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배보경 오른쪽-전창록
『4차 산업혁명 시대, 어떻게 일할 것인가』는 4차 산업혁명을 “가지고 놀던 레고 조각 100개가 순식간에 1억 개로 늘어난 상황”에 비유한다. 100개의 레고 조각도 제대로 가지고 놀지 못했던 지난날은 지우고, 이제는 레고를 가지고 노는 방법 자체를 달리해야 한다. 늘어난 레고 조각은 상상했던 모든 것을 창조했고, 지금까지는 상상도 못 한 것 역시 창조할 것이다.
학습하면서 지능을 높이고, 감정적으로 소통하며,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믿었던 창작마저 거뜬하게 하는 인공지능이 있는가 하면, 작곡 프로그램이 만든 곡이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는다. 구글이 개발한 그림 그리는 인공지능 딥드림은 주어진 이미지를 재해석해 독창적인 스타일로 표현한다. 한 가지 패턴만 집요하게 파고든 ‘넥스트 렘브란트’라는 로봇 화가도 있다. 2016년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호이 신이치상’이라는 SF 상의 1차 심사를 통과했다고 전한다. “‘그래도 아직은 사람만 못해’라고 자위하는 건 부질없는 일(33쪽)”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IGM(Institute of Global Management, 세계경영연구원)의 전성철, 배보경, 전창록, 김성훈 연구원은 책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답이 된 사례를 제시한다. 먼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본질과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기업 사례를 든다. 어떤 부분에서는 절망적이고, 어느새 길을 보여주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제시한 제법 충실한 가이드다. 배보경, 전창록 저자가 인터뷰에 참여했다.
기하급수적인 성장이 가능한 시대
네 명의 저자가 한 권의 책을 어떻게 구성하고 썼는지 궁금하다.
전창록 : 『4차 산업혁명 시대, 어떻게 일할 것인가』는 FRCC(4차 산업혁명 최고위 과정, The 4th Revolution Club for CEOs)로부터 출발했다. FRCC는 IGM 연구원에서 운영한 4차 산업혁명 CEO 멤버십 프로그램이다. 교육 자체는 4차 산업혁명의 본질에 관한 질문이었다. 많은 사람이 4차 산업혁명을 기술로 접근하지만, 우리는 본질을 알고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집중했다.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배보경 : 하나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연구와 학습이 필요하다. 네 명의 저자가 각자 맡은 강의뿐만 아니라 전체 강의 커리큘럼의 내용을 모두 공부했다. FRCC를 운영하며, 우리가 강의하는 내용 역시 책으로 정리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책은 많지만, 일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은 많지 않았다. 이에 각자 강의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쓰고, 초고가 나온 후에는 함께 퇴고하는 과정을 거쳤다.
4차 산업혁명은 명확하게 ‘무엇’이라고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이 있다.
전창록 : 일반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빅데이터로 연결된, 초연결에 의한 초지능 혁명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기하급수적인 성장이라고 본다. 기하급수적인 성장이 가능하기 위해서 ‘융합과 공유의 혁명’이라고 정의한다. 특히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공유다. 에어비앤비나 우버는 소유한 내적 자산이 없는 상태에서 외부 자원을 무한히 이용한다. 소유하지 않은 자산이 주 수입원인 셈이다. 사람의 욕구를 파악하고, 무한대인 자원을 어떻게 융합하고 공유하느냐가 핵심이다. 그래서 융합과 공유의 시대라고 정의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나라에서 특히 이야기가 많이 되는 것은 불안 때문’이라는 시선도 있다.
배보경 : 4차 산업혁명을 바라보는 시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할 수 없었던 게 가능해지는 시대라고 생각하면 다르게 볼 수 있다. 해오던 방식을 고수한다면 4차 산업혁명은 두려움이 맞다. 그런데 변화하려고 한다면,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시대다.
전창록 : 과거에는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이 시가총액 1조에 도달하기까지 평균 20년 걸렸다. 요즘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을 전설 속의 동물인 유니콘에 비유하여 지칭하는 말)은 평균 5.5년이 걸리고, 우버나 에어비앤비는 2년이 걸렸다. 기업을 하는 데 중요한 것은 기술, 자본, 시장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이 모든 것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메이커스 문화가 확산하면서 기술자들은 자신이 가진 기술을 공유하고, 나눈다. 마음 맞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원하는 기술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예전보다 100배 높아졌다. 자본은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외부 자본을 가지고 오는 동시에 미리 시장에서 아이디어를 검증할 수 있다. 기술, 자본, 시장의 리스크가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한 예로 중국의 전동 스케이트보드를 제작하는 스테어리 보드는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출발한 경우다. 기존 전동 스케이트보드의 모터를 바퀴에 넣고, 배터리를 얇게 만드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기술자들을 만나서 아이디어를 실현했다. 실제 상품으로 만들었을 때는 유튜브로 동영상을 찍어 올렸다. 지금은 한 달 매출이 7억이 넘는다고 한다. 과거였다면, 혼자 기술을 익히거나 기술자를 찾는 데만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했을 것이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훨씬 적은 노력이 든다.
4차 산업혁명,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1장을 읽으면서는 조금 무력해지는 느낌이었다. 노동자로 사는 사람이라면 무수히 많은 인력을 대체할 기계와 마주했을 때 무력감을 느낀다.
전창록 : 지금까지 세 번의 산업혁명마다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했다. 이전 시대의 인식과 시선으로 새로운 시대를 바라보기 때문에 불안한 거다.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에 관한 인식이 바뀌고 일하는 방식이 바뀌는 거다. 2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았다면, 현재는 컴퓨터를 사용해 일하는 사람이 많다.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이 지나면 다시 변할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지고 가야 할 것이 무엇인가다. 정말 인간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인간 중심적인 사고로 유연하게 따라가야 한다. 인공지능이 대처하지 못하는 인간만의 가치를 가지고, 지금보다 훨씬 적게 일하고 많이 누리며 사는 시대가 오리라고 본다.
배보경 : 예전과 같은 방식만 고수하면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의 이야기를 얼마 전 듣는 기회가 있었다. 수많은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로 제고, 주문 관리를 하고 있었다. 고객의 요구, 재고, 상품의 질 등을 모두 데이터로 관리해서 정확하고 신속하게 진행한다. 그런 기업들을 보면,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고민해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은 정말 빠르게 변화하는데 나만 제자리에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내 거라는 생각으로 고민하고, 시간을 투자하면 기회는 온다. 디지털이든 아날로그이든 방법은 자신과 맞는 것으로 선택하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함께 생각하면 된다. 일하는 시간을 조절하는 것도 방법의 하나다. 책임을 다한다면 일하는 장소는 관계없다. 마이크로 소프트나 구글, 페이스북 같은 곳은 굉장히 자유롭다. 물론 목표 달성을 위해 받는 개인의 스트레스는 모두 다르다. 그러나 일하는 시간과 장소 등을 주체적으로 정한다는 데서 개인의 능률이 오를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은 이를 가능하게 했다. 출퇴근 시간을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 무의미해진다. 다만 ‘자유로운 분위기’를 일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인식하면 곤란하다. 개인에게도 책임감이 필요하다.
기술의 발전이 일의 능률을 높일 수는 있지만,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다는 건 ‘워라밸’이나 ‘저녁이 있는 삶’과 같은 구호와는 먼 이야기인 것 같다.
배보경 : 이것 역시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달렸다. 자기 시간을 관리하는 게 가능해지는 시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꼭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회사에서 일해야 한다는 개념을 없애고, 일할 수 있는 시간에 집중해서 일하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하루 24시간을 스스로 관리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근무 시간에 자리에는 앉아 있는데 해야 할 업무를 하지 못해서 야근하는 것이 효율적인가? 그렇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은 자기 시간을 관리하는 효과적인 도구가 많다. 도구를 활용해서 생각을 달리하면 일하는 방법을 바꿀 수 있다.
개인뿐만 아니라 ‘일하는 문화’ 자체가 변해야 가능한 일일 것 같다.
전창록 :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많다. 독일의 경우 산업 자체가 제조업 중심이다. 그러다 보니 스마트 팩토리로 인해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자리가 많이 없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독일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일자리를 지킬 것인지 연구했다. 정부나 사회뿐만 아니라 개개인 모두 고민해야 할 숙제가 있다.
“인류는 생물계에서 처음으로 신과 같은 막강한 힘을 손에 쥐게 되었지만, 그것들이 불러올 결과에 대해선 아직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42쪽)”라는 부분이 있다. 핵물리학자인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핵을 만들고 나중에 후회했던 게 생각났다.
배보경 : 4차 산업혁명 교육에는 인문학적인 사유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에 관한 단순 지식 충족뿐만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단순한 싸움과 경쟁이 아니라 자신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전창록 :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호모데우스』 에서 신에 도전하는 인간의 운명에 관해 예측했다. 인공지능을 창조하면서 신이 된 인간이 결국 인공지능에 지배될 것이라는 암울한 미래를 예측한다. 그러면서 이야기하는 게 그런 시대가 오지 않기 위해서 인간이 해야 할 최소한은, 인공지능에 뭘 시킬 건지에 관한 최종 결정은 인간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을 기술이 아니라 어떻게 일할 것인가로 잡은 이유도 생각의 혁신이 먼저라는 점 때문이다. 우리 기업은 왜, 나는 왜 존재하는지 생각하는 것이 먼저다.
온고잉, 계속 변화하고 혁신하는 기업
3장에서는 ‘대기업, 기하급수 기업으로 탈바꿈하라’는 주제로 이야기한다. 이미 기업 문화가 정착한 대기업은 어디서부터 바꾸어야 할지 많은 고민이 생긴다.
배보경 :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받아들여서 성공한 기업이 우리나라보다는 해외 기업 사례가 더 많다. FRCC 과정을 듣는 기업 CEO들도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것은 알지만, 규제 때문에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럼에도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식은 모두 가지고 있다. 간편 결제나 송금 시스템도 해외에서 출시했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할 수 없는 환경이었는데, 지금은 카카오페이나 카카오뱅크 같은 시스템이 자리 잡았다. 이제는 대기업들도 계속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시작만 하면 빠르게 변화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4차 산업혁명에 의한 변화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지속해야 한다는 점이다. 변화를 지속하고, 실행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얼마 전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에 다녀왔다. 세 기업 모두 끊임없이 변화를 촉구한다. 세 기업 모두 ‘온고잉’을 이야기한다. 계속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혁신해야 한다.
기하급수적 기업으로 변화하는 기업을 예로 들며 ‘바로 지금의 시대(176쪽)’라는 이야기도 한다. 유럽의 경우 일보다는 휴식을 중시하고, 한국인이 가면 여러 가지로 느려서 답답하다는 이야기가 많지 않나. ‘바로 지금의 시대’ 같은 말이 세계적인 흐름인 건지 궁금했다.
배보경 :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같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어떤 욕구가 있는지 파악하는 게 어려웠다면 지금은 디지털로 모든 욕구를 세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욕구를 파악하고 해결하면 사람들에게 선택받는다. 특별히 ‘요즘’에만 국한된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만 강요되는 문화는 더욱 아니다.
전창록 : 4차 산업혁명의 큰 특징 중 하나로 초연결성 시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과거에는 나의 욕구가 충족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인지하고 기다렸다. 이제는 수많은 방법으로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기다리지 않는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옷을 산다면, 옷을 입어보고 만져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팔리고 있는지, 다른 사람은 어떻게 입고 있는지 후기도 같이 보기를 원한다. 반대로 온라인 매장에서 살 때는 입어보기를 원하는 것이다. 다양한 욕구가 있지만, 장소의 한계라는 것 때문에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달라졌다. 그러다 보니 옴니채널(Omni Channel: 라틴어의 모든 것을 뜻하는 옴니와 제품의 유통경로를 의미하는 채널의 합성어)에 관한 요구가 많다. 중국 알리바바의 허마 슈퍼마켓의 경우 매장 안에서 제품을 큐알 코드로 찍으면 생산지, 배송 정보, 영양분을 알 수 있고, 결제까지 가능하다. 구매한 제품은 30분 내로 배달이 된다. 대부분 신선식품은 오프라인에서 구매하기를 원한다. 온라인 구매보다는 당연히 불편함이 따른다. 줄 서서 결제해야 하고, 타 채널과 비교가 어렵고, 직접 들고 가야 한다. 허마 슈퍼마켓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불편함을 해결했다. 지금의 시대에는 고객이 자기 욕구 충족을 기다리지 않는다. 이런 흐름은 한국만 유별난 게 아니라 세계적인 움직임이다. 선두 그룹이 세세한 욕구까지 만족시키기 위해 흐름을 만들고 있다.
규모는 작게, 끊임없이 시도한다
3장과 4장은 주로 기업 사례를 다루었다. 최근 주목하는 기업이 있나?
배보경 : 우리나라 기업은 마켓컬리다. 고객의 불편함을 어떻게 해결해 줄지 생각하고, 그에 따른 방안을 계속해서 고민하는 것 같다. 외국 기업은 마이크로 소프트다. 마이크로 소프트가 위기 상황일 때 사티아 나델라가 최고경영자가 되었다. 이후 사티아 나델라는 ‘공감’이라는 키워드로 마이크로 소프트를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업을 혁신하는 과정 자체가 실험적이고 혁신적이다. 예전의 마이크로 소프트와 다른 따뜻함도 느껴졌다. 사티아 나델라의 책 『히트 리프레시』에서는 전 구성원이 조직의 혁신과 구성원의 목표를 연결해 하나의 미션으로 이끄는 과정이 있다. 일부가 아니라 전 세계 구성원과 함께 하나의 미션을 성립해 헤쳐나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전창록 : 중국의 알리바바를 이야기하고 싶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중국인의 삶을 많이 바꿨다. 알리바바는 ‘상생’이라는 가치 철학이 있는 것 같다. 중국과 함께 상생하는 것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역시 지속해서 성장한다. 마윈 회장은 IT 시대가 아니라 DT(Data Technology)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이마트라고 한다면, 상계동과 도곡동점의 상품 구성을 다르게 하는 것이다. 구매자가 다르니 판매되는 물건도 다를 것이고, 이를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한다. 실제로 중국인이 미국인보다 캐나다산 랍스터를 싸게 먹는다고 한다. 이는 허마 슈퍼마켓 자체에서 데이터로 제고를 낮추고 유통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시스템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나라와 국민의 상생을 추구하는 데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알리바바를 높게 평가한다. 우리나라 회사로는 카카오 모빌리티를 보고 있다. 올 초에 즉시 배차 서비스와 스마트 호출 서비스를 도입하려다 규제 때문에 어려워졌는데 성장 가능성 있는 사업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잘 될까 싶었는데 의외로 성공해서 놀랐던 기업도 있나?
전창록 : 딱히 어떤 기업을 짚기보다는 대부분 스타트업이 처음 시작했던 아이템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를 피보팅(Pivoting: 기존 사업 아이템을 바탕으로 사업의 방향을 다른 쪽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한다. 스타트업이든 일반 기업이든 투자가가 투자를 할 때는 사람을 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 환경에 따라 아이템은 변화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이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피보팅해서 성공한 사례가 많다.
배보경 : 린 스타트업(아이디어를 빠르게 최소요건제품(시제품)으로 제조한 뒤 시장의 반응을 통해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전략)이라고도 한다. 계속 변화하고, 새로운 걸 시도하면서 정착시키는 것이다. 예전엔 물음표 사업이라고 했는데, 물음표 사업에서 스타 사업으로 가기까지 험난했다. 요즘은 테스트하면서 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실패를 장려하는 기업
실패가 예상되는데 계속 시도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다. 책에서는 아마존의 사례를 들어 ‘실패를 장려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배보경 : 맞다. 아마존이 대표적인 건 실패 사례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게 문화가 된 점이다. 아마존은 실패한 것을 다음 아이템에 변주해서 적용해서 성공한 사례도 있다.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하면 경기를 일으키는 기업가도 많다. 분위기를 바꾸고, 계속 도전하고, 실패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대신 한 번에 크게 성공하려는 것보다 작게, 계속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
기업 임원급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많은 줄 알았는데, 어떻게 일해야 할지 고민하는 개인도 생각할 만한 지점이 많다.
배보경 :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실행한다고 삶이 바뀔지 안 바뀔지는 모르는 일이다. 다만 변해가는 시점에서 주도적인 삶을 살 것인지, 끌려가는 삶을 살 것인지 선택하는 길에 놓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개인과 기업 모두가 현재 위치를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을 달리하고, 관점을 바꾸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나 역시 스스로 들여다보고 있다. 우리 역시 ‘온고잉’이고, 마찬가지로 한국 기업들도 혁신적인 변화 이끌어서 더 많은 성공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
전창록 : 3개년, 5개년 계획 세우는 걸 잊으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계획을 세운다는 건 앞선 변화가 예측 가능하다는 가정이다. 앞으로는 예측 가능한 변화란 없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핵심은 기하급수적 변화가 상수라는 점이다. 우리는 변화가 상수이고, 혁신이 일상인 시대를 산다. 모든 것을 연장 선상에서 바라봐야 한다. 보통 멀미는 속도 인식 차이에서 난다. 만약 배나 버스의 운전사라면 멀미를 느끼지 않는다. 조수석에 앉은 사람만이 멀미를 느낀다. 변화가 일상인 시대에서 자기 인생의 운전석에 앉을지, 조수석에 앉을지는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다. 예측 가능한 미래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가 미래를 만들고 주도적으로 살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어떻게 일할 것인가전성철, 배보경, 전창록, 김성훈 저 | 리더스북
4차 산업시대를 대비해 어떤 식으로 일하는 방법을 혁신하고 있는지 자세히 들려주고 국내 기업들의 현황과 참고할 만한 사례를 ITㆍ금융ㆍ제조 등 산업 부문별로 제시해 한국 현실에 밀접한 내용을 다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