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주는 명실공이 국내 재즈계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다. 지난 2005년을 시작으로 그녀는 지금까지 모두 11장의 음반을 발표했고 그 음반들은 모두 팬들과 평론가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아왔다. 이렇듯 그녀의 꾸준한 활동은 척박한 국내 재즈의 환경 속에서 전대미문의 족적을 남기고 있는 중이다. 특히 최근에 발표한 그녀의 첫 피아노 독주 앨범 <Late Fall>(BRM)은 오랜 기간에 걸쳐 완성된 송영주 음악의 진수를 담고 있다는 평가다. 음반 발매와 함께 독주회를 앞두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따뜻한 봄날 저녁 여의도에서 송영주를 만났다.
요즘 무척 바쁘다고 들었다.
최근에 크로스 오버 음악 작업에 참여했다. <팬텀싱어>에서 두각을 나타낸 테너 김현수 씨의 앨범에 참여했고 지난 일요일(4월 22일) 음반 발매 기념 공연을 가졌다.
그 음반에서 피아노 연주만 맡았나?
아니다. 기타리스트 함춘호 선생님과 함께 전체 편곡을 맡았다. 슈베르트, 브람스, 비제, 벨리니의 가곡을 먼저 화성적으로 분석해서 크로스 오버 음악에 맞게 조금 손질을 한 뒤 여기에 연주를 보탰다. 김현수 씨가 노래를 너무 잘 하시고 곡들이 너무 아름다워 작업하면서 즐거웠다.
오래 전부터 재즈 바깥에서 작업 의뢰가 참 많이 들어온다.
사실 그 일 때문에 내 음악 준비 할 시간이 부족하긴 하다. (웃음)
대표적으로 누구와 작업했나?
아주 옛날 작업부터 생각하면......비, 보아, 김동률, 수퍼주니어, 엑소, 수호 등등...... 그냥 피아노 세션맨으로 참여하는 게 아니라 편곡까지 맡거나 혹은 피아노 반주의 비중이 아주 높은 곡이 있으면 연락이 온다.
외국의 톱클래스 재즈 음악인들도 다른 음악 참여를 많이 하지 않나.
그렇다. 그래서 이런 기회가 내게 많이 오는 것을 감사해 하고 있다. 다양한 음악을 많이 듣는 것이 공부에 참 많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메인 뮤지션이 저를 늘 '재즈' 피아니스트라고 소개해 주는데, 그래서 다른 부류의 음악을 들으러 오신 많은 분들에게 재즈를 들려 줄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기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사명감도 조금 느낀다. (웃음) 아쉽게도 재즈를 들으시는 분들의 숫자는 너무 적지 않은가.
송영주 씨를 처음 본 것이 2000년대 초반, 미국 유학 중에 잠시 한국에 들어왔을 때였다. 그때 국내 재즈계에서는 대단한 피아니스트가 나타났다고 다들 이야기 했다. 그때 이미 재즈 음악인이 될 거라고 마음먹었나?
재즈 연주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었기 보다는 그냥 재즈가 너무 좋았다. 사실 나는 재즈가 뭔지도 모르고 유학 길에 올랐다. 당시에는 마일스 데이비스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성가대에서 연주했고 그래서 음악을 화성으로 이해하고 그 화성으로 내 나름대로 연주하는 것이 좋아 더 공부하고 싶어 유학길에 오른 것이다. 그래서 재즈를 그냥 학구적으로 접근했지 앞으로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다. 그런데 재즈공부를 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재즈 사운드가 귀에 들리고 가슴에 꽂히더라. 그때부터는 재즈란 음악을 정말 하고 싶어 졌다. 내 인생에서 상상도 못했던 변화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재즈가 단숨에 될 리가 있는가. 나는 재능이 없는가 보다 하고 맨날 어두운 연습실에서 혼자 눈물을 흘렸다.
그러다가 2005년에 드디어 첫 음반을 발표한 건가?
그렇다. 그래서 앨범 제목이 <터닝 포인트 Turning Point>였다.
그 이후로 앨범을 매해 쉬지 않고 발매했다. 커리어가 조금 짧기는 하지만 송영주 씨를 제외하면 피아니스트 고희안 씨가 국내 재즈계에서는 음반을 꾸준히 발표하는 유일한 연주자인 것 같다. 혹시 도중에 지치지 않았나?
사실, 앨범을 발표해 봤자 세상이 바뀌는 것은 고사하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잘 팔리지도 않더라......그러면 그냥 낙담하고 말아야 하는데 또 머릿속에 새로운 영감과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나도 모르게 또 앨범 작업을 하고 있더라. 생각해 보면 나도 잘 이해가 안 간다. (웃음)
그러면서 '아이쿠, 그러고 보니 내가 어느새 재즈 연주자가 되어버렸네! 앞으로 어쩌지?' 뭐, 이런 생각은 해 본 적 없나?
맨 처음 그냥 열정만으로 데뷔 음반을 녹음하고 데모 녹음을 한국 EMI(현재 워너)에 제시했더니 얼마 후 음반을 발매하자고 연락이 왔다. 너무 좋았다. 그리고 이후에 '스톰프 뮤직'에서 연락이 와서 계약을 맺고 회사에서 제작, 홍보 등을 전담하고 2집에서 4집까지를 발표할 수 있었다. 맨 처음부터 나 혼자 하라고 했으면 그렇게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5집부터 10집까지 혼자 힘으로 음반을 발표 한 게 아닌가? 그런 연주자는 송영주 씨가 유일하다.
그러니까, 내가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나도 이해가 안 간다. 어떤 음악이 생각나면 전에 겪었던 실망, 좌절 그런 것을 다 잊고 또 새롭게 작업에 들어간다. 사실 회사와 계약을 맺고 발표한 음반들 보다 혼자 작업한 음반들이 훨씬 더 마음에 든다.
동의한다. 그런데 스톰프 뮤직과 계약이 끝난 후 다시 미국으로 나가지 않았나?
그렇다. 그러니까 2004년도에 학교를 마치고(버클리 음대, 맨해튼 음대 석사과정) 돌아와서 6년 간 활동했다. 그러면서 내가 점점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학교 강의도 많이 나갔고 또 다른 음악의 레코딩, 라이브 세션도 많았다. 그래서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2010년에 뉴욕 주립 대학에 아티스트 디플로마 과정(Artist Diploma: 능력 있는 직업 연주자들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과정)에 뒤늦게 입학해 1년 간 공부했다. 그때 나이가 이미 서른아홉 살이었다. 하지만 실은 학교 과정은 핑계였다. 그냥 미국 나간다고 하면 너무 막연하고 주변에도 무책임하게 보이니까. 진짜 하고 싶었던 것은 재충전 하면서 내 음악을 만들고 싶었고 또 뉴욕의 뮤지션들과 작업하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음반이 2011년에 발표된 <Tale of a City>다. 그러면서 3년 반~4년 동안 뉴욕에 머물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서 외국서 공부하고 생활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맨 처음 유학 갔을 때 보다 훨씬 힘들었다. 예상 못했다. 한국에서는 그래도 인정도 받고, 누가 찾아 주기도 하고, 수입 면에서도 그래도 안정된 삶을 살다가 나이가 들어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생활하려니 그 격차가 심하게 느껴졌다. 젊었을 때는 아무런 생각 없이 또래 학우들과도 잘 사귀고 했는데 아티스트 디플로마 과정이라는 것이 그런 환경이 아니지 않는가. 많이 외롭고 힘들었다. 그래도 큰 결심을 하고 그곳에 갔으니 이를 악 물자고 마음먹었다.
그곳에서의 음악 활동은 어떠했나?
뉴욕 클럽의 문턱이 너무나 높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나 같은 외국인 여성이 그 문턱을 넘기는 정말 버거웠다. 또 내가 사교에 적극인 사람이 아니고 소극적이고 조용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도 뉴욕에서 계속 활동하니까 블루노트 클럽에서 연락이 왔고 2014년 단독 공연을 가졌다. 그 이후에 여러 페스티벌에서 연락이 오더라. 그런 과정에서 발표한 음반들이 <Tale of A City>(2011), <Between>(2014), <Reflection>(2015)과 같은 작품들이다. 이런 작품들을 만들면서 음악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2010년대의 음반들을 들어보면 무의식중에 자신이 굉장히 힘든 길을 가고 있다는 점을 언뜻 언뜻 드러내고 있다고 느꼈다. 그렇게 만든 음악이 자신에 위안이 되는가?
물론이다. 음악 때문에 슬프고 좌절도 하는데 또 그 음악 때문에 위로도 받고, 열정도 생기고, 다시 도전하고 싶은 의욕도 생긴다. 그래서 무척 힘들었지만 후회한 적은 없다......(잠시 생각하더니)......생각해 보면 모두 감사한 일뿐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직업 연주자로서 활동할 줄은 나도 몰랐다. 신기할 뿐이다.
후배 재즈 연주자들을 보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
창작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느낄 것이다. 어느 지점에서 한계에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럴 때는 외부의 자극이 필요하다. 그래서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꼭 외국일 필요는 없는데 스스로 자신을 환기시킬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나도 위기다. (웃음) 학교(서울신학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4~5년 정도 되니 또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이러다가 또 전부 때려치우고 사라지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웃음)
이번 앨범에서도 연주된 'Uncharted Road'도 그런 음악가의 삶을 그린 것인가?
그렇다. 우리말로 하자면 '지도에 나와 있지 않은 길', '그려져 있지 않은 길' 그런 뜻인데......여성 연주자, 뭐 그런 성별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여성 재즈 뮤지션이 보컬리스트도 아니고 피아니스트로 산다는 것이 아무도 정해 놓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써 본 곡이다.
그러면 그 길은 'Uncharted Road'처럼 고독하고 쓸쓸한 길인가?
아니다. 물론 그런 면도 있지만 보다 자유롭고 나다울 수 있는 길이다. 만약 다른 음악을 했다면 이토록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재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나이의 제약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많은 재즈 음악인들은 훌륭한 곡이 있으면 그 곡의 화성 진행 등을 분석해서 새로운 곡을 만든다. 음악에 접근하는 태도가 대단히 음악적이다. 그런데 송영주의 음악은 그 근본이 자기 자신, 자신의 일상 속에 있다는 느낌을 준다.
글쎄......내가 내 음악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말하기 조심스럽다. 그런데 나는 음악은 그 사람을 속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그 음악은 그 사람을 드러내게 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음악으로 내 자신을 과도하게 표현하고 싶지 않다. 그래 봤자 그 한계는 금세 드러난다. 그냥 내 모습을, 내 기량을 들려주는 것이 음악이고 재즈라고 생각한다.
일상 속의 경험 같은 것이 작곡에 영향을 주는가?
당연히 그럴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음반에 담긴 'Late Fall'은 영화 <만추>를 보고 그 느낌을 피아노로 표현한 것이다. 영화 후반에 탕웨이가 현빈을 찾아 헤매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아련한 느낌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웃음) 여행을 통해서 얻은 느낌,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얻은 느낌도 작곡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음악에서 기교, 테크닉은 별로 안 중요한가?
아니다. 그게 없다면 어떤 느낌과 생각이 있어도 그것을 음악적으로 훌륭하게 표현할 수 없다. 느낌과 기교는 균형을 맞춰야 한다. 어느 한 쪽으로 기울면 훌륭한 음악이 나올 수 없다.
그럼에도 송영주의 음악에서는 기교를 과시하려는 부분이 별로 없다.
내가 무엇인가를 표현하려고 할 때 화려한 테크닉을 사용하면 당장은 만족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들어보면 그것은 결코 훌륭한 음악이 아닐 것이다. 난 오히려 그 반대의 결점이 많은데 녹음을 하고 들어보면 늘 기교의 한계가 너무 많다. 그래서 이 녹음들은 절대 세상에 내놓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한다. 그러다가도 이후에 몇 번 들으면 '그렇지, 이게 내 모습이지. 그런대로 날 솔직하게 표현했네.'라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 결국 음반으로 발표하게 되는 것 같다. 이번 음반도 곡 사이에 박수 소리만 제거 했을 뿐 라이브 녹음 그대로, 아무런 편집 없이 음반으로 발표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피아노 솔로 음반은 송영주의 모습이 그대로 실렸고 또 송영주 음악이 비로소 완성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밴드로 연주할 때는 멤버 간에 영향도 주고받고, 특히 젊은 시절에는 당시 선두에서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는 연주자들을 부지부식 간에 흉내 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음반은 그럴 수 없었다. 피아노 독주이다 보니 어디 얹혀 갈 데도 없었고 그냥 내 모습을 보여 줄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첫 앨범을 발표한 지 10여 년이 흐르다 보니 트렌드보다는 자기 자신에 더욱 충실하게 되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전에 밴드 편성으로 녹음되었던 곡들이 이번에 피아노 솔로로 여러 곡 녹음되었는데, 원래 작곡 당시부터 피아노 솔로를 염두에 두었던 곡들인가?
아니다. 솔직히 이번에 피아노 솔로 앨범에 실린 곡들은 이전에 트리오 혹은 쿼텟 편성으로 녹음해 놓고 실제로 무대 위에서 별로 연주할 수 없었던 곡들이다. 아무래도 밴드로 무대에서 연주하게 되면 보다 에너지가 넘치고 구성이 복잡한 곡들을 선호하게 된다. 그래야 연주하는 재미도 있고 관객들도 흥미롭게 듣는다. 그러다 보니 이런 정적인 발라드 곡들은 프로그램에서 누락되기 쉽다. 'Late Fall'이나 'Uncharted Road'는 전에 발표하고도 무대 위에서 한 번이나 연주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런 곡들을 그냥 묻혀두기엔 나로서는 너무 아까웠다.
솔로 피아노 앨범은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나?
늘 선망의 대상이었다. 빌 에번스, 키스 재럿, 프레드 허시, 브래드 멜다우......내가 존경하는 피아니스트들은 모두 피아노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나도 언젠가는 그런 앨범을 꼭 내고 싶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무척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 것도 없이, 즉흥연주로 훌륭한 음악을 계속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그것은 웬만한 고수가 아니면 엄두를 낼 수 없는 연주였던 것이다. 클래식에서 피아노 독주곡을 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 재즈에서의 솔로 음악회다. 그걸 알게 되니 그 거장들이 더욱 존경스러워졌다. 특히 키스 재럿의 <Facing You>. 20대 초반에 그런 연주가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피아노 독주가 어렵다는 점을 어떻게 실감하게 되었나?
서울 대치동에 있는 마리아 칼라스 홀에서 초청 연주회가 있었다. 내가 프로그램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그 장소에게 내게 피아노 독주회를 부탁했다. 그때도 잠시 망설여지긴 했는데, 피아노란 악기가 본질적으로 모든 성부가 혼자서 가능한 독주 악기가 아닌가. 그래, 더 이상 피하지 말고 한 번 해보자, 마음먹고 그 연주회에 응했다. 그때가 작년(2017년) 8월이었다. 그런데 막상 해봤더니, 너무 너무 힘들다는 걸 절감했다. 이런 연주는 다시는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만이 들더라. 활동 경력이 10년이 넘었지만 처음 느끼는 두려움과 당혹감이었다.
그런데 얼마 후 생각이 바뀌더라. 그래, 올해 안에 다시 피아노 독주회에 도전해보자. 그래서 작년 12월에 피아노 독주회 일정을 잡고 녹음까지 하게 되었다. 솔로 피아노는 내게 도전이자 모험이었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 시기에 내게 꼭 필요한 도전이었다.
재즈 말고 다른 음악도 즐겨 듣는가?
사실은 거의 못 듣는다. 시간 돼서 찾아 듣는 것은 재즈고 특히 피아노 음악이다. 이번에 브래드 멜다우의 <After Bach>를 들었는데 너무 좋았다. 바흐 음악을 완전히 자기 스타일로 소화시켜 자기 음악으로 만들어 내더라. (그 후 잠시 생각하다가) 그런데 지난 8월에 첫 피아노 독주회를 해보고 난 뒤 독주가 너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실은 클래식 레슨을 받았다. 맨해튼 음대시절 클래식을 전공하던 친구로부터 배움을 받았는데 바흐, 쇼팽, 슈베르트 곡을 다시 쳐보고 명연주자들의 음반도 찾아 들어 봤다. 그게 참 도움이 되더라. 그래서 이번 여름 방학 중에는 다시 클래식 레슨을 받으려고 한다.
이번 음반에 담긴 곡 중에 'Song in My Heart'는 이전에 발표 되었던 곡인가?
2006년 찬송가 곡들을 모은 <Jazz Meets Hymns>에 수록되었었다. 그때는 팝 스타일로 연주했었는데 피아노 독주로 연주하니 색달랐다. 가스펠적인 색채가 강하게 나오더라. 사실, 이 곡은 내가 써 본 곡 중 첫 번째 작품이다. 그래서 내겐 참으로 의미 있는 곡이다. 마지막 수록곡인 'His Love'도 <Jazz Meets Hymns>에 담겼던 초창기 곡이다. 이번 앨범의 첫 곡인 'Prelude'는 내 데뷔 앨범의 첫 곡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연주회 첫 곡으로 골라봤다. 이번 앨범 수록곡 가운데 'Reminiscence'만이 최근에 쓴 곡이다. 연주를 잘하려면 이 곡을 더욱 완전히 익혔어야 하는데 좀 아쉬움이 있다.
연주회 계획은 없는가?
5월 11일 저녁 8시 이번 앨범을 녹음한 JCC 아트센터에서 앨범 발매 기념 피아노 독주회가 있다. 아마도 앨범 보다 더 완숙한 연주를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다.
앨범 녹음 계획은 없는가?
당장 다음 앨범은 아니겠지만 이번 음반은 모두 내 작품이었으니 언젠가는 스탠더드 넘버로 피아노 솔로 녹음을 하고 싶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내 스타일에 가장 잘 맞는 곡들로 채우고 싶다. 그리고 정말 잘 맞는 베이스 주자가 있다면 피아니스트 행크 존스와 찰리 헤이든이 했던 것처럼 가스펠 곡들을 듀오로 녹음하고 싶다. 두 사람이 연주한 것을 들어보면 아무런 기교도 쓰지 않는데 연주가 정말 감동적이다. 그 따뜻함을 과연 누가 흉내나 낼 수 있을까!
확실히 어렸을 때부터 내가 듣고 연주했던 가스펠은 내 음악의 고향인 것 같다. 재즈를 연주하던, 클래식을 연주하던 그것이 깔려 있다.
어떤 곡에서는 애틋한 사랑의 아픔 같은 것도 깔려 있지 않은가?
(웃음) 그렇다. 그런데 요즘에 통 만남도 없고 헤어짐도 없으니 감정이 바닥나서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