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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연애는 살면서 겪는 사건일 뿐, 목표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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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자화자찬.


도대체 작가의 프로필 마지막 소개 글이다. 인터뷰 하는 동안에도 그는 “너무 자화자찬이 되는 것 같은데요(웃음)”라며 유쾌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결코 자화자찬이 아닌 것도 있었지만 설령 자화자찬이라 하더라도 그 말들을 듣는 게 즐겁기만 했다. 거기에는 반짝이는 ‘긍정성’이 있었으니까. 찌질한 연애를 하던 과거의 나를 애정으로 바라보는 시선, 사업 실패 등으로 어려운 시절을 보낸 이후 갖게 된 고마움과 어떤 삶에 대한 발견, 이것들이 도대체라는 작가에게는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3분을 웃기기 위해서는 3일도 투자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어쩔 수 없이 흘러나오는 유머. 그 모든 것이 무척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도대체 작가의 전작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가 일상의 고비를 씩씩하게 건너는 방법을 엿보게 해줬다면 이번 책  『어차피 연애는 남의 일』은 서툴고 어설펐던,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빛났던 우리 모두의 지난 연애를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여기에는 도대체 작가가 꼭 붙잡아 낸 연애의 작은 순간들(상대에게 받은 문자를 한 시간 동안 다시 보고 있다든가 아주 사소한 이유로 상대가 싫어졌다든가 하는)이 발랄하게 담겨 있다. 그 발랄함이 연애를 하지 않는 나에 대한 긍정으로 이어진다. “연애는 목표가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도대체 작가의 『어차피 연애는 남의 일』 은 그러니까 ‘어차피 연애는 남의 일인 사람으로부터’ 온 즐겁고 상쾌하며 소소한 자화자찬일지도 모른다. 이 자화자찬을 읽노라면 어쩐지 나의 지금도 꽤 괜찮게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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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웃을 수 있으면 성공


“제목부터 진짜 공감 된다”라는 리뷰가 있더라고요. 이 제목, 어떻게 결정된 거예요?

 

다행이네요.(웃음) 제목을 제가 짓기는 했어요. 처음엔 ‘연애는 남의 일’이라고 했다가 이렇게 지었는데요. 사실 후회도 살짝 하고 있어요. 저는 ‘예전에 연애를 했었지만 어차피 연애가 지금은 남의 일이 되었으니까’라는 조금 코믹한 느낌으로 지은 제목이거든요. 그런데 받아들이는 분들이 되게 진지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시더라고요. 문장으로 뉘앙스를 충분히 담기가 어렵구나, 생각했죠. 이 말을 슬프게 받아들이는 분도 있는 것 같아서 좀 아쉬워요. 여러분, 내용은 발랄하답니다.(웃음)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출간 때 진행한 네이버 책문화 생중계에서 “3분 웃기기 위해서 3시간도 투자할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웃음) 그만큼 작가님께는 재미가 중요한 것이죠?


그때는 없어 보일까봐 3시간이라고 했는데요. 3일도 준비할 수 있어요.(웃음)

 

그러니 책을 쓰실 때는 얼마나 재미를 위해 애썼겠어요.


네, 쓰면서 사실 제가 제일 많이 웃어요. 저도 창피함을 아는 사람이긴 한데요. 그래도 사람들이 보고 재미있어 할 생각을 하면서 저의 찌질한 과거도 솔직하게 담는 거죠. 책을 본 사람들이 웃을 수 있으면 성공!(웃음)

 

제일 재미있게 그렸던 장면은 뭔가요?


많이 있는데요. 「소개팅 6」도 저에겐 굉장히 재미있는 기억이에요. 소개팅을 한 날 그 분이 저를 ‘형수’라고 수십 명에게 소개한 거죠.(웃음) 책은 다 제가 겪었던 것을 그린 거라서 어떤 장면을 그려도 그때가 다시 떠오르면서 재미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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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려보낼 수도 있을 작은 순간을 붙잡아 그려내는 것이 작가님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잘하는 것 중 하나가 찰나에 느낀 감정을 기억하고, 잡아내는 것인 것 같아요. 어떤 얘기를 한 주제로 길게 쭉 끌고 나가는 것보다는 말이에요. 개인적으로는 트위터에 최적화된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웃음) 야구 선수로 치면 장타보다는 단타에 적합한 사람인 거죠.

 

그런 순간이 탁 들어오면 메모를 하시는 건가요?


기록을 안 해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생각이 나는데요. 그래도 ‘이 순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 것은 휴대전화 메모장에 꼬박꼬박 기록을 해요.

 

트위터가 일종의 작업 보조도구처럼 많이 사용되기도 하겠군요?


많이 그래요. 저를 오랫동안 팔로우 하신 분들은 아마 트위터에서 본 이야기에 조금 더 살이 붙어서 책에 실린 것을 아실 수 있을 거예요. 트위터 이전에는 이렇게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저장해놓을 일이 많지 않았잖아요. 게다가 어떤 큰 사회적 뉴스도 리트윗 등으로 같이 저장이 되죠. 이건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보면 개인에게도 큰, 의미 있는 기록이 될 것 같아요. ‘아, 이 무렵에 탄핵이 있었구나’ 하는 식으로요. 예전에는 일기를 쓴다고 해도 그런 것까지 다 기록하지는 않았으니까요.

 

「남자 달력」 같은 것처럼 말이죠.(웃음)


네, 그렇죠.(웃음)

 

어떻게 그런 걸 생각해내시죠? 정말 재미있었어요.


「남자 달력」은 친구와 이야기 나누다 생각한 건데요. 자꾸 서로 그렇게 얘기하게 되는 거예요. “그 영화 언제 개봉했지?”라고 물었는데 “내가 그때 누구와 봤으니까 몇 년 전이겠다.”라고 말하게 되고요. 어떤 시기를 떠올릴 때 자꾸 “그때 누구와 만났을 때니까”라는 식으로 시기 계산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건 그냥 떠오르는 거라서…(웃음)

 

글도 있고, 그림도 있는데요. 어떨 때 어떤 도구를 사용하시는 건가요?


소재를 생각하면 글로 쓰는 게 더 재미있겠다, 싶은 것과 그림으로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이겠다, 싶은 것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림은 사람들 표정 같은 것을 보여줄 수 있잖아요. 특히 표정, 동작은 그림 한 컷이면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데 글로는 구구절절 써야 하거든요. 그런 건 만화로 하면 한 페이지로 끝날 수 있겠다, 싶고 그렇죠.

 

 

저의 연애관은 동행이거든요


“과거로 돌아가 지난날의 나에게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다면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너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 때문에 슬퍼하지 말렴.””(122쪽)이라는 부분이 좋았어요.

 

20대 때부터 30대 초반 즈음까지는 연애를 하면서 감정의 부침을 많이 겪었어요. 만나면 좋은 건 당연한데 헤어지고 나서 그것 때문에 너무 많이 힘들어했죠. 내가 부정된 느낌 때문에요. 한 사람한테 부정되었을 뿐인데 나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정된 것 같은 생각 때문에 한참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랬어요. 복수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생각만 한 적도 있고요.(웃음) 물론 그런 시간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어쨌든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됐고, 생각의 폭이 넓어졌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때의 나에게 얘기를 할 수 있다면 너무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는 것 때문에 힘들어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끝난 연애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시간에 대한 말씀이군요.


나는 사실 혼자 있어도 괜찮은 사람이에요.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인데 그 사실을 그때는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연애 하다가 끝나면 다 끝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후에 30대 중후반 즈음으로 오면서는 그냥 헤어져도 그때처럼 힘들진 않더라고요. 마음이 아프긴 해도 받아들이게 되고요. 특히 예전처럼 악플을 단다거나(웃음) 복수를 생각한다거나 하지는 않아요.

 

방금 말씀하신 ‘혼자 있어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말 진짜 좋아요. 연애를 할 때의 나도, 하지 않을 때의 나도 있는 법인데 너무 연애할 때의 나에게만 집중했던 과거의 나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어요.


맞아요, 지금은 그냥 잘 살고 있어요. 꽤 오래 연애를 안 하고 잘 살고 있죠. 요즘 저의 연애관은 동행이거든요. 어깨동무를 한 동행이라기보다 나란히 산책하듯 동행하고, 서로 힘든 일이 있으면 도와주고, 이런 정도의 느슨한 동행을 지향하고 있는데요. 예전에는 그걸 못했던 것 같아요. 서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달라도 같이 걸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물론 각자에게 중요한 게 너무 다르면 어려울 거예요.(웃음) 저는 갈치를 좋아해서 아무리 가시가 많아도 일일이 가시 발라내는 걸 감수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귀찮아서 안 먹고 말 수도 있잖아요. 감수할 수 있다면 동행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편 작가 후기에도 쓰셨는데요. 아무래도 그 언젠가의 남자친구들이 신경 쓰인 면도 있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하지 않은 얘기도 있나요?


일단 ‘19금’얘기는 쓰지 않았어요.(웃음) 사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이 있어요. 언젠가 19금 책을 낼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번 책에는 싣지 않았다, 그러나 기억은 하고 있으니 긴장들 해라(웃음), 라고 말하고 싶어요.

 

꽤 다양한 연애 경험들이 등장해요. 특별히 나만 경험했을 것 같은,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아까 얘기한, 메탈 밴드 멤버와 소개팅 한 경험인데요. 이분 성격이 활발하셔서 친구들과 함께 만나는 걸 좋아했어요. 어느 날은 맥줏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맥줏집 문이 열리더니 두 사람이 들어오는데요. 수맥봉 있죠? 그걸 들고 바닥만 보고 들어오는 거예요. 앞을 안 보고요. 무심코 보면서 ‘되게 특이한 사람들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기저기 호프집을 누비다가 저희 테이블 앞에 딱 서더라고요. 알고 보니 제가 소개팅한 분의 지인들이었어요.(웃음) 테이블 앞에 서서는 그제야 고개를 들더니 너무 반가워하면서 “우리가 일부러 앞을 안 보고 수맥봉으로 너희들을 찾았다.”고 기뻐하는 거예요. 그날 수맥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웃음)

 

다시 연애하면 이런 실수는 안 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도 있으세요?


예전에 한 배우 분 인터뷰를 어디서 봤는데요. 그분이 싫다는 사람에게 매달리듯 하니까 그분의 어머니가 “연애는 구걸이 아니야.”라고 하셔서 그때 딱 멈췄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 들으면서 공감을 많이 했거든요. 사귀다가 마음이 떠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매달렸던 적도 있었어요. 앞으로는 그러지 않지 않을까, 하죠.

 

연애에 있어서는 특히 내가 어쩌지 못하는 내 모습이 있게 마련인 것 같아요.


그리고 조금 오래 만나다 보면 그 만난 시간이 아까워서 못 헤어지는 경우도 있거든요. 시간이 지나면 처음에는 잘 맞았지만 안 맞는 부분이 발견될 수도 있고요. 사람의 성향도 변하기도 하잖아요. 그러니까 아니다, 싶어지면 딱 그만 만나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 같아요. 저도 그걸 못하던 때도 있었죠. 같이 지낸 시간이 너무 아까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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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어떻게든 쓰지 않을까


무엇보다 책 전반에 깔린 긍정성이 참 좋아요. 무지개를 보면서 “매 순간 나에게 주어진 그 순간의 기쁨을 누리면 되는 것이다. 내가 믿는 것은 그런 것이다.”(220쪽)라고 쓰셨잖아요. 무지개가 사라질 것을 근심하며 바라보는 게 아니고요.


만나서 좋기는 한데 이러다가 헤어질까봐 너무 무섭다는 말을 자꾸 하는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그게 되게 싫었거든요. 만나고 있을 때 좋으면 되는데 계속 “헤어지면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라는 얘기를 자꾸 하니까요. 그런 맥락에서 무지개 얘기도 한 건데요. 반면에 어떤 사람은 만나는 동안 계속 행복한 이유를 얘기하는 거예요.(웃음) 이래서 좋다, 저래서 좋다, 하면서요. 만나면 행복한 이유를 막 설명하니까 그건 그것대로 힘들더라고요. 그냥 함께 있는 것만으로 좋지 않나? 이런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제가 구구절절 누구는 이렇고, 누구는 이렇다고 얘기를 하지만요. 막상 만나면 그럼에도(웃음) 좋은 면이 있으면 빠지게 되기도 하고 그래요.

 

작가님이 번번이 빠지게 되는, 사람의 매력도 있나요?


제가 그게 문제인데요.(웃음) 어떤 기준이 있어서 그것에 빠지면 좋은데 저는 매번 다른 게 보여요. 친구들 말로는 제가 그걸 잘 발견하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친구는 자기 일을 정말 열심히 하는 것에 반했고요. 어떤 사람은 감성적인 면이 있어서 반했죠. 어떤 사람은 거창한 꿈이 있거나 이런 건 아니지만 자기 생활을 뚜벅뚜벅 해나가는 모습이 좋아서 반했어요. 그게 너무 달라요.(웃음) 외모에 반한 적도 물론 있고요. 어떤 친구는 너무 귀여워서 반하기도 해요. 반하는 면은 다양한데요. 공통적으로 안 좋아하는 면은 있는 것 같아요.

 

어떤 건가요?


자기 연민에 너무 빠지는 사람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책에도 썼는데 자기를 구원해주길 기다리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런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데요. 그건 누구도 구할 수 없더라고요. 너무 힘들고요. 그런 사람은 자기를 구원해줄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그냥 ‘언젠가 구원 받아야 할 존재’라는 위치에 있는 거예요. 그런 사람은 관계 개선이 될 것 같지 않더라고요. 또, 못된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시니컬을 가장해서 못된 말을 툭 내뱉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친구 이야기인데요. 남자친구가 너무 속을 썩여서 하루는 카페에서 울었대요. 이러지 말아달라고 하는데 그 남자가 “너는 내가 이런 줄 모르고 만난 거냐”라고 하더라는 거예요. 내가 이런 사람이니까 무조건 맞추라고 한다면 그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앞서 긍정성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 안에 약간 들어있는 비관적인 인식도 흥미로워요.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에서는 도시의 야경을 보면서 저 불빛 속에 어떤 우울한 사연들이 있을지 상상하는 고약한 버릇이 있다고 했잖아요.


무지개를 보면서도, 사실 정말 그 순간을 즐기는 사람은 이런 글도 안 썼겠죠. 저는 무지개가 곧 사라지겠구나,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굳이 사라지겠지만 지금을 즐겨야 하는 거다, 라는 얘기를 쓰는 거예요. 습관 같은데요.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에 실린 「행복한 고구마」를 그린 것도 다른 자아가 저를 내려다보면서 생각한 거거든요. 저를 관찰하는 버릇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계속 의식하는 것도 아니고요. 어떤 일이 벌어지면 내 시점에서도 보고 다른 시점에서도 봐요. 하다못해 저는 개랑 자주 다니니까 개 시점에서 볼 때도 있어요. 말하고 보니 너무 작위적인 것 같은데요.(웃음) 원래 그래요.

 

그리 작위적이지 않아요. 괜찮아요.(웃음)


산책할 때 개미 관찰하는 걸 좋아해요. 제 기쁨 중 하나예요. 개미굴이 보이면 사료를 잘게 쪼개서 그 앞에 둬요. 그러면 개미들이 신나서 들고 가요. 그걸 보는 게 되게 좋은데요. 그러면서도 그냥 보는 게 아니라 개미 입장에서 생각하는 거죠.(웃음) ‘얘는 지금 득템했다고 생각하겠지’하면서요. 한 번은 개미가 먹이가 아닌데 그걸 힘들게 들고 가는 걸 봤어요. 제가 일부러 그 앞에 먹이를 놓아줬거든요? 그런데 그걸 보고도 끝내 쓸데없는 부스러기를 들고 가더라고요. 그걸 보면서도 쟤가 저걸 가지고 갔을 때 다른 개미들의 반응은 어땠을지 상상했어요. 습관이어서, 왜 그러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팟캐스트 <예스책방 책읽아웃>에 출연하셔서 말씀하신 일화도 있잖아요. 드라마 <덱스터>를 좋아하시는데 산책할 때 늘 비상 대비소를 찾아둔다고요.


네, 그것도 저의 비관적 성향과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웃음) 항상 어떤 일을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긴 해요. 여성이기도 하니까 산책을 하다보면 저녁이든 낮이든 이상한 일을 당할 수도 있잖아요. 이때 동선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쉽게 넘어서 몸을 숨길 수 있는 낮은 담장, 이런 것 미리 파악해두고 그래요.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서 피곤하다기보다는 그냥 재미예요. 저 혼자 생각하면서 재미있으니까 계속 그러는 거예요.

 

내가 나와 잘 노는 사람들이 있죠. 혼자서도 전혀 심심하지 않고요.


네, 저는 좀 그래요. 요새는 TV를 좀 보는데요. 예전에는 TV를 거의 안 봤어요. 어쩌다 보니 중학교 때부터 몇 년 집에 TV가 없었던 때가 있거든요. 그때 습관이 들어서 20대 때도 TV를 거의 안 보게 되더라고요. 영상을 거의 안 보고 지내서요. 그래서 더 이 생각, 저 생각 하는 습관이 있지 않나, 생각해본 적은 있어요.

 

그림도 그리시는데 영상에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 다르게 느껴져요. 그림은 어떻게 나오게 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어렸을 때 만화책도 거의 안 봤거든요. 초등학교 때 <보물섬>이라는 잡지가 있었는데 그것 조금 보고 만화를 많이 보진 않았어요. 그림 그리는 것을 특별하게 생각했다기보다는요. 그냥 무슨 일이 있으면 그림 그리고, 낙서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홈페이지가 있었는데 거기에 만화 그려 올리고 하다가 재미 삼아서 그리게 됐지 어떤 영상이나 이미지에 자극 받았던 건 아니었어요. 그래서 사실 제가 그림을 잘 못 그려요.(웃음) 잘 그리는 그림은 아니에요.


미술대학을 나왔는데요. 그림에 열망이 있어서는 아니었어요. 고등학교 때 한창 인기 있던 직업이 광고업이었거든요. 저도 그런 걸 해보고 싶었던 거죠. 공부로는 광고업계로 갈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미술 쪽으로 우회를 하려고 했는데요. 과 선택을 잘못 해서 공예학과를 갔어요.(웃음) 광고와는 상관없는 공부를 했죠. 그런데 꿈도 계속 바뀌는 것 같더라고요.

 

그럼 대학교 때는 무슨 꿈을 꾸셨어요?


글을 쓸 거라는 생각은 늘 했어요. 글 쓰는 게 어렵지 않았거든요. 잘 쓰진 않지만요. 잘 쓰는 것과 내가 어렵지 않게 쓰는 건 다르잖아요. 뭔가 글 쓰는 데 어려움을 느낀 적이 없었기 때문에 글은 어떻게든 쓰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러다가 그림까지 같이 그리게 된 거예요.

 

 

그것도 즐겨찾기 해놨어요


요즘 고민은 뭔가요?


이 다음에 어떻게 살아야 하나.(웃음) 프리랜서로 살고 있는데요. 이 생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으니까요. 사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노동해서 돈 버는 거예요. 사업 실패 후 돈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취직을 했을 때 내가 일을 해서 정당한 대가가 들어온다는 게 좋았어요. 자부심도 느껴지고, 자신감도 상승하고 그렇더라고요. 때문에 노동해서 돈 버는 게 좋은데요. 다른 분들도 그렇겠지만 우리나라가 노동 시간이 길잖아요. 그보다 짧은 시간 노동을 하면서 내 일을 병행할 수 있는 걸 찾고 싶은데 힘들어요. 저는 상황이 되는 한 그런 노동은 계속 하고 싶거든요. 어렵죠.

 

앞서 제목을 오해하는 분들에 대한 아쉬움을 말씀하셨잖아요. 오해를 푸는 작가님의 추천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책은 20-30대에 연애를 떠들썩하게 한 사람이 그 시절에 행복하고 반짝였던 나를 지켜보는 이야기예요. 연애가 어느 정도 남의 일이 된 사람이 회상하면서 쓴 거거든요. 그렇게 처절하지도 않고요. 슬프지도 않아요. 슬펐지만 기억하고 싶은 일도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재미있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 담아 쓴 책입니다. ‘어차피 연애는 남의 일인 사람으로부터’(웃음)면 어떨까요? 점점 제목이 길어지네요.(웃음)

 

또 준비 중인 작업이 있으세요?


몇 년째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있어요. 걔네를 관찰해보니까 성격도 다 다르고, 특유의 행동들이 있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저마다 다르더라고요. 그 관찰기록을 계속 하고 있어요. ‘운동기구파’와 ‘계단파’ 고양이들 특성이 다 있거든요. 그런 것을 정리해보고 싶어요. 만화로 하고 싶긴 한데요. 아직 고민이에요.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가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잖아요. 이번 책도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요. 덕분에 마음에만 갖고 있던 것들을 할 수 있게 하는 어떤 확신 같은 것도 생기셨을 것 같아요.


정말 많이 생겼어요. 사업하는 4년 반 동안 많이 작아졌었어요.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했고, 고생도 많이 했는데 잘 안 됐죠. 그런데 저번 책을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이번 책도 관심 가져주셔서 응원을 많이 받았어요. 얼굴은 모르지만 그분들에게 응원 받고 있다고 생각할 때마다 정말 좋아요. 오버하는 것 같은데(웃음) 최근에도 좋은 리뷰들을 보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창작자들한테 잘 봤다는 얘기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들 하잖아요. 정말 그래요. 응원이 됐어요. 예전에 한 커뮤니티에 「행복한 고구마」가 올라왔는데 밑에 좋은 댓글이 많이 달렸었거든요. 저는 그것도 즐겨찾기 해놨어요.(웃음) 자신감 없을 때 가끔 봐요. 연애도 비슷한 것 같아요. 사람한테 사랑받았던 기억이 힘이 되고요. 무엇보다 제가 치유될 수 있었던 건 제 반려견 덕분이에요. 전적으로 나를 좋아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에 제 삶이 조금 바뀐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어차피 연애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부탁드려요.


연애를 해야 해서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꼭 하지 않아도 되죠. 그런데 연애를 안 하고 있으면 하자가 있는 것처럼 보잖아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나는 나 혼자로도 이미 충분히 완성된 사람이에요. 그 사실을 안고 살다 보면 동행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바람은 저도 아직 갖고 있는데요.(웃음) 연애는 내가 살면서 겪는 일들, 사건일 뿐이지 목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차피 연애는 남의 일도대체 저 | 위즈덤하우스
연애의 공백기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는 아팠던 지난 연애들이 다 나쁜 경험은 아니었음을, 또 소중하고 반짝반짝 빛났던 나의 순간들이 여전히 빛나고 있음을 기억하라는 위로를 전한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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