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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소포니스트 김오키가 앨범을 만드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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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첫 앨범을 발표한 이래로 색소포니스트 김오키는 국내 재즈계에서 가장 파격적인 인물로 활동해 왔다. 동시에 그는 지난 5년 동안 가장 앨범을 많이 낸, 다작하는 뮤지션 중 한 명이다. 최근 그는 자신의 일곱 번 째 앨범 <퍼블릭 도메인 포미>를 발표했다. 소위 아방가르드 파에 속한 그가 발표한 첫 발라드 앨범이다. 과거 앨버트 아일러의 데뷔 앨범과도 같은 기이한 분위기의 발라드 앨범. 신작 앨범을 중심으로 묻고 싶은 것들이 많았기에 한 낮에 망원동의 한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최근에 유럽에 갔다고 들었다.


그저께(4월 16일) 왔다. 네덜란드와 체코를 다녀왔는데 재즈 공연으로 갔다 온 것은 아니고 국악 연주자들 팀에 속해서 갔다 왔다. 피리 부는 박지하 씨가 이끄는 팀이다.

 

앨범 한 장이 또 나왔다. 몇 번째 음반인가.


일곱 번째 음반이다.

 

앨범을 매우 자주 낸다.


맞다. 그런데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 나는 학교에 출강하는 것도 아니고 레슨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내 생활 방편은 오로지 공연과 앨범뿐이다. 그런데 앨범을 발매하면 수익이 생기는 것이 대략 2개월 정도더라. 음원 판매는 그보다도 짧고. 앨범 발매하고 2개월이 지나면 그 앨범은 수명이 다하는 것이다. 그러니 계속 후속 작품을 생각해야 한다.

 

앨범 제작 할 때 돈이 들어갈 텐데 2개월 뒤엔 흑자가 발생하는가?


그런 앨범도 있고 그러지 못한 앨범도 있다. 흑자가 나면 생활비 정도는 벌게 된다. 음반사에서 제작 배포해주면 뮤지션에게 돌아오는 돈은 너무 미비하더라. 결국 뮤지션이 자체 제작하고 배포해야 그나마 수익이 생긴다.

 

그러면 일반 음반 매장에 가면 음반을 살 수 있나?


아니다. 내가 공연 때 음반을 갖고 나가 직접 팔고 있다. 아울러 데뷔 때 만들었던 밴드 '동양청년'에서 드럼을 연주했던 (서)경수와 통신 판매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곳을 통해 판매한다. '봉식통신판매'라는 곳이다(www.btprecords.xyz). 전에는 음악 마니아들이 자주 가는 몇몇 소매점에 직접 들고 가서 위탁 판매를 해봤는데 이제는 그것도 안 하고 공연 때 직접 팔고 있다. 판매는 더 어렵고 판매량도 줄긴 하는데 수익 면에서는 혼자 파는 게 더 낫더라. 수익을 나눌 필요가 없으니까.

 

이런 식의 판매를 언제부터 택했나?


대략 1~2년 됐다. 데뷔 앨범과 2016년에 나온 <거대한 뿌리>는 유통사가 있었고 나머지 앨범들은 대부분 직접 판매했다.

 

재즈클럽에서는 연주를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재즈클럽에 가면 사람들이 음악을 듣지 않는다. 그냥 분위기만 즐기러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클럽 쪽에서도 내 음악 스타일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주로 연주하는 곳은 음악의 장르를 가리지 않는 곳인데, 예를 들어 연남동에 있는 '채널 1969' 같은 곳이다. 그곳에서 연주할 때 관객들은 정말로 내 음악을 듣고 싶어서 온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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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 제목이 기발하다. <퍼블릭 도메인 포 미>. 영어가 아니고 한글로 쓰니 더 멋있다. 역시 김오키는 네이밍의 천재라고 느꼈다.


(웃음) 앨범을 구상하면서 저작권이 없거나 시간이 지나서 없어진 곡들을 찾았는데 그런 곡들을 영어로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만든 제목이다.

 

지금까지 해오던 음악과는 성격이 또 다르다. 어떻게 이런 앨범을 구상했나.


사실 난 조용하게 부는 색소포니스트들을 좋아한다. 지금까지 그런 음악을 시도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마도 사람들은 그 점을 모르실 거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색소포니스트는 조 헨더슨, 찰스 로이드와 같은 연주자들이다. 그들이 연주한 발라드를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그런 발라드 곡을 쓰자니 시간이 너무 들 것 같고, 또 스탠더드 넘버를 녹음하려면 저작권을 많이 내야 하는데 그러다가 보니 생각하게 된 것이 '퍼블릭 도메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곡이라기보다는 경제적인 이유에서 고른 것이다. (웃음)

 

곡목을 보니 조지 거슈윈의 'Someone to Watch Over Me'와 제롬 컨의 'The Song is You'가 있던데 이런 곡들이 이미 저작권이 사라졌나?


그렇다. 이런 곡들은 이미 작곡가가 세상을 떠난 지 70년이 지나서 저작권이 사라졌다. 노랫말 저작권은 살아있던데 우린 연주곡이었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같은 이유로 홍난파의 곡 <봉선화>, <사공의 노래>, <고향의 봄>을 선택한 건가?


그렇다. 그런데 내가 알아본 시점에서는, 이유는 모르겠는데, 홍난파의 곡은 어떤 곡은 아직 저작권이 살아 있고 어떤 곡은 없어졌더라. 그래서 없어진 곡 중에서 골랐다.

 

<심정>과 <어둠>은 자작곡인가?


아니다. 백현진씨의 곡인데, 이 곡들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곡이다. 원래는 저작료를 내야 하는데 현진이 형과는 잘 아는 사이여서 무료로 쓸 수 있었다.

 

외국에서는 저작권이 없는 흑인 영가들을 재즈 연주자들이 녹음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앨범은 그런 곡들을 포함 안 해서 훨씬 신선했다.


저작권이 없는 곡 가운데 멜로디가 서정적인 곡을 녹음하고 싶었다. 발라드를 녹음하는 것이 이번 앨범의 목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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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은 어디서 녹음했나?


창동에 있는 '플랫폼 창동61'이라는 공간이 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주로 음악인들이 활동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다. 그곳에는 상주하는 레지던스 뮤지션이 있고 또 그곳에서 정기적으로 공연하는 협력 뮤지션이 있는데 나는 그곳의 협력 뮤지션이다. 협력 뮤지션이 되면 그곳 공연장을 쓸 수 있다. 그래서 그곳 공연장에서 장소 사용료 없이 녹음했다.

 

그러면 누가 녹음을 해주었나?


그곳에 계신 엔지니어 황승연 씨가 해줬다. 하지만 믹싱 마스터링을 위해서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 부분이 앨범 제작비에서 가장 많이 들었다.

 

이왕에 저예산 제작을 해야 한다면 믹싱, 마스터링도 직접해보면 안 되나?


전에 한 두 곡을 직접 해본적도 있다. 생각해 보면 전체 앨범도 직접 하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믹싱 마스터링이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이라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을 것 같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만이 문제라면, 아티스트가 노하우를 갖고 있다면 직접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재즈 앨범도 수익 모델을 찾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긴 하다. 특히 이번 음반은 색소폰, 피아노. 베이스, 악기가 모두 세 개뿐이어서 믹싱을 해볼 만 했다. 드럼만 더 들어가도 복잡해진다.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다. 그렇게 되면 인쇄비와 프레싱 비만 들어가게 되니까.

 

믹싱과 마스터링을 직접 하려면 따른 현실적인 문제는 없나?


고가의 장비를 구입해야 하는데......하기야 전에도 스피커 없이 헤드폰으로 들으면서 아이패드로 믹싱을 한 적이 있다. 별 차이가 없긴 했다. (웃음)

 

현실적으로 함께 녹음한 뮤지션들에게 연주비용을 지불하지 못하지 않나?


그렇다. 그게 제일 마음이 아프다. 재즈 뮤지션들끼리는 무료로 서로 다른 뮤지션들의 녹음에 참여해 주는데 그게 장기적으로 보면 악순환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생각하는데 만약 믹싱 마스터링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면 그 비용을 뮤지션들에게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 부분을 고민해 보겠다.

 

그러면 앨범 제작비가 얼마나 들었나?


CD만 130만 원 정도 들었다. 테이프도 찍었다.

 

테이프도 발매했나?

그렇다.

 

아직도 카세트테이프를 생산하는 업체가 있나?


국내에 한 군데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젊은 팬들은 테이프가 가격도 싸고 신기하고 재미있으니까 하나씩 산다. 테이프를 사면 디지털 파일을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는 코드를 준다. 그런데 국내에 한 군데 있는 업체의 제품이 그렇게 질이 좋지 못하다. 그래서 외국에 생산주문 하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주변에 아는 뮤지션 한 사람이 테이프 찍는 장비를 갖고 있어서 그곳에 부탁했다. 이번 앨범도 테이프는 이미 거의 팔았다.

 

이전 밴드였던 '뻐킹매드니스'도 제작비가 비슷하게 들어갔나?


비슷했다. 그때는 스튜디오도 렌탈했지만 CD를 프레싱하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면 CD-R 형태로 하나씩 구워서 판매했다. 그래서 비용을 줄였다. 앨범 커버도 만들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면 CD 주얼 케이스에 스티커를 붙여서 배송했다. 음반 판매 사이트 운영하는 경수가 스티커 출력 일도 하는데 그 일을 도와줬다. 이게 그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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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 많은 스티커를 붙이려면 이것도 보통 일은 아닐 것 같다.


(웃음) 그러게 말이다. 그런데 경수는 그걸 앉아서 하더라.

 

이번 앨범 CD를 보니 표지에 그림만 있고 아무런 정보가 안 쓰여 있다. 피아노와 베이스는 누가 연주한 건가?


(몇 초 생각하더니) 테이프에는 쓰여 있다. 피아노에는 진수영, 베이스는 전제곤이다.

 

병풍 같이 생긴 앨범 커버 디자인이 독특하던데 누가 해줬나?


여자 친구가 해줬다. 무료로.

 

이번 앨범을 들어 보니까 솔로에서 곡의 코드 진행을 상당히 염두에 두는 것 같더라.


평소에도 코드 진행은 늘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그 위에서 뭔가 '아웃'된 느낌을 더하려고 한다. 이번 앨범은 발라드 앨범이니 특히 코드 진행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왜 편성에서 드럼을 뺐나?


원래는 피아노가 없이 베이스, 드럼과 연습을 했었다. 그런데 코드 악기가 없으니까 발라드 연주 같지 않고 너무 프리하게 음악이 나왔다. 무슨 '예술병' 걸린 음악 같았다. 그런 걸 연주하고자 시작한 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드럼을 빼고 피아노를 넣었다. 분위기도 더 차분해지고 좋았다. 그러고 보면 마음에 맞는 드러머를 찾기가 참 어렵다. 특히 국내에서는.

 

그러면 만약 해외 뮤지션을 포함해서, 이미 죽은 연주자들 전부 포함해서 누구하고도 연주할 수 있다면 어떤 드러머와 녹음하겠는가?


앨 포스터. 조 헨더슨 트리오에서 오래 연주했었다. 국내 드러머들은 대체로 너무 큰 소리로 연주한다.

 

뜻밖이다. 그러면 베이시스트는?


찰리 헤이든. 혹은 에디 고메즈. 흑인 베이시스트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색소폰 주자들은 거의 흑인 뮤지션들 아닌가?


그렇다. 조 헨더슨, 찰스 로이드, 파로아 샌더스, 아치 솁 등이다. 하지만 그들이 연주한 발라드, 영적인 곡들을 좋아한다. 조 헨더슨의 <더블 레인보우 Double Rainbow>와 더불어 아치 솁의 발라드 앨범들은 재즈 발라드의 최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백인 색소폰 연주자 주트 심스, 스콧 해밀턴의 발라드도 즐겨 듣는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김오키의 음악은 거칠고 전위적인 것이었나?


그것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싫어하는 음악은 아니었지만. 발라드는 하고 싶어도 도전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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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런 발라드 녹음을 계속 할 것인가?


그렇다. 이미 다음 발라드 앨범의 구체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이번 앨범을 마치고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사이드맨들에게 구체적인 주문을 할 걸, 하는 후회가 들더라. 지금 연주도 좋았는데 다음에는 더 뚜렷한 색깔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다음 앨범인가?


아니다. 이미 두 장의 앨범을 녹음해 놨기 때문에 그 앨범들을 먼저 내야 할 것 같다. 하나는 미디로 작업한 앨범인데 2016년에 발표했던 <러보키 Luvoki>의 후속 작이다. 또 다른 하나는 베이스와 북(타악기)과 함께 트리오로 녹음한 건데, 아프리카 음악을 바탕으로 한 영적인 분위기의 재즈다. 나는 확실히 스윙, 비밥 보다는 이런 스타일의 음악이 좋은 것 같다.

 

이번 앨범은 흑자가 될 것 같나?


앨범 발매 하고서 '벨로주'에서 발매 기념 공연을 하고 CD와 테이프를 판매했는데 그곳에서만 믹싱, 마스터링 비용을 뽑았다. 조금 더 활동하면 흑자는 충분히 될 것 같다.

 

앨범 제작과 유통 방식에 대해서 거의 정답을 찾은 것 같다.


그렇다. 이제 내 음악이 더 발전 하는 것이 정말 숙제다. 이제 나이 마흔인데 쉰 살 정도 되면 뭔가 이뤄져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계속 이 밴드, 저 밴드 만들면서 시험해 보고 있는데 그 때 즈음 되면 확실한 나의 밴드도 만들어져 있을 것 같다. 그때까지 계속 음악 생활하는 것이 목표다.

 

인터뷰 끝나고 다른 약속 있나?


홍대, 망원동 근처로 이사 와야 할 것 같다. 연주의 90%가 이 근처에서 이뤄지는데 집이 너무 머니까 자동차 기름 값만 한 달에 30만 원 정도 든다. 이 주변에 와서 스쿠터 타고 일 보고 다니면 생활비를 확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부동산 몇 군데 들려보려고 한다. 월세 안 내고 전세금만 받는 집을 찾아야 할 텐데......이 지역에서 어느 동네가 전세가 좀 싼가?

 

 

황덕호(saturnman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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