능이 풍부한 후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만담(만자이漫才)는 한국에서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개그 분야입니다. 만담만의 묘미를 알려주세요.


이야기만으로, 마이크만 있다면, 장소에 따라서는 마이크가 없어도 보케와 츳코미만 있다면 성립되는 점일까요. 어디에서도 할 수 있는 점. 그런 부분에 재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만자이漫才 : 일본 개그맨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콤비 개그. 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역할인 츳코미와 진행을 방해하거나 엉뚱한 말을 하는 역인 보케 사이 대화로 웃음을 이끌어낸다.  

 

특별히 소설을 쓴 계기가 있었나요?


원래부터 제작하는 것 자체를 좋아했지만, 소설이라는 세계에는 대단한 작가 분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제가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니시 카나코씨의 『사라바!』를 읽고 용기를 얻어서,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일을 무엇이든 해도 된다는 마음이 든 게 큰 계기였습니다.

 

책 제목인 ‘불꽃’은 주인공이 속한 개그 팀 이름 ‘스파크스’를 뜻한 건가요?


그런 것도 있고, 주인공과 카미야 선배 두 사람의 관계성이기도 합니다.

 

카미야 선배는 개그에 대한 지론이 있는 듯 합니다. 개그에 대한 올곧은 자세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오히려 재미없어서 슬픈 상황을 만들기도 하는데요. 카미야의 입을 빌려 작가님의 개그론을 펼친 거였나요?


 “일단 코미디언인 이상, 재미있는 개그가 절대적인 사명이라는 건 당연한 얘기고, 일상의 다양한 행동까지 모조리 개그를 위해 존재하는 거야. (중략) 개그는 재미있는 것을 상상해내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거짓 없이 순정한 인간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지.” 

『불꽃 HIBANA』, 27쪽


카미야와 저와는 겹쳐지는 부분도 있지만, 전혀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쓰고 있는 중간에 그때까지는 제 머릿속에 없던 생각들인데, 자연스럽게 (카미야의 대사로써) 쓰게 되어서, 아, 그렇구나, 그런 생각들도 있구나, 하고 (이야기 속의 카미야에게) 깨닫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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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와 문학의 연결고리


개그와 문학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말씀해 주신다면?


개그와 문학은 무척이나 닮아있습니다. 원래 일본에서 소설은 문어체로 쓰여져 있어서 전혀 읽히지않았습니다. 그랬던 게 라쿠고(落語)의 속기본(速記本)에서, 라쿠고가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써보았더니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것에서, 언문일체라는 현재의 일본 문학이 시작된 것입니다. 문학의 뿌리는 개그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람을 웃게 하기 위한 것이지만, 문학이라는 것은 웃기는 일뿐 아니라 사회적인 것을 쓰는 것도 금지되어있지 않고, 연애라든지 다양한 것에 관해서 쓸 수 있다는 의미에서 지금은 문학 쪽이 자유도가 높을지도 모르겠네요.

  

“문학 냄새가 짙어지는 것을 잘 억눌렀다” 는 서평도 있었습니다. 문학은 재미없고 어려운 것이라는 시선도 있는데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문학이란 무엇인가요? 


어려운 것,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만들면 된다는 생각은 꽤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거면, 흰색과 검정색 말고는 없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요. 가운데 그라데이션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세상 모든 사건들이 좋은가 나쁜가로만 나눠지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상황에 따라서 회색이거나 그라데이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것들에 대해 문학은 무척이나 성실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롤모델로 삼는 작가나 개그맨이 있나요?


작가로 말하자면, 아까 말씀 드렸던 다자이 오사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후루이 요시키치, 마치다 코우, 나카무라 후미노리, 니시 카나코, 히라노 케이치로 같은 분들입니다. 개그맨 중에는, 지금까지 순 문학 같은 장르를 쓴 사람이 없기 때문에, 롤모델이라고 할 만한 분이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어릴 때부터 텔레비전에서 익히 봐왔던 코미디 계의 대부가 타계했다는 소식이 보도되었다(80쪽)” 는 문장이 나옵니다. 실제로 존재했던 개그맨을 향한 오마주인가요?


유메지 이토시, 키미 코이시라는 대선배 만담 콤비입니다.

 

독자들이 무엇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읽기를 바라시나요?


일본에서는 돈도 학력도 없는 사람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싶다, 찬스를 잡고 싶다고 생각하면 누구나가 뛰어드는 것이 개그의 세계입니다. 반대로 집이 부유하고 엄청난 학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참전할 수 있는 평등하고 자유롭고 즐거운 장소입니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 쓰고 싶은 소설이 있나요?


여러 가지 상황에 놓인 인간에 대해서, 아주 끝까지 깊이 파고들어가는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역시 저는 개그맨이기 때문에, 사람들을 웃게 하는 문장을 언젠가 써보고 싶습니다.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나 연예인이 되고 싶은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여러 가지 일에 흥미를 가졌으면 합니다. 하나의 장르에만 구애되지 말고, 여러 가지 것들을 접하는 것. 하나의 장르에만 구애받으면 그 장르의 말밖에 사용 못 하니까, 전부 비슷하게 되어 버립니다. 여러 장르를 넘어서 다양한 것들을 보는 자세가 필요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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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HIBANA마타요시 나오키 저/양윤옥 역 | 소미미디어
《불꽃_HIBANA》은 개그맨이 쓴 첫 소설이자 개그계를 무대로 한 소설, 이라는 이슈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이후 사람들을 웃겨서 먹고사는 개그맨들의 가슴 찡한 인생사가 일본 출판계, 평론가,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과 공감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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