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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도 “독자의 기대는 부담스러우면서도 좋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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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멀지 않은 현대 한국에는 이영도라는 작가가 살고 있었다. 하이텔 통신망으로 연재한 『드래곤 라자』로 인해 독자들은 ‘좀비’를 자처하며 올라오는 글마다 남김없이 읽어내려갔고, 이후 책으로 나온 소설들은 방대한 분량으로 수많은 사람의 밤을 없앴다. 한국적 소재와 독창적인 세계관으로 만든 『눈물을 마시는 새』 와 『피를 마시는 새』로 상업과 문학의 양 기둥을 높게 세운 작가였다.


시간이 흘러 더 현대 한국, 『드래곤 라자』 10주년 기념판을 마지막으로 신작 소식이 없던 이영도가 『오버 더 초이스』 로 돌아왔다. 보완관보 ‘티르 스트라이크’가 사는 소도시에서 ‘서니 포인도트’라는 6살짜리 아이가 폐광에 빠져 죽는다. 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엄마는 음독 자살을 하려다 구조되고, 깨어나자마자 지상과 지하의 왕에게 검을 바치면 모두가 부활하는 세상이 온다고 외친다.


10년 만의 신작 소식에 독자들은 트위터 실시간 검색 1위, 수십 만의 유료 완독 등으로 화답했다. 죽음, 이별, 부활, 치유 등 묵직한 단어를 쓰면서도 농담을 잊지 않는 특유의 문체는 여전하다. 인터뷰 질문을 요리조리 피해가는 방식도 여전하다. 그러나 독자들은 신작에 즐겁고, 작가를 놀리는 재미도 전과 같다. 아래의 인터뷰가 오매불망 이영도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의 목마름을 해결하기는 힘들겠지만, 모쪼록 작품을 즐기는데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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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될 수 있는 싱싱한 가능성


10년 만에 장편 소설이 나왔습니다. 소감이 궁금합니다.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쑥스럽습니다.

 

도서전에서 사인회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독자가 요청한 문구 중 기억에 남는 문구가 혹시 있나요?


문구보다는 많이 들은 말씀들이 기억에 남는군요. '중학교 때 처음 접했는데 이제 삼십대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요. (초등학교 때나 사십대 등으로 약간씩 변주는 있었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지요.


어떤 생각이었을까요?


그건 제가 20년 동안 버텨서 얻은 것들이라 저 혼자 간직하겠습니다.


초판 사인본이 3000부라고 들었는데 손목은 괜찮으신지요.


별 문제는 없습니다.


“연재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연재할 공간을 찾고 있습니다만 아직 ‘여기다’ 싶은 곳이 없다”고 2008년에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플랫폼 연재 방식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음.. 흔한 말로 글쓰기는 자기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라고 하지요. 제가 동의하고 말고 할 자격이 있는지는 의심스럽지만 대략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에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글쓰기는 작곡이나 작사에 가깝겠지요. 그런데 연재 형식이 되면 가창이나 연주와 비슷해지는 면이 있는 듯합니다. 관객을 앞에 두고 무대에서 노래, 혹은 연주를 하는 것 말입니다. 그런 느낌이 재미있지요.


브릿G에서 연재한 내용이 묶였습니다. 브릿G 플랫폼은 어땠나요?


정식 오픈한지 1년도 지나지 않았으니 아직 그 성격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온라인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이라면 며칠이면 충분할 수도 있겠지만 글쓰기와 읽기의 호흡은 아무래도 훨씬 느리니까요. 그래서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아직 싱싱한 가능성이 흥미롭습니다.


독자의 댓글을 보는 편인가요?


예.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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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만 매를 두드려도 발표하지 않았다면 없는 것


『오버 더 초이스』에 나온 카닛이라는 종을 두고 독자가 서로 상상하는 바가 다릅니다. 다른 종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나요? 마음 속에 상상한 구체적인 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보고 듣고 읽고 느낀 모든 것들에서 나옵니다. 구체적인 상이라고 하실 때 '구체적인'이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제가 이야기 내에서 묘사되는 등장 인물 간의 여러 상호 작용을 상상할 수 있을 정도의 상은 가지고 있습니다.


티르 스트라이크는 현세에서 흐른 시간과 달리 나이가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10년 동안 ‘오버 더 초이스’가 아닌 다른 내용의 이야기, 티르 스트라이크의 복제들이 있었나요? 그렇다면 컴퓨터 하드에 남아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아.. 발표하지 않은 글들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어렵군요. 원고지 십만 매를 두드렸다 해도 발표하지 않았다면 그건 그냥 없는 것과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타입이라서요. 따라서 그런 건 없다고 대답하겠습니다.


서니의 죽음에서 한국에서 일어난 일련의 불행한 사건을 계속해서 떠올렸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현실 세계가 ‘오버 더’ 세계에 영향을 미친 점이 있다면요.


대답하기가 어려운 질문입니다. AI 같은 경우가 아닌 피와 살을 가진 글쟁이라면 당연히 현실에 살고 있으니 그 의식은 계속 현실에 영향을 받겠지요. 그런데 그 현실은 70억 개의 현실 중 하나겠지요.


작중 세계가 현실 세계가 바뀐 만큼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신지도 궁금합니다.


죄송합니다만 이 질문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더 이상 기름을 얻으려고 고래를 죽이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시대이니 모디 딕의 내용은 바뀌어야 한다... 같은 이야기일 리는 없을 테고요.

 

모호한 질문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초기 작품과 비교해 요새 만든 이야기가 달라진 게 있다고 느끼시나요?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달라진 것들이 있기는 하겠지만 저 스스로 면밀히 비교해본 적은 없어 뭐라 말할 수가 없습니다.


단편보다는 장편을, 캐릭터보다는 서사와 세계관을 더 중시한다고 느꼈습니다. ‘오버 더’ 시리즈 세계관은 긴 시간에 걸쳐 직조했을 텐데,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쓰다 보면 이 세계관에서 저 세계관으로 건너 뛰어야 합니다. 다른 세계로 넘어가기 힘들지 않나요?


기계적인 어려움이라면 당연히 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이름이 비슷한 다른 세계의 등장 인물의 이름이나 지명 등을 두드린다거나 하는 경우겠지요. 하지만 그런 일이라면 누구에게나 일어나잖습니까? 전화상담원으로 일하는 분이 아버지한테 온 전화를 받고 무의식적으로 안녕하세요, 고객님 하고 말했다거나 하는 실수담은 익숙하지요. 그런 흔한 경우와 구분될 만한 특별한 혼란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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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리는 재미죠


주로 언제, 어떻게 쓰시나요?


딱히 정해진 루틴 같은 것은 없습니다만 주로 밤에 작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정은 어떻게 보는지도 궁금합니다.


그냥 정신을 집중하려고 애쓰면서 읽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을 모릅니다. 참 효율이 떨어지는 방법이라서 좀 더 효과적인 다른 방법이 있다면 저도 좀 알았으면 정말 좋겠군요.


인터뷰가 어려운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직접 말하기보다 이야기를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을 전달하는 게 쉬운 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지방에 살고 또 불규칙적으로 생활해서 작정하고 수도권으로 갈 여력을 내기 어렵고 그렇다고 해서 인터뷰어께 나한테 오라 할 수도 없다 보니(오시겠다고 해도 제가 죄송스럽습니다.) 그냥 피하는 편입니다.


이영도가 계속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힘이나 동력은 무엇일까요.


두드리는 재미죠.


드래곤의 “좀 부르지 말라”는 말이 사실 작가의 말이라는 독자 평이 있었습니다. 신작을 계속 요구하는 독자의 성화가 부담스럽지는 않나요?


기대야 항상 부담스럽지요. 거기에 응해야 한다는 부담감, 그럴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 등이 없을 순 없습니다. 하지만 또한 기대이므로 참 좋은 것이고요.


마지막으로 짓궂은 질문입니다. 『오버 더 초이스』 에서 식물을 불에 태우지 말라는 요구가 정말 과수원 농사와 관련이 있을까요? (대답을 회피할 것 같지만 꼭 질문드리고 싶었습니다)


하하... 뭐, 모든 독자는 자기만의 해석을 가질 권한이 있고 따라서 모든 해석은 다 옳으며 제가 그 중 무엇이 맞고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논리에서 저는 그와 정반대되는 다른 해석을 공인할 수 없는 것처럼 그 해석도 공인하지 않겠습니다. 글쟁이 입장에선 자기 해석의 타당성이 궁금하다면 다른 독자들과 의견을 교환하시라고밖에 말할 수 없군요. 그게 글읽기 후 가외의 재미이기도 하잖습니까?


 

 

오버 더 초이스 호라이즌 박스 세트이영도 저 | 황금가지
만일 죽음으로 인해 떠나보낸 소중한 이가 '부활'할 수 있다면? 이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죽음'의 의미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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