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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혁 “을의 세계관으로 본 시내버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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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기사의 책이니 버스에서 책을 읽었다. 평일 오전 6시 40분에 탄 시내버스, 기사님이 내 책 제목을 슬쩍 보았나? 웬일인지 급정거 한 번 없이 1시간을 달려 회사에 도착했다. “정말 열심히 살아야, 겨우 살아진다”는 시내버스기사 허혁의 이야기. 몸으로 빚은 글을 읽으며 5분마다 마음이 풀썩 내려앉았다. 30개의 정류장을 지나치기가 무섭게 수십 개의 감정이 몰아쳤고, 안 읽었으면 참 아쉬웠겠다 싶었다. 무명 저자의 첫 책에 긴 추천사를 쓴 김민섭 작가는 “’아니 저기 ‘그냥 버스기사’라면서요’라는 심정이 되고 말았다”고 했다. 딱 내 마음이었다. 스스로를 ‘그냥 버스기사’로 생각하기에 나올 수 있는 글이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 몇 군데 직장을 옮겨 다니다 20년 가까이 조그만 가구점을 운영했다. 아버지가 물려준 빚을 청산한 날, 이제는 달리 살아보자고 다짐했다. 2년간 관광버스로 경력을 쌓고 시내버스 기사가 된지 5년 차. 하루 18시간씩 버스를 몰다 보니 다양한 내 모습이 보였다. 수시로 천당과 지옥을 넘나들며 타인(손님)을 바라봤다. “오전에는 선진국 버스기사였다가 오후에는 개발도상국, 저녁에는 후진국 기사가 된다. 친절은 마인드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문제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23쪽)

 

2년간 버스요정이 날아다 주는 글감을 모아 원고를 완성했다. 서점에 들러 베스트셀러를 펴낸 출판사 목록을 정리해 메일로 투고했다. 전체 메일로 보내는 법을 몰라, 이매일 주소를 하나하나 옮겨 적었다. “52세 전주시내버스 기사입니다. 기쁜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50곳에 투고한 후, 아무래도 모자를 것 같아 다시 책방에 들러 출판사 메일 주소를 40개쯤 적었을 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황은희 수오서재 대표였다. “선생님 책을 꼭 내고 싶습니다.” 덜덜 떨리는 목소리였다. 버스기사 허혁은 답했다. “원고는 다 읽어 보셨는지요? 감사하지만, 다 읽고 난 후 다시 연락을 주시지요.” 며칠 사이 출판사 십여 곳에서 메일과 전화로 연락을 해왔다. 하지만 그가 이미 수오서재로 마음을 결정한 한 후였다.

 

허혁 저자에게 “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는 어떤 책일까요”라고 물었다. “을의 세계관으로 본 시내버스 이야기”라고 답했다. 시내버스를 한 번이라도 타본 사람이라면 읽어봐 주었으면 좋겠단다. “갑이 을의 노동을 완전하게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미의 정점”이라고 말하는 전주 전일여객 시내버스기사 허혁. 출판사는 그의 글에서 조사 몇 개만 바꿨을 뿐, 허혁이 바라본 차창 밖 세상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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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능력의 70%를 쓰며 사는 사람이 현명하다

 

오랫동안 내고 싶었던 책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많이 들떠 있어요. (웃음) 자제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첫 책인데 반응이 좋아요. 조금 들떠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책을 내고 많이 울었어요. 솔직히 말해서 그동안의 제 삶이 보상받는 느낌이에요. 손님을 태우고 가다가도 울컥해서 참느라고 혼났어요. 힘들었던 삶에 대한 보상심리가 이런 걸까 생각이 들어요.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있네요.

 

투고하신 원고라고요.


원고에는 유통기한이라는 게 있잖아요. 오래 전에 초고를 썼던 글이라 올해 안에는 꼭 내고 싶었어요. 사실 투고를 200군데쯤 보내려고 했어요. 하나는 걸리겠지, 하는 심정으로요. 홍지서림에서 출판사 메일 주소를 적고 있는데, 수오서재 대표님에게 전화가 왔어요. 제가 투고를 오전 7시쯤 했는데 11시쯤 전화가 온 거예요. 여대생 같은 목소리로 책을 내고 싶다며 덜덜 떠시는데, 딱 직감이 왔어요. 올 것이 왔구나. (웃음)

 

나중에 대형 출판사 여러 곳에서 연락이 왔을 때, 갈등하시진 않았나요?


제가 삶의 경륜이 있잖아요. 출판사의 네임밸류보다는 내 글을 잘 이해하는 곳에서 내고 싶었어요. 책에 대한 이런 설렘을 갖고 있다는 게 무엇보다 좋았어요. 이제야 나한테 버스요정이 찾아왔구나, 싶었죠.

 

인터뷰 전에 작가님의 페이스북을 찾아가 보았어요. 책 홍보를 많이 안 하시더라고요.


차분해요. 제 마음이. 어차피 책은 이미 던져졌잖아요. 내가 어떻게 막 해서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책도 이 책의 운명이 있는 거니까요. 과도한 욕심을 내서 될 일은 아니라고 봐요.

 

원고 수정이 거의 없었다고 들었어요. 투고했던 원고의 제목도 같았나요?


처음 제목은 “천 개의 길, 천 개의 시내버스”였어요.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는 본문 원고에서 발견한 문장이에요. 제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바로 탈근대거든요. 출판사에서 이 제목을 제안해줬을 때, 정말 통쾌했어요.

 

영화 <패터슨>에 나오는 이야기지요?


<패터슨>은 뉴저지 패터슨이라는 도시에서 23번 버스를 모든 시내버스 기사를 주인공으로 한 독립영화입니다. 도시 이름이 패터슨인데 기사 이름도 패터슨이죠. 주인공은 틈틈이 시를 써요. 영화 후반부, 어떤 여행자가 패터슨에게 시인이냐고 묻는 질문에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라고 답하죠. 저도 똑같은 질문에 똑같은 대답을 한 적이 있어요. (웃음)

 

서문에 딸아이의 이야기가 실렸어요. “아빠, 더 이상 발전하지 마! 절대 노력하지 말고 그냥 버스를 즐겨”라고 했다고요.


딸은 제 뮤즈예요. 출산할 때 저산소증으로 태어나서 지적장애 2급이에요. 올해 26세가 됐는데, 지금은 바리스타로 아르바이트를 해요. 딸아이는 뇌세포가 좀 죽은 대신 살아남기 위한 직감이 많이 발달했어요. 그래서 가끔 선문답 같은 이야기를 툭툭 던지곤 해요. 사실 딸아이 말이 맞아요. 생심 갖고 사는 것보다 그냥 사는 게 나아요. 제가 사업할 땐 그래도 외식도 자주 하고 여행도 했는데, 지금은 삶에 꺼둘리면서 살고 있잖아요.

 

하지만 착해지는 게 재밌으시다고요.


재밌어요. 저는 시내버스 운전을 하지만 이걸 도시 귀농이라고 생각해요. 꼭 시골로만 가는 게, 농사를 짓는 게 귀농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마음의 본양을 찾으면 그게 귀농이죠. 버스기사의 삶은 고되지만 우린 떳떳하거든요. 많은 돈을 벌진 못하지만 어디 가서 눈치 볼 것도 없고요.

 

 

버스기사도 사람이거든요

 

버스기사 동료들도 책을 보았나요?


좋게 읽어준 동료도 있고 관심이 없는 동료들도 있고 그렇죠. 주52시간 노동이 시행되잖아요. 시내버스 기사들도 1일2교대 근무를 해야 하는데, 2교대를 찬성하는 직원들이 30%, 그렇지 않은 직원들이 70%였어요. 저는 30%에 속하고요. 논쟁이 굉장히 치열했거든요. 70%에 속한 동료들은 제 책을 곱게 보긴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2교대가 답이라고 생각해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운수노동자의 장시간 운행이 기사의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시민의 안전도 크게 위협한다는 사실에 근거해 운수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어요. 새벽 6시부터 운전을 시작해 저녁 8시쯤 되면 온몸이 안 결리는 곳이 없어요. 그 뒤로도 서너 시간을 버텨야 하며 영혼까지 갉아 먹게 돼요.

 

“자기 능력의 70%를 쓰며 사는 사람이 제일 현명하다(81쪽)”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나머지 30%의 여유 공간에 인간다운 면모가 나오니까요. 다음날 쉬어도 근무 날 자기 능력의 150%를 써버리면 늘 피곤에 절어 살 수밖에 없어요. 마음만 비울 게 아니라 몸도 비워야 해요. 이 말은 신영복 선생님의 말을 응용한 거예요.

 

버스기사로 일하면서 가장 화가 날 때는 언제인가요?


생업이 조롱 당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낄낄대면서 버스카드를 찍 찍고 가는 학생들이 있어요. 승차하면서, 강아지 부르듯 손을 까불거리는 사람들도 있고요. 기분이 겁나게 나쁩니다.

 

하지만 “아무리 불량기사라도 마음 한편에는 승객의 욕망을 실현해주는 데 큰 보람을 갖는다.”(178쪽)고요.


버스기사도 사람이거든요.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해서 버스운전을 하는 사람은 없어요. 간혹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신호를 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안 타니까 어서 가라고 열렬하게 손을 저으시는 영감님을 볼 때, 고마운 마음에 정류장을 지나며 인사합니다. 또 가뭄에 콩 나듯 정류장 뒤로 몸을 숨겨주는 할머니도 있어요. 자기는 안 타니까 어서 가라는 신호죠. 분명 그분들의 삶도 고단할 거예요. 하지만 상대의 노동을 완전하게 이해하고 배려하는 거죠.

 

‘윤리적 버스 승차’, ‘윤리적 버스 하차’ 챕터 글은 사진을 찍어 어디에 붙여 놓고 싶더라고요. 승객들이 지켜주면 좋을 ‘승차 태도’를 몇 가지 소개해주시겠어요?


대부분 안전을 위한 내용이에요. 승강장 인도 밑으로 내려오지 말고, 차가 완전히 멈추기 전에 버스로 달려들지 말 것, 자신이 탈 버스가 오면 가만히 서 있지 말고 가볍게 손을 들 것, 노약자와 같이 버스에 오를 땐 맨 나중에 탈 것, 수고한다는 인사는 마음이나 몸으로 할 것(입으로 수고한다는 승객 중 절반이 진상이다. 특히 수고한다며 바로 기사 뒤에 앉는 사람은 100% 진상이다), 버스가 막 출발하는데 당신이 뛰어와 타려는 경우 버스가 그냥 가버린다고 해도 서운해 말 것(방금 버스에 오른 승객이 자리를 잡고 있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밟을 수도 없고 바짝 뒤따르던 버스도 예상치 못한 급정거를 해야 해서 몹시 위험하다) 등이에요.

 

하차할 때, 벨은 되도록 빨리 누르는 것이 좋다고요.


그렇다고 정류장을 다 지나지도 않았는데 누르면 기사가 괴롭고요. 딴짓하다가 뒤늦게 벨을 누르는 승객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내릴 승객인지 다음에 내릴 승객인지 전방 주시를 못 하고 룸미러로 간을 봐야 해서 위험해요.

 

오랫동안 사업을 하셨기 때문일까요? 시내버스기사 5년차에 이렇게 사람을 잘 파악할 수 있나? 이해할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동료들이 그래요. 버스 시스템을 진짜 빨리 파악했다고요. 이유가 있다면, 스스로를 오래 관찰했기 때문일 거예요. 인간은 다 똑같아요. 저를 알기 때문에 타인을 이해할 수 있어요.

 

“대한민국 감정노동자의 가슴에 명찰 대신 ‘감정 표시등’을 달아주는 상상을 해본다.”(51쪽)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저도 투명인간이지만요.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살 때면 마음이 아플 때가 정말 많아요. 일상적으로 갑질을 하는 손님들이 있잖아요. 너무 힘들어 겨우 버티고 있는데, 그걸 건드리는 사람을 볼 때, 진짜 괴로워요. 이건 마인드 문제가 아니라 몸의 문제거든요. 조건이 너무 열악한데 어떻게 마음의 힘으로만 이겨낼 수 있겠어요. 물리적인 한계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없는 듯 살아야 하는 위치에서 보면 사람 됨됨이가 잘 보인다. 상대방이 돈도 없고 완력도 없어 보이면 굳이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97쪽)고 쓰셨지요.

 

속된 말로 제가 사업할 때는 돈을 좇았잖아요.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제가 영혼이 피폐했겠어요. 그런데 버스기사를 하면서 돈을 추구하는 삶을 졸업해버린 거예요. 몸으로 깨달은 거죠. 관광버스 기사로 일할 때, 초장에 좀 헤맨 일이 빌미가 되어 세 시간 자고 허벌나게 돌아다녀야 했어요. 깜깜한 향일암 굽잇길을 가는 내내 귀에서 이명이 울렸죠. 관광버스 경력이 어느 정도 찼을 때 종친회 사람들을 태우고 1박2일 남쪽 바다를 돈 적이 있는데, 자신이 공직자로 은퇘했음을 여러 번 강조하던 총무님을 잊을 수 없어요. 일행에게는 공손하고 헌식적이었는데 기사에겐 야박했죠.

 

동료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일이 취미시라고요.


사진을 찍을 때 내가 맑아지는 걸 느껴요. 인정 중독일 수도 있는데요. 동료들 사진을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줄 때, 제가 좀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기도하고 명상해야 착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행동으로 내 삶의 방향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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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이라도 버스를 타본 사람이라면

 

글이 굉장히 쉽게 읽히면서도 묵직해요. 애환이 깊은데 또 유머도 잃지 않아요. 그래서 유쾌하게 읽었어요.


지식인들이 쓴 책에는 생계가 빠져있어요. 너무 매끄럽지만 문장이 걸리지 않죠. 제 책은 노동자가 쓴 거잖아요. 되도록 나의 동료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어요. 곧 일흔이 되는 저희 버스회사 회장님이 “한 방에 읽었다”고 문자를 주셨어요. 너무 생생하게 잘 읽었다고, 직원들의 상황을 잘 알게 돼서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더할 나위 없이 좋더라고요.

 

어떤 사람을 만날 때, 좋으세요?


솔직한 사람이 좋아요. 버스운전을 할 때 가끔 정류장을 지나칠 때가 있단 말이에요? 저도 승객을 못 보고, 승객도 버스기사의 시야에 보이지 않게 서있었던 거죠. 그런 경우 정류장에서 살짝 지나쳐 버스를 세우는데, 손님들을 보면 딱 두 가지예요. “미안합니다”라고 인사하고 타는 사람, “아저씨, 왜 그냥 지나가요?”라고 성내는 사람. 둘이 똑같이 잘못한 상황인데, “미안하다”고 말하면 그 마음이 참 고맙고, 저도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마음이 훈훈해져요.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보이죠. 그런데 이 마음이 한 30분 가요. 또 새로운 손님들이 오기 때문에. (웃음) 하지만 마음을 삭힐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예요. “화 내지 말고 부끄럽게 하라”는 말이 있잖아요. 되도록 같이 화를 내지 않고 상대를 부끄럽게 만들죠. 그래야 느끼니까요.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아들에게 “노동과 자발적 가난만이 너를 구할 수 있다”고 말하셨다고요.


사실 폭력이죠. 아들은 자기 나름의 걷고 싶은 길, 스토리가 있는데, 아빠가 과도하게 요구하면 안 되는 문제인데요. 아빠가 너무 처절하게 살아온 걸 아니까, 아빠의 말을 우선은 들어요. 아들이 너무 착한 거죠. 저도 잘 알면서도 자꾸 말하게 돼요. 제가 시행착오가 너무 컸으니까 아들은 다르게 살길 바라는 마음인데, 이것도 아들에게 가하는 폭력이라고 봐요. 그래서 직접적인 이야긴 안 하려고 해요. 살고 싶은 대로 살라고 말하려고 노력해요. 아들도 많이 갈등하고 있을 거예요.

 

예전 프로필 문구가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시내버스 기사입니다”였다고요. 지금은 좀 어떤가요?


많이 좋아졌죠. (웃음) 책을 쓰면서 더 그렇게 됐고요. 이제는 책이 또 나왔으니까 더 잘 살아야죠. 살기 위해서 성찰하다 보니까 시인의 마음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어요. 영혼이 시에 닿아가고 있다는 기쁨이 있어요.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국토교통부 장관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고용노동부 장관도 좀 읽고요. 2교대 실시로 곧 버스대란이 일어날 거란 말이죠? 어떤 사건이 생길 때,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일 때가 많아요. 갈등의 95%는 오해와 무지에서 발현된다고 생각해요. 버스기사들의 어려움을 구조적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책을 자주 읽지 않는 사람들도 읽었으면 좋겠어요. 고등학생이 읽어도 좋겠고요, 나이가 지긋한 중년 이상의 독자들도 충분히 몰입하고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게 쓰려고 했어요. 출판사 덕분에 책이 젊은 감각을 얻게 됐고요. 학생 때는 다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잖아요. 한 번이라도 버스를 타본 사람이면 읽어도 좋겠다 싶어요. 어떤 화합의 에세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마지막 장 ‘버스기사가 되어 더욱 확실히 알게 된 나의 무의식들’을 읽고,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를 쓸 수 있었던 이유를 발견했어요. 내 안의 진짜 나를 무의식을 통해 알게 되셨다고요.


이부영 선생님의 책 ‘그림자 시리즈’ 세 권을 2년 동안 다섯 번 정도 읽은 것 같아요. 어려웠어요.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거의 씹어먹었다고 생각해요. 불가에서 하는 마음수련은 아스피린 같아요. 그때 잠깐은 회복될 수 있는데 오래 가지 못해요. 그래서 정신분석학 책을 보게 됐는데, 이 책을 쓰면서 무의식을 경험했어요. ‘아버지’라는 글은 제 무의식이 올라와서 쓴 글이에요. 11살 허혁이 썼다고 생각해요. 그 글을 쓸 때 이틀 동안 아무 것도 못하고 울기만 했어요. 11살 허혁의 인격이 따로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고, 그 자아가 나보다 힘이 더 세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 글은 외워서 쓴 거예요. 제가 이렇게 훌륭할 순 없어요.

 

벌써 두 번째 책이 기다려집니다.


저는 계속 시내버스기사로 일하면서 생계에 대한 이야기, 자기성찰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그게 저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내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도 될 거고요. 책을 냈지만 제 일상이 변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버스기사가 되어 크게 느낀 것은 꼭 돈이 많아야만 멋진 인생을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눈물 나도록 알뜰하게 보약도 챙겨 먹고 스포츠도 즐기고 밥도 사 먹고 동료애도 나눈다. 서로 뻔한 수입이라 눈치 볼 것 없이 있으면 있다 없으면 없다 당당하게 밝히고 형편에 맞춰 함께 논다. 사람이 재산이라 모이기만 하면 큰돈 안 들이고 남들 누리는 것 다 누릴 수 있다.” (175쪽)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허혁 저 | 수오서재
기사가 난폭운전을 한다고 투덜거려본 사람이라면, 버스 차창을 멍하게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본 사람이라면, 그런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냥 버스기사’인 저자의 글에 마음이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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