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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 기자 “이 책은 이명박 수사 기획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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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이 무너지고 있다”


십 년을 MB만 쫓아온 주진우 기자의 말이다. 아무도 말하지 않고, 아무도 묻지 않고, 아무도 찾지 않은 MB의 돈. 주진우 기자는 그 돈만 쫓았다. 그러면 MB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는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적폐, 그 “알파이자 오메가”인 한 사람, MB를 따라 건너온 기자의 우여곡절 십 년 ‘실패기’다. 싱가포르에서, 캐나다에서, 스위스, 독일, 케이맨제도에서 기자는 번번이 증거 근처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기자가 만난 사람들은 두려워했고, 회피했다. 하지만 저 끝에 MB가 있는 것을 확신한 기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BBK 특검, 내곡동 사저 특검을 이룬 기자의 취재는 아직 남은 ‘뉴클리어밤’을 예고한다. 그는 “국민들이 책을 더 많이 읽고, 수사가 어떻게 되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MB는 금방 잡힌다.”고 당부했다. 기자의 말마따나 이것은 바로 우리의 돈을 빼돌린 문제다. 

 

아직도 이명박의 시대


출간 후 계속 베스트셀러 상위 랭크다. 예스24에서는 9월 2주 연속 1위를 기록하기도 했고. 예상했나?

 

1등은 늘 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그런데 책을 낼 때마다 독자들이 많이 사주셔서 감사하다. 군자금으로 잘 사용하고 있다.(웃음) 어쩐 일인지 다른 서점에는 내 책이 안 보인다. 베스트셀러 코너에는 있지만 좋은 자리에는 없다. 광고를 하고 싶은데 안 받아준다. 아직도 우리는 이명박의 시대를 살고 있고, 특별히 이번에 서점에서 그걸 많이 느꼈다. 책 사인회를 하자고 했다가 취소된 곳이 여러 곳 있었다.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가 취소된 인터뷰가 한 인터뷰보다 많다. 매체에서는 책과 관련해 인터뷰를 한 군데도 못했다. 영화 관련 인터뷰만 한두 개 하고. 굉장히 어려웠다. 괜찮다. 예스24 1등이 1등 아닌가.(웃음) 예스24 1등이 목표였다. 정말 감사하다.

 

영화 판권도 팔렸다.


책을 쓸 때 판권이 팔렸다. 상업영화사에 팔렸다. 류승완 감독도 내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하다가 안 하고 캐릭터만 써먹고(웃음) 말았다. 『주기자』도 팔렸는데 시절이 엄혹해서 영화가 안 됐다. 이번에는 잘 됐으면 좋겠다. 훌륭한 감독님이라 잘 됐으면 좋겠는데 어찌될지는 모르겠다. 다른 세상의 얘기니까.

 

세상이 바뀌었다고들 한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아직 갈 길은 멀다. 대통령만, 청와대만 바뀌었을 뿐 사회 곳곳은 아직도 뿌리 깊은 선입견이 있고, 편향된 사람과 싸워야 하는 면이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들은 내가 편향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이명박과 소위 보수라고 하는 메인 스트림, 거기가 아직도 견고하다는 걸 느낀다. 이번에 책이 나오고 더 그랬다. 언론에서 주목은 하고 있으나 소름 끼칠 정도로 침묵하고 있는 걸 느낀다. 아직 노력이 필요하구나, 생각했다. 더 가까이, 심장부로 가까이 가서 열심히 취재해야겠다. 다행히 독자들이 많아서 힘이 된다. 이 책 판 돈으로 며칠 후에 바로 취재 간다. 굉장히 긴장하고 있다. 부풀어 있다. 가고 싶던 취재였는데 약간의 취재비가 드는 일이었다.

 

읽는 내내 가장 많이 한 생각이 ‘아니, 말이 돼?’였다. MB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몰랐던 거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심정으로 읽었을 것이다. 책으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나.


(한숨) MB 문제가 아니라 우리 문제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우리의 돈을 빼돌린 문제다. 또한 정치라는 게, 이명박과 정치라는 게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라는 말을 하고 싶다. 정치는 우리의 이야기다. 어른이라면, 깨어 있다면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국민들한테 함부로 하는 깡패집단(=권력집단)이 있다. 그를 떠받치는 게 검찰, 경찰, 국세청이고. 그동안은 이들이 정치와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아무리 깡패 짓을 해도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외면해왔다. 권력이 세고, 무서우니까 외면한 거다. 그렇지만 이제는 깡패들이 뭐하는지 쳐다보자는 거다. 누군가는 소리도 쳐야지. 곁에서는 그냥 불 끄고 자는 게 아니라 하나 씩 불도 켜주고. 우리 아이들,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생각해보자, 이런 메시지가 전달되었으면 했다. MB가 얼마나 정치라는 이름으로, 국가라는 이름으로 나쁜 짓을 했는지 알리고 싶었다.

 

이것이 나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대응은 확실히 달라진다.


지나가다 돈 천 원만 뺏겨도 화난다. 그런데 세금이라는 이유로, 국가라는 이유로 어마어마한 돈을 뺏겼다. 적어도 ‘4대강 사건’ 하나로만 성인 한 명 당 천만, 이천만 원은 뺏겼을 거다. 강을 판 건 환경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자원외교, 국내 석유 수급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방산비리가 자주국방을 위한 것이 아니었듯 말이다. 이 돈이 백조에서 이백조 가량 된다. 성인 한 명에게 이천만 원은 빼앗아간 거다. 우리 문제잖나.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뺏겼지만 우리 아이들, 청년들은 뺏기지 않고 그들이 공부하고, 놀고,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자는 이야기다.

 

그런데, 왜 이명박인가. MB가 상징하는 것은?


그나마 DJ, 노무현 정부 들어 사회가 바른 방향을 잡았었다. 경제도 제대로 가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들어섰다고 생각했다. 검사들이 대통령한테 대들고, 측근들 다 잡아가고 할 정도로 성숙된 사회까지 갔지 않았나. 인권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복지도 얘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명박 들어 이 패러다임이 바뀐다. 시대가 거꾸로 돌아갔다. 다시 돈과 출세, 취업을 위해 영혼을 팔아야 하는 이상한 사회로 갔다. 바로 이 패러다임을 만든 게 이명박과 그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 패러다임 안에서 박근혜는 주사 맞고, 드라마 본 거고. 이명박과 주변 사람들을 잡는 것, 특별히 그들이 국민을 팔아 번 돈을 찾는 것은 개혁의 첫 걸음이다. 알파이자 오메가다. 이명박은 그렇게 우리한테 소중한 사람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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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본질은 돈이다


추적기가 십 년의 세월을 아우른다. 긴 시간인데. 지금 시점에서 MB와 주변 인물들의 현재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 몇 사람을 제외하고 이들은 지금도 잘 먹고 잘산다.


잘살고 있다! 지금 이전 정권의 비리라고 나오는 게 국정원 댓글의 ‘외곽’부대다. 국정원도 아니고, 댓글을 달기 위해 돈을 받은 민간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거기서 이명박까지 가려면 너무 멀다. 그리고 꼬리가 잘릴 거다. 사다리를 열 개를 타고 넘어가도 이명박은 빠져나갈 거다. 이명박의 돈을 찾아야 한다. 이명박의 목적은 정치도 뭣도 아니고 돈이었다. 목적이 분명했기 때문에 이명박이 그렇게 좋아하는 돈을 찾아 돈 이야기를 하면 그때는 조금 이명박과 주변 사람들의 실체를 깨닫게 될 거다. 그래서 돈 문제로 풀어나가고 싶었다. BBK 문제를 ‘에리카 김’에서 풀어나가고 싶었듯이. 이명박의 본질은 돈이다.

 

오직 돈이 목적이었을까? MB는 몰라도 주변인들, 많은 엘리트 특권층까지? 심지어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말이다. 이해가 안 된다.


돈 때문이다. 너무 많은 돈이니까. 같이 돈을 만들었는데 한두 개는 발각된다. 그 경우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돈의 실체가 드러날 것 아닌가. 이때 공범 중 하나가 죽거나 사라진다. 이것을 ‘저수지’라는 이야기로 시작한 거다. 사실 그들을 건들지 못했다. 검찰도, 시스템도,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알지 않나. 4대강 사업을 하는데 그것이 국가나 국민을 위한 게 아니었다는 걸. 돈이 빠져나갔다.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런데 아무도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얘기한 거다.

 

꼬리를 잘라가며 지킨 그 ‘많은’ 돈을 기자가 쫓는다. 때문에 기자도 죽음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렵지 않나. 책 리뷰 대부분이 ‘주기자를 응원한다’, ‘주기자를 보호하자’였다. 


그래서 더 떠드는 것일 수도 있다. 무서워서. 퇴근길 밤에 차가 달려들었다. 그날은 너무 놀랐다. 그 다음날은 무섭더라. 그리고 그 다음날은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떨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섭지만 그래서 떠든다. 또 그런 일이 있으면 ‘내가 잘 쫓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힘으로 간다.

 

『주기자의 사법활극』출간 때 강연 취재를 갔었다.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관객 질문이 있었는데 기자의 답은 ‘기자니까요’였다. 책에서도 ‘나의 일은 나보다 중요하다’고 했는데.


권력을 감시하는 건 기자 본연의 업무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한테 대드는 게 내 일이다. 이건 당연한 일인데. 권력이 깡패 짓을 했는데 어떤 기자도 얘기를 안 했다. 나는 그걸 외면할 수 없어서 했다. 다른 기자들이 같이 서 있었다면 이렇게 외롭진 않았을 거다. 그런데 기자들이 다 도망가 버렸다. 나는 원래 한 서너 번째에 서 있던 기자였는데 앞에 있던 기자들이 다 도망간 거다. 어느 날 보니 맨 앞에서 혼자 돌을 던지고 있더라. 사람들은 나만 쳐다보고. 어쩔 수 없이 못 도망가고 있다. 나도 사실 얼른 튀고 싶었다.(웃음) 하는 동안은 계속 돌을 던져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진실을 밝혀도 아무도 함께 기사를 받아 써주지 않았다.


받아 써주지 않을뿐더러 소송을 당한다. 받아 써주지 않고, 욕먹고. 생활이니까 받아들인다. 하지만 어떨 때는 집에 들어가면 무릎이 탁탁 꺾인다. 특별히 이번에 그랬다.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책이 나왔고, ‘돈의 신’이라고 북 OST도 나왔다.(쓸데없이 고퀄이다.(웃음)) 굉장히 정성을 들였는데 아무 데도 안 받아준다. 어디서도 노래를 틀어주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저수지 게임>도 나오고, 잘 되고 있는데 조용하다. MB가 나에게는 관심을 가지거든. 뭘 하는지 알지만 효과적으로 그들이 막고 제어한다. 그걸 보니 참 답답했다.

 

최승호PD의 <공범자들>관객이 24만이 넘었다. 봤나? 어땠나? <저수지 게임>도 5일 만에 5만이 들었다.


오늘(9/13) 오전에 MBC 파업 지지 연설하러 다녀왔다. <공범자들>도 더 잘 돼야 한다. 쌍용차를 다룬 다큐 <안녕 히어로>가 더 잘 됐으면 좋겠다. <저수지 게임>은 뭐. 무엇보다 책이 잘 돼야 한다. 영화보다 책이 잘 돼야 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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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처음이자 완성이 MB다


‘적폐청산’이라는 말이 흔한 수식이 된 것 같다. 그렇지만 반드시 청산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기자의 생각은 어떤가?


MB보다 심한 적폐는 없다. 생각해보자. MBC 사장이 MB보다 중요한가? 댓글부대가 MB보다 중요한가? 모든 것보다 MB가 중요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오직 그분만 모신다. 다만 MB를 제외하고라도 바뀌기는 해야 한다. 그래도 나는 MB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개혁의 처음이자 완성이 MB라고 생각한다. 그에게 온갖 적폐가 다 달려있다. MB에서 국정원, MB에서 언론, 모두 망가뜨리고 시스템을 새로 만든 사람이 MB다.

 

너무 많은 일을 했다.


오랫동안 청와대에 있던 정보원이 있었는데 자기는 MB가 좋다고 하더라. 이유를 물었더니 출장을 다녀오든 무엇을 하든 항상 새벽 다섯 시에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다더라. 박근혜는 안 보였다고 하고. 그 사람이 새벽 다섯 시부터 일해서 우리나라가 이렇게 된 거다. 이상득이 링거 투혼 한다고 주사 맞고 전용기 타고 다니면서 외국 나가서 다 망했지 않나. 자기들 돈을 빼돌리려고, 사기 치려고 그렇게 열심히 한 거다. 본질을 알았으면 좋겠다.

 

MB라는 적폐를 풀기 위해 여러 갈래가 있다. 시급한 것을 꼽는다면?


책에 몇 가지 사례와 수사할 거리를 남겨 놨다. 이것은 수사 기획서이기도 하다. 검사들이 조금 읽기는 해서 피드백이 오고 있다. MB의 돈 얘기를 풀면 다른 건 쉽게 풀린다. 다른 건 MB가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 댓글이니 뭐니 MB를 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혀. 그건 MB까지 가기 위한 단계가 너무 많다. 그렇지만 돈은, 이 저수지는 뭐 하나만 나오면 MB는 끝난다. 수사기관이 빨리 나와 줬으면 좋겠다. 그걸 위해서는 국민들이 책을 더 많이 읽고, 수사가 어떻게 되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MB는 금방 잡힌다.

 

역시 열쇠는 국민인가.


박근혜를 잡은 건 특검이 아니고 국민들의 열망이었다. 아이들이 죽고 나라가 망가지는데 대통령이 혼자 사라져서 뭘 하는지 모르겠다, 이 사람은 안 된다, 라고 해서 바뀐 것이 박근혜였다. 국민의 힘으로 여기까지 온 거다. MB 역시 국민이 구속시킬 수 있다. 국민은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밤에 집집마다 불만 켜도 깡패들은 더 폭력을 저지르지 못한다. 외면하지 않으면 된다.

 

검찰도 정권도 아직까지 MB 잡는 걸 부담스러워 한다고 했다.


이 정권은 너무 도덕적이어서.(웃음) 저쪽은 범죄를 저지르다 잡혀도 보복한다고 얘기하지 않나. 언론에서도 다 써주고 말이다. 전직 대통령이니까 어렵긴 할 거다. 그런데 국민들이 잡자고 막 하고 있다. 책을 조금만 더 많이 읽으면, 그러면 MB는 간다.

 

솔직히 말해서, 상황을 낙관하나?


사실 이 책은 실패기다. 수많은 실패를 담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결코 질 수 없는, 져서는 안 되는 싸움을 한다고 생각한다. MB를 못 잡고, 내가 잡힐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지지 않았지만 MB 기사를 썼다가 수많은 고소고발에 끌려 다니지 않았나. 운 좋게 살아남아 있는데 운이 나빠서 잘 안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진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항상 희망은 놓지 않고 있다.

 

아직 남은 소송이 10여 개나 된다.


최근에 ‘내란선동’ 소송을 김제동과 함께 당했다. 소송이 줄어들지 않는다. 하지만 뭐, 소송은 나의 힘이고 나의 인생이고 생활이다 생각한다.(웃음) 친구다 생각한다. 좀 친하기 싫은 친구. 어차피 버린 몸이다. 사실 이런 삶을 꿈꾸지 않았다. 나는 자유주의자고 개인주의자다. 개인의 행복과 자유, 사랑을 숭상하는 사람인데 얼굴도 팔리고 이렇게 살게 됐다. 시대가 그런 거니까. 또 다른 사람들이 깡패를 보고도 얘기를 안 하고 있으니까 나라도 해야지.

 

<저수지 게임>에서도 다루고 있는 ‘농협 210억 대출 사건’을 MB의 전형적인 수법이 녹아 있는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비교적 ‘적은’ 돈이지만 이 사건을 제대로 짚는 게 MB 돈 문제를 푸는 힌트가 된다고.  


그 사건에는 힌트가 많이 숨겨져 있다. MB가 정권을 잡자마자 금융권 힘 있는 자리에 MB 사람들이 낙하산으로 투하됐다. MB는 망한 회사를 사거나 만들어서 그곳에 돈을 투하한다. 회사는 조금 있으면 망하고 돈은 다 날아간다. 그런데 돈을 투하한 은행과 정부에서 돈을 찾지 않는다. 돈을 찾으려고 하면 저수지에서 발견되거나 왕따를 당하거나 사라진다. 돈이 사라졌는데 돈을 쫓아가보면 이명박의 흔적이 있고, 그가 뭘 했는지 알아낼 수 있다. 그런데 그 돈을 안 찾는다. 수십조, 백조가 넘게 사라지는데 찾아야지. MB와 MB 주변에서 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얘기다. 나는 그 얘기를 쫓아다녔던 거다. 왜 안 하지, 나라도 해야지, 이렇게.

 

이 사건만 해도 벌써 증거들을 많이 없앴다. 그런 영역이 많을 거다.


그렇다, 지금도 없애고 있을 거다. 지금도 농협에서는 제보자들을 압박하고 꼬리를 자르고 있다. 문제가 있었고 절차상 하자가 있었으나 MB와 관련 없다, 이렇게 결과를 내놓겠지. 지금껏 그랬다. 같이 해먹었으니 그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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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한다


어려운 싸움이다. 불균형이 너무 커서 과연 MB라는 적폐를 청산할 수 있을지 자꾸 묻게 되는 것이다.


어렵겠지. MBC 사장 바꾸는 것도 그렇게 어려운데 진짜 ‘MB 씨’ 아닌가.(웃음) 어렵다.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를 지배한 메인 스트림이다. 메인 스트림의 거두를 잡자고 하는 거다. 이건 국민들이 도와주고 관심 갖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관심을 가지면 MB는 잡을 수 있을 거다. 잘 안 되면 내가 잡히겠지. 그럴 수도 있다.

 

책 뒤에 예고한 MB를 포토라인에 세울 기사도 나왔다. 추이가 궁금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뜨거운 반응이 있다. 그런데 아무 언론도 써주지 않고 보지를 않는다. 어쨌든 이번에 MB와 관련된 가장 의미 있는 기사를 썼다. 또 준비하고 있다. 다행히 책이 잘 돼서 그 취재를 위해 해외로 떠날 수 있게 됐다.

 

MB는 구속되고, 그 돈을 국민들에게 나눠주고, 떠나는 꿈을 책에 적었다. 정말 꿈대로 된다면, 다음 타깃도 있나?


아니, 만약 꿈대로 MB를 잡는다면 좀 쉬고 싶다. 대선 때까지 전력질주를 했고 이후에도 너무 달렸다. 조금 힘들다. 요즘은 조금 지쳐있는 상태다. 그래서 쉬고 싶은데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나를 너무 많이 썼다. 생각처럼 잘 안 돼서 지친다. 책은 잘 돼서 감사한데 언론에서 너무 안 도와줘서 말이다. 책도 내고 엑셀을 계속 밟았다. 그리고 결정적인 기사를 썼는데 MB는 너무 강해서 꿈쩍도 안 한다. 그래도 끝까지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도 하기로 했고. 하도 떠드니까 그래도 조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근 <한겨레>에서 『삼성을 생각한다』를 쓴 김용철 변호사를 찾아간 기사를 냈더라. 김용철 씨는 삼성 관련해서는 할 얘기 없다면서 인터뷰를 거절했다. 기자의 지쳤다는 말에서 그 기사가 떠오른다.


그럴 수도 있다. 김용철 변호사는 물론이고 고영태 같은 사람도 그렇지 않나. 과거가 어땠든 가장 중요할 때 진실의 편, 정의의 편에서 용기를 냈다. 그런데 용기를 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갔다. 미안해 죽겠다. 자기가 입을 벌려서 주어진 게 감옥뿐이다. 그게 안쓰럽고 미안해서 계속 면회도 가고 있다. 그런 사람들을 떠올리면 안타깝다. 그런데 나는 내가 자발적으로 몰아붙인 거니까. 나는 내가 어떻게 되더라도 후회는 없다. 험한 사람들이 와서 입에 담지 못할 협박을 할 때면 무섭다. 기분 나쁘다. 그래도 시대가 이 모양이면 그럴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선배들과 비교해보면 나는 그래도 행복한 편이다. 책이 1등을 하고, 친구들이 북콘서트를 해주고, 고맙지. 그러면 됐다.

 

연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말이다. 가까이서, 혹은 멀리서 넓게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기자에게는 큰 동력인 것 같다.


요즘 MB 블랙리스트라고 나오는데 나는 그들과 다 친하다. 블랙리스트로 찍히면 주변에 사람이 하나씩 떠난다. 혼자 외롭고 무섭다. 김규리도 그랬다고 하지 않나. 그 얘기를 이제야 한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블랙리스트라고 하는 우리들이 다 친하니까 우리끼리 잘살 수 있다, 그렇게 말한다. 나도 기자 사이에서 완전히 아웃사이더다. 사주한테, 권력한테, 삼성한테 눈치 안 보고도 잘살 수 있다. 충분히 멋있게 살 수 있다.

 

언젠가 일이 다 끝나고 쉴 때, 하고 싶은 일이 있나.


나의 큰 공적은 박근혜, 이명박, 삼성이었다. 지금 두 개가 정리 됐다. 그런데 이명박까지 될지는 모르겠다. 다 끝난 이후까지는 생각 안 해봤다. 일단 전력질주다. 계속 간다. 둑이 하나씩 둘씩 무너지고 있는 게 보인다. 나는 MB를 너무 좋아해서 MB를 위한 계획을 많이 세워놓았다. 사랑의 이벤트다. 기자들이 기사 쓸 거리가 없어서 고생하는데 나는 아니다. MB는 무궁무진하다.

 

주진우가 말하는 기자의 일이란.


나는 누구한테 모범이 될 만 한 건 아니다. 나 말고 ‘미디어몽구’라고 있다. 혼자서 카메라를 들고 취재한다.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을 한다. 그 친구가 더 잘 됐으면 좋겠다. 돈도 더 많이 벌고 더 좋은 기사 쓰면 기자들이 그 친구를 보고 ‘회사에 매달리지 않아도, 사주한테 잘 보이지 않아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거다. 기자들이 많은 길을 찾아봤으면 한다. 언론인들이 다각도로 도전하고 모험해서 길을 열어주었으면 한다. 나처럼 계속 거대권력에 돌 던지고 당하는 건 표본이 될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고통스럽다.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주진우 저 | 푸른숲
주진우 기자는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에 이명박이 서울특별시장,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에 앉아 ‘해드신’ 그 돈을 숨겨놓은 저수지를 찾아, 일본ㆍ홍콩ㆍ싱가포르ㆍ미국ㆍ캐나다ㆍ스위스ㆍ독일ㆍ케이맨제도 등 전 세계 곳곳을 발로 뛰어온 10년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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