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페이스북이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기 제조업체 오큘러스를 20억 달러(한화 2조 3천억 원)에 인수했다. 오큘러스의 공동창업자였던 서동일은 연봉 1억 8천만 원을 받는 페이스북 자회사 한국지사장이 되었다. 지분으로 80억 원을 즉시 받고 5년 동안 일하면 70억 원을 받는다는 조건이었다. ‘조’와 ‘억’이 나오는 이 문장에서 사람들은 모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70억 원을 받기도 전 서동일은 다시 페이스북을 나왔다.
사람들은 잘못된 길이라고 말했지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손꼽히는 캐나다 주립대학을 졸업했지만 연봉 2,000만 원을 받는 게임회사에 들어갔고, 정부 산하기관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다가 4대 보험도 없는 회사에 들어갔다. 합병으로 글로벌 기업 최연소 부장이 되었지만 다시 그 자리를 걷어찼다. 지금은 계속 적자상태인 ‘볼레 크리에이티브’를 운영한다. 이유는, ‘그건 내 인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은 돈이었지만 『그건 내 인생이 아니다』서동일 저자의 선택 기준은 꿈이었다. 부모 세대의 20세기 지도에서는 노력을 통해 ‘바늘구멍 같은 톨게이트’를 지나갈 것을 주문했지만,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21세기에서는 같은 지도가 통하지 않는다.
“기성세대가 말하는 ‘정답’은 정답이 아니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 21세기형 내비게이션을 보여주기 위해서, 낡은 가치의 협박과 압박에서 절망하지 말고 새로운 가치로 이동하라고 말하기 위해서, 다시 꿈을 실천함으로써 존재하라고 말하기 위해서 이 책을 쓰고 있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왜 환영받지 못한 선택을 했는지 보여주는 것이 내 제안의 시작이다.” -15쪽
미쳤다는 표현을 많이 들었어요
제목이 ‘그건 내 인생이 아니다’ 예요. 저자님이 생각하신 제목인가요?
후보 중 하나는 ‘그렇게 살아 그게 네 인생이라면’이었어요. 많은 자기 계발 서적이 훈수를 두잖아요. ‘나는 이렇게 살았고 이렇게 사니까 잘 되더라.’,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 그건 그 사람의 성공 방식이지 독자의 성공 방식은 아닌 경우가 많더라고요. 자기 인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다른 것에 도전하는 게 맞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저는 하나의 예인 거죠. 에필로그에 써 놓은 ‘텐 코어’ 프로그램도 단순히 잘났으니까 본받으라는 말이 아니고, 꿈을 꾸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새로운 삶을 모색해 보라는 의미로 쓴 이야기입니다.
스스로 운이 좋은 편이었다고 쓰셨는데, 아무래도 가장 큰 운 중 하나는 오큘러스의 페이스북 인수였을 것 같아요. 그때 기분은 어떠셨어요?
실은 묘했죠. 아주 좋았다기보다 지금 파는 시점이 맞을지 고민했어요. 회사의 값어치가 더 클 수 있었을지 모르니까요. 좋은 예로 페이스북도 예전에 야후에게 1조 원 정도의 금액으로 매각을 제안 받았어요. 주커버그는 회사를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라며 매각을 과감히 포기했는데, 지금 페이스북은 이미 220조 넘는 가치를 지닌 회사가 되었고, 주커버그는 개인 재산만 30조가 넘는 사람이 되었죠.
주변에서는 많이 부럽다고 하셨었죠?
처음에 오큘러스에서 일할 때는 미쳤다는 표현을 많이 들었어요. 사람들은 누군가 어떤 길을 가려고 할 때 좋지 않은 길이라고 판단하면 보통 걱정을 해요. 되든 안 되든 훈수를 두고 싶어 하죠. 안 되면 ‘거봐, 내가 안 된다 그랬잖아’라고 반응하지만, 되면 ‘내가 너 될 줄 알았어’가 되거든요. 하지만 미래는 불투명해요. 누구도 정확하게 답을 줄 수 있는 수학 문제가 아니니까 답이 없는 걸 시도해 보는 거죠.
주변 반응에는 이제 초연해지실 것 같아요.
그렇죠. 살면서 주변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기도 해요. 특히 오큘러스 창업하기 전에 다녔던 오토데스크에서는 계속 있을 경우 여러 가지 좋은 조건도 제시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내 인생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면, 포기를 결정했어요.
제목으로 돌아와서, ‘내 인생이 아니다’에서 대표님이 생각하는 ‘내 인생’은 뭔가요?
어떤 것을 내 것이라고 정의 내리려면 내가 주체가 되어야 하고 결정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부분 우리 인생에서 하루 여덟 시간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잖아요. 그 직업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일과 매치가 된다면 그건 내 인생인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인데 해야 하고, 그 일 자체가 꿈에 가고자 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싫은 일이 아니라 그냥 하기 싫은 일일 때,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어떤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는 때가 있잖아요.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 여덟 시간의 소중한 낮 시간을 써야 하는데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틀린 방향으로 일하고 있다면, 그건 내 인생에 주체가 된 게 아니에요. 그때는 내 인생이 아닌 거예요. 직업을 포기하란 말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직업이 사업이 됐든 어떤 회사에 종속이 됐든 하고자 하는 일과 연결해서 하라는 거죠.
가상현실이라는 그림
종종 사람들은 ‘그래서 어떻게 가상현실을 만들 거냐’고 실현 방법을 질문합니다.
방법을 안다면 과연 그게 블루오션일까요? 그리고 방법을 안다고 해서 그게 항상 그 사람에게 기회가 될까요? 학교에서 강의하다 보면 앞으로 가상현실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뭘 공부해야 할지 물어봐요. 방법은 다양해요. 왜냐하면 가상현실은 융복합 산업이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산업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거든요. 그런 질문보다는 가상현실이라는 큰 그림을 보고 나서 이것이 잘 되려면 내가 지금 무엇을 할까를 고민하는 게 더 낫죠. 제가 슈퍼스타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황에 따라 다르겠죠?
그렇죠. 나는 노래를 잘하는데 연기하라고 그러면 힘들잖아요. 자기에게 맞는 역할을 가지고 어떻게 할 수 있을까가 고민이 되어야지 누군가가 답을 정해주고 이 일을 하라고 하는 건 답이 아닐 수 있잖아요. 자기의 특기는 자기가 제일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질문을 던지기보다 하겠다고 마음먹은 일을 하기 위해 현재 이뤄지는 일을 분석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해 봐야 해요.
가상현실의 기술 자체보다 콘텐츠가 더 관건이라고 하셨어요.
국내에서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대중화된 이유는 모두의 스마트폰이 다 달랐기 때문이에요. 기기는 같았지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개인의 취향과 요구에 의해 자기가 맞춰나가는 거잖아요. 모든 스마트폰 중에 똑같은 스마트폰은 없어요. 그게 콘텐츠예요.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기본적인 기술, 최소한 특정 장소에 있다는 느낌을 주는 기기로서는 이미 어느 정도 개발이 되어 있어요. 그러면 기술을 부흥시키는 방법은 사람의 요구를 충족하는 콘텐츠가 나와줘야 해요. 사람들이 가상현실 시장에 관해 이해하고 어떤 혜택이 있는지 알려고 하면 실제로 해봐야 하는데,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위로 실제 경험할 수 있는 거죠.
가상현실 시장으로 인해서 다른 컴퓨터 기술에도 영향이 클 거라고도 하셨는데요.
수확체감이라는 용어가 있어요. 열심히 R&D에 투자해서 결과물을 좋게 만들었는데, 그 결과가 소비자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을 때를 말합니다. 그런 사업의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폰 화면에 들어가는 액정 화면이에요. 애플은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삼성은 갤럭시 S5부터 풀HD 패널을 도입하면서 그 뒤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로 크게 선전하지 않아요. 소비자와 완성 업체가 굳이 지금보다 더 좋은 디스플레이를 쓴다고 해서 고객의 눈에 더 선명함이 느껴지지 않거든요. 가상현실 기기를 체험해보시면 아직 해상도가 많이 부족해요. 부족한 해상도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기술 수준이 더 높아져야 하고, 새로운 기술의 먹거리 중 하나가 가상현실 시장이 될 수 있어요. 마이크로칩 생산 회사 차원에서도 가상현실이 필요로 하는 많은 연산능력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칩을 개발하는 계기가 되겠죠.
생산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인데, 아직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시장이에요.
IT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결국 남는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일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는 생산성, 그리고 이 기술을 가지고 현재 하는 일을 더 싸게 할 수 있는 비용 절감성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어요. 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면 하드웨어는 바뀔 수 있어요. 지금 가상현실 기기의 한계를 볼 게 아니라 시장 자체가 가져오는 변화를 볼 수 있다면, 생산성과 비용절감을 잡기 위해서 그게 5년이든 10년이든 이 분야의 연구와 요구는 계속 증가할 거라는 거죠.
20세기와 21세기의 내비게이션은 다르다
IT업계는 다른 직종에 비해서 속도가 굉장히 빠르잖아요. 불안하지 않으세요?
불안하죠. 몇 달 전 이야기한 일이 거짓말이나 잘못된 예측이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정체해 있다고 해서 세상이 안 변하는 건 아니거든요.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전지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인공지능 변호사가 일을 보고 인공지능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는 시대예요. 50대라면 의사와 변호사라는 직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20대의 지금에서는 그 방법이 맞을까, 그런 고민을 해볼 수 있겠죠.
‘4차 산업혁명을 꿈꾸는 몽상가 서동일’이라고 표지에 쓰여 있지만 책이 4차 산업혁명만을 다루고 있진 않더라고요. 젊은 세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견해가 반반인 것 같아요.
인공지능, 3D프린터, 가상현실 등의 첨단 IT 산업이 일반 산업과 연결되면서 만들어진 게 4차 산업혁명이에요. 결국 이런 기기가 스마트화되고 인간의 지능을 대체한다면 젊은이로서, 20대로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자기 미래를 꿈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50대라면 변화가 완전히 오기 전에 지금 직장을 다닐 것이고, 40대는 정년 즈음에 영향이 있을 거예요. 30대는 한창 커리어를 만들어 나갈 때 4차 혁명을 맞이하고, 20대는 아예 지금부터 다른 내비게이션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방향을 바꿔야 한다면 제가 가진 지식을 나눠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했어요.
젊은 친구들과 같이 일하시는 편인가요?
게임업계 쪽 일을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들 젊어요. 특히 큰 계기가 된 게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처제인데요. 소위 말하는 명문대 경영학과에 다니지만 젊은 세대만의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에 가야 한다는 이정표를 부모에게 받았는데, 미래가 불투명하고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저희 처제만의 문제는 아닐 거예요.
4차 산업혁명을 눈앞에 둔 지금을 ‘불타는 유조선’으로 비유하셨습니다. 살기 위해서는 바다에 뛰어들어야 한다고요.
아디다스 같은 회사는 3차 산업 때 공장을 해외로 옮겼어요. 단가를 낮추려면 싼 노동력이 있는 곳에서 대량 생산을 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까 물류비용이 증가하는 거죠. 노동력이 비싸지자 아디다스는 3D 프린팅 기술로 600명이 했던 작업을 50명이 하게 만들고 해외에 있던 공장을 다시 독일로 가져옵니다. 예전에는 평준화된 신발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개인화된 신발을 만들죠. 이렇게 산업계가 변한다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젊은 사람들의 직장은 없어질 수밖에 없어요. 불타는 배라는 표현은 결국 내가 빨리 이동해야 한다는 걸 말씀드리는 거예요. 배 위에 내가 설 자리가 없다면 오히려 망망대해로 뛰어드는 게 오히려 살 기회가 높아진다는 거죠.
좌절이나 불안을 넘어 꿈이 이루어진다고 쓰셨는데, 저자님도 좌절을 느낄 때가 있었을 것 같아요.
어릴 때 유학을 가면서 언어가 통하지 않아 좌절할 때도 있었고, 원하던 대학에 떨어지면서 좌절도 맛봤죠. 지금도 사업하면서 좌절감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도 1년 3개월째 열심히 돈을 쓰고 있어요. 자본을 태우고 있죠. (웃음)
지금은 가상현실 기기 업체 ‘볼레 크리에이티브’의 대표 자리에 계시잖아요. ‘볼레 크리에이티브’는 몇 년 내에 자리를 잡게 될까요?
해볼 때까지 해보는 거고요. 안 되면 빠르게 접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겠죠.
사업에는 특히 위험이 따르죠.
애플이 아이폰7을 만들면서 에어팟 구매 의사를 물었더니 10% 정도만 산다고 응답했대요. 애플이라는 날고 기는 기업도 어떤 제품을 기획했을 때 소비자에게 외면당할 수도 있는 거죠.
가상현실 말고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가상현실과 인공지능은 도구예요. 제가 하고 싶은 건 세상의 외로움을 조금 줄여보고 싶다는 것이거든요. 세상의 외로움을 줄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죠. 꿈은 구체적으로 뭐가 되고 싶다는 게 아니라 무엇을 이뤄내고 싶다는 소망이라고 봐요. 인공지능을 개발하려다 실패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궁극적으로 사람의 외로움을 줄이려면 새로운 사업 아이템 투자뿐만 아니라 NGO에 가입해서 봉사활동을 하는 걸로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꿈이 축구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는 거라면, 축구 선수가 될 수도 있고 축구 코치가 될 수도 있죠. 가상현실은 방법의 하나일 뿐이에요.
하다 보면 이게 꿈이었구나, 하고 깨닫는 게 아닐까 싶어요. 맨 처음 목표가 외로움을 줄이고 싶다는 건 아니었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자기 꿈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꿈을 꿀 수 없다고도 생각해요.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기 바쁘고, 책상에 앉아 시키는 일을 하고, 야근하고, 집에 돌아와 자고, 주말에는 뻗어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쳇바퀴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언제 앞으로 어떻게 내 인생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꿈을 꿀 수 있죠? 저는 꿈이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많은 사람이 그래서 꿈을 못 꾸고 인생이 힘들다고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꿈을 꾸게 된 시기가 있나요?
2006년에 한국에 들어오면서 아까 말했던 쳇바퀴 생활을 했었어요. 이게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라서 하는 건가, 정말 이렇게 인생을 사는 것이 맞나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대표의 위치에서 책임감이 더 커졌을 것 같아요. 직원 관리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으신가요?
제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관리를 믿지 않는 편이에요. 어떤 큰 꿈을 같이 공유하면 그 꿈을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 몇 시에 출근해서 몇 시에 퇴근했는지, 오늘 일은 얼마나 했는지 관리하는 건 무의미하지 않을까요? 저도 회사 다닐 때 일하기 싫으면 인터넷 서핑하고 커피 마시러 나가고 그랬거든요. 하루 여덟 시간 내내 앉아서 일할 순 없어요. 사람은 정말 즐거운 일을 할 때 제일 잘하는 게 맞아요. 그럼 관리하기보다 같이 꿈을 꿀 수 있게 하고 그걸 언제까지만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좋다는 생각을 해요.
젊은 세대가 용기를 가지는 꿈
자녀분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곧 셋째가 나와요. 세 살 터울씩 일곱 살, 네 살, 한 살입니다.
자녀에게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게 하는 편이신가요?
네, 자유롭게 쓰게 하고 있어요. 어머니 세대에서는 할아버지가 영화관을 조숙한 숙녀가 갈 곳이 아니라고 가르쳐주셨어요. 하지만 제가 자랄 때 영화는 당연히 소비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가 되었어요. 지금은 스마트폰이나 PC게임을 부모들이 이해하지 못해요. 자신들이 자랐을 때 겪었던 놀이 문화가 아니거든요. 사람들은 겪어본 적 없는 문화에 대해서는 배타적이에요. 저는 제 아이들이 기기를 사용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느끼게 교육하는 게 낫지, 그걸 사용한다고 더 바보가 되거나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 세상을 통해 저희가 보지 못했던 아이디어와 저희가 느끼지 못했던 생각을 할 수 있어요.
아이들을 어떤 식으로 교육하고 싶나요?
일단 제가 아는 세상을 알려주고 싶진 않아요. 스마트폰이 저희 인생을 바꾸기 시작한 건 불과 5, 6년 밖에 되지 않아요. 앱 생태계가 활발해지고 인간과 인간을 잇는 연결 채널이 굉장히 다양해지면서 생활방식이 바뀌었잖아요. 그러면 앞으로 다가올 기술에 의해서 또 생활스타일이 바뀔 거예요. 제가 아는 지식, 지금 잘 나가는 것들을 아이들에게 알려 줘도 그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는 나이가 되었을 때는 다른 세상이 되어 있을 거예요. 지금은 사교육을 더 시키고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건 아니라고 봐요. 변화를 포용하는, 변화에 맞게 적응하는 힘을 길러 주는 게 오히려 더 중요해요. 전문지식보다는 앞으로 여러 가지 지식을 모아 선을 만들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질 거예요.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아버지가 저에게 엄청나게 두꺼운 동아대백과사전을 주셨어요. 지금은 구글이면 끝나요. 그럼 전문지식을 달달 외우기보다 그런 지식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만드는 일을 하는 게 좋다고 보거든요. 앞으로는 전문지식을 가진 스페셜리스트보다 사회적, 정치적, 인문학적 관점을 다 이해하는 제너럴리스트가 필요할 겁니다.
기성세대로서 젊은 세대에게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월급과 내 인생을 바꾸는 건 아니라고 썼는데, 직장을 가지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에요. 다시 한번 강조하면 인생의 주체가 나여야 한다는 것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직장을 잡는 일이든 창업을 하는 일이든 사회적 변화에 항상 촉각을 세우고 자신이 가져야 할 내비게이션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젊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헬조선이라고 포기하기보다 그 속에서 그래도 뭔가를 찾아낼 수 있는 걸 계속 찾아봐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저도 기성세대로서 그런 꿈을 지지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또 하나의 꿈입니다. 저 같은 사람을 모아서 젊은 사람들의 꿈을 지지해주고 젊은 분들도 용기를 가지는 게 제 소원이에요.
나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가 되고 싶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내가 기성세대가 보기에 황당한 선택을 했듯이, 청춘들의 황당한 꿈을 구체화시키는 작업을 함께하면서 그들을 돕고 싶다. 이것이 내가 성공을 하려는 이유 중 하나다. - 56쪽
그건 내 인생이 아니다서동일 저 | 프레너미
이 책은 2014년 페이스북에 의해 20억달러에 인수된 VR 회사 ‘오큘러스’의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볼레 크리에이티브 서동일대표의 인생의 가치와 꿈에 관한 이야기이다.왜 꿈을 꾸고 그 꿈을 선택해야 하는지, 가상현실, 증강현실이라는 새로운 세계의 전개양상을 통해 실제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