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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연주 “나다움이 뭔지 알려주는 젠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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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에 관한 오래된 말이 있다. 남자는 수학을 잘하고, 여자는 국어를 잘한다. 여자는 약하고 남자는 강하다. ‘팩트체크’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이 시대에도 유령처럼 떠다니는 말이다. 여성과 남성 간의 차이보다 개인의 차가 더 크다는 연구 결과는 많지만,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젠더 박스’는 여전히 공고하다. 사람들은 늘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남성과 여성을 상상하면서 자신이 충분히 남성적이지 않거나 여성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기 오래된 말이 하나 더 있다. 아이들 앞에서는 찬 물도 함부로 마시면 안 된다는 말. 그만큼 아이들은 빠르게 배운다. 여자아이는 분홍색, 남자아이는 하늘색으로 갈라진 마트 문구 코너에서, 엄마와 아빠가 서로에게 말하는 방법에서 배운다. 네 살 아이들에게 여자 마네킹과 남자 마네킹에게 옷을 입히라고 하면 검은색 중절모와 분홍색 모자를 같이 씌우지만, 여섯 살 아이들은 여자 마네킹에는 여자 옷을, 남자 마네킹에는 남자 옷을 구분하면서 입힌다. 그 사이 남자와 여자의 옷이 다르다는 걸 깨우친 것이다. 어린 아이뿐만 아니라 성별 정체성을 본격적으로 형성하는 십 대 시기, ‘젠더 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서울시 젠더자문관으로 일하는 김고연주 박사는 석사와 박사 논문 모두 청소년을 주제로 해서 쓸만큼 청소년에 관한 관심이 많았다. 자기 정체성을 만드는 십 대 시기, 성별이분법을 의식하지 않고 ‘젠더 박스’를 해체했으면 하는 마음에 『길을 묻는 아이들』, 『조금 다른 아이들, 조금 다른 이야기』등에 이어 『나의 첫 젠더수업』을 펴냈다.

 

 

김고연주_기사내삽입-(1).jpg

 

 

정체성을 고민하는 10대들에게


책을 쓰는데 얼마나 걸렸나요?

 

2014년부터 썼어요. 출산과 육아, 특히 올해는 1월부터 서울시 젠더자문관으로 일하면서 결국 3년 넘게 걸렸어요. 바쁜 와중에 오래 쓰면서 편집자가 많이 길을 잡아주고 아이디어도 많이 주셔서 도움을 받았어요. 첫 번째 원고보다는 훨씬 잘 나온 것 같아요.


청소년을 위한 성 인지 교육에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사회적으로 성평등 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학교는 제일 보수적인 공간 중의 하나이기도 하죠. 여학생들도 젠더와 관련한 내용을 접할 기회가 없고, 남학생들은 아예 무지한 상태에서 반감만 키우고 있잖아요. 그래서 여학생뿐 아니라 남학생에게도 반감을 주지 않는 방식의 책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제 의견보다는 여러 가지 자료나 연구, 통계를 가지고 접근하려고 했고요. 책을 쓰는 데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여성 혐오 문화가 더 악화되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환영받는 책이 되어버렸어요. 그래서 참 역설적인 것 같아요. 3년 전에 냈다면 지금보다 덜 환영 받았을 책인 것 같고, 안타깝기도 해요.


주변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정말 필요한 책이라고 말씀하신 분들이 제일 많았고요. 언제 이렇게 책을 썼냐는 반응도 많았어요. 공무원이 되고 나니까 출간기념회 안 하냐, 그런 얘기도 하시고요. (웃음)


표지에 여러 스타일의 사람들이 나와요. 안경을 쓴 긴 머리 사람, 턱수염을 기르고 목걸이를 한 사람 등이요.


표지 만드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고요. 기초적인 수준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나타낸 것 같아요.


젠더라는 말이 아무래도 생소한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성이나 섹스보다는 어색한 개념이잖아요. 제목에 젠더를 명시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목에 성평등을 쓸까, 젠더를 쓸까 여러 고민을 했었어요. 자기 정체성을 고민하는 10대들이 조금 더 자유롭고 평등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한 책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구성된 성이라는 의미로 ‘젠더’라는 용어를 쓰는 게 맞죠. 하지만 젠더라는 용어가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는 것도 맞아요. 교육계에서는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더 자주 쓰기도 하고요. 성평등, 하면 무슨 의미인지 뚜렷하지만 젠더라는 말을 들으면 무슨 말인지 잘 모르잖아요. 하지만 오히려 잘 모르는 용어이기 때문에 페미니즘에 관한 반감을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내용과 상관없이 반발이 심했을 텐데, 학문적이고 잘 모르는 단어를 쓰면 오히려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죠.


구체적으로 성평등과 젠더가 어떤 차이가 있죠?


제가 봤을 때 젠더는 성평등의 근거가 되는 개념인 것 같아요. 성평등이라고 하면 당연한 거라고 여기잖아요. 하지만 성평등을 이야기하면서도 이미 여성과 남성은 평등하다거나, 오히려 여성이 우월하고 남성이 역차별받고 있다거나, 여성과 남성은 선천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같을 수 없다는 식의 반발이 나타나죠. 젠더 개념에 그런 반발에 대한 답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명료한 단어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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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연대에서 나올 가능성


선천적 힘이나 선천적 차이도 교육에 의해 변화한다고 하셨는데, 교육이 어떻게 선천적인 차이를 발현할 수 있나요?


시몬 드 보부아르가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는 말을 했어요. 주디스 버틀러도 ‘젠더는 수행하는 것이다’라고 했었죠. 보통 섹스는 본질적으로 있는 성, 젠더는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성이라고 인식했는데 점점 이론이 발전하면서 섹스도 만들어진다는 논의가 많아지고 있어요. 선천적 힘이라든가 소질, 차이라는 것도 사실은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부분이 많다는 거죠. 이를테면 여자는 힘이 약하고, 남자는 힘이 세다는 인식도 사회적으로 여성이 운동하는 걸 장려하지 않고, 남성들은 운동을 많이 하게 되면서 선천적 차이를 넘어 공고해지죠. 여성과 남성의 신체 차이에 대한 연구에서 사실 그렇게 큰 차이는 없다는 결과가 많이 나와요. 여자는 언어를 잘하고 남자는 수학과 과학을 잘한다고 알지만, 어떤 나라에서 어떻게 교육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하고요. 오히려 남성과 여성의 차이보다는 사람들 사이의 차이, 여성 내부의 차이, 남성 내부의 차이, 인종들 간의 차이가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많아요.


성별 차이가 선천적이지 않다는 걸 강조하는 이유는, 성별 역할이 정해져 있다는 고정 관념 때문에 차별이 일어난다고 보기 때문인가요?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차이가 사회적인 차별을 만들어내는 근거로 활용될 때가 많아요. 가장 큰 차이로 출산이 있죠. 출산 능력과 모성은 별개라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와 있어도, 여성은 출산 하고 모유 수유를 할 수 있으니 아이를 키우는 게 맞고 남을 돌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식으로 기대되는 역할이 생겨요. 만일 성별의 차이가 사람에 따라 다르고 사회적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면, 여성과 남성이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계획하면서 살아가는 게 가능할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 이른 나이부터 성별을 구분한다는 내용이 흥미로웠어요. 언제 어디서 배우게 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딸을 키우고 있는데, 지금 35개월이에요. 치마를 입겠다거나 공주 옷을 입혀 달라는 이야기를 해요. 아빠가 남자라는 걸 알고 엄마가 여자라는 걸 알고요. 주변에서 보는 거라든지, 제가 입히는 옷 등을 보면서 상당히 빨리 아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유치원 때부터 성 인지 교육을 시키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서울시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성 역할을 강화하는 교육을 하지 않기 위해 유치원 교사와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성평등 교육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그림에 항상 여자 선생님이 등장한다든지, 여자가 앞치마를 하고 있다든지 하는 것들 것들을 반례로 들 수 있고요. 여자는 인형을 갖고 놀게 하고 남자는 자동차를 가지고 놀게 하는 방향은 좋지 않다고 교육하기도 해요.

 

 

사회에서 여성에게 여성성을 강요하는 게, 남성에게 남성성을 강요하는 것보다 더 심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무래도 자유의 문제인 것 같아요. 누가 자유를 누리고 누가 자유를 억압하는지를 묻게 되는 거죠. 권력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많은 자유를 누리고 그런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제한하게 되는데, 누가 권력을 가졌나 생각해 보면 성별로 명확하게 권력 관계가 작용하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사회적으로 여성들이 성차별을 인지하고 문제를 제기할수록 남성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권력이 훼손된다고 느낄 수 있어요. 당연하게 누리던 생득적인 것을 빼앗긴다는 공포심도 느끼고요. 그러면서 여성을 더 억압하는 방식으로 여성 혐오가 나타나는 형국인 것 같아요.


남성에게도 성별이분법이 ‘맨 박스’로 강요되는 측면이 있어요.


강해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카톡 단체창에서 성희롱 발언을 하는 남성이 너무 많죠. 남성들이 여성을 폄하하면서 남성 연대가 공고히 구축되는데, 저는 그 안에서 괴로움을 느끼는 남성들도 되게 많다고 생각해요. 그게 겪어본 유일한 문화이고 생존 방식이기 때문에 어떻게 저항해야 할지 모르는 게 아닐까요. 여성 동료를 희롱하는 카톡방의 모든 멤버가 그걸 함께 즐겼을까 생각해보면 저는 그렇지 않은 남성이 분명 있을 거라고 보거든요.


남성 청소년에게도 어떻게 여성 혐오와 젠더 인식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학교에서도 흔히 ‘느그 엄마’라면서 ‘패드립’을 한다고 하잖아요. 정말 재미를 느끼는 아이도 있겠지만, 마음에 상처를 받는 아이들도 분명 있을 거예요. 그런 문화에서 약자로서의 개인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동조하고 공모하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그 문화 안에서 어울리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바로 책에서 이야기한 ‘자기의 힘을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회적으로 부여되고 강요하는 젠더 정체성에서 벗어나서 좀 더 나다운 것, 내가 원하고 내가 행복한 것을 찾고 실천하는 방법을 찾는 거죠. 제일 중요한 건 그런 사람들이 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발견일 것 같아요. 남성연대에 남성들이 들어가 있는 이유는 거기가 다수고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런 식의 남성연대를 하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면 얼마든지 그 공간을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이어트나 연애처럼 청소년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를 다뤘어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타나는 연애 각본이 청소년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영향이 많죠. 10대들이 연예인을 좋아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성적인 욕망도 해소하게 되는데, 연예인들의 언행이나 작품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문화 콘텐츠 중에는 이성애적이고 성차별적으로 구성되는 작품이 많아요.


문화 콘텐츠 생산자들은 흔히 ‘잘 먹히는 코드’를 넣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어요. 생산자들의 윤리를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무엇이 좋은 것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많이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문화콘텐츠의 수용자들이 누구인가 봤을 때 젊은 여성들의 파워가 세다고 생각해요. 문화상품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면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젊은 여성들이라는 거죠. 그 젊은 여성들이 무엇을 원하는가 파악을 해야 하는데, 특히 지금도 페미니즘 도서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잖아요. 많은 사람이 페미니즘을 접하고 성차별과 젠더를 인지하면서 그전까지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게 되고 불편함을 느끼게 되죠.


한국의 청소년들에게는 연애 각본보다 연애를 금기시하는 게 더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거든요. 교육계에서 연애를 터부시하는 걸 해결하는 게 더 우선해야 하지 않을까요?


부모나 학교는 연애를 못 하게 하죠. 하지만 아이들은 하고 있어요. 그게 제일 문제인 것 같아요. 아이들이 학교나 사회가 못 하게 하는 걸 하니까 비밀스러운 방식으로 하고, 그러다 보니 훨씬 위험하게 연애할 수밖에 없어요. 무엇이 성평등한 관계인지 교육하지 않으니 기존에 가진 젠더 각본, 연애 각본을 답습하는 방식으로밖에 할 수 없죠. 이제는 청소년이 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이 친구들이 어떻게 하면 평등한 연애를 할 수 있을지 가르쳐야 한다고 봐요.


결국 청소년보다 어른이 먼저 바뀌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요? 어디서부터 교육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하고요.


사실 그 말씀은 맞아요. 성인이 바뀌는 게 당연히 먼저겠지만 참 힘든 것 같아요. 성인들을 교육할 방법 자체가 드물고요. 대학에서 오래 강의를 했었는데, 대학생만 해도 성인이다 보니까 교육 효과가 낮아요. 이미 자기 생각을 깊게 만들어놓은 상황이고 자기 생각을 잘 바꾸지 않죠. 대학에서 여성학은 교양 수업으로 한 번이나 들을까 말까 하고, 그나마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어디서 성평등 교육을 듣겠어요. 직장에서 제대로 교육하는 것도 아니고요. 성인 대상 교육이 필요한 건 맞지만 교육 기회가 없고 교육 효과도 굉장히 떨어진다는 거죠.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교육이 되어야 하는데, 사실 이 책도 성인들이 보기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엄마 아빠들도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성평등 의식을 가지고 따라가야 하고요. 아이들은 계속 이런 인식을 키워가고 있는데 부모가 성차별로 삶을 제약한다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거든요. 부모들도 교사들도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성평등에 관한 책이나 교육을 많이 접했으면 해요.


기존 저서에서도 청소년에 관한 주제를 많이 다루셨어요.


석사와 박사 논문 모두 청소년 성매매를 주제로 썼었어요. 청소년들을 만나고 그들의 문화를 공부하면서 청소년 성매매를 하는 10대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문제 있는 특수한 아이들이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청소년 성매매는 여성 문제이면서 연령 문제가 결합한 첨예한 문제인데,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게토화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게 됐죠. 하지만 청소년 성매매를 이야기하면 계속 일반 사회와는 별개의 이야기, 문제아들에 관한 이야기로 읽히는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청소년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할 필요가 있겠다고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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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자문관이 하는 일


서울시 젠더자문관으로 활동하고 계시죠.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나요?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모든 사업이 성평등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자문하는 업무예요. 지금 하는 일로는 고위공무원들 대상의 성인지 교육을 하고 있어요. 공무원사회는 위계가 강하기 때문에 부서장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들 따라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고위 공직자들의 인식이나 의지가 중요하더라고요. 공무원들이 사업을 진행할 때 어떻게 하면 성평등한 사업을 할 수 있을지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서울시 내부에서 먼저 인식 변환 작업을 하고 계신 거네요.


시가 하는 사업에 성인지 감수성이 들어가야 그게 결국 시민들을 위한 서비스가 되고, 시민들도 성평등한 사업의 수혜를 입을 수 있어요.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려고 하는 거죠.


처음에는 반발이 있지 않았나요?


아무래도 반발이 있었겠죠. 공무원 일이 정말 많잖아요. 그중에서도 예산 담당 주무관들의 일이 엄청난데, 일이 더 얹어지는 방식이었거든요. 그래도 공무원들이 성평등 정책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어서 그게 왜 나냐, 이런 식으로 반응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공무원에게 교육을 하는 건 어렵기 때문에 젠더자문관과 같이 일하는 젠더 정책팀, 각 부서에 젠더업무담당자들이 지정되어 있어요.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나 사업이 많은데, 젠더자문관이 그 모든 걸 다 확인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사실 처음이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파악이 안 될 때가 많았는데,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구체적으로 실효성 있는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대부분 여성 부서에서만 성평등 정책과 여성 정책을 하고, 나머지 부서는 성 인지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해요. 서울시에서도 모든 부서와 모든 정책에 성 인지 과정이 들어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젠더자문관을 만들었던 거죠. 지금은 젠더라는 게 무엇인지, 성평등 정책을 왜 모든 부서가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게 더 시급한 상황인 것 같아요.


 


 

 

나의 첫 젠더 수업김고연주 저 | 창비
청소년을 향해 글을 쓴 이유는, 십 대가 성별 정체성을 본격적으로 형성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혐오의 말’이 넘실대는 세상에서 청소년들이 배려와 공존의 가치를 잊지 않고, 여성과 남성으로서 긍정적인 정체성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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