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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분석가 김용섭 “소비가 곧 트렌드라는 생각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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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분석가이자 비즈니스 창의력 연구자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은 2013년부터 매년 라이프트렌드를 분석하고 있다. 2013년 ‘좀 놀아 본 오빠들의 귀환’, 2014년 ‘그녀의 작은 사치’, 2015년 ‘가면을 쓴 사람들’, 2016년 ‘그들의 은밀한 취향’, 2017년 ‘적당한 불편’, 2018년 ‘아주 멋진 가짜’에 이어 2019년 트렌드로 그가 제시한 것은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 젠더 뉴트럴은 “성의 구분을 없애고 중립성을 택하는 것”(25쪽)을 말한다.

 

이미 성별 구분을 하지 않고 출시하는 화장품과 젠더 프리 편집숍이 등장했고, 뉴욕 지하철에서는 “신사 숙녀 여러분” 대신 “승객 여러분”이라고 표현을 바꿨으며, 글로벌 투자 펀드는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을 평가 항목으로 다룬다. 젠더 뉴트럴이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와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놀라운 변화를”(87쪽) 일으킬 것이라 말하는 김용섭 소장은 특히 소유보다는 경험에 더 관심이 있고, 디지털 사용에 능통하며, 사회적 이슈에도 관심이 높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와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세대)’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향후 20년을 주도할” 이들 세대가 유튜브를 좋아하는 이유, 사회적인 목소리를 거침없이 내는 이유,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이들이 보여줄 창의성과 소비력을 이해하면 누군가는 삶의 방향이, 누군가는 소비의 즐거움이, 누군가는 비즈니스의 방법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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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소비가 트렌드는 아니다


2013년부터 라이프트렌드를 꾸준히 정리해오고 계신데요. 트렌드를 아는 것이 왜 필요한 일일까요?

 

우리는 혼자 살지 않아요. 세상과 무관하게 살지 않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가끔 그 사실을 잊어요. 그러고는 10년, 20년 전에 배워왔던 것을 죽을 때까지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아요. 누군가에게는 취업에 트렌드가 필요하고요. 누군가에게는 투자에 필요하죠. 누구는 이사 갈 때도 트렌드를 볼 거고, 창업할 때도 볼 거예요. 트렌드는 수시로 새로운 것이 나오고, 소멸되는데요. 다만 수명이 달라서 어떤 것은 몇 년을 가고, 어떤 것은 1년도 안 가요. 트렌드 연구자는 화초 키우는 사람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요. 어떤 건 1년 살이 화초일 수 있고, 어떤 건 나무가 되어 수십 년 살 것일 수 있어요. 이번에 2019년 트렌드로 제시한 것도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거든요. 몇 년 전부터 씨앗이 생겼고, 싹이 텄고, 이런 과정들이 있었죠. 저는 이런 과정을 분석하는 일을 하고요. 트렌드 연구는 세상 변화의 연속성, 변화의 과정을 연구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매해 연말연초에만 트렌드 책에 관심을 기울이는 문화가 아쉽다”(<채널예스>, 명사의 서재)고도 하셨죠.


저는 주로 기업 강의를 하는데요. 일반 독자분들에게도 이 정도는 알면 좋겠다, 싶은 트렌드를 책으로 알려드리려는 마음이 있어요. 이 정도 알면 그래도 흐름을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요. 무엇보다 무조건 소비가 트렌드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요. 한국에서는 가장 유명한 트렌드가 소비 트렌드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죠. 라이프스타일 안에 문화, 의식주, 비즈니스가 모두 있잖아요. 그 범주 안에 소비도 있지만 소비가 곧 트렌드라는 생각은 오해예요. 책을 시작하게 된 것도 그 이유인데요. 독자분들도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대한 이해를 갖게 된 후 소비를 이해하면 자신만의 변별기준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소비가 곧 트렌드는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겠어요.


그렇게 이해하면 무조건 다 사야 할 것 같고, 기업이 무슨 메시지만 던지면 다 수용해야 할 것 같지만요. 그것은 오히려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아주 무모한 태도라고 볼 수 있어요. 트렌드는 뒤에서 따라가는 것이 아니에요.

 

특별히  『라이프 트렌드 2019:젠더 뉴트럴 Gender Neutral』에 대해서 “라이프 트렌드 시리즈 중 가장 완성도와 만족도가 높다고 자부”(9쪽)한다고 한 이유는 뭔가요?


사실 이 작업은 매년 완성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새해가 된다고 ‘리셋’되는 게 아니니까요. 사람들의 욕망과 사회적인 변화를 계속 안고 가는 거고요. 당연히 계속 데이터가 쌓이죠. 트렌드 연구자가 해마다 끊어서 보여주는 건 독자가 읽는 방식이 그러하기 때문이에요. 만약 매달 새로운 트렌드를 원하는 독자가 충분하다면 매달 전할 정보는 충분히 있어요. 이미 기업들에게는 그렇게 하고 있고요. 
 
그렇다면 책 한 권을 작업하는 데 얼마가 걸렸는지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겠네요.


그렇죠. 아직 2019년이 되지 않았지만 저는 이미 2020년, 2021년 트렌드를 연구하고 있어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트렌드는 화초 같은 거라서요. 올해 씨앗이었던 것이 갑자기 다음해에 나무 되는 게 아니에요. 계속 지켜보는 것들이 있죠. 2019년의 화두를 ‘젠더뉴트럴’이라고 제시했는데요. 이것은 이미 2017년 말부터 지켜봐왔던 거예요. 흐름에 따라 가장 유력한 후보는 추려지니까요. 2019년 대두될 것이 전에는 없다가 2018년에 갑자기 튀어나오지 않으니까 키우고 있는 수십 가지 화초를 전부터 계속 지켜보는 거예요. 이런 과정이 없으면 신기한 것만 쓰게 돼요. 그건 트렌드 분석이 아니죠.


이번 책에 10개의 화두가 있는데요. 각각이 분절되어 있지 않아요. 다 연결이 돼요. 신문에서 정치, 사회, 문화를 따로 보지만 그건 인위적으로 나눠놓은 것이지 실은 연결되어 있는 것이잖아요. 마찬가지예요.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2019년은 버라이어티한 해면서, 비주류가 주류로, 미미한 존재감에서 갑자기 열풍처럼 번질 트렌드가 많은 해”(5쪽)가 될 것이라고 했어요.


그간 지켜보던 트렌드 몇 개가 모두 2019년을 기점으로 어른 나무가 될 거예요. 나무가 되면 쉽게 쓰러지지 않거든요. 젠더뉴트럴도 그런 거죠. 한국 사회에서 젠더 이슈는 보편적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젠더’라고 하면 사회 이슈로 여겼죠. 이번 책에서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은 이제 젠더뉴트럴은 경제 이슈라는 건데요. 어떤 이슈가 사회 이슈일 때와 경제 이슈일 때는 다르거든요. 경제 이슈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그 이슈가 무르익었다는 이야기고요. 사회 안에서 주류가 되었다는 의미예요. 젠더뉴트럴만 그런 게 아니고요. 작년 화두가 ‘아주 멋진 가짜’였는데요. 보세요, 과거 모피 반대라고 하면 극소수의 까다로운 목소리로 여겼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기업이, 패션이 나서고 있죠. 또 밀레니얼 세대가 더 이상 모피 입는 것을 멋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나무가 된 거고, 젠더뉴트럴도 그 시점이 왔다고 봐요.

 

이제 경제 영역에서 젠더뉴트럴이 확산될 거라고 보는 근거는 뭔가요?


백 명 중 한 명이 아는 것으로는 바뀌지 않아요. 젠더뉴트럴, 환경문제 모두 과거에도 한 명 정도는 알았어요. 그 기간이 길었죠. 그러다 2010년대 들어서 전 세계적으로 이 이슈가 많이 촉발되었고요. 결정적으로 2016년, 2017년에 ‘미투운동’이 확산되면서 거침없이 이슈가 확장되었어요. 이런 이슈가 자꾸 제기된다는 것은 사람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어느 정도 되었다는 이야기거든요. 사람들은 많이 접하고, 충분히 설명을 들으면 이해하게 되니까요. 애초에 단어를 거부하고 듣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설명하지 못하지만 지금은 백 명 중 20-30명쯤은 저 말에 관심을 갖는단 말이죠. 트렌드 분석가는 이때 이것이 트렌드의 화두가 될 거라고 제시하는 거예요.

 

‘젠더뉴트럴’을 “다양성과 인간에 대한 존중 문제”(69쪽)라고 했는데요. 직접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남성과 여성은 물론 생물학적으로 구분이 되죠. 하지만 우리는 사회적 관계를 살고 있어요. 회사에서 우리는 그냥 동료이지 남자 동료, 여자 동료가 아니고요. 학교에서 우리는 그냥 학생이고, 선생이에요. 여태껏 구분된 관점으로 바라보았던 것은 사회적 관계와 사적 관계를 혼재시켰기 때문이에요. 개인이 갖고 있는 사회적 역할, 사회적 가치를 무시했단 얘기죠. 그냥 저 사람을 여자로만 바라봤다는 거잖아요. 남교수, 남기자는 없지만 여교수, 여기자는 있어요. 그 구분이 배려를 위한 것이 아니고 차별을 하려고 했다는 증거 같은 거거든요. 이것을 없애는 작업이 젠더뉴트럴이라는 거예요. ‘신사숙녀 여러분(Ladies And Gentlemen)’이 왜 필요해요? 공연 보러 왔으면 다 ‘관객’이고요. 버스 타러 왔으면 다 ‘승객’인 거죠. 결국 젠더뉴트럴은 곧 인권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이에 대해 “남녀 대결 구도로 보는 오류에 빠져선 안 된다”(84쪽)라고 강조하기도 했죠.


엄밀히 따지면 모든 인간은 동등하게 태어났어요. 하지만 공교롭게도 물리적으로 힘이 센 남자가 주도권을 더 많이 가져갔죠. 그것뿐이고요. 지금은 사회적 관계가 물리적인 힘으로 결정되지 않잖아요. 지금 시대는 남녀의 생물학적, 물리적 속성과 무관하게 인간적인 자질과 인간으로서의 능력이 중요한 시대예요. 그렇다면 그 구분을 없애야 하는 게 맞죠. 아직도 성별을 따지는 것은 과거의 방식이라는 이야기고요. 그 구분을 지우면 굉장히 많은 변화가 생길 거예요. 젠더뉴트럴은 단지 여자를 끌어올려주자는 개념이 아니에요. 우리는 동등한 인간이라는 거고요. 이 관점이 완성되어야만 경제적, 사회적 측면이 지금보다 나아진다는 거예요.

 

젠더뉴트럴이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도 필수 요소가 되었다고 제언했는데요.


아베 정부가 2020년까지 기업들의 여성 임원 비율을 1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했어요. 현재 상장기업 여성 임원 비율이 3.3%인데 말이에요. 이 비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여성 임원 비율이 낮은 기업에 대해 기업 설명회 같은 때 왜 여성 임원이 없는지 설명하게 만들었거든요. 이런 강제 조항을 만든 이유가 있어요. 실제로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회사의 이익이 높아요.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존의 개념을 벗어야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2011년 여성 등기 임원이 적어도 3명 이상 있는 기업은 5년 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포인트 높아졌고 주당순이익(EPS)도 37% 높아졌지만, 여성이 없는 기업의 경우 5년 후 ROE가 1%포인트 감소하고 EPS도 8% 떨어졌다. 기업을 위해서도 여성 임원의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74쪽)

 

기업이 과거의 젠더 마케팅 관성을 벗지 못하면 기업에 위기가 올 거라고 보시는 거죠?


대표적인 예가 ‘빅토리아 시크릿’이에요. 그동안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을 것 같은 몸매의 모델을 내세워왔거든요. 과거의 젠더 마케팅이죠. 남성다움과 여성다움, 섹시해야 잘 나가, 이걸 받아들이던 시절에는 이 회사의 제품을 샀는데요.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자기 몸 긍정주의)’ 화두가 받아들여지면서 이제 그 제품을 사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생겨났어요. 섹시하지 않으면 어때 이게 자연스러운 내 모습인데, 이대로 멋진데, 라고 하는 거예요.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빅토리아 시크릿이 어려워졌어요. 주가도 떨어졌고요. 그건 그 기업이 젠더 뉴트럴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했어도 대응을 안 했거나, 한 결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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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의 상식


이전 세대와는 다른 기준과 생활양식을 갖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관심을 지켜보는 일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선 이들의 사회적 관점이 기성세대보다 훨씬 좋아요. 그만큼 사회가 진화한 상황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니까요. 거기다 정보도 충분히 받아들이고요. 때문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거나 환경에 문제가 있다거나 남녀를 다르게 보는 기업들 제품을 사지 않겠다고 하는 거죠. 물건만 사지 않는 게 아니에요. 어떤 기업에 여성이 임원으로 올라가지 못한다고 하면 여성 인력만 그 기업에 안 가는 게 아니고요. 밀레니얼 세대가 취직하기 싫어해요. 비전 없다고 보는 거죠. 이들의 관점 안에는 젠더뉴트럴, 환경문제가 상식이니까요. 그만큼 변화한 거고요. 사회가 진화한 거예요.

 

“한국의 Z세대도 이전 시대의 어떤 10대보다 더 성숙한 세대일 가능성이 크다”(149쪽)라고 한 이유는 뭔가요?


10대의 음주율과 흡연율을 보시면 알아요. 2005년 대비 2017년 비율이 확연히 줄었어요. 이건 한국만이 아니고요. 영국, 미국도 다 그래요. 10대가 음주와 흡연을 하지 않아요. 결정적으로 10대들이 과거에 비해 사고를 덜 쳐요. 성숙하기 때문이죠. 지금 10대가 어른이 된 거고요. 그건 많은 정보를 얻어서 그래요. 판단력이 높아진 거예요. 책에서 만18세 이상 투표권을 아예 단정한 것은 그 때문이에요. OECD 국가 중 투표권이 19세 이상인 곳이 딱 한 군데 있어요. 한국이죠.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실은 정치권의 이해관계 때문에 결정을 계속 미뤄왔던 건데요. 만약 청와대 국민청원에 수백만이 서명을 하고, 밀레니얼 세대들이 엄청나게 요구를 하면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거예요.

 

그만큼 의견을 개진하기도 좋은 환경이 됐어요. 심지어 ‘유튜브’로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고 있고요.


지금 10대들은 유튜브로 가장 많은 정보를 접해요. 요리법을 동영상을 찾죠.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아예 다른 건데요. 텍스트로 정보를 접하고 쓰는 건 쉽지 않을 수 있는데요. 영상은 버튼만 누르면 돼요. 편집할 필요도 없이 실시간으로도 막 보여줘요. 그것도 콘텐츠가 되니까요. 그렇게 나의 안목, 시선이 콘텐츠가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세상 모든 게 콘텐츠가 되는 거고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지는 거예요. 지금까지 콘텐츠는 많은 사람이 봐서 돈이 되는 것만이 의미가 있었잖아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세상 모든 건 가치가 있고요. 지금까지 훌륭한 사람, 공부 잘하는 사람, 엘리트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모든 것이 가치를 갖게 되는 거죠.

 

여기서 강조할 것은 이들이 향후 트렌드를 주도하는 세대가 된다는 점이잖아요.


밀레니얼 세대에 관심 갖는 기업들이 많아졌잖아요. 한 해 지나면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에요. 밀레니얼 세대는 향후 20년을 주도할 거예요. 10대가 사회적 중추세력이 되는 30-40대까지의 시간을 생각해보세요. 지금도 영향력이 이렇게 만들어지는데 이들이 30-40대가 되면 얼마나 영향력이 크겠어요. 지켜봐야 하는 거죠.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지금껏 봐왔던 10대, 20대와는 다른 삶의 궤적을 갖고 있다면 그 궤적 속에서 어떤 라이프스타일이 나오느냐에 따라 정책이 결정되어야 하고요. 기업도 어떻게 이들에게 다가설지 고민해야 해요.

 

 

경제 이슈가 되어야 트렌드가 된다


트렌드의 흐름을 꾸준히 지켜보고, 트렌드 사이의 연결성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다보면 예측도 가능한 건가요?


트렌드 분석가는 무르익은 것을 보여주기만 하지 않아요. 트렌드 방향 조정 작업을 하기도 하죠. 트렌드 분석가는 트렌드 유도자의 역할도 하는 거예요. 2018년, 지금의 우리가 느끼는 젠더뉴트럴과 2019년, 일 년 뒤의 우리가 느끼는 젠더뉴트럴은 다를 거거든요. 내년에 한 번 보세요. 내년이 되면 이 단어를 대중매체에서도 더 많이 쓸 거고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쓸 거예요. 제게 대단한 예지력이 있다는 게 아니고요.(웃음) 지속적으로 흐름을 관찰한 사람이라 좀 더 잘 볼 수 있는 거예요.

 

이 개념이 받아들여질 토양이 마련되었다는 의미겠군요.


올해 이미 많은 기업들이 젠더뉴트럴 관점을 반영해서 비즈니스를 했어요. 우선 세계적인 명품 패션 기업들이 패션쇼를 통합해서 진행했죠. 남성 패션, 여성 패션을 구분하던 것을 말이에요. 이 얘기는 ‘남자다움’, ‘여자다움’의 기조에서 그냥 ‘멋짐’으로 바뀐다는 건데요. 이런 시도를 2015년에 영국 ‘셀프리지(selfridge) 백화점’에서도 했고요. 다른 기업들도 많이 했어요. 다시 말하면 젠더뉴트럴을 사회적 이슈가 아니라 경제적 이슈로 봐야 한다는 것이 이 얘기고요. 어떤 이슈건 경제 이슈가 되어야 트렌드가 되는 거예요.

 

트렌드를 볼 때 기업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그럼요, 기업이 관심을 갖는다는 건 소비자가 원하기 때문이거든요. 순환인데요. 소비자가 관심을 가지면 기업이 따라 가고, 기업이 관심을 가지면 소비자가 따라 가죠. 이미 바뀌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환경문제잖아요. 최근 많은 기업들이 플라스틱 포장재를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페트병에 ‘에코절취선’이라고 해서 포장 비닐을 쉽게 뗄 수 있도록 했죠. 소비자가 이런 걸 사겠다고 하면 기업은 따라가요. 이것이 바로 환경문제가 경제 이슈가 되는 과정이죠. 트렌드 측면에서 보자면 적어도 ‘얼리어답터’가 움직이기 시작할 때, 그때가 되면 기업은 귀를 기울여야 해요. 안 그러면 망하니까요. 『라이프 트렌드 2017:적당한 불편』가 겨우 2년 전이에요. ‘적당한 불편’이 그때는 마이너 이슈였는데 지금은 메이저 이슈가 됐거든요. 그걸 대비한 기업은 올해 수월했을 거고요. 전혀 관심 없던 기업들은 올해 고민이 많았을 거예요. 그래서 트렌드의 연속성이 중요한 거죠.

 

한편 디지털이 진화할수록, 연결이 편리해질수록 오프라인의 가치와 역할이 변화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가령 빨래방, 편의점 등의 기능이 다양해지는 것처럼 말이에요.


이 책에서 다룬 ‘살롱의 부활(취향 맞는 사람들의 아지트)’이라는 트렌드와 ‘로케이션 인디펜던트(살고 싶은 곳에서 일한다)’라는 트렌드가 실은 대척점에 있지 않아요. 살고 싶은 데서 살면서도 어느 동네에 있건 그 동네에서 관계를 만드는 거죠. 사실 디지털이냐 아날로그냐를 구분하는 사람들은 나이 든 사람이에요.(웃음) 밀레니얼 세대는 얘기도 안 해요. 디지털과 아날로그, 온라인과 오프라인, 구분이 왜 필요해요?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구분하는 것이 이미 넌센스가 된 상황이에요.

 

특이한 점은 독립서점을 살롱 문화 챕터와 비즈니스 챕터에서 두 번이나 다뤘다는 건데요. 여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독립서점은 그냥 작은 곳에서 책을 판다, 가 메시지가 아니에요. 지금껏 책은 상품으로 팔았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큐레이션으로 팔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소비자들이 입맛에 맞는 데서 큐레이션 한 것을 보는 거죠. 게다가 모두가 책을 읽는 게 아니잖아요. 제한된 독자가 사요. 결국 독립서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책만 팔아선 안 되고요. 다양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 거죠. 사람들과 모임도 만들어주고, 이런저런 이벤트를 하는 건 모두 관계를 위한 거거든요. 독립서점은 그 역할을 해야 하는 공간이에요. 그러면 그곳이 살롱이 되는 거죠. 또 지금 소비자 중 가장 영향력이 큰 게 밀레니얼 세대, 그 중에서도 여성들인데요. 이들이 가장 재미있게 놀고, ‘핫’하다고 생각하는 공간이 어딘지를 보면 그곳이 독립서점이에요. 이들이 그곳에서 어떤 것을 재미있어 하는지, 뭐가 잘 팔리는지, 어떤 잡지를 보는지 보면 트렌드를 알 수 있어요. 안테나 공간이죠. 두 측면이 모두 있어요.

 

책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서 “지금은 ‘기승전 서비스’의 시대다.”(434쪽)라고 했는데요. 결국 이 이야기로 모이는 것 같아요. 


그렇죠, 그 이야기는 일반 소비재 기업에도 통하는 이야기고요. IT기업, 자동차기업, 모두 통하는 얘기예요. 이제는 하나의 업(業) 범주를 넘나드는 시대인 거죠. 여러 범주가 연결되는 시대고요. 이것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훨씬 눈이 많이 떠질 거예요.

 

종이책 작업을 꾸준히 하시는 이유는 뭔가요?


한국 사회에서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은 책 사는 사람들이에요. 그런 분들에게 책은 소유물이죠. 트렌드 책은 소유물이어야 하거든요. 몇 년이 지나서 다시 읽어도 이런 흐름들이 왜 그때 제기되었는지, 그때 이야기 된 이슈가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당연히 전자책으로 사셔도 돼요. 어쨌든 책을 다 읽은 후에 내년 4월쯤 다시 한 번 보시고요. 가을쯤 다시 한 번 보세요. 2017년, 2018년 버전도 한 번 꺼내보고 하면 흐름이 아주 잘 읽힐 거예요. 흐름의 과정, 연결성이 보일 거예요.

 


 

 

라이프 트렌드 2019김용섭 저 |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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