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장강명은 말했다. “팟캐스트 진행을 잘하는 노하우요? 요조 씨랑 진행하면 됩니다.” 답변을 듣고 한참 끄덕였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장강명은 『오늘도, 무사』 추천사에 “요조는 작지만 신실한 세계를 가슴에 품고, 그 우주를 주변으로 넓히는 사람이다. 나는 그 소중한 세계를 망가뜨릴 것 같아 두렵다. 아름다운 연못을 본 독개구리의 심정과 비슷하다”고 썼다. 요조의 세 번째 책 『오늘도, 무사』를 읽는다면 이 말의 의미를 절감할 수밖에 없다. 2년 전, 요조를 만났을 때와 오늘의 느낌을 비교해본다면 서점 주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확고해진 듯했다. 며칠 전 소속사에서 그에게 물었단다. “요조 씨는 뮤지션이에요? 서점 주인이에요?” 그전의 요조는 “뮤지션”이라고 답했지만 이제 쉬이 말할 수 없게 됐다.
요조에게 ‘책방 무사’와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요조의 세상에 이런 책이>는 그저 심심풀이땅콩으로 하는 일들이 아니다. “인기는 없고 재미는 있는 불운의 책을 소개합니다.” 이 문장은 그가 홀로 녹음하는 오디오클립의 타이틀이다. 2시간 남짓 인터뷰하며, 정말이지 ‘요조의 작지만 신실한 세계’를 오랫동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고를 다 정리할 무렵, 그가 <아무튼, 떡볶이>를 쓸 계획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추천하고 싶은 제목은 사실 <아무튼, 요조>다.
어딜 가도 이렇게 쭈뼛거리는 나를 발견한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어요?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 녹음을 2주에 한 번 해서요. 녹음할 때는 서울에 있고, 특별한 일정이 없을 때는 거의 제주에 있어요.
올해 두 번째 책이에요. 왠지 『오늘도, 무사』가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보다 더 빨리 나왔어야 할 책이 아니었나 싶어요.
맞아요. 이 책이 훨씬 먼저 계약이 되어 있었어요. 오래 전 북노마드 윤동희 대표님과 책을 하나 같이 써보자고 약속했는데, ‘책방 무사’를 열게 되면서 책방 에세이를 써야지 하고 가닥을 잡았어요. 책방을 오픈하고 1년 정도 글을 썼을 때쯤, 난다 ‘읽어본다’ 시리즈 제안이 왔는데 이건 다섯 권의 책이 같이 나와야 하는 책이라 제가 늦게 쓰면 민폐가 되니까 부랴부랴 썼어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요.
한 인터뷰를 보니, ‘지옥 같은 경험’이었다고요.
(웃음) 네,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6개월간의 독서 일기는 다시는 못 쓸 것 같아요. 지금 서효인 시인과 박혜진 편집자, 오은 시인과 김민정 시인도 쓰고 계신 걸로 아는데요. 진짜 힘들겠다 싶으면서도 좋아요. 나만 당할 수 없으니까요. (웃음)
독자로서는 “요조가 이 시리즈를 계속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어요.
책으로 내진 않겠지만 정말 짧게 메모를 하고 있긴 해요.
도서 팟캐스트 진행을 2년 넘게 하고 있어서, 책을 쓰는 일에 더 부담을 갖지 않았을까 싶어요.
정말 그래요. 훌륭한 저자, 휼륭한 저자들을 많이 뵀기 때문에 내가 글을 안 써도 된다는 충분한 이유를 갖게 됐어요. 계약을 해서 써야 하니까 썼지만, 덕분에 저도 책방에 대한 생각이 많이 정리됐어요. 몇 년 전 자기 글을 보면 너무 부끄럽잖아요. 북촌 시절에 썼던 글을 다시 보니 너무 민망했는데요. 북노마드 대표님이 안 부끄러워해도 괜찮다고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책방 무사’가 제주로 이전한 게 곧 1년이 되가요. 자연스럽게 북촌 무사, 제주 무사 이야기가 어우러졌어요.
북촌 때까지만 해도 책방 이야기를 다룬 책이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많이 나왔잖아요. 좀 더 일찍 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있지만, 책을 받아보니 좋았어요. (웃음) 출판사에서 다른 책들과 차별성을 주기 위해 여러모로 애를 써 주셨어요.
책이 우선 예쁘고 감각적이에요. 디자인 덕분에 책이 더 재밌게 읽히는 느낌이 있어요.
진짜 감사하죠. 글은 그냥 썼을 때와 인쇄된 책으로 읽을 때와 느낌이 정말 달라요.
책방 일기를 1년차에 썼다면, 이런 질감이 나오지 못했을 것 같아요. 4년차 서점주인이기 때문에볼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많았죠. 우여곡절도 많고. 지금도 모르는 게 정말 많다고 생각하지만 아마 더 심했겠죠. (웃음)
<책, 이게 뭐라고>의 짝꿍이시죠? 장강명 작가님의 추천사를 읽다가 여러 번 박수를 쳤어요. “요조를 알게 된 지 1년인데, 아직도 그 앞에 서면 긴장한다” 아, 이거 진짜 맞는데 싶어서요. 표현하긴 어렵지만 어떤 독특한 아우라,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뭔가가 있어요.
아…. (웃음) 사실 그 추천사를 뒤늦게 읽고 많이 놀랐고 많이 고마웠어요. 장 작가님이 요즘 해야 할 일이 진짜 많은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부탁드리면서도 되게 죄송했거든요. 촉박하게 글을 받아야 해서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글을 너무 잘 써주셔서 제가 되게 많이 울었어요.
한 줄도 그냥 쓰신 문장이 없더군요. 또 눈길을 잡아 끈 문장이 “호신용품과 CCTV가 반드시 필요하다”였어요. 책을 읽기 전에 이게 웬 말이지? 싶었는데, 읽고 나니 알겠더라고요.
중요해요. 낯선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공간이고 또 번화가에 있지 않으면, 여자가 혼자 있으면 더 그렇고요. 책방 개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또래들을 만나면 꼭 이야기해줘요.
139쪽 문장에도 밑줄을 쳤어요. “책방을 하면서 어딜 가도 이렇게 쭈뼛거리는 나를 발견한다.” 책을 통해 서점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세계를 너무 많이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요?
말씀하신 거 맞아요. 어쨌든 책방은 사업이잖아요. 사업가라는 직잭 자체가 사람을 딱딱하게 만들어주는 경향이 있어요. 매사 돈으로 보게 되고요. 뮤지션 입장에서는 너무 치명적인 거죠. 머리가 안 굴러가니까요. 책방 무사를 처음 열 때, 내가 무슨 마음이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돈으로 평가할 수 없는 낭만적인 좋은 것들을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사업이라는 게 수입을 별개로 생각할 수 없잖아요. ‘책이 팔리지 않으면 난 뭘 먹고 살아야 하지?’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면서 제가 너무 딱딱한 사람이 되는 거예요. 손님이 오면 좋게 생각해야 하는데, 왜 책은 안 사지? 생각하게 되고요.
뮤지션으로만 살 때와 정말 다를 것 같아요. 우선 불특정 다수를 매일 만나야 하고요.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처음 한 거죠. 치열하게 책도 보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좋게 말하면 사람이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 생겼어요. 시시때때로 나는 정말 별 게 아니라는 걸 매일매일 느끼니까요. 명문을 쓰는 사람들이 널리고 널렸는데, 내가 꼭 글을 써야 해? 책을 써야 하나? 그런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검열이 너무 심해진 거죠.
너는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하잖아
요조 만의 문장이 분명 있어요.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을 읽고, 『오늘도, 무사』을 보니까요조라는 사람이 명쾌하게 보이더라고요. 시적인 문장을 발견할 때마다 즐거웠고요. 하지만 고민이 될 것 같아요. 뮤지션이라는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것 같고요.
안 그래도 며칠 전 회사에서 진지하게 회의를 했어요. 회사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요. “너 뮤지션이야? 책방 사장이야?” 묻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답하셨나요?
“솔직히 옛날에는 나는 뮤지션이고 책방은 나의 어떤 진지한 취미 생활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취미라고만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어요. 옆에서 듣고 있던 매니저가 그러더라고요. “언니, 예전이랑 말이 달라졌다”고.
책방 주인으로 행사에 참여할 때, 기분이 좋으시다고요. “출판 관계자 같다”라고 이야기도 종종 들으신다고.
(웃음) 가끔 들어요. 책 행사를 책방 주인이라는 이름으로 참가하면, 낯설고 부끄럽지만 기분은 좋아요. 양손에 악기를 잔뜩 들고 움직였을 때와 비교하면 굉장히 홀가분한 느낌이죠. 별것 아닐 수 있지만 이 홀가분함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지갑이나 핸드폰을 집에 두고 나왔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죠. ‘책방 무사 대표 신수진’이라고 쓴 현수막을 볼 때면 기분이 좋아요. 책에도 썼지만 책 행사를 나가면 이심전심을 많이 느껴요. 책방 주인들끼리 만나면 우리는 자주 ‘징징이’가 돼요. 다른 사람들에게 징징거리면 꼭 듣는 이야기가 “너는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하잖아”, “다들 힘들게 살아”인데요. 책방 주인끼리 만나면 그런 이야기를 못해요. 우리는 정말 힘들거든요. 책이 너무 안 팔리고 수익이 없어서요. 그런데 그 어두운 얼굴 틈에서 작게 빛나는 ‘단호한 행복’의 빛이 있어요. 그게 참 좋아요.
이번 책에도 남자친구 종수 씨가 사진을 찍었어요. 전 책에도 많이 등장하셨죠. ‘책방 무사’를 같이 운영하고 있지만, 연예인이 아니 작가가 자신의 남자친구를 실명으로 책에 등장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잖아요. 어떻게 이렇게 솔직할 수 있나요?
종수가 없었다면 ‘책방 무사’가 지금까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종수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공간이에요. 나만의 공간, 내가 만든 공간이라고 하면 전 정말 염치가 없는 거죠. 모두 나의 공으로 생각하는 거니까요. 종수가 없었으면 아주아주 힘들었을 거예요. 물론 종수는 책을 거의 안 읽는 친구이기 때문에 책방에서 실수를 많이 해요. 증정으로 온 책들을 서가에 꼽는 경우도 있고요.
사실 북촌 무사 시절, 책을 두 권 사왔는데, 한 권이 사인본이었어요. (웃음)
아… 그러셨구나.
프롤로그에 이렇게 쓰셨어요. “나는 이종수 덕에 책방뿐만 아니라 내 삶 전체가 무사하다고 느낀다.”(12쪽) 헌사로 쓰지 않으셨겠지만 위대한 헌사로 읽혔어요. 종수 씨는 이 책을 보셨나요?
책방에 책을 갖다 놓긴 했는데 읽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종수를 생각하면 정말 고맙고요. 종수는 제게 정말 큰 존재예요. 저는 책방 주인으로 살아가지만 곡도 써야 하잖아요. 사업가와 뮤지션 사이의 거리 조절이 어려울 때가 많아요. 제가 너무 힘들어 하면 종수가 그래요. “내가 한 달 정도 책방을 지킬 테니까 너는 작업해”라고. 그렇게 저를 놓아줄 때가 있어요. 책방뿐만 아니라 제가 뮤지션으로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종수는 제게 큰 도움을 줘요.
‘이태원’이라는 글에서 “이제는 다 작별한 유행이다”(150쪽)라고 했어요. 책방 주인이 되어 작별한 또 다른 취미가 있을 것 같아요.
어쨌든 제가 하고 있는 일이 늘어났으니까요. 시간에 연연하게 되더라고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자기 시간이 확보되어야 하잖아요. 책을 소개하려면 우선 책을 읽을 시간이 필요하니까, 일상의 우선순위가 정리돼요. 술 한 잔 마시는 거, 친구를 만나는 시간이 확실히 줄었어요. 어쩔 때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많이 줄었다는 걸 체감해요.
요조 씨의 글을 보면요. 스스로 포장하는 일을 굉장히 싫어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팟캐스트를 듣다 보면, 뭔가 아는 체를 했다가도 곧바로 정정해요. “나, 진짜 이거 몰라요”라고. (웃음)
누구에게도 하나의 덕목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제게 덕목이 있다면 솔직함이 아닐까 생각해요. 솔직함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마구잡이로 솔직한 건 상대에게 폭력이 될 수 있겠죠. 전혀 매력적이지 않고요. 저는 솔직한 사람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솔직하려고 노력해요. 100% 솔직은 불가능하고 제 캐릭터를 위한 어떤 인위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한 건 좋은 거라 생각해요. 솔직한 사람들과는 아주아주 좋게 잘 지내고 싶어요.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지만 바꾸려고 노력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어색한 자리에서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애씀이 이제는 보이신다고요.
정말 그래요. 예전에는 그 노력들이 안 보였어요. 예전의 저는 ‘나는 그냥 낯을 가리니까 노력하지 않을 거야, 이게 나야’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동안 제가 만났던 사람들 중에 낯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한 사람은 못 본 것 같아요. 모두가 어렵고 어색한데 어떤 사람은 상대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었고, 저 같은 사람은 그냥 지켜만 보고 있었던 거예요. 이제야 보이기 시작하면서, ‘나는 나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너무 얄미워졌어요. 나는 절대 저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 생각해요. 그래서 누군가 어색해 보이면 다가가려고 노력하게 됐어요. 노력하는 사람을 보게 되면 “고생이 많으세요”라고 말하고요. 나이가 들면서 못 보던 걸 보게 됐어요.
책방 주인이 됐기 때문에 더 잘 보일 수도요.
그렇죠. 직장을 오래 다닌 사람들은 진작에 경험했을 것을 저는 이제야 알게 된 거예요. 무사를 하면서 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책방을 하니까 이메일로 소통할 때가 많은데요. 간혹 글을 기고할 때, 편집자 분들이 “이거 좀 수정하면 안 될까요?”라고 물으면 “싫은 데요. 아니요. 안 바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어요. 무례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랬어요. 그런데요. 저의 어떤 반응에도 끝까지 친절한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아, 나는 졌구나. 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구나’ 몇 번의 패배감을 느낀 후 ‘나도도 저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 자아가 점점 작아지고 있어요. (웃음)
그러니까 말이죠. 예전부터 요조 씨의 어떤 글, 곡들에서 느꼈어요. 환경이 변한다고 사람이 다 변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을 깊이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라서 변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 하지만 카리스마가 없어진 건 분명해요. 못되면서도 매력적인 사람이 있는데, 저는 사실 그렇게 비쳐지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예술가라면 제멋대로 기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요. 지금은 내가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이 들어요.
장강명 작가님 이야기를 계속하게 되는데요. 에세이 『5년 만에 신혼여행』에 이런 글을 쓰셨어요. “친절한 사람을 우습게 여기고 허세만 잔뜩 부렸다.” 인터뷰에서는 “착하면 만만해 보였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게 되었다”고 말하셨고요.
장 작가님이 원래 친절한 성격이 아닌데 정말 친절하세요. 예의가 바르시고요. 이게 노력이란 걸 제가 알고 있기 때문에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장 작가님은 사소한 거에도 정성을 들여요. 게으르지 않기 때문이겠죠. 제가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를 하면서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아요. 멤버들을 보면 정말 일당 백이에요. 너무 잘하고 너무 열심히 하세요. 그래서 제가 따라가려고 하다 보니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아요. (웃음)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아시죠? 아실 것 같아요. (웃음)
마음이든 몸이든 움직여야 행복이 찾아온다
평소 궁금했어요. <책, 이게 뭐라고>에 소개해야 하는 책인데 읽어보니 너무 별로다, 그럴 땐 어떻게 하세요?
음, 처음에는 순진하게 티를 냈어요. 나는 이 책 별로라는 느낌을 어떤 멘트에서라도 한 번은 하려고 했어요. (웃음)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안 해요. 좋은 점을 찾아내려고 해요. 사실 이건 장 작가님이 잘하세요. 장점만 딱 발견해서 소개를 해요. 이제 와서 반성을 하자면, 진행자가 둘이다 보니까 별로인 책을 다루게 되면 조금 방관한 측면이 있었어요. 그런데 프로페셔널한 장 작가님을 보면서 감화를 받았어요. 내가 별로였다고 하더라도 장점을 발견해서 이야기하려고 해요.
소개했던 책 중에 가장 좋았던 책은 무엇인가요?
올해 3월에 나온 책인데요. 『평균의 종말』을 읽고 너무 놀랐어요. 아니 신선했다는 표현이 가장 맞을 것 같아요. 내가 이 세계에서 어느 정도의 인간인가를 가늠할 때 찾는 게 평균이잖아요. 그런데 이 개념이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거라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어요.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많이 이해하게 됐어요.
책방을 운영하는 동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채널예스>에 연재됐던 ‘정지혜의 사적인서점’ 칼럼을 읽은 적이 있어요. 대표님이 책방 운영이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였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도서전에서 ‘읽는 약국’이 굉장히 인기가 많았잖아요. 하지만 수입은 얼마 없었을 거예요. 그게 너무 훤하게 보여서요. 아는 사이가 아니라서 전달할 수는 없었지만 ‘내가 네 맘 안다’ 심정이었어요. 노력 대비 가져오는 돈이 너무 적은, 그런 책방들을 볼 때 너무 속상해요. 더 주목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책방 무사’는 언제까지 제주에 있을까요? 언제까지 무사할까요?
가능하면 오래하고 싶은데요. 일단 유지가 되려면 그만한 수입이 있어야 하니까요.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저는 어쨌든 다른 직업이 있으니까요. 조금은 덜 불안하게 지금까지 올 수 있었지만,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죠. 한 해 한 해 연소득이 줄어드는 걸 지켜보면서 고민이 많아요. 자주는 아니지만 규칙적인 고민이에요. 하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오래 하고 싶어요.
어떻게 살아야지 행복을 자주 느낄 수 있을까요?
자기가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요? 단적으로 먹고 싶은 걸 집어먹더라도 움직여야 하잖아요. 생각만 하지 않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애 못하는 사람이 고민을 토로하면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잖아요. “우선 어디라도 가. 동호회에도 들어. 우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데로 가.” 어떻게 방안에만 계속 있으면서 연애를 할 수 있겠어요. 물론 못 나가는 마음, 질문하는 심정도 이해하지만요. 그러면 행복을 찾을 순 없다고 생각해요. 마음이든 몸이든 움직여야 얻을 수 있는 게 행복이죠.
제주에서의 일상은 어떤가요? 서울보다 느린 속도로 살고 있나요?
특별히 내 속도를 지키기 위해서 제주로 간 건 아닌데요. 서울에 오면 너무 빠르다고 느끼긴 해요. 제주에 오래 있다가 서울에 오면 사람들이 저를 놀릴 때가 많아요. 너 옷이 그게 뭐야? 라고. (웃음) 제주에 있을 때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 제 스타일이 서울에 오면 특이해져요. 서울에 오면 나도 피부과를 좀 가야 하나? 옷을 사야 하나? 그런 고민을 하고요. 제주에 가면 그런 고민이 사라져요.
제주에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면, 요조 씨가 더 행복할까요?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아요. 요즘 주로 느끼는 건 서울이 참 아름다운 도시라는 사실이에요. 제주에 산다고 하면 열에 아홉은 부러워하거든요? 그런데 제주에 살아보니 서울도 좋아요. 갈 때도 너무 많고 편의성은 말할 것도 없고요. 하지만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모르죠. 서울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결국 인간의 삶은 이런 것인가? 어디에 살아도 가장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 아닌가? 그런 거창한 생각도 하곤 해요.
책 제목이 『오늘도, 무사』입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책방 무사가 오랫동안 무사했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의 작은 책방들이 오래 무사하려면요. 무엇이 필요할까요?
우선 손님이 필요하겠죠. (웃음) 『오늘도, 무사』를 보시고 나면 이 책방에 가보고 싶다는 상태를 경험하실 텐데요. 그 상태가 ‘책방 무사’에 오는 것으로 완성이 되면 좋겠어요. 와서 실망하면 어떡하나 싶기도 하지만요. 3년차인 지금도 고민이 정말 많아요. “사진 찍어도 되죠?”라고 물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안돼요”라고 하기도 그렇고 “찍으세요”라고 말하기엔 그렇게 좋은 기분이 들지 않아요. 솔직히 말하면 책방에 와서 충분히 책을 보고 즐기고 책을 구입해주시는 게 백점일 텐데요. 책방이 너무 힘들다, 수익구조상 돈을 벌기가 너무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동시에 사람들이 책방이라는 공간에서 느끼는 낭만을 훼손하는 건 또 싫어요. 비슷한 질문을 들을 때마다 매순간 고민이 돼요.
지금 순간에서 그 마음을 정리해본다면요?
독립책방들의 개성과 분위기, 그런 공간을 마음껏 느꼈으면 좋겠고요. 그 책방의 주인은 그 아름다운 풍경들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만약에 이 공간이 오래오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면 열심히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솔직한 심정이에요.
오늘도, 무사요조 저 | 북노마드
나만의 공간의 주인을 꿈꾸는 이라면, 일단 ‘오늘도, 무사’해보자. 오랜 시간 찾아 헤맸던 답을 요조의 삶에서 찾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