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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교수 “실체를 알 수 없는 ‘행복’을 알아채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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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아니 적어도 일부러 불행하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한 세대 전과 분위기도 달라서 ‘성공에는 관심 없어도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도 우리 주위에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정말 없다. 행복한 사람들만 사는 동네가 따로 있는지 모르겠지만 참 만나기 힘든 사람 중 하나가 행복하다는 사람인 것만은 확실하다.

 

우리는 왜 이토록 행복을 갈구하면서도 행복하지 못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 여기 『굿 라이프』라는 책이 한 권 있다. 이 책은 행복에 대한 독특한 단서를 우리에게 던져 준다. 행복은 혼자 동떨어져 어딘가에 존재하는 고귀한 이데아가 아니다. 행복은 우리의 수없이 많은 작은 일상들이 모여 완성된다. 그런 점에서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약간 바꿀 필요가 있다. 나는 무엇을 할 때 즐거운가, 무엇이 궁금한가, 무엇에 보람을 느끼고 무엇에 삶의 만족감을 느끼는지 스스로 물어보자.  행복을 별다른 것으로 보는 바람에 어쩌면 행복한 자신을 아직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 있어 행복이라는 말 자체가 진짜 ‘행복’을 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삶 전체를 아우르는 ‘굿 라이프’를 찾아야 한다. 행복은 성공을 포기한 대가로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즐거움을 외면해야 다가오는 것도 아니다. 행복의 세계는 이분법도 아니고 모 아니면 도로 움직이는 장치도 아니다. 

 

이제 ‘행복’ 대신 ‘굿 라이프’를 누리자. 그 출발점에서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와 만나보자. 그리고 『굿 라이프』를 읽어 보고 자신의 행복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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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대한 오해

 

처음부터 행복에 관한 책을 쓰려고 한 것은 아니셨다고요. 이 책을 쓰기까지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인가요?

 

행복 연구를 10여 년간 진행하면서 주요 연구 결과는 논문으로 발표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미 행복에 관한 책도 많이 나와 있죠. 그럼에도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요즘 행복을 말하는 분위기가 균형을 잃어버려서 행복에 대해 오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무슨 얘기냐 하면 행복이라는 이름의 감정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자신이 이미 행복한데도 ‘행복’이라는 이름의 감정을 내가 별도로 경험해야 된다고 생각하니까 행복해진다는 것이 너무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진다는 거죠.

 

또 하나는 제목을 왜 『굿 라이프』라고 지었는지 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삶을 전체적으로 끊임없이 해석하고 재해석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요, 행복은 순간적인 감정을 넘어서는 전체 삶 속에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맛있는 것을 먹고, 친구와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복한 삶을 만드는 것은 순간적인 감정 이상의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행복’이라는 감정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제일 중요한 것은 행복이란 이름의 감정이 하나만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다른 이름이 붙어 있는 좋은 감정들은 행복과 관계가 없어지게 되는 겁니다. 즐거움, 설렘, 뿌듯함, 자부심, 영감 이런 것들이 행복과 다른 감정이 돼 버리는 거죠. 그런데 사실 행복이라는 것은 이런 감정들의 조합이거든요. 뿌듯해서도 행복하고 뭔가 영감을 느껴서도 행복할 수 있는 거죠. 그럼에도 행복을 이와 같은 감정들과 같은 선상에 놓고 보면 다른 좋은 감정들이 행복에서 배제돼 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행복이라는 것은 다른 모든 좋은 감정들을 아우르는 상위 개념이고 행복 안에 다양한 좋은 감정들이 들어 있다고 이해해야 행복에 쉽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행복해지기 위해서 그냥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되는 거예요. 나는 예술이나 문학을 좋아하고 거기에서 영감을 얻는다면 그냥 그것을 하면 행복한 것입니다. 그런데 좋아하거나 영감을 느끼는 것 말고 행복은 어떻게 느껴야 되나 고민하는 것은 행복에 대한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행복한 상태에 있어도 그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네요.


그렇죠. 또 하나의 오해는 목표나 성공이나 성취는 행복에 반하고, 그런 것들을 포기해야 행복이 온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행복을 특별한 목표를 세우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물론 성공해야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경계해야 되지만, 목표나 성공은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끼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거든요. 심지어 ‘나는 아무 목표 없이 자연스럽게 살겠다’는 것도 일종의 목표예요.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면 큰 목표도 있지만 작은 목표도 있어요. 예를 들어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겠다’는 것도 목표예요.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미안하기도 하고 죄책감도 들고 조금 덜 행복한 감정을 받을 수 있겠죠. 그렇게 생각해 보면 목표 없는 삶이라는 것은 행복을 느끼기에 불리한 것인데, 사람들이 목표를 출세하기 위한 목표처럼 큰 것으로만 생각하니까 목표를 버려야만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내가 뭔가 성취하고 싶은 사람은 왠지 행복해 지면 안 될 것 같은 생각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행복과 성취를 반대되는 것으로 보니까 행복해지고 싶으면서도 행복해지면 안 될 것 같은 경계심이 생기게 됩니다. 성취와 행복의 이런 관계도 오해라고 볼 수 있죠.


그런데 ‘나중에 누릴 수 있는 큰 행복보다 작더라도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행복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이런 시각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삶이 덧없고 짧다고 느낄수록 현재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하지만 반대로 한 번 사는데 뭐라도 남겨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죠. 그러니까 이 두 가지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때로는 순간적인 것을 추구할 때가 있지만 때로는 좀 의미 있게 사는 것을 생각하기도 하기 때문에 다 고려해야 된다는 얘기입니다. 즉 ‘지금을 즐기자’는 의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여러가지가 존재하기 때문에 균형을 잡아야 된다는 말입니다. 한쪽만 추구하는 것은 반쪽짜리라는 거죠.


사람들이 쉽게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된다는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 봐야겠네요.


맞습니다. 이분법적인 생각을 벗어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가 이 책에서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 바로 그런 얘기입니다.


제목을 『굿 라이프』라고 한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행복’이라는 말은 일상에서 두 가지 맥락으로 쓰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지금 기분이 별로 안 좋은데, 저 좀 행복하게 해 주세요.’라고 말한다면 그 때의 행복은 emotion, 즉 현재의 기분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졸업한 제자가 찾아와서 ‘교수님, 제가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다면 그건 지금 기분을 좋게 해달라는 말이 아니고, 삶을 말하는 것이죠. 따라서 영어로 feeling happy와 happy life에 있는 두 개의 ‘happy’는 의미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happy가 첫 번째 happy보다 크다는 얘기예요. 그런데 우리는 한자로 표현하는 ‘행복’이라는 말을 첫 번째 의미로 많이 쓰고 있어요. 그래서 삶 전체의 ‘행복’을 이 ‘행복’이라는 단어가 담아내지 못하니까 일부러 ‘삶’을 강조하기 위해서 『굿 라이프』라고 제목을 붙이게 된 겁니다.


교수님이 말씀하신 행복에 대한 오해를 벗어던지는 것 같은 의미가 담겨 있네요.


행복에는 균형을 잡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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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말이 담아내지 못하는 것


한자어에서 나온 ‘행복’이라는 단어 자체가 실체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실체와의 괴리도 크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이런 현상이 한자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언어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난다고 하니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인가요?


행복이라는 개념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해왔는지 또는 각국의 행복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이미 많은 분들이 해 왔습니다. 그런데 한자의 ‘행복’도 그렇고 영어의 ‘happiness’나 독일어의 gluck, 프랑스어의 bonheur 등 모두 ‘우연’이나 ‘기회’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 단어들이 모두 ‘우연’이나 ‘luck’ ‘chance’와 같은 의미를 담고 있는가에 대해 관련 연구를 한 사람들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지금이야 우리가 외부 환경의 변화를 어느 정도 컨트롤 할 수 있지만 아주 오래전의 삶이라는 것은 외부의 어떤 변화, 충격, 질병, 재해에 속수무책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겠죠. 그래서 그 때 살았던 사람들에게 행복은 운 좋게 재난을 피하고, 운 좋게 질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에 ‘우연’을 나타내는 말이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근대 이후로 인간이 여러가지 컨트롤 할 수 있는 기술이나 과학이 발전하면서 행복이라는 게 외적인 요인으로부터 우연히 주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적극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뀌게 된 것이죠. 그럼에도 말 자체는 예전의 흔적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 말이 우리의 행복에 대한 생각을 제한하고 오해를 하게 만들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행복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말이 ‘소확행’이라는 것입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죠. 이런 라이프 스타일을 사는 사람들에게 행복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어떤 말씀을 해 주고 싶으신가요?


책에는 행복한 사람들의 삶의 기술에 관한 것이 10가지 소개되어 있는데요, 우선 일상에서 제일 자주 마주치는 행복에 관한 주제가 돈, 시간, 사람, 일과 같은 것들이잖아요. 따라서 도대체 행복한 사람들은 이런 주제들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배워볼 만합니다. 먼저 돈은 최근 연구를 참고 해 봤을 때 두 가지만 실천해 보면 좋을 거 같아요. 하나는 돈으로 경험을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돈으로 시간을 사는 것입니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돈으로 소유와 함께 경험이나 시간을 사는 것입니다. 소유는 사지 말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돈으로 경험을 사라는 말은 여행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요?


많죠. 여행도 있고, 영화나 연극도 있죠. 그리고 산책을 할 수도 있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물건을 사는 게 아니고, 경험이나 생각을 하는 데 들어가는 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시간을 사는 겁니다. 자기 시간을 아껴줄 수 있는 서비스에 돈을 투자해서 자기의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라는 거죠. 그렇게 해서 시간 빈곤으로부터 벗어나는 게 삶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교수님은 주로 어떤 시간을 사는데 돈을 지불 하시나요?


시간을 산다는 게 효율을 높이는 것이잖아요. 효율을 높이면 남는 시간이 생기고, 남는 시간에는 다른 것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생각해 보니까 효율적인 공간에 가면 효율성이 올라서 결국 시간을 사는 셈이 되더라고요. 예를 들면 책을 쓰거나 글을 읽을 때 집에서 잘 안 되면 동네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을 사 먹으면서 두 시간 일하면 엄청나게 시간을 아끼게 됩니다. 집에서 하면 몇 시간을 해도 안 될 때가 있거든요. (웃음) 그리고 또 하나는 운동이에요. 운동도 집 앞에 운동장 한 바퀴 뒤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체육관에 가면 운동장에서 혼자 할 때 보다 훨씬 더 강도 있게 효율적으로 운동을 하게 돼요. 그것도 내가 시간을 사는 셈이죠.

 


행복에도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기술이 있나요?


사실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어떤 행복의 기술이 있나요?


갈등 관계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저도 전문가가 아니에요. 다만 행복의 관점에서 말씀드리면 자기에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미움 받는 것을 신경 쓰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물론 쉽지 않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견디기 힘들 정도로 괴롭다는 말도 하고요. 그런데 그걸 견디는 힘은 좋은 사람하고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겁니다. 그래서 안 좋은 관계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도 고민해야 하지만 그럼으로 빼앗긴 행복을 어떻게 채울 것이냐도 고민해야 되거든요. 마치 아픈 곳이 있으면 그 부위를 치료하기도 하지만 주변 근육을 강화시켜서 이겨내기도 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받는 미움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우리가 추구하는 두 가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경험하는 자기를 위한 행복이고요, 다른 하나는 기억하는 자기를 위한 행복이라고 하는데요, 이건 어떤 의미인가요?


내시경을 하는 동안 실시간으로 고통의 정도를 이야기하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A라는 환자가 B 환자보다 실시간으로 보고한 고통은 더 많았는데 나중에 끝난 다음 내시경 자체에 대해 평가할 때는 A 환자가 내시경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역설적인 일이 벌어진 거죠. 그래서 왜 그럴까 했더니 우리가 어떤 일을 회상해서 내리는 평가는 순간의 경험에 대한 단순한 총합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회상을 할 때 누락되는 부분도 있고 왜곡되는 부분도 있고 경험의 일부를 선택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결론은 경험의 마지막 부분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내시경이 굉장히 아픈 상태에서 끝났다면 너무 안 좋았다고 기억하고, 고통이 점점 줄어든 상태에서 끝났다면 괜찮다고 기억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장 강렬했던 경험, 즉 ‘peak and rule’이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자기가 나중에 기억해서 평가할 만한 일들을 염두에 둔다면 조금 더 현명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여행을 갈 때 일정을 짠다고 생각해 보죠. 보통은 마지막 날 정신없이 정리하고 짐싸서 오기 바쁜데 그 대신 가장 좋은 장소에 가서 가장 좋은 음식을 먹는 일정을 마지막 날에 배치하는 겁니다. 그래서 카너먼 교수가 하는 얘기는 우리가 행복을 얘기할 때 누구를 위한 행복을 얘기하는 것이냐는 걸 생각해 보라는 겁니다. 현재 경험하는 자신을 위한 행복이냐, 아니면 나중에 이 순간을 회상하는 자신을 위한 행복이냐, 이 두 가지가 같은 수도 있지만 다를 수도 있겠죠. 그리고 그것이 이 책 『굿 라이프』에서 삶을 강조한 것과 연결되는 거죠.


많은 나라들이 국민의 행복에 관심을 갖고 어떻게 하면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정책을 내놓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영국은 최근 ‘외로움 담당관’을 임명하는 등 인상적인 노력을 해서 관심이 가는데요, 영국의 이런 노력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요?


영국이 올해 loneliness, 즉 외로움이나 고독과 관련된 부서를 만들고 장관을 임명했잖아요. 시대가 변해서 그 사회에 어떤 중요한 이슈가 생기면 그런 부서가 공적으로 생기게 되는데요, 우리로 치면 ‘여성가족부’가 있겠죠. 중요하기 때문에 부서를 만들어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측정해보자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외로움’과 같은 심리적인 문제를 중요한 국가의 어젠다로 삼아서 부처를 만든 경우가 없는 것 같습니다. 건설, 교통, 환경과 같이 눈에 보이는 유형의 문제에만 관심을 갖죠. 물론 부탄이 국가총행복 (GNH)이라는 지수를 만들어서 관리하는 위원회를 두고 있는데요, 영국 같이 규모가 큰 소위 선진국이 개인의 내면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부서를 만들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시도는 정말 좋다고 봅니다. 이제 어떤 일들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겠죠. 하지만 저는 이 노력이 일시적이 아닐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전부터 영국 통계청에서 국민들의 행복을 측정해 왔는데요, 다른 많은 나라와 달리 영국은 측정을 할 때 특별한 질문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영국은 여러 질문 속에 순간의 기분을 나타내는 감정에 관한 것도 물어보지만 삶을 전체적으로 보고 삶의 의미를 물어보는 문항을 집어넣은 것입니다. 그 질문은 행복을 균형 있게 보고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보여서 대단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경제력에 비해 행복 지수가 낮은 나라라고 하는데요, 영국의 사례를 참고해서 우리도 국가가 국민의 행복에 더 관심을 갖게 되면 좋겠네요.


우리나라도 행복 지수를 측정하고 있는데, 사실 무슨 일이든 전담하는 사람과 기구를 만들어야지 일이 제대로 돌아가잖아요. 그런데 그렇지 않고 어떤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으면 일이 구체적으로 되지 않습니다. 지금은 행복이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만 가지고 있지 체계적으로 인력과 예산을 들여서 일을 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 같아요. 그런 점이 아쉽죠.

 


아리스토텔레스가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이야기한 행복에 이르는 최고의 수단인 덕스러움을 ‘품격있는 삶’으로 표현하시면서 ‘지나치게 심각하지 않은 삶’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하나는 이 책이 행복에 관한 책 중에서는 좀 심각한 편이라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행복이란 것에 정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행복감이 낮아요.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면 틀릴까봐 걱정하고, 맞춰 나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시험보는 것처럼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행복하지 않은 거죠. 행복에 대한 견해 자체가 너무 엄격해가지고 이것 만이 행복이고 저건 행복이 아니라고 해버리면 모순이 생깁니다. 행복은 자유로움인데 행복에 대한 이론은 자유롭지가 않아요. 그리고 이 얘기를 후반부에 배치한 이유는 행복이 도덕이나 윤리는 아니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이 다른 사람의 행복에 방해가 돼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더 적극적으로 나의 행복이 다른 사람의 행복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꼭 그래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면 또 숙제가 되니까요. 그런데 상대방의 행복에 방해가 되는 것 중 하나가 지나치게 강한 주장을 가진 사람들의 태도입니다. 지나치게 심각하고요. 내 생각이 아니면 안 되고, 내 생각만 맞다고 하는 태도는 상대방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마지막에는 지나치게 심각하지 않은 것, 너무 진지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 것입니다.


이 책을 읽을 독자에게 진지하고 심각하지 않게 한 마디 해 주세요.


개인적으로 자작곡 같은 책이에요. 그래서 욕심이 나요. 어떤 욕심이냐 하면 사람들이 많이 읽어서 행복에 대한 생각이 더 넓고 균형이 잡혔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보통은 자기책을 많이 읽어달라는 게 민망한 일인데요, 이번에는 욕심이 납니다. 많은 분들이 읽어보시고 제 생각을 받아들이라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행복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해 보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굿 라이프최인철 저 | 21세기북스
심리학 교양서를 독보적인 스테디셀러로 만든 저자만의 강력한 글의 힘과 인문, 사회, 자기계발의 영역을 넘나드는 실천적 학문으로서 심리학이 가진 매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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