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변화무쌍한 음악 퍼레이드다. '시나위의 김바다'라고만 각인되었던 우리 머릿속 이미지 반대편에는 친근한 발라드도 존재했고 낯선 전자음악이 번쩍였으며 그만의 록 사운드가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저녁, 이즘이 만난 김바다는 녹음실 콘솔 앞에 앉아있었다. 솔로 활동 후속 앨범 작업이었냐고 묻자 그의 입에서는“레이시오스 음반 리마스터링 하고 있었어요. 재발매인데 신곡 하나 정도 들어갑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솔로 앨범 후속작으로 파트 2 앨범이 예정되어 있죠. 어떠한 기획으로 구상되고 있나요?
곡 작업은 지금도 계속 하고 있어요. 뉴웨이브적인 요소도 들어갈 거 같고, 단순히 러프한 것 보다는 프린스처럼 섹시한 느낌, 영국의 밴드 재팬(Japan)이나 듀란 듀란의 냄새도 같이 들어갈 것 같아요. 일종의 향수가 담긴 음악이에요. 제가 좋아했던 음악들에 대한 것이죠. 또 시나위 때 불렀던 「취한 나비」가 추가될 것 같아요. 저번 단독 공연 때 편곡했는데 되게 잘 나왔거든요.
김바다라 하면 여러 밴드들과 여러 음악들이 떠오릅니다. 자신의 음악을 한 키워드로 정리한다면?
시도라고 생각해요, 시도! 밴드로 할 수 있는 음악을 모두 시도해보고 있거든요. 워낙 무궁무진하잖아요.
'김바다만'의 커리어를 얘기해보려 합니다. 그 시작은 나비효과죠. 스스로 나비효과 1집을 '음악적 혼란기'의 작품이라 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얼마 전에 들어봤어요. 그런데 끝까지 다 못 듣겠더라고요. 음악이라면 하나의 전체적인 스토리가 있어야 하는데 소프트한 것도 해보자, 대중적인 것들도 해보자 이렇게 하다 보니 중구난방의 결과물이 나왔어요. 어떤 면에서는 아깝죠. 수록곡 「제발」은 훨씬 빈티지한 사운드가 나왔어야 했어요. 스트링이나 편곡의 면에서 실제로 연주가 된 사운드들이 있어야 하는데 컴퓨터로 처리를 했거든요. 곡에서 풍기는 냄새, 그 부분에서 아쉬워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성과가 아닌가요?) 그렇죠. 그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이 있는 거죠.
2집에서는 노선이 확실해졌습니다. 뉴웨이브, 인더스트리얼, 일렉트로니카와 같은 여러 장르들이 보였죠.
어느 정도는 완성된, 조금은 더 만족된 음악이었어요. 장르를 급선회하게 된 계기도 있어요. 나비효과 1집을 내고 잠시 시간을 가졌을 때 패션쇼 음악을 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전자음악을 본격적으로 만져보면서 대중음악 신에서 가졌던 갈증들을 당시에 풀었어요. 라이브로 직접 하면서 굉장하다는 생각을 가졌거든요. 막 끝내고 나니 소속사 대표가 이런 음악 왜 진작 하지 않았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랬죠. “이거 앨범으로 들으면 싫어하실 텐데.” 그래도 하자고 해서 앨범을 찍어냈더니 그제야 당황하더라고요. 이거 어떡하지 하면서. (웃음)
레이시오스에 가서는 더 강해졌지요.
진화된 일렉트로닉, 진짜 일렉트로닉이었어요. 나비효과 2집에 했던 것보다 더 깊게 파보자 해서 시작했거든요. 원하던 소리를 더 냈던 거 같아요.
아쉽지만 앨범이 많이 묻혔죠.
완전 묻혔죠. 5년 전에 냈을 때는요. 주위에서 말씀하시기를 시기가 너무 빨랐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그런 음악 신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앨범을 냈는데도 공연하기가 되게 애매했어요. 록 페스티벌에서 하긴 했지만요. 이게 클럽에서 디제이들이 트는 음악하고도 다르고 밴드 차원에서 움직이는 음악하고도 다르잖아요. 결국에는 큰 공연 들어오는 것만 하자, 홍보는 접자라는 얘기가 나왔죠.
이후 레이시오스는 잠시 공백기를 가졌는데 얼마 전 다시 무대로 나섰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요? 나비효과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레이시오스는 한번 해체했어요. 그러다 아트 오브 파티스 단독 공연하면서 앙코르 무대에 레이시오스를 다시 올려보자는 얘기가 나왔죠. 시간이 지나서 다시 해보니 이제야 좀 할 만한 환경이 조성된 것 같아요. 음악 신이 이제 만들어졌나 봐요. 내일도 광주에서 < 난장 > 방송 있고 공감에서도 풀 라이브 공연하고 8월 14일에도 단독 공연을 가질 겁니다. 나비효과는 확실히 사라졌어요. 멤버들 중에는 지금 음악을 안 하는 친구들도 있죠.
아트 오브 파티스의 < Ophelia >는 상당한 수준의 앨범으로 평가를 받았죠.
그런가요? (웃음) 사실 진짜 열심히 했어요. 녹음실 한 프로, 세 시간 반을 작업하며 대 여섯 곡을 완성했죠. 개인적으로도 아주 만족하는 앨범이에요.
멤버 교체가 잦은 편입니다. 기타리스트만 이번이 세 번째인데 어떤 이유가 있는 건가요?
이유는 간단하죠. 하고자 하는 음악을 그려가면서 바뀌게 된 거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지금은 제가 구상했던 아트 오브 파티스의 그림이 완성된 상태예요. 원래는 그런지하면서도 헤비하고 뉴웨이브적인 느낌을 가진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앞서 말한 재팬의 색깔도 닮고 싶고요. 그런 식으로 밴드를 만들어가며 특이한 이미지를 구현할 줄 아는 기타 주자를 찾고 있었어요. (이)태훈이는 그런 기타리스트예요. 한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캐릭터죠.
아트 오브 파티스의 이름으로 지난 해 산울림 35주년 기념 음반 < Reborn 산울림 >에서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꺼야」를 커버했었습니다.
편곡이 잘 나와서 만족했어요. 예전에 정말 좋아하던 1990년대 초중반의 그런지, 얼터너티브 음악에 대한 향수가 엄청나요. 리프가 있고 전주, 후주가 있고, 배킹이 탄탄히 들어가고... 그런 부분에 있어 잘 포장된 것 같아요. 지금은 그런 음악이 없잖아요. 대중적인 멜로디, 사비가 없고 클라이맥스가 없으면 힘들다는 강박관념마저 생긴 정도로요. 핑크 플로이드 같은 긴 음악이 나오면 사람들은 쉽게 지루해하죠. 안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 있어 < 나는 가수다 >에서의 경험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클라이맥스를 어떻게든 삽입해야하는 '나가수' 식 전개 방식에 불만은 없었나요?
불만보다는 대중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확실히 쇼맨십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어요. 방금도 말씀드렸던 클라이막스와 같은 것을 뜻하죠. 그게 없으면 하위권에 머물더라고요. 어느 면에서는 상당히 바보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음악에는 설득력이 있어야하는데 그것을 제한 상태로 기술적으로만 접근하는 느낌이었죠. 동시에 느꼈던 점은 대중들 역시 편곡이라는 요소에 대해 인식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음악적 수준과 인지가 상향되었다는 인상을 받았죠.
여러 가지 시도들이 닿기에 음악 인생이 정반합을 닮아 있습니다. 그 정반합의 새로운 합에 솔로 앨범 < N. Surf >이 해당된다고 생각하는데, 아날로그와 디지털 음악 사이에서 조율점을 찾은 모습입니다.
솔로 활동을 조율점이라고 생각해요. 아트 오브 파티스의 록 음악과 레이시오스의 일렉트로니카 사이에 있는 셈이죠. 솔로 활동으로 들어가면 조금 더 고민되는 부분은 있어요. 여기서부터는 대중음악의 영역이니 사람들에게 이걸 어떻게 더 노출시킬까, 더 친근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에 관한 것이죠.
그래서 그런지 「N. surf」와 「Searching」 이 두 곡에 더 의미가 부여됩니다.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은 사운드와 팝스러운 멜로디를 넣어보려 했어요. 그러면서 40이 넘은 제가 해고 싶었던 말들이나 경험, 슬럼프를 겪고 이겨낸 과정들을 풀어서 메시지로 담고 싶었죠. 편하게 쓴 곡들이에요.
이후에 가졌던 JYJ의 김재중과의 작업은 김바다의 색깔에 대중성이 묻어났습니다. 그 점에서 새로운 모습도 보였죠. 어떻게 작업하게 된 건가요?
의뢰를 받았어요. 받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의뢰를 한 이유가 분명 있겠다 싶은 것이었죠. (김)재중이한테 준 노래는 대중적으로 쓰겠다고 쓴 노래였어요. 그러면서 귀여운 아이돌의 이미지를 벗은 남자다운 로커의 이미지를 만들어보고 싶었죠. 써준 곡은 제가 불러도 될 만큼 좋은 노래들이에요. 그 노래들이 타이틀 곡으로까지 쓰여서 기분이 좋죠. 게다가 일본에서도 1위하고 독일해서도 1위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대만 같은 나라에서도 반응이 좋고. 좋죠. 그런 소식 들려오면.
문득 든 생각인데 빅뱅의 지드래곤과도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최근 많은 아이돌 출신 가수들이 찾는 인디, 록 뮤지션들과 협업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다른 인터뷰에서 본 거 아니죠? 잘 보셨어요. 사실 다른 인터뷰에서도 그렇게 얘기했었거든요. 아이돌이 인디 뮤지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을 찾는 건 목마른 데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해요. '다른'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죠. 지드래곤 같은 경우는 같이 만들어보고 싶은 이미지가 머릿속에 있어요. 기회가 되면 재미있는 음악이 나올 거 같아요. 아이디엠(IDM; Intelligent Dance Music) 같은 장르를 해보고 싶고 또 아방가르드하면서 팝스러운 이미지를 구현해보고 싶네요.
방송 전파를 타며 이제는 '더' 잘 알려진 김바다가 되었습니다. 대중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남고 싶은가요?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남고 싶어요. 지금 알고 계시는 김바다로. 여러 음악을 하고 이런저런 모습을 보여드리는 김바다인 거죠. 마침 또 밴드 세 개를 운영하는 지금이 제가 바라던 제 모습에 딱 맞아요. 해체됐다가 신이 생겨서 레이시오스를 이제 할 수 있고, 제가 그리던 그림의 최종 단계, 완성된 단계에 올라선 아트 오브 파티스를 할 수 있고. 솔로 활동도 하잖아요.
시나위와의 작업 계획이 있나요?
아직은 없어요. 저도 하고 있는 게 많고 일단은 (신)대철이 형이 시나위의 주인이잖아요. 불러주기 전까지 제가 기획하는 것은 없죠.
시나위의 보컬 경력을 바탕으로 한국 록 보컬리스트의 계보를 잇는 한 사람이 되었죠. 국내 최고의 보컬은 누구라고 생각하나요?
(전)인권이 형님. 소리가 진짜 희한한 것 같아요. 직진으로 뻗어나가잖아요. 형님께서 예전에 노래 연습을 하셨을 때 얘기를 들어보면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요. 목소리로 안 올라가는 부분이 있으면 연습을 통해서 억지로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그걸 이미지화해서 마인드 트레이닝을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저도 그런 편이거든요. 생각을 이용해서. 그런데 그게 맞는 거예요. 생각을 하면 거기에 맞춰 몸이 변하잖아요. 그러면서 목소릴 틔우는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지금까지는 김바다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앞으로의 김바다라고 한다면 어떤 그림을 그릴 계획인가요?
저는 해외로 나가보고 싶어요. 한국 아티스트들이 감각적으로 떨어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한국적인 것을 더하면 상당한 강점이 생기는 거죠. 동양의 스케일이 팝적으로 풀리면 장난 아니거든요. 그래서 국악 밴드들에 대해서도 높은 가능성을 보고 있어요. 실험적인 음악으로 유명한 워프 레코드(Warp Records)와 같은 레이블들과도 계약해보고 싶고 궁극적으로는 외국 아티스트들과 같이 해보려 해요. 얼마 전에 본 다큐멘터리에서 푸 파이터스의 데이브 그롤이 이런 저런 뮤지션들과 같이 잼을 하고 있는 거예요. 진짜 부러웠어요.
동양의 스케일을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동양적인 음계를 조금씩 사용하고 있어요. 그걸 팝적으로도 풀고 싶고요. 외국에 블루스가 있다면 우리에겐 민요나 판소리가 있잖아요. 사운드는 팝적이면서 우리의 색깔을 담으려는 계획이죠. 크랜베리스나 시네드 오코너를 보면 아일랜드의 국민성을 담고 있잖아요. 그런 식으로 하고 싶다는 거죠 저도. 우리의 것을 가져가려 해요. 노력하고 있죠. 외국에 나갔을 때 가사도 한국말로 할 생각이고요. 그렇게 해서 차트에 오르고 기록을 세우면 그거야 말로 진정한 성과가 아닐까요.
전반적인 이미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 같군요.
비녀나 한복, 이런 것들은 해외에 없잖아요.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피어싱이나 일본의 기모노 같이 이국적인 장치를 자신에 이식했던 뷰욕이 예시가 되겠네요. 한국의 이미지를 그렇게 조금 섞어서 나가면 어떨까 하고 있어요. 실제로 영국에서는 동양의 스케일이 상당한 인기라고 합니다. 스톤 로지스도 그런 쪽으로 했었죠. 뉴욕에서는 힐링이나 정신 건강을 중시하면서 동양의 명상과 문화를 주목하고 있고요. 음악과 맞아 떨어지면 결과는 확실하죠. 우리 문화를 정말 좋아해요. 시조도 탁 읊고 그러면 우리의 간지가 살잖아요. (웃음)
해외 활동에 대해 지금은 어떤 계획이 있는 건가요?
일단 일본이랑 독일에서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의외로 독일에서 제 음악에 대한 반응이 좋더라고요. 아까 재중이 음악도 독일에서 차트 순위가 높았고 < 벤틸 오브 나이트메어 >라는 게임의 음악을 맡은 적 있는데 그 사운드트랙이 또 독일에서 인기가 있다고 들었어요. 고딕한 면이 끌리나 봐요. 아트 오브 파티스에도 그런 느낌이 확실히 있고요. 계약한다면 1년 정도 쭉 투어하고 해보고 싶어요.
이즘 공식 질문입니다. 내 인생의 음반을 꼽는다면
먼저 매드 시즌의 < Above >. 최고의 명반이라고 생각해요. 시애틀 그런지 신에서 핵심만 모아놓은 엘리트 밴드잖아요. 게다가 딱 한 장만 냈고요. 어 퍼펙트 써클의 < Thirteenth Step > 도 좋아했고 스톤 템플 파일러츠의 첫 앨범 < Core >는 예술입니다. 음... 더 얘기하고 싶은데요. (이왕 나온 김에 더 얘기해 주세요) 프로디지의 < Invaders must die >도 좋아하고 앰비언트의 대가 브라이언 이노의 < Ambient 1: Music for Airports >도 상당히 좋아합니다. 꼽아보니 진짜 많네요. (웃음) 이쯤에서 너바나의 데뷔 앨범 < Bleach >를 마지막으로 하죠.
변화무쌍한 커리어에서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음악은 어떤 음악인가요?
앰비언트 음악을 하고 싶어요. 앞서 언급했던 브라이언 이노와 같은.
인터뷰 : 신현태 이수호
정리 : 이수호
사진 : 이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