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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희 “진짜 문제는 남편이나 아이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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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의 문은희 저자가 ‘마음이 건강한 엄마, 행복한 가족’을 위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문은희 박사의 여자 마음 상담소』(이하 『여자 마음 상담소』)는 많은 여성들이 호소하는 마음의 문제에 귀를 기울인다. 가족과의 갈등과 그로 인한 상처,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분노와 자격지심, 떨칠 수 없는 책임감과 자책감 등 낯설지 않은 이야기들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한국 알트루사 여성상담소’ 소장으로 일하면서 17년 동안 무료 상담을 해오고 있는 문은희 저자는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여성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어루만져왔다. ‘마음이 건강한 여성들이 만드는 착한 사회’를 꿈꾸며 상담소의 모람(회원)들과 쌓아간 이야기들은 계간지 <니>에 실려 퍼져 나갔고, 그 가운데 저자가 쓴 40여 편의 글이 『여자 마음 상담소』의 바탕이 되었다.

 

문은희 저자는 민족 지도자로 평생을 사셨던 문재린 목사와 김신묵 여사의 막내 딸이며, 통일운동과 민주화운동을 펼쳤던 문익환, 문동환 목사의 여동생이다. 그녀 역시 한국 사회의 격변기를 관통해왔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의식과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봐 왔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 것, 물질적인 것만이 최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마음과 정신의 문제는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났다. 그 결과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여유를 잃어 버렸고, 스스로도 자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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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문제는 남편이나 아이에게 있지 않아요


『여자 마음 상담소』는 계간지 <니>에 실렸던 글들을 엮은 책입니다. 잡지의 이름이 독특한데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어머니, 할머니, 언니, 아주머니, 비구니... 모두 ‘-니’로 끝나잖아요. 그래서 여성을 지칭하는 말로 ‘니’를 쓴 거예요. 그녀라는 말도 쓰지만 그건 한자잖아요. 우리는 한글로만 쓰려고 하죠.

 

<니>의 편집인이자 고정 필자이기도 하세요. 어떤 계기로 창간하게 되셨나요?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소식지를 만들어서 보냈던 거예요. 그런데 우리 회원들이 손으로 쓴 그 글들을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상담에 관한 다른 잡지들도 있지만, 대부분 전문가 중심이잖아요. 상담한 사람이 내담자에 대해서 쓰는 거죠. 그런데 내담자가 어떤 사정인지 상담자가 모를 수 있거든요. 진짜 아픈 사람은 의사가 아니잖아요. 환자가 더 아프잖아요. 그러니까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우리 모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쓴 글을 싣게 된 거죠.

 

계간지 <니>가 지향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창간호에 우리의 표방하는 바를 썼었어요. ‘<니>는 유명한 사람의 글을 싣는 데가 아닙니다, 우리는 권위자에게 힘을 실어줄 생각이 없습니다, 외국에서 들어온 이론을 소개할 생각도 없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라고 썼죠. 여성이면 누구나 독자가 되는,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여성의 잡지라는 거예요. 어떻게 하다 보니까 아브라함 링컨의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요(웃음). 마찬가지죠. 민주스러운 잡지를 만들려고 한 거예요. 우리는 원고료도 없는데 하나도 지치는 사람이 없이 모든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어요. 그만큼 다 봉사하는 거죠.

 

이번 책에도 모람 분들의 글이 실려 있어요. 읽다 보니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이 곧 치유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이죠. 그리고 우리 회원들은 가명을 쓰지도 않고 본명을 그대로 쓰거든요. 그만큼 자신이 있는 거죠. 자기 문제가 부끄럽지 않은 거예요.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걸 왜 부끄러워해야 해요? 문제가 있는 건 당연한 건데요. 그리고 그걸 극복해 나가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거예요.

 

오랫동안 ‘한국 알트루사 여성상담소’에서 상담을 하셨잖아요. 여성들이 갖고 있는 마음의 문제가 남성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세요?


특별히 남성과 여성이 다르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런데 심리학에서는 그런 차이를 연구한 사람들이 꽤 있죠. 대부분 서양 사람들인데, 남자들은 독자적인데 여자들은 관계 중심이라는 이야기를 해요. 그런데 한국에는 그것과는 또 다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책에서도 ‘포함’의 단위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많은 한국 여성들이 독자적으로 혼자 존재한다는 생각을 잘 안 하죠. 그것보다는 자기한테 중요한 사람들을 다 포함하고 살아가요. 물론 남자들도 포함하고 살아가죠. 그런데 남자들이 포함하는 건 자기가 어디에서 군복무를 했는지, 어떤 학교를 다녔는지, 어느 지역에서 태어났는지, 그런 차이에 대한 거예요. 여자들은 많은 경우에 가족 단위로 포함하는 좁은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기의 삶과 가족의 삶을 구분하지 못하고 살아가죠.

 

“우리네 여성들이 비슷한 문제들을 겪고 있다”고 하셨어요. 여성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도 있을까요?

글쎄요. 나는 이 세상 모든 사람은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상담을 하면서 느끼는 것 중에 하나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의식주에 관련된 것이나 눈에 보이는 것 중심의 문제에만 집착을 한다는 거예요. 정작 중요한 건 자기 마음의 문제라는 걸 모르는 거죠. 그러니까 내담자가 가지고 오는 문제와 제가 진단 내리는 문제가 달라요. 대부분 아이나 남편의 문제를 가지고 저를 찾아오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자기 내면의 문제가 더 문제라는 거예요.

 

어렸을 적 부모님와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가 원인인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하나의 보기로 말씀을 드리자면, 어떤 분은 부모님이 어렸을 때부터 말대답하지 말라고 하셨대요. 그런 분위기에서 자라면 어떻게 되겠어요? 자기 생각은 자꾸 꼭꼭 눌러 넣게 되죠. 그렇다 보니까 이 분은 결혼을 한 후에 시어머니한테도 말을 못했대요. 하도 말을 안 하고 있으니까 아이가 엄마 흉내를 낼 때 말을 안 하더래요. 말을 안 하는 게 엄마인 줄 안다는 거죠. 그런데 이런 어머니들이 자신의 아이의 이야기는 듣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아요. ‘너는 말대꾸 하지 마’라고 말하게 되죠. 그러면 어떤 문제가 생기느냐 하면, 화가 자꾸 나요. 너무 참았으니까요. 자기가 할 수 있는 말을 못했고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서로 마음을 알아주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문화라면, 이런 문제를 처음부터 해결하려고 하겠죠. 그런데 우리는 의식주가 제일 중요해요. 의식주를 다 해결해줬으면 ‘내가 너한테 안 해준 게 뭐냐?’라고 말하는 엄마가 되는 거거든요. 그렇게 되면 자기 마음을 자기도 모르고 다른 사람 마음도 알 생각이 없어요. 그러면 소통을 못 하죠. 그렇게 해서 형성된 성격적인 결함이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마음이 건강한 여성들이 만드는 착한 사회’를 만들고 싶은 거예요. 마음이 건강해지면 서로 알아봐 주고 무리하지 않게 하는 착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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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면 행복의 문이 열리나요? 현실을 모르는 거죠


저자님도 ‘부모님과 자신이 맺었던 관계의 양상, 부모님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본 적이 있으세요?


물론이죠. 저도 사춘기 때는 우리 아버지한테 불만이 많고 그랬었죠(웃음). 그런데 상담을 하면서 매번 생각해요. 내가 참 좋은 부모 밑에서 자랐다고요.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말대꾸하지 말라는 말을 해보신 적이 없으시거든요. 제 의견을 이야기하게 하시고 들어주시는 분이셨어요. 그러니까 언제나 고맙게 생각하고, 이 고마움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일하면서 갚아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모를 만나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어떤 분들은 ‘선생님은 부모님한테 맞아본 적도 없는데 맞은 사람의 마음을 아세요?’라고 말해요. ‘한 번도 부모님한테 욕을 들어본 적이 없으신데 욕 듣는 기분을 아세요?’ 하고 항의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땐 어떤 생각이 드세요?


저는 맞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더 알 것 같아요. 맞아본 사람은 그걸 당연하게 느낄 수도 있을 텐데 저한테는 전혀 당연한 일이 아니니까요. 얼마나 아플까, 얼마나 자존심 상하고 모멸감을 느낄까, 얼마나 도망가고 싶을까, 도망가서 갈 데가 있는 것도 아닌데, 집이 감옥이나 다름없겠구나... 그런 절실한 느낌을 더 잘 안다고 생각해요.

 

어떤 분들은 저자님이 자신의 상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선생님 댁은 특별해요’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데 저는 모든 가정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서로 알아주고 존중해주고 사랑해줄 수 있잖아요. 우리 가족도 어려운 일이 없었던 게 아니거든요. 우리 아버지는 감옥살이를 세 번이나 하셨어요. 어머니가 그 뒤치다꺼리 하느라 애쓰시니까 언니가 살림을 했어요. 저보다 열세 살 위의 언니가 살림을 했는데, 간도가 얼마나 추워요. 거기에서 살림하느라 손발이 얼어서 나이가 들어서까지 고생을 했어요. 우리도 다 고생했죠. 먹을 게 없어서 굶게 될 때도 있었고요. 한 번은 저희 어머니가 ‘은희야, 안 먹어도 죽는 거 아니다’ 하고 알려주신 적도 있어요(웃음).

 

역시 어머니께서 굉장히 온화한 분이셨네요.


모든 어머니들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새 어머니들은 엄마 노릇 하는 걸 너무 힘들다고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연애할 때를 생각해 보면 힘들던가요? 사랑의 기쁨을 느끼고 살면 좋은 거잖아요. 아이를 사랑하면 되는 거예요. 그리고 아이도 엄마를 사랑하잖아요. 사랑만 하고 살면 힘들 거 하나도 없죠. 물론 어느 정도 아플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지만, 그건 밤과 낮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죠.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는 항상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잖아요. 그걸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힘만 있으면 되는 것 같아요.

 

엄마들이 육아를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책임감 때문인 것 같아요. 아이가 잘못되면 다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고, 육아를 ‘잘 해내야 하는 일’로 생각하는 거죠.

 
네, 그게 바로 제가 ‘포함’의 단위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한 말인데요. 덧붙여서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거예요. 흔히 사람들이 결혼식을 할 때 행복의 문이 열린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행복이 이념 같아요. ‘건강하게, 행복하게, 좋은 일만 있어라’라고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좋은 일만 있을 수 있어요? 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거죠. ‘어려운 일이 있어도 그걸 극복하는 것이 건강한 것이고, 행복하지 않아도 그 이유를 찾아서 해결하면서 사는 것이다’라는 현실감 있는 생각을 해야죠. 행복하기만 해야 된다고 생각하니까 ‘난 왜 행복하지 않을까’ 하고 원망하게 되는 거거든요. 행복해야만 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행복할 수 없으니까 무기력해지는 거고요. 그러니까 우울해지는 거죠. 우리는 다 슬플 때도 있잖아요. 슬플 때는 슬퍼하는 게 당연하죠.

 

상담소에 찾아오시는 분들은 모두 변화를 원하실 텐데요. 스스로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도 ‘생각처럼 잘 안 된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문제를 극복해낸 경험이 있으면 자신이 겪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금방 갖겠죠. 그런데 그걸 안 하려고 하는 데 문제가 있는 거예요.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만큼 노력을 안 하려고 하는 거예요. ‘어떻게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생각하는 건데, 저는 그게 이데올로기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노력하지 않고 무언가를 해내려고 하는 거죠. 아이들이 시험 기간에 하는 행동만 봐도,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좋은 결과를 얻는 걸 자랑하잖아요. 우리는 노력해서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생각을 잘 안 하는 거죠.

 

상담소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보셨나요?


저희가 연구소도 함께 운영을 하는데 가장 첫 프로젝트가 ‘친정어머니 연구’예요. 자기 어머니를 연구하는 건데요. 거의 예외 없이 발견하게 되는 모습이 있어요. 어머니가 경험한 한 가지에 자기의 모든 철학을 붓는 거예요. 가난한 집에 태어났다면 다른 모든 걸 무시하고 돈만을 강조하는 거죠. 부모를 잃었다면 부모의 건강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고요. 여러 요인이 있다는 것에 귀를 기울일 생각이 없어요. 저를 믿고 찾아온 분들이니까 제 말을 들으려고 하시지만 그래도 ‘저게 될까?’ 하고 못 믿는 게 있는 거예요. 그러면 노력을 안 하게 되지 않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소에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우리 상담소의 좋은 점은 저하고만 상담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여기에 모여서 같이 많은 활동들을 하거든요. 그러면서 각각 다른 이야기들을 나누죠. 문제를 가졌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구나, 저 사람도 저런 일을 겪어냈구나’ 하고 느끼면서 서로 격려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마음을 바꿀 수 있게 되는 거죠. 상담의 목적은 마음을 바꾸는 거잖아요. 혼자 생각했을 때 풀리지 않던 문제를 다른 사람하고 의논하면서 해결해가는 경험을 갖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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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상담을 하시면서 가장 안타까움을 느끼시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바뀌지 않고 있으면 제일 안타깝죠. 그런데 그건 누가 대신해줄 수 없어요. 아무도 대신해줄 수 없어요. 고집부리고 있으면 안 돼요. 어떤 때에는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기도 해요. 우리 모임 중에 한 분이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어머니 아버지 밑에서 자랐어요. 그리고 할머니가 막강했어요. 세 사람의 권위자 밑에서 조그만 아이가 살았던 거죠. 그러면 누구의 말을 들어야 될까요? 그래서 헷갈리는 거예요. 지금은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가 다 떠나셨지만 아직도 이 이야기를 들으면 이 이야기가 맞는 것 같고, 저 이야기를 들으면 저 이야기가 맞는 것 같은 거죠. 그렇게 아주 안타까운 일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해결할 거라고 생각하고 기다려요. 자꾸 자극을 주고 격려하면서 같이 변하려고 노력하죠.

 

『여자 마음 상담소』에서도 말씀하셨듯이, 우리의 초점이 너무 물질적인 것에만 맞춰져 있는 것 같아요. 마음과 정신으로 시선을 되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질적인 것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는 건 사람들이 알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알트루사에 와서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계가 있다는 걸 터득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되돌아갈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맛을 봐야 돼요(웃음).

 

엄마와의 관계에서 문제를 겪는 여성들도 많잖아요. 상담소를 찾아오신 분들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우선 자기 느낌을 알고 자기 마음을 알면, 그 다음에는 다른 사람이 궁금해지지 않을까요? 엄마도 나의 엄마가 아닌 한 여성으로 보기 시작하는 거죠. 우리가 어머니를 연구하면서 느끼는 게 그런 거예요. ‘엄마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어떻게 그런 태도를 갖게 되었을까’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문을 두드리면 어머니들이 너무 호응을 잘 하세요. 딸이 그렇게 궁금해 한다는 것 자체가 반가우신 거예요. 그러니까 관계 회복이 되죠. 처음으로 엄마를 만난 것 같은 거죠. 엄마를 모르면서 안다고 하고 살았으니까요. 그 다음에는 엄마와 딸이 서로 알아가면서 서로를 살려주는 거죠.

 

많은 사람이 문제의 원인을 타인에게서 찾죠. ‘그 사람 때문에 내가 힘들다’라고요. 그러니까 ‘나 혼자 상담 받는다고 문제가 해결되겠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거예요. 저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남성 상담까지 할 여력은 없어요. 남성 상담할 자격도 없을 것 같고요. 그런데 여성들을 상담하다 보면 ‘우리 남편 상담해주세요’라는 말을 들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하지 않겠다고 해요. 당신이 바뀌어서 남편을 바꾸라고 하죠. 그런데 여자가 바뀌어서 집에 돌아가면 다 알아봐요. 아이들이 벌써 엄마가 바뀐 걸 알아요. 엄마가 알트루사에 가더니 바뀌었다고 해요. 엄마가 한동안 알트루사에 안 가면 왜 안 가냐고, 엄마 알트루사에 가라고 조르는 경우도 있어요. 남편도 알아보죠. 행동이 달라지고 말하는 게 달라지고 표정이 달라지고 마음 쓰는 게 달라지잖아요. 서로 마음을 소통을 하면 알죠, 왜 모르겠어요.

 

『여자 마음 상담소』는 어떤 분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으세요?


잡지 <니>를 만드는 목적과 마찬가지예요. 다 자기 문제를 파악하고 자기 문제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거든요. 자기 문제를 알아야 해결하니까요. 그런 사람들은 누구든지 봐주면 좋겠어요. 꼭 여자만은 아닐 것 같아요. 남자 분들도 왜 화가 나는지 알아야 좋잖아요.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자기 마음을 알고 마음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건 누구한테나 필요한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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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희 박사의 여자 마음 상담소 문은희 저 | 정한책방
문은희 박사는 한국알트루사 여성상담소를 통해 17년 간 무료 상담을 해오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여성의 정신건강은 한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의 교육서이자 심리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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