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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리’ 박순찬 “이 만화, 박근혜 대통령에게 주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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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경향신문>에 연재를 시작한 박순찬 화백의 ‘장도리’는 매일의 역사를 네 컷 안에 응축한다. 그의 촌철살인은 시간의 무게에 닳기는커녕 오히려 더 날카롭게 벼려진 듯하다. 그것은 이 사회가 뜨겁고 치열할수록 점점 더해지는 것으로 작금의 사건들을 다룬 화백의 만화는 연일 ‘갓도리’로 불리며 인터넷을 달군다.


화백은 2009년부터 신문에 연재한 만화들을 책으로 묶어왔다. 『삽질공화국에 장도리를 날려라』, 『나는 99%다』, 『516 공화국』, 『세월의 기억』, 『헬조선에 장도리를 던져라』를 거쳐 새 책 『굿바이 사이비 전성시대』를 출간한 박순찬 화백은 “알고 보면 사이비였던 것들이 너무 많”았다며 이번 책 제목을 가리켜 모든 사이비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말했다. 짓밟히는 민주주의, 경제성장과 종북이라는 거짓된 딱지, 변함없이 열악한 환경을 사는 노동자들을 예민하게 그려낸 네 컷 만화에는 짧지만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청와대를 깔고 앉아 돈과 주사를 쥐고 있는 최순실과 뭔가에 홀린 듯 초점 없는 눈빛으로 조종당하는 박근혜 대통령, 각종 과일을 위에 퍼나르는 개와 돼지들까지, 이번 책의 표지를 장식한 박순찬 화백의 작품 「사이비 전성시대」는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다. 굿바이. 다가온 새해에 우리는 이 모든 것들과 작별을 고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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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빠르게 촉각을 세우는 것


‘장도리’ 연재가 20년이 넘었어요. 정확히는 22년째를 맞고 있는데요. 그 시간동안 매일 같이 하는 작업이 결코 쉽지만 않았을 것 같아요. 소재 고민도 많을 것 같고요.

 

제 만화가 주로 뉴스를 소재로 다루어 신문에 연재하는 것이잖아요. 판타지, SF 만화가 아니어서요. 어떻게 보면 소재를 제가 정한다기보다 신문이 정하는 측면이 있어요. 신문에 연재하는 만화가들은 그런 흐름에 따라 중요한 게 무언지를 찾아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결국 결정은 만화가의 손에 달렸을 텐데 주제를 잡기까지 어떤 것들을 챙겨보세요?


예전에는 주로 신문 위주였는데요. 요즘은 인터넷을 많이 봐요. 인터넷으로 신문도 보고요. 매체나 커뮤니티도 워낙 많잖아요. 예전보다 좋아진 점은 다양한 면면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각계각층의 의견들을 볼 수 있죠. 게다가 댓글이 있잖아요. 예전처럼 일방적인 보도가 아니죠. 쌍방향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도움이 돼요. 과거에는 기자만 의견을 가지고 소비 되었다고 한다면 요즘은 댓글이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쌍방향으로 의견이 교환되죠. 다양한 의견들을 볼 수 있으니 만화에 담을 수 있는 것도 많아진 거죠.

 

말씀하신 다양성이라는 면이 중요할 것 같아요. 과거에 작업한 만화에 비해 지금 작업한 만화가 더 다양한 의견을 담고 있다는 점 말이에요.


그것은 제 만화뿐 아니라 신문 기사에도 많이 반영되는 것 같은데요. 최근에 여성 관련 문제가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과거 같았으면 기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남성, 그들이 접할 수 있는 사람들로 한정된 영역 안에서 나온 의견이 훨씬 많았을 거예요. 반면 요즘은 그런 장벽이 없어지다보니 여러 의견을 접할 수 있는 거죠. 남성도 그간 몰랐던 여성의 생각들, 아무리 여성과 대화를 하더라도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생각들을 직접 만나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알 수 있어요. 저 역시 취재가 어려운, 질문 던지기도 어려운 것들을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요. 그게 만화에 반영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성 문화 안에 남성의 목소리가 좀 더 많았다고 한다면 아직까지도 변화나 수용이 늦는 영역들이 많이 있는데요. 그런 점을 생각하면 ‘장도리’는 달라요. 빠르고 폭넓게 수용한다는 면에서 차별적이죠.


그것은 소위 창작활동이라고 하는 분야들, 음악이나 미술 등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가능한 빠르게 촉각을 세우는 것이 당연한 일이죠. 안 그러면 생명력이 없는 거죠.

 

자신의 만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대다수의 목소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가령 노동자라고 하면 지금은 의미가 확대되었지만 저는 생산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농민 역시 그런 분들이죠. 이런 분들은 몸을 써서 대가를 받는데 응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어요. 구조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죠. 착취의 개념일 수도 있지만, 구조적으로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이기도 해요. 저도 그 중 한 사람이고요. 노동자의 노력 덕택에 몸을 써 일하지 않고도 굶지 않고 있는 거예요. 때문에 당연히 저 같은 사람들은 다시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만화를 그리니까 그 다수 노동자와 농민들의 편에서 만화를 그리는 것이 당연한 거고요. 그것에 중요성을 많이 두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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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감정


현재에 관한 질문인데요. 요즘 많은 대목에서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시사만화를 그리는 입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시나요?


변화는 끊임없이 있다고 보는데요. 눈에 보이는 변화와 보이지 않는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지금 현재에 겪고 있는 모습들은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들을 하고 있는 거고요.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어야 그 다음에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도 따라올 수 있죠. 지금은 확실히 굉장히 중요한, 변화가 필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그것은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들의 역할이고요. 시민들의 의지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제가 예측할 만한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항상 있었던 변화들 가운데 지금 눈에 띄게 보인 변화란 구체적으로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사람들의 희노애락이라는 감정 중에서도 분노의 감정인데요. 광화문에 수백만이 몰리는 방식으로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실제로 사람들이 행동으로 옮겨서 거리에 모이고 촛불을 들었죠. 그런 식으로 분노의 감정을 보여줬고요. 우리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뜻을 행동으로 보여줬잖아요. 그런 것들을 일단 시각적으로 우리가 목격하고 있죠. 굉장히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경제성장, 반공을 ‘사이비종교’라고 칭하셨어요. 제목에서도 이 ‘사이비’를 말하고 있고요. 그러니까 만화가가 말하는 사이비란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것인가요?


목사가 아닌 사람을 목사라고 부를 때 앞에 사이비를 붙이죠. 언론이나 기자도 그렇고요. 그런 것들이 너무 많아요. 경제성장이라고 할 때 내세우는 게 ‘경제성장하면 여러분도 잘살 수 있다’예요. 하지만 실제 잘살게 되느냐 하는 부분에서 의문을 갖게 되죠. 잘산다는 건 행복해지기 위한 것인데 과연 행복해지고 있는 것인가 질문을 던질 수 있잖아요. 그렇지 않은 부분이 많다면 경제성장을 앞세우는 이유가 과연 다수의 노동자, 농민이나 다수의 시민들이 행복해지는 것이 실제 목표인가, 의문이에요. 이때의 경제성장은 소수의 이익만을 위해 가짜 구호를 내세운 사이비 경제성장이라는 느낌이 짙죠. 그런 의미에서 한 말이에요.

 

2009년부터 연재된 만화를 책으로 묶어왔어요. 순서대로 『삽질공화국에 장도리를 날려라』, 『나는 99%다』, 『516 공화국』, 『세월의 기억』, 『헬조선에 장도리를 던져라』에서 이번 책 『굿바이 사이비 전성시대』까지 제목만 봐도 시대의 흐름이 읽히거든요. 그렇다면 지금은 사이비에게 작별을 고하는 때라고 정리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일종의 바람도 있죠. 우리가 이번에 놀란 것이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직접 선출한 대통령의 배후에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있었던 거잖아요. 대통령이 알고 보니 가짜다, 이런 충격이 엄청났죠. 그런데 알고 보면 사실 그런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거예요. 그런 가짜, 사이비가 너무 많잖아요. 진짜라고 믿고 있었는데 알고 보면 사이비였던 것들이 너무 많아요. 진짜 성직자라고 생각한 사람이 알고 보니 장사꾼이었던 경우도 많고요. 언론은 사실을 보도한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니 아니고요. 아까 말한 경제성장도 그렇죠. 비단 대통령뿐 아니라 이런 것이 너무 많은데 그런 것들이 정말 상식대로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렇게 담은 거예요.

 

무엇보다 만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라면 민주주의의 위기일 거예요.


일단 이 만화를 보시고 뭔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면 저로서는 굉장히 고마운 일이죠. 보통 의견을 보거나 소통을 할 때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 텍스트잖아요. 그런데 텍스트라는 것도 간접적인 경험일 테고 거기엔 분명히 한계가 있죠. 텍스트로 표현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할 때 거기서 오류가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텍스트도 결국 인간이 만든 것이고, 실제 존재하는 것을 인간이 암호로 바꾸어서 표현한 거잖아요. 인간이 만든 상징을 실제 존재한다고 믿으면서 오류가 생기는 건데요. 때문에 그림이나 음악 등 여러 장르를 통해 세상을 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우리나라는 그런 면에서 많은 게 부족해요. 너무 텍스트 위주라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측면이 많아요. 결핍된 부분을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죠. 그림이나 여러 다른 수단이 동원된 표현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을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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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만화가로서의 역할의식이기도 하겠네요.


그렇죠, 사실 상식적인 이야기인데 만화를 통해서 보니 텍스트하고 다른,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경우가 있죠. 그런 역할이 만화가로서의 역할이고요.

 

 

전체 사회의 모습을 볼 기회가 점점 없어진다

 

이번 책에 묶은 작품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요?


글쎄요. 일 년 동안 작업을 하다보면 오늘 한 게 괜찮다, 내 마음에 든다고 생각을 해도 시간이 흐르고, 새로운 사건이 터지고, 그것에 대해 만화로 다루면 또 생각이 달라지거든요. 알고 보니 그때 했던 만화는 지금 생각해보니 아니다(웃음) 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서요.

 

그렇겠네요. 아직 최순실이라는 존재가 밝혀지기 전 시점의 만화를 지금 와서 지켜보는 느낌이 또 달랐거든요. 만화가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겠군요.


많이 달라요. 이게 스토리 극화 만화라면 또 다르겠죠. 극화라면 앞부분에서 이야기를 전개할 때 작가가 결말을 예상하고 이야기를 푸는 거잖아요. 그래서 복선도 두고, 여러 궁금증도 일으키면서 진행을 시키는 건데요. 이건 그게 아니니까요. 제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저는 따라갈 뿐이에요. 따라가면서 기록하고, 풍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작가의 의도가 많이 들어간 만화는 아니죠.

 

스토리 극화에 대한 계획은 없으신가요?


그런 욕심은 있죠. 만화가 입장에서 어떤 식으로든 여러 작업에 대한 욕심은 당연히 갖고 있는데요.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는 제 노력이 필요한 거죠.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는 것은 노력이 부족하다는 거겠죠. 하고는 싶은데 아직까지는 못하고 있어요.

 

표지에 수록된 그림은 ‘뻔한 그림’이라는 작업 중 하나잖아요. 전시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 책 뒷부분에 ‘뻔한 그림’ 전시 작품을 함께 수록했어요. 2016년에 전시회를 했는데요. 작품이 많지 않아서 열 개 정도를 조그맣게 전시 했는데요. 그 중 몇 개는 그동안 책 표지로 썼던 겁니다. 이번 책 표지도 비슷한 방식으로 그렸고요.


이 작업은 전통 회화 방식과는 다르죠. 현대 미술이라는 건 작가의 생각을 그림에 담는 건데요. 이것은 고대 벽화 방식을 차용했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현대 회화와는 그림의 목적이 다른 거죠. 기호, 문자로서 그림을 그린 거예요. 이 작업 방식 자체를 책 표지 작업을 통해 발견하게 된 건데요. 고대 벽화의 방식을 가져와서 지금 사회 모습을 담는 게 굉장히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풍자의 의미도 있고요.

 

이 작업은 계속 하실 계획인가요?


이런 작업은 무척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이 사회가 갈수록 분화되고, 전문화되다보니 내가 하는 일 외에는 신경 쓰기가 힘들죠.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로스팅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커피 내리는 사람이 따로 있어요. 그 사람은 그것밖에 모르죠. 자동차 바퀴를 만드는 사람은 바퀴밖에 몰라요. 자동차 전체를 알 수가 없죠. 우리 사회도 그래요. 자신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부분만 봐도 인생이 짧은 시기가 되었기 때문에 전체 사회의 모습을 볼 기회가 점점 없어져요. 저는 고대 벽화 방식을 빌려와서 전체 사회의 모습을 한 번에, 한 장면으로 보여주는 일이 정말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이런 작업을 하는 거고요. 물론 전체 모습을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어떤 정치적 문제나 사회적인 문제는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실제로 표지만 해도 하염없이 바라보게 돼요. 다양한 방식으로 읽어낼 수 있고요. 워낙 재료가 많이 들어간 그림이죠.


그렇게 재료를 가득 채우면서도 이것이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고 있느냐, 어떤 식으로 조직화되고 있느냐, 어떤 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담아보려고 하거든요. 그렇게 해서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한 눈에 구성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무엇이 어떤 식으로 우리에게 해를 끼치거나 혹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직관적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거예요. 과거에는 쉬웠겠지만 지금은 갈수록 어려워지거든요. 워낙 층위가 다양해지고 분화되고 있고 파편화되고 있기 때문에요. 그러면서 인간은 더 소외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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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을 통해 얻어내야


작업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해요. 정확히 만화를 그리고 있지 않을 때에도 만화 생각을 하시겠죠? 휴식과 일의 경계를 두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지금은 그나마 주 5일을 하고 있는데요. 주 7일을 한 적도 있어요. 초창기 때는 신문끼리 경쟁이 붙어서 몇 달을 그렇게 한 적이 있거든요. <한국일보>가 한 달에 두 번 쉬고 신문을 계속 낸 적이 있어요. 거기서 그렇게 시작한 걸 다른 신문들이 다 따라하는 바람에 한 달에 두 번 쉬고 계속 만화를 그린 적이 있어요. 그 후에도 계속 주 6일을 했었죠. 주 5일 시작한 게 얼마 안 돼요.

 

휴가도 많이 못 갔다고 들었어요.


예전에는 휴가도 거의 못 갔어요. 가더라도 미리 그려놓고 가고요. 그만큼 만화가의 노동환경이 많이 열악했어요. 그런 역사가 길어요. 그나마 휴가를 가게 된 게 <한겨레>에서 활동하셨던 박재동 화백 덕분이에요. 만화가도 사람인데, 인권이 있는데, 기자들은 휴가 갈 때 기사 안 쓰는데 왜 만화가는 휴가를 가도 만화를 그려놓고 가야 하느냐 한 거죠. 휴가 갈 때 만화 안 그리겠다, 그걸 최초로 선언하셔서 그때부터 일주일 휴가를 가면 ‘쉽니다’로 나오게 된 거예요. 박재동 화백이 시작하신 거예요. 뭐든지 다 그렇게 투쟁을 통해 얻어내야 했어요. 

 

당연한 건데 투쟁을 해야 하는군요.


신문에 만화 그리는 사람을 ‘화백’이라 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예요. 예전에는 만화라고 하면 아주 불온하고 저속한 오락거리로 여겼거든요. 그런 건데 신문에 만화가 들어갔단 말이에요. 그러다보니 신문에 들어가는 만화는 다른 만화와 다르다고 이야기를 한 거예요. 만화가 아니라 만평이고, 일부러 ‘시사’ 자도 붙여서 차별화 하고요. 또 여기에 만화를 그리는 사람들은 만화가가 아니라 화백이라고 말을 붙인 거예요. 어떻게 보면 그런 것도 다 사이비적이죠. 하지만 만화는 다 똑같은 만화고, 만화가는 다 만화가예요. 제가 신문에 만화를 그리자마자 화백이라고 하더라고요. 말이 안 되는 거죠. 보통 화백이라고 하면 몇 십 년 그린 분들을 붙이는 칭호잖아요. 참 슬픈 일이죠. 인정받지 못한 역사가 길어요.

 

지금은 인식의 변화가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사실 지금도 큰 변화는 없다고 보는데요. 만화라는 장르를 통해 표현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돈 위주로 생각한다거나 그런 인식이 아직도 많죠. 인식이 높아졌지만 그것은 산업적인 측면에서 그런 것이지 다른 차원에서 보면 아직도 조금 미진하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남아 있는 한계에 대해 선배로서 많이 생각하고 계시죠?


그런 의무감이 있죠. 그래야 후배들의 환경이 달라질 테고요. 저는 다른 것을 다 떠나서 만화가라고 스스로 생각해요. 우리나라에서 제 다음으로 만화를 그리는 후배들도 많고, 미래에도 만화 그리는 후배들이 많을 텐데요. 그들을 위해서라도 제가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박재동 화백이 휴가를 위해 싸우신 것처럼 저도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만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할 일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점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 책을 어떤 사람들이 꼭 읽어주었으면 하세요?


그래도 저는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거든요. 만화 싫어하는 사람에게 보여 봐야 받아들이지 않잖아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 보여줘야 그것도 보람이 있고 의미가 있는 거겠죠. 여기 제일 많이 등장한 사람 중 하나가 박근혜 대통령이잖아요. 그렇다고 제가 이 책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여주면 과연 볼지 의문이죠. 본다고 받아들일지도 의문이고요. 책도 100% 다 읽는다고 해서 수용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니까요. 많은 사람이 보면 좋겠죠. 그렇지만 그게 억지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도 책이 나온 걸 모르는 분들이 많을 텐데 그분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앞서 제목으로 시대를 읽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잖아요. 혹시 새해에 작업할 만화를 관통할 제목을 예측해볼 수 있을까요? 너무 어렵나요.(웃음)


알 수가 없죠. 내년에 책이 나올 수 있을지도 알 수가 없는데요.(웃음) 워낙 상황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잖아요. 특히 우리나라는 알 수가 없죠. 최순실 사건이 한참 터졌을 때는 하루 사이에도 어마어마한 일들이 막 터지고 급변하는 상황이 벌어졌거든요. 그럴 때는 어떤 구체적인 사안을 소재로 삼는다기보다 전체적인 맥락을 만화로 그리게 됐어요. 그래야 나중에 그 만화를 다시 봤을 때 오류를 줄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새해니까, 희망하는 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일단 희망적인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모습을 많이 겪고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많은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모이고 바꾸기 위한 노력을 보여줬죠. 그런 점에서 희망적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분명히 우리 사회가 소수의 주도가 아니라 다수 시민들의 행동이 뒷받침되어 같이 만들어 나가는 그런 사회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고, 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고요. 어떤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더라도 다수의 시민들이 계속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죠.


시민의 의무를 생각하면서 사는 게 중요해요. 잊을 때도 있지만 계속해서 잊지 않고 의무를 생각하려고 노력하며 사는 게 중요할 겁니다.


 

 

굿바이 사이비 전성시대박순찬 저 | 비아북
장도리의 대한국민 現在史 시리즈는 풍자와 재치가 담긴 촌철살인 표지로 출간 즉시 화제를 일으켜왔다.장도리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인 『굿바이 사이비 전성시대』 역시 특유의 신랄한 풍자와 재치를 담아내면서 놀라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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