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라는 것은 그냥 생기지도, 갑자기 오지도 않아요. 미래는 과거와 현재를 기반으로 생기는 거예요. 과거와 현재가 지속된다든지 방향적 변화가 일어난다든지 혹은 단절된다든지 해서 미래가 되죠. 이것이 중요해요. 우리는 무서우면 공포 때문에 행위를 못해요. 사실 리스크는 무서움에서 오는 게 아니라 그 상황에 어떤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것에서 발생해요. 때문에 미래에 대한 합리적인 정보를 생산하고, 사람들의 생각을 넓혀주고 두려움을 줄여줌으로써 좀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죠.”
알면, 위기는 기회가 된다, 고 최윤식은 말한다. 『2030 부의 미래지도』, 『2030 대담한 도전』등을 펴낸 한국뉴욕주립대학교 미래연구원 최윤식 원장은 미래를 얼마든지 예측 가능한, 현재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변형된 현재’라고 말하고 있다. 알지 못해서, 막연한 두려움으로 미래를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둔다면 그것이 곧바로 위기가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므로 그의 시각에서 본 미래는 곧 기회다. 다가올 미래는 예측 가능하며, 우리는 얼마든지 그에 대비할 수 있다. 미래 산업에 투신하는 것도, 기존 산업에서 미래를 도모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우선 인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개인이나 기업, 사회 모두에게 유효한 지적이다. 지금 시기야말로 ‘인식 대전환(paradigm shift)’이 일어나는 역사적인 시기인 만큼 전에 없는 변화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당신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곧 다가올 금리 인상과 금융 위기 쓰나미, 미래 대절벽을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정보를 정확히 읽는 것 그리고 선택하는 것은 이제 모두의 필수과제가 되었다.
미래는 기회다
『2030 미래의 대이동』, 책의 영문 제목은 ‘EXODUS of OPPORTUNITY’예요. 미래와 기회를 같은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미래는 기회의 요소가 있죠. 물론 기회를 만들 때 기회의 국면을 현실화하면서 미래를 만들 것이냐, 하는 방식이 하나 있고요. 다른 하나는 위기의 국면이 있어요. 특히 큰 변화의 시기에 그래요. 익숙하지 않은 것들, 기존의 것과 다른 것, 창조적 파괴가 나오는 때가 그렇죠. 그런 것들은 우리에게 위기의 모습을 하고 오는데요. 그것 역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국 기회로 만들어낼 수가 있어요. 그런 면에서 우리에게 미래는 모두 기회의 요소다, 그렇게 봐야할 거예요.
‘두려움의 80~90%는 무지에서 생기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꼭 알아야 할 것들은 뭐가 있을까요?
미래는 정보가 없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큰 불안감을 갖게 해요. 특히 기존의 질서를 유지했던 그룹, 기득권층에서는 그게 더 심하죠. 그러나 인간의 논리적, 확률적인 사고의 기술을 가지고 미래에 대한 정보를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그것이 미래 예측의 영역이라고 보시면 돼요. 미래라는 것은 그냥 생기지도, 갑자기 오지도 않아요. 미래는 과거와 현재를 기반으로 생기는 거예요. 과거와 현재가 지속된다든지 방향적 변화가 일어난다든지 혹은 단절된다든지 해서 미래가 되죠. 이것이 중요해요. 우리는 무서우면 공포 때문에 행위를 못해요. 사실 리스크는 무서움에서 오는 게 아니라 그 상황에 어떤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것에서 발생해요. 때문에 미래에 대한 합리적인 정보를 생산하고, 사람들의 생각을 넓혀주고 두려움을 줄여줌으로써 좀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죠.
현재와 과거를 알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렇죠. 미래 예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세계의 모형을 잘 만드는 데 있다고 늘 얘기하는데요. 70~80%가 거기에 달려있어요. 그걸 가지고 변형을 하는 거거든요. 현재에 대한 이해가 아주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까운 미래에 대한 예측이 좀 더 정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확하다는 말은 저희가 잘 쓰지 않는 단어고요. 사람들은 가까운 미래에 관심이 더 많죠. 어떤 면에서는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기가 더 쉬울 수도 있고요. 하지만 가까움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달라요. 기존의 것들을 연속적으로 이어가는 구간에서는 예측이 좀 쉽죠. 어제와 오늘이 비슷한 것처럼 오늘과 내일이 비슷할 테니까요. 그러나 변화가 크고 복잡도가 큰 시기에는 그 구간이 굉장히 짧아져요. 그러다보니 내일은 오늘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한 달 뒤는 오늘과 비슷하다고 할 수 없는 거죠. 그렇게 되면 그것은 단기적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예측이 어렵죠. 그런 면에서는 단기적 미래가 예측이 수월하기도 하지만 어렵기도 하다, 이렇게 얘기할 수가 있어요.
먼 미래의 경우는 어떤가요?
당연히 먼 미래는 상식적으로 어렵겠죠. 그러나 단기적 미래를 예측할 때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굉장히 많거든요. 메가 트렌드, 트렌드, 마이크로 트렌드, 이런 것들을 다 종합해봐야 해요. 반면 먼 미래의 경우는 마이크로 트렌드 같은 것은 별로 고려해야 할 변수가 아니죠. 변수를 탈락시킨다는 측면에서는 먼 미래가 조금 더 예측하기 수월하다고 할 수 있어요.
책에서 20세기와 21세기의 충돌이라는 표현 아래 산업, 제조업부터 노동과 삶까지 완전히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지금은 복잡도가 큰,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요.
먼저 20세기와 21세기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를 이해해야 해요. 역사적으로도 인식 대전환(paradigm shift)이라고 하는 큰 변화가 일어나는 구간이 있는데요.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이 시점도 그 구간이라고 보시면 돼요. 큰 변화라고 하려면 조건이 필요해요. 대표적으로 관계성이 얼마나 복잡해지느냐 하는 거예요. 국가 간, 사회 간, 개인 간 관계성의 변화들이죠. 특히 국가 간의 관계성은 중요해요. 지금 영토의 개념은 별로 의미가 없잖아요. 또 하나는 경제적인 인식 전환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을 파악하는 중요한 신호가 기존 패러다임에 대한 큰 반성이 이루어진다는 건데요.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기존 신자유주의적 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큰 반성이 이루어지고 있죠. 기술적 도약도 굉장히 중요해요. 21세기는 지능, 자율, 영생 부분에 대한 기술적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있죠. 이렇듯 패러다임의 전환이란 결론적으로 우리 삶이 달라지는 거예요. 21세기의 삶은 20세기 삶의 연장이 아니라 전혀 생각지 못했던,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스타일로 간다는 거죠. 주거 환경부터 시작해 정신세계, 국가관 또는 내가 누구인가 하는 것들까지 새롭게 규정해야 해요.
쓰나미, 미래절벽처럼 무척 강력한 표현을 쓰고 있거든요. 그만큼 대전환임을 강조하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이 시점에 개인이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쓰나미 같은 강한 표현을 쓴 것은 실제 그렇기 때문이에요. 이럴 때 개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지각판의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우선 인지해야 한다는 거예요. 인지해야 판단할 수 있어요. 계속 이 지각판에 머무를 것인지 새 지각판에 옮겨갈 것인지, 판단하는 게 중요합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판단하지 않는 거예요. 곧 금리 인상이라는 화두가 다가오고 있는데요. 여기서 진짜 리스크는 의사 결정을 못하는 거죠. 그것이 실제 위기를 만드는 거예요.
의사 결정을 정확히 하려면요?
주변을 돌아봐야죠. 인류 역사에 위기가 없었던 적은 없죠. 그래서 위기를 얘기하면 그건 늘 있었던 것이라고 말을 해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중요한 건 그 위기가 어떤 위기인지 인지해야 한다는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 원 상태로 돌아갈 위기냐,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들 위기냐, 봐야죠. 이 두 가지는 섞여 와요. 90%는 원 상태로 돌아가는 위기예요. 그러나 아주 소수의 위기는 완전히 뭔가를 바꿔버려요. 지금의 위기는 후자라는 거죠. 개인이 그것을 들여다볼 역량이나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설명한 변화를 꼼꼼하게 보고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거예요.
그런 다음 판단을 해야죠. 산업으로 얘기해볼까요. 기존 한국의 5대, 10대 산업들이 위기에 직면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미래 산업으로 가야 한다고 하는데요. 이건 또 다른 잘못이에요. 기존 산업을 해도 돼요. 미래 산업으로 간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기존 산업에 남아 있다고 실패하는 것도 아니에요. 차이는 있죠. 미래 산업은 점점 부가 가치가 커지고 기회가 많아질 테니까요. 개인도 여기서 판단을 해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면 가능하죠. 부와 기회를 늘리겠다는 목적이 있는 사람들은 미래 산업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겠죠. 학습에 대한 열정과 역량, 시간적 상황이 있는 사람들은 그쪽으로 가는 게 좋아요. 그런데 나의 목적이 기존의 것들을 관리해서 만족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데에 있다면 기존 산업 안에서 전략을 구사하면 돼요. 나의 역량을 들여다보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 선택을 하고 나면 좀 더 구체적인 다음 단계를 생각할 수 있는 거죠.
나의 선호와 역량을 파악하면 집중해야 하는 변화나 위기의 모습도 달라질 수 있겠군요.
미래 산업에 도전하겠다는 사람은 새로운 변화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면 되는 거고요. 기존 산업에 머물러 다른 목적을 갖겠다는 사람은 기존의 것들이 미래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 관심 가지면 되는 거죠. 예를 들어 21세기 산업에 관심을 가졌다면 바이오테크놀로지 산업이라든지 나노테크놀로지,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등에 관심을 가져야겠죠. 그러나 미래에도 조선 산업이 없어지진 않을 거거든요. 자율주행 자동차가 나와도 엔진 자동차 수요는 있을 거고요. 인구가 아무리 감소돼도 주택 산업은 유지될 거예요. 기존 판에 머물겠다면 그것에 대해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연구하는 게 필요할 겁니다.
금융 위기 쓰나미가 온다
2016년 이후 5년에서 10년 이내에 아시아발 금융 위기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어요.
현재 경제 시스템과 글로벌 위기의 패턴을 보면 그것은 예정된 겁니다. 불확실성은 시기와 범위 정도고요. 간단해요. 둘 중 하나예요. 빚을 냈으면 갚아야죠. 갚으려면 소비를 줄여야 하고, 그럼 저성장이죠. 아니면 파산을 하는 거고요. 2008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위기, 유럽의 위기 그리고 신흥국과 아시아의 위기는 전부 그 안에 있는 거예요. 이건 상식적인 것이죠. 쉽게 얘기하면 ‘빚의 재조정(de-leverage)’인데요. 재조정하지 않으면 안 될 수준까지 빌려 썼기 때문에 빚을 재조정해야 하는 거예요. 중국은 상업 영역이 그렇고, 한국은 가계 영역이 그렇죠. 한국에서도 일부 좀비 기업이라든지 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기업들이 당연히 그렇게 된다고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시기와 범위의 불확실성이라면 무엇 때문인가요?
미국의 금리인상이나 유럽 상황, 한국의 정책적 영향 등 여러 가지를 보기 때문에 시기가 언제일지는 변동성이 커요. 또한 규모에 따라서도 그래요. 부채를 줄이면 충격이 오죠. 얼마나 잘 대비하느냐에 따라 빨리 회복할 수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어요. 그것만이 불확실성이지 금융 위기는 온다고 봐야 하는 거고요. 오히려 미국이 기준 금리 인상을 아주 신중하게 하는 것, ‘브렉시트’라는 와일드카드가 터진 것 등으로 조금 늦춰졌을 뿐이에요. 한 번 지나가야죠. 이건 피할 수 없는 거예요.
좀 더 구체적으로, 한국의 경우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2018년에서 2019년 사이 금융 위기 쓰나미가 올 거라고 했거든요.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죠. 오히려 파도를 더 크게 만들고 있어요. 가계부채를 줄이고 있지 않잖아요.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요. 늘어난 만큼 파도가 커지는 거예요. 쓰나미의 위력이 세지는 거죠.
가계 부채의 질도 나쁘다고 하잖아요.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중심이고요.
정부나 관계자들은 미국과 같은 ‘서브 프라임(subprime, 프라임(prime) 아래에 있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은 아니라고 해요. 왜냐하면 한국은 서브 프라임에는 집을 사게 해주지 않으니까요. 가계 부채의 총량은 크지만 ‘프라임 모기지’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해요. 문제는 이거예요. 그건 지금이라는 거죠. 우리나라에 프라임 모기지론을 받은 사람, 안정적인 기업에 다니고 그것으로 평가를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 서브 프라임이 되는 건 간단하거든요. 그 직장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서브 프라임이 되죠. 그럴 가능성이 있고요. 그들이 은퇴를 하거나, 그들의 회사가 어려워지거나 하면 그렇잖아요. 저성장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높거든요. 위기가 양쪽에서 오는 거죠. 저는 현재는 위기가 아니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러나 곧, 몇 년 후에는 위기가 될 것이라고요. 지금 프라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몇 년 후에 일어날 일도 생각해야 하는 거거든요. 때문에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굉장히 무책임하다고 생각해요. 가계 부채의 위기가 2018년과 2019년 사이에 나타날 거라고 보고 있어요.
기준 금리 인상을 주요 원인으로 두셨죠.
미국이 올해 말 금리 인상을 하면 우리나라도 2017년 말이나 2018년 초에는 금리 인상을 시작할 텐데요. 인상 시작 후 6개월이면 아주 취약한 사람들은 바로 영향을 받을 거고요. 본격적인 위기는 1년 후부터 올 거예요. 그때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죠. 여기에 3~4년 지나면 생산 가능 영역이 더 줄어들고, 그 사이에 은퇴자들도 많아집니다. 청년 실업률은 더 나아질 가능성도 없죠. 이런 것들이 맞물리면 ‘1+1=2’가 되는 게 아니고요. ‘1+1=3 또는 4’가 된다고요. 그 충격을 한국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1997년 외환위기의 경우, 외상은 컸어요. 그러나 내상은 그렇게 깊거나 길게 가지 않았어요. 당시 한국 경제는 상승국면이었거든요. 생산 가능 영역도 늘고 있었고요. 기업에도 위기가 왔지만 계속해서 시장을 넓혀가는 시기였죠. 중국이라는 적수도 없었어요. 오히려 일본 시장을 빼앗아 오는 시기였죠. 부동산도 그렇고요.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요. 외상은 적을 거예요. 상당수의 기업들이 금융 위기 문제를 대비해 자기자본율을 높였죠. 전체적으로 기업이 파산하거나 충격을 받는 건 97년보다는 적을 것이지만, 내상이 클 거예요. 지금은 가계 영역이거든요. 기업은 아시아 대위기가 끝나도 계속해서 시장 싸움을 해야 하고, 은퇴자는 계속 나올 거고, 부동산 시장은 일본 시장을 계속해서 닮아갈 거고, 은퇴 이후의 복지비용이 계속 늘어날 거고, 생산 가능 영역은 계속 줄 거고요. 이대로 가면 한국은 ‘잃어버린 20년’ 간다고 보시면 돼요.
집을 사야 하나?
부동산 문제 해결이 핵심일 텐데요. 개인 영역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고 정책이 중요할 것 같은데 현 정부의 정책들을 보면 해결이 요원해 보이는 것이 현실이에요.
정책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요, 개인이 더 현명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어요. 큰 틀에서는 정책이 해야죠. 그것은 분명히 지난 정권이나 이번 정권이 잘못한 거고요. 하지만 한국 GDP의 20%가 건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거든요. 물론 2~3년 동안의 GDP 1%를 올리기 위해 미래 GDP 성장률을 끌고 오는 거니까 길게 봐서 좋은 정책은 아니죠. 제도의 문제가 있었어요. 하지만요, 개인들도 조금 더 냉정한 판단을 했었어야 해요. 가계 부채를 늘릴 것이냐 말 것이냐, 결국 본인이 판단하는 거잖아요. 정부는 부채를 늘리도록 다양한 우대를 해준 거고요. 그것을 보고 내가 갚을 수 있느냐, 앞으로 일어날 경제적 상황이나 흐름을 보고 지금 사는 게 도움이 될 거냐를 개인이 판단했어야 해요. 집을 사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집은 필요하죠. 당장 전세비가 오르고, 이사를 많이 가야하고, 불편하기 때문에 집을 산다는 건 이해가 되는 선택이에요. 그러면 그 집을 끌어안고 있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채의 압박을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지 생각을 했어야 하거든요. 대안을 갖고 있었어야 해요. 개인이 그 정도의 판단은 하셔야 해요.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개인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돈 많은 사람들 말고, 보통 중산층으로 봤을 때 제가 권하는 것은요.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어차피 지나가는 건 지나가니까요. 한두 번 정도는 전세나 월세를 더 사시다가 이게 지나가고 나서 더 좋은 조건이 나오니까 그때 집을 사는 것이 여러 가지로 유리할 거라는 거예요. 많은 분들이 착각해요. 이번에 집 안 사면 못 사는 줄 알고요. 안 그래요. 그냥 한두 번 정도만 더 가시면 되는 거거든요. 그러면 불편하긴 하지만 경제적으로 심각한 위기가 오는 것을 방어할 수 있죠. 은퇴 시기가 빨라지고 있고, 부양을 점점 못 받을 것이기 때문에 은퇴 전에 얼마나 비축을 하느냐가 이후 50년에 아주 중요해지거든요. 이게 처음에 얘기했던 판의 변화예요. 예전과 다른 거죠. 때문에 이때는 한 번 더 신중하게 개인들도 선택을 하셨어야 해요. 지금이라도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합니다.
부채를 안고 집을 산 사람들은요?
위기는 예고된 거잖아요. 그러면 차분히 앉아서 계산을 하셔야 해요. 핵심은 금리가 인상 되었을 때 이자를 낼 수 있느냐거든요. 못 내면 집을 잃어요. 때문에 이자 낼 준비를 해야죠. 최소한 지금 내는 금융비용의 두 배 내지 세 배를 삼 년 정도 버티면서 낼 수 있는 여력을 마련하셔야 해요. 아직은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되지 않았고, 빨라야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쯤 인상할 거란 말이죠. 어쩔 수 없어요. 그 일 년에서 일 년 반 동안 옷 한 벌 덜 사고, 외식도 줄이고, 여행비나 정 안 되면 학원비라도 줄여서 비축을 해둬야 해요. 그 지혜는 아직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요. 최선의 전략은 못 쓰지만 최악은 피해갈 수 있어요. 훗날을 도모해야죠. 쉽게 말해서 여러분이 앞으로 50년, 60년 살 동안 집 살 기회는 계속 나와요.(웃음) 걱정하지 마세요.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드는 것
이미 한국 사회는 7가구 중에 가구가 다문화가구다. 30~40년만 지나면 외국인의 숫자는 지금의 7~8배가 넘을 것이다. 안정 세대와 불안정 세대의 충돌을 해결할 묘수를 찾지 못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다문화’는 성장의 동력보다는 쇠퇴를 촉진하는 리스크가 될 것이다.(중략) 10년 후면, 다문화가정의 자녀 1세대들이 부모의 품을 떠나 사회로 나오게 된다. 지금과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 과연 한국 사회는 그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113~114쪽)
안정 세대와 불안정 세대의 충돌을 다룬 부분에서 자살이나 무기력 같은 단어가 눈에 띄었어요. 한국 사회에 대해서는 똘레랑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는데요.
이미 안정 세대와 불안정 세대의 충돌은 시작됐어요.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한국도 예외가 아니죠. 그런데 충돌의 결과는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나라마다 다를 수 있어요. 문화에 따라 가중치가 달라질 수는 있는데요. 특별히 우리나라는 관용이 굉장히 필요해질 거예요. 왜냐하면 한국은 뿌리 깊이 단일민족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무척 강하거든요.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 중 하나죠. 그 사실을 인지하고 제도와 교육으로 바꾸는 실제적인 행위를 해야 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의 변화예요. 생각의 문제기 때문이에요. 그런 것들을 잘 준비하면 위기가 와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거예요. 그렇지 않다면 일본의 사례보다 더 심각한 문제들이 더 일어날 수 있는 거죠.
미국이 곧 대선을 치를 거고요. 한국도 멀지 않은 이야기예요. 여러 모로 전환기인 것은 확실한데요. 요즘 집중하고 있는 이슈는 뭔가요?
정치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기존 정치인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했죠. 그래서 트럼프의 발언, 행동에서 카타르시스를 얻는 거예요. 트럼프의 말대로 실제로 하면 미국은 망해요. 미국은 관용으로 일어선 나라기 때문에 트럼프의 이민 정책을 쓰면 미국은 혁신이 끝납니다. 그 모든 것이 정치에 대한 불신이고, 그런 차원에서 미국도 정치적인 전환기라고 봐야 해요. 단순히 트럼프와 힐러리의 대결이 아니고요. 우리나라도 그렇죠.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정치가 ‘보스 정치’인데요. 보스는 잘하든 못하든 무조건 한 번은 대통령 시켜줘야 하는 거거든요. 배신하면 안 되는 거고요. 이념은 중요치 않죠. ‘보은 정치’거든요.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보스 정치의 마지막 인물이라고 봐요. 이게 굉장히 중요한 한국 정치사의 변화가 될 거예요. 이제는 지역주의를 깰 수도 있겠죠. 좀 더 합리적인 투표로 갈 수 있을 거고요. 그러면 정치가 한 단계 발전할 겁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면, 포퓰리즘이 난무하고 보스 정치보다 후퇴할 수도 있어요. 지금은 그런 분기점에 있다고 봐야 해요. 첫 번째 시작이 2017년 대선이 될 거예요. 때문에 미래를 연구하는 입장에 국가와 관련해서는 정치적인 이슈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다루고 있는 내용도 무척 광범위하고, 새로운 가치를 찾는다는 점에서 미래학은 굉장히 철학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기존 학문과 미래학이 가장 근접한 것이라고 하면 저는 철학을 꼽아요. 미래학은 나타나지 않은 것에 대한 연구잖아요. 실증적 데이터가 없어요. 그래서 이 연구는 순수하게 생각의 영역이에요. 철학과 유사하죠. 연구 패턴이 철학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 때도 그것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죠. 생각이나 이상을 현실화 시키는 거거든요. 이 생각은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데요. 그것을 ‘미래상’이라고 하고요. 개인들이 갖는 미래 이미지인데요. 그 중에서 누구의 생각이 대중적 지지를 많이 받을 수 있는가가 아주 중요해져요. 현재와 미래 이미지를 비교했을 때 사람들이 미래가 더 낫다고 생각해야 하고,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야 하고요. 그것이 대중의 지지를 얻어요. 그러면 방향성이 설정되고, 거기에 맞춰 물건이 나오는 거예요. 이런 측면을 보면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드는 거라고 볼 수 있죠.
이 책을 특히 어떤 독자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2030 시리즈’를 많이 냈는데요. 분량이 방대해요. 그래서 조금 젊은층이라든지 미래의 변화에 처음 입문하는 분들이 보다 쉽게 읽으실 수 있도록 썼어요. 세대로 타깃을 둔다면 20대와 30대입니다. 젊은 분들이 많이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2030 미래의 대이동최윤식,최현식 공저 | 김영사
정부기관과 핵심기업들의 전략멘토, 미래 전략 경영의 대가 최윤식이 10만 독자들의 요구에 응답해 단 한 권으로 정리한 미래통찰과 전략의 핵심. 미래의 주인이 되려는 이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이들을 위한 미래전략 입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