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속의 김연경은 뜨거웠다. 코트 안에서 뿜어내는 열정이, 이따금씩 ‘식빵’을 찾는 화끈한 성격이, 수많은 우승과 MVP를 거머쥔 기록이, 모두 그러했다. 책 속의 그녀는 여전히 뜨거웠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때로는 차가운 순간과 마주했다는 것. 키가 작아 ‘배구를 그만둘까’ 고민하던 시절도 있었고, 낯선 땅에서 외로움과 씨름하면서 ‘무엇을 위해 이 고생을 하고 있나’ 자문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흔들림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다. 지난 시간, 김연경이 끝없이 되뇌었을 한 마디는 그대로 책의 제목이 되었다. 『아직 끝이 아니다』. 책을 사이에 두고 바라본 그녀는 예상보다 더 담백하고 단단했다.
도쿄올림픽, 마지막이 될 것 같아요
어제(26일) 귀국하셨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조1위로 본선에 진출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올해 대표팀의 경기 일정이 빡빡해서 걱정하는 여론이 많았어요. 컨디션은 어떠세요?
힘든 건 당연한 거고요. 올해 대표팀의 마지막 대회였는데 시합을 잘 마무리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고 홀가분하기도 해요. 내년에 있을 경기와 도쿄올림픽이 기대되는 해였던 것 같습니다.
오는 3일에 상하이로 떠나신다고요. 늘 바쁘게 지내는데 책까지 쓰느라 힘들었겠어요.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일들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편안하게 썼던 것 같고요.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제 이름으로 책을 낼 수 있다는 것도 기분 좋고요.
그동안 출간 제의를 많이 받으셨을 것 같은데요. 지금 책을 내신 이유가 있나요?
시기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타이밍이나 모든 면이 잘 맞을 것 같았어요.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면 도쿄올림픽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해 주시지 않을까 생각도 했고요.
제목에도 ‘2020년 도쿄올림픽’에 대한 각오가 담겨있죠?
네,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도쿄올림픽도 그렇고 이번에 중국으로 새롭게 이적한 것도 그렇고요. 또 아직 선수생활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들이 많은데, 계속 도전해 나간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제목을 정하게 된 것 같습니다.
도쿄올림픽이 “국가대표팀에서 뛸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쓰셨어요. 팬들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만한 이야기인데요. 대표팀의 요청이 있다면 언제든지 합류하실 생각인가요?
솔직히 모르겠어요. 제가 대표팀에서 오래 활동한다면 좋을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안 좋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어린 선수들도 많은 경험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도 언젠가는 은퇴를 해야 될 시기가 오고요. 저희가 항상 올림픽에 초점을 맞춰서 준비를 해왔는데, 제가 4년 동안 계속 할지 안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음을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일단 3년 뒤면 제가 한국 나이로 서른세 살이거든요. 적지 않은 나이라고 생각이 되고, 제가 볼 때는 도쿄올림픽이 마지막이 될 것 같아요.
어느 때보다 금메달에 대한 갈증이 심하겠군요.
네, 금메달이면 정말 좋겠죠. 그런데 금메달이 아니더라도 한 번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은퇴하고 싶은 생각이 아주 크기 때문에 꼭 메달을 따고 싶어요.
처음 책이 나온 걸 봤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책에서 예전의 저를 많이 보게 됐어요. 어렸을 때 이야기부터 나오는데, 당시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니까 갑자기 감수성이 풍부해지고 감정적으로 변하더라고요. ‘내가 이랬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예전에 추억이라든지 힘들었던 순간들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가는데, 정말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준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 놀랐어요. 기존에 알고 있던 모습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대중들이 김연경 선수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는 부분도 있을까요?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실패 없이 성장했다’라거나 ‘노력 없이 여기까지 왔다’, ‘신체 조건이 좋기 때문에 지금까지 잘 됐을 거다’, 그런 것들이 아닐까 싶어요. 강하기만 할 것 같은 느낌도 있을 수 있고요. 그런데 책을 보시면 여성스러운 내면이나 소녀소녀한 감성도 담겨 있거든요(웃음). 약한 김연경의 모습도 들어있고요. 정말 많은 것들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나 앞으로 어떤 일에 도전해야 될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교훈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까지 키가 작아서 고민이었다면서요?
엄청 힘들게 학창 시절을 보냈죠. 신체 조건이 좋지 않아서 나가지 못한 경기도 많았고, 최고참 선배인데도 불구하고 후배들한테 밀려서 경기에 못 나가기도 했어요. 그때 자존심이 많이 상하기도 했죠. ‘배구를 그만둬야 되나’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런데 힘들 때마다 ‘나는 무조건 된다’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들을 계속 하면서 도전적으로 했던 것 같아요. 진짜로 마지막에는 되기는 했는데요. 모르겠어요. 지금도 ‘어렸을 때 어떻게 그렇게 잘 버텨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해요. 지금보다 더 강한 정신력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말고는 배구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운동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고, 그냥 항상 즐거웠던 것 같아요.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많이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너무 좋아했어요. ‘그래도 좋아’ 이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견을 제기할 수 없는 실력을 보여주겠다
프로 데뷔 후에도 힘든 순간들이 있었잖아요. 부상도 있었고, 해외 진출 때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어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꼽기 힘든 것 같아요. 학창시절에도 힘든 일이 있었고, 프로팀에 갔을 때도 그렇고, 이적 문제 때문에도 힘든 부분이 있었고, 해외에 가서 적응하는 데도 힘듦이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최근에 있었던 일들이 가장 크게 느껴지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해외에 나갔을 때 초반에 적응 못하고 힘들어할 때가 생각나요. 최근에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아닌가 싶고요. 또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못 냈을 때도 많이 상심했기 때문에, 그때도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니까 힘든 게 많네요(웃음).
다음 달에 중국으로 가면 또 새로운 팀에 적응해야 하는데요. 걱정되지는 않나요?
예전에는 두렵고 걱정이 많이 됐는데, 지금은 그런 것보다 ‘가서 하다 보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만큼 경험이 무서운 것 같아요. 경험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 거죠. 중국에 계신 분들이 힘들 거라는 이야기도 해주시고 걱정도 많이 해주시는데요. 저는 두려움도 없고 그냥 ‘재밌을 것 같다, 다 잘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먼 데도 가봤는데, 잘 되겠지’ 하는 생각이 있어요. 걱정보다는 기대되고, 설레고,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든 순간마다 ‘실력으로 보여주자’라는 생각으로 돌파해온 것 같아요.
많은 운동선수들이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나를 모르고,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무시할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때는 딱히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친해지려고 노력을 하겠지만 그건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고요. 운동선수로서 할 수 있는 건 ‘진짜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자, 그러면 모든 게 바뀐다’라는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막연하게 ‘진짜 잘하자’라는 생각으로 경기를 했었어요. 결국은 잘하는 사람한테 많은 사람들이 오는 거니까요. 진짜 이 악물고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누구도 이견을 제기할 수 없는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쓰신 문장이 떠오르네요.
그 이야기를 지금 들으니까 약간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은데요(웃음).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딴 후에 슬럼프가 찾아왔었죠?
그걸 슬럼프라고 해야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 나이 대에 다들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갑자기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이걸 해서 뭐하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터키에서 이 고생을 왜 하고 있는 거야’ 싶었죠. 그런 게 슬럼프였던 것 같아요.
당시를 회상하면서 “나를 이끌고 있던 강력한 목표가 사라져서 그랬던 것 같다”고 하셨는데요. 지금은 또 다른 목표가 생긴 건가요?
도쿄올림픽이 가장 큰 목표라고 생각돼요. 올림픽만 바라보고 열심히 훈련하고 있고요. 지금도 힘든 순간들이 많이 있는데,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이겨내려고 합니다. ‘앞으로 3년 남았으니까 빡세게 한 번 해보자’ 그런 생각이에요(웃음).
가족 덕분에 선수생활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엄청 힘이 됐죠. 제가 이렇게 낙천적인 성격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부모님의 도움이 컸고요. 어렸을 때부터 하지 말라고 이야기 하시기보다 ‘너 알아서 해, 네가 편한 대로 해’라고 말씀해주신 부분들이 스스로를 돌이켜볼 시간을 줬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호기심을 보이면 다 한 번씩 해보게 하셨거든요. 호기심도 채우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나’를 생각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경험이 많이 쌓이다 보니까 도움이 된 부분도 있었고요. 슬럼프 때도 언니들이 많은 조언을 해줬어요. 그래서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가족들을 생각하면 힘들어도 쉽게 포기할 수 없었겠어요.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기 전에 든든함이 느껴져요. 지금도 필요할 때마다 전화하면 제 옆에 있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너무 많이 전화해서 문제죠(웃음). 모든 걸 다 필요로 해서 해달라는 것도 많고, 그래서 이제는 가족들이 피곤해해요(웃음). 어떻게 보면 10년 넘게, 거의 20년 가까이 저만 뒷바라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지금까지도 계속 도와줘야 돼요. 대표팀으로 (한국에) 오면 짐을 풀고 쌀 때도 그렇고. 이제 엄마도 연세가 있으시니까 힘들죠(웃음).
은퇴 후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투지와 승부욕이 굉장히 강한 것 같아요. 코트 밖에서도 그런가요?
어렸을 때는 그랬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작은 게임에서도 이기려고 노력하고, 지면 열 받아서 ‘한 번 더 해’ 그랬던 것 같아요. 예전에 펌프나 DDR 같은 거 많이 했잖아요(웃음). 그런 작은 게임을 할 때도 승부욕이 넘쳤는데, 지금은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여유로움이라고 해야 하나요. 이제는 ‘이거 이겨서 뭐하냐, 진짜 제대로 된 거 이겨야지, 여기에서는 져도 돼’(웃음),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많이 바뀌었죠.
코트 안에서는 ‘무조건 이긴다’라는 생각만 하신다고요.
그렇죠. ‘무조건 이긴다’라는 생각을 하죠. 어디가 아파서 뛸 수 없다든지, 우리가 전력이 약해서 안 된다든지, 그런 걸 하나씩 생각하다 보면 끝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러면 결국 자신의 페이스대로 하지 못하고 경기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죠. 항상 ‘무조건 이긴다, 이기자’라는 생각을 하고 경기에 임하는 것 같아요.
대표팀이 김연경 선수에게 너무 의지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어요. 이런 상황이 불안할 것 같기도 한데요. 어떤가요?
불안한 것보다 걱정이 많이 돼요. 그런데 선배 언니들이 ‘어떻게든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없어도 팀이 돌아갈 거라는 생각은 드는데요. 많은 선수들이 조금 더 강한 마인드를 가지고, 우리가 해내야 된다는 걸 생각하고 뛰어야 한다고 봐요. 어떻게 보면 지금 제가 대표팀에 많이 치중하고 있지만, 후배들도 저만큼 생각하고 준비하고 연습한다면 그런 선수들이 모여서 좋은 팀을 만들 것 같아요. 한 명의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한 팀, 정말 ONE TEAM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잘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고요. 걱정이 되면서도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후배들에게는 어떤 선배예요? 엄한 편인가요?
엄할 때는 엄하고, 프리할 때는 너무 프리한 것 같아요. 그런데 확실히 후배들이 불편해해요. 밥 먹을 때도 근처에 안 오려고 하고, 그래서 제 옆자리는 맨날 비어요. 제가 먼저 앉으면 먼 자리부터 앉기 시작해요(웃음). 그래서 제일 늦게 온 아이는 ‘아, 옆에 앉아야 되네’ 하고 터벅터벅 오는 느낌이에요. 저를 너무 불편해 하는 것 같아요.
서운하세요?
가끔 서운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한테 이야기해요. 옆에 앉으라고요. 그러면 어두운 표정으로 ‘네’ 하고 오는데, 그런 거 보면서 ‘이야기하면 안 되겠다’ 생각해요. 제 옆에는 항상 친구나 한두 살 어린 친구들이 와요. 그래도 가까운 사이니까요.
나이 차도 중요한 것 같기는 해요.
네, 너무 나이가 많이 차이 나면 불편하더라고요.
대표팀에서 가장 어린 선수가 몇 살이죠?
스물하나인가 둘인가, 그럴 거예요.
7~8살 정도 차이가 나네요. 어려워할 법도 한데요(웃음).
아이들이 저한테 말을 잘 못해요.
대표팀을 떠나기 전에 ‘이건 꼭 후배들한테 가르쳐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뭐예요?
지금도 조금씩 바꾸려고 하는 것 같아요. 경기장에서 미팅을 할 때 가끔 후배들한테 주도해 보라고 이야기해요. 말하는 방식이나 리드하는 방식을 이야기해주려고요. 후배들을 이끌기 위해서 해야 되는 부분들,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파이팅을 모으기 위해서 해야 할 이야기들, 그런 것들도 말해주고요. 제가 한국과 유럽에서 경기하면서 배웠던 것들을 조금씩 대표팀에서도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은퇴 이후도 생각하실 것 같아요. 책에 적으신 내용을 보면,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 뭘 하고 싶은지. 미국에 가서 배구에 대해 많이 배우고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행정 쪽으로 일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지도자 쪽으로 나가서 선수들을 가르치는 게 맞는 건지, 여러 방향 중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언젠가) 정해지겠죠.
올해 처음으로 ‘김연경컵 유소년 배구대회’가 열렸어요.
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할 생각이고요. 잘 되면 좋겠어요. 결국 배구가 잘 되려면 저변 확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유소년 선수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대회를 개최해주자는 생각을 했고요. 배구를 재밌게 가르쳐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배구가 정말 재밌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거든요.
언젠가는 정상에서 떨어지겠죠
본인에게 팩트 폭행을 잘 하신다고요(웃음).
상대방한테도 많이 해요(웃음).
팩트 폭격기이시군요(웃음).
완전 죽음이죠(웃음).
스스로를 다독여줘야 할 때는 어떻게 하세요?
‘그래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겠지’, ‘오늘만 날이 아니잖아, 다음에 또 기회가 있으니까 그때 만회하자’, 이런 식으로 생각하죠.
주로 경기 성적이 좋지 않을 때인가요?
진짜 말도 안 되게 못했을 때죠(웃음). 그때는 저한테 팩트 공격을 하면 안 돼요. 그런데 팩트 공격을 하기는 해요(웃음). 시합 끝나고 나서 ‘미쳤어, 그때는 이렇게 했었어야 했는데’ 생각하죠. 그러다가도 몇 시간 지나고 나면 ‘그래도 열심히 했으니까’ 하고 위로해요.
세계 배구 무대의 정상에 서 계시잖아요. 그만큼 불안할 것 같기도 한데요. 어떤가요?
이런 상태를 죽을 때까지 유지하는 건 힘든 일이니까요. 언젠가는 떨어지는 게 맞는 건데요. 그런 시점이 왔을 때 한 번에 확 무너지느냐, 아니면 조금씩 내려오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최고점에 머무르는 시기가 얼마나 유지 되느냐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최대한 유지하려고 발악을 하겠죠. 하다가 안 되면 조금씩 내려오려고 노력하는 거고요.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노력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그렇게 했는데도 안 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노력하자는 생각을 하곤 하죠.
상하이 구단에 합류하신 후의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가서 메디컬 테스트도 받고요. 선수들하고 처음 만나는 거니까 인사도 나누고, 앞으로 살게 될 집도 구경하면서 적응을 시작할 것 같아요. 연습하고 적응하면서 10월 28일에 개막전을 하고요. 그때부터 중국 리그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한동안 한국에서 뵐 수 없겠군요.
네, 그럴 거예요. 플레이오프에 진출 못하게 되면 빨리 돌아오기는 할 텐데요. 결승까지 간다면 내년 3월 말이나 4월 초쯤 돌아올 것 같아요.
터키에 계실 때 팬클럽이 직접 찾아와서 응원해 주셨다면서요?
많이 왔죠. 중국은 가까우니까 더 많이 오실 것 같아요.
팬들이 중국 진출을 무척 좋아했을 것 같아요.
저한테 다 중국 가라고 했어요(웃음). 물론 그것 때문에 결정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말씀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무조건 중국 가라고요(웃음).
책에 김연경 선수 사진이 많이 실려 있어요. 과거 사진도 아낌없이 공개하셨고요. 팬들에게는 ‘굿즈’가 될지도 모르겠는데요. 소장각이죠(웃음).
이상한 사진도 있어요. 어떤 건 안 넣고 싶었는데 괜찮다고 그래서 넣었는데... 이게 뭐예요(웃음). 한복 입은 사진 보면 이건 뭐 강시도 아니고, 미치겄네(웃음).
표지 사진은 직접 고르셨어요?
원래는 얌전한 사진으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팬들이 ‘뭐냐, 이게’, ‘장난하냐’ 그래가지고(웃음), 출판사 대표님이 안 되겠다고 하시면서 바꾸셨어요. 그런데 지금 사진을 다들 마음에 들어 하시더라고요. 저도 마음에 들었어요.
책에 실린 사진 중에 가장 좋아하는 사진은 뭔가요?
저는 올림픽 때 사진을 좋아해요. 올림픽 예선전 사진하고, 리우올림픽 때 사진도 좋아요.
아직 끝이 아니다김연경 저 | 가연
한국 여자배구 사상 최고의 왼쪽 공격수 김연경이 주목받지 못했던 유년시절을 이겨내고 일본과 터키에 진출하여 세계를 사로잡은 이야기를 신간 [아직 끝나지 않았다]에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