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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애 “실제 사건은 훨씬 더 흉측하고 잔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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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범은 따로 있다’

3년 전 아이를 잃고 껍질만 남은 채 살아가고 있는 ‘우진’에게 또 하나의 비극이 닥친다. 아내의 자살. 우진은 생의 의지를 모두 잃고 마지막을 준비한다. 아내의 장례를 치르고 휑한 집에 돌아와 망연히 있던 그가 발견한 것은 쪽지 한 장이었다. ‘진범은 따로 있다.’ 쪽지를 본 우진은 다시 움직이기로 한다. 사건을 복기하고 주변을 뒤지며 하나씩 드러나는 사람들의 민낯을 마주한다. 그곳에는 우진이 미처 깨닫지 못한 비밀들이 그득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학생의 빈방을 담은 사진에서 시작된 소설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에서 서미애 작가는 남겨진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오로지 ‘왜’를 추적하는 우진의 눈을 통해 사람들의 슬픔과 욕망, 잔인함을 관찰하며 과연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범죄는 그 시대 사람들이 가지는 욕망의 결정판”이라고 말하는 서미애 작가는 분노로 촉발되는 지금의 범죄가 단절되고 왜곡된 관계에 있다고 보았다. 『잘 자요, 엄마』, 『인형의 정원』, 『반가운 살인자』, 『아린의 시선』등에서 현실감 강한 사건과 존재감 있는 인물들을 선보였던 그는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에서 다시 한 번 묻는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좋은 가족이란 어떤 것인가,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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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더 끔찍하다


읽는 내내 슬펐어요. 힘든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처음부터 세상에서 가장 슬픈 어떤 남자의 이야기를 써보자, 하고 시작했어요. 후기에도 썼지만 그것은 단원고 학생들 전시를 보면서 시작된 거고요. 사회적 이슈나 집회 등에 전혀 관심이 없는 저희 언니조차도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집회에 가보자고 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정말로 온 국민이 많은 상처를 받았구나, 생각했어요. 그 집회를 하는 내내 울었거든요. 어느 날 가족이 갑자기 사라지는 상황이 어떤 것이겠구나, 라는 것을 당사자들의 입을 통해 듣는 저도 너무 힘들고 아픈데 당사자들은 어떻겠어요. 그것도 일종의 살인이잖아요. 그곳에 다녀온 게 많이 남아서 그 얘기를 써보자고 생각해서 시작한 거예요.

 

다 읽고 작가의 말을 보니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더라고요.


이 작품을 쓰는 동안 갑자기 오빠가 돌아가셨어요. 그 바람에 훨씬 더 그런 감정들을 많이 느끼게 된 거죠. 직접 겪으면서요.

 

쓰기 너무 힘드셨을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한 일 년은 손을 못 대겠더라고요. 힘든 상황에서 힘든 이야기를 써야 하니까요. 한편으로는 마음속으로 오빠한테 힘을 달라고 하면서 썼어요.

 

‘작가는 잔인한 직업’이라고 하셨던 말씀이…….


제 경우 더 잔인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게 저는 조금이라도 제가 경험하지 않은 것은 못 쓰겠더라고요. 사소하게는 집회 현장에서 사람들의 말을 들은 것만으로도 책이 나오듯이 제가 봤던 책, 영화도 모두 경험일 텐데요. 전철 안에서 어떤 사람을 봤을 때도 제게 영향을 주면 나중에 에피소드로 하나 나오게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오로지 상상만으로 쓴 것보다 어떤 것을 보고 자극이 돼서 점점 만들어지는 거죠. 뜨개질로 설명하자면 처음 한 코, 한 코 정도가 그런 경험이라면 나중에 문양을 넣고 하는 것들은 제 상상력이 되는 거겠죠.

 

전작들도 마찬가지지만 소설을 시작했던 순간이 강렬해요. 이번 작품은 세월호였는데요. 주로 소설은 어떨 때 시작이 되었나요?


제 경우 특히 장르 쪽이니까요. 실제 벌어지는 사건 같은 걸 많이 보게 되거든요. 취재도 하고요. 관계자도 만나요. 최근에는 수사극을 준비하면서 경찰 분들 인터뷰도 하고 있는데요. 그러면 제가 소설에 담았던 얘기보다 훨씬 더 센, 강렬한 사건들이 너무 많은 걸 알게 돼요. 현실이 더 충격이라는 말이 맞더라고요. 저는 거기서 ‘왜’를 꺼내서 작품을 만들지만 실제로는 왜 살인을 하는지조차 모르고 그냥 저지르고 보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저는 그걸 보고 파헤치는 거죠. 그런데 그러다보면 실제 사건을 가져오기엔 너무 흉측하고 잔혹해서 오히려 순화시킨 경우가 더 많아요. 지금 작품도 강렬하다고 얘기하시지만 그것보다 현실은 더 끔찍하니까요.

 

이번 작품도 취재과정에서 순화시킨 것들이 있어요?


많죠. 청소년 범죄 사건들, 보면 이들의 범죄가 어른들에 비할 바가 아니죠. ‘인천 여아 살인사건’을 취재하러 법원에 갔었는데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보지 못하고 다른 재판을 봤어요. 마침 다른 청소년 범죄 사건이 있더라고요. 친구들이 다른 친구를 성매매 시킨 사건이었어요. 법원에는 가해자들의 부모도 와 있었는데요. 가해자들 집단에 남녀가 섞여있는데 자기네끼리 눈짓, 손짓을 해가며 말맞추기를 하는 거예요. 곁에 있던 교도관이 남학생들과 여학생을 떨어뜨려 놓으니까 한 엄마가 자기 아이에게 오더니 “쟤네 무슨 얘기 하는지 가서 좀 알아봐”라고 하더라고요. 자기 아이가 그렇게까지 끔찍한 짓을 했으면 이곳에서 반성을 시켜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굉장히 충격이었어요. 보통의 사고라면 내 아이가 바른 길로 가도록 노력을 할 텐데 그게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모면하게 하려고 하는 거죠.

 

너무 충격이네요. 실제로 목격했을 때의 충격은 더 컸겠고요.


그러니 권력이 있고, 능력 되는 부모들이 가만히 있겠어요? 책에 등장하는 가해자들의 부모 모습은 절대 과장이 아니에요. 오히려 아주 순화시켜 말한 거죠. 책에 병원 관계자가 ‘우진’에게 딸 목숨값으로 얼마를 더 줘야 하느냐, 라고 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사람들이 했던 말들이죠. 어떤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댓글들을 남기고, 누구도 그것에 제재를 가하지 않고, 그 댓글이 그냥 포털에 노출되어 있었잖아요. 그걸 보는 청소년들은 또 뭘 느끼겠어요. 우리는 그냥 몸값으로 치부되는 삶이구나,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너무 가슴 아프더라고요. 거의 집단 트라우마로 남을 거라고 생각해요. 쓰면서 정혜신 씨의 칼럼을 봤는데요. 실은 우리 국민이 정신적인 치유를 한 번도 해본 적 없이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내재된 것들이 지금 다 폭발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시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세월호 같은 사건이 터져도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고요.

 

정신적인 상처를 돌아보는 사회가 아니었던 거잖아요.


만약 인간다운 삶을 같이 고민하는 과정을 겪었다면 그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런 악플 다는 일에 동참하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 거침없이 돈 앞에서, 권력 앞에서 비인간적인 태도를 보여요. 이것이 우리 사회가 정신적인 부분을 간과해버리고 왔던 결과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은 다시 돌아봐야 한다고 얘기하는 거고요.

 

 

좋은 부모 아래에서 사는 것?


책에 나오는 대사이기도 하지만 정말로 ‘인간답게 산다’는 것을 계속 질문하게 되는 이야기였거든요. 방금 말씀이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작품으로 꼭 하고 싶으셨던 말씀이 구체적으로는 어떤 것이었나요?


돈 많이 벌어야 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많이 벌어서 뭘 하죠? 저 사람보다 더 큰 집에 살아야 돼, 더 좋은 차를 타야 돼, 하지만 큰 집에서 살아도 자는 건 똑같고 큰 차를 타도 어딘가 이동하는 건 똑같아요. 우진 정도면 딱 행복한 삶이죠. 인간에게 필요한 건 그 정도면 돼요. 나머지는 다 욕심이에요. 그런데 욕심 부리지 않고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 하나 갖고 있는 것을 99개 가진 사람이 100을 채우고 싶어서 빼앗아요. 이 사람은 하나면 충분한데 말이에요. 책에 등장한 가해자도 실은 가해의 이유가 대단하지 않거든요. 취재를 해보면 대부분의 범죄자들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게 소외감이에요. 사회 구성원이 못 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분노죠. 100억이 없어서, 같은 게 아니라요. 보면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해 굉장히 큰 사건으로까지 가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청소년기에 부모의 역할이 제일 중요한데 지금 집에는 아이들을 키울 부모가 없어요.

 

부모의 정서적 지원이 부재한 상황 등에 관한 문제의식이 크신 거군요. 가족 관계도 워낙 파편화되어 있고요.


지금은 아이들의 정신을 담당하고 있는 게 매체뿐이에요. 폭력에도 쉽게 노출이 되죠. 심한 범죄 사건을 보고 마치 해도 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거고요. 친구 불러다 성매매를 시키고 그 돈을 유흥비로 쓰는 일이 상상이 되느냐고요. 그런데 너무 자세히 뉴스에서 설명해주거든요. 그걸 마치 흔히 하는 것처럼 느낀다는 거죠. 울타리가 자꾸 허물어지는 거예요. 제재를 가할 어른도 없고요. 미국에서 범죄가 급증하던 때가 핵가족이 되던 때였다고 하거든요. 우리도 마찬가지인데요. 가면 안 되는 길이야, 하면 안 되는 행동이야, 라고 하는 걸 가르쳐주고 인도해줄 어른들이 집에 없어요. 저는 무엇을 위해서 어린 아이들을 그렇게 방치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서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잘 자요, 엄마』도 그랬고요. 좋은 부모 아래에서 사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해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라고 묻지 않을 수가 없는 거죠.


계속 말하고 싶은 것은 당신이 그렇게 밖에서 열심히 돈 벌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이냐, 하는 거예요. 사실 우리 가족, 아이들과 알콩달콩 잘살고 싶은 거 아닌가요. 우진처럼요. 그것만으로 만족하고 살 수 있는데 자꾸 누군가와 비교하게 만들죠. 그 비교하는 걸 아이들이 배워요. 심지어 어린 아이들도 아파트 평수를 구분한다는 거잖아요. ‘재강’이 그룹의 애들처럼요. 이들은 나머지 아이들을 다 자기네 노예로 봐요. 이렇게 성장하면 어떻겠어요. 지금 방영 중인 <리턴>이라는 드라마가 있는데요. 얘네가 성장하면 그 드라마 인물들이 되는 거예요. 무면허 운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어차피 부모들이 해결해주고, 그러니까 10년 후에는 더 심해지는 거죠. 심지어 실제 사건으로 그런 걸 보잖아요. 대기업 아들이 누구를 때리고, 이런 것들 말이에요.

 

작품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문제가 더 커지는 것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보이거든요. 심지어 우진조차도 3년이 지나서야 딸의 죽음을 제대로 살펴보는데요.


그런데 우진과 같은 일반 소시민은 보통 어떻게 할 수 없죠. 이미 아이는 죽었고, 그 이후에 이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범의 심판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검사를 믿고, 이 사회의 시스템을 믿고 맡기는 거죠. 그런데 그 검사는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삶을 위해서 권력을 이용해버리는 거고요.


우진은 생을 끝내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쪽지 하나로 다시 일어서잖아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촛불의 경험 같은데요. 수많은 사람들이 이 경험을 통해 세상은 내가 움직이면 바뀌는구나, 라고 깨달았던 것 같아요. 한 개인은 힘이 없지만 내가 움직이려고 마음을 먹으면 주변으로부터 힘이 모인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우진도 그냥 계속 가만히 있었으면 결국 밝히지도 못하고 생을 포기했겠죠. 하지만 작은 하나의 동기가 생기니까 다시 해볼 힘을 얻는 거잖아요. 


어느 때로 돌아가든 답은 같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중략) 우진이 수정을 잃고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던 것은 그 때문이다. 그는 목까지 차오른 슬픔에 묶여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내가 그를 일으켜 세우지 않았더라면 그는 여전히 수정이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했는지 알지 못한 채 어두운 우주를 떠돌다 사라졌을 것이다.(377쪽)

 

우진이라는 인물을 차분한 캐릭터로 잡은 이유가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려던 거였어요. 이 작품은 범인 찾기도 중요하지 않고요. 다만 ‘왜’가 중요해요. 왜 당신들은 그렇게 행동했는지, 왜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어서 쓴 작품이에요. 마지막 장면도 그런데요. 사실 그것이 새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해요. 우진은 딸과 바른 작별 인사를 못했어요. 어떻게 보내야 할지도 몰랐고요. 아버지로서 어떤 행동도 안 했죠. 그런데 아버지로서 어떤 행동을 다 하고 나서야 비로소 딸에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쓰면서 제일 힘들었던 장면은 뭔가요?


거의 다 그랬는데요.(웃음) 개인적인 경험 때문은 아니고요. 자식을 잃은 아버지가 우연히 어떤 아이를 데리고 다니게 되는데 그 아이가 자기 딸을 죽인 장본인이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과연 이 아버지는 어떻게 행동할까 하는 부분이 제일 힘들었어요. 그 인물이 되어서 생각하는 게 힘들었죠. ‘세영’이는 왜 집을 두고 낯선 사람의 자동차에 올라타게 될까 하는 부분도 그랬고, 독자의 공감을 얻게 만들어야 하니까 어렵더라고요. 아주 세밀하게 쓸 필요가 있었고요. 작위적이지 않고 개연성 있게 쓰려고 애썼어요. 그렇지 못하면 나중에 ‘왜 복수하지 않지?’가 되니까요. 더구나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작품에는 가차 없이 죽이고 그러잖아요.(웃음) 하지만 저는 그런다한들 우진의 분이 풀릴까, 생각했어요. 게다가 우진은 본인이 남겨진 입장이 되어봤잖아요. 그런 면에서 우진은 되게 이성적인 사람이에요.

 

특별히 마음 쓰이는 인물은, 역시 우진일까요?


우진이죠. 기억에 남는 리뷰가 있었어요. ‘앞으로 이 남자는 어떡하냐’고 하셨더라고요. 저도 사실 그 생각을 하거든요. 그렇지만 끝맺음을 잘 한 사람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마지막에 우진에게 작별 인사를 그렇게 할 수 있게 한 거고요. 약간 힌트도 있는데요. ‘기영’에게 우진이 “네가 나를 살렸다”고 하잖아요. 내가 포기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지켜보았던 사실도 알게 됐으니까요. 이제 그들을 힘 삼아서라도 살아나가게 될 거라고 봐요. 가족은 없지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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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라는 걸 갖는 순간


정확히 중반 부분, 10부가 시작되는 부분에서 오스카 와일드의 말 ‘우리는 모두 악마를 품고 있기에 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든다’를 인용하셨어요. 인간 본성을 생각하게 되는데요. 어떤 사람은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도 미안한 줄 모르고, 어떤 사람은 상대적으로 작은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괴로워해요.


놀랍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작은 잘못에도 괴로워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래도 양심이 있으니까 힘들어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나만 최고고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재강 같은 인물은 타인의 인격을 무시하고 하찮게 취급하잖아요. 감정노동 하는 분들의 자료를 찾아봤는데요. 왜 이렇게까지 사람을 대하지, 라는 의문이 들 정도의 경우가 너무 많았어요. 상담 전화 녹음 내용을 들어보면 너무 심각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대부분 대학교수, 이런 사람들이거든요. 겉으로 교양 있는 척하지만 누군가에게 스트레스를 너무나 천박하게 쏟는 사람들이죠. ‘인분 교수’도 있었잖아요. 이럴 때 그 사람의 양심은 어디에 있나, 라는 생각을 참 많이 해요. 권력이라는 걸 갖는 순간 양심이라는 건 없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으면 완장을 채워보라는 말이 있잖아요. 1그램의 권력만 줘도 달라지는 거예요.

 

그런 경우가 너무 많죠. 권력을 휘두를 기회가 생기는 순간 돌변하는 사람들 많이 볼 수 있어요. 소설이나 영화에서 늘 눈길이 가는 건 그런 인물들이고요.


자기 삶이라는 것에 대한 철학을 갖고 있다면 그렇지 않을 거예요. 권력을 가지고 있어도 이 권력이 나에게 무엇인가를 볼 수 있겠죠. 살면서 끊임없이 멈춰 서서 내가 지금 올바로 살고 있는가, 나한테 올바름이란 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것들을 사유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그냥 권력이니 하는 것에 눈이 벌개져서 흘러가게 되는 것 같아요.

 

다시 교육 이야기를 하면, 교육 현장에서 삶의 철학과 사유하는 법을 가르쳐야 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요.


심지어 학교에서 권력 구조를 가르치죠. 공부 잘하는 애들은 잘못을 해도 그냥 넘어가요. 도저히 이해 안 되는 판례 중에 ‘고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이 있어요. 가해자들이 의대생이라는 이유로 ‘이들의 미래’와 같은 얘기를 했는데 그러면 안 되잖아요. 가해자들이 한 짓만 봐야죠. 그 논리라면 가진 것 없고 희망 없는 아이들의 장래도 생각해줘야 하잖아요. 왜 누구는 가차 없이 처벌하고, 누구는 안 그러느냐고요.

 

작품에서도, 수정이는 죽었는데 가해자들은 자신들 걱정만 하잖아요.


그런데 아무도 그 얘기는 안 하잖아요. 죽은 수정이는 지금 우리 자식들에게 작은 걸림돌일 뿐이니까요. 그래서 제가 우진의 이야기를 할 때 자꾸 수정이라는 아이에 대해 감정을 부여한 이유가 ‘얘도 사람이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사건의 잔혹함이 이 작품에서는 중요한 게 아니고요. ‘너희들이 죽인 이 아이가 어떤 아이였는지 알아? 그 가정에서 어떤 존재였는지 알아? 너희들은 한 사람의 삶을 망가뜨린 거야’라는 것을 보게 하기 위해 수정의 이야기를 많이 넣은 거예요.

 

『잘 자요, 엄마』 말씀도 하셨는데요. 한 사람의 삶에 가족이 주는 영향이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같은 것들을 계속 생각하시는 거죠?


보통 추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뉘어요. 트릭이나 반전을 좋아하는 셜록 홈즈 쪽과 애거서 크리스티 쪽인데요. 애거서 크리스티는 사람들의 삶이 나오고, 사회 속 사람들의 관계들을 보여주거든요.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인 건데요. 물론 트릭도 있지만요. 저는 애거서 크리스티가 훨씬 더 재미있었어요. 또 범죄소설을 쓰는 이유가 인간의 어두운 부분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크기 때문이거든요. 그런 이야기를 할 때도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이렇게까지 가는구나, 를 보는 것에 관심이 갔어요. 장편을 쓰면서는 더욱 어떤 인간의 성장과정을 보게 되더라고요. 취재를 하고 범죄자들의 삶을 볼 때도 그런 지점들이 많이 보였고요. 인간은 사회와 떨어질 수 없잖아요. 저만 해도 사회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에 너무나 직접적으로 영향 받아요. 제 소설은 그것을 표현하는 거니까요. 사회상을 반영할 수밖에 없어요.

 

드라마 시나리오도 쓰시는데요. 소설 작업의 매력은 뭔가요?


단순 노동이라면 숙련이 되잖아요. 어느 정도 되면 쉬워지는데 소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매번 처음 같아요. 0에서 시작해요. 그래서 초반이 너무너무 힘들거든요. 오히려 많이 했기 더 어려운 부분도 있고요. 그렇지만 정신적인 보상이 굉장히 커요. 책은 작가의 의도가 오롯이 독자에게 전달되잖아요. 그게 참 좋아요. 물론 지금은 책이 너무 안 팔려요. 소설가가 책을 써서 생계를 잇기가 너무 힘든 상황인데요. 제 경우는 어쩌면 그래서 소설은 좋아서 하는 일, 드라마나 영화는 열심히 하는 일, 이렇게 마음을 굳히기도 했어요. 그나마 저는 소설이 드라마나 영화로 판권이 팔려 작업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또 이따금 제 블로그나 이메일로 잘 읽었다는 말을 전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러면 혼자 만의 작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구나, 내가 누군가에게 뭔가를 떠올리게 하는구나, 잘 써야지, 생각하게 돼요. 

 

이번 작품도 영화화 되나요?


이야기 중이에요.(웃음) 『잘 자요, 엄마』도 판권이 팔려서 감독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고요.

 

마지막으로 다음 작품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잘 자요, 엄마』 후속을 많이 기다리시더라고요. 아이가 어떻게 크는지 궁금하다고요. 그게 구상이 되어서 3부작을 해야겠다, 생각하다가 출판사에 얘기를 했는데요. 좋다고 하셔서요.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을 내고 바로 작업하기로 했어요. 이 작업은 제가 심혈을 기울여서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준비하고 있는 중이에요.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서미애 저 | 엘릭시르
안정적인 문장력과 탄탄한 구성, 흡입력 넘치는 서스펜스로 ‘추리의 여왕’이라 불렸던 그는 이제까지와 비슷한 결을 갖고 있지만 조금쯤 다른 느낌의 서스펜스 스릴러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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