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 10년, 2012년 <작가세계>에 단편 「점심의 연애」 당선, 그림에세이 『수거물 폐기물』, 『『너는 네 인생이 마음에 드니?』, 『너는 네 인생이 마음에 드니? 2』출간. 신주희 작가의 흥미로운 약력이다. 이 궤적을 관통하는 하나를 꼽는다면 당연히 ‘연애’일 테다. 어째서 연애인가. 작가는 되묻는다. “연애를 왜 꼭 외간 남자와의 것이라고만 생각을 할까요. 다만 제가 새롭게 느끼면 되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 TV에서 송중기를 보고도 연애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요.(웃음)”
『너는 네 인생이 마음에 드니?』에서 그는 연애와 이별, 오늘, 사회생활 등의 주제를 여러 방향에서 관찰했다. 특히 연애와 사랑이라는 주제는 신주희라는 작가가 늘 관심 두었던 만큼 재미있는 순간 포착이 빛난다. 연애는 하찮지 않다. 한 개인에게 그토록 큰 영향을 끼치는 원동력이 또 있을까. 그러므로 이 주제는 작가를 늘 설레게 하고, 지금을 살게 한다. 지금, 오늘, 여기에 집중하려고 한다는 신주희 작가. 신주희의 글쓰기가 바라보는 곳은 멀리가 아니다. 가까이에 반짝이고, 오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최대한 즉흥적인 것에서 발견하는 삶의 진실이다.
반짝인다고 생각한 것들
구성이 재미있습니다. 특히 1권의 경우 연애의 시작과 이후라는 구성 자체의 스토리텔링이 눈에 띄어요. 이 구상은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처음에는 한 권으로 기획이 되었고요. 연애와 삶에 대한 단편적인 생각들의 조합이었어요. 출판사에서 먼저 제안을 주셨는데요. ‘연애’를 따로 묶으면 더 근사하게 집중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해봤더니 이야기가 또 되더라고요. 이를테면, 읽는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그런 느낌도 있었고요. 한 권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도 들 수 있겠더라고요.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어요. 배열을 바꿔놓고 보니 자연스럽게 연애 이야기로 완성되는 것도 좀 신기했고요.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1권을 구성하고, 나머지 이야기들을 2권에 묶은 거예요.
처음부터 이런 흐름을 구상한 건 아니었군요.
책을 내야겠다고 쓴 글은 아니었기 때문이고요. 저는 매일 느낀 감상들을 짧게 쓰는 버릇이 있거든요. 출판사에서 우연히 그 글을 보신 거죠. 카피라이터 생활을 십 년 했는데요. 대부분의 카피라이터들에게 그런 버릇이 있을 거예요. 어떤 글귀를 보면 적어둬요. 글을 쓰는 분들의 습관이기도 할 텐데요. 그렇게 쓰던 것이 책이 됐어요.(웃음)
짧은 글이고 잘 읽히는 글인데요. 사실 오늘, 사랑과 이별, 사회생활 등 모두 어려운 주제들이잖아요. 글을 보다보면 이 주제에 관심 가진 기간이 꽤 길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얼마나 고인 생각인가요?
이제 꽤 많은 숫자의 초가 생일 케이크에 올라와요.(웃음) 케이크의 면적을 잘 계산해야 초가 예쁘게 올라가죠. 아마 제 나이가 그 모든 상념들과 연관이 있을 거예요. 저는 제가 잘 알던 것들이 환경적인 이유로 흔들릴 때 보이는 풍경에 관심이 있거든요. 어떤 순간 새롭게 보이는 것들에 큰 매력을 느끼기도 하고요. 그럴 때 그걸 써요. 그러니까 실은 오랫동안 고여 있던 것을 쓴다기보다는 오래 봐오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는 짧은 순간을 포착한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아요. 좀 모순적으로 들리겠지만 해보니까요, 오래 고민하지 않은 것일수록 더 획기적이고 더 새로운 발견이 가능한 것 같더라고요. 글이 짧은 이유도 그런 탓일 것 같아요. 전후 설명을 다 하는 게 아니라 어떤 순간에 느꼈던, 나름대로 반짝인다고 생각한 것들을 쓰다보니까요.
관찰자로서의 면모가 돋보이는 이야기네요. 쉽게 흘려보낼 수 있는 장면을 놓치지 않는 거죠.
그 정도 까지는 아닌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어렸을 때는 잘 몰랐던 것들이 보이는 경우가 있던데요. 그렇지 않으세요? 여기서 이야기한 주제들은 제가 내내 관심을 뒀던 것들 같아요. 연애라는 주제도 그렇죠. 사실 되게 통속적이잖아요. 하지만 개인에게는 하나하나가 너무 특별해요. 어떤 남자가 여러 사람들에게 똑같은 말을 했어도 나에게만은 다른 눈빛이었다, 이게 되는 거죠. 한 개인에게 그토록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게다가 인생을 구성하는 결혼이나 출산 등도 그 씨앗은 연애잖아요. 연애를 하찮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요. 아마도 사람들에게 연애는 큰 원동력이 아닐까요. 사실 그렇게 재미있고, 설레는 일이 많지 않아요. 심지어 짧거든요.(웃음)
한 권의 책으로 묶을 만큼 중요한 주제인 거죠!
어딘가에서 봤는데요. 사랑을 감정이라고 알고 있지만 뇌를 들여다보면 감정을 관할하는 부분이 아니라 행동을 관할하는 부분이 활성화된다고 해요. 그러니까 누군가를 사랑하면 만지고 싶고, 안고 싶은 거죠. ‘원동력’이라는 말에도 많이 동의하는 이유예요. 사랑은 사람을 ‘움직이게’ 해요.
연애의 통속성과 개별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저자가 생각하는 연애의 정의를 내린다면 어떨까요? 연애란 무엇일까요?
연애 자체는 전혀 신선하지 않아요. 제각각 다른 연애를 경험했지만 지나고 보면 그걸 관통하는 보편적인 통속이 있고요. 그렇지만 누가 나의 연애를 보편적인 감정들과 하나로 묶어버리면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끄러운 연애가 없어요. 많이 울고, 잠 못 들게 하고, 혼잣말을 많이 하게 하는 연애일수록 더 깊이 빠져들고 더 오래 기억하고요. 기본적으로 연애는 그런 모순에서 출발하는 것 같아요. 사랑과 미움이 공존한다는 면에서 끝없는 미완의 애정상태라고도 할 수 있겠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감정은 삶 속에서 아주 큰 힘을 발휘하잖아요. 그렇게 놓고 연애의 정의를 생각해보니까 연애란 ‘제대로 된 행복을 위한 불합리한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어른의 이별’ 같은 대목에서 많이 공감했거든요. 그것 또한 연애의 여러 결 중 하나잖아요. 연애를 반복한 후 깨닫게 되는 면이기도 하고요.
연애에서 만남도 중요하지만 이별도 중요하죠. 연애를 잘하는 것도 중요한데 헤어질 때 기왕이면 잘 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헤어져서 슬픈데 오히려 오감이 확 열리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헤어짐이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닌 거죠. 뭔가 어른이 된 것 같고요. 실은 그 글의 이야기는 연애와도 맞닿아 있지만 엄마와 헤어지면서 많이 느낀 거거든요. 엄마가 없다는 게 슬프고 힘들지만 한편으로 엄마가 내게 주고 간 것들에 대해 더 오래 생각해보게 됐어요. 그런 의미가 있는 글이에요.
최대한 즉흥적인 것
글과 절묘하게 공명하는 그림은 책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입니다. 어떠세요? 그림을 처음 봤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처음에는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보다는 조금 더 밝고 명랑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요. 두 번, 세 번 보다보니 그림을 그려주신 전광은 작가님의 해석이 보였어요. 삽화의 개념이 아니고요. 캐릭터의 이미지, 컬러, 그림이 그대로 어떤 이야기가 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재미있었던 건 세 번, 네 번 보다보니까 또 의미가 달라지는 거예요. 책을 보는 분들이 그림을 제 글과 함께 읽어도 좋고, 따로 그림만 봐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림 자체로 의미를 갖고 있으니까요. 여러 방식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그림이 제공해주더라고요. 제가 미처 체험하지 못했던 상황들이 새롭게 생겨난 느낌이었는데 그것은 생각보다 크고 강렬했어요. 고맙게도 마음이 많이 움직였죠. 처음보다 더 좋고, 더 깊은 방향으로요. 그리고 일단 예쁘잖아요.(웃음) 그림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그 중 특별히 마음에 드는 글을 꼽아주신다면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 2권에 쓴 머리말이요. ‘인생의 최종 형태는 나, 지금, 오늘.’이라고 했는데요. 제가 정말 그렇게 살고 있어요. 열심히 저축하지도 않고요. 아마 제 주변의 몇몇 분들은 철이 없다고 걱정하고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또래의 누군가와 비교한다면 미래에 대한 대책이라는 게 좀 헐렁하다,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사실 제 나름으로 철저하게 계산해서 내린 결론이에요.(웃음) 오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 최대한 즉흥적인 것, 그걸 해야 확실하게 ‘내가 살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거든요. 너무 가벼워 보여도 어쩔 수 없어요. 남들보다 먹고 사는 일에 치열하게 뛰어들지 않은 것에 대한 스스로의 자책이나 변명일 수 있겠지만, 그래요. 그러면 좀 어때, 라는 생각도 들고요.
저자를 가장 잘 대변하는 글이기도 하군요.
그렇죠. 이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생각한다면 굉장히 머리 아픈 일이 될 거예요. 사실 그렇게까지 쿨하진 않지만 그렇게 보이고 싶고요. 정말 그렇게 살고 싶다고 계속 말하고 다니죠. 작년 12월에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셨거든요. 천천히 사라진 게 아니라 싹둑 잘려나간 느낌인데요. 그런 경험을 통해서도 지금, 오늘에 집중하는 쪽이 맞지 않나 생각해요. 일장일단이 있죠. 미래를 준비하는 삶은 훗날을 기약할 수 있을 테고, 저는 아마 그렇게는 할 수 없겠죠. 그렇지만 그에 비해 제가 생각하는 가치는 여기에 있고, 지금에 있어요.
구체적인 이야기도 몇 군데 엿보이죠. 어떤 사람의 걸음걸이에 관한 글도 있고요. 여기에 개인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녹아있나요?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모두 순수한 창작물이죠.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이야기이기도 해요. 책에 담긴 이야기가 전부 저의 얘기는 아니지만 저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도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요즘말로 ‘이게 실화냐?’하고 물으시면(웃음) 매우 정중하고 형식적인 태도로 이렇게 말할 거예요. ‘본 책의 내용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인물, 장소 등은 실제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하고요.(웃음)
우문이었습니다.(웃음)
물어보셔도 되죠. 제가 이렇게 답할 뿐이에요.(웃음) 아이도 있는 사람인데 자꾸 연애에 대해 쓰니까 사람들이 물어봐요. 사실은 궁금해요. 연애를 왜 꼭 외간 남자와의 것이라고만 생각을 할까요. 다만 제가 새롭게 느끼면 되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 TV에서 송중기를 보고도 연애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요.(웃음)
그 중 특별히 저자님이 가장 많이 들어간 글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서 어머니의 이야기도 하셨는데요.
엄마가 돌아가신 후 매우 힘든 시간이 있었어요. 움직이는 것과 멈춘 것, 있는 것과 없는 것,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 뭐 이런 것을 ‘생각’한 게 아니라 ‘겪은’ 시간이었으니까요. 분명히 제 일이 맞는데도 마치 실제가 아닌 것처럼 실감이 안 나는 상태로 지금까지 있어요. 엄마는 없는데 저녁이 되면 밥을 차리러 집으로 올 것 같고, 우리 가족들은 또 그걸 투덜투덜 받아먹을 것 같고 그렇죠. 낮에는 바쁘니까 의식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한가해지면 딱히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슬픔이 불쑥 튀어나와요. 그러면 갑자기 높이 160센티미터에 무게 49킬로그램짜리 예민 덩어리가 되고요. 문이 닫히고 열리고, 불이 켜지고 꺼지고, 물건이 거기 있고 없고, 뭐 그런 것들이 낱낱이 의미가 있어요. 엄마가 이랬는데, 엄마가 저랬는데, 그 때는 왜 그걸 몰랐었나, 뭐 이런 거죠. 결론은 엄마는 이제 안 오는 구나, 한동안 나는 이렇게 살겠구나, 사람들이 이런 걸 다 견디고 사는 구나, 해요
예술이 탄생하는 어떤 지점
요즘 많이 하는 생각은 뭔가요? 고심하고 있는 주제가 있을까요?
예전에는 어떤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일등은 못해도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는데요. 너무 명백한 성공은 다음 생에 태어나서 하는 것으로 하기로 했고요.(웃음) 그보다는 흥미로운 패배랄까, 이런 것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저는 예술의 카테고리 안에서 뭔가를 이루고 싶어 하는 사람이니까요. 주변에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많은 예술가들이 스스로를 절벽에 세워두고 작업을 해요. 그들에게는 예술이 목숨 정도는 걸어야할 대단한 것이니까요. 저는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가벼운 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일련의 과정을 묶은 소설집이 가을에 나와요. 제목도 ‘모서리의 탄생’이고요. 예술이 탄생하는 어떤 지점 같은 걸 의미해요. 아무것도 잃을 것 없는 상태가 되는 것, 빈손으로 바닥까지 깊이 내려가 보는 것,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무너져보는 것. 요즘 저는 그것에 대해 생각해요.
또 하나의 어려운 주제예요. 예술이라는 것 말이에요.
너무 어렵게는 말고, 이걸 좀 더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생각하는데요. 그러다보니까 보는 것에서 뭔가를 포착하고 싶어 하고, 얻어가고 싶어 하는 거죠. 사람을 아무 목적 없이 만나더라도 그 사람과 그 사람의 삶, 그 사람의 행동과 말에 관심이 있거든요.
자연스럽게 이 질문으로 넘어가게 되는데요. 쓰고 싶은 글은 뭔가요? 카피라이터 생활을 오래 하셨고요. 소설도 쓰는데요. 이것들은 어떻게 연결이 되나요?
어떤 것을 쓰겠다는 결심을 갖고 있지는 않아요. 구분 짓기 좋아하는 분이 본다면 소설을 쓰는 사람이 왜 에세이를 쓰느냐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른데요. 무엇을 고정해두고 그것만 한다는 것도 아쉬운 일 같아요. 삶에 얼마나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데요. 다만 뭔가를 쓴다면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줘야지’하는 것과는 전혀 무관해요. 그런 걸 의식했다면 글쓰기가 다른 방향으로 갔을 것 같고요. 제가 쓰는 소설과 짧은 글은 간격이 굉장히 넓은 것 같아도 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많이 다르지 않아요. 결국에는 글을 다양하게, 가리지 않고 쓰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가능성에 집중한다는 말로 들리기도 하네요.
한 때 시를 썼어요. 고등학교 때에는 청소년 문학상 같은 걸 받은 적도 있고, 대학교 때는 문예지에 발표를 한 적도 있고요. 그러면서 다행히 시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빨리 알아차렸어요.(웃음) 물론 소설이 덜 어려워서 택한 건 아니고요. 다만 살을 발라 뼈를 드러내는 것보다 뼈에 살을 붙이는 쪽이 제게 맞았을 뿐이에요. 그런데 시를 써본 경험이 있어 그런지 소설이 좀 시 같은 데가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이건 순전히 제 생각이고 바람이지만 제 모든 글이 시를 뼈대로 가지고 있었으면 해요. 그러면 의미도 깊고 넓은 글이 될 것 같아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바보 같은 소리로 들리겠지만, 저는 아직은 신인 작가니까요.
가을에 출간 예정인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들려주세요.
첫 소설집이에요.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소설가라고는 하는데 소설집 한 권이 없는 거예요.(웃음) 민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이제 나오게 돼서 다행이죠. 아까 말씀드린 예술에 관한 제 나름대로의 생각들을 소설로 쓴 게 있고요. 아마 읽으시면 조금 의아하실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너는 네 인생이 마음에 드니?』와 다르게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저는 별로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지만요. 이 책은 분홍색인데 소설집이 왜 이렇게 빨간색이냐고 하실 수도 있을 거예요.
제목 ‘네 인생이 마음에 드니?’라는 질문을 저자에게 드리면 어떨까요? 어떤 답을 들려주실 수 있나요?
네, 지금은 충분히 그렇다고 말하고 싶어요. 흥과 망을 떠나 요즘 제게 벌어진 일들, 글을 썼고, 책이 됐고, 읽어주는 사람이 있는, 그 일들은 분명히 멋진 일이니까요.
이 질문을 한 건 실은 저희 아이를 보고 한 거예요. 아이가 엄마한테 혼나고 그래도 뒤돌아서면 또 웃고 그러잖아요. 방금 혼났는데 와서 안기기도 하고요. 그걸 보는데 묻고 싶더라고요. ‘너는 진짜 네 인생 마음에 드는 모양이구나?’ 하고요. 그러면서 매우 부러워졌어요.(웃음) 안타깝지만 아마 학교에 가고, 학원 다니다보면 그게 금방 사라지겠죠. 하지만 엄마가 이런 글을 꼭 너에게 남겨주고 싶다,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멋진 질문, 동시에 멋진 선물이네요.
아이에게 내가 사랑한다는 걸 이걸 보면서 생각해줬으면 했어요. 나중에라도 말이에요. 엄마에게 받고 싶었던 것이기도 한데요. 돌아가시기 전에는 몰랐다가 그런 일을 겪고 나니까 이렇게 주고 싶은 게 생기더라고요. 세상에 자기 혼자라고 느낄 때 열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좋아하는 게 뭐니, 취미가 뭐니, 이런 질문들은 굉장히 형식적이죠. 질문이긴 하지만 거리를 보여주잖아요. 아주 친한 친구한테 취미가 뭔지 안 물어보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네 인생이 마음에 드니, 이 질문은 갑자기 훅 들어오는 거죠. 그 질문을 하는 상태는 ‘나는 이미 너한테 마음을 열었어’라는 전제가 있는 상태예요. 질문 자체에 감정이나 거리가 굉장히 좁아져 있고요. 그래서 이 질문을 제목으로 결정 했어요.
너는 네 인생이 마음에 드니? 신주희 저 / 전광은 그림 | 알레고리
사랑의 시작과 끝, 그 모든 과정에서 울고 웃고 외로워 하고 괴로워하는 ‘연애의 일대 서사’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