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部族)을 이루면 부족(不足)하지 않단다. 언어 유희를 즐기는 만화가 메가쑈킹은 재미있게 놀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요상한 궁리를 하느라 지루할 틈이 없다. ‘지금은 웹툰시대’라고 말할 만큼, 웹툰이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 동료 만화가들한테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냐고 물으니, “매일 아침, 쫄깃센타에서 메뚜기죽을 끓이는 게 훨씬 재밌다”고 말한다. 메뚜기죽? 이건 뭐 새로 나온 제주 향토음식인가? 틀렸다. 정답은 ‘메가쑈킹이 직접 끓인 X뚜기 인스턴트 수프’다. 비록 인스턴트 수프지만 제주산 감자, 양파, 마늘을 듬뿍 넣어 영양가도 있고 무엇보다 속이 든든하단다. 최근엔 쫄깃쫄깃한 마카로니를 삶아 넣으면서 그 맛과 식감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고. 메가쑈킹은 말한다. “메뚜기 수프를 끓이는 건 내게 일종의 놀이다. 매일 새벽 기분 좋게 메뚜기 수프를 끓이고, 수프 먹는 분들의 행복한 표정을 훔쳐보는 건 이제 내게 크나큰 즐거움이 되었다”고.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니까 ‘우리는 쫄패’
“힘 내”라는 말 보다는 “힘 빼”라는 말을 한다. 억지로 힘내며 살기보다 적당히 힘 빼고 사는 게 행복하다는 것. 메가쑈킹은 작년 7월부터 제주도 쫄깃센타에 거주하고 있다. ‘쫄깃센타’는 또 무엇인가? 쫄깃쫄깃한 회를 파는 횟집인가? 또 틀렸다. 제주도 바닷가 마을 협재리에 자리한 메가쑈킹표 게스트하우스 이름이다.
“난 쫄깃센타가 무엇이든 해도 좋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곳이었으면 했다. 와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곳보다는 무엇을 버리려고 오는 곳이었으면 했다. 각양각색의 다른 이들과 옹기종기 어울리면서 결국은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쫄깃센타는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현재진행형일 것이다. 난 결말이 나는 게 싫다. 과정을 즐긴다.”(p.7) | ||
‘쫄깃’이라는 단어를 무척 애용한다. 메가쑈킹 만화에도 자주 나오던 대사인데, 도대체 어떤 뜻인가?
‘염통이 쫄깃해질 것 같아’에서 따온 단어다. “어차피 단 한 번뿐인 인생, 너무 딱딱하게도 너무 무르게도 말고 적당히 탄력있고 재미있는 상태로 행복하게 살자”라는 의미다. 센터를 센터라고 표기한 것은 ‘센터’는 살짝 정상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싼 티, 빈 티가 팍팍 나는 게 내 스타일이라서 게스트하우스의 이름을 ‘쫄깃센타’로 지었다. 낄낄낄.
쫄깃센타를 지으면서 이런 에세이를 낼 생각도 했나? 사실 독자들은 메가쑈킹의 만화를 기다렸을텐데.
개인적으로 눈앞의 재미를 추구하는 스타일이라서 쫄깃센타를 짓는 거 자체가 우선이었다. 쫄깃 패밀리들과 함께 만드는 학교 교지 같은 형식의 책은 생각해보았는데 이렇게 에세이로 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나온 거 보니까 뿌듯하다. 글은 내가 썼지만 그림은 정육군이 그렸다. 왠지 내가 그리면 책이 잘 안 팔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느낌을 내야 하는데, 내 그림은 그렇지 않으니까. 하하하. 메가쑈킹의 독자들? 음. 그들에게 귀여운 배신감을 선물하고 싶었다. 하하하. 지금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는 골 때리고 야한 사차원 개그만화를 구상하고 있다. 그러니까 너무 실망은 말았으면 좋겠다.
쫄깃센타가 2011년 7월에 오픈했으니, 이제 1년이 좀 넘었다. 예상했던 대로 잘 굴러가고 있나? 수익은 어떤지도 궁금하다.
수익은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는 부분이고 한 마디로 표현하면 ‘짭짤’이다. 쫄깃센타의 외관은 게스트하우스이지만 원래 내가 생각한 모습은 복합문화공간 같은 곳이었다. 쫄깃 안에서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협재리 안에서 영화축제, 음악축제도 만들어보고 싶었다. 우리도 재밌고 남들도 재밌게 해줄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 지금 현재로서는 게스트하우스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양한 문화축제를 열 계획이다.
메가쑈킹은 ‘재미주의자’인데, 그래도 쫄깃센타는 사업이기도 하지 않나.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스스로는 대체적으로 재미있다. 살짝 힘든 것은 돈 문제 같은 건데, 다 잘 해결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힘들었다’ 그런 순간은 없었던 것 같다. 다들 재밌게 쫄깃하게 만들어왔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마을 어르신 분들과 어울리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많이 친해졌다. 내가 만화가라는 소문이 퍼진 이후, ‘저 사람이 단순히 장사치는 아니구나’라고 생각해주시는 것 같다.
쫄깃센타를 다른 일꾼들을 쓰지 않고, 쫄깃패밀리를 모집해 직접 지었다. 이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 패밀리 구인광고 경쟁률은 치열했나?
쫄깃센터를 지으려고 다짐하면서부터 꿈꿔왔던 야심찬 계획이 함께 힘을 모아 쫄깃센타를 지을 쫄깃패밀리를 결성하는 것이었다. 같은 배 ‘쫄깃호’를 타고 같은 방향으로 힘을 모아 노를 저어 갈 수 있는 직종이 ‘믿음직’한 친구들이 필요했다. 함께 제주생활에 뛰어들기로 한 친구 위너니와 브루스에게 내 계획을 처음 말했을 때는 역시 냉담했다. 그 힘든 막노동을 한 달 반 동안 무급으로 해야 하는데 도대체 누가 지원을 하겠냐는 것이었다. 난 걱정하지 말고 일단 날 믿어보라고 했다. 그리고 트위터와 블로그에 공고를 올렸다. 내용은 ‘공사기간 동안 숙식 무료 제공, 맛있는 제주막걸리 무한 제공, 쫄깃센타 평생 무료 숙박권 제공, 제주도에 정착하려는 쫄패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제공’이었다. 멋지지 않나? 경쟁률은 10:1 정도였다. 처음 4명을 뽑을 때 40, 50명이 지원했다. 여자는 뽑지 않는다고 했는데 의외로 여자들의 지원이 많았다. 장미란 보다 힘 세다는 여성 분들도 몇 명 있었다. 여자들이 제주도에 대한 로망이 더 많은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이 쫄깃패밀리가 되었는지도 궁금하다.
지원서를 읽고 땡기는 사람 네 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연히 네 명의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설렘을 느낄 정도였다.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다들 괜찮은 사람이었다. 네 명 모두 제주도 정착에 대한 열망이 있었던 건 아니다. 두 명의 친구만 현재 쫄깃센타에 정착했고 한 명은 서울에 다시 복귀했고, 다른 한 명은 제주도에서 건축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은 여자 쫄패들도 모집하고 있는데, 3개월에 한 번씩 뽑고 있다.
“하루는 일용직으로 고용되어 미장 일을 하시던 인부 아저씨가 내게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어떻게 무보수로 와서 일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혹시 우리가 종교단체는 아니냐고 물었다. 아이쿠! 그렇지 않아도 술자리에서 쫄패들에게 물은 적이 있다. 넉 달 동안 무보수로 일하는데 전혀 불만이 없냐고. 그때 막내 민기가 했던 말이 아직까지 가슴 한편에 남아있다. “아마 돈을 줬더라면 우린 이 일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숙소를 하나로 합치면서 우리 쫄패의 관계는 더욱 단단해졌다. 비록 집은 더 좁아졌지만 서로를 위한 각자의 마음은 예전보다 넓어졌다.”(p.115) | ||
계속 심심하고 계속 진지한 만화가 메가쑈킹
쫄깃센타의 운영은 다소 무모한 마인드로 시작됐다. 메가쑈킹 말에 의하면 “내가 충분히 재미를 느낀다면 비록 돈을 벌지 못한다고 해도 그리 밑지는 장사는 아닐 것”이란다. 사실 처음 쫄깃센타의 목표는 홍대 쪽에 멋진 아지트를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홍대가 너무 비싸고 콧대가 높아, 얼떨결에(?) 제주도로 행선지를 바꿨다. 물론 메가쑈킹의 염통 속에 막연한 제주도에 대한 로망이 자리잡고 있었다.
“메가쑈킹이 제주도에 내려가서 게스트하우스를 짓고 산다기에 처음엔 “이 자식, 또 심심해졌구나. 언제 철들래?” 했었다. 그리고 몇 달 후 쫄깃센타가 완공되었다. 내 친구 메가는 그런 녀석이다. 심심해서 저지르는 일을 진지하게 하고야 마는. 물론, 철들려면 멀었다. 계속 심심하고 계속 진지해지겠지.”-강풀 만화가, 메가쑈킹의 10년 불알친구
쫄깃센타에는 어떤 손님들이 오나? 메가쇼킹 팬들도 많이 올 것 같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누구인가?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쫄깃』에도 나오는 자찾생이다. 자찾생은 ‘자아를 찾으러 온 중학생’의 줄임말인데, 머리에 혈액이 덜 응고된 중학교 2학년생이 쫄깃센타에는 왜 왔냐고 물었더니, ‘자아를 찾으러 왔다’고 했다. 사실 자찾생의 어머니가 예전부터 트위터를 통해 쫄깃센타가 지어지는 과정을 주의 깊게 보다가, 학교가 아닌 게임방에서 소중한 학창시절을 불태우려는 아들을 보다 못해 정신개조 좀 시키려고 억지로 귀양을 보낸 것이었다. 하지만 자찾생은 쫄깃센타에 오자마자 PC방은 어디 있냐고 물었다. 트위터에 녀석의 행동을 하나하나 관찰해서 올렸었는데 반응이 뜨거워서, 쫄깃센타에 오는 손님들이 모두 자찾생을 찾을 지경이었다. 또 선생님들이 쫄깃센타에 많이 오셨다. 방학기간을 이용해서 장기적으로 묶고 가셨다. 가장 나이가 많았던 손님은 부산에서 색소폰을 부시는 75세 할아버지였는데 내가 도인인 줄 알고 깨달음을 달라고 하셔서, 민망해서 죽는 줄 알았다. 나한테 말을 높이면서 ‘메가 선생님’이라고 부르셨다. 정말 쇼킹했다.
강풀 작가랑도 친하지 않나? 다들 한 번씩 놀러 왔을 것 같은데.
물론 왔다. 『신과 함께』주호민 작가도 왔고 보드카레인, 오지은, 가을방학 정바비 씨, 장기하와 얼굴들에서 베이스 치는 정중엽 씨도 왔었다. 강풀 작가는 덩치가 너무 커서 땀을 많이 흘렀다. 그가 쓴 침구를 불태우려고 하다가 겨우 참았다. 강풀 작가나 뮤지션이 손님으로 올 때면 다른 손님들이 조금 신기해하긴 했다. 나는 안 신기했지만!
인터뷰를 해보니, 만화에서 느낀 이미지보다 진지한 면이 많은 것 같다. 평소 즐겨 읽는 책들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요즘 인기 있는 웹툰도 보는지?
웹툰은 자주 보지 않고 오히려 그냥 일반 서적을 많이 읽고 있다. 최근에 재밌게 읽은 책은 『카우치서핑으로 여행하기』라는 책을 흥미롭게 읽었더 김규항 씨가 쓴 『B급 좌파』라는 책을 읽었다. 나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 좋다.
쫄깃센타에 서재? 북카페 같은 공간이 있는 것으로 안다. 책은 선별해서 배치해놓은 것인가?
분야별, 작가별로 나누고 싶은데 지금 선별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책의 1/5 정도는 내가 가져온 것들이고 4/5 정도는 트위터에서 책 기증을 받았다. 자신이 재밌게 읽었던 책들을 보내달라고 트윗을 올렸는데 많은 분들이 보내 주셨다. 1,300권 정도 되는 것 같다. 서재가 노란색으로 꾸며져 있는데 제주도 유채꽃 분위기를 내려고 했다.
손님들로부터 들은 쫄깃센타에 대한 최고의 칭찬은 무엇인가?
“쫄깃센타에 왔더니 책이 술술 잘 읽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좋았다. 지하에 영화관이 있는데 재밌는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분도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사람들끼리 친해져서 서울에 가서도 모임을 갖는 분들도 종종 있다.
메가쑈킹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
아침에 일어나 식사준비를 할 때 행복하다. ‘내가 만든 아침을 먹으러 손님들이 드글드글 모이겠구나’ 그런 기대감이 있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밤에 쫄패들과 술잔을 기울일 때도 행복하다. 쫄깃센타에서는 오로지 내 시간들이 많다. 책도 많이 읽고 바다 구경도 많이 하고,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그런 것들이 나에게 행복이다.
“내가 누리고픈 삶은 노는 게 일하는 거고 일하는 게 노는 삶. 남은 인생 그런 삶을 누리는 게 목표다. 돈 때문에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닌 진심으로 내가 마음이 동해서 하는, 신나게 달리다 보면 적당한 수입이 생기고, 뭐 굳이 생기지 않아도 즐겁게 놀았으니 상관없는, 그런 삶을 누리고 싶다. 적어도 돈 때문에 치사해지고 싶지 않다.”(p.166) | ||
오늘을 살자, 정답은 없다, 고인 물은 섞는다
‘좌빈둥 우빈둥’. 쫄깃센타의 수칙이 있냐고 물었더니, 메가쑈킹에게서 나온 말이다. 큰 맘 먹고 제주도에 왔으니 반드시 뭘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쫄깃센타는 뭘 해도 좋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곳이며, 다른 게스트들과 함께 알콩달콩 지내면서 자기 자신을 찾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고인 물이 썩고 고인 입이 썩는다. 실없는 얘기일지라도 대화를 나눠야 한다. 침묵에서 모든 오해가 싹을 틔우게 되고 재크의 콩나무마냥 걷잡을 수 없이 쑥쑥 자란다. 결국 모두 함께 사는 이 세상, 홀로 도를 닦을 목적이 아닌 이상 침묵은 더 이상 금이 아니라 관계에 금이 가게 만드는 것이다. 언제나 왁.자.지.껄 대화가 넘치는, 그런 쫄깃센타가 되었으면 좋겠다.”(p.205) | ||
책 출간을 기념해서 쫄패들과 전국 방방곡곡을 돌면서 팔도유람을 하고 있다. 제주도에만 있다가 서울에 오면 어떤가. 답답한 기운을 느낄 것도 같은데.
제주도에 있다가 서울에 오면 확실히 공기가 안 좋다. 그리고 막히는 도로를 보면서 ‘내가 왜 여기를 또 왔지’한다. 하지만 서울에 오면 예쁜 여자들이 많지 않나. 일장일단이 있는 것이다.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생각해보면 오로지 제주도가 좋은 게 아니라 어디든 재밌고 좋은 것 같다. 바닷가나 산 속에 사는 것도 좋고 따뜻한 물이 콸콸 잘 나오는 아파트에 사는 것도 좋다. 제주도가 섬이지만 결국엔 사람 사는 곳이다.
메가쑈킹이 생각하는 답답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이도 저도 아닌 사람, 정말 답답하다. 그리고 ‘일단 먹고 살아야지’라고 말하는 사람. 먹고 사는 게 중요하긴 하지만 그거를 입에 달고 사는 거, 정말 답답하지 않나. 일단, 모든 생각의 중심을 ‘논다’는 쪽으로 맞췄으면 좋겠다. 꼭 돈을 들여서 무엇을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의 양식이 되는 책을 많이 읽는다던가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한다던가, 두 사람이 모여도 일을 벌일 수 있지 않나. ‘놀기 위해서 일하고, 놀기 위해서 산다’라는 마인드가 있었으면 좋겠다. 외국인 가이드가 한 번 묻더라. 한국은 휴가가 얼마 동안이냐고. 2주라고 이야기했더니 엄청 놀라더라. 외국은 6주 정도 휴가가 있지 않나. 우리나라가 정말 문제가 있긴 한 것 같다. 일을 대충대충 하자는 게 아니고 놀기 위해서 일을 하자는 것이다. 회사에 헌신하는 것이 나의 자아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건 정말 쓸데 없는 웃기는 소리다.
지금 쫄깃센타를 짓지 않았으면 메가쑈킹은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나.
만화를 그리고 있겠지. 통장도 메꾸고 국민연금도 내야 하니까. 우선 기본적인 건 해결해야 한다. 사람들이 만화를 쉬고 있으면 감 떨어진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내 만화 자체가 용이 날라 다니거나 엄청난 정밀묘사가 있는 만화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안 한다. 손이 굳었다면 풀릴 때 그리면 되는 것이고.
웹툰 시장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정작 만화가들은 무료 웹툰에 대한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말 잘 버는 친구들은 잘 벌지만 수익이 어려운 친구들은 정말 어렵다. 구조적으로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나는 “진짜 재밌고 정말 재밌고 가슴을 움직이는 만화는 팔리게 돼있다”고 생각하는데,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폭력이 되는 말일 수도 있다. 많은 만화가들이 골고루 연재하고 잘 살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메가쑈킹의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 내년의 계획은 정해 놓았나.
자전거를 다시 타고 싶다. 제주도 해안가만 도는 게 아니라 중산간 지역을 돌아보며 캠핑도 하고 싶다. 내년에는 마음을 가다듬고 전부터 하고 싶었던 영화축제, 음악축제 같은 다양한 문화적인 활동을 하고 싶다.
“단지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은 싫다. 절대로 돈 때문에, 돈에 쫓기며 일하지 말자. 마음이 동해서 몸이 움직이는 그런 일을 하자. 나랑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똘똘 뭉치자. 쫄깃센타 운영이 바로 그런 일이다. 그래서 지금은 만화 그리는 일도 쉬고 있다. 지금은 만화를 그리고 싶지 않다. 쫄깃센타를 운영하는 게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염통 가득히 만화가 그리고 싶어서 미칠 것 같을 때, 난 또 다시 펜을 들고 커피와 함께 밤을 지새우며 만화를 그릴 것이다.”
☞ YES24 블로그(http://blog.yes24.com/chungaram1)에서 메가쇼킹의 따꼼한 제주 정착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쫄깃』이 11월 30일부터 1월 4일까지 매주 화, 금요일에 연재됩니다.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쫄깃메가쑈킹&쫄깃패밀리 저 | 청어람미디어
이 책에서 메가쑈킹은 ‘무르지도, 단단하지도 않게’ 조금 더 ‘쫄깃’하게 살아보자고 끊임없이 ‘꼬드긴다’. 과연 그가 말하는 쫄깃한 삶이란 무엇일까. 제주의 풍광이 그대로 살아 있는 다양한 사진을 감상하며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동안 정신없이 바쁘기만 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쫄깃하게 살고 싶은 가벼운 충동이 일 것이다. 힘내는 대신 힘 빼고 사는 법을, 다양한 사람과 함께 전주비빔밥처럼 어울려 사는 법을 메가쑈킹 특유의 쫄깃한 어법으로 풀어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