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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핑크 “‘나는 그래도 된다’는 생각이 제일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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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조선왕조실톡>의 작가 무적핑크가 세계사로 눈을 돌렸다. 새로운 역사만화 시리즈 『세계사톡』을 선보인 것. 웹툰 <세계사톡>은 지난해 10월부터 ‘저스툰’에서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으며, 그 중 구석기 시대부터 기원후 300년까지의 내용이 『세계사톡』  1권에 담겨 출간됐다.

 

조선시대 인물들과 메신저로 ‘톡’ 한다는 설정으로 딱딱한 역사를 재기발랄한 이야기로 풀어냈던 <조선왕조실톡>과 마찬가지로 <세계사톡>에서도 유쾌한 대화가 오고간다. 문자가 발명되기 이전의 인류는 이모티콘과 사진, ‘@!^#&’같은 기호를 사용해 ‘톡’ 하고, 문명을 발생시키고 제국을 건설했던 인물들은 SNS를 통해 생생한 현재를 공유한다.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던 이야기들은 시기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됐다. 같은 시기, 서로 다른 땅에서, 비슷한 역사를 쌓아올렸던 인류의 흔적을 모아놓은 것.  『세계사톡』를 읽다 보면 인류문명의 발전사와 세계사의 흐름이 손에 잡힌다.

 

지난 6월 25일, 서교동에 자리한 ‘와이랩(YLAB)’에서 무적핑크(변지민)와 무적민트(박은아) 작가를 만났다. 두 사람은 ‘핑크잼 레이블’ 안에서 『세계사톡』 을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 개발하고 있다. 만화 전문 제작사 와이랩은 ‘세상의 모든 재미없는 것들에 재미(JAM)를 바르자’는 취지로 무적핑크 작가와 손잡고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작가 레이블 ‘핑크잼’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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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른 일은 두 개밖에 없어요


『세계사톡』은 굉장히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잖아요. 자료조사부터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무적핑크 : 핑크잼에서 톡 시리즈를 만들 때 첫 시작을 무적민트 작가님이 하세요. 저희의 브레인이자 CPU이자 실세라고 할 수 있죠(웃음).

 

그러면 무적핑크 작가님은 어떤 존재인가요(웃음)?


무적핑크 : 메인보드라고 할까요? 전기가 나가도 상관없는(웃음).

 

무적민트 작가님은 정말 많은 자료를 찾아보셨을 것 같아요.


무적민트 : 그렇죠. 사실 역알못(역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자료를 보는 족족 흡수해야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 과정이 너무 재밌는데, 처음에는 뭐가 중요한지 뭘 어떻게 다뤄야 되는지 감이 안 잡혔어요. 그런 부분에서 많이 힘들었죠. 무적핑크 작가님을 비롯해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 저 혼자 해야 했다면 지금도 헤매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무적핑크 : 저도 못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핑크잼에 백기 들고 ‘도와주세요’ 한 거예요(웃음).

 

『세계사톡』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어땠나요?


무적민트 : 작업의 첫 번째 단계는 자료조사예요. 관련된 것들 공부 다 하고, 그 중에서 뭘 다루면 독자들이 재밌게 읽을까 생각하면서 꼭지를 정하고요. 거기에 맞춰서 시놉시스를 짜요.


무적핑크 : 무적민트 작가님이 꼭지를 정하시는데, 가령 ‘인류의 시작은 종교를 만드는 시점까지가 아닐까’라고 생각하시면 그 지점까지 이르는 수천 년을 쪼개서 꼭지를 50개 정도 만들어요. 각 문명의 탄생을 다루는 식이죠. 그게 반 년 동안 연재할 웹툰의 소재가 되고, 책 한 권에 실리는 분량이에요. 그 뒤에는 꼭지에 따라서 시놉시스를 만들고요.


무적민트 : 회의할 때 저는 그냥 이런저런 얘기를 던지는 수준이고요. 무적핑크 작가님이 다 해주십니다(웃음).


무적핑크 : 그리고 모지현 선생님께서 저희한테 과외를 해주셨어요. 분기별로 오셔서 마치 전공수업처럼 강의를 해주시는 거죠.

 

모지현 선생님께서 책의 해설만 쓰신 게 아니군요. 준비 과정부터 함께 하셨네요.


무적핑크 : 네, 선생님께서 가닥을 잡아주셔야 하니까요. 가령 중세시대는 사람들이 종교에 묶여 있는 게 골자라고 알려주시면, 저희가 그 안에서 내용을 뽑을 수 있잖아요.


무적민트 : 저희가 어떤 포인트에 맞춰서 작업해야 할지 알려주셨어요. 도와주신 덕분에 조금 더 쉽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웹툰 <세계사톡>의 연재를 시작하기까지, 준비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무적핑크 : 1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조선왕조실톡> 연재 초기부터 이야기가 나왔었거든요. 세계사는 진짜 방대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풀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초반에는 별의별 아이디어가 다 있었어요. 일단 <조선왕조실톡>이 인기 있으니까 ‘이순신과 넬슨이 이야기를 나누는 콜라보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인류의 탄생부터 다루면 문자가 없는 시기가 있는데 어떻게 ‘톡’을 할 것인지, 그런 논의도 몇 개월 이어졌고요. 그 뒤에 무적민트 작가님이 합류하셔서 뼈대를 잡아나가셨어요. <세계사톡>은 무적민트 작가님하고만 함께하는 게 아니고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레이아웃 짜시는 분과도 손발을 맞췄어요. 담당 PD도 보셔야 했고요. 족히 1년은 넘게 준비한 것 같아요.

 

‘핑크잼’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웹툰 작가가 레이블의 수장이 된 건 처음 있는 일 아닌가요?

무적핑크 : 다른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안 할 수가 없었어요.

 

웹툰 <세계사톡>, <조선왕조실톡>, <삼국지톡>까지 세 작품을 동시에 연재 중이시죠? 이렇게 많은 일을 시키려고 와이랩에서 따로 레이블을 만들어줬나 봅니다(웃음).


무적핑크 : 그렇죠(웃음). 그런데 재밌어요. 아직 만든 지 얼마 안 되기는 했지만. <조선왕조실톡>을 연재하면서 너무 재밌었고 사랑도 많이 받았는데, 주2회 연재다 보니까 힘들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점에서 해야 될 이야기들이 너무 많이 보이는 거예요. 제가 예술사에 관심이 많은데, 관련해서 재밌는 소재들이 많잖아요. 고흐와 고갱이 살짝 문제아일 수도 있고, 테오가 형 굶어죽지 말라고 고흐한테 기프티콘을 보내줄 수도 있고요. 그런 이야기를 너무 하고 싶은데 혼자서는 안 되는 거예요. 저보다 능력 있는 분들의 도움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분들을 모시려면 마당이 필요하니까, 노지에 텐트 하나 쳐놓은 거죠(웃음). 웹툰을 연재하려면 안정적인 수익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보장해줄 만한 곳은 포털 같은 연재처거든요. 마침 위즈덤하우스에서 ‘저스툰’이라는 포털을 만드셔서 <세계사톡>을 첫 연재작으로 들어가게 됐어요.

 

무적핑크 작가님은 데뷔작도 충동적으로 시작하셨잖아요. 이번에 세 작품을 동시 연재하시는 것도 충동적으로 결정하신 건가요(웃음)?


무적핑크 : 저지르면 어떻게든 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죠. 그런데 그렇게 많이 저지르지는 않았습니다. <세계사톡> 하고 <삼국지톡>, 아직 두 개밖에 안 저질렀어요.

 

무적민트 작가님 입장에서는 겁나실 것 같아요. 또 어떤 일을 저지르려고 그러시나, 하고요.


무적민트 : 저는 뭐... 알아서 하시겠죠(웃음).

 

방금 무적핑크 작가님이 무적민트 작가님 팔을 지그시 잡으셨어요(웃음).


무적핑크 : 진심으로 큰 축복이죠. 팀플만 해도 지옥을 본다고 하는데, 이건 정말 한 몸처럼 움직여야 되는 일이니까요. 처음에 무적민트 작가님도 그 부분을 많이 걱정하셨거든요. <조선왕조실톡>은 SNS나 메신저로 대화를 한다는 게 큰 틀인데, 그 포맷 안에서 제 말투가 있잖아요. 그걸 <세계사톡>에서도 어떻게든 살리고 싶어 하시는데요. 제가 작업하면서 알게 된 게, <세계사톡>은 무적민트 작가님 스타일로 하는 편이 훨씬 더 편하고 재밌더라고요. <조선왕조실톡>은 무적핑크의 글인데 <세계사톡>은 무적민트의 총괄하에 만들어지는 거죠. 처음에는 무적민트 작가님이 시나리오를 쓰시면 제가 유행어를 덧대거나 하는 식으로 편집을 길게 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거의 터치를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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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적핑크

 


갈등이 있는 건 그나마 나은 거예요


<세계사톡>을 만드시는 데 있어서 큰 틀로 잡으신 건 뭐였나요? 두 분이 합의하신 내용이 있을 것 같은데요.


무적핑크 : ‘재밌어야 한다’는 거였죠.

 

무적핑크 작가님에게 재미는 늘 1순위잖아요(웃음).


무적핑크 : 맞아요.


무적민트 : 몇 가지 내용을 제 책상에 적어놨는데, 가장 위에 적혀 있는 게 재미예요.


무적핑크 : 그 아래 사소한 것들도 있었는데, 그건 무적민트 작가님이 다 내재를 하셔서 따로 복기하실 필요가 없을 거예요. 그 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어요. 대화가 너무 길어지면 좋지 않으니까 말을 주고받는 횟수가 5번을 넘지 않을 것. 그리고 ‘장문톡’이라는 설정이 있는 게 아니라면 말풍선 하나에 들어가는 내용은 3줄 안에 담을 것.

 

<조선왕조실톡>을 그리시면서 터득하신 건가요?


무적핑크 : 그렇죠. 2년 동안 고생하면서 알게 된 건데(웃음), 무적민트 작가님은 그 고통을 또 겪으실 필요는 없으니까 최소한의 안전벨트만 드린 거예요. 그런데 터치할 이유도 없었어요. 핑크잼이 그렇거든요. 각자의 작업은 각자가 알아서 할 테니까 터치하지 말자고 생각해요.

 

무적핑크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 웃긴 포인트들이 있어요. 블랙유머도 있고,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코드도 있고요. 실제로도 유머러스한 분인지 궁금해요.


무적민트 : 무적핑크 작가님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는데요. 첫인상이 굉장히 센스 있고, 웃기고, 말도 굉장히 재밌게 하고, 뭔가 독특하면서도 똑똑한 작가인데 어딘가 허술하기도 하고. 그런 반전매력이 있으신 분이었어요. 어차피 팀플을 하게 될 거라면 이런 작가를 만나야 된다고 생각해요(웃음).

 

무적핑크 : 너무 감사합니다.

 

협업을 해서 좋은 점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무적핑크 : 혼자 일할 때는, 좋은 일이 일어나도 혼자서 좋아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작가가 외로운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팀이 있으니까요. 웹툰이나 단행본 순위가 오르면 메신저에서 다 같이 이모티콘 파티를 한 시간씩 계속해요(웃음). 그런 게 즐겁죠. 작가의 최대 적인 외로움이 어느 정도 사라지니까요.

 

세계사를 시대별로 엮어서 정리했다는 게 이 책의 큰 특징인 것 같아요.


무적핑크 : 어떤 주제로 엮을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냥 단순하게 100년부터 기원후 300년까지 엮자는 의견도 있었고, 대륙별로 엮자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어차피 사람 사는 모습이 다 똑같으니까 어느 정도 공통되는 줄기가 나타나는 지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서 문명의 시작이라고 한다면 강가에서 이뤄지고, 원시적인 종교가 나타나고, 문자가 생기는 부분들이죠. 그러면 각 문명을 대표하는 왕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게 하자고 생각했어요. 챕터마다 앞부분에 ‘미니톡’이라는 게 있는데, 그게 단체로 모여서 하나의 주제로 대화를 하는 거예요. ‘너도 종교 있니? 나도 종교 있어’, ‘너희도 가뭄 때문에 고민이니, 우리도 고민이야’, ‘너도 식민지 좋아하니? 우리도 그래’ 하는 식이죠. 그렇게 공통점으로 묶을 만한 소재를 챕터로 만들어서 분리를 하고요. 이게 정해졌을 때 정말 기뻤어요. ‘드디어! 쉽고 큰 줄기를 찾았다!’ 싶었죠.

 

작업하시면서 ‘역사는 반복된다’는 사실을 느끼셨을 것 같아요. 지금의 국내외 사정과 닮아 보이는 시기도 있었을 테고요.


무적민트 : 많죠. 원고를 쓸 때마다 ‘이건 정말 비슷하다, 지금의 내가 저곳에 가서 산다고 해도 크게 이질감이 안 느껴지겠다’ 할 정도로 비슷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무적핑크 : 저는 임진왜란 때의 상황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대륙이랑 섬나라에서 살 만하다 싶으면 한반도를 건드리는 게 지금과 똑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일본에 자위대가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있을 때 ‘왜 이렇게 똑같지? 이러면 안 될 것 같은데, 이민 가야 되나?’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세계사도 똑같은 것 같아요. 망하는 나라는 망하는 이유가 있고 흥하는 나라는 흥하는 이유가 있는데, 그게 똑같아요. 모지현 선생님도 그 말씀을 하셨거든요. 망하기 시작하는 나라는 폐쇄적으로 변한다고요. 외침으로 망하는 나라들은 어디 가서 부흥 운동이라도 하는데, 안에서부터 썩어가고 폐쇄되고 양극화돼서 망하는 나라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더라고요.


무적민트 : 아시리아도 굉장히 강력한 군국주의 국가였는데요. 힘으로 밀어붙이면 다 될 거라고 생각하기 쉽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하다가 망했어요. 반면에 페르시아는, 시대별로 다양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관용주의 태도를 취하면서 종교가 달라도 인정해주던 때가 있었거든요. 그때는 엄청 부흥했어요. 관용과 포용으로 감싸고 이해하면 다 같이 살 수 있는 건데, 지금도 그러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잖아요. 그런 모습을 볼 때도 많이 이입이 되는 것 같아요. 사람의 습성은 어쩔 수가 없나 봐요. 꼭 민족적인 습성은 아닌 것 같아요.


무적핑크 : 낯선 걸 두려워하는 거죠. 아마 그게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걸 텐데, 다양성이라는 게 다른 게 아니라 나랑 다른 존재를 덜 무서워하는 거잖아요. ‘그래, 네 이야기도 들어보자’라는 태도를 취하는 거고요. 그런데 그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알겠더라고요. 부흥한 나라가 그걸 못해서 저물었으니까요. 인간의 습성을 이겨내면서까지 ‘그래, 네 이야기 들어줄게’라고 하는 나라들이 제국이 되고 부흥하고 대륙을 오고갔을 것 같아요. 그러다가 지킬 게 많아지니까 거만해지고, 결국 멸망한 걸 테고요. 그런데 참 재밌어요. 어떤 나라도 자기들이 멸망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던 것 같거든요.

 

지금 우리나라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잖아요. 

무적핑크 : 제가 볼 때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는 그나마 나은 것 같아요. 염증 반응이 있는 거니까요. 그게 없어지고 조용해질 때가 제일 무섭죠. 경술국치 때도 그렇게 울지 않았다고 해요. 이미 이전에 다 울었고, 사람들이 허탈해할 즈음에 국권 피탈 당했다고 하더라고요. 무력하게.

 

역사만화를 그려서 좋은 점이라고 한다면, 소재가 무궁무진하다는 점 아닐까요?


무적핑크 : 예전에는 그래서 즐거울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어쨌든 제가 그리는 건 웹툰이고, 웹툰은 재밌어야 되는데, 요즘 재밌는 웹툰의 테마는 공감이거든요. 공감할 만한 걸 뽑아야 되는 거예요. 그렇다 보니 요즘에는 무조건 반찬이 많다고 편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톡’의 문체 자체가 공감을 불러 일으켜요.


무적핑크 : 열심히 노력을 해보죠. 예를 들어서 『세계사톡』에서 상하수도 이야기를 다룬다고 하면, 이걸 어떻게 끌어오면 공감 가능한 요소가 있을까 생각해보는 거예요. 층간소음 이야기로 풀어볼까, 위층에서 물이 새는 걸로 해볼까, 하면서요. 그렇게 물길을 계속 이끌죠. <조선왕조실톡>을 할 때도 그 부분이 제일 힘들지만 보람 있었어요. <세계사톡>에서 무적민트 작가님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계세요. <삼국지톡>도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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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적민트

 

 

<조선왕조실톡>은 고향이고 친정이죠


반대로 역사를 소재로 하기 때문에 힘든 점도 있겠죠? 일례로, 역사 덕후 분들이 ‘매의 눈’을 갖고 계시잖아요(웃음).


무적민트 : 역사 덕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씀드리면, 아무래도 웹툰에서는 깊게 다루지 못하는 내용들이 많거든요. 저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고, 그 중에서 일부를 뽑아서 원고를 작업했는데, 역사 덕후 분들이 사실과 다르다고 댓글을 남겨주실 때가 있어요. 웹툰 마지막에 역사 기록을 적어 놓기는 하지만, 그 부분에서도 내용이 너무 길어서 잘라내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럴 때는 조금 억울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웃음), 독자 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댓글 많이 달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독자들끼리 논쟁을 이어갈 때도 있잖아요. 댓글에 또 댓글을 달면서요. 그런 모습을 지켜보실 때 뿌듯하실 것 같아요.


무적핑크 : 그렇죠. 


무적민트 : 클레오파트라 편을 연재했을 때, 그런 댓글이 있었어요. 클레오파트라의 인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피부색을 그렇게 표현하면 안 된다고 쓰신 거예요. 그런데 그 밑에 또 댓글이 달렸더라고요. 그건 하나의 설이고, 정확히는 알 수 없다고요. 관련 링크도 달아주셨는데, 보고서 감격했잖아요. 이렇게까지 해주시다니(웃음).

 

무적핑크 작가님, 아직 대학교 재학 중이시죠? 이제 몇 학년이신 거예요(웃음)?


무적핑크 : 공식적으로 10학년입니다. 제가 08학번인데 지금 학교를 같이 다니는 친구들이 18학번이죠.

 

중간에 휴학을 하셨던 거예요?


무적핑크 : 그렇게 하기도 했는데요. 최대한 등록할 수 있는 16학기를 다 쓰고 있어요. 그런데 아마 한두 학기만 더 다니면 끝날 거예요. 안 그러면 슬슬 재적인지라... 고졸이 ‘힙’하기는 한데(일동 웃음), 엄마를 위한 마지막 효도입니다. 얼마 전에 조금 소름 돋는 일이 있기는 했어요. 미디어 관련된 전공 필수 수업을 듣는데, 어떤 학생이 <조선왕조실톡>을 가지고 레포트를 썼더라고요.

 

작가님이 같은 수업 듣는 걸 알고요?


무적핑크 : 아뇨. 저는 그냥 교실 뒤쪽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사람이니까 누군지도 몰랐을 거예요. 그걸 보고 조금 모골이 송연했죠. 이런 사람이라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면서(웃음). 항상 잠도 안 자고 마감하다가 다크서클 생긴 채로 학교 가고 그러거든요.

 

초반에는 교수님이 면담하러 오라고 했겠어요.


무적핑크 : 아뇨, 일부러 그런 강의를 찾아 다녀요. 팀플 절대 없는 대형 강의. 교수님이 저를 못 보게 해주십시오, 라는 마음으로(웃음). 그런데 이제는 학교를 떠날 때가 됐어요. 등록금만 모아도 건물 하나 세웠을 것 같아요.

 

세 작품을 동시에 연재하시면서 학교까지 다니시고... 그게 가능한가요? 


무적핑크 : 어떻게든 되더라고요. 지난 학기는 정말 힘들기는 했어요. 지금 제일 작업량이 많은 건 <삼국지톡>이거든요. 연재 초기니까요. 그래서 <삼국지톡> 작업을 한 10시간 정도 하다가, 중간에 <조선왕조실톡> 하나 마감하고, 그 사이에 <세계사톡> 시나리오를 받으면 체크하는 식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재밌더라고요. <조선왕조실톡>만 연재할 때는 진짜 싫을 때가 가끔 있었거든요. 갑자기 모든 창작욕과 의욕이 고갈되고 ‘내가 이것만 안 하면 살 수 있겠다’ 싶은 시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삼국지톡>을 하다 보니까 <조선왕조실톡>을 작업할 때 약간 힐링하는 느낌이 들어요. ‘고향에 돌아왔어’, ‘친정에 돌아왔다’, ‘그래, 이 맛이지’ 하는 기분. 물론 그렇다고 쉽지는 않은데요. 그렇게 작업해서 넘기고 나면 ‘내가 이걸 왜 그렇게 미워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예전에는 작가라는 호칭을 어색해하셨잖아요. 웹툰 작가를 직업으로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하셨고요. 그런데 벌써 데뷔 10년째예요. ‘이제는 그냥 웹툰 작가의 길을 가야하는구나’라는 생각 안 드세요?


무적핑크 : 그렇겠죠, 아마?


무적민트 : 숙명 같은 거 아닐까요(웃음).


무적핑크 : 어쨌든 최선을 다해야죠. 그런데 웹툰 작가로 10년을 보내는 중에도 일의 내용이 계속 바뀌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냥 기지로 아이디어로 살아남는 거였다면, 중간에는 그림을 많이 그려야 되는 사람이었어요. 글을 많이 써야 되는 사람이기도 했고요. 지금은 그걸 다 해야 되는 사람이에요. 다음에는 또 어떻게 되어 있을지 모르죠. 세상이 하도 많이 바뀌니까요. 제 생각에는 작가는 혁명가라기보다 관찰자인 것 같아요. 세상이 바뀌면 또 따라가야겠죠. 나중에는 유튜브 같은 걸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거 아닐까요? 팟캐스트라든가.

 

역사만화를 만들 때 ‘이 인물을 어떤 사람으로 그려야 될까’라는 고민도 클 것 같아요.


무적민트 : 그렇죠. 지금 <세계사톡> 근대 편을 작업하고 있는데, 나폴레옹을 두고 고민하고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폭군이라고 설명하고, 어떤 사람은 혁명가라고 표현하고, 다양한 시각이 있잖아요. 일단은 원고에 나오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캐릭터를 잡으려고 많이 노력하는데요. ‘사실 나폴레옹은 그런 사람이 아니지 않아?’라는 댓글이 달리면 곤란해지니까, 지금 굉장히 고민하고 있어요. 하나의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캐릭터가 많으면 다루기 어렵죠. 대하소설처럼 방대한 양으로 풀어쓸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무적핑크 : 사실은 폭군이라는 이야기에도 진실성이 있고, 혁명가라는 이야기에도 진실성이 있거든요. 세종대왕만 하더라도 얼마나 사람을 많이 죽였는데요. 그래서 참 어렵죠. <조선왕조실톡>의 경우에는 중간 중간 에피소드가 들어가기 때문에, 성군 이야기를 했다가도 갑자기 폭군이었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그러면 독자 분들이 ‘그런 일이 있었어?’ 하면서 좋아하세요. 그런데 <세계사톡>은 처음부터 플랜과 청사진을 가지고 시작한 거라 다른 면이 있는데요. 저희한테는 개정판이라는 치트키가 있으니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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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래도 된다’는 생각이 무서운 거예요


<조선왕조실톡>은 1차 독자를 중학생으로 정하셨었다고요. 2차 독자는 선생님들로 상정하셨고요.

무적핑크 :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웃음).

 

<세계사톡>은 어땠나요?


무적핑크 : <세계사톡>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죠. <조선왕조실톡>을 중학생 대상으로 한 것도, 방송국 PD님이 말씀해주셔서 안 거예요. 중학교 2학년이 이해 가능한 어휘와 사고 수준을 쓰면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세계사톡>을 작업하면서 초등학교 4학년으로 내렸어요.


무적민트 : 지령의 하나였어요(웃음).


무적핑크 : 초등학교 4학년이 이해 가능한 단어와 사고방식을 담자는 거였죠. 은유 같은 건 적극적으로 피하고, 슬프면 슬프다고 말하고 기쁘면 기쁘다고 말하고.

 

우리사회에 ‘엄숙주의’가 있잖아요. 작품을 보면서 ‘역사 속 인물들을 희화화해서 가볍게 다뤄도 되느냐’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말에 상처 받거나 고민하신 적도 있어요?

무적핑크 : 그건 <조선왕조실톡>을 연재하면서 다 극복했죠. 시작하기 전부터 제일 고민했던 게 그거였어요. 엄숙주의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 와중에 이걸 던지면 폭탄 맞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반대였죠. 역사를 진짜로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게 알려지길 원하시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셨어요. 정수가 되는 내용이 알려지기를 원하신 거죠. 피상적으로 ‘1392년, 조선건국’ 이런 게 알려지기를 원하신 게 아니거든요. 임진왜란이나 의병사를 연구하시는 분들은 목숨을 던지면서, 가족들도 다 고통을 겪으면서까지, 옳은 일을 하는 시대정신이 알려지기를 원하는 분들인 거고요.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그 분들이 많이 도와주신 것 같아요.

 

<세계사톡>도 마찬가지였나요?


무적핑크 : 인간으로서 가치 있을 만한 이야기들, 공감 가는 이야기들을 하는 거니까 분명히 도와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반응이 좋고요. 어린 친구들이 봐도 좋아하고 ‘역알못(역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봐도 좋아하고요. ‘역잘알(역사 잘 아는 사람)’이 봐도 ‘이걸 이렇게 표현했어?’ 하면서 깨알 재미를 느껴주시는 것 같아요.


무적민트 : 역사를 이렇게 다뤄도 되느냐는 댓글을 본 적이 있는데요. 저는 <조선왕조실톡>의 팬일 때부터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어요. 역사를 조금 더 알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조선왕조실톡>에 달린 댓글 중에 ‘작가님, 저 오늘 역사 시험 봤는데 100점 맞았어요’라는 글이 있었어요. 그것만 봐도 의미가 있는 거 아닌가 싶어요.


무적핑크 : 사실 <조선왕조실톡>은 어느 정도 치트키를 가지고 시작한 거라고 할 수 있어요. 어쨌든 나라에서 국사를 가르치고 있고 ‘이 만화는 봐야 된다’라는 수사가 통하니까요. <세계사톡>은 조금 더 즐거워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모두가 이집트 미라, 그리스 신화, 진시황의 불로초, 삼국지, 이런 내용을 다 알고 있고 좋아하니까요. 그래서 훨씬 쉬울 거라고도 생각했어요. 한편으로는 요즘의 난민 문제라든지 북한 이야기, 대중 외교, 대일 외교, 대미 외교, 인종 차별 같은 게 화제가 되면서 ‘이제 슬슬 세계사를 공부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이유가 뭔가요?


무적핑크 : 너무 모르잖아요. 사실 공포는 몰라서 생기는 거잖아요. 저만 해도 이슬람교랑 힌두교 구분을 못하고, 그리스정교회가 뭔지 정확히 알지 못해요. 그러다 보니까 세계사를 공부하면서 몰랐던 걸 알게 되고, 그러면서 편해지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세계사톡>을 연재하면서 세계사를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시 먹게 됐어요. 역사를 알고 있다는 게 권위가 되는 게 아니라,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일이 되면 좋겠어요. 역사라는 게 사람들이 살았던 시대의 이야기니까요.

 

지금 난민과 관련해서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고, 한편으로는 남북미 사이에 화해의 기류도 흐르고 있죠. 현 시점에서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가 있을까요?


무적핑크 : 앞서 무적민트 작가님이 말씀하셨던 페르시아도 생각나고요. 로마제국의 몰락도 떠오르는데요. 큰 제국일수록 내부에서 발생한 문제 때문에 무너졌기 때문에, 그런 사례들을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로마제국 몰락의 이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지도층이 안일하고 방만했기 때문인가요?


무적민트 :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한데요. 저는 돈이 너무 많아서라고 생각돼요. 단정 지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이 가진 사람들 중에 누리고 즐기려는 습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겠죠.


무적핑크 : 맞아요. ‘그래도 된다’는 생각이 제일 무서운 것 같아요. ‘나는 그래도 된다’. 역사라는 게 옛날 사람들이 수만 년 동안 했던 실패와 성공, 그 선택의 순간들이 모여 있는 거잖아요. 약간 기출문제 같은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공부하다 보면 ‘이럴 때 이것만은 안 하는 게 낫겠구나’ 싶기도 하고, 무엇을 선택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능성을 흐릿하게나마 볼 수 있죠.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역사는 공부하는 사람만 공부하니까요. 점점 더 쉽게 하고 싶어요. 점점 더 많은 분들을 만나고 싶고요.

 

마지막으로 『세계사톡』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무적민트 : 제가 처음 역사를 접할 때를 생각해 보면, 조선시대만 집중적으로 보는 성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세계사에서 유명한 내용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고 아예 관심을 안 가졌던 것 같고요. 그런데 관심을 갖게 되니까 재미도 있고 더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한번쯤 세계사에 관심을 가지고 보시면, 시각이 조금 더 트이면서 생각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기회를 조금 더 누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무적핑크 : 역사를 공부하는 건 ‘저비용 고효율 쾌락’인 것 같아요. 알면 그게 이야기가 되거든요. 얼마나 재밌는데요. 요즘은 깊어지기는 쉬운 세상이니까, 가끔은 넓히는 것도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혹시 모르잖아요. 어떤 아이가 이집트 편을 보다가 ‘난 이집트 학자가 될 거야’ 하면서 카이로로 날아갈지. 서른 살 어른이 그럴지도 모르고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잖아요. 문을 열어드리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세계사톡변지민, 핑크잼 저/모지현 해설 | 위즈덤하우스
방대한 세계사도 인물과 인물의 '톡'을 통해 접하면 쉽게 다가온다. 무적핑크 작가의 위트와 세계사 교사의 내공이 결합되어 좀 더 강력한 재미와 학습 효과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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