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익숙해졌지만, 아직 첨단 기술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무인자동차를 도입해 교통사고가 일어난다면 누구의 책임이 될지, 차량이 줄어들면서 주차장이 줄어들면 무슨 일이 생길지 상상하기 쉽지 않다.
듀크대 ‘창업연구 상용화 센터’ 연구 감독, 싱귤래리티대 교수, 스탠퍼드대 기업지배구조센터 및 카네기멜런대 공과대 석학회원인 비벡 에드와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제시해 주는 4차 산업혁명 전문가이다. 글로벌 스타트업 콘퍼런스인 ‘아시아 비트’에 초청된 비벡 에드와 교수에게 서면으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곧 출간 예정인 『무인자동차 안의 운전자』의 내용을 중심으로 한국의 4차 혁명의 모습은 어떨지 가늠하기 위해서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기존의 산업혁명이 사후에 부여된 언어라면,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등장한 단어인 4차 산업혁명은 현상이 일어나기 전 명명한 단어라 이해하기 쉽지 않다. 본인이 생각하는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인가?
3차 산업혁명은 한 마디로 기계화와 제조업으로, 한국은 이를 통해 많은 혜택을 누렸다. 그런데 지금은 인공지능, 센서, 나노기술, 유전적 변이에 대한 염기서열 분석 기술,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최첨단 기술과 융합 등,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기술이 적용되는 시대다. 특히, 기술의 융합으로 전 산업을 뒤흔들 수 있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탄생이 가능해진다.
3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은 서구보다 백 년이 뒤처진 상태였다. 따라서 모든 걸 배워야 했고 달라져야 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4차 산업혁명이 벌어지면서 한국도 서구와 같이 같은 지식과 기술을 접하게 됐다. 백 년을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아니, 오히려 한국이 세계를 이끌 수도 있다. 새로운 산업을 창조해 크게 도약할 수 있다.
그래서 내 연구실에서 IGM 그룹과 함께 자신의 기업을 바꾸어 신사업으로 가려는 한국 기업에 꼭 필요한 것을 가르치고 있다. 바로 핵심 기술과 그 기술 융합에 대한 올바른 이해다. 그동안 IGM 그룹을 통해 한국의 CEO들에게 가르친 것도 이 점이다.
『무인자동차 안의 운전자』에서는 다가올 시대의 모습을 <매드맥스>와 <스타 트렉>에 소개된 미래상으로 비교했는데, 둘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이라고 보나.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다. 인류의 가장 오랜 기술인 불을 포함해 모든 기술은 선하게도 혹은 악하게도 사용될 수 있으니까. 첨단기술의 힘으로 신기한 일들이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는 걸 보면, 머지않은 장래에 인류는 필요한 만큼의 식량을 생산해 내는 능력과 건강하게 사는 능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공짜에 가까운 청정에너지를 무한대로 쓰고 누구에게나 교육이 제공될 것이다. 하지만, 살인 바이러스를 만들어 내거나 지구를 파괴할 수도 있지 않은가. 첨단 기술로 인해 빈부, 교육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기술이 특별한 지식이 되어 어려운 문자처럼 읽지 못하게 되면서 사람들의 분노가 쌓임으로 사회는 분열을 일으키게 된다. 기술을 현명하게 사용하고, 인류가 창조해 낸 번영의 혜택을 함께 나눈다면 <스타 트랙>의 미래를 이룰 수 있다. 아니면, <매드 맥스>다.
형평성, 위험성, 자율성 이 세 가지 기준을 놓고 신기술 적용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는데, 기업의 입장에서는 형평성이나 자율성, 위험성보다 이익을 먼저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과 시장, 기술을 장악한 업체가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돈으로 환원하는 데 초점을 맞출 거라는 미래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분명하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할 것이다. 투자를 멈추거나 위험 부담을 피하려 들 것이다. 내가 예측하기에 이래서 향후 7년에서 10년 사이에 수많은 기업이 파산할 것이다. 간단하다. 둘 중 하나, 변화를 이끄는 기업이 되거나 변화의 희생자가 될 것이다.
기술의 진보를 무시하는 CEO들은 단기간은 잘 해 나갈 것이다. 이익이 발생하면서 두툼한 보너스를 챙길 테니까. 그러나 이건 파산으로 가는 길이다. 지금 기대이익은 백 퍼센트 미만인데 기대손실은 무한대와 같으니까.
스타트업은 센서 기반 기술 의학 기술 등 다양한 분야를 이끌겠지만, 인공지능은 대기업이 이끄는 추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이 협업하고 서로 윈-윈할 방법이 있다면.
한국의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은 초보 단계의 기술이다. 그저 낡은 데이터 분석 도구를 그들이 인공지능이라고 부르는 것과 바꿔놓았을 뿐, 그건 인공지능이 아니다. 인공지능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떤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과 일부 국가의 기업들은 인공지능이 뭔지 제대로 이해함으로 넓고 큰 시야를 갖고 있다. 나는 기업에 진정 놀라운 새 시스템에 발맞춰가려면 스타트업을 배우고 또 함께 일하라고 충고한다.
기술이 평등하려면
‘수확 과속의 법칙 The Law of Accelerating Returns’으로 혁명과 발전이 기하급수적으로 일어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어떤 경우 이 법칙을 따라가게 되는가.
이 법칙은 지금 작동 중이다. 디지털화한 모든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다. 실제로 전 산업, 전 분야가 디지털화되어 빠른 속도로 첨단화되고 있다. 이 법칙이 농업에서 에너지, 의약, 교통 등 모든 분야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는 내 책 『무인자동차 안의 운전자』에 나와 있다.
로봇과 AI로 일자리가 없어질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로 단순 작업 영역이 가장 먼저 대체될 것으로 예상한다. 19세기 산업혁명 당시 러다이트 운동처럼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기술을 반발하는 과도기가 올 텐데, 이 시기를 어떻게 잘 헤쳐나가면 좋을까?
나도 그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노동력이나 지식이 요구되는 대부분의 일은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잘하게 될 것이다. 사람이 할 일은 점점 더 줄어든다. 일은 덜 하고 원하거나 필요한 걸 다 가질 수 있다면 행복해할 사람도 있겠고, 화가 나서 러다이트 운동가들처럼 자동화와 기술을 중단하라고 외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수많은 사회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 책을 쓴 목적은 바로 기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모두에게 알려서 미래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토론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앞으로 닥칠 변화와 미래 사회로의 변환을 더욱 수월하게 이룰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신기술의 혜택을 사회에 골고루 나눠주며 사람들이 신기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이끌어야 할 기관들’(7쪽) 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술이 인간에게 공정하게 적용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반드시 모든 사람이 신기술의 수혜자가 되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슬기로운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이 책에서 나는 모든 기술을 알아보고, 그 기술에서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또 리스크는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먼저, 급속하게 발전하는 기술을 제대로 알고 그 영향력을 이해하자. 이것이 내 책이 주장하는 바다. 그리고 나서, 적절한 정책을 개발해 사람들이 변환을 잘 이루어내도록 도와줘야 한다. 모두가 함께해야 할 일이다.
‘기술의 평등’ 장에서는 기술로 인해 위험보다 보상이 많도록,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설명해 준다면.
가장 좋은 주체적 활용 예는 무인자동차가 아닐까. 노인이나 앞을 못 보는 이들에게는 기동성을 제공하고, 부모들은 안심하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다. 교통비가 크게 줄어들어 누구나 그 혜택을 받게 된다. 주체성이 증가하고 또 모두에게 좋다.
그런데 무인자동차는 인간에게 통제권이 없음을 뜻한다. 기술이 목적지를 알려주고 차가 움직인다. 사람들은 점점 로봇에 의존하고 운전하는 방법을 잊어버린다. 자동차가 주는 운전하는 재미와 독립성은 사라져 버린다. 주체성이 상실되고 또 모두에게 좋지 않다.
자, 어느 쪽을 택할까? 나는 주체성과 사생활 보호권(자동차가 우리가 간 곳을 모두 추적할 테니까)의 상실에도 불구하고 무인자동차를 선택하겠다.
무인자동차로 경제적 혜택이 클 것이다. 도시에 따른 부동산 가격 차등이 완화된다면 어떤 미래를 상상하고 있나.
한 도시에서 자동차와 주차를 위해 사용하는 토지는 전 토지의 1/3에 달함으로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차량수도 줄고 대부분의 주차장도 필요 없게 된다. 게다가, 멀어도 상관이 없다. 무인 자동차는 속도제한이 필요 없으니 도심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살아도 된다.
그러나 새로운 스마트도시가 건설된다면, 그곳에 살길 원할 것이다.
가치와 가격의 전환이 이루어질 것은 분명하다. 모든 건 도시 당국자들과 개발자들이 우리 앞에 닥쳐오고 있는 변화에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에 달려있다. 바로 기업의 대표들과 투자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변하는 기술을 잘 알아야 하는 이유다.
‘무인자동차에 올라탄 운전자처럼, 우리는 데이터의 홍수에 휩쓸리지 않고 명확하게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러려면 결정을 내리고 시각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정보의 양을 제한하고 단순화해야 한다.’라고 했다. 개인의 차원에서 정보량을 제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하기 쉽지 않다. 더 많은 정보를 원해서 관련 기술 회사들이 정보를 걸러내는 걸 원치 않는가 하면, 정보가 너무 넘쳐 주어진 정보를 소화하기 힘들기도 하다. 내가 주장하는 가장 좋은 해결책은 기술 자체에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정보를 어느 정도 걸러내기를 원하는지, 뭘 보기를 원하는지를 사용자가 선택하는 것이다. 기술 산업이 어떻게 인간의 선택권을 박탈해 기술에만 매달리는 중독 상태에 빠트렸는지, 그리고 그 결과, 인간이 얼마나 행복을 상실했는지. 기술이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을 되돌려 받기 위해 무엇을 할 필요가 있는 지에 대해 다음 책에서 말할 계획이다.
부자들이 더 비싼 최신 기술을 구매하는 건 기술 발전에 대한 비용 지급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결국 모든 사람이 혜택을 받을 거라 보는 편인가?
그렇다. 지금 서울 거리의 사람들이 들고 있는 휴대전화를 보자. 수년 전만 해도 돈 있는 사람들만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을 이제는 돈이 좀 없어도 모두 쓰고 있다. 부자들이 들고 있는 삼성의 휴대전화 신 모델은 돈이 없는 사람도 사용할 수 있다. 2년을 참아야 살 수 있겠지만. 부자가 가난한 이들을 보조한 결과가 되지만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니 좋은 일이다.
인터넷으로 모든 게 연결되면서 별다른 보호 장치 없이 인터넷상에 개인 데이터가 돌아다니는 상황을 우려했다. 개인 데이터를 올리는 상황에 동참하거나 동참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인 상황인데, 현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정보가 해킹 당하는 뉴스를 자주 접하면서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미국에서는 한 신용평가기관 해킹 사건으로 1억 4천 3백만 명의 개인 정보가 해를 입었다. 시장에 나와 있는 사물인터넷 기기들 또한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어 사생활이나 데이터가 안전한 상황이 아니다. 나는 이런 기기는 사용하지 않는다. 보호 장치가 덧붙여진다면 모를까.
미래를 전망하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분야를 가장 흥미롭고 유망하고 논란이 적은 기술로 꼽아주셨다.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인체 장기 내에 공존하는 각종 박테리아를 칭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내가 가장 재미있어하는 분야다. 인체 조직 전체를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마이크로바이옴’이 우리의 환경 및 유전자와 건강을 연결하는 잃어버린 고리 일 수 있다. 우리 몸 안에 어떤 박테리아가 있고, 거기에 유전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와 우리가 느끼는 건강 사이에는 무슨 연관이 있는지 발견해내는 연결고리. 우리의 건강과 웰빙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약이 아니라 장기 내 세균일 수 있으니까.
한국인들이 아주 흥미롭게 느끼리라 생각되는 점은 마이크로바이옴 분야가 발전하면서, 한국의 옛 조상들이 써 온 대체의학과 많이 닮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진들이 증상이나 한 장기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하나의 복합적인 에코시스템으로 들여다볼 수밖에 없게 되면서, 질병이나 장애의 증상만이 아닌, 인체 전체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깨달음이 자리잡고 있다. 김치를 생각해보자. 김치는 소금에 절인 발효 음식이다. 세균, 마이크바이옴의 역할 덕이다. 건강에 대한 이해는 서구의 의료진보다 한국의 옛 조상들이 한발 앞서 있는 것 같다.
‘교육의 미래’ 장에서 디지털 교사와 인간 코치가 아이를 가르치는 미래상을 제시한다. 인간 코치와 디지털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인간이 스승이나 코치가 된다. 각자의 개성을 발전시키도록 학생들을 도와주고 가치관과 도덕성을 불어넣어 준다. 수백 년 전부터 이어 온 한국의 교육과 다를 바 없다. 인도에서 학생과 스승은 여전히 서로 존중하는 관계다. 궁극적으로는 전문적인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자문에 응하여 의견을 말해주는 스승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가는 모든 기술 분야를 이해하고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리더가 이 시대 배워야 할 덕목은 무엇인가.
한 기업의 리더는 고용인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무엇이 가능한지 스스로 알아내, 고용인들이 크게 생각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리더는 명령이나 지시를 내리는 자가 아니다. 지지하고 양육하는 자다.
종이책의 종말을 10년 넘게 이야기하지만, e-book과 함께 종이책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앞으로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나.
미래에도 종이책은 존재하겠지만 보기 드물어질 것이다. 대부분 뭔가를 배우려면 가상현실에 들어가 배우거나 경험하는 것을 선택하기 때문에, 그만큼 더욱 줄어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동아시아의 기업가, Startup, 소비자에게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어떻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밝혀달라.
특별히, 한국의 기업가들에게 말하고 싶다. 세계를 이끌어 갈 기회가 있다고.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전통적 가치관을 보존해왔고 열심히 일하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에 대해 배우고, 그 기술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한국의 위상뿐만 아니라 전 인류의 위상을 높이게 될 것이다. 혁신이 이루어지는 마당은 누구나 들어설 수 있다. 기업가는 그 누구든 기업을 새롭게 변화시켜 인류가 당면한 난제를 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