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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세대갈등이 집단 게으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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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이라는 단어에서 어떤 이미지가 떠오른다. 후줄근한 실내복을 입고, 머리는 엉망인 상태로 바닥과 한 몸이 되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런 게으름과 TV나 스마트폰은 언제나 친구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을 열렬히 하고 있는 이런 게으름 내면에는 그러나 불안, 예민함, 분노, 절망, 외로움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자리한다. 때문에 정신과전문의 최명기는 『게으름도 습관이다』을 통해 이 게으름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몸과 마음이 극도로 피폐한 상태에서 게으름을 부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과감히 모든 일에 손을 떼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싫어하는 직장 상사가 시킨 일 앞에서 게으름을 피울 때 해결 방법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것만큼이나 직장 상사에 대한 분노가 게으름을 부른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일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게으르지만 사실 깊은 좌절에 빠져 있는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의 질책이 아니라 위로와 응원이다.


‘결석보다 지각이 낫다’


결국 이 한 문장이 남는다. 여러 가지 심리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며 게으름에 빠져 있는 모든 이들에게 꼭 필요한 한 문장. 하다가 그만두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 낫다는 이 생각만으로 변화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니 『게으름도 습관이다』는 당신의 게으름을 탓하지 않는다. “당신은 게으른 게 아니라 화가 나 있어요, 당신은 게으른 게 아니라 슬퍼요, 당신은 게으른 게 아니라 외로운 겁니다.”라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부지런해질까요?’는 올바른 질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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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의 이유


게으름이 심리, 성격, 감정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은 조금 낯설게 들리기도 해요.

 

현대사회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게으르다고 하는 사람은 없어요. 게으름을 피우는 동안 TV를 보든 스마트폰을 하든 무언가를 하죠. 흔히 생각하는 전형적인 게으름은 하루 종일 잠만 자는 거거든요. 그런 의미의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은 이제 없어요. 막상 게으르다면서 오시는 분들을 만나보면 다들 나름대로 이유가 있죠. 불안해서 아무것도 못하기도 하고요, 해봤자 소용이 없어서 못하기도 해요. 결국 게으름에는 나름대로의 감정적 이유가 있는 거예요.

 

게으름이 불안, 예민함, 분노, 외로움 등 여러 이유에서 기인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무엇보다 자기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겠어요.


맞아요, 만약 어떤 사람이 해도 안 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러다가 게을러져요. 그렇다면 그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게으름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해도 안 되는 일을 그만두는 거예요. 그만두고 될 것 같은 일을 하는 게 더 낫지요. 해도 안 되는 일을 해서 게을러진다면 게으름이 잘못이 아니에요. 그 게으름은 굉장히 합리적인 거예요. 오히려 그 일을 그만두지 않는 것이 비합리적이죠. 또 너무 불안해서 일이 손에 안 잡힌다면 더 부지런해질 것이 아니라 좀 쉬어야 하는 게 맞고요. 혹은 일하는 족족 빚을 갚아 돈이 하나도 없을 때 게을러지잖아요? 이 경우도 억지로 부지런해진다 해서 상황은 달라지지 않아요. 결국 게으름은 절망이든 슬픔이든 분노든 이유가 있는데요. 그 이유를 해결하지 않고 게으름을 해결하려고 하면 계속 자신만 탓하게 되는 거죠.

 

책을 쓰신 이유도 거기에 있겠네요. 


왜냐하면 게으르다고 오는 환자분들이 많거든요. 그런 분들은 보통 ‘어떻게 하면 부지런해질까요?’라고 질문해요. 그런데 그건 올바른 질문이 아닌 거예요. 그럼 제가 설명을 해드리죠. 당신은 게으른 게 아니라 화가 나 있어요, 당신은 게으른 게 아니라 슬퍼요, 당신은 게으른 게 아니라 외로운 겁니다, 이렇게요. 그러다보니 이것을 책을 통해서도 알려드려야 하지 않나 생각하게 된 거예요.

 

그런 분들이 많군요?


이런 경우도 있어요. 너무 부지런해요. 하루 열두 시간 일만 해요. 그런데도 돈이 부족해요. 이런 분들은 진짜 부지런한데 자기가 게으르다고 생각해요. 이때는 지금도 충분히 부지런하다고 알려드려야죠. 그런 분들에게는 차라리 게으름이 필요하거든요. 물론 가난 앞에 장사가 없어요. 절대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이 필요한 건 맞죠. 그렇지만 한편으로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 하는 거죠. 물에 빠져 허우적대도 못 빠져나올 때는 누가 던진 끈을 잡든지 해야 하는 거예요. 일단 부지런하게 살려고 하는 건 굉장히 중요하지만 방향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성과가 나는 방향,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죠. 그렇지 못하고 자신의 게으름만 탓하는 분들에게 다른 방향을 제시해줘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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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는 게으름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


많은 분들이 공감할 대목이라면 SNS가 아닐까 싶어요. ‘SNS에 시간을 빼앗기지 마라’라고 한 챕터를 두고 강조하기도 했거든요. SNS와 나의 대결에서 내가 주도권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종의 규칙을 제안해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은 안 하는 게 제일 나아요.(웃음) 유혹의 대상을 앞에 두고 참기란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대결을 하면 안 돼요. 피해 다녀야 해요. 그게 정답이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못해요. 그렇다면 그때부터 필요한 전략 역시 가급적 사용을 어렵게 만드는 거예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다면 스마트폰을 가방에 넣어놓고 보관함에 잠가 두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돼요. SNS를 안 하려고 계정을 없앴다가 다시 만들기도 하는데요. 저는 그것도 좋은 노력이라고 생각해요. 계정을 없애고 일주일 안 했다면 그게 안 한 거거든요. 계정을 없애고 만들기를 반복하더라도 절반은 안 하는 효과가 있는 거지요. 

 

SNS를 안 하기가 도저히 어려운 데에도 여러 원인이 있을까요?


네, 지루함을 못 참는 게 원인이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해 계획을 짜면 돼요. 집중력이 40분을 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이 40분도 굉장히 재미있을 때고, 대부분은 20분에서 30분을 안 넘어요. 이미 20분을 앉아 있었고 집중력이 달아났는데 한 시간을 앉아있어야 한다면 그때부터 딴 짓을 하는 거거든요. 그럴 땐 차라리 20분마다 해야 할 일을 바꾸는 게 현명하죠. 지루함을 없애면 SNS 할 일도 없거든요. SNS를 해서 시간이 없어진다고 하는데요. 지루함을 못 참는 사람이라면 어차피 집중하지 못한 시간은 없어져요.


타인의 반응에 민감한 게 원인이라면 대인관계의 폭을 적절하게 줄여야죠. 흔히 SNS를 많이 하는 사람이 실제로는 친구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밖에서 사람을 많이 만나고 다니는 사람이 SNS도 많이 해요. 밖에서 마당발로 다니는데 SNS만 줄이는 건 불가능한 거죠.

 

SNS를 자기표현의 도구로 사용하기도 해요.


그런 분들은 SNS를 통해 자기 존중감을 유지하는 건데요. 그러다보니 현실과 미래의 균형에 문제가 생겨요. SNS에서 사람들이 막 ‘좋아요’를 하면 현재의 자기 존중감은 유지되지만 그 때문에 다른 걸 못하고, 업적이 없다보니까 미래의 자기 존중감은 손해를 보게 돼요. 그런 경우는 당장 SNS를 끊지 못하더라도 현실에서 사람들이 그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면 SNS를 자기 존중감의 도구로 사용하는 게 줄어들겠죠. 결국 SNS는 그 자체가 원인이 아니라 하나의 증상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게 중요해요.

 

저자는 SNS를 안 하세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아서 할 수가 없어요.(웃음)

 

저자 역시 게으름 때문에 고민스러운 경우가 있지 않았나요?


매일 고생하죠. 책을 쓰다가 생각이 잘 안 날 때가 있잖아요. 그러면 당연히 컴퓨터 켜고 음반 쇼핑몰에도 들어갔다가 TV도 돌려봤다가 한참 이것저것 하죠.(웃음) 그게 사실은 어쩔 수가 없는 거예요. 뇌는 힘이 들어도 눈에 안 보이잖아요. 몇 시간 운동을 하면 더 이상 지쳐서 못 하는 건 당연한데 정신노동은 무한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해요. 그러나 정신노동을 하다 게으름을 피울 때는 이미 안 될 때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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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존감을 깎는 사람과 거리를 둬라


몇 가지 주요 대목을 짚어보고 싶어요. 먼저 자존감 이야기예요. ‘내가 잘하는 것이 하나는 있어야’한다고 했거든요. 이것이 게으름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자존감 자체가 어떤 효용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인간은 대부분 잘하는 걸 할 때 부지런해져요. 게으름을 벗기 위해서는 내가 가급적 잘하는 것을 해야 해요. 세상을 내가 못하는 것들로 쌓아 놓으면 막연히 계속 게을러져요. 나는 게으른데 노래방만 가면 점수도 잘 나오고 다들 가수 해보라는 소리를 해요. 그럴 때 뭐든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아지잖아요. 그런 게 한두 가지 쯤은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것을 직업에 연관시킬 수 있으면 더 나을 수도 있고요. 그러나 금전적으로도 힘들고, 외모도 별 볼 일 없고, 잘하는 것도 아무것도 없으면 아무리 연습해도 자존감은 안 올라가요. 아무리 책을 읽어도 자존감은 안 올라가죠. 자존감을 올리기 위해서는 정신력도 중요하지만 현실을 조금이라도 올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겠죠. 현실이 조금씩 올라가서 ‘나도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 때 게으름도 조금씩 줄어요.

 

현실이란 경제적 측면을 이야기하는 것일 텐데요. 현실을 개선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경우가 있잖아요. 그러다 좌절하고 다시 게을러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고요.


가난하면 자존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에요. 그러나 가난해서 자존감이 떨어지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내가 가난하고 무능력하다는 사실로 나를 비난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예요. 부모님이 흔히 ‘우리 아이는 공부도 못하고 자존감이 너무 낮아요’라고 하죠. 그러나 아이는 공부를 못해서 자존감이 낮은 게 아니에요. 공부를 못한다고 야단치니까 자존감이 낮아지는 거예요. 마찬가지죠. 현실은 바뀌지 않을 수 있어요. 이때 내가 능력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가급적이면 내가 능력이 없다고 나를 비난하는 사람을 멀리해야 해요. 보통은 그게 부모죠. 나의 현재를 낮게 평가하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더 비참해져요. 때문에 나를 괴롭히고 나의 자존감을 깎는 사람과 거리를 둬야 해요.

 

자존감을 깎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일 경우에 거리 두기가 참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만약 나를 무시하는 사람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면 어떻게든 그 사람으로부터 조금씩 독립하는 방법을 찾는 게 좋아요. 그러다보면 자존감도 올라가거든요. 딜레마죠. 의존하면서 무시를 당해 자존감을 낮출 것인가, 현재 조금 힘들고 괴로운 선택을 하더라도 자존감을 유지할 것인가 사이에서 말이에요. 결국 나의 경제적 상황은 바뀌지 않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나의 심리적 상황은 일정 부분 내가 선택할 수 있어요. 물론 거기에는 불안과 시련이라는 희생이 따르지만 자존감을 올리기 위해서는 내 자존감을 깎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것만큼 확실한 게 없어요.

 

부모님과 거리를 두고 지내는 걸 도무지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시겠어요?


사실은 덜 보는 것만으로도 훨씬 편해져요. 우리가 일을 하면 자존감이 올라간다는 것도 부모님 눈치를 안 보니까 자존감이 올라가는 이유가 상당히 크거든요. 가끔 진짜 불행한 결혼을 하는 분들이 있어요. 부모님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도구로 결혼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그런 분들은 결혼이 불행해도 이혼 결정을 하기가 어려워요. 원가족도, 현가족도 지옥이니까 이 결혼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하죠. 그렇지만 부모님도 자식과의 거리를 어느 정도 두는 게 현대사회에서는 맞아요. 자식도 마찬가지고요. 어르신들도 ‘자식 리스크’라는 말을 많이 쓰잖아요. 부모가 자식에게 무한 지원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잖아요. 대신 자식도 부모를 무한 존중할 수가 없는 세상이 된 거예요. 지금은 그 거리를 확보해가는 세상이죠. 부모님을 좀 덜 봐도 상관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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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석보다 지각이 낫다


지금까지의 이야기에서 책 속의 문장 하나가 떠올랐어요. ‘결석보다는 지각이 낫다’ 라는 말인데요. 


그럼요, 진짜 현실적인 거예요. 우울증에 걸리면 아침에 아무것도 못해요. 아무리 일찍 자리에 누워도 새벽이 돼야 잠이 오거든요. 가만히 누워 있으면 죽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게임을 하는 거죠. 어찌 보면 게임을 해서 늦잠 자는 거지만 우울증 환자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게임이나 인터넷, SNS도 하기 싫어지잖아요? 그때가 죽고 싶어지는 때예요. 그런데 부모님들은 우울증인 아이들을 어떻게든 일찍 깨워서 학교에 보내려고 해요. 하지만 우울증 때문에 오후 한두 시까지는 아무것도 못하거든요. 그러다가 서너 시가 되면 좀 할만 해요. 그때는 학교를 갈만 하지만 서로 싸우다가 결석하게 돼요. 학교의 탓도 있죠. 학생이 두세 시에 와서도 출석부에 도장을 찍을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지각하면 안 돼, 라고 하면 결국 학교를 그만 두게 돼요. 부모도, 학교도 학교에 나오기만 하면 돼, 라고 하면 학교를 졸업할 수 있어요. 지각을 했다는 건 그만큼 노력했다는 의미기도 하니까요.

 

여러 대목에서 그것을 강조하고 있었어요.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하다가 그만두는 게 낫다는 말이요. 꽤 중요한 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뭐든지 그래요. 그나마 하려고 했던 거니까요. 그런데 주변에서는 게을러, 끈기가 없어, 라고 해요. 한 것을 칭찬하지 않고 그만둔 걸 탓해요. 물건 훔치는 아이가 있었어요. 육 개월을 안 훔치다가 다시 훔쳤어요. 이 아이는 육 개월이나 참은 거거든요. 처음 한두 달은 칭찬했어요. 그런데 육 개월 정도 지나면 칭찬을 안 해주거든요. 그러다가 물건을 훔치면 난리가 나죠. 비슷하게 며칠 부지런했다가 어느 하루 게으름 부리면 주변에서 막 야단을 치거든요. 그럴 때 당사자는 생각하죠. 이왕 버린 몸 그냥 막 나가자, 가 되는 거예요.

 

매순간 완벽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그럴 수 없기도 하고요. 그 사실을 모두가 주지하면 좋겠어요. 


연탄을 때던 시절에는 절대 연탄불을 꺼뜨리면 안 됐어요. 연탄을 계속 갈아야 하죠. 어떻게 보면 이것도 했다가 저것도 했다가 하는 것은 연탄을 가는 걸로 볼 수 있어요. 대신 불은 안 꺼져요. 나의 꿈을 쟁취할 때까지, 인생 목표를 찾을 때까지 열심히 준비만 해야지, 라고 하면 그 사이 연탄불이 꺼져버려요. 하다가 그만두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 나아요. 하루를 일하다 그만둬도 하루 일당은 벌잖아요. 만약 엄청나게 돈을 투자하거나 엄청나게 위험한 일이거나 엄청나게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니면 뭐든지 해보고, 안 되면 그만 두는 게 제일 현명한 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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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데 게으르다고 착각하는 사람들


어떤 사람들에게 이 책이 꼭 필요할까요?


자신이 불행한데 게으르다고 착각하는 분들이요. 가끔 환자 분들을 보면 너무 불행해요. 제가 그 입장이면 죽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찾아오는 이유가 ‘죽을 것 같이 괴롭다’가 아니라 ‘난 게을러서 문제다’예요. 저는 그런 분들이 이 책을 꼭 봤으면 좋겠어요. 게으른 게 아니라 불행한 거였구나, 왜 불행한지 보니까 외로워서 불행했구나 혹은 억울해서 불행했구나, 슬퍼서 불행했구나, 너무 괴롭힘을 당해 절망에 빠져서 불행했구나, 하는 것을 안 다음에 그것을 해결함으로써 게으름을 해결하셨으면 좋겠어요.

 

병원을 찾는 환자 분들에게서 특히 요즘 많이 보게 되는 특징적인 면도 있나요?


세대갈등이요. 이 갈등은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거예요. 부모님 시대는 고성장 시대였거든요. 도박판에서 밑천이 두둑하면 무조건 이긴다고 하잖아요.(웃음) 1970년대에는 용기를 밑천으로 이겨낸 사람들이 굉장히 많죠. 그분들은 지금 젊은 세대가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용기만 있으면 되는데 말이에요. 그때는 차가 100km로 쌩쌩 달리니까 용기만 있으면 추월해 가면 되는 거였고요. 가다가 사고 나도 죽지만 않으면 또 달리면 됐어요. 지금은요, 차가 전부 10km로 달려요. 여기서는 70km로 달리면 사고가 나죠. 20km 달리는 것도 굉장히 빨리 잘 달리는 거거든요. 그런데 부모 세대가 보기엔 너무 답답한 거예요. 그런 갈등에 놓인 분들이 되게 많아요. 자식이 나보다 잘 안 됐을 때 자식에게 필요한 건 위로예요. 위로가 아니라 채찍질을 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죠.

 

그런 분들이 너무 많은데요.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요?

 

이런 세대갈등이 많은 사람들을 집단 게으름 상태로 만들고 있는 거예요. 사실은 열심히 노력하거든요. 일이란 그래요. 죽을 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 일이 삼사 개월 마다 바뀔지언정 평생 쉬지 않고 일을 했으면 그 사람은 정년까지 평생 일을 한 거예요. 그런데 그걸 일로 안 보죠. 그러다보니 본인들조차도 그걸 일로 안 보고요. 결국 전부 일하기 싫고 게을러져요. 지금 일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주는 태도가 필요해요.

 

그 모든 걸 노동이라고 부를 수 있어야 할 거예요.


그러나 게으름을 일으키는 성격의 일들이 있어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일에는 틀림없이 재미있는 일과 재미없는 일이 존재해요. 먼저 단순하게 반복되는 일은 힘들어요. 이 일이 끝난 후 미래를 위해 다른 걸 준비해야 이 단순한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어요. 그러나 단순노동을 열 시간 하고 나잖아요? 그 다음엔 아무것도 못하고 쉬어야 해요. 또 어떤 사람은 한 군데 오래 머무는 게 자기에게 맞고, 어떤 사람은 한 군데에서 일고여덟 시간 있으면 답답해서 못 견디죠. 그런데 자기에게 안 맞는 일을 하면 견딜 수가 없는 거예요. 또한 일은 재량권이 주어지는 게 좋은데요. 재량권이 주어지지 않으면 힘들죠. 그러니까 이 조건들이 맞는 일은 그 누구도 사랑할 수가 없어요. 일을 싫어하는 것도 이해는 가는 거죠.

 

모두가 그런 일을 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 한국의 상황은 참, 요원해 보이거든요.


소득의 불공평보다 사회를 더 힘들게 하는 건 기회의 불공평이지요. 그런 점에 있어서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반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훌륭한가요. 그런 이해가 필요할 거예요.

 

책 후반부에 게으름을 극복할 방법 중 하나로 평생 계획을 세워보라고 했어요. 저자의 평생 계획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해야 돼요.(웃음) 언젠간 되겠지요. 삶에는 몇 개의 절정경험이 있죠. 절정경험이 많을수록 더 나은 삶이 될 텐데요.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붙었을 때 그것을 절정경험으로 갖고 있어요.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을 때, 진짜 좋아하는 회사에 입사했을 때, 승진했을 때, 처음 내 가게를 열었을 때 등 몇 가지 종류의 절정경험이 있는데요. 삶이 조금 재미없어지고, 게을러지고, 어떤 의미에서 비참해질 때는 내 인생에는 더 이상 절정경험이 없겠구나, 할 때예요. 그런 점에서 모든 사람이 다 알만한 책을 하나 내는 건 이런 절정경험이 되는 거겠죠. 기왕이면 절정경험을 하나 더해보고 싶은 거고, 일단 그 목표를 이룰 때까지는 다른 것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편한 것도 있는 거고요.(웃음) 그 후에 또 다른 걸 생각해보게 되겠지요.


 

 

게으름도 습관이다최명기 저 | 알키
이 책은 게으름을 부르는 이런 문제 감정 9가지를 소개하며, 각각 이를 어떻게 다스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해줍니다. 이는 곧 지긋지긋한 게으름에서 탈출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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