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폴 “내 속도로 살고 싶어 제주에서 살아요”
밭일을 하다 짬이 나면 동화를 썼다. 매일 산책하며 벚나무와 앵두나무, 동백나무와 인사했다. 루시드폴은 뭘 시작하면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노래도 열심히, 귤 농사도 열심히, 책도 열심히 썼다. 화학 분자학을 연구했던 화학자, 이제는 제주에 사는 농부 루시드폴이 정규 8집 앨범이 담긴 에세이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펴냈다. 2년간 쓰고 만든...
View Article김재우 “변함없는 것, 우리 부부의 의리”
153만 팔로워의 개그맨 김재우 인스타그램, 시작은 2015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제로 ‘쉬어지고’ 있던 날들. “나를 찾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상처가 컸던 때였다. 아내 조유리는 그런 남편에게 배낭을 사주며 말한다. “이왕 쉬는 거 쉬는 것처럼 쉬어.”라고. 김재우는 그 배낭을 메고 전국을 여행했다. 다니며, 마치 그림일기처럼, 아내에게 보내는...
View Article손민호 “오름, 우리 사는 꼴과 똑같죠”
『제주, 오름, 기행』을 읽으며 여행의 기억을 되짚었다. 다랑쉬오름과 성산일출봉, 그리고 가파도. 모두 낯설지 않았다. 그러나 책 속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다랑쉬오름은 4?3 사건의 흉터가 남아있는 공간이었고, 성산일출봉은 제주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만든 일등공신이었다. 제주를 가보았으나 보지 못한 것들이었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View Article김탁환, 이원태 “백범 김구는 대장 김창수의 시절을 짚어야 한다”
백범 김구가 김창수로 불리던 청년 시절, 명성 황후의 복수를 하겠다며 일본인을 죽인 사건이 있었다. 치하포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남았지만, 이후 백범 김구가 인천감옥소에 갇혀 사형 선고를 받았다는 사실은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소설가 김탁환과 방송사 PD 출신 기획자 이원태는 김창수가 감옥에 갇혔던 순간을 주목했다. 가려진 백범 김구의 이야기를...
View Article주수자 “스마트소설, 시대가 부르는 문학”
노래와 문학이 같이 붙어 있었던 유럽 중세 음유시인의 노랫말, 구비문학으로 떠돌던 이야기가 정착해 기록이 된 이야기들, 인쇄술의 발달로 나타난 소설……. 시간에 따라 시대의 요구와 문학을 담는 그릇이 변화하면서 문학의 외양도 달라졌다. 초단편 소설, 엽편 소설, 모바일 소설, 스마트 소설 등이 나타난 연유도 ‘시대의 부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View Article레일라 슬리마니 “타인의 미스터리함, 나의 가장 중요한 주제”
아기가 죽었다. 단 몇 초 만에.(9쪽) 강렬한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2016년 공쿠르상 수상작 『달콤한 노래』는 ‘평온한 듯하지만 광기로 가득한 일상 속을 들여다보는 작품(<리브르 엡도>)’, ‘모든 문장이 위대하다<라 크루아>’ 등의 평을 들으며 프랑스에서 지난 한 해에만 35만 부가 판매되었다. 평단과 대중의 호평이라는 큰 성취를...
View Article윤하 “로커로서 꿈은 항상 가지고 있을 거예요”
2000년대 중반 피아노와 록을 앞세운 당찬 소녀 윤하의 등장은 가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음악을 막 알아가던 십대들은 윤하를 통해 록을 배웠고 마니아들은 아이돌 위주 시장에 밴드 사운드를 전면 배치한 어린 천재를 기특해했다. 이후 윤하 앞에는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보컬로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짐과 동시에 팬들의 '음악적 우상'으로의 두 가지 과제가...
View Article로타 “나는 성공한 덕후, 서브컬처를 좋아할 뿐”
‘미소녀 사진작가’로 불리지만 이보다 먼저, 스스로를 ‘성공한 덕후’라고 말하는 로타 작가. 최근 온스타일 <뜨거운 사이다>에 ‘문제적 게스트’로 출연해 ‘롤리타 콘셉트 사진 논란’으로 또 다시 화제가 된 로타 작가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러 아티스트와 콜라보 작업으로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로타 작가는 2005년 공연사진...
View Article최민석 “작가, 자학과 자학 사이를 오가는 존재”
‘어째서 한국의 소설가나 시인은 옆으로만 사진을 찍을까’ 소설가 최민석은 궁금했다. 그는 몇 가지 가설을 세웠다. 나름의 사정으로 옆모습으로 찍을 수밖에 없었던 작가들이 있었고, 그게 작가들의 특성인 줄 알았던 사진가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또 한 사람, 등단의 감격에 취해 있던 신인이 있었는데, 그는 ‘감히 내가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봐도 될까’라는 고민...
View Article구혜선 “부정당했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었다”
지난 3월 알레르기성 쇼크(아나필락시스, anaphylaxis)로 방송 활동을 중단했던 배우 구혜선. 그가 작가이자 작곡가로 다시 섰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 때문에 식욕을 완전히 잃었었다는 그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음악으로 지탱했다고 말했다. 『구혜선 악보집』은 직접 작사, 작곡한 음악 30곡을 담은, 그에게는 버팀목과도 같은 책이다. 글,...
View Article윤고은 “악은 자기 위치를 지키고 싶은 데서부터 시작”
윤고은 소설에는 기발한 상상력이 가득하다. 첫 번째 장편소설 『무중력 증후군』에서 제2의 달을 띄웠고, 단편 「1인용 식탁」에서는 혼자 밥 먹는 법을 가르치는 학원을 만들었다. 두 번째 장편 『밤의 여행자들』에서는 재난 여행만 기획하는 여행사를 차렸다. 이렇듯 그녀가 쓴 이야기에는 세상에 없던 사건이 생기거나, '아니 이런 일로 먹고 사는 사람이 실제로...
View Article김동영 김하나 “팟캐스트 ‘예스책방 책읽아웃’, 들어보셨어요?”
전혀 다른 두 사람,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힘 빼기의 기술』을 쓴 김하나 작가와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나만 위로할 것』, 『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등을 쓴 김동영 작가에게 최근 공통점이 생겼다. 도서 팟캐스트 <예스책방 책읽아웃>의 진행자가 된 것. 예스24와 BC카드가 공동 제작하는 팟캐스트 <예스책방...
View Article심상정 “살아온 삶으로 말하는 정치”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유례 없는 대통령 탄핵으로 시작된 한발 앞선 대선은 밭은 일정만큼 후보들의 행보도 바빴다. 낮은 지지율을 이유로 TV 토론회 참가가 무산될 뻔한 심상정 후보는 더욱 맹렬하게 활동했다. 1분 1분이 소중한 상황, 대선후보 4차 TV 토론회에서 각 후보에게 1분씩의 추가 발언 기회가 주어지자 심상정은 망설임 없이 ‘최후의...
View Article[커버 스토리]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씨, 지금은 어떤가요?”
2016년 10월 1쇄, 2017년 11월 41쇄, 42만 부. 민음사에서 펴내는 경장편 시리즈 ‘오늘의 젊은 작가’에 조남주 작가가 투고한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기록이다. 누구는 울분을 토하면서 읽었다고 말하고, 어떤 이들은 문학성을 따지며, 또 다른 이들은 남성을 바라보는 시각을 지적하며 화살을 쏜 작품. 하지만 조남주 작가는 1년 남짓 ‘서울...
View Article정한아 “결혼한 후 여성에 대한 억압을 체감했다”
세 남자의 아내, 한 여자의 남편이었던 사람. 피아노를 가르치는 대학 교수, 요양병원 의사, 작가 행세를 한 미궁의 인물. 『친밀한 이방인』에 등장하는 ‘이유미’라는 인물은 대학 입시에 떨어진 순간부터 가족과 주변 인물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가짜의 삶을 살아간다. 이 거짓말 하는 삶은 매혹적이다. 거짓 증명서 한 장으로 권위와 삶의 안정감, 사랑, 돈,...
View Article[독립출판물 저자를 만나다] 올해 회사 생활은 괜찮으셨나요? – 구달
개미굴 같은 사무실에서 햇빛을 못 보고 살면서 종일 일하는 직장인들이 스스로를 자조할 때 ‘일개미’나 ‘노예’ 등으로 부른다. 흔한 자조에 빗대 ‘직딩들이여, 개미굴에서 안녕하신가?’ 인사를 건네며 책으로 풀어 쓴 작가가 있다. 『일개미 자서전』에 담긴 직장에서 분투한 구달 작가의 사연은 독립 서적 독자들에게 공감과 웃음을 남겼다. 상업 출판계에서 일하던...
View Article공간디렉터 최고요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물건은 버리세요”
액자에 끼워둔 엄마의 편지가 있고 내가 고른 스피커가 있는 곳. 친구들이 선물한 나뭇가지가 벽에 걸려 있고며칠 전에 산 향기 좋은 바디워시가 기다리는 곳가만히 앉아서 제자리에 있는 물건들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곳.(39쪽) 공간디렉터 최고요는 자신의 공간이 구석구석 나의 손길과 취향이 닿은, 그래서 바라만 봐도 행복해지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창문 한쪽에...
View Article최성수 “풍류에 시를 더하는 작업”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가요계에서 강세였던 '발라드'의 막강한 마켓파워를 견인한 인물 최성수. 감칠 맛 나는 선율과 아련한 노랫말을 써낸 싱어송라이터로, '남남', '동행', '해후', '풀잎사랑' 등 잇단 히트 퍼레이드를 펼친 '빅'가수였다. 그의 음악은 당대 누구에게도 찾아볼 수 없는 성인 풍에다 노랫말은 전업 시인을 방불케 했다....
View Article김선영 “내일은 내일에게 맡겨”
김선영 소설가가 『내일은 내일에게』로 돌아왔다. 『시간을 파는 상점』, 『특별한 배달』, 『열흘간의 낯선 바람』에 이은 다섯 번째 청소년 소설이다. 인터뷰 내내 하나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텅 빈 방안에 홀로 남겨진 소녀. 아이를 짓눌렀을 차가운 공기와 두려움이 떠올라 연신 눈시울이 붉어졌다. 소녀의 이름은 ‘연두’. 열일곱의 아이 곁에는 부모가 없다....
View Article김고연주 “나다움이 뭔지 알려주는 젠더 교육”
남자와 여자에 관한 오래된 말이 있다. 남자는 수학을 잘하고, 여자는 국어를 잘한다. 여자는 약하고 남자는 강하다. ‘팩트체크’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이 시대에도 유령처럼 떠다니는 말이다. 여성과 남성 간의 차이보다 개인의 차가 더 크다는 연구 결과는 많지만,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젠더 박스’는 여전히 공고하다. 사람들은 늘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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