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다른 두 사람,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힘 빼기의 기술』을 쓴 김하나 작가와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나만 위로할 것』, 『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등을 쓴 김동영 작가에게 최근 공통점이 생겼다. 도서 팟캐스트 <예스책방 책읽아웃>의 진행자가 된 것.
예스24와 BC카드가 공동 제작하는 팟캐스트 <예스책방 책읽아웃>에서 둘은 ‘김하나의 측면돌파’와 ‘김동영의 읽는인간’이라는 이름을 걸어두고, 지난 10월 19일부터 격주로 방송을 진행하는 중이다. 팟캐스트를 종일 듣는 김동영 작가, 팟캐스트를 거의 듣지 않는 김하나 작가, 수다를 떨 듯 게스트와 만나는 김동영 작가, 반듯하고 정확하게 묻고 듣는 김하나 작가. 이렇듯 두 사람은 다르다. 김하나 작가는 “저희 둘의 프로그램 제목이 바뀐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혀 다른 두 가지 색깔이 교차하는 곳, 팟캐스트 <예스책방 책읽아웃>, 이곳에서 그만큼의 다양성, 그만큼의 새로움을 기대해도 좋다.
우리의 경쟁 팟캐스트요?
팟캐스트 진행 처음 제안 받았을 때 어땠나요? 고민도 있으셨나요?
김하나: 1년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고민을 조금 했었는데요. 팟캐스트 진행은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평소에 따로 만나기는 어려운 분들을 모실 수 있는, 일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거니까요. 제가 궁금한 것도 물어볼 수 있고, 그 사람을 알아갈 수도 있는 좋은 기회잖아요. 일단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거라 ‘재미있겠다’ 생각했어요.
김동영:저는 6개월인 줄 알았거든요. 그동안은 긴 여행 갈 일이 없겠지 생각하고 수락했는데요. 처음 제안 받았을 때는 책 팟캐스트를 새로 만들려면 더 재미있거나 유익해야 하는데 과연 그 안에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죠. 책 팟캐스트가 이미 많으니까요. 사실 출연료가 괜찮았고(웃음),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방송을 하니까 수락하게 됐어요.
김동영 작가님은 평소에 팟캐스트를 많이 듣는다고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제안을 받았을 때도 먼저 프로그램의 성격을 생각해보셨던 거네요?
김동영:네, 많이 들어요. TV나 라디오를 안 듣고 팟캐스트를 듣거든요. 이미 책에 관한 팟캐스트는 강자들이 많잖아요. 스타일도 다양하고요. 그래서 프로그램이 특이하지 않으면 정말 묻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전체 팟캐스트가 2,000개가 넘는다고 하더라고요. 그 중 순위를 100위까지 매기는데, 그 안에 들기가 진짜 힘들잖아요. 제대로 해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이 좀 많았죠.
팟캐스트의 매력은 뭔가요? 많이 듣는 이유가 궁금해요.
김동영:우선 TV나 공중파에서 다루지 않는 주제들을 많이 다뤄요. 제가 좋아하는 음모론 같은 것들도 있고요. 책에 관한 팟캐스트를 봐도 그렇죠. TV, 라디오처럼 신간만 다루는 게 아니라 특정 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루거나 하거든요. 공중파가 균형적이라면 팟캐스트는 지극히 편향된 정보를 준다는 점도 흥미롭죠. 정치는 말할 것도 없고요. 듣다가 의견이 다르면 안 들으면 그만이고요. 라디오와 방식은 비슷하지만 팟캐스트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팟캐스트는 솔직함이 매력을 주는 것 같아요. 모르는 건 모른다고 얘기하거나, 하는 식이죠.
김하나:김동영 작가님은 잘 알고, 많이 들으시니까 색깔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셨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저는 팟캐스트에 대한 지식이 없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그 부분에는 고민이 없었던 것 같아요. 라디오도 잘 안 듣거든요. TV도 거의 안 보고요. 소리가 나면 작정하고 듣는 편이지 틀어놓고 무얼 잘 못 하는 편이라서요.
방송이 이제 막 2회 정도 나간 상황이에요. 서로의 팟캐스트를 청취하신 소감이 듣고 싶습니다.
김동영:나는 저렇게 할 수 없는데,(웃음) 하는 것을 느꼈죠. 김하나 작가님은 오프닝부터 정확하게, 발음도 확실하게 잘하시더라고요. 전달력도 있고요.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도 확실하셔서 참 재미있게 들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걱정을 좀 했는데요. 나중에는 오히려 아예 다르게 방송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래도, 부럽죠.
김하나:저는 도리어 진행자와 게스트 사이에 공간이 거의 없는 것처럼 느껴져서 부럽던데요. 딱 붙어서 공간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서 김동영 작가님 방송 좋았어요.
두 분이 ‘김하나의 측면돌파’와 ‘김동영의 읽는 인간’을 격주로 진행하고 계시는데요. 앞으로 나의 프로그램이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프로그램의 지향점도 있을 것 같아요.
김동영: 사실 작가들의 취향이나 관심사를 물어보고 싶어요. 이미 쓴 글에 대해서는 많이 말하지 않아도 말이에요. 그건 이미 나온 것이니까요. 기본적으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면 궁금해서 책도 읽어보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책을 소개해서 그 사람을 아는 것보다 그 사람의 매력적인 부분을 많이 끌어내서 책으로 연결되게 하는 쪽이 저한테 잘 맞는 것 같아요. 우선 저는 얕기 때문에(웃음) 수다 떨듯이, 소개팅 하는 식으로 얘기하는 게 편하더라고요.
김하나:말씀을 듣다보니 저희 둘의 프로그램 제목이 바뀐 것 같은데요.(웃음) 저는 평소에도 얘기할 때 또박또박 묻고, 듣는 스타일이에요. 그런 면이 그대로 팟캐스트에 옮겨간 것 같아요. 제가 참여하는 ‘얕은 지식’이라는 모임에서 디자이너 분이 사람마다 어울리는 서체를 붙여준 적이 있어요. 저만 서체를 두 개 정해줬는데요. 하나는 ‘타임즈뉴로만(Times New Roman)’이라고 해서 신문에 들어가는 전격적인 모양의 서체고요. 다른 하나가 ‘개발새발체’였어요. 술 취했을 때와 평소가 다르다고요.(웃음) 그러니까 팟캐스트는 타임즈뉴로만에 해당하는 모습으로 진행하고 있는 거예요.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그래서 더 전격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말을 정확하게 구사하려고 노력하고, 말끝을 흐리지 않고 끝까지 또박또박 얘기하려고 하고요. 실은 성우 수업을 들은 적이 있거든요. 말을 정확하게 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을 또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요. 진짜 바뀌었네요.(웃음)
경쟁 팟캐스트로 생각하는 프로그램도 있나요?
김동영:김하나 작가님 프로그램과 제 프로그램이 아예 다른 것 같은데요. 김하나 작가님은 <김태훈의 책보다 여행>일 것 같아요. 그 프로그램은 깊이가 있어요. 정보도 많고요. 김태훈 선배가 원래 그런 스타일이 아닌데(웃음) 그렇게 하시더라고요. 한 번 제가 출연해서 완전히 망쳐놓고 왔는데요. 제 프로그램은 아무래도 요조 씨와 장강명 작가가 진행하는 <책, 이게 뭐라고>이 아닐까 싶어요. 듣기가 무척 편안하더라고요. 목소리도 듣기 좋고요. 아, 사람들이 이래서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잘하시는 것 같아요.
김하나:이제라도 시장조사를 해야겠네요.(웃음) 가끔 <송은이 & 김숙 비밀보장>처럼 화제가 되는 것들은 한 번 씩 듣고 그랬지만 워낙 팟캐스트를 즐겨 듣거나 하질 않아서요. 다만 요즘은 다음 책 원고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게 있는데요. 그릴 때는 소리가 있는 게 더 좋더라고요. 지금 말씀하신 팟캐스트를 쭉 들어봐야겠습니다.
혹시 섭외하기 힘들지만 꼭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가 있나요? 이 인터뷰 기사로 초대장을 보내는 심정으로 말이죠.(웃음)
김하나:처음에 모시고 싶다고 말씀드렸던 분이 있는데요. 황정은 작가님이에요. 『백의 그림자』를 읽고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쓰러졌거든요. ‘이 사람이 너무 좋다’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나중에 팟캐스트를 진행하신다고 해서 들은 적이 있어요. 목소리가 내 상상과 너무 다르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하면서 떨리는 마음으로 들었는데 제가 생각한 목소리여서 또 좋았어요. 그리고, 아이유 씨요.(웃음)
김동영:떠오르지가 않는데요. 론리플래닛 편집자 분들이 궁금하고요. 만화가 분들도 만나고 싶어요. 황석영 작가님도 뵙고 싶네요. 워낙 이야기꾼이시고, 팟캐스트에 출연하시면 또 재미있을 것 같아요. 마종기 시인도 좋아요. 그런데 시인 분들 특징이 항상 따뜻하겠다고 하는(웃음) 그런 게 있어서 걱정이에요.
김하나:이렇게 막 던져도 되면(웃음) 저는 윤여정 선생님을 뵙고 싶습니다. 배철수 씨도 좋을 것 같은데요.
문턱 낮아진 팟캐스트, 과연 미래는?
팟캐스트는 무엇보다 진행자에게 많이 기대는 면이 있잖아요. 그래서 드리는 질문인데요. 두 분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나는 어떤 사람인지 직접 설명을 해주신다면?
김동영:어렸을 때 읽기, 받아쓰기를 잘 못 했거든요. 잘하는 게 진짜 없었어요. 체육도 안 좋아했고요. 그림도 싫어해서 여행을 가도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안 가요. 이번에 포틀랜드에서 두 달 있었는데요. 무료 전시가 있어서 갔는데 힘들었어요. 봐도 이해도 안 되고 그래서요. 저는 돈 주고 사는 걸 좋아해요. 옷 사는 걸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LP 사는 거 정말 좋아하고요. 거의 재즈 LP를 사 모으고 있어요. 80년대 이전 것을 주로 LP로 사서 모으고 있죠. 블루노트에서 나온 건 거의 사는 것 같아요. 취향이 때때로 바뀌는 것 같아요. 예전의 저는 새로운 걸 해보는 것도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안 그래요. 사람들이 식물 같은 사람이라고 할 정도예요.
김하나:예전에는 딱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정해진 대로 하는 걸 좋아하고, 칸에 딱딱 넣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이었어요. 집도 반듯하고, 깨끗하고, 이런 걸 좋아했고요. 책에도 쓴 내용인데요. 실연 이후 어느 순간 이러면 안 되겠다, 살아야겠다 싶어서 모임을 만들고, 유연성에 대해서 굉장히 크게 느끼게 됐어요.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칸 안에 넣어두고 나를 보호하려고 했다면 지금은 일단 만나서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같이 좋아하는 걸 하게 됐죠. 그러다보니 세계가 확 넓어졌어요. 화분 속에만 있다가 숲으로 나오게 된 거죠. 그 뒤에 인생이 훨씬 편안해졌어요. 지금은 그럴 수도 있지, 이런 것도 재미있네, 라는 걸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팟캐스트도 예전 같았으면 거절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지금은 뭐든 일단 해보자고 생각하니까요. 팟캐스트도 하다보면 늘 수 있고요. 적어도 나는 팟캐스트 진짜 아니구나, 라도 알 수 있게 되겠죠.
두 분이 정말 다르신 것 같아요. 그리고 어떤 변화를 비교적 최근에 겪으셨고요.
김하나:몇 년 사이의 일이죠. 저는 지금이 조금 더 재미있어요. 제 동거인은 어지르는 것만 할 줄 알지 정리정돈이라고 하는 건 도려낸 것처럼 없는 사람이에요.(웃음) 저는 매일이 카오스고, 뒤죽박죽이긴 한데요. 그래도 재미있어요.
김동영:저도 3-4년 사이에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김하나 작가님과는 반대 같은데요. 저는 숲에 있다가 화분으로 왔거든요. 사람도 예전에는 정말 많이 만나고 어울렸는데 어느 순간 달라졌어요. 그만 만나야겠다는 자각도 없이 점점 모임이 없어져서 요즘은 고양이와 집에 누워서 자는 게 제일 좋아요.
김하나:저도 그게 제일 좋긴 해요.(웃음)
앞으로도 팟캐스트가 계속 성장할 거라고 보세요?
김동영:지금 꽤 많은 것 같은데요. 정점이었던 것 같아요. 팟캐스트가 확장될 수 있었던 게 지난 10년 동안 정치적인 문제가 컸기 때문이잖아요. 공중파에서는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이곳에서 제한 없이 할 수 있었고요. 정치 팟캐스트가 엄청 많았거든요. 정권이 바뀌고 나서는 많이 없어지기도 하고, 하던 분들도 주제를 바꿔서 하고 있는데요. 이전에 정치적인 팟캐스트가 많았다면 지금은 취미나 교양 쪽으로, 어쩌면 교육방송처럼 성격이 변화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속성이니까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김하나:계속 들어오셨으니까 감지하신 걸 텐데요. 팟캐스트를 잘 안 듣던 국외자 입장(웃음)에서는 팟캐스트는 그냥 앞으로 잘 되는 게 아닌가, 했어요. 앞으로 TV보다 유튜브가 훨씬 가능성이 많아지는 것처럼 말이에요. 팟캐스트에 대해서도 막연하게 그렇게만 생각했었어요. 1, 2위 하는 팟캐스트들은 광고 수익도 엄청나다고 하더라고요. 앞으로 또 규제도 생길 테지만 문턱이 낮아지고, 아무나 아무말대잔치를 할 수 있어서 낙관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당분간 팟캐스트로 독자 분들은 만나게 될 텐데요. 앞으로의 다짐이나 제작진에게 바라는 점이 있나요? 청취자 분들에게 한 마디 하셔도 좋습니다.
김동영:원고를 잘 소화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도 능숙하게 읽고 싶어요.(웃음) 무엇보다 우리끼리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 하는 사람들끼리 친하고 재미있으면 듣는 사람들도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우리도 다른 사람이니까요.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고요. 그러니까 이왕 할 거면 우리가 재미있어야 다른 사람들도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하나:준비하면서 게스트의 책도 읽고, 방송에서 게스트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약간은 팬심이 생기잖아요. 저는 제가 느낀 팬심이 잘 전달되고, 게스트가 빛나는 방송을 하고 싶어요. 책 자체의 매력도 있고, 게스트의 삶의 궤적에도 매력이 있을 텐데요. 그걸 아주 작게라도 새로운 각도로 던져줄 수 있다면 좋겠죠. 게스트가 이 팟캐스트에 나와서 기분이 좋았으면 좋겠고요. 듣는 사람도 매력적인 사람이 세상에 또 한 명 있구나,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연히 들었는데 그 사람 되게 매력 있더라’ 이런 반응이면 제일 좋을 것 같아요.
두 분 곧 책도 출간될 예정이시죠?
김동영: 12월에 내려고 계획하고 있는데요. 지금 제가 교정지를 안 넘기고 있어요. 고칠 게 너무 많아서요. 지금까지 책 네 권을 내면서 쓸 때마다 내 글에 감동 받았거든요.(웃음) 잘 팔리겠다, 이러면서 만족하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정말 모르겠는 거예요. 너무 별로인 것 같고요. 처음으로 제 이야기를 썼거든요. 물론 여행 에세이에서도 제 이야기를 했지만 그때 쓰던 문체와 다르기도 하다보니까 이게 재미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고민이 많아요.
김하나:지금 작업하는 책은 12월이 가기 전에 무슨 수를 써서든 나와야 하는 책이에요. 다이어리처럼 나오는 책이거든요. 그림도 들어가고요. 창의성과 브랜딩이 섞인, 소재들을 정리한 워크북 개념의 책이에요.
2017년 읽은 책 중에 ‘올해의 책’으로 꼽는 책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김하나:『면역에 관하여』라는 책 정말 좋았어요. 번역가 김명남 님이 번역하셨는데요. 트위터에 칭찬을 써놓으셨더라고요. 부산에서 올라오는데 부산역 서점엘 갔거든요. 훑어보다 보니 김명남 님이 한참 얘기하셨던 그 책이 딱 있는 거예요. ‘면역’에 관해서 읽어 뭐할 거야, 싶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그 책을 샀죠. 읽어보니 너무나 매력이 대단한 책이었어요. 너무 묘해서 작가의 배경을 봤더니 아빠가 의사고 엄마가 시인이더라고요. 과학과 시가 묘하게 성질변화를 일으키는 게 한 편, 한 편이 다 좋았어요. 정보성으로 시작해 갑자기 아름다운 은유로 빠졌다가 하는 거죠. 이런 맛이겠거니 하고 입에 넣었다가 먹고 나면 ‘어라? 너무 맛있는데!’ 이렇게 충격 받는 경우 있잖아요. 한 편, 한 편이 그런 글들이었어요. 그 전에 이런 형태의, 이런 맛을 주는 글을 못 봤던 것 같아서 저한테는 충격이었어요.
김동영:저는 몇 년 째 올해의 책이 『중력과 은총』예요. 진짜 안 읽히고 너무 어려운데 제목이 참 좋잖아요. 파리에 있을 때 한국문화원에 있는 도서관에 간 적이 있어요. 『당신이라는 안정제』쓸 때였는데요. 거기서 제목만 보고 너무 좋아서 빌려봤어요. 내용은 잘 모르겠는데요. 문장이 정말 좋아요. 진도는 안 나가는데 읽고 있는 자신이 멋있는 거 있잖아요. 그런 책이에요. 언젠가 꼭 다 읽겠지, 생각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