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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 함세웅 “우리는 아직도 박정희 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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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기자’ 주진우와 ‘정의 사제’ 함세웅이 동행했다.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대전을 거쳐 광주에 이르는 긴 여정을 함께하기 위함이었다. 두 사람은 역사, 정치, 민주, 통일, 신념 등 다섯 개 주제로 한국 현대사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쳤다. 이름하여 ‘함세웅 신부와 주진우 기자의 현대사 콘서트’다. 주진우 기자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화두로 제시했고, 함세웅 신부는 자신의 경험에 기대어 촌철살인을 들려줬다. 그들의 이야기는 절망과 희망을 넘나들었고, 청중들은 비통함과 통쾌함을 동시에 맛봤다. 우리의 지난 역사를 똑 닮은 이들 현장의 목소리를 『악마 기자 정의 사제』가 기록한다.

 

주진우와 함세웅, 두 사람의 공통점은 불의에 맞서 투신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것이다. 주진우 기자는 삼성,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등 권력의 정점에 선 이들의 ‘구린 구석’을 들춰내느라 ‘소송 전문 기자’가 되었다. 함세웅 신부는 독재 권력에 저항하며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탄생을 이끌었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탄압에 무릎 꿇지 않으며 희망의 불씨로 존재해 온 그의 뒤를, 이제 주진우 기자가 따라 걷는다.

 

두 사람을 만나기 위해 충정로의 벙커1으로 향하던 지난 24일, 발걸음은 더없이 무거웠다. 백남기 농민의 부검 영장 유효 기간이 하루 남은 시점이었고, 함세웅 신부는 기자 회견을 통해 ‘강제 집행을 막기 위한 집중 행동’에 돌입한다고 선포했다. 일주일 사이 상황은 급변했다. 경찰은 영장 재청구를 포기했고, 백남기 농민은 숨진 지 37일 만에 장례를 치르게 됐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역사의 갈림길 앞에 서 있다.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라는 최순실 씨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고, 행동하는 양심들이 광장으로 나왔다. 지금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한국의 현대사에 2016년은 어떻게 기록될까. 주진우 기자와 함세웅 신부를 향해 던졌던 질문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 화두가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서 박근혜 게이트로 옮겨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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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우리는 박정희 시대를 살고 있다


백남기 농민이 시위 중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현재는 부검 영장까지 발부되어 시민들이 시신 탈취를 막고 있는 상황인데요. 과거에는 이런 일이 있을 때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지 않았나요? 왜 근래에는 그러한 움직임이 없을까요?


함세웅 : 저도 그게 참 안타까워요. 유럽 같았으면 박근혜가 탄핵을 받아도 열 번 이상 받을 사안이거든요.


주진우 : 노무현 대통령하고 비교하면 천 번 이상 (탄핵) 당했겠죠.


함세웅 : 어느 여류 작가가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국민들도 때가 있는데 아직 그 때를 포착하지 못한 이유는 야당이 그걸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없어서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더 썩고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또 한편으로는 우리 대중들도 조금 무뎌지고 마비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아직은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성서의 말씀을 빌리자면 ‘아직 그 때가 이루지 않은’ 거죠. 그래서 우리 시대의 모두가 공통으로 책임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해석이에요.


주진우 : 저는 언론과 권력기관의 문제, 권력기관 중에서는 검찰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수많은 이슈들이 나왔을 때 다른 이슈를 만들어서 효과적으로 덮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기사를 쏟아내서 사건의 본질을 흐립니다. 이럴수록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데, 90%의 오염된 언론사와 언론인들이 정권의 앞잡이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권력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서 검찰이 충실하게 움직이고 있어서 이 의혹과 비리들 수많은 냄새들을 덮고 덮고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함세웅 신부와 주진우 기자의 현대사 콘서트’를 처음 제안하신 건 주진우 기자님이신 걸로 알고 있어요. 당시 신부님께서도 강연을 이어가고 계셨죠?


함세웅 : 3년 전에 이석기 국회의원이 제명되고 구속됐어요. 조금 어처구니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또 통합진보당이 해산됐어요. ‘민주국가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하고 아파했는데, 많은 동지들께서 걱정하시면서 ‘이럴 때 침묵할 수 있느냐’ 해서 저희들이 나서게 됐어요. 언론보도를 통해서 그 분의 언행이라든지 통합진보당의 이야기를 들을 때 다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억울하게 당한 분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더라고요. 이석기 의원이 가톨릭 신자인데, 처음 그 가족들이 와서 저에게 호소할 때는 조금 망설였어요. 주춤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이석기 의원 구명운동에 나서게 되셨어요?

 
함세웅 : 그 날이 문익환 목사님 추도식이었거든요. 제가 문익환 목사님과 기도하면서 주고받은 암시는 ‘나서야지, 40년 전에 인혁당 관계자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느냐, 그 분들이 다소 미흡하다 하더라도 나서야 된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그 분의 구명운동에 나서면서 전국50여 곳을 다니면서 강의를 했어요.

 

주진우 기자님의 제안을 받아들이신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함세웅 : 제 강연에 오신 분들은 주로 진보적인 사고를 가지신 분들, 또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었어요. 그렇다 보니까 주진우 기자와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조금 아쉬워하셨던 것 같아요. 전국을 다니면서 강연을 하는 열성은 장하지만 효과가 크게 못 나오니까요. 젊은이들을 움직여야 된다고 제안을 하셨죠. 저도 주진우 기자를 (곁에서) 보니까 젊은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러면 주진우 기자를 통해서 젊은이들과의 만남을 가져야겠다’ 해서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같은 상징적인 도시를 다니면서 강연을 하게 됐어요.

 

『악마 기자 정의 사제』에서 보니 두 분의 호흡이 너무 좋더라고요.


함세웅 : 때로 세상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제가 볼 때는 주 기자님이 거친 표현을 쓰기도 하시는데, 그 용어가 세상의 언어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그 언어를 포착해서 다시 성서적으로 신학적으로 재해석해서 전달해 주니까 조화가 되더라고요. 저도 재미가 있고 청년들한테서 힘도 많이 힘도 얻게 됐어요. 또 주진우 기자의 힘을 확인했어요. 주진우 기자를 따라다니시는 분들이 종교적인 광신도 비슷한 게 있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그 광적인 힘을 민주주의와 통일로 이끌어야겠다, 독재 타도로 이끌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주진우 : 신부님이 강연하실 때마다 수녀님들이 많이 오시거든요. 수녀님들한테 폭발적인 지지를 얻으시는 걸로 보여서 강연도 하고 책을 냈는데, 수녀님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시니까 책을 한 권 사셔서 돌려보시더라고요. 제가 거기까지 모르고 같이 책을 낸 거에 대해서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웃음).

 

함세웅 신부님과 함께하는 강연을 준비하신 이유가 있나요?


주진우 : 신부님이 걸어오신 길에 대해서 들었었어요. 박정희 정권 타도, 민주주의 회복, 이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런데 그게 30~40년 전의 이야기인데 지금 그대로 되풀이됩니다. 잘못된 역사, 부끄러운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아직도 우리는 박정희 시대를 사는구나’ 싶었고, 그래서 특별히 젊은 친구들한테 신부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젊은 사람들이 깨어 있어서 한국 현대사를 보고 ‘한국 정치가 무엇이 잘못되어가고 있는지’, ‘우리가 어디로 가야 되는지’ 알아야 하는데, 그 방향을 신부님이 잡아주시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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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에 대한 가감 없는 비판을 담았다


이런 강연이 필요하다는 건, 현대사에 대한 해석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반증일 텐데요. 해석을 가로막는 작용들이 있는 건 아닐까요?


주진우 : 많죠. 저희가 강연을 가려고 하는데, 신부님하고 저하고 간다고 하니까 강연장소를 대관을 안 해주는 거예요. 대구에서는 어떤 경우가 있었느냐 하면, 대구의 한 큰 대학교인데...


함세웅 : 경북대학교(웃음).


주진우 : 강연에서 함세웅이라는 이름을 빼 달래요. 주진우도 빼 달래요. 그러면 ‘무명 씨 강연회’ 이렇게 해야 된다는 거예요? 부산에서도 그렇고 어디에서도 강연을 못 열 정도로 장소를 구하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저희 같은 사람들이 외치고 이야기하는 건 주류 언론에는 절대 안 나오지 않습니까? 포털사이트에서도 거의 제어되고 있고요. 그래서 진실을 알리는데 어려웠는데, 그래서 우리가 이 방법을 취한 것이기도 하죠.

 

『악마 기자 정의 사제』가 출간된 뒤의 반응은 어떤가요? 관련 보도나 인터뷰 요청이 많았나요?


주진우 : 제가 신부님과 같이 인터뷰하는 게 두 번째예요. 그런데 언론사에서는 인터뷰 요청이 한 번도 안 왔고요. 짧게 신간을 소개하는 기사가 한두 개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것도 기억에 없을 정도입니다. 기자들한테 전화가 한 번도 오지 않았습니다.


함세웅 : 저는 개인적으로 1970년대 인권 운동, 민주화 증언을 할 때를 생각해 보면 처음에는 기사가 하나도 안 났어요. 그래도 상관하지 않고 끈질기게 하니까 기자들이 움직이더라고요. 그래서 동아일보 기자들이 우리의 활동에 자극을 받아서 1974년 10월 24일에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했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조금 신앙적으로 해석을 할 수 있다면 ‘옳은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제나 큰 결실이 나오게 돼있다’ 이런 마음으로 합니다. 원래가 언론의 속성이 권력의 시녀이고 아부하는 거니까 저는 그렇게 크게 신경 안 써요.


주진우 : 첫 책(『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은 인기가 있어서 나오자마자 1위를 했었어요. 그 때도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없었어요. 두 번째 책(『주기자의 사법활극』)은 2위까지 올라갔는데요. 그때 제가 무죄를 받았었고, 이명박 대통령이 책을 냈었는데 제가 이명박 대통령을 따돌렸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도 (인터뷰 요청이) 없었어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인데, 그래서 제 친구들이, 이승환 김제동 <나꼼수>가 북 콘서트를 열어줍니다. 그래서 조금 해볼까 하는데요. 사실은 함세웅 신부님을 추종하는 다른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의 분발이 조금 필요해요. 신부님의 인기를 얻고 같이 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되고 있습니다(웃음).

 

만약 언론 보도를 막는 세력이 있는 거라면, 그들이 두려워하는 무언가가 책에 담겨 있는 거겠죠?


주진우 : 그렇죠. 진실을 두려워하고요. 특별히 신부님과 저희들의 말을 두려워하죠. 저희들은 에둘러가지 않고 직진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정권에 대한 가장 가감 없는 비판이 책에 담겨있다고 자신하고 있거든요. 실제 강연은 훨씬 더 세서 약간 순화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에 대한 가장 정확한 해석과 직접적인 비판이 담겨있어서, 언론에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함세웅 : 무슨 비판을 했어요? 비판을 하지는 않았죠.


주진우 : 비판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말씀하셨죠.


함세웅 : 기도했죠, 기도. 회개하라고.

 

주진우 : 그 여인 나쁜 사람이야, 이렇게 신부님이 말씀하셨잖아요. 저는 끝까지 대통령이라고 존칭을 붙이는데도 신부님은 안 하셨잖아요.

 

이렇게 혼자 빠져나가시는 거예요? 책에서도 그런 모습이 많이 보이시던데요(웃음).

 

함세웅 : 그래요(웃음)? 그래도 검찰이 잡아가면 저를 잡아가지 않고 주 기자만 잡아갈 거예요.


주진우 : 저는 신부님의 사주로 했어요. 사주로 했다고 기사에 꼭 적어주십시오(웃음).

 

두 분이 13년 동안 인연을 이어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주진우 기자님을 ‘악마 기자’라고 하지만, 신부님께서 보시기엔 그렇지 않으시겠죠?


함세웅 : 악마에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선에 반대되는 의미도 있지만, 우리 가톨릭에서 성인으로 추대할 때 조사하는 분을 악마라고 해요. 나쁘게 이야기를 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인될 때 훌륭한 분이 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악마 기자라는 건 시대를 검증하는 기자로서 악마 역할을 한다는, 그런 긍정적인 의미도 있겠죠.


주진우 : 신부님 너무 많이 아세요(웃음).


함세웅 : 이 분 천사잖아요(웃음).

 

한국의 현대사가 우리에게 남긴 과제가 여럿 있지만, 그 중 세 가지를 꼽자면 ‘과거사 청산, 용서, 화해’가 아닐까 합니다. 신부님께서는 독재 정권 하에서 직접 고초를 겪으셨잖아요. 그런데도 용서가 되세요?


함세웅 : 용서는 참 어려운 주제예요. 하느님한테 용서받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용서해 주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서에 따르면 잘못한 사람이 먼저 용서를 청할 수 있어야 돼요. 구체적인 예로 전두환 같은 경우에 5.16 학살의 주범이잖아요. 그런데 전두환을 제가 용서해 주고 싶어도 용서할 수 없는 거예요. 용서를 청하지 않는데 어떻게 용서를 해줄 수 있습니까? 잘못한 사람이 먼저 용서를 청할 때 나도 용서의 범주에 함께할 수 있고 하느님께서도 용서해주실 수 있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용서가 화해의 전 단계죠.


주진우 : 전두환 때 정의사회 구현을 모토로 삼았잖아요. 비슷한 것 같아요. 지금 최순실 게이트로 굉장히 시끄럽잖아요. 그런데 1970년대 후반에도 이상한 종교나 선교단체, 선교재단을 만들고 거기에 재벌들한테 돈을 내게 하고 이상한 행사를 한 다음에 재산을 빼돌리는 일이 있었어요. 최태민 씨 집안의 재산들은 다 그렇게 갔죠. 그런데 제대로 된 회개와 용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40년이 지나서 거의 비슷한 일이 똑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게 재벌이나 전경련이나 몇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는 거거든요. 친일파 청산을 하지 못하고 군부 독재에 빌붙어 먹던 사람들이 그대로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돈만 벌면 돼’, ‘비굴하게라도 출세만 하면 돼’라는 식으로 돈에 모든 가치나 신념이 매몰되어 버리는 비정상적인 사회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를 책에서 조금 더 하고 싶었던 거죠.


함세웅 : 김재규 부장이 유신 핵 박정희를 제거시켰어요. 정말 친했던 친구이자 상사였는데도 ‘박정희는 안 되겠다, 내가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핵을 제거한다’ 하고 자기 목숨을 걸고 박정희를 제거한 거예요. 그러고 나서 전두환 때 군사법정에 섰을 때 ‘내가 살아야 된다, 내가 모든 정보를 다 안다,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재벌 체제를 해체하고 정리해야 된다,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야 한다, 나만이 그걸 할 수 있다, 끝나고 나면 스스로 자결하겠다’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당시에 ‘영애(박근혜)가 큰 문제가 있다, 감시하지 않으면 큰 변을 당할 거다’라고 했어요. 그때 박근혜가 새마음(봉사단) 총재였거든요. 그러면서 권력을 남용하고 있을 때 최태민이라는 거짓 목사의 꾀임에 빠져들어 갈 때예요. 그때 김재규 부장이 예견했던 그대로, 40년이 지난 지금 이뤄지고 있는 거예요.


주진우 : 신부님 우리 인터뷰 하다가 잡혀가요, 이러다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해서는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들이 있어왔죠.


함세웅 : 모든 언론이 핵심을 이야기해야 돼요.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고 박근혜 게이트예요. 그리고 박정희 때부터 이미 40년 전에 김재규 부장이 군사 법정에서 이야기한 거예요. 내일 모레가 바로 김재규 부장이 박정희를 제거했던 날이잖아요. 안중근 이사가 이등박문을 제거한 바로 그 날 김재규 부장이 유신의 핵을 제거했어요. 이런 식의 청산의 의미를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데 언론이 이 핵심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어요. 수술을 하려면 환부의 뿌리를 찾아가야 되는데, 지금 그런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김재규가 재평가되는 그 날,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거예요. 그런데 아직 그게 금기시되어 있잖아요.

 

 


박근혜 바이러스를 잡으려면…


언론의 제 역할을 하지 않는 기자들이 많잖아요. 그 분들도 불의에 한 발 걸치고 계신 것 아니겠어요?


주진우 : 한 90%는 그렇죠.

 

그 분들 가운데 어떤 분들은 회개를 할지언정 변명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나도 생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요. 그런 기자들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주진우 : 돈 벌려고, 아니면 명예 때문에 기자 생활을 시작한 건 아닐 거예요. 사회가 조금 더 나아지는 데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 때문에 했을 거고, 사실을 전달하고 국민과 국가를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해서 처음 기자 생활을 시작했을 거예요. 그런데 점점 현실과 타협하고 ‘사는 게 그런 거지’ 하다 보니까 사주나 사장, 팀장한테 잘 보이고 기사를 조금 더 많이 쓰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언론인이면 조금 더 신념, 이 땅의 민주주의와 자유가 발전하는 부분에 삶의 가중치를 더 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언론인으로서 짊어져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주진우 : 누구나 다 뛰어들어서 데모하거나 사회를 나아지게 하려고 부딪힐 수는 없어요. 보통 사람들은 자기 자리를 지켜야 되잖아요. 그런데 기자는 진실을 지키고 사실을 지키고 신념을 지키는 파수꾼이 돼야죠. 다른 사람보다는 조금은 더 그런 데 가치를 둬야 하고요. 그런데 사실 언론인들이 권력에 민감해서 권력을 잘 알아요. 누가 힘이 있고 누가 돈이 있고 누가 나한테 도움이 되는지 알고 있어요. 그래서 나한테 도움이 되는 걸 먼저 생각합니다. 세월호 사건도 그렇고 최순실 사건도 마찬가지인데, 진실이 중요하기보다는 ‘이 사안이 나한테 유리한가, 이 사안이 박근혜 정권에 유리한가’ 이걸 먼저 따져요. 그래서 욕을 먹는 거죠.

 

신부님, 성경에서는 네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지금까지 신부님이 겪어 오신 일을 보면 마음속에 미움과 원망이 싹트고도 남으셨을 것 같아요.


주진우 : 신부님이 박정희하고 박근혜한테는 욕 많이 하셨어요.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를 사랑해야 하는데 왜 그러셨어요?

 

사제이기 때문에 괴로우셨을 것 같기도 하거든요. ‘저 이웃까지 내가 사랑할 수 있을까?’ 하고요. 어떠셨어요?


함세웅 : (웃으며) 왜 괴로워요? 그게 사랑이에요. 잘못된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는 거, 그게 사랑이에요. 무관심하고 다른 거죠. 사랑은 잘못된 사람과 불의를 보고 꾸짖고 지적하는 거거든요. 사랑이라는 것은 기자님이 말씀하신 대로 보편적인 거예요. 모든 사람을 다 사랑해야 돼요. 원수까지도 사랑해야 돼요. 그런데 원수까지도 사랑하려 하는데, 그 사랑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예요. 그러면 보편적 사랑 실천을 위해서 그 걸림돌을 제거해야 돼요. 그건 보편적 사랑의 실현을 위한 하나의 작은 행위예요. 그러니까 제가 잘못된 사람, 불의한 정치인들을 지적하는 건 보편적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지 미움이나 증오가 아니라는 거죠. 그렇게 해서 그 분이 잘못을 청산하고 아름다운 인간이 될 수 있도록, 공동체의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들의 사회적 비판과 지적이 아닐까 생각해요.

 

현 정부에 이르러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있다’고 이야기하잖아요. 그 시간을 직접 살아오신 신부님께서 보시기에는 어떠세요?


함세웅 : 변질됐어요. 예를 들어서 말씀드리면, 우리가 병에 걸리면 병원에 가지 않습니까. 박테리아는 항생제로 잡을 수가 있어요. 그래도 그 박테리아가 자꾸만 변형이 된다고 하는데, 바이러스는 항생제로 안 되는 거예요. 내가 면역력이 있어야 되는 거예요. 바이러스를 잡기 위해서 약을 투여하면 그 바이러스가 잡히는 순간 변형이 된다는 거예요. 박정희 바이러스를 잡다 보니까 전두환 바이러스로 변형이 됐어요. 전두환 바이러스가 이명박 바이러스로 변형됐어요. 이명박을 잡다 보니까 박근혜 바이러스로 변형이 됐어요. 이 변형된 바이러스를 잡기 위해서는 우리가 더 건강해야 돼요. 각 시민과 사회 공동체가 건강해야 돼요.

 

지금 우리 사회는 그만큼 건강하지 못한 거군요.


함세웅 : 너무 이기적이고 공동심이 결여돼 있으니까 변형된 독재자들이 벌금을 통해서 많은 사람을 지배하고 있잖아요.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의식과 힘을 모아서, 변형된 바이러스를 아주 건강한 면역력으로 없애버릴 수 있도록, 사회를 건강하게 키우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 때가 된 것 같아요. 박근혜 바이러스의 정체가 밝혀졌기 때문에 이제 끝판에 와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잡혔어요. 이걸 꽉 눌러서 우리가 건강한 사회 공동체를 만들면 될 것 같습니다.


주진우 : 저희가 그 바이러스 잡으러 진짜 많이 갔어요. 독일도 여러 번 갔어요, 저희는. 그런데 이거는 공권력이 나서야 되는 문제인데. 검찰이나 국세청, 특별히 정부가 나서야 될 문제인데 정부가 안 나서니까 저희들이 다니고 있는데요. 쉽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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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는 돌아올까?


기자님, 강연을 하시다가 회의감이 들 때는 없으세요? 어차피 이야기를 들으러 오시는 분들은 기자님과 같은 편에 서 계신 분들이고, 설득시켜야 할 반대편의 사람들은 오지 않잖아요.


주진우 : 그런 건 아니고요. 우리 국민들이 너무 똑똑하고 성실한데, 지도자들이 방향을 잘못 잡아서 국민 세금을 펑펑 쓰고 있으니까 그런 걸 보고 분노하죠. 이걸 바꿔야 되는데, 친일파들이 다시 정권을 잡고 좌지우지하는 걸 보고 분노하고 바꿔야 하잖아요. 그런데 분노하지 못하게 만드는 시스템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거에 대해서 항상 분노하죠. 그리고 중간에 있는 사람들한테까지 이 사실이 전해지지 않는 건 저 같은 언론인들의 큰 책임인데, 그 사람들이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이 사회를 사람들이 분노하고 뒤엎지 못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끓는점까지 가지 못하고 따뜻한 물로 남아버리는 이런 사회 현상에 대해서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죠.

 

이런 상황에서 기자님이 하실 수 있는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주진우 : 좌절보다는 ‘그래도 내가 몇 발짝 떼서 이것도 저것도 해야지’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기사를 쓰고 제가 가진 영향력과 능력 지식을 가지고 뭐라도 하겠다고 강연하고 책 쓰는 거죠. 그래서 다양한 채널에 내보내려고 합니다. 그런데 어려워요. 사실 대형 서점에서 저의 책이나 신부님 책을 좋은 자리에 갖다 두지 못해요. (그건) 출판사의 영업 문제이기도 하지만, 제가 『주기자』로 베스트셀러 1위를 했을 때도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사인회를 못 열었어요. 안 열어줬어요. 그리고 영풍문고에서도 중요한 매대에 올려놓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전파가 되지 않더라도, 그래도 해야죠.

 

『악마 기자 정의 사제』로 군자금을 모으겠다고 말씀하셨어요. 내년을 대비하시는 건가요?


주진우 : 내년이 ‘한국의 현대사가 앞으로 가느냐 뒤로 가느냐’의 가장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그래서 내년까지는 진짜 열심히 뛰어보려고 합니다. 이 책은 거의 내년을 위한 군자금으로 다 쓰려고 합니다. 그래서 모아놓은 돈 다 모아서 정말 전력질주해서 내년까지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함세웅 신부와 주진우 기자의 현대사 콘서트’를 처음 시작하실 때, 총선을 앞둔 시점이었어요. 다행히 선거 결과가 좋았죠. 그 기운 그대로 내년에도 큰 일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주진우 : 신부님이 큰 일을 하시고요. 저는 따라다니는 거죠.

 

끝까지 선을 그으시는군요(웃음). 신부님은 어떠세요? 내년에도 기자님과 함께하는 활동을 계획하고 계세요?


함세웅 : ‘쪽말교’(쪽팔리게 살지 말자, 주진우 기자 팬클럽)가 살아있는 한 교를 번성시켜야겠죠(웃음).


주진우 : 아직 큰 계획은 없는데요. 일단 책을 잘 팔아보고, 내년에 그리고 중요한 고비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할 생각이에요. 신부님이 나서시면 저는 무조건 따라가기 때문에, 분명히 어떤 큰 계획들이 진행되겠죠.

 

<나꼼수>가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던데요?


주진우 : 아뇨, 이 책을 위해서 한 번 오는 거예요. 제가 방송을 하거나 다른 건 안 하고요. 다른 사람들은 다 방송을 해서 살림살이가 괜찮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무것도 안 하고 취재비로 돈을 다 쓰기 때문에 항상 월급이 부족해요. 그래서 저의 경제 상황을 감안해서 <나꼼수> 사람들이 한 번 모여서 북 콘서트를 열어주는 겁니다.

 

내년을 위해서 <나꼼수>가 무언가를 해주길,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나요?


주진우 : 아직은 (계획이) 없어요. 『악마 기자 정의 사제』를 위해서 한 번 모이는 건데, 그 다음 계획은 없어요.

 

‘과연 세상이 예전보다 나아지기는 한 걸까’, ‘지금 우리 상황이 나아지고는 있는 건가’ 하는 생각에 좌절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지금 저희는 어디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함세웅 : 역사에서도 찾아야겠지만 자기 안에서도 찾아야 될 것 같아요. 어느 시대나 기본적인 인간의 조건은 똑같거든요. 신학적으로 접근해 보면 인간은 다 개인주의, 탐욕, 이기심이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타인과의 관계, 공동체의 관계 속에서 승화시키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가 제 자리에서 아름답게 최선을 다하면서 정직하게 이웃을 배려하면서 살아가야 하고, 잘못된 사회와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돼요. 타자를 생각하지 않고 이기심에 매몰될 때 그 사회는 후퇴할 수 있겠죠. 우리 각자가 희망이거든요. 성서적으로 말씀드리면 우리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模相)이에요. 하느님의 닮은꼴이에요. 내 안에 신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그것을 깨닫고 발견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해요.

 

신념을 가진 적은 수의 사람들만으로 변화가 생길까요?


함세웅 : 1945년 해방이 되었을 때 일제와 맞서 싸워서 독립운동을 펼쳤던 독립군들은 5천명 정도였대요. 물론 그 전에 순국선열들이 많이 계셨지만 당시에 2천만 명 중에서 5천 명 또는 만 명만이 목숨 걸고 싸웠어요. 그 분들이 우리 민족의 얼입니다. 지금 우리 5천만 겨레가 모두 다 앞장서서 싸울 수 없겠죠. 거기에서 살아있는 만 명, 2만 명이 계신다면 아름다워질 수가 있을 거예요. 선현들의 가르침과 같이, 물이 아무리 흐려졌어도 깨끗한 물 한 방울이 떨어지면 그 한 방울만큼 깨끗해지는 겁니다. 한 방울, 두 방울, 세 방울, 깨끗한 물이 떨어져서 혼탁한 우리 사회를 맑게 바꿔줬으면 좋겠어요.

 

기자님,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없으세요?


주진우 : 저는 한국 현대사에 대해서 굉장히 회의적인 시각이었어요. 친일파들이 아직 권력을 잡고 있고, 독재자의 딸이 아직도 정권을 잡고 있고, 그 사람들한테 아부하는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살고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 함세웅 신부님 같은 분들, 고문과 징역에도 전혀 굴하지 않고 활동했던 분들이 계셔서 한국 현대사가 이렇게 옳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 현대사를 잘 보면 희망을 갖고 긍지를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어요. 패배의 역사가 아니라 희망의 역사가 분명히 보이고 우리 역사는 도도히 흘러간다고요. 독재가 군부가 아무리 누르더라도 한국은 앞으로 나아간다, 그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악마 기자 정의 사제함세웅,주진우 공저 | 시사IN북(시사인북)
함세웅 신부와 주진우 기자 두 사람이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를 숨 가쁘게 돌며 현대사 얘기를 나누었던 ‘속 시원한 현대사 콘서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함세웅 신부의 풍부한 식견과 정의감이 주진우 기자의 재기발랄한 현장 취재 경험과 버무려진 재기발랄한 통찰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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