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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혜원 “문 앞에서 제일 무섭죠, 열어 보면 별 거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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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파란색으로 채워진 표지가 단번에 눈길을 붙든다. 그림책  수영장 가는 날이다. 물을 등지고 선 아이는 노란 수영 모자에 파란 수경을 얹고, 깜찍한 딸기 무늬 깜찍한 수영복을 입은 모습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아이의 표정이 뾰로통하다. 쌜쭉 입을 내밀고 어깨 너머로 수영장을 바라보고 있다. 아이는 어떤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걸까.

 

매주 토요일은 수영장에 가는 날이다. 아이는 아침부터 배가 아프다. 엄마는 “일단 수영장에 가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하지만, 아이는 “그렇지 않을 게 분명”하다는 걸 알고 있다. 결국 도착한 수영장. 바닥은 미끄럽고, 차갑고, 주변은 소란스럽다. 수영 모자는 너무 꽉 끼고, 여전히 배는 아프다. 아이는 이 낯선 공간에 적응할 수 있을까? 물속에 텀벙 뛰어들어서 둥둥 뜨는 경험을, 아이도 할 수 있게 될까?

 

『수영장 가는 날』은 아이들이 처음 겪는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긴장, 걱정, 두려움 속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세밀하게 포착했다. 그 시간을 통과해나갈 수 있는 힘을, 아이들은 이미 자신 안에 가지고 있다. 그러니 어른들에게 필요한 건 조바심과 채근이 아니라 여유로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응원하는 일이다. 『수영장 가는 날』은 그 사실을 조용히 짚어준다.

 

이 작품을 쓰고 그린 염혜원 작가는 브루클린에 살면서 그림책 작업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첫 책  『어젯밤에 뭐했니?』로 ‘2009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아동 도서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을 시작으로, 염혜원 작가의 작품은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 2010년에는 미국 일러스트레이터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션’ 신인상을(『There Are No Scary Wolves』), 2013년에는 『야호! 오늘은 유치원 가는 날』로 ‘에즈라 잭 키츠 상’을 받았다.

 

두 아들의 엄마이기도 한 염혜원 작가는 아이들의 방학을 맞아 함께 한국을 찾았다. 오랜만에 한국의 독자들과 재회하는 만큼 반가운 자리도 마련했다.  『수영장 가는 날』의 출간 기념 북토크를 준비한 것. 8월 9일 그림책 전문서점 ‘비-플랫폼’에서 진행될 본 행사는 채널예스를 통해 참가 신청 할 수 있다.
(http://ch.yes24.com/Culture/SalonEvent/1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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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주는 모습이 좋았어요


『야호! 오늘은 유치원 가는 날』  , 『쌍둥이는 너무 좋아』  , 『우리는 쌍둥이 언니』는 작가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었어요. 일상에서 소재를 찾으시는 편인가요?

 

네. 남의 이야기를 쓰는 것보다는, 제 경험을 소재로 해서 쓸 때 이야기가 더 자연스럽게 나오고 재밌는 것 같아요. 이번 책도 제가 어렸을 때 경험한 일이에요.

 

수영장에 처음 가셨을 때요?


맞아요. 수영장에 가면 옷도 별로 안 입고, 추우니까 총총총 걸어가야 되잖아요. 그리고 그때는 무서운 수영 선생님이 계셨거든요. 막대기 같은 걸 들고서 아이들이 물 밖으로 나오려고 하면 밀어내고 그랬어요. 그런 아픈 기억을 떠올리면서 쓴 책이에요(웃음).

 

『수영장 가는 날』 에 등장하는 어른들과는 완전히 다르네요.


그렇죠. 저희 아이들이랑 미국에 살면서 수영장에 가보니까, 선생님들이 너무 좋으시더라고요. 많이 기다려주는 모습이 좋았어요. ‘일단 경험을 해서 물에 떠 봐, 그러면 수영할 수 있게 돼’라고 하지 않고 아이가 물과 친해질 때까지 기다려주는 거예요. 수영뿐만 아니라 다른 일에 있어서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는데, 그러다 보니까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됐어요.

 

가끔 엄마들이 ‘한 번만 해 봐’ 하면서 닦달할 때가 있죠(웃음).


부모로서 그런 마음이 들기는 하죠. 저도 엄마로서 조급한 마음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혹시 뒤처지지는 않을까 싶은 거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꼭 그래야 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사실 다 똑같이 자라잖아요.

 

작가님은 잘 기다려주시는 편인가요?


엄청 잘 되지는 않지만 노력하는 거죠(웃음). 그리고 제가 성격이 조금 느긋한 편인 것 같아요.

 

이번 책은 미국에서 먼저 출간이 됐어요. 인물을 다양하게 그리신 점이 눈에 띄던데요. 한국에서 먼저 출간될 계획이었다면, 다양한 인종을 등장시켰을까요?


안 그랬겠죠. 한국에서는 수영장에 가면 다 한국 사람이잖아요. 저는 한국에서 자라다가 미국에 간 경우라서, 처음 갔을 때는 너무 낯설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서 지내는 모습이 너무 예뻐 보이더라고요. 아이들이랑 같이 수영장에 다니면서도 다양한 아이들이 모여서 물장구치는 모습이 너무 예뻤어요. 그걸 그리고 싶었고요. 최근에 미국에서 그림책 만드는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도 그거예요. 작품 속에 다양한 문화를 담아내는 거죠.  『눈 오는 날』 을 쓴 에즈라 잭 키츠도 자신은 백인이지만 작품에서 흑인을 주인공으로 그림을 그렸어요. 다양한 인종이 등장하는 책을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저희 아이들도 동양 사람이지만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한국에서도 그런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 같아요. 필요성에 공감하는 독자들도 많아지고요. 미국에서는 이미 익숙한 일일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가 보군요.


그동안에는 그렇게 다양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에 더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고요.

 

첫 책 『어젯밤에 뭐했니?』도 미국에서 처음 나왔는데요.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작업 환경이 조금 다른가요?


많이 다르죠. 일단 미국은 시장이 되게 넓어요. 그리고 리뷰어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요. 책이 나오기 1년 전쯤에 이미 원고는 다 나와 있어요. 그걸 리뷰어한테 보내서 6개월 정도 리뷰를 받아요. 그 다음에 책이 출간되니까,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리죠. 조금 더 까다로운 것 같기도 해요.

 

리뷰어의 반응을 보고 원고를 수정하는 일도 있나요?


아니요, 그런 경우는 없는 것 같아요. 반응에 따라서 조금 더 프로모션을 하거나 홍보 방향을 잡거나, 그런 변화는 있죠.

 

그림책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요? 한국 독자들 중에는 여전히 ‘그림책 = 어린이책’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지 않나요?


요즘에는 한국에도 그림책 읽는 어른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미국은 도서관 같은 시스템이 조금 더 잘 되어있는 것 같고, 기본적으로 책이 넓게 퍼진 것 같고요. 저는 한국에 살지 않기 때문에 잘은 모르지만, 주변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은 한국에도 학교 도서관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단행본보다는 전집 같은 걸 많이 사는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요.

 

여전히 ‘많은 책을 읽는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죠.


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잠잘 때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항상 있잖아요. 그래서 자신이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기도 하는데, 저도 그런 책을 하나 내고 싶어요. 내 아이에게도 읽어줄 수 있는 책.

 


문 앞에서 제일 무섭죠, 열어 보면 별 거 아닌데


『수영장 가는 날』 의 주인공을 보면, 처음 해보는 일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지만 결국 스스로 극복하잖아요. 『야호! 오늘은 유치원 가는 날』 에서도 아이가 엄마보다 더 씩씩한 모습을 보여줘요. 아이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힘이 있다고 느끼세요?


네. 저는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할 때 많이 두려워하는 편인데, 우리 아이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느끼죠. 그런데 또 두려워하는 아이들도 있잖아요. 그런 아이들한테는 이런 이야기가 필요할 것 같기도 해요. 사실 문을 열기 전까지, 문 앞에 서 있을 때가 제일 무섭잖아요. 문을 열어보면 별 거 아닌데.

 

『수영장 가는 날』에 나오는 것처럼, 작가님도 꾀병을 부리신 적이 있나요(웃음)?


저는 체육 시간마다 배가 아팠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그랬어요. 제가 체육을 엄청 못하거든요(웃음). 그래서 그런지 체육 수업이 있는 날은 아침부터 배가 아팠어요.

 

아이들이 실제로 통증을 느끼기도 하는군요.


이번 책이 나오고 나서 아이들한테 책을 읽어주러 간 적이 있어요. 그때 물어봤었거든요. ‘너희도 이렇게 배 아픈 적 있지?’ 하고요. 그러면 자기도 그렇다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물론 ‘왜? 나는 수영 가는 게 제일 재밌는데?’ 하는 아이들도 있죠(웃음).

 

책 읽어주는 시간은 미국에서 가지신 거죠? 자주 있는 일인가요?


네. 출간되기 조금 전에 학교를 방문해요. 그때 읽어줬던 건데요. 요즘에는 한국에서도 그런 일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학교에 작가를 초대해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 미국에서는 학교별로 학부모회의 같은 데에서 초청하고는 해요.

 

작가로서 가장 긴장되는 자리일 것 같아요. 아이들은 정말 솔직하게 반응하잖아요.


조금 긴장되죠. 그래도 해야 되는 일 같아요.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많은 부분을 캐치할 때도 있거든요. 그림도 더 자세히 보고요. 또 그림책 같은 경우에는 한 번 읽고 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기에는 짧은 이야기니까 보고 또 보죠. 그만큼 더 자세히 보니까 조심해야 돼요(웃음). 옥의 티를 많이 찾거든요(웃음).

 

책이 나올 때마다 두 아드님과 같이 보시죠?


그럼요. 같이 보죠.

 

작업하실 때도 대화를 나누시나요?


네, 제가 아이들한테 물어봐요. 이야기가 괜찮은지, 이 스토리는 어떨 것 같냐고 물어보죠. 캐릭터가 예쁜지도 물어보고요.

 

돌아오는 반응은 어떤가요? 엄마 작품을 신랄하게 비평하는 편인가요, 응원을 보내는 편인가요?


책이 나오고 나면 엄마가 잘 쓴 것 같다고 이야기해줘요. 그 전에는 비평을 많이 하고요(웃음). 『수영장 가는 날』도 처음 보여줬을 때 큰 애는 별로인 것 같다고 했어요. 둘째는 좋다고 하고요. ‘그래도 나는 간다’ 하는 마음으로 계속 했죠(웃음).

 

첫 번째 독자이자 무서운 독자네요(웃음).


네, 무서운 독자죠(웃음).

 

『쌍둥이는 너무 좋아』 , 『우리는 쌍둥이 언니』를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일상의 미세한 순간들을 포착해서 이야기로 살려내신 점이 놀라웠어요. 쌍둥이 자매도 귀엽고, 전개 자체도 재기발랄해서 좋더라고요.


아이들이 정말 신기한 말을 할 때가 많죠. 그런 걸 잘 써놔야 하는데, 다 놓쳐서 너무 아까워요. 얼마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어요. 저희 시어머니께서 작은 애한테 ‘이것도 못 먹어? 바보네’라고 하셨거든요. 그랬더니 저희 애가, 한국말을 아주 잘하지는 못하는데, ‘에이, 좋겠다. 손자가 바보라서’ 그러는 거예요(웃음).

 

어디에서 그런 말을 배웠을까요(웃음).

저한테 배웠나 봐요. 그래서 제가 도망갔어요, 시어머니한테 혼날까 봐(웃음).

 

아이의 말이 너무 귀엽네요.


그런 건 잘 써놔야 돼요. 아이들이 너무 빨리 커서 재료가 없어지고 있어요(웃음).

 

쌍둥이 언니가 있으시잖아요. 『쌍둥이는 너무 좋아』 , 『우리는 쌍둥이 언니』를 보셨겠죠?


봤죠. 되게 좋아했어요. 오랜만에 한국에 오면 같이 옛날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는 해요. 쌍둥이인데도 성격이 엄청 다르거든요. 그런 이야기도 한 번 써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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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시다가 직접 창작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하셨어요. 아무래도 창작그림책 작업이 더 즐겁지 않을까 싶어요. 내가 만든 이야기에 내가 그린 그림을 결합시키는 거니까요.


네, 그게 더 재밌죠. 처음부터 제가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너무 어려워요. 책을 만드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처음에 잘 몰랐을 때는 그냥 했는데(웃음), 몇 권 나오다 보니까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계속 할수록 ‘이렇게 하면 되지’ 하면서 쉬워지는 게 아니고요. 이야기를 만드는 것, 책을 만드는 것은 점점 어려워져요.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고요. 전작보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항상 하죠. 늘 아쉬운 점이 있고, 조금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작업을 시작하실 때 스토리가 먼저 생각나세요? 아니면 특정 장면이 떠오르나요?


제 책을 만들 때는 특정 장면이 생각나서 시작할 때가 많아요. 『수영장 가는 날』 의 경우도, 책에 보면 아이가 물 위에 뜨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너무 그려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먼저 여러 장을 그렸었고요. 아이들이 다 같이 물에 떠있는 장면도 있는데, 이 이야기는 그 장면에서 출발한 거예요. 『쌍둥이는 너무 좋아』도 쌍둥이가 이불을 덮고 있는 장면에서 시작한 거고요.

 

그림체에 대한 고민도 하실 것 같아요. 작품마다 느낌이 조금씩 다른 것 같은데요. 『수영장 가는 날』의 그림에서는 시원한 느낌이 많이 들고, 『쌍둥이는 너무 좋아』 , 『우리는 쌍둥이 언니』 는 알록달록한 색감이 눈에 띄어요.


조금씩 바꾸기는 했어요. 처음에는 똑같은 그림체로 가야하는 거 아닐까 고민도 많이 했는데요. 지나고 보니까 전체적으로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부터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열심히, 잘, 그리려고요(웃음). 저는 이야기에 따라서 재료나 기법을 약간씩 바꿔보고 싶었거든요. 시작하기 전에는 고민도 많이 하고 망치기도 하는데, 결국은 비슷비슷하게 보이니까요.

 

『물웅덩이로 참방!』에는 빗물이 그려져 있잖아요. 그런데  『수영장 가는 날』과 달리 조금 더 잔잔한 느낌이에요.


그 작품은 네 가지 컬러만 정해서 썼어요. 그리고 프린트를 따로 따로 한 거라서 약간 다르죠.

 

작품을 준비하실 때 가장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다면요?


제가 쓰는 책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가장 신경 쓰여요. 좋은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재밌고 계속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요. 한 번 읽고 치워버리는 게 아니라 다시 찾아서 읽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작가로서 가지고 있는 욕구라고 할까요. 지금까지는 따뜻한 색감과 사랑스러운 이야기로 채워진 책을 만드셨다면, 조금 어두운 그림과 글도 보여주고 싶으실 것 같아요.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좋은 이야기들은 왜 항상 조금 슬퍼야 하나’라는 내용이었는데요. 그런 이야기도 좋은 것 같아요. 조금은 슬픔이 있는 이야기도 해보고 싶어요. 아이들의 책을 읽다가 『샬롯의 거미줄』을 봤는데 ‘그러네, 슬프네. 그런데 좋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그 이야기는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너무 좋잖아요. 그런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이 책을 어떤 사람들이 읽을까’를 생각하기도 하세요?


그런 건 생각 안 하는 것 같아요. 쓰고 나서 ‘내가 보기에 좋은가’를 더 많이 생각해야 될 것 같아요.

 

요즘도 <뉴욕타임스>에 그림을 발표하시나요?


가끔만 그리고 있어요. <뉴욕타임스>의 데일리에 그림이 나오려면, 그릴 시간이 너무 짧거든요. 세 시간쯤 전에 부탁하면 그려서 보내야 돼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그렇게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특집호의 커버 같은 경우는 시간을 많이 주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요청을 받아서 그리죠.

 


‘그래도 괜찮아’라고 이야기해줬으면 좋겠어요


작가님의 작품이 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잖아요.


아유, 아니에요...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웃음).

 

굉장히 부끄러워하시네요(웃음). 그림책이 갖고 있는 큰 매력이 그런 것 아닐까 싶어요. 문화와 언어가 달라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거죠.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거니까 좋은 점도 있겠죠. 처음 만든 책(『어젯밤에 뭐했니?』 )은 그림만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출판할 때 에디터가 글을 써서 넣자고 하겠지’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림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고 해서 거의 있는 그대로 출간됐어요. 그래서 저도 용기를 얻고 계속 다음 책을 내게 된 것 같아요.

 

첫 책을 함께 만든 편집자가 굉장히 유명한 분이라면서요?


네, 편집자로 굉장히 오래 일하셨고 유명한 작가들과도 많이 일하셨어요.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제가 ‘Fairy Garden Grandma’라고 부르곤 했어요. 눈은 파랗고 머리는 하얬던, 정말 좋은 분이었어요.

 

그렇게 연세가 많으신 분이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어린이책 작업을 하신 거잖아요. 너무 매력적인 분이었을 것 같아요.


네. 멋있었어요. 같이 일하는 게 되게 좋았어요. 그 분은 말을 많이 하지 않으세요. 그저 ‘오, 좋은데’ 하시거나 ‘이건 조금 더 생각해 봐야 될 것 같다’ 하시는 거죠. 어떻게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게 아니라 저 혼자 생각하게 하시는 거예요. 마치 선문답처럼. 그 분과 일할 때 정말 좋았어요.

 

『수영장 가는 날』 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없으세요?


독자들에게는 딱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는 것 같아요. 책에서 다 이야기했으니까요. 독자들이 책을 잘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에요.

 

이 책을 잘 읽는다는 건 어떤 걸까요?


그림도 자세히 봐주고, 주인공이랑 공감도 해주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책에 나오는 인물들을 보면서 ‘누가 나일까?’하고 자기 자신도 한 번 찾아보고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아이와 같이 이 책을 보시는 부모님이 계신다면 ‘강요하지 않는 태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렇죠. 그런데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저도 아니까요(웃음). 하지만 아이들을 채근하지 않고, 혼내지 않고, 조금 기다려주는 건 정말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사실 엄마가 마음이 급해서 그렇지, 아이들은 다 더하기 빼기도 하고 한글도 읽거든요. 늦게 배워도 다 하잖아요.

 

그렇죠. 속도만 다를 뿐이죠.


네, 그런 걸 인정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희 아이들 친구들을 봐도, 삐쭉빼쭉 달라 보이는 아이들도 나중에 보면 다 잘 자라더라고요. 튀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들이 좋은 점이 될 수 있고, 그래서 더 예쁘고 더 멋있게 자라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냥 ‘예뻐라, 예뻐라’ 해주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괜찮아, 그래도 괜찮아’라고 이야기해줬으면 좋겠어요.


 

 

수영장 가는 날염혜원 글그림 | 창비
주인공이 수영을 배우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를 넘어서 아이가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해 작은 용기, 즐기려는 마음, 그저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 보는 인내심이라는 것을 일깨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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