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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엄마로서 가장 후회하는 말은 ‘엄마 어떡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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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을 미안해도 나는 엄마다


‘국민언니’ 김미경이 ‘국민엄마’로 돌아왔다. 『언니의 독설』,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등을 통해 여성들의 멘토로 손꼽혀 온 그녀가 엄마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담아 새 책을 펴낸 것이다. 『엄마의 자존감 공부』에는 28년간 세 아이의 엄마로 살아온 저자의 경험과, 그녀가 강연 현장에서 만난 많은 엄마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책은 “행복한 아이로 키우려면 아이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 자신의 자존감”이라고 강조한다. 아이의 자존감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이따금씩 흔들릴 때마다 다시 자존감을 채울 수 있도록, 부모가 “자존감 텃밭”이 되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엄마의 자존감 공부』는 아이 내면의 자존감을 끄집어내는 방법, 그리고 엄마의 자존감을 단련하는 솔루션을 제시한다.

 

지난 27일, 신라아이파크면세점 VIP 라운지에서 『엄마의 자존감 공부』북시사회가 개최됐다. ‘시사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책의 내용이 처음으로 공개되는 자리였다. 당일 오전부터 인터넷서점에서 예약판매를 시작한 『엄마의 자존감 공부』는 오는 8일부터 전국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이지애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 날의 시사회에는 서울경기 지역의 ‘맘’ 카페 운영자 및 육아와 자녀교육을 주제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 블로거 등 35명이 초청됐다. 엄마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줄 김미경 저자와 함께, 프로 주부로 거듭난 개그맨 정종철 씨가 ‘아빠 대표’로 참석했다.

 

지난 1월에 ‘엄마’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얻게 된 이지애 아나운서는 “아이를 키우면서 미안한 마음이 드는 순간들이 있었다”고 말하며 ‘천 번을 미안해도 나는 엄마다’라는 책의 부제에 깊이 공감했다. 개그맨 정종철은 “이 책이 엄마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도 분명히 알아야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며 “엄마와 아빠의 자존감이 올라갈수록 자녀들의 자존감도 올라가는 좋은 효과가 있기 때문에, 아빠들도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엄마의 자존감 공부』에 담긴 핵심 내용을 직접 낭독하면서 출간의 의미와 주제 의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미경 저자는 “세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진짜 중요한 건 자존감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서도 ‘나에게 제일 강한 자존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존감을 파헤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녀 교육 앞에서 흔들리고 괴로워하는 엄마들에게 자존감의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해 책을 썼다고 밝히며 “25년간 강의하면서 느낀 게 있다면, 모든 콘텐츠는 내 몸을 통과할 때까지 기다려야 된다는 거다. 몸을 통과하지 않고 머리로만 쓰면 책이 어렵고 재미없다. 몸을 통과하고 나면 책이 재밌고 간결하고 쉬운 말로 써진다”고 덧붙였다. 『엄마의 자존감 공부』를 집필하는 데 2년이란 긴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다.

 

아이는 내가 낳은 게 아니에요. 아이 스스로 나온 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큰 모험을 하고 엄마를 만나기 위해서, 우리를 엄마로 만들어주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해서 나온 거예요. 죽음과 삶을 맞바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을 하고 나온 거라고요. 그렇게 어마어마한 힘을 갖고 태어난 아이인데, 엄마들은 ‘갓난아기가 뭘 알겠어’ 하고 생각하죠. 자신이 넣는 대로 반응할 거라고 생각하고, 직장도 그만두고 아이한테 집중하려고 해요. ‘아이라도 잘 키워야지’라고 마음먹는데, 그게 제일 무서운 마음이에요. ‘엄마는 너 때문에 사는 거야’라는 말은 더 무섭죠. 그때부터 아이를 내 마음대로 하게 되는 거예요. 요즘 아이들이 갈수록 폭력적이 되는 이유를 아세요? 생명에 대한 존중감을 갖지 못한 엄마와 함께 살면 폭력적이 될 수밖에 없어요. 엄마가 나 자체를 ‘괜찮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걸 알거든요. 자기가 조금이라도 따라오지 못하면 무시하고, 바보 취급하고, ‘엄마가 이렇게 잘해주는데 왜 못하니?’ 하고 위협하는 걸 알거든요. 그래서 폭력적으로 변하고 자존감을 가질 수 없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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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자존감을 키우는 ‘엄마의 리액션’


엄마는 아이보다 나이를 더 먹어서 든든한 게 아니다. 아이보다 두둑한 자존감 나이를 먹어서 든든한 것이다. 든든한 엄마를 둔 자녀와 빈약한 엄마를 둔 자녀는 어렸을 때부터 삶을 대하는 기본자세가 다르다. 아이가 매사 자신감이 없고 무기력하다면 엄마인 나의 자존감 나이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내 자존감 나이는 과연 몇 살인가?’ (『엄마의 자존감 공부』 232쪽)

 

자존감 나이는 신체 나이와 비례하지 않는다. 때로는 엄마의 자존감 나이가 아이보다 더 어린 경우도 있다. 아이가 문제 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이 엄마들은 아이보다 더 두려워하면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보인다. 이때 아이들은 ‘자존감 지지대’를 잃고 만다고, 김미경 저자는 말한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위험하고 불안한 감정은 부모한테만 이야기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것조차 부모한테 이야기할 수 없다면 아이들은 ‘자존감 지지대’가 없는 거예요. 기댈 데가 없는 거죠. 굉장히 쓸쓸한 거예요. 이런 사람들 대부분이 불안하게 아이를 키워요. 그런 엄마 밑에서 컸기 때문에 자기 자존감이 바닥인 거죠. 그런데 아이라는 대상이 있다는 건, 자존감이 바닥인 엄마도 같이 클 수 있는 기회예요. 묘하게도, 아이가 탄생할 때 같이 키워갈 수 있는 나의 어떤 부분도 함께 탄생해요. 자존감이 낮았던 사람도 아이의 탄생을 계기로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같이 자존감을 키워나갈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되는 거죠.

 

‘엄마의 리액션이 곧 아이의 자존감’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아이들은 부모 앞에서 잘난 척을 하면서 자존감을 키운다’고 말한다. 그리고 『엄마의 자존감 공부』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세 아이를 키워보니 자존감에 가장 좋은 양분이라는 게 있었다. 엄마의 뜨거운 공감, 그리고 ‘살리는 해석’이다. 아이가 스스로 해냈다고 느끼는 그 순간, 아이의 기쁨에 충분히 공감하고 함께 즐겨주는 것, 작은 기쁨을 큰 축제로 만들어주는 것 말이다”

 

저희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 때 자퇴하고 집에 왔을 때, 저는 ‘축 자퇴’라는 플래카드를 걸었어요.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어요. “자퇴한 건 나뭇가지가 부러진 거랑 똑같아. 부러진 나뭇가지는 반드시 다른 방향을 가리키거든. 다른 방향을 가리키기 위해서,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반드시 부러져야 될 때가 있어. 너는 다른 방향을 가려고 열여덟 살에 자퇴라는 게 배치가 된 거야. 그러니까 엄청난 메시지를 안고 있는 불행인 거지. 너는 엄청 유명한 뮤지션이 될 거야, 자퇴했으니까” 이게 제가 아들한테 해줬던 자존감 리액션이었어요.

 

그녀는 아들이 검정고시에 붙었을 때도 축하 플래카드를 걸고 ‘조기 졸업식’을 열어줬다. 아이의 친구와 친척들을 초대하고, 직접 만든 상장을 아들에게 안겨주면서, 아이가 이룬 성과에 뜨거운 ‘리액션’을 보냈다.

 

아이들이 인생에서 힘든 일을 겪을 수 있거든요. 그때 엄마들의 자존감 텃밭이 두터워야 돼요. 아이가 힘들 때, 바닥을 칠 때, 내 텃밭에 있는 흙을 퍼다 아이한테 넣어줘야 되잖아요. 그래야 아이가 살죠. 그러니까 엄마는 아이를 낳은 순간부터 자존감이 충만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공부해야 돼요.

 

엄마의 자존감은 외부에서 끌어다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에 두고 수시로 꺼내 쓸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는 대상이 있어야 하는데, 저자는 이를 일컬어 ‘자존감 과목’이라 말한다. “그걸 하는 동안은 스트레스 받지 않고 몰입할 수 있고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나만의 ‘자존감 과목’이 적어도 두 개는 필요하다”는 것. 그 대상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살림하는 공간 속에서도 요리를 하고, 아이들 옷을 만들고, 화초를 기르면서도 얼마든지 자존감을 키울 수 있다. “나만의 자존감 과목을 계속 키워가다 보면 나중엔 그것이 내 든든한 ‘자존감 지지대’가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에게도 두 가지 자존감 지지대가 있어요. 하나는 옷을 만드는 거예요. 옷을 만들면서 매일 제가 성장하는 거거든요. 4년 동안 옷을 만들면서 제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내년에는 비영리 패션브랜드 ‘리리킴’에서 패션쇼를 해요. 미혼 엄마들과 ‘Brave Girls’라는 캠페인을 할 거예요. 제가 만든 서른 벌의 옷을 입고, 자원 봉사 연예인들과 미혼 엄마들이 같이 무대에 설 거예요. 제가 사랑하는 그 엄마들을 챙기면서 나이 오십에 잘 늙어가고 있다고 느끼는 게 제 자존감이에요. 또 하나의 자존감 지지대는 영어인데요. 60세 이후에는 외국에 나가서도 강연을 하고 싶어요. 나중에 방송에 나와서 ‘옛날에는 스타 강사였어요, 굉장히 유명했어요’ 이런 말 하고 싶지 않고, 한 단계 진화하고 싶어요. 영어 공부를 시작한지는 꽤 됐고요. 내년부터는 제 강의를 영어로 바꿔서 유튜브 방송을 시작할 예정이에요. 그게 저한테는 60세 이후의 커리어를 지키는 자존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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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읽으려면, 초조하면 안 돼요


『엄마의 자존감 공부』북시사회를 마치며 김미경 저자는 “이 책이 여러분 몸을 한 번 거쳐 가서 여러분 아이의 몸도 한 번 거쳐 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정말 행복하고 자신감 있는 아이들을 여러분이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리고 행사의 마지막 순서인 사인회를 마친 후, 짧은 인터뷰에 응했다.

 

‘자존감’이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한지 오래 됐습니다. 좀처럼 그 열기가 식지 않고 있는데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밖에서 꺼내 쓸 게 없으니까요. 자존감은 내 안의 힘이잖아요. 우리가 대부분 꿈을 이룬다거나 무언가를 성공한다고 할 때 외부의 힘을 끌어다 써야 된다고 생각하잖아요. 내 안의 힘을 꺼내 쓰는 것이 제일 중요한데, 많이 외면됐던 거예요. 그런데 갈수록 외부의 힘을 끌어다 쓰는 게 막히면서, 이제는 ‘내 안에 있는 걸 꺼내서 써야 된다, 내 안에 있는 것이 최고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거죠. 자존감이 가장 근원이에요. 내 안에 있는 힘을 꺼내 쓸 줄 아는 사람이 남의 힘이 들어와도 그걸 이용할 줄 아니까요. 외부의 것으로만 채워진 사람은 금방 빈털터리가 되잖아요.

 

엄마들이 본의 아니게 아이의 자존감을 해치는 말들을 하게 되잖아요. 주로 어떤 말들을 하는 것 같으세요?


대화하면서 ‘너는 그것도 못 하냐’라고 하는 건 보통이고, 비교를 하기도 하죠. 오빠나 형이랑 비교하는 거요. 그리고 네가 엄마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엄마의 똑똑한 평가가 아이의 자존감을 낮출 때가 많아요. 아이를 조롱하고 무시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고요. 엄마의 앞선 지도도 아이들한테 따라오라고 말하는 건데, 아이는 질질 끌려가는 느낌을 받죠.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혹독한 엄마의 교육 방식이 대부분 자존감을 낮추는 거죠. 신기하게도, 잘 계발된 교육 방식일수록 자존감을 망치는 거예요. 그래서 요즘에는 공부는 잘 하는데 욕하고, 망가지고, 분노하는 아이들이 많아져요.

 

‘이 말은 아이들에게 해주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시는 게 있나요?


우리 아이들한테 제일 자주 하는 말은 ‘너 정말 괜찮은 애야, 진짜 훌륭해, 괜찮아’라는 거예요. 이 말을 농담이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하거든요. 저는 처음부터 잘했던 건 아니에요. 큰 아이 키울 때는 정말 못된 언니처럼 키웠어요. 어떤 아버지들이 못된 형처럼 키운다면, 저도 못된 언니처럼 한 거죠. 학교에서 반장을 못 하면 ‘왜 반장을 못해? 그냥 손을 들어! 네가 안 한다고 했지?’ 하는 식이었어요. 그러다가 아이를 셋을 낳아 키우면서 변했는데, 특히 아들이 자퇴했을 때 너무나 큰 고통이었어요. 아들과 같이 지하에서 올라오면서 내 자존감도 커졌죠. 그때 깨달은 거예요. 저한테 계기가 된 거죠. 처음부터 엄마 노릇을 잘했을 리가 있겠어요? 그래서 우리 큰 애한테 제일 미안해요. 제가 제일 어리숙하고 바보 같을 때, 제 딸로 태어나서 고생 많이 했거든요.

 

아이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한 적도 있으시다고요.


우리 딸이 대학에 들어갔을 때 무릎 꿇고 사죄한 적이 있어요. ‘엄마가 너무 미안했다, 잘못했다, 너한테 너무 많은 상처를 줬다’고 이야기했죠. 그런 점에서 제일 잘 키우고 있는 아이가 막내인 것 같아요. 모든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 제가 가장 엄마다워졌을 때, 엄마의 모습을 갖췄을 때 태어났거든요. 그래서 아이한테는 ‘너는 정말 괜찮은 아이이고, 훌륭한 아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진심으로 해줄 수 있었어요.

 

부모가 아이를 닦달하면서 자존감을 깎아 내리는 이유 중에 하나는 ‘초조함’이 아닐까 싶은데요. 『엄마의 자존감 공부』를 보면, 느긋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신 것 같아요.


살아보니까 세상에는 두 가지 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사회적 알람과 운명적 알람이 있는데, 운명적 알람이 내 시간이에요. 그게 울려야 뛰고, 그게 울려야 시작이 돼요. 사회적 알람에 맞춰서 뛰는 게 아무 의미가 없는 거죠. 예를 들면, 저는 쉰네 살에 처음으로 두 달 동안 유학을 가봤어요. 유학이 꿈이었는데 한 번도 못 가봤어요. 그런데 갔을 때 너무 재밌었거든요. 그때 제 알람이 맞춰져 있었던 거죠. 제가 아이들을 기다려줄 수 있었던 이유도, 자기만의 운명적 알람이 따로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불안을 느끼면서도 참으면서 ‘너희는 잘 될 거야’ 하고 우긴 게 아니에요. 알면서 기다린 거예요. ‘사람은 때가 있어, 너는 나중에 잘 될 거야’, ‘가만히 보니까 네 안의 고통을 지나면 무언가 될 것 같아’, ‘너는 서른다섯이나 돼야 꽃필 아이구나’ 이런 느낌이 아이를 보고 있으면 와요. 전제 조건은, 딴 집과 비교하지 않아야 된다는 거예요. 초조하지 않아야 아이를 읽을 수 있어요. 초조하면 불안해서 아이가 읽히지 않아요.

 

강연에서도 “정말 아이를 잘 키우고 싶으면 옆집하고 헤어지세요”라고 말씀하신다면서요? 지인들과 만날 때도 아이들 이야기는 잘 안 하세요?


안 하죠. 아이가 어디 학교를 갔다거나, 뭘 가르치고 있다는 이야기는 못하게 해요. 저는 ‘네 이야기를 하라’고 해요. 네 남편 이야기도 하지 말고, 네 아들 이야기도 하지 말고, 네 이야기를 하라고요. 그래서 제가 만나는 친구들은 우리 이야기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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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후회하는 말은 ‘엄마 어떡하니?’


사춘기 아이들을 두고 “문 닫으면 수도승, 나오면 조폭”이라고 쓰셨어요(웃음). 자녀분들이 모두 사춘기를 지났죠?


다 겪었죠. 영혼이 똑똑한 아이들이니까요. 마음이 똑똑한 아이들일수록 사춘기를 겪어요. 그 시기에 아이들은 ‘나는 누구지? 나는 뭐하고 살아야 되지? 이게 맞아?’라고 질문을 하는 건데, 영혼이 똑똑한 아이들일수록 깊이 들어가서 질문해요. 그래서 깊은 사춘기를 겪어요. 사춘기를 세게 겪는 아이들은 재수가 없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그 아이들이 나빠서 그런 것도 아니고, 부모가 운이 없어서 그런 아이를 만난 게 아니에요. 마음이 강한 아이들일수록, 자기에 대해서 성찰하는 아이들일수록, 사춘기를 깊게 겪을 수밖에 없어요. 엄마들이 기뻐해 주고 격려해 주고 기다려 줘야 되는 거죠. 사춘기 때 제일 필요한 말이 ‘넌 괜찮아’, 그리고 ‘난 널 믿어’예요. 시간이 되면 블랙홀에서 빠져 나와요. 우리 아들이 사춘기 때 이런 말을 했어요. ‘엄마, 나 블랙홀에 들어가 있거든. 밖에서 엄마가 재촉한다고 쉽게 나갈 수 있지 않아. 별에서 나가는 방법은 별의 기운이 떨어졌을 때 나가는 것뿐이야. 그러니까 엄마는 밖에서 기다려’라고요.

 

뮤지션이라 그런지 표현이 남다른데요?


감성이 풍부한데, 그래서 속 썩이는 거죠(웃음). 그런 아이들은 결국 다른 길을 가더라고요. 저는 아들이 자퇴했을 때 ‘이건 다른 길로 가려는 신호이지, 자퇴 자체에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는 걸 느꼈어요. 아들이 주는 메시지가 그거였거든요.

 

역시 아이를 가장 잘 아는 건 엄마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이들마다 각기 다른 색깔의 사춘기를 지나요. 누구는 우울한 색으로 지나고, 누구는 폭력적으로 지나고, 어떤 아이들은 엄마랑 대화를 끊고 지내기도 해요. 그런데 그건 문제가 아니에요. 앓는 중이고, 아이들이 빠져 나와요. 그때 엄마의 자세가 중요해요. 울고 있지 말라는 거죠. 자랑스럽게 맞아줘야죠.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많이 하는 말이 ‘제발 대화 좀 하자’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런 말은 안 하셨어요? 그냥 기다리신 거예요?


그럼요. 아이들 입장에서는 엄마랑 대화가 안 되잖아요. 그 때는 자기들이 신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엄마 입장에서는 속이 타들어가잖아요.


물론 그렇죠. 그런데 말을 안 한다고 해서 모르는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사춘기 아이들이 속 깊은 대화는 잘 안 하려고 하는데, ‘밥 먹었니? 오늘은 뭐했니?’ 같은 일상의 대화는 가능하잖아요. 그런 일상의 대화도 끊어질 정도로 아이를 압박해 나가면 안 돼요. 그러다 보면 슬슬 아이가 밖으로 나오죠. 스스로 대화를 하고 싶어 할 때도 있고요.

 

자녀들에게 했던 말 중에 후회되는 것도 있나요?


있죠. 우리 아들이 자퇴했을 때 저도 모르게 이런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럼 너 중졸인데, 나 어떡하니?’ 그때 정말 많이 울고 반성했어요. 제가 그 날부터 변한 거예요. ‘너 어떡하니?’가 아니라 ‘나 어떡하니?’라는 말이 제 입에서 나온 게 너무 부끄러웠어요. ‘미쳤나 봐, 나는 애미도 아니다’ 싶었죠. 내가 창피할 걸 걱정한 거잖아요. 그 날 많이 울고 이튿날 ‘축 자퇴’ 플래카드를 붙인 거예요. 마음을 다시 먹었거든요. ‘이 아이의 엄마인 나는 무엇이 되어야 하나’에 대해서 생각한 거죠. 그때 우리 아들한테 정말 미안했어요. 그런데 우리가 아이들보다 서른 살이나 더 먹은 사람인데도 늘 실수하고 바보짓을 해요. 너무 많이 하죠. 그게 참 안타까운데요. 그렇게 같이 크면 돼요.

 

책의 마지막에, 따님이 쓴 ‘엄마 고발장’이 나와요(웃음). 이후에 업데이트된 내용이 있는지 궁금한데요?


아마 지금도 있을 거예요. 언제 한 번 업데이트해야 될 것 같아요.

 

가끔씩 아이들한테 물어보세요? 엄마한테 서운한 일이나, 엄마가 잘못한 일 없냐고요.


네, 아이들 말이 나중이 엄마 죽은 다음에 책 쓸 거니까 걱정하지 말래요(웃음). 아이들한테 저는 너무 바쁘게 일하면서 사는 엄마인데, 한 번씩은 저한테 은인이라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인생의 고비 때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 같은데요. 딸이 미대에 다니면서 꿈에 대한 기로에 서 있을 때, 저는 아이가 원하는 걸 하도록 적극적으로 박수 쳐주고 기다려 줬어요. 아들은 고등학생 때 그랬고요. 막내는 뭐라는 줄 아세요? ‘저는 저 정도는 아니에요’ 이런 식으로 이야기해요(웃음). 누나랑 형을 보면, 자기 정도는 충분히 감당하실 거라고 생각한대요(웃음).

 

거꾸로 아이들에게서 힘을 얻은 적도 있으시겠죠?


어른이라고 해도 처음 사는 오늘을 살잖아요. 저도 한 번도 갱년기를 맞이해본 적이 없었고, 그래서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때 오히려 아이들이 저를 위해주더라고요. ‘엄마, 지금부터 시작이야’라고 말해주고 ‘지루하게 한국에만 있지 마, 엄마는 외국에 나가서도 강의할 수 있어’ 하면서 엄마는 매력 있고 잘할 수 있다고 말해줬어요. 아마 제가 늙으면 아이들이 제 자존감이 되어줄 것 같아요. ‘엄마, 괜찮아. 아파도 살 수 있어’ 이렇게 해줄 것 같아요. 제가 자존감 토양을 다 퍼줬으니까, 이제 반대로 아이들이 저한테 퍼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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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다운 모성이 최고의 모성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엄마는 수없이 죄인이 된다”고 쓰셨어요. 엄마들은 이 죄의식을 어떻게 해야 될까요?


엄마는 계속 미안한 거죠. 그런데 그 상태로 있으면 안 돼요. 미안한 감정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엄마 노릇을 하기 힘들어요. 죄책감만으로는 안 되는 거예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모성은 ‘김미경 모성’이에요. 저는 다른 사람의 모성은 알고 싶지도 않고, 하지도 못해요. 우리 집 아이들은 내 모성에 길들여진 자식들이에요. 내 새끼니까. 그러니까 엄마들이 자기다운 모성이 최고의 모성이라고 믿어야 돼요. 특히 일하는 엄마들을 보면 너무 죄책감을 가지는데요. 저는 ‘아니야, 이 모성이 맞아, 집에 들어가면 더 이상해질 거야’라고 말해요. 자녀와 꾸준히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고 좋은 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 모성이 제일 좋은 모성이에요.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모성이 제일 좋은 모성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죄책감을 갖지 말아야 해요.

 

책에서 “나를 위한 가장 괜찮은 선택을 나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는 힘”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엄마들이 기억해야 할 말인 것 같아요.


그렇죠. 내가 엄마로서 제일 좋은 선택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해야 돼요.

 

집필하시는 동안 ‘친정엄마’를 떠올리기도 하셨을 것 같아요. 어떤 느낌이 드셨어요?


우리 엄마는 제가 어렸을 때 자존감을 키워줬어요. 심지어 태몽도 지어냈다니까요. 꿈에서 백마 탄 기사가 걸어가고 수천 명이 그 뒤를 따라갔는데, 엄마가 신발을 벗어 던지고 뛰어가서 그 말꼬리를 잡았다고 했어요. 그러고 나서 나를 낳았다고, 너는 수천 명이 따를 거라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엄마 친구가 이야기해줬어요. 그게 다 뻥이라고. 너희 엄마가 시골에서 아이들을 키웠지만 훌륭한 아이로 키우고 싶어서 거짓말을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우리 형제들 태몽은 다 엄마가 지어냈어요.

 

어머님의 ‘빅픽쳐’였네요(웃음).


저는 마흔 살까지 그 사실을 몰랐어요. 그런데 우리 엄마가 정말 고마운 사람이고 대단한 사람인 거죠. 얼마 전에 여든셋이 되셨는데, 침대에만 누워계신 지 5년이 다 되어가요. 너무 고생하셔서 뼈마디가 다 부서지셔가지고, 화장실도 못 가시고 밥도 누워서 드시거든요. 얼마 전에는 목숨을 끊으려고 하셨어요. 저한테 전화하셔서 그러시더라고요. 누워서 밥을 먹으니까 엄마가 짐승 같다고요. 살 필요가 없는 것 같아서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려고 하셨대요. 그런데 베란다까지 기어갈 수가 없었다는 거죠. 사람이 병을 오래 앓으면 자존감이 바닥을 치잖아요. 나 같은 인간은 쓸모 없다는 생각까지 들고요. 그래서 제가 매일 엄마랑 통화하면서 제 자존감을 엄마한테 넣어줬어요. ‘엄마, 고생 많이 했잖아. 우리가 잘된 거 봐. 엄마가 아니면 이런 김미경이 나왔겠어? 나는 오늘도 엄마 이야기하고 다니는데, 엄마가 이러면 안 되지. 우리 엄마 대단한 사람인데. 지금도 내 말 다 알아듣잖아’ 하면서 한 달 내내 애썼어요.

 

어머님께도 변화가 있었나요?


하루는 전화를 하셔서 ‘미경아, 나 똑똑한 것 같아’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건강했을 때의 나는 예뻐하고 늙은 나는 미워하는 게 불공평한 대우라는 걸 느끼셨대요. 나 자신을 공평하지 않게 대한다는 걸 깨달으셨다는 거죠. 그래서 병약하고,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서 밥 먹는 자신도 사랑하게 됐대요. 그리고 통증을 데리고 살기로 마음먹으시고, 아침마다 통증한테 호령을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너는 네 할 일 해라, 나는 내 할 일 할겨’ 하고요. 그러면서 누워서 자서전을 쓰기 시작하셨어요. 점점 마음의 병을 치유해 나가시고요. 어렸을 때는 엄마가 저한테 자존감을 줬잖아요. 그런데 엄마도 살다 보면 자존감이 바닥날 때가 있어요. 저는 엄마가 병약해지셨을 때 자존감을 퍼드렸죠. 그렇게 필요한 순간에 자존감이 세대를 오가는 거예요. 아이만 잘 되는 집 없다니까요. 다 같이 선순환 돼야 해요.

 

비영리 패션 브랜드 ‘리리킴’을 운영하시면서, 수익금을 미혼모 돕기에 쓰시잖아요. 미혼모들을 위한 사단법인 ‘그루맘(GROWMOM)’도 설립하셨고요. 이번에는 『엄마의 자존감 공부』도 출간하셨는데, 엄마라는 화두에 집중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엄마가 되기 전의 김미경은 내 안에 있는 힘의 60%도 못 내고 살았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엄마가 되고부터는 내 안의 힘의 150%, 200%까지 꺼내 쓰는 거예요. 엄마는 나한테 엄청난 기회였던 거죠. 그래서 엄마로서 자신의 힘을 꺼내서 쓰는 여자들에게 사랑을 느껴요. 좋아해요. 저는 미혼 엄마들을 ‘Brave Girls’라고 불러요. 아이를 낳을까 말까 고민하면서 남편 없이 혼자 아이를 낳았잖아요. 입양 보낼까 혼자 키울까 고민하면서, 직업도 변변히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키우기로 결정했고요. 그런 용기가 어디 있어요? 만나보면 눈에 총기가 있고 똑똑한 미혼모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그런 엄마들한테 세 번째 용기가 되어주는 건 너무 나다운 일이에요. 그냥 너무 끌렸고, 계획을 한 것도 아니에요.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서 시작한 일인 거죠. 사단법인을 만든 이유도 규칙적으로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예요. 마음 가는 대로 하다 보면 바쁠 때 안 할 수도 있잖아요. 일이 돼야 열심히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만든 거예요.

 

내년에는 미혼모들과 함께하는 패션쇼를 여신다고요.


4월에 진행할 계획이에요. 미혼 엄마들하고 연예인들이랑 같이 무대에 서서 당당하게 행진하는 거죠. 제가 하고 싶은 일 중에 하나는, 미혼 엄마들이 용기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정화시켜 주고 교육하는 일이에요. 또 하나는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고요. 그게 미혼 엄마들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이번에도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데, 다 같이 모여서 키즈카페에서 아이들 놀게 하고 선물 주는 거예요. 주변에 도와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미혼 엄마들이랑 파티한다고 하면 선물도 보내주시고요.

 

오는 11일부터 <김미경의 톡앤쇼> 시즌 3가 시작됩니다. 이번 책의 주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죠?


그럼요. ‘부모의 자존감이 아이의 미래다’라는 주제로 진행되는데요. 그동안 엄마들이 한 번도 깨닫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치유도 되고 용기도 갖게 해주는 자리가 될 것 같아요. 잘못된 건 반성도 하고요. 저는 아빠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는데, 어떨지 모르겠어요(웃음).

 

엄마로서 최근에 고민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글쎄요... 아, 이런 게 있겠네요. 딸이 시집가면 아이를 키워줄까 말까(웃음). 실질적인 고민이죠. 딸은 저한테 안 맡기고 자기가 키울 거라고 하는데요. 내년에 시집가는데, 날짜가 다가오니까 혹시 엄마가 키워줄 생각 있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저는 ‘엄마 생각 좀 해보고 말할게’ 하고 아직 대답을 안 하고 있어요(웃음). 그런데 제 시간을 나눠줘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은 해요. 딸이 저한테 나눠준 시간이 있거든요. 자식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될 시간을 일하는 엄마한테 나눠준 게 있죠. 지금은 딸도 일을 하다 보니까 제가 시간을 나눠줘야 할 것 같아요. 우리는 서로 빚을 지고 빚을 갚는 사이거든요. 끈끈한 전우애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네가 나를 도와줬으니 나도 너 도와줄게, 같은 마음이 있죠.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든 (손주를) 키워주기는 할 거예요.

 

워킹맘으로 살아갈 딸을 보면서 측은한 마음도 드시겠어요. 같은 워킹맘으로서 느끼는 동병상련이라고 할까요.


그렇죠, 그 마음을 알죠. 그래서 제가 전력을 다해서 24시간 붙어 있지는 않겠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생각해내려고 해요(웃음). 이제 몇 년 안에 제가 엄마가 아닌 할머니의 포지션으로 넘어갈 텐데, 그때는 할머니로서 두 세대의 자식을 가지는 거잖아요. 그 아이들이 다 각자의 자존감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해야죠. 그때도 역할이 안 끝날 거예요. 저도 아직까지 아버지나 엄마한테 확인 받는 게 너무 많거든요. ‘내가 맞지? 이래도 돼지?’ 하고요. 이제 제가 그 역할을 해야죠.


 

 

엄마의 자존감 공부김미경 저 | 21세기북스
전국의 강연장에서 수많은 엄마들의 등을 쓸어내리며 토닥이며 나눈 진솔한 이야기, 정답을 몰라 흔들리는 엄마들에게 던져줄 해답을 신작 〈엄마의 자존감 공부〉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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