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타일러의 진짜 미국식 영어』는 SBS 라디오 <김영철의 파워 FM>의 ‘타일러의 진짜 미국식 영어’ 코너에서 시작되었다. 이른바 ‘진미영’으로 불리는 이 코너에서 김영철은 매일 청취자가 보내온 사연을 바탕으로 타일러에게 영어 표현 한 마디를 배운다. ‘인상 좀 펴세요’, ‘근육이 뭉쳤어요’, ‘완전 붕어빵이네요’처럼 간단하지만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을 법한 표현들을 대화의 맥락과 의도에 맞게, ‘진짜 미국식 영어’로 찾아가는 과정은 좌충우돌, 흥미진진 그 자체다. “미국 사람들은 간략한 표현을 선호”한다는 타일러는 자신이 제시한 표현들을 보면서 독자 역시 “영어를 공부하면 사고가 바뀌게 된다, 하는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책에 등장하는 표현들을 절대 외우지 말라고 한 당부는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영어를 오래 공부했어도 한 문장 마음껏 표현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난 어차피 미국인이 아니고, 진짜 미국식 영어를 배우는 과정이다, 라는 생각을 하면 편해지죠.”라는 김영철의 한 마디도 함께 전한다.
의도를 살리는 표현
서두에 타일러 씨가 “가장 미국적인 맛이 두드러진 표현”을 담았다고 적었잖아요. 이 ‘미국적인 맛’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타일러 : 어떻게 보면 ‘그냥 흘러나오는 말’로 표현하려고 애쓴 것 같아요. 한국에서 하는 국어 교육을 보면, 틀에 잡힌 표현들을 많이 쓰거나 문법을 되게 중시하고 올바른 철자나 단어의 유래까지 따지면서 가르치는데요. 영어는 그런 게 별로 없어요. 특히 미국은 그런 게 거의 없어서 그냥 흘러나오는 표현, 그리고 웬만하면 간단한 단어들로 구성된 표현들을 선호했던 것 같아요. 미국 사람들은 괜히 복잡한 말을 별로 안 쓰거든요. 그런 식으로 미국 정서를 살리면서 간단한 표현을 선택했어요. 미국 사람들은 간략한 표현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김영철 : 타일러와의 방송으로 영어가 다시 너무 재미있어졌어요
간단한 표현, 중요한 점이겠네요. 방송에서도 문화를 알아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어요.
타일러 : 저희가 라디오에서 청취자 분들의 사연을 받고, 그 상황에 맞는 표현을 찾아주는데요. 그 상황 자체를 상상해보고 ‘이게 미국이라면’, ‘이게 미국 사람들이라면’이라는 것들을 생각해놓고 표현을 고민했어요. 맥락의 문화적인 요소를 생각하면서 단어를 선택했죠.
한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 때문에 표현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었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었나요?
김영철 : “거의 한국 사람이 다 됐다”라는 표현이 있었는데요. 찾아가기가 어려웠어요. 결국 “You're so Korean.”으로 표현했던 것 같아요. 타일러는 그랬어요. 한국 사람이 다 됐다는 말이 미국 사람 입장에서는 칭찬도 아닌 것 같고 애매하다고요. 문화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운 말인 거죠. 그래서 결국 ‘so’라는 부사를 사용해서 ‘너 정말 한국적이다’라는 뉘앙스로 “You're so Korean.”이 됐어요. 그렇게 찾아가는 건데요. 찝찝할 때도 있어요.(웃음) 그런데 영어는 그렇게 접근해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영어랑 한국어는 다르기 때문에 그런 거죠. 저는 이제 우리가 영어를 못하는 이유를 좀 알 것 같아요.
타일러 : 그런 게 많았어요. 사회적인 분위기가 반영되는 말일 때 그랬던 것 같아요. 미국 맥락에서는 그런 말을 바로 옮겨서 말하다가는 큰일 나는 경우가 있거든요. ‘한국 사람이 다 됐다’는 표현도 그렇죠. 그 말을 미국 사람이 들으면 ‘네가 우리 것이 됐다, 네 것이 사라졌다’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거든요. 미국에서 “You're such an American.”이라고 하면 되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아요. 그러니까 어떤 표현을 그냥 옮기면 되는 게 아니에요. 맥락과 의도를 파악해야죠. 의도를 살리는 표현을 찾아가는 거예요. “You're such a Korean.”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어감이 강하니까 그걸 “You're so Korean.” 즉, “아주 한국스러운 면이 있다.”라는 식으로 표현을 바꿔야 하는 거죠. 그런 게 굉장히 어려울 때가 있어요. 미국은 차별 관련해서도 다르게 생각하는 것도 많고 하니까요. 그런데 방송을 계속 하면서 간격이 많이 좁혀졌어요.
김영철 : “그게 말이니 막걸리니?”도 그랬어요. 자꾸 “rice wine.”이 나오니까요.(웃음) 제가 이건 말이 안 되는 경우에 쓰는 표현이니까 “I think it is ridiculous.”라고 해봤어요. 그랬더니 타일러가 좋은 시도인데 그것보다는 “wait, what?”이 더 어울릴 거라고 하는 거예요. 하지만 여기에도 호흡과 연기가 필요해요. 단조로운 톤으로 하면 그건 또 아니니까요. 저는 그래서 타일러와의 방송으로 영어가 다시 너무 재미있어졌어요.
난 어차피 미국인이 아니다
한국 사람들 정말 영어 공부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공부하는 양에 비해 영어를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김영철 씨를 예로 들어 한국 사람들이 고질적으로 하는 실수 같은 것을 꼽아보면 어떨까요?
타일러 : 사실 영철 형은 영어를 굉장히 잘하세요. 그런데 잘한다고 제가 말할 때와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말할 때의 기준이 다른 거예요. 한국에서 언어 교육의 기준은 숙달도예요. 얼마나 외웠느냐, 얼마나 숙지했느냐, 하는 거죠. 어휘와 문법을 쫙 나열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거의 채점할 수 있는 정도, 게임에서 포인트를 쌓아가는 것처럼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데 언어는 활용하는 거죠. 중요한 건, 덜 알고 있어도 그걸 얼마나 다양하게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느냐, 예요. 영철 형은 그걸 다른 분들보다 잘하시는 편이죠. 왜냐하면 실수를 해도 상관없어 하시고.(웃음) 그러니까 실수하는 걸 두려워하면 안 되고요. 이 표현을 했을 때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면 안 되는 거예요.
김영철 : 저도 예전에는 남한테 보여주기 식의 영어를 했던 것 같아요. 어느 날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기 시작했어요. 될 때까지 시도하고요.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확실히 한국 사람들은 실수를 많이 두려워하는 편이긴 해요.
타일러 : 한국 사회에서 틀리면 안 된다고 워낙 가르치니까요.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틀에 갇혀서 알고 있는 것들을 다양하게 활용하지 못해요. 정답부터 알고 진행을 하고 싶어 하는데 그건 언어에 맞는 게 아닌 거죠. 이게 한국 사람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김영철 : 우리 모두 학원에서 쭈뼛쭈뼛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다음 시간에 얘기해야지, 생각하고요. 근데 다음 시간이란 없는 것 같아요. 틀려도 괜찮아요. 다음에 또 틀려도 괜찮아요. 실수를 줄여가는 거니까요. 저도 분명 타일러가 가르쳐준 표현인데 비슷하게 또 틀릴 때도 있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거죠. 또 네이티브 스피커가 안 된다는 마음을 갖고 하면 더 편해져요. 난 어차피 미국인이 아니고, 진짜 미국식 영어를 배우는 과정이다, 라는 생각을 하면 편해지죠. 가령 제 영어를 들은 미국인이 “You're english is good.”했을 때 “Thank you.”하면 끝이에요. “No, I don't think so. my english is poor. because...” 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웃음) 그걸 타일러한테 배웠어요.
타일러 씨가 “콩글리시도 영어다”라고 한 적이 있잖아요.
타일러 : 한국은 ‘국립국어원’이 있잖아요. 영어는 그런 게 없어요. 나라마다 영어가 다르니까요. 영국은 모르지만 미국은 영어를 공용어로 쓰더라도 공식적인 ‘국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없어요. 주(州)마다 알아서 하는 거고요. 아예 주어(州語)가 없는 곳도 있고, 불어나 스페인어도 같이 주어로 정한 데도 있어요. 영어란 융통성이 있는 거예요. 문법에 맞게 쓰지도 않는 게 미국식 영어고요. 그러니까 콩글리시도 한국적인 표현이 많이 들어간 영어라고 볼 수 있겠죠. 저는 그것도 영어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한국적인 맥락이 있을 때 그래요. 제가 맥락을 계속 강조하는데요. 어떤 문화적 맥락은 미국식 문화에 존재하지 않을 때가 있어요. ‘선배’나 ‘후배’ 같은 단어들이 그렇잖아요. 영어권에서 온 유학생들도 그 말을 그대로 쓰거든요. 옮길 수 있는 말이 적당히 없어요. 그런 식으로 말이나 표현을 빌려 쓰는 건 자유롭게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김영철 : ‘진미영’은 진짜 제작진의 승리예요. 이 코너를 만장일치로 타일러와 하자고 결정했거든요. 타일러와 방송하면서 깨우쳤어요. 제가 자꾸 콩글리시로 접근하더라고요. 처음 6개월은 접근 방식이 너무 달랐어요. 가령 식당에서 “여기는 뭐가 맛있어요?”라고 할 때 예전의 저라면 “What is special food here?”라고 했을 거예요. 그런데 타일러가 미국 영어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고 했어요. 미국식 영어는 의외로 간단하다고요. 타일러의 표현은 “What's good here?”였어요. 거창하게 말하지 않는다는 거죠. 보니까 제가 그렇게 해왔더라고요. 장황하게 설명을 했던 거예요. 표현을 줄이는 연습도 덕분에 많이 하고 있어요. 타일러가 그래요. 말이 많아서 그렇지, 형은 어떻게든 한다고요.(웃음)
자꾸 맞춰서 코너 없어지는 거 아닌가
그럼에도, 여전히 바꾸기 힘든 것, 잘 고쳐지지 않는 건 뭐가 있어요?
김영철 : 문화적 차이 때문인 것 같은데요. 사실 저는 “발품을 팔았다.” 같은 표현을 이제는 방송에서 덜 다루고 싶어요. 한국식 표현 있잖아요. “눈치가 없네요.”라는 표현도 그렇죠. 우린 이런 표현을 잘 쓰지만 타일러는 이에 대응하는 표현은 없대요. 결국 ‘sense’, ‘오감’을 다 고려해서 “You're so dense.”라고 한 거죠. “너 좀 멍청해.” 이렇게 된 거예요. 너무 한국적인 표현을 그대로 옮기려고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내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 같은 표현 있잖아요.(웃음)
처음 코너를 진행할 때보다 많이 두 분의 간격이 좁아졌다고 했잖아요. 지금, 방송을 하면서 신경 쓰고 있는 건 뭔가요?
김영철 : 무엇보다 계속 쉽게 하려고 하고 있어요. 어차피 설명이 어렵거나 제가 전달하기 어려우면 청취자도 어려울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또 철자를 항상 짚으려고 해요. 예를 들어 “small”정도는 알 거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방송은 모든 분들이 다 들을 수 있어야 하니까요. 예전에 한 PD님이 방송 대본에 ‘화곡’ 같은 지역명이 있는 걸 보시고는 별로 중요한 것 아니니까 ‘마포’나 ‘신촌’처럼 더 잘 알 수 있는 지역명을 쓰라고 하시더라고요.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기억에 남는 청취자 반응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김영철 : 양희은 선생님이 이 코너를 정말 좋아하세요. 선생님 생신이어서 송은이 누나가 연결해준 적이 있는데요. 선생님이 “영철아, 라디오 너무 잘 듣고 있어. 매일 들어. 너무 재밌어.”라고 하시는 거예요. 어디부터 들으시냐고 물었더니 “타일러. 진짜 미국식 영어.”라고 딱 말씀하시더라고요. “내 흉내도 잘 듣고 있어.”(웃음) 라고 하시면서요. “타일러한테 격한 안부 전해줘.”라고 하시고요. 선생님도 미국에서 6년 정도 사셨거든요. 그런데 이 코너를 좋아하시는 걸 보니, 미국에서 좀 지내셨던 분들도 좋아할 만한 표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또 부담스럽지 않잖아요. 하루 한 표현 정도고요.
오늘 방송은 어떤 내용이었어요?
김영철 : “이제 두 다리 뻗고 푹 잘 수 있다.”는 표현이었어요. 제가 바로 “two foot”은 안 나오겠지, 했어요. 맞대요. 저의 시도는 “I can sleep like a baby.”였죠. 그랬더니 타일러가 시도가 너무 좋았다면서 놀랐어요. 그런데 ‘baby’는 아니래요. 아기처럼 잔다는 건 기능적인 면을 말하는 것 같다면서요. 그러면서 타일러가 “잠은 보통 언제 자죠?”라고 묻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제가 “I can sleep at night.”이라고 해서 맞췄어요. 타일러가 또 유연함이 있어요. 정확하게 따져서 깐깐하게 하지 않거든요. 거의 90% 되면 맞춘 걸로 해줘요. 거기에 “I can sleep at night.”에 ‘now’를 하나 더 붙이면 좋다고 알려주는 거죠. 아마 그 정도도 맞춘 걸로 해주니까 제가 계속 재미있어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계속 안 된다고 하면 영어가 재미없을 수 있겠지만 안 그러니까요. 그 약간이 또 저를 더 자극시키고요.
방송을 위해서 일부러 못 맞추는 척 하는 건 아니죠?
김영철 : 얼마 전에 김지은 아나운서가 다 알면서 안 맞추는 거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근데 진짜 있는 그대로예요. 사실 요즘 자꾸 맞춰서 코너 없어지는 거 아닌가(웃음) 하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진짜 맞추면 맞추는 대로 해요. 일단 제 대본은 정답이 없는 페이지가 오거든요. 정답을 안 줘요. 리얼로 하는 거죠. 알면서 모르는 척 하기가 쉽지도 않고요.
이 책을 그런 방식으로 활용해도 좋겠네요. 타일러의 표현이 항상 뒷장에 배치되어 있으니까 독자도 스스로 한 번 말을 해보는 거죠. 김영철 씨 입장이 되어서요.
김영철 : 맞아요, 그리고 독자가 저처럼 1차 접근을 하지 않아도 돼요. 한 번에 맞출 수도 있고요. 그런데 이게 녹록치가 않아요.(웃음) 쉬운 것도 있지만 중간에 어려운 것도 있거든요.
계속 하면 늘 수밖에 없어요
타일러 씨는 한국어 공부를 주로 어떻게 하셨어요?
타일러 : 무엇보다 책 읽는 걸 일찍부터 시작했어요. 보통 사람들이 언어를 배울 때 중급 정도는 돼야 책을 읽기 시작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안 그랬어요. 아예 초급부터 책을 읽었어요. 왼쪽에 만화 나오고 오른쪽에 스토리 나오는 책들이 있잖아요. 그런 책을 한국어 2급부터 시작했어요. 2급은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할 수 없을 정도로 문법을 모르는 상태거든요. “무엇 한다고 하라고 한다.” 같은 것도 모르는 수준인데 일단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하니까 배워지더라고요. 힘들긴 하지만요. 또 사전을 찾지 않았어요. 사전이 언어에는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요. 언어란 습득하는 과정인데 그건 답을 알려줘서 되는 일이 아니에요. 깨달아가는 거거든요. 깨달음의 순간들이 있어야 하니까 잘 모르는 걸 들여다봐야 해요. 모르는 단어도 어떤 상황에서 반복이 되면 어떤 내용인지 딱 깨닫게 되거든요. 언어는 그렇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라디오, 팟캐스트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한국어에 어떤 매력을 느꼈던 건가요?
타일러 : 제 세계관을 바꿔줬죠. 일단 어순 때문에 사고의 순서가 뒤집혀야 해요. 어휘 구성 방식도 보면, 사물을 인지하는 방식도 다르고요. 세계를 보는 시야도 다르잖아요. 조선시대 때는 폐쇄적이었고, 동양 중심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었죠. 그런 시선을 서양권에서는 잘 접하기 힘들잖아요. 저는 그걸 언어를 통해 접하다보니 새로운 사고나 세계관이 추가된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이 책으로 많은 분들이 영어를 공부하면 사고가 바뀌게 된다, 하는 경험을 하셨으면 해요. 사물을 이렇게 다르게 인지해도 된다는 점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거죠. 그게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김영철 씨의 경우는 어떠세요? 영어공부는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김영철 : 2003년, 영어를 제대로, 재미있게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3년, 5년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영어를 평생할 거예요. 영어를 친한 친구로 만들기로 했는데요. 영어로 누린 혜택이 너무 많아요. 일단 어느 공항엘 가도 두렵지가 않고요. ‘too much’라는 말을 들을지언정(웃음) 궁금한 건 다 물어봐요. 이게 영어로 인한 저의 가장 큰 힘이죠.
지금도 매일 아침 전화 영어를 하신다면서요?
김영철 : 영어가 두 번째 언어이긴 하지만 조금 더 자연스럽게 말하게 됐으면 해요. 전하고 싶은 걸 100%는 전달하지 못하더라도 영어로 나의 생각을 바로바로 말할 수 있게 되길 바라죠. 통역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말하려고 계속 공부하는 거예요. 그래서 계속 생활화시키고 있어요. 전화 오면 트럼프 얘기 20분 정도 하고, 그러는 거죠. 제가 영어를 본격적으로 배운지 1년이 조금 안 됐을 때였는데요. 어느 날 영어 하는 친구와 말다툼을 했어요. 제가 버벅거리지 않고 탁탁 말을 받아내더라고요. 유치하게 싸웠죠. 그런데 그 날의 쾌감이 아직도 기억이 나요. 잊히지 않는 날이에요.
방송을 들으면 김영철 씨가 영어를 정말 즐거워하는 게 느껴져요. 그게 인기의 한 비결이기도 할 것 같아요.
김영철 : 제가 힘들게 배웠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청취자 사연을 받으면 제가 옛날로 돌아가게 돼요. 쓰지도 않는 표현을 배우려고 하잖아요. 힘들게 배우고요. 저도 그랬거든요. 하지만 그걸 안 해도 돼요. 아까 말했잖아요. “What's good here?”만 하면 된다니까요. 이걸 배우는 더 나아요. 우리가 너무 문법적으로 해왔잖아요. 그건 정말 제가 너무 너무 많이 팁을 알려주고 싶어요. 15년 동안 영어 공부를 한 선배로서 알려주고 싶은 게 많아요. 잠도 많이 자면 늘고, 밥도 많이 먹으면 살이 찌듯이 영어도 계속 하면 늘 수밖에 없어요. 이 책도 사놓고 또 안 보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저는 정말 이 책을 믿고 끝까지 읽으면 대단한 변화가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김영철 타일러의 진짜 미국식 영어』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요? 이 책의 사용법을 직접 들어보고 싶어요.
타일러 : 이 책이 독자의 생각을 깨뜨렸으면 해요. 책에 수록된 QR코드를 찍어서 팟캐스트도 꼭 들으셨으면 좋겠어요. 이 책을 통해 사고를 바꾼다, 생각을 배운다, 이것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이 표현을 꼭 외우라는 게 아니에요. 이렇게도 옮길 수 있구나, 이렇게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구나, 라고 깊이 느끼고 다르게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건 직역한 내용이 절대 아니니까요. 맥락에 따라 표현을 옮긴 건데 그건 또 다양하게 옮길 수도 있는 거거든요. 단어를 보고 그냥 외우면 절대 안 돼요. 이 책을 통해 맥락을 이해하고 맥락 옮기는 방법을 배운다고 생각하셔야 해요. 그게 이 책의 제일 큰 덕일 것 같아요.
김영철 : 정답이 있는 책이 아니라는 얘기를 꼭 하고 싶어요. 타일러 말을 듣고 무조건 이렇게만 표현해야 하는 게 아니에요. 언어는 수학과 다른 거니까요. 이 책은 문화에 대한 접근 방식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본 적이 없는 책이에요. 늘 콩글리시로 공부했고, 상황별로 암기해서 봤고요. 그런데 이 책은 영어로 가는 첫 번째 발걸음이라고 생각해요. 영어 공부를 이렇게 해도 되는구나, 생각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 책을 통해 영어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꿀 수 있게 된다면 좋겠어요.
영어로 고민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김영철 : 본인의 한국말을 먼저 점검하라고 하고 싶어요. 한국말을 잘하면 공부했을 때 영어도 잘할 거예요. 언어는 같이 오더라고요. 과묵한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영어를 배운다고 유창해지겠어요. 언어 습관이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영어도 ‘too much’예요.(웃음) 많이 해보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김영철?타일러의 진짜 미국식 영어김영철, 타일러 저 | 위즈덤하우스
하루 5분, 진짜 미국인의 찰진 표현을 배워보자. 이제 한 마디를 해도 현지인처럼, 한 마디를 해도 진짜 통하는 영어로 주눅들지 말고 당당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