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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바이 페퍼스, ‘우주 전문 밴드’의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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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데뷔한 3인조 록 밴드 '로 바이 페퍼스'(RAW BY PEPPERS)는 뛰어난 연주력과 정교한 음악으로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해외의 슈게이징, 포스트 록 흐름에 닿아있는 이들은 음반에서 명확한 주제, 이야기를 설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데뷔 EP <Spaceship Out Of Bones>와 최근 발매한 정규 1집 <Cosmos>를 동시에 관통하는 소재는 '우주'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우주 전문 밴드'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단독 공연 며칠 후에 만난 밴드는 자신들이 반드시 우주에 국한된 팀은 아니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들은 그저 매 순간 치열하게 상의하고 때로는 다투기도 하며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음악에 관한 얘기에선 시종일관 여유롭고 자신감이 넘쳤다. 로 바이 페퍼스는 조만간 한국을 떠나 독일의 베를린으로 향할 예정이다. 더 넓은 세계로 진출해 본토의 록 인구를 사로잡겠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세 멤버는 눈을 반짝였다.


데뷔 EP <Spaceship Out Of Bones>가 작년에 나왔는데 정확한 결성 시기는 언제쯤인가.


보컬&기타 김가온, 이하 가온: 2014년에 모이고, 2015년에 로 바이 페퍼스가 결성됐어요. 첫 앨범이 나오기까지 1년 정도가 걸린 셈이죠.

 

'로 바이 페퍼스'라는 밴드 이름에 대해 설명해 달라.


가온:처음엔 다른 이름이었는데 회사랑 계약하면서 '로 바이 페퍼스'라는 이름이 만들어지게 됐어요. 세 명 전부 색이 다르고, 이로 인해서 부딪쳤을 때 만들어지는 새로운 무언가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집중한 이름이에요.

 

원래 세 분의 음악적 지향이 비슷했나.


드럼 이광민, 이하 광민:완전 달랐어요. 시작점이 다른 세 명이 모여서 좋은 시너지를 내보자는 마음이 있었죠. 가온 형은 '라디오헤드' 쪽이고, 진우 형은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쪽이고, 저는 재즈나 블랙 가스펠, 팝 이런 거 좋아했어요.


가온:초반에 '스타일이 다른 우리가 같이 음악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그때 제가 했던 말이 "우리는 평생 같이 싸우면서 음악을 해야 될 거다. 셋이 다르지만 그 다름으로써 만들어지는 결과물들을 보자"고 이야기했던 것 같거든요. 셋 다 그 점이 좋다고 긍정적으로 평가를 해서 그렇게 시작하게 됐죠.

 

그럼 주로 작업을 주도하고 리드하는 쪽은 가온 씨인가.


가온: 3% 정도 리드하는 거 같아요. 아주 조금이죠.


광민 씨는 원래 팝을 좋아했다고 하셨는데, 지금 음악이 힘들지는 않은가. 팝과는 거리가 상당히 먼데.


광민:계속 싸우면서 서로 영역에서 절충해요. 그러면서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시간이 좀 지났지만 첫 정규 앨범 발매와 단독 공연 개최를 축하드린다. 소감이 어떤가.


가온: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았어요. 첫 단독 공연이란 부담감도 있었고요. 이전에는 짧으면 30분, 길어야 1시간 정도 공연을 했는데 이번에는 1시간 반 구성이라 그동안 흐름을 끌고 갈 수 있을지, 에너지를 다 담을 수 있을지 고민이 됐습니다. 준비하는 과정도 힘들었고, 공연 중에도 우리가 100%, 120%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생각에 좀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할 만큼 잘 하지 않았나 싶어요. (웃음)

 

앨범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


가온:저는 거의 90% 정도는 만족하는 것 같아요.


광민:저도 앨범 자체는 엄청나게 많이 만족하고 있어요. 저희끼리 음악 하다가 프로듀서 같은 외적인 요소들이 추가되면서 전체적인 완성도가 조금 더 올라갔다고 생각해요. 그 흐름을 봤을 때 너무 만족스럽죠.


진우 씨의 소감도 듣고 싶다.


베이스 이진우, 이하 진우:저는 앨범은 100% 만족하고요. 공연 자체도 그 당시에는 그게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기 때문에 그것도 100% 만족하고 있습니다. 지나고 나서 아쉬운 점은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

 

작년엔 EP였는데, 올해 정규 앨범 <Cosmos>를 발매하면서 주위의 반응도 남달랐을 것 같다. 주위의 반응은 어땠나.


가온:자극을 받았다는 분들이 종종 있었어요.

 

음악 하는 사람들의 말인가.


광민:저희는 비주류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저희가 하고 싶은 것을 타협 없이 끌고 나가는 점에서 자극을 받았다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더 잘해나가고, 그런 걸로 성과를 이뤄야지 완성이 된단 생각에 책임감도 느꼈죠.

 

히트에 연연하지 않고 세 분이 하고 싶은 것을 딱 만들어 낸 것을 보고 주위에서 자극을 느꼈단 말인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 자부심도 있을 것 같다.


광민:네, 엄청 있죠. 앨범 안에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부분이나 연주적으로 다른 것들을 시도했던 부분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작년 EP <Spaceship Out Of Bones> 와 이번 정규 <Cosmos> 두 장 모두 우주를 테마로 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광민:의도를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우주 콘셉트로 EP를 내겠다고 다짐한 건 아니었어요. 다음 앨범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죠.

 

우주에 국한된 건 아니란 얘긴가.


광민: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꼭 우주가 아니어도 저희가 표현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들의 첫 앨범 <Cosmos>는 우주에 기투(企投)된 소년들의 모습을 담았다. 큰 줄기는 이렇다. 우연찮게 불시착한 곳에서 이들은 마치 외계인처럼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어떤 것'들을 찾아내고, 그곳을 탐험하며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다 총격을 받고 쓰러져 다시 지구로 온다는 이야기. 밴드는 T.S. 엘리엇의 말을 인용해 이야기를 정리했다. "우리는 탐험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탐험의 끝에서 우리가 출발했던 곳에 도달할 것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 장소를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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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 씨는 앨범의 모든 가사를 직접 쓰셨는데, 스토리가 있는 일종의 콘셉트 앨범 아닌가. 테마, 콘셉트를 잡고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가온 씨의 몫인가.


가온:큰 틀은 거의 같이 잡았고, 그다음 세부적인 사항을 제가 담당하게 됐어요. 제가 글 쓰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이야기를 만드는 데 오래 걸렸어요. 기본적인 기승전결도 생각해야 하고, 좋은 내용을 쓰고 싶어서 중간중간 내용을 친구들에게 계속 말해줬어요. 이야기를 먼저 쓴 다음에 가사를 썼는데 우리가 어떤 메시지를 담을 것인지에 대해서 대화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럼 단편 소설을 한 편 쓴 것과 다름없겠다.


가온:사실은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러면 제가 해야 할 부분들이 너무 많아지기도 하고 과연 좋은 소설이 나올지에 대한 의문도 들더라고요. 이야기는 어쨌든 표현 수단일 뿐이니 노래에 집중하자고 생각했어요.

 

결론적으로 <Cosmos> 앨범에 어떤 주제를 담고자 한 것인가.


가온:사실 우주가 엄청나게 넓은 세계잖아요. 저는 그 세계를 보면 나를 다시 알 수 있게 된다는 생각을 믿어요. 대우주를 알면 소우주를 알 수 있고, 소우주를 알면 반대로 대우주를 알 수 있는 것처럼요. 그거에 초점을 맞췄어요. 이게 우주를 여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내면의 나를 탐구하는 앨범이거든요. 표현을 우주로 했을 뿐이에요. 결국 내면의 자아가 어떻게 발전되어 가고 어떻게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인지, 우리는 어떻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앨범에 담았습니다.

 

앨범을 들어보면 녹음과 후반 작업에도 상당한 공을 들인 것 같다.


광민:원래는 작년 연말에 내고 싶었는데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아서 올해 3월에 춘천 상상마당 가서 녹음을 했어요. 5일 정도를 빌려서 곡을 전부 원 테이크로 녹음하고 그다음 믹스에 들어갔죠. 'Boost Knob'이라고 항상 협업하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한 달여 정도 같이 살면서 매일 믹스했어요. 체력전이었던 것 같아요. 작년 4월 1일에 앨범이 나와서 올해도 4월 1일에 내고 싶었는데 조금씩 미뤄지다 보니까 5월에 나오게 됐네요.

 

녹음을 원 테이크로 한 이유와 만족도가 궁금하다. 어려운 과정이었을 것 같은데.


가온:저희는 EP 작업할 때부터 그렇게 해왔어요. 아무래도 3인조라는 한계가 있는데, 저희는 라이브에서 구현 안 되는 건 녹음에서도 하고 싶지 않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녹음마저 따로 하면 셋의 에너지가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원 테이크를 추구해왔죠. 그래도 잃는 게 있긴 해요. 마이크 간의 간섭이 너무 심하죠. 이번엔 더 좋은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해서 소리가 안 겹치게 파티션 세우고 간격 설정을 했는데도 어쩔 수 없더라고요. 이번 녹음에서 이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많이 이야기했어요. 그래도 원 테이크는 계속하게 될 것 같아요.

 

말한 것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원 테이크를 고집하는 건 역동성을 위해서인가.


광민: 네, 그 에너지 때문이죠.

 

즉흥 연주를 추구하는 재즈와도 비슷한 맥락으로 들린다.


진우:드럼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노트들도 있어요. 그런 건 그냥 그러려니 해요. 아쉬운 느낌이 들면 다시 녹음해서 제일 좋은 합이 느껴지는 걸로 고르죠.


가온:그렇다고 완전히 재즈처럼 흘러가는 건 아니에요. 우리가 곡을 썼기 때문에 흐름이 정해져있고, 약속된 길이 있긴 해요. 에너지가 확실하게 모여 탁 터지는, 그런 걸 선택하는 거죠.

 

로 바이 페퍼스의 음악은 결코 쉽게 들리지 않다. 지난 <Spaceship Out Of Bones>에서는 그나마 멜로딕한 곡들도 있었는데, 이번 <Cosmos>에서는 멜로디 접근보다 소리 예술이나 연주 미학에 더 집중한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가온:진짜 저희가 하고 싶은 걸 한 것 같아요. EP 때는 오히려 조금 '힙'한 감성도 들어있으면 좋겠고, 홍대 신에서 사람들이 따라 부를만한 곡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도 적잖이 했거든요. 이번에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우리가 맞다 생각하는 걸 무조건한다는 생각으로 만들면서 외부 신경을 안 썼어요.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한 결과물이 된 것 같습니다.

 

세 사람이 하고 싶은 것에만 집중을 했다는 이야기인가.


가온: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음악을 만들어보자 한 거죠.

 

물론 소수의 마니아를 꾸준히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음악이 대중과의 접점을 마련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없나.


가온:예전에 록 밴드들도 보면 결정적 한, 두 곡으로 유명해지고, 커리어를 이어가는 밴드들이 많잖아요. 그 밴드들이 대중하고 통하고 싶어서 그런 노래를 썼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들이 결과적으로 대중과 통하긴 했지만, 반드시 그것을 노리고 썼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는 얘긴가.


가온:그렇죠. 결과적으로 통하게 되는 거죠. 그들이 '우리가 그래도 대중하고 좀 통해야 되니까 타이틀을 이걸로 만들자'라는 식으로 곡을 썼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요. 통하면 당연히 좋겠죠. 우리도 만족을 했는데, 대중들도 만족한다면 다행인 거죠.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이 좋아해 준다고 해도 누군가에게 감명이 된다면 충분하지 않나 해요.

 

현재의 포스트 록, 슈게이징에 기초한 음악 외에 또 다른 음악적 지향이 있는지 궁금하다.


가온:장르는 사실 붙여주시는 거잖아요. 저희가 뭘 지향하고 있진 않아요. 제가 딜레이(delay)를 적극적으로 쓰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거든요. 아무래도 3인조다 보니까 소리를 더 채워야 되는데, 딜레이를 쓰지 않고 클린 톤으로 채우면 만족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공간계도 많이 활용하고, 앰프도 두 개씩 쓰게 됐어요. 저는 머릿속에서 음향 디자인을 할 때 기타가 옆으로 넓게 있고 가운데서 드럼이랑 베이스가 중심을 잡고 있는 모습을 그려요. 이걸 토대로 자연스럽게 자기 영역을 채워나가다 보니까 슈게이징, 포스트 록으로 만들어지게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처음부터 '포스트 록을 하고 싶다'가 아니라 3인조로 출발해 음향적 공백을 채우다 보니 이런 스타일이 되었다는 얘긴가.


가온:네. 앞으로는 다른 악기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싶어요. 저는 지금도 한계가 많이 노출되고 있다 생각하거든요. 3인조의 한계는 필연적이잖아요. 다른 악기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어떤 방법을 또 찾아내다 보면 또 자연스럽게 그 악기의 특성에 맞춰서 장르가 바뀐다거나, 성격이 바뀐다거나 할 수 있겠죠.

 

<Cosmos>에는 한글 가사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연주곡도 있지만, 앨범의 마지막 곡을 제외한 모든 가사는 영어로 이루어져 있다. 이에 대한 이유를 묻자 밴드는 망설임 없이 “영어로 가사를 잘 써서 더 많은 세계의 대중이 들을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답했다. 한글이 없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하나 1집을 내면서 생긴 용기와 패기, 욕심의 결과였다는 것이다. 동시에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해외로 진출하게 된 것 역시 영어 가사의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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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 달라.


가온: 늦어도 10월엔 나갈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일단 베를린에 베이스를 잡고 유럽에서 활동을 해보려고 해요. 좋은 계약이 이루어졌거나 한 건 전혀 아니고요, 그냥 아무것도 없이 나가는 거예요.

 

아무 발판도 없이 베를린으로 간다는 얘긴가.


광민:일단 한국에서 외국으로 보내주는 일종의 에이전시 계약은 있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죠.
가온: 처음에는 페스티벌 몇 개를 잡고 갈 생각이지만, 안 된다면 베를린 클럽을 위주로 공연할 거예요.
진우: 홍대 로컬이 아니라 베를린 로컬로 다시 시작하는 거죠.

 

그럼 서울에서의 활동은 어떻게 되는 건가.


광민: 8월까지는 공연이 잡혀있어서 그 일정은 다 소화해야죠. 9, 10월쯤엔 가기 위한 이민 비슷한 준비를 하지 않을까요. 현재로서는 돌아올 생각이 없어요.

 

현지에서 음반 작업도 할 계획인가.


가온:목표죠. 프로모션 하는 분들과 계약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투어를 돌 수 있을 만큼 인지도를 쌓고, 그 뒤엔 자연스럽게 현지 기획사들과 접촉을 거쳐서 앨범까지. 일단 거기까지 가는 게 목표입니다.

 

이번 1집을 통해 본격적인 발걸음을 뗐다.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어떤 밴드로 남고 싶나.


광민:순간순간 느끼거나 하고 싶은 것들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갔으면 좋겠어요. 누군가를 따라 하고 이런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거, 아무도 안 했던 거를 우리가 계속 찾아내서 앞서가는 선구자 같은 역할을 하는 밴드가 됐으면 해요. 그런 음악을 계속하는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여건 자체가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들어주면 좋겠죠.


진우:음악을 시작하면서 가진 막연한 목표인데요. 제가 세계적인 베이시스트가 돼서 한국 대중이 밴드 음악을 많이 좋아하게 되었으면 하는 목표가 있어요. 그런 걸 하고 싶어요. 밴드 음악도 대중이 인지하고 좋아하기 시작하면 엄청 성장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그런 걸 이루어내는 사람 중 하나가 됐으면 좋겠고, 저희 팀이 그랬으면 좋겠어요.


가온: 항상 하는 이야기이지만 '로 바이 페퍼스' 같은 음악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라디오헤드 같은 거대한 밴드들이 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장르에 갇히지 않고 자기들 이름이 장르가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일차적으로는 저희가 그런 밴드가 됐으면 좋겠고요. 지금 전 세계적으로 새로 등장하는 거대 록 밴드가 없잖아요. 문화가 뭔가 한 쪽 방향으로만 흐르고,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다음 록 시대를 저희가 열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웃음)

 

이즘의 공식 질문이다. 각자 인생의 앨범을 3장씩 골라 달라.


가온:저는 처음에 크라잉 넛 3집 <하수연가>를 듣고 기타를 잡게 됐는데, 거기서 제가 가사나 메시지 쓰는 걸 배웠다고 생각해요. 게토밤즈의 1집 <Rotten City>에서는 제가 표현해야 하는 음악적 에너지를 배웠는데, 저는 아직도 그걸 몸에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라디오헤드의 <OK Computer>.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던 이 음악이 두 달을 반복해 들으니 어느 순간 귀에 들어오더라고요. 저의 음악관을 바꿔놓은 앨범이에요.


광민: JB 프로젝트의 <Brombo!>라는 앨범이 있는데 드러머 아키라 짐보, 베이시스트 브라이언 브롬버그가 연주했어요. 타이틀곡의 베이스 솔로를 들으면서 제 감수성이 엄청 달라졌죠. 제가 드럼을 치면서 블랙 가스펠도 많이 들었는데, 이스타엘 뉴튼이랑 뉴 브리드(Israel & New Breed)랑 같이 한 <Jesus At The Center>을 뽑고 싶어요. 카피를 잘 못하는 제가 완벽하게 '칼 카피'해서 의미 있는 앨범이에요. 마지막은 라디오헤드의 작년 앨범 <A Moon Shaped Pool>이요. 이 앨범을 들으면서 라디오헤드를 제대로 알게 됐어요. 그래서 엄청 소중하고, 형들과 만나기 시작한 접점이라고도 생각해요.


진우: 저는 처음에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공연 DVD를 보고 베이스를 따라 치다가 음악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중에서 제일 좋아했던 게 <Blood Sugar Sex Magik>이에요. 그리고 뭔가를 터트리고 싶을 때는 더 유즈드(The Used)의 데뷔 앨범인 <The Used>를 들으면서 해소를 많이 했어요. 저도 펑크 음악을 많이 들었는데, 이 팀은 그냥 펑크라고 하기에는 조금 더 연주적인 면으로 다듬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죠. 그리고 학교 다니다가 그 이전에 몰랐던 흑인 음악의 그루브에 대해 좀 더 확실하게 알게 해준 디 안젤로(D'Angelo)의 <Voodoo>를 뽑고 싶습니다.

 

인터뷰 :정민재, 강민정, 임동엽
정리 :정민재
사진 :김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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