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메시지에 합당한 사진을 찍는다”
“사진 잘 부탁 드려요.”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언젠가부터 글보다는 사진을 더 깊이 보는 독자들이 많아졌다. 보다 멋지게 아름답게 찍히고자 하는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수식어가 긴 주어가 답답한 것처럼 실물과 판이하게 다른 사진을 보면, 이야기의 진실성에 의문을 던지게 된다. 권혁재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는...
View Article최광희 “흥행하는 영화는 관객의 결핍을 읽어낸다”
거침없음. 영화평론가 최광희를 만난 느낌이다. 특정 영화나 감독을 콕 집어 비판하는 거침없음, 영화 산업의 기형적 구조와 이해관계자의 소극적인 태도를 말하는 거침없음을 보며 이래도 괜찮을까, 싶었다. 조심스레 물었다. 이 거침없음이 영화평론가로서 갖는 어떤 역할의식에서 비롯했는지. 답은 당연히 예스. “평론가가 여러 명 있잖아요. 서로 목소리가 달라야 한다고...
View Article문은희 “진짜 문제는 남편이나 아이가 아니에요”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의 문은희 저자가 ‘마음이 건강한 엄마, 행복한 가족’을 위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문은희 박사의 여자 마음 상담소』(이하 『여자 마음 상담소』)는 많은 여성들이 호소하는 마음의 문제에 귀를 기울인다. 가족과의 갈등과 그로 인한 상처,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분노와 자격지심, 떨칠 수 없는 책임감과 자책감 등 낯설지 않은 이야기들이...
View Article잔나비, 재기 발랄한 92년생들의 ‘힙’함
전원이 1992년생 원숭이띠 동갑내기들이라서 팀명을 '잔나비'로 지었다는 사실부터 밴드는 왠지 재미있고 간편해 보인다. 버스킹 공연, 드라마 주제가 작업 등 나름 분주한 이력을 거쳐 얼마 전 폭염 한복판에 발표한, 데뷔 2년 만의 정규 1집 <MONKEY HOTEL>의 첫인상도 그랬다. 선명한 멜로디, 중독성 강한 후렴구, 그러나 결코 어렵지 않은...
View Article공광규 “시인은 발견자일지도 몰라요”
‘멀덕국’은 내 고향인 충청도 청양 지역에서 흔히 쓰는 말이다. 건더기가 없는 멀건 국을 말한다. 가난한 집에서 어떻게 건더기를 많이 넣고 국을 끓일 수 있었겠는가.(중략) 건더기를 찾아 숟가락을 부지런히 휘젓다보면 숟가락과 그릇이 부딪치면서 맑은 소리를 낸다. 건더기가 적을수록 더 맑게 들리는 그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어머니는 고깃덩이를 찾느라...
View Article천주희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 고리를 끊자”
졸업과 동시에 수천만 원 빚이 남는다. 이제는 당연해 보이기도 한 이 문장 속을 들여다보면 의문이 생긴다. 대출받아서 대학가는 건 당연한가? 공부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 좋은 삶을 누려보겠다고 하는데, 왜 빚을 지고 시작해야 하지? 예전에도 등록금은 있었을 텐데, 요새 학생들은 나약해서 징징대는걸까? 아니 무엇보다,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지?천주희...
View Article노홍철 “철들지 않은 사람들이 오면 좋겠어요”
서울 용산구 용산동2가 1-92. 노홍철이 직접 운영하는 ‘철든책방’ 주소다. 철들어서가 아니라 노홍철이 들어 있어서 ‘철든’ 책방. 노홍철은 해방촌이라는 작은 동네를 알게 된 후, 이곳 문화에 푹 빠졌다. 서울 중심가에 있지만 시골 읍내 같은 분위기, 개성 강한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접하면서 아지트 같은 문화공간을 상상했다. 책방으로 공간을 구성한 건,...
View Article김창옥 “제 밑바닥은 대부분 슬픔이에요”
많은 이들이 그의 팬임을 자처한다. 그의 강연이 너무나 재밌다고, 그래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듣게 된다고, 울고 웃으며 이야기를 듣고 나니 진한 위로가 남았다고, 고백한다. ‘스타 강사’, ‘소통의 달인’, ‘강사들의 롤모델’, ‘힐링 퍼포먼스의 일인자’ 등 수많은 수식어로 설명되는 한 남자, 김창옥에 대한 이야기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공업고등학교를 거쳐...
View Article배종옥 “배우라고 배우, 그러니까 배우”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말. 배우의 삶을 이야기할 때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제야 책을 썼어요?”라고 물을 만큼, 배종옥은 책과 친한 배우다. 오래전부터 책을 쓰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그는 귓등으로 흘렸다. 잘못하면 자랑과 변명이 될까 봐, 책 무더기 속 먼지가 될까봐 머뭇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권을 보탠 건, 고민에서 배움으로 이어진 삶을...
View Article주진우, 함세웅 “우리는 아직도 박정희 시대를 살고 있다”
‘악마 기자’ 주진우와 ‘정의 사제’ 함세웅이 동행했다.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대전을 거쳐 광주에 이르는 긴 여정을 함께하기 위함이었다. 두 사람은 역사, 정치, 민주, 통일, 신념 등 다섯 개 주제로 한국 현대사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쳤다. 이름하여 ‘함세웅 신부와 주진우 기자의 현대사 콘서트’다. 주진우 기자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화두로...
View Article구병모 “인간은 끊임없이 오해하고 왜곡한다”
구병모 작가가 신작 장편소설 『한 스푼의 시간』을 발표했다. 작품 속에는 세탁소에서 일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한다. 아내와 사별하고 외아들마저 사고로 잃은 채 홀로 세탁소를 꾸려가고 있는 명정에게 어느 날 하나의 소포가 배달된다. 상자에 담긴 것은 17세 정도로 보이는 앳된 소년의 모습을 한 로봇. 명정은 그에게 ‘은결’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피부를 맞대고...
View Article선우정아, 경계를 허무는 뮤지션
선우정아의 음악은 묘하다. 앨범 단위에서뿐 아니라 곡 단위에서도 결코 하나의 장르와 정서와 느낌에 포박되지 않는다. 드넓은 음악적 스펙트럼 속에서 자유분방하게 자기만의 ‘이색’을 만들어 낸다. 국내에서의 그의 음악적 입지도 그렇다. YG와 작업을 하고 아이돌 가수의 곡을 쓰지만 그렇다고 메이저 가수로 칭하기엔 그의 일부만을 포착한 느낌이다. 인디 뮤지션이라고...
View Article조승연 “영어에 무작정 달려드는 건 이제 그만하자”
15살 때 미국 유학을 떠났다. 20대 초반에 펴낸 『공부기술』은 50만 부가 팔려나갔다. 미국 뉴욕 대학교 경영학과와 프랑스 미술사 학교 에꼴 드 루브르에서 수학하고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등을 습득했다. 철학, 미술, 음악 등 인문학으로 ‘썰’을 풀려면 한참을 풀고 또 풀어도 모자라게 박학다식함을 자랑한다. 『그물망 공부법』, 『비즈니스의...
View Article히데코 “특별하지 않아 특별한 요리 교실”
“선물, 힐링, 내 인생의 행운, 마음의 치유, 끊이지 않는 웃음 소리.” 연희동 요리 교실 ‘구르메 레브쿠헨’을 6개월부터 10여 년간 다닌 수강생의 후기에서 나오는 단어들이다. “요리가 늘었어요, 좋은 레시피가 많아요”라는 평범한 후기는 찾기 어렵다. SNS에서는 잘 검색되지 않는, 입소문으로 찾아가야 하는 이 요리교실의 수강생이 되려면 1년을 기다려야...
View Article승효상 “모든 것을 건축가가 결정하지 말라”
어떤 공간이 다목적이든 단일목적이든 그러한 목적을 가진 공간은 그것이 주어진 시간 내에 성취되는 것이라면, 그 시간이 지난 후 그 공간은 블랙박스에 갇혀 있게 되며, 갇혀 있는 동안 우리의 삶과는 전혀 관계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딱히 쓸모없어 이름짓기조차 어려운 그런 공간은 건축의 생명력을 길게 하며, 정해진 규율로 제시할 수 없는 우리의 삶의 모습을...
View Article김언수 “나쁘고 싶어서 나쁜 놈은 세상에 하나도 없다”
2002년 진주신문 가을문예공모.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2006년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부문 심사 위원 7명 만장 일치로 수상작이 된 『캐비닛』. 한 평론가는 “『캐비닛』과 더불어 한국문학은 이제 또 한 명의 괴물 같은 작가를 갖게 되었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소설가 김언수는 그렇게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후 조직적으로 벌어지는 암살을 다룬...
View Article천명관 “순문학이든 장르문학이든 잘 쓰는 게 중요”
비정규직 건달이 등장하고, 삼류 포르노 감독이 등장한다. 도박판을 전전하는 하루살이 인생들과 지방을 장악해 작은 왕국을 사는 유지가 등장하니 사기꾼의 등장은 차라리 자연스럽다. 우리의 ‘형님’은 생매장을 당했다가 사흘 만에 탈출해 관계된 모든 놈들을 죽이고 지역을 평정했다는 전설이 있다.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라는데, 남자들의 세상이 뭐 다를까. 오히려...
View Article성석제 “소설가는 사냥꾼, 끊임없이 새로운 걸 찾아야 한다”
성석제 소설가가 첫 소설집을 낸 건 1996년이다. 꼭 20년이 지나고 새 소설 『믜리도 괴리도 업시』가 나왔다. 금발의 동성애인과 함께 돌아온 예전 친구를 만난 중년 남성, 소설을 한 줄도 못 쓰다가 천재적으로 이야기를 쓰는 동명이인을 만나 위험한 거래를 하는 소설가, 자연 속의 삶을 주장하지만 너무나 세속적인 산속 노인, 간첩으로 몰려 모든 관계가 박살...
View Article이가근 “구글, ‘빅브라더’ 넘어 ‘비기스트브라더’가 될 것”
인공지능(AI), 드론, 가상현실(VR), 자율주행 자동차.증권가 IT 전문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며 IT 산업의 미래전망을 제시해온 이가근은 자신의 첫 저서 『다가올 미래, IT 빅 픽처』에서 향후 5년 내에 IT 혁명이 실현될 것이라고 말한다. 키워드는 위의 네 가지, 인공지능과 드론, 가상현실, 자율주행 자동차다. 그의 예측은 지금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View Article조남주 “김지영 씨에게 발언권을 줬으면 해요”
지극히 평범한 인물의 현실적인 이야기. 어쩌면 소설의 소재로는 썩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조남주 작가의 세 번째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픽션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사실적이다. 내가 겪지 않았더라도 필히 목격했을 에피소드가 잇따라 등장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세 살 많은 남편과 딸아이와 함께 서울 변두리의 한 대단지 아파트 24평형 전세로 거주 중인 34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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