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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한 “연예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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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동안의 저인 것 같아요.” 어영부영 TV를 보고 글을 끼적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30대 중반이 된 남자. TV칼럼니스트 이승한이 『나는 지금 나의 춤을 추고 있잖아』를 두고 한 말이다. 어떤 독자는 “깔깔 대고 웃었다”고 말했고, 어떤 독자는 “눈물이 엄청 났어요”라고 고백한 이 책. 제목만 읽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자꾸 곱씹게 되는 말이다.

 

뮤지션 요조는 책을 먼저 읽고는 말했다. “이 책을 읽으며 놀라운 위로의 공격성을 본다. 거리낌 없이 상대를 향해 돌진하는 위로. 끝끝내 읽는 사람을 납득시키기 위해 펜촉을 휘두르며 설득하고 또 설득하는 위로. 혹시 정말로 솔직한 감상을 적어도 된다면, 나 역시 그 위로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추천사를 길게 인용하는 이유는 책을 읽은 후, 이 글에 절절 동감했기 때문이다. 저자 이승한은 “나는 위로에 서툰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대한민국에 그보다 더 연예인을 한 사람, 그 자체로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언제나 보고, 언제나 듣고, 언제나 쓰는 이 사람의 이야기를 이제는 우리가 들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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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아군의 분투기

 

두 번째 책이다. ‘어느 TV 중독자가 보내는 서툰 위로’라는 타이틀이 달렸다.

 

(웃음) 서툴다. 위로를 잘 못한다.

 

하지만 큰 위로를 받았다는 독자들이 많다. 물론 나도.


굉장히 고마운 이야기다. 몇 분의 독자로부터 어떤 대목을 읽고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실 누구를 울리려고 쓴 책은 아니지만, 내 서툰 위로가 통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 특히 스타들의 열광 팬들이 이 책을 읽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혹여 더 바랄 수 있다면, 연예인 뒷담화를 좋아하는 사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미디어 관계자들도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책을 읽으면 아시겠지만, “스타들은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이니 우리가 아껴줘야 합니다” 같은 이야기가 전혀 아니다. 다만 스타들이 사랑을 많이 받고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기전에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동료 시민이기도 하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추천사 이야기를 좀 해도 될까. 가수 윤종신, 뮤지션 요조의 글이 책 뒷표지에 실렸는데 글이 무척 인상적이어서 한참 정독했다. 직접 부탁한 글인지?


(웃음) 아니다. 출판사에서 섭외해 주셨다. 윤종신 씨야 내가 <월간 윤종신>에 글을 쓰니까 ‘없는 이야기는 안 하셔도 나쁘게는 안 써주시겠지’하는 생각이 내심 있었는데, 요조 씨와는 개인적인 인연이 전혀 없었다. 요조 씨가 추천사에 “이 지독한 아군의 분투기”라고 써주셨는데 이 문장이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남아있다. 내가 글을 쓸 때 가졌던 자세가 이런 거였지, 생각이 들어 무척 고마웠다.

 

제목은 어떻게 나왔나? TV비평, 연예인에 관한 책인데 제목만 읽으면 감을 잡기 어렵다.


원래는 조금 딱딱한 제목으로 책이 묶일 뻔했는데, 편집자 분이 “글의 따뜻한 부분, 위로하려고 하는 부분을 살려보자”고 했다. 그래서 책의 방향이 달라졌다. 우리끼리의 표현인데, ‘낮에 읽는 책에서 밤에 읽는 책’으로 헤드를 튼 거다. 농담 삼아 ‘TV가 선생이다’ 이런 가제도 있었는데, 에세이집이기 때문에 직설적인 느낌은 좋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너무 말랑말랑한 느낌의 제목은 왠지 거짓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러다 소녀시대 효연 씨를 다룬 챕터의 제목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느낌이면 어떨까 싶었다. 정보 없이 제목만 읽으면, 무슨 ‘춤꾼 외길 인생 17년’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웃음) 괜찮을 것 같았다. 물론 되게 비슷한 제목의 책이 열흘 정도 뒤에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넌 너의 춤을 추면 돼』아닌가?


재밌었다. 이런 우연이 있다니. (웃음)

 

제목 이야기를 다시 덧붙인다면.


주변에 보면, 자기만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게 늘 멋있어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가끔 헛다리도 짚고 넘어지기도 하고 돌아오기도 하는데, 그 모든 게 당신의 춤이라고 위로해주고 싶었다.

 

첫 책 『예능, 유혹의 기술』은 자기계발 분야로 책이 소개됐더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본 기획, 설득의 기술을 논한 책이었는데, 이번 책은 느낌이 확 다르다. ‘이승한’이라는 사람의 모습, 생각이 담긴 책으로 느껴졌다.

 

아시겠지만 이번 책은 2013년부터 <한겨레> 토요판 ‘이승한의 술탄 오브 더 티브이’에 연재했던 글은 모은 것이다. 예전 책이 내 특정한 관심사, 생각을 담은 책이라면, 『나는 지금 나의 춤을 추고 있잖아』는 지난 5년 동안의 나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내 분신 같다는 느낌도 든다.

 

들개이빨의 만화가 수록됐다. 공저인 셈인데 어떻게 진행됐나?


신문 칼럼을 쓸 때는 보도용이니까 연예인 사진을 써도 됐는데, 단행본 출간은 사진을 사야했다. 사진을 어떻게 하지 고민하다가 일러스트로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어떤 작가의 그림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목소리를 가진 그림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 들개이빨 작가를 추천했다. 평소 아는 사이이기도 하고 『먹는 존재』로 ‘2014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수상하기도 한 터라, 노골적으로 잘된 친구 덕 좀 보자고 생각했다. (웃음) 계약도 인세를 나눠서 했다. 글에 귀속된 그림이 아니라 자기 목소리를 명확하게 가진 만화니까 공저자로 참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들개이빨의 에필로그가 특히 좋았다. 사실 처음에는 혼자 써도 되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에필로그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책의 서문을 다시 읽게 된 계기도 됐고.


나도 에필로그를 참 좋아한다. 약간의 스포일러성이 있어서 “이런 장면이 있다”는 말을 할 수 없어 안타까운데, 들개이빨 작가가 아니었더라면 이런 여운을 만들기 어려웠을 것 같다. 출간하고 북 콘서트를 여는데 독자 분들이 “들개이빨 작가님도 오시냐”고 많이 물었다. 아쉽게도 작가님이 은둔 지향의 삶을 살고 계신다.

 

수록한 글은 어떤 기준으로 골랐나?


어떤 한 사람의 재능을 칭찬하는 것으로만 끝나는 글은 배제하려고 했다. 어쨌든 독자들이 글을 읽으면서 자신을 한 번 투사해볼 수 있는 글을 고르려고 했다. 또 세 번째 장에서는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이야기, 한국 사회의 편견에 맞서는 이야기를 넣으려고 했다. 처음 책을 기획할 때 준비했던 성격이 남아있는 챕터인데, 아픔 마저도 진정성을 증명해야 하는 지금, 동시대인들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가 무척 크기 때문이다. 또 내가 부족했던 부분, 이를 테면 가수나 배우라고 이야기하면 되는 것을 굳이 여가수, 여배우 등으로 성별을 지칭했던 내용을 수정했다. 어떤 문제를 의식하고 조심하다보면, 다른 한 쪽은 무신경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한 쪽에서 안도하느라 미처 살펴보지 못한 부적절한 용어들이 있었다. 교열을 봐주신 선생님이 굉장히 잘 잡아 주셨다. 편집자 분이 “이 정도면 비문이 거의 없었다”고 했지만, 내 입장에서는 ‘나는 아직 멀었구나’ 생각했다.

 

연예인을 주제로 쓰는 글은 굉장히 흥미롭기도, 조심스럽기도 하다. 호감 가는 행동을 포착해 글을 썼는데, 몇 달 후 굉장히 실망스러운 행동을 하기도 하고. 아무리 구체적으로 촘촘히 보려고 해도, 어떤 매체를 통해 볼 수밖에 없으니까 포장된 모습일 때도 많다.


그래서 요즘 누구를 칭찬할 때 망설이게 되는 부분이 있다. 예전에 개그맨 장동민 씨의 장점을 칭찬하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나는 당시 그가 출연한 팟캐스트를 전혀 듣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몇 개월 뒤, 내 글에 대해 사과하는 말로 또 다른 글의 서두를 쓴 적이 있다.

 

곤혹스러운 경우가 많을 것 같다.


종종 그렇다. 그런데 연예인의 언행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보는 것도 다르지만, 행동마다 다르게 보는 측면도 있다. 요컨대 최근 유아인 씨가 벌인 SNS 설전에 대해서 나는 굉장히 비판적인 입장이지만, 유아인 씨의 섬세한 연기에 대해 쓴 내 글이 무효가 되는 건 아니다. 이를 테면 내가 어떤 사람의 됨됨이를 칭찬했는데 알고 봤더니 되게 이상한 사람일 때가 있는데, 기회가 닿으면 정정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그들도 사람이니까 완벽할 수는 없지 않나? 이런 종류의 사각지대가 드러나는 것에 우리는 위험 부담을 갖고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 칭찬이 틀린 말이 아니라면, 이 사람이 다른 범주에서 이상한 일을 하더라도 크게 후회하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되도록이면 칭찬이든 비판이든 신중하게 하려고 한다.

 

어떤 중견 기자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연예인 칼럼을 쓸 때, 젊은 연예인들에 대해 쓰는 건 염려스럽다. 나중에 너무 새로운 모습을 보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끼리 농담 삼아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한다. ‘요즘 말로 쉴드를 칠 수 없는 일을 내 최애(최고로 애정하는)가 했을 때, 이 괴리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에 대해. 결론은 “작고한 지 오래된 사람의 팬이 되는 게 그나마 안전하다”였는데, 요새는 또 그렇지만도 않다. 사후에 밝혀지는 에피소드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분야든 비슷하지 않을까? 정치인이든 작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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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에 쌓아놓은 걸 채굴하면서 산다

 

요즘 칼럼 연재 일정은 어떻게 되나?


월간으로 쓰는 칼럼이 2개, 격주간이 2개, 주간으로 쓰는 칼럼이 1개 있다. 1월부터 시작하는 방송이 하나 있는데, 고양이를 키우는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다. 원래는 팟캐스트로 하던 방송인데 CBS에서 만든다. 한창 일할 때보다는 일이 좀 줄어서 출판사에서는 좋아한다. 단행본 작업에 좀 집중할 수 있으니까.

 

TV평론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TV칼럼니스트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글 쓰는 걸 직업으로 삼게 된 건, 어떻게 하다 보니까 된 것 같다. 한 커뮤니티에 쓴 글이 여러 통로로 퍼지면서 칼럼을 쓰게 됐는데, 대중문화에 관심은 늘 있었지만 용돈 벌이를 한다는 정도였다. 내가 늦둥이로 태어났다. 그래서 누나들이 이미 선취해 놓은 문화적인 콘텐츠들이 집에 많았다. 자연스럽게 내 또래들이 즐기는 것보다 내 윗 세대들이 즐겼던 문화를 먼저 배우고 익힌 편인데, 이를 테면 박인희 선생님이나 엘비스 노래를 들으면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어머니도 노래 듣고 책 읽는 걸 좋아하셨고, 그에 따른 영향이 있었는지 나 역시 바깥에서 뛰어노는 일보다는 책을 보거나 TV, 만화를 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친구들과 농담 삼아 이런 얘길 한다. 유년기에 쌓아놓은 걸 채굴하면서 산다고. (웃음)

 

글을 써서 밥벌이를 한 건 올해로 몇 년이 되었나.


2007년 1월에 <채널예스>에서 ‘땡땡의 요주 인물’이 처음으로 돈을 받고 쓴 글이니까, 중간에 군 복무 기간을 빼면 대략 10년 정도가 되는 것 같다.

 

기자로도 잠시 일하지 않았나?


<텐아시아> 초기 때, 특채로 들어갔다가 9개월 만에 나왔다. 강명석, 최지은 위근우 선배들이 우르르 퇴사하기 전의 일인데. 선배들께는 굉장히 죄송한 마음이 있다. 칼럼을 어느 정도 쓰니까 스트레이트 기사도 조금만 교육하면 잘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는데, 내가 어떤 정보를 받아들여서 내 것으로 완전히 소화해서 산출하는 데까지는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회사에서 바랐던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다 보니 서로 좀 당황했다. 적응을 못하고 헤맸는데, 선배들과 이야기해본 끝에 기자보다는 칼럼을 쓰는 게 더 낫다고 판단돼서 퇴사했다. 어떻게든 기자를 만들어보겠다고 선배들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고맙고 죄송한 마음이다.

 

10년간 목격한 댓글 중 가장 잊히지 않는 글이 있다면.


“얼마를 받아야 이 정도로 써주냐”는 댓글을 자주 읽었다. 칼럼 코너 제목이 ‘이승한의 술탄 오브 더 티브이’라서 필자 사진 위에 터번을 그려 놓았는데, 모바일에서 기사를 보면 필자 사진이 굉장히 크게 보인다. 네이버 뉴스에서 본 댓글이었나? “이 알라딘 새끼, 또 지 사진 크게 넣었네”도 있었다. 재밌자고 했던 건데, 사진 때문에 글을 쓴 사람을 덜 진지하게 보는 것 같아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 터번을 쓰는 문화권에서 보면 희화화로 느껴 불쾌해 할 수도 있는 문제니까.

 

쓸데없는 이야기가 주지만, 안 보기는 어려운 게 댓글이다.


그래도 웬만하면 안 보려고 하는 편이다. 왜냐면 스타를 다룬 글은 글 자체보다는 ‘자기가 이 사람을 좋아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평가가 많이 갈린다. 내 글을 칭찬하는 게 아니라 저 스타가 좋아서 내 의견에 공감했을 뿐인데, 내 글에 대한 칭찬으로 받아들이면 위험하니까. 그래서 되도록 댓글은 안 보려고 노력한다.

 

꼭 챙겨 읽는 글들이 있나?


일단 강명석, 위근우, 최지은 기자가 내 사수들이니까. 그 분들의 글은 챙겨보려고 노력한다. 김혜리 기자의 글도 좋아하고, <한겨레> 칼럼을 쓰시는 후지이 다케시 선생님 글도 열심히 본다. 나와 동년배 글쟁이 중에서는 김민하 씨의 글을 챙겨보려고 한다. 가장 저평가된 글쟁이 중 한 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문필가로서 가장 힘들다고 느껴질 때는 언제인가?

 

 

글 값이 안 오르는 게 아니라 점점 싸질 때. 회사 직원인 경우는 조직이 개편된다고 해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단계는 아니지 않나. 갑자기 해고당하지 않는 이상. 하지만 프리랜서는 다르다. 사전에 통보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개편 때문에 코너가 사라졌다며 다음 주부터는 글을 보내지 말라는 연락을 갑자기 해올 때가 있다. 다들 바쁘고 어려운 상황이니까 이해되기도 하면서, 글 값이 이렇게 싸지는 건 ‘TV를 진지하게 다루는 콘텐츠를 원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과연 이 업계가 10년 뒤에도 존재할까? 자주 걱정하고 있다. 

 

TV 출연은 거의 안 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종종 했는데 요즘은 안 하고 있다. 몇 번 이런 경우가 있었다. 내가 잘 안 보는 프로그램이라서, 또는 일정이 바빠서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는데 섭외 전화를 하신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도대체 뭐가 전문 분야냐”고. 그 분은 별 생각 없이 이야기하신 걸 수도 있는데, 내가 모르는 사이에 공짜로 코멘트를 해주는 사람들이 하대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많은 매체가 코멘트를 따 놓고는 대게 자신들의 의도에 맞게 섹시해 보이는 발언만 잘라서 쓴다. 나머지 부분은 자기 의견인 것처럼 기사에 녹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들은 자기 이름이 한 번 더 언급되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생각하나? 그런 걸 느낀다. 요즘은 코멘트만 따간다고 연락이 오면, 죄송하지만 돈이 안 되는 일은 안 하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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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느긋하게 바라봤으면

 

<채널예스>에서 ‘이승한의 얼굴을 보라’를 격주 월요일마다 연재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긴 글을 주로 썼는데, 이 칼럼의 경우에는 호흡이 짧다.


이 코너에서는 되도록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한다. 짧은 글에 너무 많은 내용을 눌러 담으려고 하면 읽는 사람도 지저분하다는 인상을 받는 것 같다. 읽어보신 독자 분들은 아시겠지만 너무 깊게 들어가진 않으려고 한다. 좀 더 함축적으로 쓰려고 노력하는데, 그래서 좀 재밌다. 고민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좀 더 상쾌한 느낌으로 쓰고 있다.

 

일 때문에 보기 싫은 프로그램도 많이 봐야 할 텐데, 지금은 어떤가? 적응이 돼서 괜찮은지?


예전에 비해서는 조금 덜 본다.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것도 일이 되면 힘들지 않나? 하지만 역으로 TV가 지긋지긋하고 꼴 보기 싫다고 여겨지면서도, 결국에 내가 위안을 받는 꽤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새로 시작한 드라마가 생각보다 괜찮네?’, ‘이런 예능은 생각보다 건전하네? 재밌네?’ 싶을 때, 쾌감을 느낀다. 물론 상황이 급변하면 ‘답이 없구나’ 싶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애증인 것 같다.

 

만약 『나는 지금 나의 춤을 추고 있잖아』를 다 읽을 시간이 없어서, 두 꼭지 정도만 볼 수 있다면, 어떤 내용을 추천하고 싶은가.


‘소녀시대와 <다만세>의 10년’이랑 ‘버티는 이에게 기회는 온다 - 황정음’ 편이다. 내가 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의 굉장히 많은 부분이 두 꼭지에 함축되어 있다. 황정음 편은 포기하지 않고 버텼던 사람이 예기치 못했던 기회를 잡고, 세상에 자신을 증명할 기회를 얻은 이야기라서, 아무리 실패투성이라도 자신의 값어치를 낮게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 있다. 소녀시대 편은 아이돌 팝이 어떻게 10년을 버티고 버텨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 받게 됐는지, 그것을 해석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서 대중문화의 잠재력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새 책도 준비 중으로 알고 있다.


두 권이 있는데, 하나는 TV나 영화를 매개 삼아 지난 20년의 한국 현대사를 돌아보는 책이다. 사회 이슈에 관한 글을 SNS에는 종종 썼지만 단행본은 처음이라 나로서는 새로운 도전이다. 나보다 훌륭하게 쓸 수 있는 작가님들이 많을 텐데, 내가 이런 걸 써도 되나? 싶은 생각을 하면서 끙끙거리면서 작업 중이다. 50% 정도 썼는데 나머지 50%가 힘들 것 같다. 그래도 2018년 초에는 내려고 한다. 다른 한 책은 TV를 비판적, 혹은 주체적으로 보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쓰고 있는 원고를 마무리 짓고 들어갈 계획이다.

 

앞으로 어떤 칼럼니스트, 어떤 작가로 살아가고 싶은지 궁금하다.

 

글을 쓰면서 하는 생각은 두 가지다. 첫째는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 내가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늘 하고, 사람들을 잘 설득할 수 있는 글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사회적인 편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려고 노력한다. 이 두 가지를 한 문장으로 이으면 ‘저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 방향이 옳은 것 같은데, 한 번 같이 걸어가 보시겠습니까?’ 정도가 될 텐데, 이런 글을 꾸준히 지치지 않고 쓰는 글쟁이가 되고 싶다.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글이 아니라 나 자신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늘 전제에 두고, ‘하지만 이 쪽이 맞지 않겠습니까?’라고 권유하는 글을 계속 쓰고 싶다.

 

종종 생각했다. ‘인간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이런 비평은 어렵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한다면.


정보가 유통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니까, 평가도 빨리지는 것 같다. 한 번 평가가 내려진 것에 대해서는 다시 평가를 안 한다는 느낌이 든다. 연예인들은 그걸 더 심하게 겪고 있는 것 같고. 꼭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그러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은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지금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도 같지 않나요?’라는 물음이 들어 있는 책이기도 하다. 즉 ‘연예인을 보는 우리의 이야기가 아닐까요?’ 라는 마음으로 묶은 책이다. 너무 빨리 판단하기 전에, 서로가 서로를 진득하게 느긋하게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 물론 이래서 내가 늘 핫한 이슈를 놓치고 살지만. (웃음)

 


 


 

 

나는 지금 나의 춤을 추고 있잖아이승한 저/들개이빨 그림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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