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아무렇지 않은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세상은 내가 이상하다고 한다』는 홍승희의 이야기다. 306쪽에 달하는 더없이 솔직한 기록. 그러나 다 읽은 후에도 ‘홍승희가 누구인지’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그녀와 연관된 몇 가지 단어들을 나열할 수는 있겠다. 효녀연합, 권력 풍자 그라피티, 거리 예술가, 영페미니스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누군가를 설명하는 말들의 총합이 곧 그 사람이...
View Article유시민 “『역사의 역사』 를 쓴 결정적 이유”
“가제본 아닌가요? 진짜 유시민 책 맞아요?” 돌베개에서 『역사의 역사』 표지를 공개하자 대다수의 독자가 놀라워했다. 역사책이긴 한데 어쩐지 예술책 같은 장정. 디자이너는 왜 이런 표지를 기획하고 출판사는 왜 이런 디자인을 수용했을까. ‘유시민 책’ 같아야 출판 시장이 더 반응할 텐데 말이다. 혹여 궁금한 독자가 있다면 책 제목에 숨겨진 힌트를 읽자....
View Article아시안 체어샷, 일보 후퇴는 있어도 현실 타협은 없다
아시안 체어샷은 꾸준히 강력하다. 2011년 첫 EP <Chairshot>부터 이번 정규 2집 <IGNITE>까지 한국적인 색과 록을 결합하여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과시해온 그들에게 일보 후퇴가 있을지언정 현실 타협은 없었다. 기존 멤버의 탈퇴와 교체로 인해 3년이란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돌아온 그들이 들려주는 록...
View Article최인철 교수 “실체를 알 수 없는 ‘행복’을 알아채는 법”
거의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아니 적어도 일부러 불행하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한 세대 전과 분위기도 달라서 ‘성공에는 관심 없어도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도 우리 주위에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정말 없다. 행복한 사람들만 사는 동네가 따로 있는지 모르겠지만 참 만나기 힘든 사람 중 하나가...
View Article[커버 스토리] 김금희, 어떤 마음에 관한 이야기
소설을 읽다 보니 허기졌다. 티 내지 않으려 꾸역꾸역 감춰뒀던 어떤 감정들이 불쑥 튀어나왔다. ‘네게도 있는 마음이지?’라고 묻는 인물들에게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소설가 김금희는 첫 장편을 두고 “쓰이는 대로 썼다”고 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시작은 같은 상처를 지닌 두 남녀의 연애였지만, 두 주인공은 한 번 손을 포개어 잡는 것으로...
View Article무적핑크 “‘나는 그래도 된다’는 생각이 제일 무서워요”
웹툰 <조선왕조실톡>의 작가 무적핑크가 세계사로 눈을 돌렸다. 새로운 역사만화 시리즈 『세계사톡』을 선보인 것. 웹툰 <세계사톡>은 지난해 10월부터 ‘저스툰’에서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으며, 그 중 구석기 시대부터 기원후 300년까지의 내용이 『세계사톡』 1권에 담겨 출간됐다. 조선시대 인물들과 메신저로 ‘톡’ 한다는 설정으로...
View Article김시덕 “서울 정체성, 언제까지 ‘궁궐’에서 찾아야 하나”
서로 처음 만나는 자리, 어색함이 감돈다. 누군가가 먼저 물어본다. "집이 어디인가요?""서울이에요.""고향도 서울인가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 고향은 OO에요." 1,000만 명이 살지만 고향을 서울로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서울, 하면 예전에는 조선 왕족이 살았던 곳이고 현대는 지방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아파트에서 사는...
View Article김현아 “환자를 살리고 싶다면, 간호사가 살아야 한다”
“네가 바로 저승사자와 싸우는 아이로구나.”내 모습을 한참 동안 옆에서 지켜보단 한 할머니가 두 눈가로 흘러내린 땀을 닦아내고 있는 나에게 말씀하셨다. 그 순간, 그동안 희망론자와 회의론자를 오가던 중심 없던 마음이 가슴 아래로 묵직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그랬다. 나는 내 환자들을 지키는 사람이었다.(85쪽) 그렇게 “내 환자”를 지키려 고군분투하던...
View Article정민정 기자 “고단한 여성 후배들을 위로하고 싶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세계 여성의 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의 유리천장지수(glass-ceiling index)를 공개한다. 교육, 경제활동참여율, 임금, 양육비용, 육아휴직 권리, 간부직 내 여성 비율 등 10개 항목을 평가해 여성의 사회 참여를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인 유리천장을 수치화하는 것인데, 첫 발표를 시작한...
View Article[말하기 특집] 손경이가 말하는 강연 잘하는 법
성교육 강사로 활동 하고 있어요.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저는 아이와 친구처럼 오랫동안 관계 맺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러려면 소통이 잘 돼야겠다 싶어서 아이가 어릴 때부터 대화법도 배우고 심리치료도 배우고 여러 가지를 배웠죠. 대화가 잘 되다 보니 성 얘기도 하고 되고 하다 보니 제가 재미있어서 관심을 갖고 배우게 됐죠. 그게 시작이었던 것...
View Article[말하기 특집] 개그맨 황영진 - 예의 있게 웃기는 법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유머라도 상처를 주면 안됩니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셨어요.처음 제안이 왔을 때는 고민이 많았어요. ‘양성평등’에 관한 주제로 강사들을 모았는데 다른 분들이 작가, 국회의원, 교수님들 뭐 이랬죠. 저는 그 정도의 커리어도 안 되고 어차피 잘난 체를 해봤자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신을 반성하는...
View Article요조 “좋아하는 곳이 ‘무사’하려면”
소설가 장강명은 말했다. “팟캐스트 진행을 잘하는 노하우요? 요조 씨랑 진행하면 됩니다.” 답변을 듣고 한참 끄덕였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장강명은 『오늘도, 무사』 추천사에 “요조는 작지만 신실한 세계를 가슴에 품고, 그 우주를 주변으로 넓히는 사람이다. 나는 그 소중한 세계를 망가뜨릴 것 같아 두렵다. 아름다운 연못을 본...
View Article황선미 “아무도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세상은 때로 누군가에게는 너무 가혹하다”고 작가는 썼다. ‘장미’는 가혹한 세상에 덩그러니 놓여진 존재다. 열여덟의 나이에 엄마가 된 소녀. 그보다 일찍 부모에게 외면당한 아이. 가출청소년, 미혼모 같은 차가운 단어로 손쉽게 설명되는 사람. “그러니까 이 꼴이지.”라고 혀를 차도 될 것 같은 대상이다. “멍청하고 어리석고 몸뚱이 함부로 굴린...
View Article조홍석 “이 책은 반강제로 쓰게 됐어요”
신동이라 불리는 어린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단지 남들이 모르는 것을 안다는 재미에 빠져 역사를 공부하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역사적으로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책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었고 그 지식들은 그 아이의 머릿속으로 고스란히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는 친구들에게 잘난 척을 하고 싶어서 책을 읽었지만 나중에는 책이 재미있어서 읽었고...
View Article헤르츠티어 “존재하는 모든 것에서 발견한 이야기”
한 권의 책에 담긴 모든 이야기는 제각기 따로 놀지만 어떤 순간 하나의 궤를 그리며 이어진다.“간밤에 비가 왔고 죽은 지 30년 된 아버지가 나의 황무지에 다녀(52쪽)”가던 날 발자국이라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을 저버리고 아무 흔적도 남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아무도 없었지만,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었(116쪽)”던 순간을 발견하고 만다. 그래도...
View Article김원영 “오래 보아야 인간이 존엄함을 알 수 있어요”
‘잘못된 삶(wrongful life)’ 소송은 장애아가 태어났을 때, 삶 자체로 손해가 발생했으니 장애를 진단하지 못한 의사에게 손해를 배상하라고 청구하는 민사소송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는 분명 막대한 의료비와 돌봄 노동이 필요하고, 비장애 아이의 육아와 비교한다면 장애를 가진 삶은 손해에 가깝다. 소송의 이유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과연 태어난 것이...
View Article재즈 드러머 최보미, 앨범을 녹음하며 배운다
2014년 드러머 최보미의 첫 앨범 <보미즈 호미즈 Bomi's Homies>가 처음 나왔을 때 몇몇 사람들은 앨범에 화려한 멤버들 때문에 깜짝 놀랐다. '도대체 최보미가 누구야?' 그런데 얼마 전 발표된 그녀의 두 번째 앨범 <B와 함께 점핑을 Jumpin' with B>은 첫 앨범의 화려함이 단지 일회적인 우연이 아니란 사실을 증명해...
View Article이영도 “독자의 기대는 부담스러우면서도 좋은 것”
그리 멀지 않은 현대 한국에는 이영도라는 작가가 살고 있었다. 하이텔 통신망으로 연재한 『드래곤 라자』로 인해 독자들은 ‘좀비’를 자처하며 올라오는 글마다 남김없이 읽어내려갔고, 이후 책으로 나온 소설들은 방대한 분량으로 수많은 사람의 밤을 없앴다. 한국적 소재와 독창적인 세계관으로 만든 『눈물을 마시는 새』 와 『피를 마시는 새』로 상업과 문학의 양...
View Article조이스 박 “동화에 숨겨진 여성의 목소리를 들어요”
어린 시절 좋아했던 동화를 성인이 되어 다시 읽고 배신감에 뒤척인 밤을 기억한다.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것은 공교롭게도 같은 여성인 계모일 때가 많았고, 그녀들을 구원하는 것은 오직 왕자의 구애였다. 산전수전 다 겪고 살아남은 굳센 여인의 삶을 축복하는 엔딩은 어째서 늘 혼인인 건지, 알 수 없는 불쾌감이 잠을 삼킨 밤이었다. 그런데 『빨간모자가 하고 싶은...
View Article김한민 “저는 『불안의 책』을 모르겠어요”
김한민 작가는 그를 일컬어 ‘복수(複數)의 화신’이라 말했다. 120여 명의 인물을 창조해내고, 그들을 통해 서로 다른 결의 작품을 탄생시킨 작가.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한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가 그 주인공이다. 페소아 안에는 수많은 페소아들이 존재하는 까닭으로, 그에 대해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다. 페소아를 페소아답게...
View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