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이라 불리는 어린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단지 남들이 모르는 것을 안다는 재미에 빠져 역사를 공부하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역사적으로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책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었고 그 지식들은 그 아이의 머릿속으로 고스란히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는 친구들에게 잘난 척을 하고 싶어서 책을 읽었지만 나중에는 책이 재미있어서 읽었고 뭔가를 안다는 것이 즐거웠다. 그리고 역사학자의 꿈을 키우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의 생각은 달랐다. 문과에 가면 취직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예견이라도 한 것인지 아버지는 이과를 권했다. 마침 어릴 적 보았던 스타워즈가 꿈으로 남아 있던 아이는 그렇게 천문학도가 된다. 그런데 인생의 결정적인 전환점이 다시 찾아온다. 프로그래머로 입사한 직장에서 홍보팀에서 일할 지원자를 뽑았던 것이다. 역사학도를 꿈꿨던 이과 출신은 홍보팀에 지원하면서 다시 문과 인생을 살게 된 것이다. 아버지는 다시 말했다. 홍보 일을 하려면 책도 많이 읽고 아는 것을 글로 재미있게 쓸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때부터 그는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을 풀어 놓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사람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사람들은 와이셔츠가 원래 속옷이라는 것도 알라딘이 원래 중국 사람이라는 것도 몰랐다. 그래서 아이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던 것들을 하나 둘 글로 써서 보여주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가 쓴 글을 재미있어 했고, 어떻게든 책으로 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정작 글 쓴 사람은 아직 준비가 안됐지 주위에서 먼저 출판사에 연락을 했고, 출판사 관계자도 그가 알고 있는 지식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어른이 된 아이가 갖고 있던 수많은 지식들이 ‘쓸데 있는 상식’이 되어 우리 앞에 책으로 나타났다.
그것이 바로 지금부터 만나 볼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사전』이다.
남들에 의해서 강제로 책을 내다
책이 나오게 되기까지의 사연이 독특하다고 들었습니다. 강제로 출판했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어떻게 된 이야기인지 말씀해 주세요.
S병원 홍보팀에서 일하다 보니까 기자분들과 만날 일이 많은데요, 병원이라는 환경적인 특성상 특정 부서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기자분들과 만나고 대화를 합니다. 그런데 항상 병원 얘기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제가 알고 있던 얘기 중에 재미있는 얘기를 해 드리면 너무 좋다고 보내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거예요. 그래서 2011년부터 재미있는 얘기들만 모아서 이메일로 보내드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글에 제목을 붙였는데요, 그게 ‘가리지날’이에요. 저희 어머니가 예전에 사실과 다른 것을 ‘가리지날’이라고 하는 걸 많이 들었었거든요.
예전에는 가짜라는 의미로 ‘가리지날’이라는 말이 유행했었죠. 책에도 상단에 작게 적혀 있는 걸 봤습니다.
네, 그래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 같은 것들을 모아서 보냈는데 그게 기자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뭐 재밌는 거 있다면서요? 저도 보내주세요.’라고 하시는 분들이 하나 둘 늘어나게 된 거예요. 그 분들에게 한 달에 한 번 정도 보내 드리다 보니까 재미있게 읽어 주신 분들이 이걸 책으로 내보자고 제 의견은 묻지도 않고 출판사 관계자 분들께 이야기를 해서 몇 군데서 저를 찾아오기까지 했어요. 그래서 거의 반 강제적으로 책을 내게 된 거죠. (웃음)
책 제목이 비슷한 제목의 TV 프로그램을 생각나게 하는데요, <알쓸신잡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을 참고하신 건 아닌가요?
그건 정말 억울한 점입니다. 이 책이 원래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이 나오기 전인 2015년에 출판될 예정이었거든요. 그런데 저한테 일이 생긴 거죠. 당시 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문제가 좀 있었고, 다음 해에 ‘일년 지났으니까 이제 괜찮겠지’하고 책을 내려고 했더니 또 병원에 다른 문제가 생긴 거예요. 그렇게 악재가 겹치는 바람에 이제서야 책이 나오게 된 거죠.
그러면 이메일로 보냈던 내용 중에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책에 그대로 담겨 있는 건가요?
비틀즈의 음반 중에 ‘아버지의 길’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비틀즈가 ‘아버지의 길’이라는 음반을 낸 적이 있나요?
네, <abbey road>라고요. (웃음)
* <애비 로드>. 비틀즈의 11번째 스튜디오 음반으로 네 명의 비틀즈 멤버가 횡단보도를 일렬로 걸어가는 자켓 사진이 유명. 그들이 걷고 있던 거리 이름이 ‘애비 로드’인데 발음이 우리말 아버지와 유사함을 개그로 활용함.
하하하. 아재개그가 갑자기 나오네요.
그 음반 같은 경우에 미완성 곡들을 묶어서 낸 것처럼 저도 그 동안 썼던 글들을 다시 재편집해서 손보고, 원래 원고에 들어 있는 직설적인 표현이나 욕설 같은 것도 빼고서 조금 더 건전하게 다듬어서 책으로 냈어요.
여러 출판사에서 제안했는데 특별히 지금 출판사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쓴 글에 손을 많이 안 대셨어요. 크게 문제가 안 된다면 작가가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고 한 거죠. (웃음) 제 글이 재밌기는 한데, 옛날로 치면 <딴지일보> 같은 스타일이라 출판사 관계자 분들이 아무래도 수정을 많이 요구하셨어요. 실제로 제가 온라인에 글을 올릴 당시에 <딴지일보>의 너부리 편집장이라는 분이 저에게 <딴지일보>에 글을 써 보라고 제안을 해 주신 적도 있어요. 그런데 제가 당시 병원 홍보팀 과장이었는데 윗 분들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안된다고 해서 못했죠. (웃음) <ㅍㅍㅅㅅ> 에서도 연락을 주셨는데 못했어요.
기자들에게 재미있는 글을 보내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하기 위해 시작하셨다고는 하지만 원래 전공은 천문학이고, 본업은 병원 홍보 담당자라서 이런 책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요, ‘알아 두면 쓸데 있는 지식’에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릴 적부터 책 읽는 것을 너무 좋아했고, 책을 정말 많이 봐서 유치원때부터 한국사를 대략적으로 알 정도였어요. 그때만해도 동네 형들이나 친구들한테 자랑을 하려고 주요 사건의 연도를 외웠죠. 그래서 사학과를 가고 싶었는데, 아버지께서 문과에 가지 말고 이과에 가라는 거예요. 이미 그 당시에도 ‘문송합니다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줄인 것으로 문과 출신들이 취직이 어렵다는 것을 풍자하는 말)’가 될 거라고 생각하셔서 먹고 살려면 이과에 가서 기술을 배우라는 말씀이셨어요. 저도 취업하려면 이과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대 천문학과에 지원을 하게 됐죠. 제가 어릴 때 삼촌하고 영화 <스타워즈>를 본 게 너무 감명 깊었거든요.
그래서 서울대 천문학과에 합격하셨나요?
서울대에서는 떨어졌는데요, 안타까운 사연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대학 시험을 지원하는 대학에 가서 봤는데, 서울대에 시험을 보러 갔더니 제 자리 옆에 라디에이터가 있는 거예요.
엄청 뜨거웠을텐데요.
그래서 1교시에 잠들었어요. 옆에 있던 감독관도 깜짝 놀라서 저를 깨웠는데 시험을 망쳐서 재수를 했죠. (웃음) 책에도 라디에이터 이야기는 썼는데, 서울대에 시험 보러 갔다가 잠든 얘기는 너무 치욕적이라서 차마 쓸 수가 없더라고요. (웃음)
그러면 결국 ‘알아 두면 쓸데 있는 지식’에 몰두하게 된 것은 어릴 적 친구들에게 잘난 척하기 위한 목적 말고는 없는 것인가요? (웃음)
아뇨. 아직 얘기가 더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연세대에서 천문기상학을 전공한 다음 삼성 SDS에 프로그래머로 입사를 했는데, 홍보팀에 사보 담당자가 그만 뒀다고 그 자리에 적합한 인재를 찾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인재라고 생각하고 지원을 했죠. 홍보팀장을 찾아가서 내가 대학 때 동아리에서 출판도 했다면서 뽑아달라고 했는데, 홍보팀장님이 문과 출신을 원한다는 말을 해요. 어문 계열이거나 신문방송학과 전공자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대답했어요. ‘저도 어문 계열입니다. 보세요. 국문학, 영문학, 중문학, 일문학, 천문학.’ (웃음) 그랬더니 알았으니까 가라고 하는 거예요. 사실 그 일 때문에 인사 팀장이 조홍석이 누구냐고 화를 내고 난리가 한 번 났어요. 그런데도 결국 저는 홍보팀으로 가게 됐어요. 그래서 제가 재미있게 말을 잘 해서 간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지원자가 저 밖에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어쨌든 홍보팀에서 일하게 되니까 아버지께서 책도 더 많이 읽고 인문학도 공부를 해야 된다는 말씀을 해 주셨어요. 홍보팀에서 일을 하려면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글을 잘 써야 된다는 이유였어요.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인문학 책도 많이 읽게 되었고 사람들이 미처 몰랐던 지식들을 조금씩 쓰다 보니까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그 덕에 많은 분들과 만날 때 사교적으로 도움도 됐고요.
알고 보면 쓸데 있는 ‘잡학사전’
독자평을 보니까 이 책을 소개팅 나갈 때 써먹으면 좋을 것 같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저자님이 생각하시기에 이 책은 어디에 ‘쓸데가 있는 책’일까요?
사내 퀴즈 대회에 나갈 때 좋아요. (웃음) 저희 회사에서도 사내 퀴즈 대회를 했는데, ‘알라딘’이 어느 나라 사람일까라는 문제가 나왔어요. 그때 제가 알라딘이 중국 사람이라는 것을 맞혔어요. 죄송합니다. 경쟁사 이야기를 해서요.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면 그런 퀴즈를 맞힐 수 있어요. 근데 그것보다도 사람들을 만났을 때 말주변이 없어서 고민이라면 정말 이런 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을 만나도 무슨 말을 해야 될 지 입이 안 떨어지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런 분들이 이 책을 읽고 누구와 만나 스테이크를 먹는다면 스테이크라는 것이 원래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됐다는 것에서부터 ‘카트린 드 메디시스’가 서양 정식 요리의 전파자라는 이야기까지 하게 되면 교양도 있어 보이고 상대방과 얘기를 편하게 풀어나가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사람과의 관계 즉 사교적인 면에서는 월등히 유리해진다는 말씀이시네요.
사실 효과에 비하면 이 책이 정말 싼 값에 비법을 알려주는 셈이죠.
얼마인가요?
14,500원입니다. 커피 세 잔 값이면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웃음)
말씀하신대로 재미있는 내용들이 참 많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와이셔츠’가 원래 ‘속옷’이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고, 그 밖에도 놀라운 사실들이 많이 담겨있는 흥미로운 책인데요, 선생님은 이런 정보들을 주로 어디에서 수집하시나요?
책을 워낙 많이 읽다 보니까 기억에 남아 있어요. 어떤 것은 인터넷에 검색해도 안 나오는데 예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을 기억해서 쓰는 것이 많아요. 예를 들어 1930년대 일본이 기획한 철도가 있어요. 사할린에서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우리나라와 일본에까지 이르는 원형 철도 계획인데요, 이런 지식은 인터넷에 찾아봐도 나오지 않지만 제가 대학교 다닐 때 관심이 있어서 읽었던 책에 있었던 내용이에요. 물론 어떤 책이었는지 기억 나지 않는 것들도 있지만 거짓은 아니죠. 그렇게 기억에 남아 있던 지식들을 꺼내서 조사한 후 책으로 쓰는 겁니다.
그러니까 주제를 정해서 자료 조사를 하는 게 아니라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정리해서 쓴다는 말씀이시네요?
많은 분들이 그걸 다 어떻게 기억해서 쓰냐고 하시는데요, 일부러 조사를 해서 쓴다는 것은 불가능해요.
인터넷에서 검색이 안 되는 것도 많고, 어디에 자료가 있는지 찾기가 어렵죠. 그래서 기억하고 있는 것들 중에서 관련이 있는 것을 묶어 글을 쓰는 것이죠.
어렸을 때 신동으로 소문이 났었다고 하시더니 정말인가 보네요.
어렸을 때 신동으로 소문이 났었다고 기억하는데, 어머니께 다시 여쭤봤더니 ‘네가 신동이었다고?’ 하시면서 기억을 못하시더라고요. (웃음)
책 내용이 다 재미있기는 하지만 책에 있는 것 중에서 특별히 독자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쓸데 있는 지식’이 있으신가요?
책을 보시면 중간에 인간의 거주지, 즉 ‘집’에 관해 이야기를 한 부분이 있어요. 그 부분이 『사피엔스』 같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으신데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제 별명 중에는 ‘무발 하라리’도 있어요.
하하하. 네, 알겠습니다.
집에 관해 생각해 보면 서양에서는 아이들에게 벌을 줄 때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해요. 그러면 아이들은 나가게 해 달라고 발버둥을 치죠. 서양의 애니메이션을 봐도 이런 장면이 많이 나와요. 그런데 저는 이런 장면이 이해가 안 갔어요. 우리나라나 동양에서는 애가 뭔가 잘못하면 반대로 쫓아냅니다. 그러니까 왜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집에 가두는 것이 벌이 되는지 궁금해 진 거예요. 그러다가 그 이유가 침대 문화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얼마전에 어떤 논문을 보고 알았어요. 자신들이 잠을 자는 방 자체가 그런 문화를 만드는 것이었죠. 서양에서는 침대에서 자다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공포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침대 밑에 뭔가 있을 수 있다는 공포가 방을 절대적인 안식처로 만들어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꾸 밖으로 진출해 나갔던 원동력이 방 구조에서 시작됐다는 논문을 제가 얼마 전에 읽은 거예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책에 담아 여러분에게도 소개해 주고 싶었습니다.
신선한 해석인 것 같기는 합니다.
생활 문화가 국민성으로 드러나는 경우는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일본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후 라커 룸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간 것이 화제가 됐잖아요. 그건 일본의 다다미방 문화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어요. 다다미방에서는 물을 흘리거나 하면 바닥을 다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그것이 강박관념이 돼서 사회적으로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문화가 되었다고 할 수 있죠. 물론 자기들끼리 폐를 안 끼치는 대신 다른 나라에 폐를 끼치기는 하지만요. (웃음) 우리나라의 경우도 독일전에서 두 골을 모두 추가 시간에 넣었잖아요. 그건 야근을 하도 많이 하다 보니까 축구를 해도 골을 추가 시간에 넣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어요. (웃음)
말하듯 쉽게 쓰는 것이 좋은 글쓰기
별명이 하도 많아서 일일이 다 얘기하기도 어려운데 앞에서 소개한 ‘유발 하라리 동생, 무발 하라리’나 ‘걸어다니는 네이버’ 같은 별명 말고도 ‘한국의 빌 브라이슨’이라는 별명도 있더라고요.
제가 영국식으로 살짝 비꼬면서 돌려 비판하는 식의 유머 코드를 좋아하는데요, 그러다보니 제 글이 빌 브라이슨처럼 재미있다는 뜻에서 그런 별명을 지어 주신 것 같아요.
많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어떻게 하면 글을 재미있게 쓸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이런 질문에 어떤 답을 주실 수 있나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글쓰기를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가 글을 쓸 때 말할 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쓰기 때문이에요. 사실 일상 생활에서 말을 할 때 ‘다, 나, 까’와 같은 말은 거의 쓰지 않고, ‘요’로 끝나는 말을 많이 쓰는데 글을 쓸 때 ‘요’로 끝나면 가볍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러다보니 말할 때와 다른 딱딱한 글만 보게 되고 말하는 것과 달라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돼서 글 쓰는 것을 두려워하시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글을 쓸 때도 글과 말이 일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말하는 것과 글이 다르다 보니까 글 쓰는 것을 따로 훈련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말하듯이 글을 쓰면 편하게 쓸 수 있고,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심지어 본문 중에 역사적 사실을 상황극으로 꾸민 부분을 보면 누가 하는 말인지 대사만 봐도 알 수 있게 쓰셨어요. 독자분들도 읽어봤으면 좋겠는데요, 이런 점도 참 신기하고 재밌습니다. 그런데 글을 이런 식으로 쓰시다 보면 반응이 정말 좋을지, 독자가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되는 점은 없으신가요?
제가 이렇게 좀 재밌게 얘기를 하고, 글도 재밌게 쓰니까 가볍고 우습게 보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쓴 글의 내용이 가벼운 것은 아니에요. 책을 내게 된 것도 그런 이유가 있어요. 지금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사람들이 책 보다는 영상을 많이 보는 시대가 됐지만 책이 갖고 있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지식을 책으로 많이 접했으면 좋겠어요.
이 얘기는 꼭 하고 싶은데요, 일본 <요미우리 신문> 같은 주요 일간지 1면 하단에는 다른 광고는 못 싣고 꼭 책 광고를 싣게 돼 있어요. 법적으로 정해 놓은 것은 아니지만 관행이죠. 지식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또 일본에는 공공도서관이 많이 때문에 양서를 만드는 출판사는 망하지 않아요. 도서관이 왠만한 책은 다 삽니다. 그리고 외국에서 나온 좋은 책들을 어마어마하게 일본어로 번역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일본 사람들은 세계의 지식을 골고루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번역서도 많이 없고 공공도서관도 적은데다 도서관이 책을 많이 사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대한민국이 지식 사회가 돼야 된다는 말도 하고, 노벨상 만들기 단기 프로젝트도 한다고 하는데 정말 중요한 것은 나라 전체가 지식 기반을 갖기 위해 공공도서관을 늘려야 하는 것입니다. 공공도서관은 양질의 책을 많이 사야 하고요.
예전에 한 TV 프로그램에서 북한에 공공도서관 짓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했는데 당시 북한이 우리보다 도서관을 더 많이 갖고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도서관과 책이 부족하다는 것을 직시하고 늘려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국민들도 좋은 책을 더 자주 접할 수 있고, 출판사도 잘 되고, 인터넷서점 예스24도 좋겠죠. (웃음)
현대인들에게 지식이 어떤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 하시나요?
내가 몰랐던 사실이나 다르게 알고 있었던 지식들이 지금 내가 하는 일들에 변화를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럴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바꿔나가면 좋겠다는 것이죠. 저도 처음에는 그저 잘난 척하려고 책을 읽고 지식을 습득했지만 지금은 그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는 것이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도 재미로만 읽으실 것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다르게 보고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사전조홍석 저 | 트로이목마
인간 생활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의, 식, 주, 그리고 오락적 신체 활동에서 발전한 스포츠 분야의 가리지날을 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