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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용 “강요되는 것들에 대한 반항 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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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부터 못나디 못났지만 나와 만나는 그녀 또한 못나디 못났고, 글에 자주 등장하는 내 어미 또한 지독하게 못났을 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 시대를 살았었는지도 모를, 기억해주는 이 아무도 없는 못난 사람들이어서 그들에 대한 이야기도 한마디 남기고 싶었다.(7쪽)

 

『네 맛대로 살아라』『알고나 먹자』를 쓴 전호용이 <한겨레21>에 연재했던 칼럼 ‘어정밥상 건들잡설’을 묶은 책이다. <딴지일보>에 연재했던 글을 묶은 『알고나 먹자』와 마찬가지로 책이 되리라고 생각했던 글은 아니었다. 다만 생각나는 것들, 그 자신이 해야 한다고 여겼던 음식과 세상이 잊어버린 삶, 못나고 안타까운 삶을 쓰고자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가 만나온 ‘못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무언가로부터 밀려나고, 소외당한 사람들. 전호용은 말한다. “그런 사람들을 제가 언급하거나 글에 쓴다고 그들의 삶이 좋아질 거라 생각하진 않아요. 가령 책에 나오는 용숙이가 제가 무슨 얘기를 한다고 좋아지진 않겠죠. 하지만 기록되기를 바라요.”

 

어떤 삶을 못났다고 할 수 있을까. B급 인생은 A급 인생과 뭐가 다를까. 어쩌면 전호용의 글은 세상을 향해 이런 반문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네 맛대로 살아라』에서는 진하고 짠 땀 냄새가 난다. 

 

 

‘B급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


일찍부터 식당에서 일하기도 하셨고, 음식과 관련한 다양한 경험을 하셨어요. 맛, 음식 등에 매력을 느낀 건 어떤 이유에서였을까요?


어렸을 때부터 환경 자체가 그랬죠. 할머니 식사를 챙겨드려야 했고요. 그런 상황이 자주 발생하니까 어떻게 하면 좀 더 맛있게 만들어볼까 생각을 했던 거죠.

 

확실히 관심이 높았더라고요. 어린 시절, 계란 볶음밥을 맛있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장면이 나오죠. 재미있었어요.


관심이라기보다는, 살려고요.(웃음) 시골에서 살면 식재료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제가 살던 마을은 산골도 있고, 산을 넘어 가면 바다가 나오는 곳이거든요. 강도 있고, 들도 있죠. 거기에서 굉장히 다양한 것들이 나오잖아요. 가령 조개 하나를 잡아요. 그걸 어떻게 먹어야 맛있는지 고민을 하는 거예요. 구워 먹는 게 지겨우면 끓여도 먹고요. 봄에 잡는 조개와 가을에 잡는 조개 맛이 다르죠. 그런 식재료의 특징을 알아가다 보면 당연히 맛있는 때를 고를 수 있게 되고요. 그 시간이 지나 지금에 이르면 사람들한테도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거죠. 봄 바지락은 알이 없어서 잡아봐야 먹을 것 없다, 하고요. 이런 것은 공부를 해서 아는 게 아니라 그냥 알게 된 것들이에요. 제게는 당연한 것이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도시 생활을 하고요. 식재료에서도 계절감을 느끼기 힘들잖아요. 겨울에도 수박을 맛볼 수 있고요. 그 때문에 저자가 당연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새롭게 느껴지기도 하죠.


‘서울발 지방통신’이라는 글이 있어요. 오히려 저는 도시생활에 대한 일련의 규칙을 전혀 모르는 거예요. 굉장히 힘들죠. 전철도 거꾸로 타고 말이에요. 친구와의 대화가 나오는데요. 그 친구는 시골의 고즈넉하고, 조용한 풍경이 지옥 같다고 해요. 사람 사는 곳이 아닌 것 같다고요. 반대로 제 입장에서는 홍대입구역에서 여기, 약속 장소까지 걸어오는 과정이 지옥 같죠.(웃음) 다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맛을 제대로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글들이었는데요. ‘못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었다고 적기도 했잖아요. 전하려고 했던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전체적으로는 ‘B급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이죠. 못난 것들 말이에요. 만화가 최규석 씨의 초창기 만화 중에 『대한민국 원주민』이라고 있어요. 이 책에도 ‘대한민국 원주민의 여름’이라는 글이 있는데요. 물살이 크게 흐르고 나면 같이 물살을 타고 나가는 물고기도 많지만 한쪽에 남겨지는 물고기들도 분명히 있어요. 그 사람들, 모든 살아가는 개체들이 반드시 못나서 남아 있느냐 하면 그런 건 아니죠.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요. 저는 그 남겨진 것들, 그들의 생활방식들을 바라본 거예요. 지금 살아가는 방식들이 굉장히 세련되고 멋져 보일지는 몰라도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을 수 있잖아요. 그렇지만 그런 것들이 강요되죠. 거기에 대한 반항 같은 이야기들이 많아요.

 

말씀이 자연히 제목과도 연결되네요. ‘음식에 정답은 없다’는 대목도 떠오르고요. 이것은 어떻게 시작된 문제의식인가요?


주위의 사람들이 굉장히 힘들어요. 살다보니 얘들은, 혹은 나는, 여자 친구는 왜 힘들까 싶더라고요. 뭘까? 복이 없어서 그럴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항상 잘 못살고, 무엇인가로부터 밀려나고, 힘겹죠. 그런데 대부분의 노동자들, 세상을 정직하게 살려는 사람들은 항상 괴로운 것 같아요. 빠져나가지 못하고요. 그런 사람들을 제가 언급하거나 글에 쓴다고 그들의 삶이 좋아질 거라 생각하진 않아요. 가령 책에 나오는 용숙이가 제가 무슨 얘기를 한다고 좋아지진 않겠죠. 하지만 기록되기를 바라요.

 

용숙이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선 건 지난봄이었다. 전단지를 돌려 밥을 먹고 사는 용숙이의 나이는 스물여섯이지만 약간의 자폐가 있어서 열셋 같은 스물여섯으로 살아간다.(중략) 용숙이는 궁금한 것이 많다. 그렇지만 말이 어눌해 궁금한 것을 모두 물어보지 못하다가 어느 때건 방언처럼 말문이 터지면 묻기 시작한다.(68-69쪽)

 

힘든 삶일지언정 잊혀서는 안 된다, 기록하고 싶다, 라는 거군요.


여기 쓰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힘들게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죽은 형이 한 분 계셔요. 그 사람은 평생 봉사하며 살았어요. 좌판을 깔고 때수건, 귀이개 같은 걸 팔아서 모은 돈을 크리스마스 때 구세군에 쾌척하고요. 주변 사람은 박수를 쳐줬지만 누구도 그를 기록해주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사람이 죽었을 때 그를 찾은 사람이 열 명도 채 안 됐죠. 이것은 기억의 문제도 아니고요. 그런 사람을 기록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이 세상에 아무런 실질적 이득을 남기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그렇게 잊어서는 안 되는 거죠.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뿐 아니라 누구든 그렇지 않겠어요?

 

어떤 끼니든 중요하지 않을 수 없죠. 2014년 한 해에 전국을 돌면서 직접 채취한 것만 먹는 실험을 하셨잖아요. 무척 어려운 일이었을 것 같은데요.

 

일 년을 다 못 채운 거의 실패한 여행이었어요. 목적을 달성하진 못했는데요. 이 여행기도 책이 나올 거예요. ‘억울해서 그랬다’고 썼거든요. 스무 살에 집을 떠났으니 삶이 그랬겠죠.(웃음) 별 고생은 다 했고요. 그런데 제대로 쉬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거예요. 또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보지 못했던 거죠. 원하는 삶과 현실이 늘 부딪쳤는데요. 그 벽을 없애고 싶었어요. 정말로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게 어떤 건가 고민을 하다가 땅을 구해 집을 짓고 농사해서 먹고 사는 삶을 일 년 정도 유지해보는 게 어떨까 생각했던 거예요. 그런데 그건 재미도 없고, 우리 엄마가 평생 해온 삶이었던 거죠.(웃음) 그래서 몇 가지 물건만 챙겨 들로 나와서 뿌리 캐 먹고, 바다에 뛰어 들어 물고기도 잡고 그러면서 지냈어요. 그렇게만 살아진 건 아니에요. 그렇게 살자고 마음먹었지만 결국 사람들이 도움을 줘요. 처음 본 사람들이 밥을 주고요. 물론 너무 이상한 사람도 만났고요. 뭐, 그런 여행을 했어요.

 

그때의 감각, 신체적인 변화 등을 책에서도 살짝 엿볼 수 있었어요.


책에는 총론적으로만 썼는데요. 그 글에서 쓴 것은 ‘통증’에 관한 것이었어요. 원해서 겪는 통증은 목적이 없는 행위이기 때문에 별로 아프지 않은 통증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말한 통증은 그게 아니거든요. 돈을 벌겠다고 나와서 겪는 통증은 뭔가 다르겠죠. 고생을 하면 돈이 벌려야 하는데 그만큼 돌아오지 않고, 자존감은 떨어지고요. 그 글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예요. 

 

이른바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또 많아요. ‘너와 함께 먹기 때문에’ 음식 마련에 열과 성을 다한다고도 했거든요. 한편 요즘은 여럿이 함께 밥상을 차려 먹는 일이 많이 줄었죠. 이런 풍경을 바라보는 마음은 어떤가요?


혼자 먹는 밥도 중요하고 함께 먹는 밥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생일에 나 혼자 미역국을 끓여 먹으며 쓴 글도 있는데요. 태어남에 대한 확인 차원에서 미역국을 먹는 일종의 의식을 하는 거죠. 그것도 아주 중요하고요. 또한 태어남이 의미 있는 것은 마주앉은 사람의 입에 내가 먹을 밥을 집어넣을 때잖아요. 그런 애정, 사랑 같은 것이 있다면 어떤 마음으로 밥을 나눠먹겠어요. 그런 이야기도 하는 거죠. 밥을 먹는 것은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 일이잖아요. 그게 어찌 혼자 먹는다고 허튼 것이 될 수 있겠어요? 어떤 끼니든 중요하지 않을 수 없죠.

 

누군가는 ‘혼밥’을 하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하죠. 그게 또 여러 사람들에게 반발을 샀고요.


최근에 김규항 씨가 한 마디를 하셨더라고요. ‘성인’이라는 글이었어요. 읽어드릴게요.(웃음)“성인이란 혼자일 수 있는 사람이다. 여행이든 공연이든 산책이든 식사든, 함께 할 사람이 있든 없든, 혼자도 할 수 있고 그걸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성인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이상하게 보지도 불편하게 만들지도 않은 사회가 성숙한 사회다.” 정말로 저는 전적으로 동감해요.

 

‘와일드푸드’를 생각하면서,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비판적인 시선을 건네기도 했어요. 요즘에 눈을 두고 있는 장면은 어떤 것들인가요?


요즘은 고용 없는 성장이 머릿속에 박혀 있어요. 점점 용역이 많이 늘어난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퀵 서비스나 배달앱 등 직접 고용하지 않고 각자가 생존해야 하는 시스템으로 사회가 더 커지고 있어요. 더 이상 정규직, 비정규직의 문제가 아닌 거죠. 제가 배달 음식점을 하고 있잖아요. 배달앱을 통해 판매를 해요. 주문이 앱을 통해 들어오면 퀵 서비스를 불러서 배달을 하거든요. 이때 퀵 서비스 업체가 퀵 서비스맨을 고용한 건지 내가 퀵 서비스맨을 고용한 건지 관계가 굉장히 애매하죠. 돈을 벌 때는 윈-윈이라고 하겠죠. 그렇지만 문제가 생기면 어떨까요. 가령 배달 중 퀵 서비스맨이 사고가 나서 죽었을 때 그 죽음을 누가 책임지나요? 제가 지나요? 아니면 퀵 서비스 업체가 책임을 지나요? 나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누구도 그 죽음을 책임지지 않아요. 그런 장면이 굉장히 많아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외주화가 진행되고 있죠.


대왕 카스테라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그랬죠. 잘 된다고 하니 1억을 들여 매장을 차려요. 제 주변에는 개점 15일 만에 그 사태가 벌어져서 문을 닫은 사람도 있어요. 그 매장을 차린 사람이 모든 책임을 다 질 수밖에 없죠. 프랜차이즈, 그런 것도 일종의 용역인 거예요. 택배 기사 문제도 그렇고요. 그런데 고용이 불안정하니 해결의 기미가 안 보이죠. 최저시급이 7천원을 넘기니까 벌써 자동화 시스템 이야기가 나와요. 영화관에서 자동 티켓 발행기를 늘린대요. 티켓 판매 인원을 줄이고요. 그런데 사람들은 자동 발행기보다 직접 사람에게 구매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하거든요. 기계가 사람 줄이는 명분은 되죠. 그런데 남은 사람은 일을 더 많이 해야 해요. 더 혹독한 노동이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기계의 효율성과는 또 무관한 이야기잖아요.


기계나 시스템이 인간의 삶을 편안하게 할 거라고, 유토피아를 꿈 꿔왔죠. 하지만 그 꿈을 꾸기 시작한 게 그리 오래지 않아요. 어렸을 때 만화책에서 보던 시절이 도래하긴 했는데요. 저 같은 사람은 조금도 느끼지 못하는 거죠. 아니, 오히려 그 훌륭한 시스템 때문에 더 힘들어진 거예요. 어디선가 누군가는 편안하게 앉아서 부를 축적하고요. 과학의 발전을 부정적 시선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 혜택을 보는 사람이 다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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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원주민


궁극적으로 이야기가 ‘순리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표현으로 모이는 것 같거든요. 저자의 생각에 ‘순리’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뭘까요? 


하지 말라는 게 좀 적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하지 말라는 것은 누군가가 피해를 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지만요. 각자 살던 방식도 있는 거잖아요. 아무리 좋은 보양식이 나오고 해도 어떤 사람들은 먹고 살던 방식이 따로 있거든요. 강제를 해서 못하게 하지 않아도 시간이 가고 사라질 것들은 사라져요.

 

금지라는 게 특히 약자들에게 더 많이 부여되는 면도 있고요.


그렇죠, 꼭 강자와 약자라는 대립의 형태로 재단할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경우가 상당히 많죠. 때때로 그런 생각할 때가 많아요. 자꾸 이런 얘기 하는 게 ‘약자 코스프레’ 같은 게 아닐까 하는데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코스프레가 아닌 거죠. 사는 게 고단하면 피해자, 약자가 아닌가 싶어요. 

 

전주에서 식당을 하고 계시잖아요. 고민이 많이 읽혔는데 제일 힘든 건 뭔가요?


장사를 잘 못해요.(웃음) 대체로 음식은 잘 만든다고 생각하는데요. 장사는 음식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손님이 있잖아요. 손님한테 친절하게 할 줄 몰라요.(웃음) 어떻게 하는 게 친절한 것인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많이 고민하지도 않고요. 그냥 음식 맛있게 하면 되지, 하는 생각인데요. 그러니까 장사가 안 되는 거겠죠? 처음에는 무엇을 포기하지 못해서 장사를 못하는 걸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장사에 필요한 기술 같은 것들을 체득하지 못한 것 같아요.

 

장사에 필요한 기술이요? 


도시에서 살아가는 매뉴얼을 체득한 게 없는 거죠. 주변 사람들, 호의를 가지고 만난 사람들과 관계 맺기는 잘하는데요. 나에게 뭔가를 지불하고, 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하는 이 관계를 잘 유지하는 방식들을 체득하지 못한 것 같아요. 그것이 대체로 도시 생활이잖아요. 그걸 잘 못하는 것 같아요.

 

말하자면 3차 산업인데요.(웃음) 그게 안 되는군요.


맞아요.(웃음) 1, 2차까지는 되는데 3차에서 꽉 막힌 거죠.

 

역시 다시 또 남겨진 ‘원주민’이네요. 특히 한국사회가 워낙 빨리 변해왔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혼재된 사회잖아요. 한쪽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지만 저자 같은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도 많고요.


심지어 1차 산업 같은 건 내가 1을 하면 1을 주거든요. 도시는 내가 1을 했는데 왜 -2가 되는 걸까요? 그것이 저의 지난 2년의 식당 운영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15시간, 20시간 일을 하는데 왜 빚이 더 늘었지? 모르겠어요. 설령 야만인이 되어 살아도 내가 1을 노력하면 1을 먹을 수 있는데 말이에요. 그건 너무 당연한 거예요. 게다가 운이 좋으면 내가 1을 일해서 나도 1을 먹고 너도 1을 먹을 수 있어요. 가을 같은 때가 그렇죠. 1이라는 힘을 줘서 나무를 쳤더니 열매가 우르르 떨어지잖아요.(웃음) 저축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여기는 그게 안 돼요. 자괴감도 많이 들어요.

 

어쩌죠? 식당이 잘 돼야 집 짓고 농사지으며 살겠다는 꿈을 이룰 텐데요.


글쎄요. 그러니까 이런 바보도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들을 좀 해요. 나 같은 바보도, 용숙이 같은 바보도, 부모님 다 잃고 살다가 한국을 떠난 내 친구 바보도 이곳에서 각자의 자본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요. 고민이 계속 돼요.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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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한 인생들, 해야 할 이야기들


글을 쓰는 건 저자에게 어떤 의미를 갖나요? 한 편도 쉽게 쓴 글이 없다고도 하셨잖아요.

 
<한겨레21>로부터 칼럼 제안을 받았을 때 마음과 다르게 굉장히 고통스러웠어요. 그냥 음식에 대해 쓴 『알고나 먹자』같은 건 즐겁고 신나게 썼거든요. 이 책에 묶은 글은 안 그랬어요. 음식은 소재로만 다루고 내 인생과 지질한 인생들을 거기에 투영해보자고 생각했으니까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건 한 마디, 한 마디가 굉장한 부담도 있었죠. 게다가 되도록 재미있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고통스런 인생이지만 또 즐겁게 표현해야 하는, 그 배반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고통스럽게 썼어요.(웃음)

 

글도 그렇지만 삶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일부러 어려운 쪽을 선택하시는 것 같아요.


맞아요. 여자 친구도 그런 얘기를 했어요.(웃음) 반듯하게 갈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자꾸 돌아간다고요.

 

계속 글을 쓰실 거죠?


모르겠어요. 장사가 좀 잘 되면 좋을 텐데요.(웃음) 어쨌든 이 사회, 자본의 웅덩이 안에서 살아가는 건데요. 돈을 못 벌면 머리가 굳어요. 무슨 말이냐면요, 자꾸 빚의 구렁텅이에 빠지다보면 돈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돈을 어떻게 메워야 하지, 이 생각이 점점 더 커지는 거죠.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할 시간이 기계적으로 줄어드는 거예요. 고민을 많이 하게 돼요. 다만 이 사태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길 바라요. 조금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거든요. 해야 할 이야기가 아직도 많아요.

 

해야 할 이야기요?


어떤 사람 이야기 말이에요. 참담하게 인생을 살다 떠난 몇몇 사람의 이야기도 떠오르고요. 역사에 남을만한 인물들이 아닌데도 기록되어야 할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그 기록에서 오늘을 다시 반추해볼 수 있고요. 그런 이야기들이 좀 있어요.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항상 고은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만인보』 1권부터 거의 10권까지가 제 고향 이야기거든요. 거기에 아주 좁은, 그 지역에서만 사용되는 언어들이 나와요. 지금도 저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예요.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만 아는 언어를 어떤 부연설명 없이 시를 써요. 그것이 굉장히 감동적이었어요. 지역의 언어를 가지고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로 담았다는 것이, 그 이야기를 표준형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정말 감동이에요.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 내 지역의 언어를 쓰는 게 창피한 거라는 강박을 학습 받았거든요. 표준어를 써야 한다고요. 그런데 『만인보』를 읽고 달라졌어요. “그려, 우리 동네에서 쓰던 말이 좋지 넘의 서울말 써봐야 그것이 뭐 좋간디.”(웃음) 덕분에 제 언어를 찾을 수 있었어요. 내가 사용한 언어가 만인한테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설득할 수 있는 언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은 선생님을 통해 깨달았어요.


 


 

 

네 맛대로 살아라 전호용 저 | 북인더갭
맛이란 것 역시 공동체 내에서 사회적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런 맥락을 되찾지 못하면 요리란 그저 맛있고 보기 좋은 음식에 머물고 말 것이라는 진단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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