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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영, 에바 알머슨 “우리가 해녀에게 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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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그리는 작가’로 유명한 세계적인 스페인 아티스트 ‘에바 알머슨’이 엄마는 해녀입니다』출간을 기념해 내한했다. 난다에서 출간된 엄마는 해녀입니다』는 영화감독 고희영이 제주 해녀 3대의 삶을 풀어낸 동화. 영화 <물숨>으로 인연을 맺은 고희영 감독과 에바 알머슨은 책 작업을 위해 지난해 9월, 직접 우도를 찾아 온종일 갯바다에 앉아 해녀를 그리고 글을 썼다.

 

제주에서 태어나 자란 고희영 감독은 전세계를 떠돌며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중 ‘행복의 조건’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게 됐다. 그리고 행복한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아이의 마음으로 산다’는 것. 고 감독은 ‘어떻게 아이의 마음으로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동화책을 읽게 됐고, 해녀의 삶을 동화로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에바 알머슨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미 사진을 통해 해녀의 삶에 매료됐던 에바 알머슨은 흔쾌히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그는 재능기부로 삽화 작업에 참여했다.

 

엄마는 해녀입니다』의 주인공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바다를 떠난 적이 없는 할머니, 도시에서 미용사로 일하다 해녀가 된 엄마, 두 사람을 지켜보는 소녀다. 고희영 감독은 말했다. “산다는 것은 숨쉰다는 것인데, 숨을 멈춰야 살 수 있는 해녀들의 은밀한 바다 속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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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성, 자신감, 자연에 대한 절대적인 존중

 

특별한 책을 출간하셨어요. 펴내기까지의 과정, 소감이 궁금합니다.

 

고희영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일이 ‘걸어서 별까지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영화 <물숨>만 해도 촬영 7년 후반작업 2년, 총 9년이 걸렸어요. 동화책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동화책을 쓰는 건 그렇게 어렵게 닿은 별에 착륙한 느낌이었어요. 작업 기간은 영화보다 훨씬 짧았지만, 미지의 세계에 새싹을 심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러나 무엇보다 동화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명확했어요. 제가 지금 중국 베이징에 살고 있는데, 바다와 먼 이 도시에서 동화가 써지질 않았어요. 그래서 이 동화를 쓰기 위해 제 고향인 제주 바다를 찾아갔어요. 바다 곁에서 바다와 눈을 맞추며 동화를 썼습니다. 동화의 그림은 세계적인 스페인의 아티스트 에바 알머슨이 그렸는데요, 외국의 화가가 해녀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도 궁금했고, 무엇보다 억세고 강한 해녀의 이미지가 아니라, 한결 편안해진 우리 해녀의 캐릭터가 탄생돼 기쁩니다.

 

고희영 감독님으로부터 함께 책을 만들어보자는 이메일을 받고, ‘무언가 중요한 일이 벌어지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으셨다고요.

 

에바 알머슨처음으로 해녀들의 사진을 봤을 때 무언가 아주 강력한 느낌이 들었어요. 야생의 아름다움, 그리고 정직함이 제 마음속 깊이 들어왔습니다. 그들과 함께할 수 있었음을 행운으로 생각해요. 제주 바다와 해녀들을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하고 있을 거예요. 해녀를 그리는 일은 제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작업이었습니다. 출간된 책의 텍스트, 선물 그리고 그것들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일은 정말 아름다운 경험이었습니다.

 

김형선 사진작가가 찍은 해녀 사진을 보고, 해녀에게 매료됐다고 들었습니다. 해녀들을 직접 보시고 해녀를 그렸습니다. 실제로 본 해녀들은 어떤 인상이었나요?

 

에바 알머슨 해녀들의 강함이 깊은 인상을 남겼어요. 육체적인 것뿐 아니라 정신적인 강건함도요. 그들의 존재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가치들을 상징합니다. 독립성, 자신감, 자연에 대한 절대적인 존중, 자신의 한계를 매우 잘 알고 있는 겸손함, 그리고 경이로운 공동체로서의 느낌까지요.

 

동화책의 실제 주인공과도 만나셨나요? 인상 깊게 나눈 대화가 있었나요?

 

에바 알머슨우도에서 만난 해녀들 중 한 분에게서 영감을 받았어요. 동화책 속 주인공이시기도 하죠. 팔순이 넘은 연세에도 끝없이 솟아나는 에너지가 대단했습니다. 또 다른 해녀 분의 집을 방문하기도 했는데요. 그 때의 대화가 생각나요. 그 분은 바다에서 6시간 이상을 보내고 난 후 모두를 위해 저녁식사를 준비하셨죠. 자신의 일, 가족,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걸 듣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어요. 전 부끄러웠지만 그분과 눈이 마주쳤을 때 그분의 눈에도 눈물이 고여있는 걸 발견했어요. 이상하게도 그때의 감정은 동정보다는 강렬한 행복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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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께서 에바 알머슨 작가를 만났을 때, 첫 눈에 ‘쨍’ 했다고 하셨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인상을 말씀해주신다면요?

 

고희영 한 눈에 그녀와 제가 같은 곳을, 같은 감정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녀는 상하이의 호텔에서 해녀 사진을 처음보고 외쳤대요. 난 이 여인들을 만나러 가야겠어!” 그렇게 해녀에 반해있던 그녀가 <물숨>영화 개봉 소식을 듣고는 <물숨>을 보고 싶다는 인터뷰를 모 일간지에 했고, 그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됐어요. 당시 저는<물숨>영화의 개봉 준비를 하고 있던 즈음이었는데 제가 배급사 몰래 에바에게 영화를 보여줬어요. 그러니까 에바가 <물숨>영화를 본 최초의 관객이었어요. 당시 영어 자막이 없는 영화를 보냈는데도 에바가 곧바로 장문의 답장을 보내왔어요. “자막이 없었지만 나는 다 보고 느꼈다. 해녀들의 강인함, 자연과의 정서적 일치, 그녀들이 죽음을 각오하면서도 바다로 가는 힘, 그리고 그녀들의 고독까지도. 나는 무엇이든 너를 도와주고 싶다”는 답장이 왔고, 저는 원래 에바 알머슨의 팬이었기 때문에 ‘함께 해녀 동화를 만들자’고 제안했어요. 그리고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어요.

 

그래서 함께 우도를 찾아가신 건가요?

 

고희영 맞아요. 저는 에바를 데리고 영화 <물숨>의 무대인 제주도 동쪽의 작은 섬 ‘우도’로 들어갔어요. 에바는 해녀들의 물질작업 모습을 갯바위에 앉아 스케치하고 저는 글을 골랐어요. 저녁이면 해녀들이 작업에서 돌아와 차려준 밥상 앞에 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죠. 물숨 영화의 주인공 해녀언니가 자신이 쓰던 물 때 낀 물안경을 에바에게 선물로 주었는데 눈물을 글썽이며 좋아하더라고요. 그리고 이 동화책을 그릴 때 그 물안경과 그때 가지고 간 소라 껍데기를 작업대에 놓고 작업했대요. 그러니까 에바가 해녀를 보는 시선이 저와 같았던 거죠. 단지 해녀를 신기하게 보거나 극한 직업의 여성이라는 시선이 아니라, 정말 자연의 바다와 동화돼 살아가는 그녀들에 대한 존경, 경외심이 가득했어요. 그 마음이 첫눈에도 쨍 하고 느껴졌어요. (웃음)

 

해녀 분께 크눈이(물안경)을 선물 받았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에바 알머슨감동했습니다. 선물 받은 물안경은 제 작업실 탁자 위에 항상 올려두고 보고 있어요. 그 물안경의 주인과 이 물건이 그분에게 가지는 의미를 생각할 때마다 큰 존경심을 느껴요. 그분들을 그리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그분들이 확고하게 지켜오고 있는 가치들을 제가 할 수 있는 한 잘 표현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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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알머슨의 동화 작업 모습

 

사진집을 내셔도, 에세이를 내셔도 되었을 텐데요. 동화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동화책을 통해 해녀의 어떤 모습을 담고 싶으셨나요?


고희영 제가 다큐멘터리를 한지 30년이 됐어요. 전세계를 떠돌아다니면서 항상 저의 궁금증은 ‘과연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가’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오랜 시간 사람들을 만나고 관찰한 결과 한가지 특징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바로 ‘아이의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이었어요. 하지만 살다 보면 영혼에 때가 꼬질꼬질 묻게 되고, 마음은 사막 같고, 당최 어떻게 해야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살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다가 제가 찾게 된 극약 처방은 동화책을 읽는 것이었어요.

 

이상하게도 동화책을 펼치는 순간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되는 이상하고 신비로운 체험을 하게 되었어요.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인생의 진리며 철학은 다 동화책 속에 있더라고요. 그것이 동화책의 매력이었어요. 동화책을 통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한평생 바다와 함께 살아온 노장 해녀 분들이 초보 해녀들에게 맨 처음 가르치는 것은 전복을 따는 기술이나 소라를 찾는 기술이 아니라는 거예요. ‘바다에서는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항상 당부합니다. 산다는 것은 숨쉰다는 것인데 숨을 멈춰야 살 수 있는 해녀들의 은밀한 바다 속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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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조차 제대로 줘보지 않은 엄마의 존재 같은 느낌


감독님께서 엄마는 해녀입니다』에서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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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영 원고를 쓰면서 에바가 어떻게 그림을 그릴까 참 궁금했어요. 에바가 상상할 수 있는 창조적 여백을 많이 주고 싶었죠. 모든 그림이 다 예쁘고 아름답지만, 가장 어려웠을 부분이 바다가 싫어 도시로 떠난 딸이 도시생활에 지쳐 엄마의 바다를, 파도소리와 숨비 소리를 그리워하는 내용이었어요. 미용사인 딸과 엄마의 바다를 연결시키는 이 그림을 보면서 탄성이 나왔어요. 또 에바는 원고의 리듬까지 살려서 그림을 그렸더라고요. 아 역시 다르다, 싶었어요.

 

작가님께서는 글이 더해진 책을 읽으셨을 텐데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장은 어떤 내용인가요?

에바 알머슨제가 정말 좋아하는 장면이 있는데, 할머니가 손녀에게 자신은 바다를 정원처럼 생각하며 그 정원의 모든 부분들을 사랑하고 가꾼다고 설명해 주는 부분이에요. 할머니의 현명한 관점이 돋보이죠.

 

고희영 감독님은 영화 <물숨>연출을 비롯해 제주에 관한 작업을 꾸준히 하고 계세요. 반드시 고향이기 때문 만은 아닐 것 같은데요. 제주 그리고 해녀는 감독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고희영 저에게 ‘해녀’는 처음으로 오래 응시하게 된 엄마의 눈동자 같은 것입니다. 항상 곁에 있어서 그 소중함을 모르고, 눈길조차 제대로 줘보지 않은 엄마의 존재 같은 느낌이랄까요. 사실, 제주도는 저의 탯줄을 끊어준 섬이지만, 어린 시절에는 늘 수평선을 건너 떠나고 싶었습니다. 고향바다에는 늘 해녀들이 있었지만 저에게는 너무도 당연해서 눈에 보이지 않았어요. 호시탐탐 제주를 떠날 궁리를 하다가 결국 고향 탈출해 서울, 그리고 지금은 중국 베이징에서 13년째 살고 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몸과 정신이 피폐해져서 더는 한걸음도 내디딜 수 없는 절망의 순간에 그렇게도 지긋지긋 하던 고향바다가 너무도 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휘청이며 찾아간 바다에서 해녀들을 봤어요. 그분들은 제가 어린 시절부터 늘 고향바다에 있었지만, 그날 처음으로 내 마음에 자맥질해 들어온 것이죠. 그때 해녀들의 숨비 소리는 ‘살아있다’는 소리였어요.

 

고희영 그로부터 7년동안 해녀들을 촬영했는데 그 해녀들의 바다 속에서 저는 저의 인생의 바다를 만나게 되었어요. 해녀 분들은 자신의 숨의 길이가 얼마나 되는지, 그 한계를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숨이 남아있을 때 여유 있게 물 밖으로 나오시죠 그런데 꼭 숨이 다 돼서 나오려 할 때 전복 같은 게 딱! 보인대요. 그러면 그걸 떼서 나오고 싶어지죠. 그때 자기의 숨을 넘어버리는데 그렇게 물 속에서 쉬게 되는 숨이 ‘물숨’이고, 결국 ‘잘라내지 못한 욕망의 숨’..이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 전율이 왔어요. 그리고 저 자신을 봤어요. 너무 욕심만 부리다가 계속 ‘물숨’을 먹고 있었던 저를요.

 

작가님께도 같은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해녀의 삶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에바 알머슨 우리의 삶을 좀 더 가치 있게 바라보게 되는 점이죠. 그 분들은 삶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들을 알고 있습니다. 바다를 존중하고 또 사랑하며, 욕심을 컨트롤하고 자신의 능력에 자부심을 가지는 일들이요.

 

“바다가 주는 만큼 가져오자는 것이 해녀들의 약속”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현대의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해녀의 삶을 통해 우리가 어떤 것들을 느끼기 바라시나요?

 

고희영해녀들은 첨단수중장비가 있음에도 맨몸으로 바다에 들어갑니다. 해외영화제가 가면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저에게 던지는 질문이 그거예요. ‘왜 공기통을 매고 가지 않는가? 왜 저렇게 위험을 감수하며 바다에 가는가?’ 그런데 그 속에는 정말 아름다운 비밀이 있어요, 해녀들은 바다의 농부들이에요. 바다를 ‘바다밭’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그것이죠. 바다에 흉년이 들면 해산물 씨도 뿌리고 불가사리는 잡고 바다를 날마다 가꾸죠. 해녀들은 바다의 것을 뺏어오지 않아요. 바다가 나눠주는 것들을 모으죠. 해녀들은 어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부터 지켜내려 온 약속이 있어요. 우리 바다에서 욕심내지 말고 우리 ‘숨’만큼만 있다가 오자. 왜냐하면 공기통을 매고 가면 숨이 자유로워지니까 욕심이 생기고 그렇게 되면 바다가 금세 황폐화된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거에요. 그러니까 바다와 인간이 어떻게 함께 사이좋게 살아야 하는 지를 이미 알고 실천해온 오래된 미래들인 것이죠. 그것이 제가 발견한 해녀의 가치이고 그래서 이 아름다운 약속을 어린이들에게 꼭 전하고 있었어요.

 

에바 알머슨의 그림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고희영 에바가 그러더라고요. ‘선을 단순화시키면 감정이 더 잘 보인다’고.. 에바의 그림은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다 좋아하는데 그 이유가 단순하지만 편안함과 동시에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마음이 편해지는 이유도, 행복해지는 이유도, 그녀가 가진 편안한 선. 그러나 풍부한 감정의 표현인 것 같아요. 그녀를 행복을 그리는 화가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작가님이 말하는 사랑, 행복은 어떤 것인가요?

 

에바 알머슨자신의 안에서 평화를 찾는 것, 혹은 큰 모순이 없이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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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개인적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고희영 저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저도 바다의 농부 해녀들처럼 농사짓듯이 영화를 만듭니다. 씨앗을 심지도 않고 무언가 열매를 성급하게 따려고 들지 않습니다. <물숨>영화는 7년동안 촬영을 했으니까요. 지금 제작하고 있는 영화는 <불숨>입니다. 우리가 일본에게 뺏긴 조선 막사발을 70년 동안 매일 빚고 있는 한 사기장의 이야기를 촬영하고 있습니다. 불을 제멋대로 다루겠다고 자만했던 사람이, 불 앞에 겸손하게 되는 이야기예요. 그러고 보면 저의 주제는 ‘사람아 자연 앞에 욕심내지 말라, 잘난척하지 말자’인 것 같아요.

 

에바 알머슨 저는 오랫동안 비행기를 그리고 싶은 꿈이 있어요.

 

『엄마는 해녀』를 선물한다면, 어떤 분께 드리고 싶나요? 읽었으면 하는 독자들을 말씀해주셔도 좋고요.

 

에바 알머슨저는 스페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녀에 대한 이야기를 해요. 제 스튜디오는 해녀들의 사진으로 가득하고, 고희영 감독님의 다큐멘터리를 오는 친구들에게 전부 보여준답니다. 모두 그 다큐멘터리를 사랑했어요. 책도 그렇지 않을까 해요.

 

고희영 열심히 노력하며 살지만 한걸음도 내디딜 힘이 없는 분들이 보시면 좋겠어요. 내 인생의 가장 힘들고 어려운 어느 날, 제가 해녀 분들에게서 받았던 위로, 바다에서 건져 올려진 싱싱한 날것의 진리를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해녀들의 바다에는 자신의 숨의 길이에 따라 상(上)군 중(中)군 하(下)군의 바다가 정해져요. 누가 정하는 게 아니라 해녀들 스스로 어린 시절부터 바다에서 자라고 수영을 하면서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바다를 찾아가는 거예요. 그래서 바다의 계급은 타협을 하거나 속임수를 써서 바꿀 수가 없어요. 자연의 질서 속에 인간이 순응한 질서이니까요. 그런 해녀들의 바다를 보다가 문득 우리 뭍의 세계를 돌아보게 됐어요.

 

모두들 자신의 숨(능력)은 잘 알지도 못한 채 모두들 상군의 바다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우리는 늘 숨이 가쁘고 더러는 숨이 막히고 제 숨에 숨을 헐떡거리며 인생을 살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행복해질 수 도 있는데 불행한 건 아닌가, 하는. 그리고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자꾸 “최선을 다해라. 너는 할 수 있다”고 무조건 으쌰으쌰 독려하는 것도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아이들이 무엇을 잘 하는 아이인지, 그 아이의 숨은 어느 정도인지, 아이의 숨의 길이에 맞는 인생의 바다를 찾아주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이 동화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자신의 숨과 인생의 바다를 찾아갈 수 있는 동화책이 되었음 좋겠습니다.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엄마는 해녀입니다 고희영 글 / 에바 알머슨 그림 / 안현모 역 | 난다
난다에서 아주 특별한 그림책 한 권을 선보입니다. 앞으로도 가히 이런 프로젝트가 가능할까 싶은 기획 속에 선을 보이게 된 건 『엄마는 해녀입니다』라는 책입니다. 엄마와 해녀. 참으로 한국적이다 싶은 두 단어의 조합 속 한 문장의 제목에 먼저 눈길이 갑니다. 그러니까 엄마 얘기가 맞고 해녀 이야기도 맞는 그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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