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을 담합하고, 족보를 공유하고, 튀지 않고 선배들 말을 잘 들으며 치과의사가 된 이들은 가격을 담합하고, 서로 유대를 쌓으며 자신들의 폐쇄적인 세계를 만들었다. “의사들이 돈에 욕심내지 않고 올바르게 진료 할 수 있도록”(232쪽) 보장되어야 한다는 진료비, “‘표준의료수가의 책정’이라는 그럴듯한 문구로 포장되어 있”(112쪽)는 그 진료비는 어기지 말아야 할 ‘법’이었다. 한 치과의사가 ‘표준수가’ 230만원이던 임플란트를 100만원에 받기 시작하자 지역치과의사협회는 즉시 제재를 시작한다.
“우리 창주시는 단합이 잘되기로 유명한 지역입니다.(중략) 좋은 게 좋은 거랍시고 한두 번 넘어가기 시작하면 옆 동네처럼 수가 무너지는 거 한순간입니다. 지금도 한 번씩 전화 돌려보면 ‘임플란트 200만 원입니다’이렇게 말하는 병원이 몇 군데 있는 게 현실입니다. 혹시 주변에 연락 닿는 원장님들은 반드시 제가 경고한다고 전해주십시오. 그냥 지켜보지만은 않을 겁니다.”(41-42쪽)
어느 날 구청 직원들이 찾아와 간판 철거를 지시했다. 직원들은 퇴사를 종용하는 전화를 계속해서 받았다. 기자재 업체로부터 거래 불가 연락을 받았고, 직원 채용 공고를 올린 치과계 신문은 폐간되었다. 이 치과는 진료비를 싸게 한다는 이유로 ‘덤핑치과’, ‘영리병원’이 되었다.
현직 치과의사 고광욱의 『임플란트 전쟁』 은 그가 직접 겪은 일을 바탕으로 한 ‘본격치과담합리얼스릴러’다. 이 기가 막힌 이야기,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를 읽으며 독자들은 질문을 갖게 될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사실인가, 어디까지가 진짜인가. 이에 답하듯 책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소설의 내용은 다 허구다. 만약 실제와 비슷하다면 그것은 현실이 너무나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아주 좁고 폐쇄적인 사회
책 첫 머리에 “이 소설의 내용은 다 허구다.”라고 적었어요. 마치 선언처럼 이렇게 적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단 제가 직접 겪은 일들이 절반 이상 돼요. 나머지 일들은 간접적으로 듣고, 접한 자료들이고요. 이건 대중들에게 알리려고 쓴 책이니까요. 쉽게 접하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소설 형식으로 썼어요. 서로 연관되는 사건을 써야 하니까 본의 아니게 피해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어서 가명도 쓰고, 단체 이름도 바꾸고 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실제 있었던 일들을 재구성한 것이기 때문에 밝히긴 밝혀야 했어요. 동시에 완전히 없는 일은 아니고, 어느 정도는 실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썼다는 것도 알리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르포로 썼다고 들었어요.
네, 완전히 기사처럼, 다큐멘터리로 쓴 원고가 있었고요. 기획 단계에 소설로 바꾸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법적인 부담감이 있는데다가 르포 방식으로 쓰려면 100% 확실한 물증이 있는 것만 써야 하더라고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더 많은데 제한이 있었던 거죠. 또 ??시, XXX 누구, 이런 식으로 가려서 많이 들어가야 하잖아요. 그러면 읽는 것도 재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이게 우울한 얘기일 수 있거든요. 저도 당한 일이 많기 때문에 억울하긴 하죠. 그래도 일단 책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 제가 당한 일이 아니라면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흥미로운 일이라고 여겼고, 사람들에게도 흥미 있게 읽혔으면 해서 이 방식으로 썼어요.
그 동안 쓰겠다는 생각은 갖고 계셨던 거예요?
언젠가 이 이야기를 글이든 뭐든 정리해서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수년 전부터 해왔어요. 신기한 일이 많았으니까요. 화가 나기보다 신기하다고 여겨지는 일들이 많아서요. 한 번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었죠. 글은 빨리 썼어요. 르포 형식으로 쓸 때도 한 달 정도 걸렸고요. 회의 끝에 소설 형식으로 바꾸기로 하고도 한 달 걸렸어요. 거의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각색한 내용이니까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고요. 물론 준비 기간은 어찌 보면 10년 걸린 셈이에요.
『임플란트 전쟁』 은 말씀처럼 선생님께서 직접 겪은 지난 10년의 이야기를 담았잖아요. 이것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짐작하기가 어려운데요.
치과의사로 활동을 시작한 게 2008년이고, 딱 10년 전인데요. 여느 동네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치과에서 페이닥터로 일을 했었죠. 그때부터도 신기하다는 생각은 했어요. 보통 사람은 이해 못할 비상식적인 일들이 있다고 느꼈거든요. 책에 등장하는 치과의사 익명게시판은 실제로도 있어요. 생긴 지 15년 정도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곳에서도 여러 이해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더라고요. 보면서 치과계는 아주 좁고 폐쇄적인 사회라 신기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구나, 하는 느낌은 있었죠. 하지만 어쨌거나 저와 직접 관련된 일은 아니었어요. 그러다가 2009년쯤부터 제 병원을 시작하고 진료비를 싸게 했는데요. 책에 진료비가 적힌 팩스를 받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건 사실 제가 치과의사 되자마자 받아봤던 거예요. 하지만 그대로 받지 않고 진료비를 싸게 받았죠. 그때 진짜 태클이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태클이라면?
사실 진료비 싸게 하는 게 범법행위도 아니고 누가 제재할 수도 없어요. 그러니까 간접적인 괴롭힘으로 태클이 들어왔어요. 하나 같이 치졸하고, 비겁하다고 느꼈는데요. 더욱이 의사를 괴롭히면 피해는 환자가 봐요. 환자를 볼모로 괴롭힌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죠. 사건이 워낙 다양하고요. 책에는 일부만 들어간 건데요.(웃음) 이것이 단순히 동종업자들 사이의 해프닝에서 머물지 않잖아요. 정치권도 연관이 되었고요. 실제로 경찰, 검찰 조사도 일어났고, 탐사 보도 프로그램에서 저희를 악한 집단으로 취재해 방송하기도 했죠. 최근 몇 년 정치 뉴스가 풍년이었잖아요. 그걸 보는데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일과 아주 비슷하다, 생각이 들었어요.
반이 바뀌지 않는 고등학교
학부 때부터 이런 분위기를 겪어왔고, 이후에도 주변 사람들이 모두 이것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수긍하기가 더 쉬운 선택일 법한데 안 그러셨어요. 지금 ‘신기하다’는 표현을 쓰셨는데 외부인의 시선 같은 게 일찍부터 있었던 것 같고요.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의료에 이런 단어는 적절치 않지만 환자분들도 ‘시세’를 알고 오잖아요. 충치가 몇 개다, 금으로 때워야 한다, 하면 대충 얼마가 나올지 아시죠. 그런데 저는 그걸 보는 마음이 되게 불편해요. 난데없는 지출이잖아요. 웬만큼 중병에 걸리지 않으면 병원비로 100-200만원 나가는 일이 흔하지 않거든요. 수술, 입원이나 돼야죠. 그런데 치과는 일단 가면 그렇게 나와요. 보통사람이 예상하지 못한 소비를 해야 할 때 받는 충격을, 우리는 다 알잖아요. 치과의사들도 예전엔 알았을 텐데 말이에요. 저는 그게 처음부터 불편했어요. 치과를 열고, 가격이 싸다고 욕을 하셨지만 그래도 그렇게 한 것은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었어요. 비싸게 할 때보다는 훨씬 편하니까요. ‘비싸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 병원에서 하면 조금 쌀 겁니다.’가 마음에 깔려 있으니까 저도 편하게 진료비 얘기를 할 수 있었어요.
아들의 부탁을 아버지는 매번 들어주었다. 하지만 급한 돈이 50만 원이나 100만 원쯤 되면 아버지도 곧바로 보내주시지는 못했다. 며칠이 걸렸다. 모의셨거나 빌리셨으리라. 200만 원 혹은 300만 원, 이런 숫자가 보통 사람의 어깨를 누르는 무게감을 광호는 잘 안다.
“그냥 제가 생각해도 좀 비싼 것 같아서 처음부터 싸게 받았어요. 그래도 환자분들이 좋아하시니까 소개 환자도 많아져서 충분히 먹고살 만큼은 남더라고요.”(19쪽)
치과의사의 일이 진료하고, 진단하는 일인데요. 또 중요한 것 하나가 환자들한테 진료비 설명하는 일이에요. 그걸 예전에는 의사들이 직접 했는데 지금은 ‘실장’이라는 사람들이 다 해요. 왜냐하면 전에는 의사가 얼마라고 하면 사람들이 다 그냥 했던 거예요. 이제는 환자들이 흥정을 하잖아요. 그러니까 돈 얘기를 대신 할 사람이 필요해진 거죠.
치과의사들도 예전에는 알았을 텐데, 라는 말 곰곰이 생각하게 되네요.
다 알았을 텐데 치과의사가 되고 나면 당연히 비싸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것도 턱이 없는 거다, 원래는 더 받아야 한다, 라고 말하고요. 예전에는 더 많이 벌었는데 지금은 그만큼이 아니잖아요.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어디냐, 싶거든요. 저는 감사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게 없어요. 치과의사들 게시판에 들어가 보면 다 우울해요. 마치 폐업하는 동네 골목 자영업자분들이 모인 것 같은 분위기예요. 그러니까 신기하다고 말씀 드린 거예요. 그러면서 동시에 올라오는 것은 벤츠 영업자 좀 소개해 주세요, 이런 거니까요.
진짜 이 정도일 줄이야, 라고 가장 처음 생각하게 한 장면이 성적담합 부분이었어요. 학부 때부터 이미 ‘맥시(학생회가 정한 성적 상한선)’, ‘미니(교수가 공지한 최소 점수)’라고 해서 담합을 하잖아요.
그게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모르겠는데요. 폐쇄적인 집단의 특성일 것 같아요. 대학교에 가면 학과라는 소속이 있긴 하지만 여러 과가 섞여서 학교생활을 하게 되잖아요. 수업도 다른 과와 섞여 듣고요. 그런데 치과는요. 첫 2년, 예과 때는 교양과목도 듣지만 본과로 가면 4년 내내 같이 수업을 들어요. 고등학교처럼. 고등학교는 해마다 반이라도 바뀌죠. 여기는 반도 안 바뀌어요. 서울대는 정원이 많은 거고요. 다른 학교는 20-30명 정도거든요. 이 사람들이 4년 동안 모든 수업을 같이 듣는 거예요. 그것도 9시부터 6시까지요. 그러다보니까 다양성이 없는 거죠. 고인물인 거예요. 그게 이 치과계 집단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폐쇄되어 있는 것, 모두의 이해관계가 같은 것.
기본적으로 담합이 아주 쉬운 구조군요.
다른 의사들 경우 과도 다양하고요. 병원의 형태나 규모도 다양하기 때문에 같은 의사라도 서로 이해관계가 저마다 다르죠. 그럴 때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그나마 바른 쪽으로 가는데요. 치과의사들은 거의 모두가 자기 병원, 개인 병원의 의사가 되거든요. 모두의 이해가 완벽히 일치해요. 그러니까 튀는 사람을 용납 못하죠. 선배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튀지 마라”예요.
저자 소개 글에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에 다니며 독특한 왕따 문화에 놀랐고’라는 부분이 있는데 지금 이 말씀인 거죠?
네, 잘한 일이든 잘못한 일이든 튀면 깎아 내리고 욕해요. 공부도 조용히 잘해야 해요. 시험도 조용히 잘 보고, 얌전히 있어야지 교수님한테 예쁨 받거나 이러면 욕을 먹어요. 치대마다 ‘독사’라는 말이 있어요. 공부 열심히 해서 학점 잘 따는 사람을 부르는 말인데요. 당연히 완전히 욕먹는 사람이고요. 치대 나온 사람들은 독사라는 말을 다 알 거예요.
이견이 없는 팩트예요
말씀을 들어보면 군대 문화와 아주 흡사한 느낌이 들거든요. 폐쇄적이면서 위계가 심하고, 상부의 말에 복종해야 하고, 튀면 안 되고요.
선배 권위도 되게 심하죠. “본과 생활 힘들게 하고 싶냐?”가 선배들이 하는 말인데요. 본과생들 케이스 점수를 레지던트들이 주거든요. 그때 괴롭힌다는 말이에요. 동시에 아주 편하게 본과 생활을 만들어줄 수도 있어요.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제가 본과생 때 지하철 총파업이 일어난 적 있거든요. 선배가 아래 학년 강의실에 왔어요. 그러더니 정부의 독재에 저항하기 위해 집회에 나가야 한다, 너희도 전부 참석해야 한다, 안 나오는 사람은 본과 생활 힘들 줄 알아라, 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독재잖아요.(웃음)
이 이상한 이야기를 알리겠다고 생각한 데에는 어떤 사명감 같은 것도 있었나요? 이대로 안 된다,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히 있었을 것 같거든요.
스스로도 많이 자문해봤어요. 나는 왜 이러고 싶을까, 하고요. 그런데 그걸 잘 모르겠어요. 사명감 같은 게 없진 않지만 정의감에 불타서 그런 건 아닌 것 같거든요. 그냥 말이 안 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오기 같은 것도 생겼고요. 지금도 싸게 하는 치과의사들, 또 제가 속해 있는 유디치과가 치과계에서는 공공의 적이거든요. 그들에게 저희가 나쁘다는 건 이견이 없는 팩트예요. 의견이 아니라 그냥 사실이죠. 저는 그런 이상한 걸 이상하다고 말하지 않는 분위기 안에서 그것이 이상하다고 말해주고 싶은 오기 같은 게 있어요.
싸게 하는 치과는 전체 치과계에서 어느 정도나 돼요?
일단 유디치과가 전국에 100개니까요. 치과는 2만 개 정도 되고요. 1% 이하죠.
겪은 일들 가운데 선택한 이야기와 선택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 텐데요. 가령 일명 ‘반(反)유디치과법(의료인이 의료기관을 2개 이상 개설하지 못하도록 막은 현행 의료법 33조8항)’과 같은 일은 책에는 들어가지 않았어요.
제가 보기에는 너무 이상한 일인데 일반인이 볼 때는 관심 가지 않는 얘기도 있을 수 있죠. ‘반유디치과법’이 저희가 받은 괴롭힘 중 가장 큰 거고요. 이를 통해 아예 저희를 불법 집단으로 만들었는데요. 그 얘기를 뺀 이유는 ‘치협(대한치과의사협회)’과 유디가 싸우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책은 치과계에서 일어난 비상식적인 이야기를 다룬 것이고, 그 얘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이것은 실은 유디치과가 대표로 당한 일이지 소소하게는 다른 치과들도 당해온, 지금도 당하고 있는 일이에요. 본질은 진료비고요. 치과계에서 가격 때문에 일어나는 비상식적인 일들을 알리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그 이야기는 뺐어요.
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 늘 궁금한 건 결말 이후거든요. 『임플란트 전쟁』도 한 국면이 일단락이 되면서 끝이 나잖아요. 10년 싸움을 지나온 지금, 어느 정도나 바뀌었다고 느끼세요?
바뀐 건 없어요. 법을 바꿔서 저희를 공격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기사를 보면 아시겠지만 현재 저희가 기소되어 있는 상태인데요. 그 법 자체가 문제 있다, 해서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해 해당 내용이 헌법재판소에 몇 년째 쌓여 있어요. 그것은 저희의 일이고요. 가격을 싸게 하는 치과를 괴롭히는 일에 대해서는 지금도 계속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죠. 주인공이 처음 치과를 개원해서 동네치과협회로부터 당하는 일 있잖아요. 그런 일도 여전해요. 여전히 싸게 하는 치과들은 욕을 먹고 있어요.
책에는 치과의사 익명게시판 ‘덴탈갤러리’가 폐쇄되었다고 나오는데 실제로는 아닌가 봐요.
익명게시판이 실제로 폐쇄되었어요. 환자 블랙리스트 때문에요. 그런데 ‘닉네임게시판’으로 바뀌었어요. 익명게시판 때는 완전 익명, 그러니까 밑에 글을 쓰고 그 위에 글을 써도 같은 사람인지 모르는 곳이었고요. 이제 닉네임은 있어요. 가보면 지금은 최저임금 때문에 난리가 났어요.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요. 치위생사, 간호조무사 월급이 200만원이 거의 안 되거든요. 그 정도면 이것저것 따지면 거의 최저임금이잖아요. 그게 힘들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치대 정원은 줄여야 한다고 하고, 치위생과 정원은 늘려야 한다고 해요. 표리부동이죠. 그런데 치위생사가 모자랄까, 하면 아니거든요. 실제 일하는 치위생사 비율이 얼마 안 돼요. 월급을 안 올려주니까요. 치위생사가 없는 게 문제가 아니고요. 월급이 적어 취업하지 않는 게 문제니까 월급을 더 주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정원 늘리자는 얘기만 하죠. 그러면 초년생이 많아지고 그들은 싸게 줄 수 있으니까요.
마녀사냥이 시작되는 거예요
사실은 그래도 뭔가가 조금은 바뀌었겠다, 싶었거든요. 선생님의 10년 싸움으로 처음에 나도 당했다면서 쪽지를 보내오던 사람들이 이제는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오히려 반대예요. 전에는 미워하고 욕만 했지만 몇 년 동안 첨예하게 대립했잖아요. 그런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이제는 아예 말하지 않아요. 그때는 적군, 아군 개념이 없었는데요. 지금은 적군과 아군이라는 경계가 지어진 거예요. 저들이 나쁘다, 가 되어버린 거죠. 그나마 좋아진 건 있어요. 전에는 괴롭히는 것도 공문으로 보내고 했잖아요. 이제 그런 건 없어졌어요. 공식적인 괴롭힘은 없어졌는데요. 알음알음, 은근하게 괴롭히는 일이 생겼죠. 몸은 편해졌다고 할 수 있고요. 저희가 주적이라는 개념은 명확해진 거예요.
그래서 가장 힘든 게 뭘까요? 채용이 어려워지는 것, 직원이 떠나는 것도 참 힘든 문제일 것 같아요.
얼굴 팔리는 일을 다들 부담스러워하죠. 치과의사들도 대체로 개인주의적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자기 이름이 오르내리면 괴롭잖아요. 싸게 하는 치과가 있으면 그 치과 광고나 홈페이지 같은 것을 캡쳐해서 게시판에 올려요. 그러면 마녀사냥이 시작되는 거예요. 저는 그런 게 별 상관이 없지만 치과의사들은 많이 괴로워해요. 그러다가 ‘싸게 해서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올리기도 하는 거죠. 처음 협회에서 유디치과 괴롭힐 때 유디치과를 하던 분들이 많이 나갔어요. 워낙 외압도 많았으니까요. 치과계가 진짜 좁은데 어디서 제명한다고 하면 얼마나 공포를 느끼겠어요. 사실은 별일 없지만 말이에요.
우리 사회 전반에 갑질과 적폐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말씀을 들으면 치과계의 이런 문제들은 해결이 요원해 보이거든요.
요원한 이유는 이런 것 같아요. 치과의사 분위기가 우울하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 이유가 전보다 못 벌어서 그런 거거든요. 점점 못 벌고 있고요. 그러니까 점점 더 화가 나는 거예요. 이때 누군가에게는 화를 내야 하는데요. 그 대상이 싸게 하는 치과인 거예요. 치과의사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린다, 이렇게 되는 거죠.
그렇다면 독자가 꼭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은 뭔가요?
의료계에 이런 일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은 폐쇄성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모르잖아요. 이게 세상에 드러나면 저절로 해결될 거라고 생각해요. 책은 드러내는 작업이었고요. 알게 되면 달라지겠죠. 임플란트가 200-300만원 하니까 재료값이 80만원 하는 줄 아셨잖아요. 물론 재료만 사다가 파는 것은 아니니까 재료비 이야기만 하면 안 되지만 말이죠. 임플란트 10개만 하면 3천만 원이고, 그럼 그 달의 운영비는 다 빠지는 거예요. 나머지는 다 수익이고요. 그저 그런 것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상황은 저절로 변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폐쇄된 정보의 울타리를 터뜨리면서 동시에 치과의사들이 좀 이상하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고요. 당신들 이상해(웃음) 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알리는 일을 계속 하시려는 거고요?
네, 사실 제가 치과의사여서 이런 말을 하는 게 특이하게 보이는 것이지 시민단체나 이런 곳에서는 많이 이야기하잖아요. 치과의사가 했기 때문에 주목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TV 토론 프로그램 보면 의사들은 나와서 다 의사 편만 들어요. 의사가 나와서 의료계 비판은 거의 안 해요. 하면 큰일 나니까요. 저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가령 ‘문재인 케어’에 대한 의견도 여러 인터뷰에서 말씀하셨어요.
국가에서 보험으로 치료비를 보장해주겠다는 것인데요. 이때 가령 적정 진료비는 5만원 정도인데 국가에서 3-4만원으로 책정할 것 같다, 그러니 반대한다, 고 하거든요. 하지만 현재는 5만원 하는 진료를 50만원 받고 있단 말이에요. 그 얘기는 안 하죠. 의사가 돈 많이 버는 것 나쁘지 않아요. 그 욕망을 인정하는 게 자본주의고요. 그런데 그걸 권리처럼 생각하면 문제잖아요. 제가 강조하고 싶은 문장이 “벤츠 타고 출근하면 잘되던 진료가 그랜저 타고 출근하면 잘 안 됩니까?”(233쪽)예요.
“예전에는 치과 문 닫는 시간 되면 은행 직원이 자루를 들고 수금하러 왔대. 오래된 치과 간판이 붙어 있는 건물은 보통 그 치과 원장이 주인이라는 말도 있었고. 돈을 하도 많이 벌어서 그 빌딩을 사게 된다는 거지. 아마 지금 치과의사들은 그때의 환상과 지금의 현실을 비교하는 것 같아.”(209쪽)
수가 떨어지면 진료 질이 낮아진다는 얘기 의사들이 많이 하잖아요. 차 팔고, 방 빼야 하는 정도면 진료 질이 낮아질 수 있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에요. 보험에서 나는 손실을 비보험으로 메우고 있다, 비보험을 보험에 편입시키면 적자로 진료 봐야 한다, 고 하는데요. 지금 100원 적자 나는 걸 만원으로 채운단 말이에요. 제 주장을 뒷받침하는 게 보험이 이미 대부분인 과는 문재인 케어에 찬성한다는 사실인데요. 비보험이 많은 과일수록 싫어해요. 한의과, 정형외과 같은 곳은 좋아하거든요. 결국은 비보험 놓칠까봐 반대한다고 봐야 해요.
임플란트 전쟁고광욱 저 | 지식너머
“왜” 가만히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그들에게, 가만히 등 돌리고 침묵하는 사람들에게, “왜?”라고 묻지 않을 수 없어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