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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문 “실리콘밸리와 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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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은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기여하며 일상의 풍경을 바꾸어 놓았다. 이제 사람들은 길을 걸을 때에도, 이동 중인 버스와 전철 안에서도, 심지어 다른 이들 곁에 머무를 때에도, 손바닥 위에 펼쳐진 인터넷 세상 속에 존재한다. 그리고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고요한 소통, SNS서비스의 시작을 알렸다. 이 모든 변화의 바람이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실리콘밸리 드림’을 꿈꾸게 한다. 그곳에 모여든 수많은 IT 분야의 인재들이 아이디어 하나로 세상을 바꿔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실리콘밸리를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도대체 실리콘밸리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것일까.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스핀 잇』은 우리가 그토록 알고 싶어 하는 실리콘밸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성공스토리를 통해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도전들을 가능하게 한 숨은 조력자의 존재를 밝히고 있다. 아울러 IT 기술과 비즈니스가 모두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전망하고, 그 흐름을 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제시한다. 그리하여 저자는 “『스핀 잇』은 세상을 ‘돌리는’ 실리콘밸리 사람들의 창조와 혁신에 관한 이야기다”라고 말한다.




실리콘밸리는 꿈이 있는 곳

저자 조성문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관계관리) 소프트웨어 대기업인 ‘오라클’의 프로덕트매니저로 근무하며, 자신이 직접 보고 들으며 체험한 실리콘밸리의 이야기들을 『스핀 잇』안에 담아냈다. 출간 이전부터 실리콘밸리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사람들과 나누는 데 관심이 많았던 그는, 블로그 <조성문의 실리콘밸리 이야기>와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칼럼을 통해 실리콘밸리를 말해왔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실리콘밸리에 대해 공통적으로 알고 싶어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그것은 『스핀 잇』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블로그를 통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첫 번째는 ‘실리콘밸리가 뭘 잘 하는지, 뭐가 대단한지’에 대한 거예요. 그리고 두 번째는 ‘우리나라도 실리콘밸리처럼 됐으면 좋겠는데 뭘 잘하면 될까요’ 하는 질문이고요. 한 마디로 정리해서 대답해드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아마 세 시간 정도는 얘기해야 할 거예요. 제가 순서대로 정리해서 말씀드릴 수도 있지만, 『스핀 잇』을 읽어보시면 스스로 정리가 되실 거라고 생각해요. ‘실리콘밸리는 이런 게 다르구나’하고 알게 되실 테고 ‘한국에서는 이렇게 실천하면 실리콘밸리처럼 될 수 있구나’ 라는 걸 알 수 있으실 거예요. 그걸 목표로 『스핀 잇』을 출간한 거예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찾고자 하는 대답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실리콘밸리를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나에게 이곳에서 핵심적으로 창의적인 제품이 많이 나오는 이유를 묻는다. 물론 알려진 대로 인재가 많고, 자본이 많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덕분이다. 하지만 거기에 더 중요한 요소 한 가지를 더해야 한다. 바로 ‘모든 사람이 기획자가 되어 제품을 만드는 문화’다. (p. 250)
실리콘밸리로 모여드는 각국의 인재들, 언제든지 그들의 아이디어에 투자할 준비가 되어있는 투자자들, ‘창업자가 실패하는 게 아니라 사업이 실패하는 것’이라며 재기의 기회를 주는 문화, 그리고 엔지니어가 제품 개발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문화까지. 실리콘밸리는 이 모두가 한 곳에서 만나는 거의 유일한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아이디어와 자본, 재기의 가능성과 엔지니어 중심의 문화가 한 데 어우러지면서 세상을 놀라게 할 변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것이 지금의 실리콘밸리를 있게 한 저력이자,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실리콘밸리만의 비결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실리콘밸리는 꿈이 있는 곳’ 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실리콘밸리는 사람들과 돈이 몰리는 곳인데요. 특히 돈이 몰리는 곳이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사람이 몰리는 이유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똑똑한 사람들이 왜 그 지역으로 몰려오냐는 거죠. 그곳의 문을 두드리고 시도한다고 해도 실패하는 일들이 자꾸 일어나는데 말이에요. 물론 그 중에는 돈만을 좇아서 오는 사람도 있어요. 그렇지만 꿈 때문에 오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거든요. <슈퍼스타 K>의 경우만 보더라도 총 상금 3억이라는 돈이 그렇게 큰 건 아닌데, 그걸 이용해서 꿈을 이룰 수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꿈을 이루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거고요. 그들의 스토리가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도 알려지면서, 이젠 외국에서도 <슈퍼스타 K>에 도전하기 위해 한국을 찾아오잖아요. <슈퍼스타 K가>꿈을 팔기 때문에 그런 거거든요. 꿈에 매료된 사람들이 한국을 찾는 거죠. 많은 인재들이 실리콘밸리를 찾아오는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저자에 말처럼 『스핀 잇』에 소개된 성공스토리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자신의 마음을 잡아끄는 무언가를 좇아 실리콘밸리를 찾아온 이들이다. 누군가는 생활 속에서 절감한 필요를, 또 다른 누군가는 어렸을 적부터 꿈꿔온 바를 실현시키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집카(Zipcar)’는 ‘렌터카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시간 단위로 차량을 대여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두 명의 가정주부가 공동 설립한 회사다. 일상 속의 불편함을 해소할 방편을 찾는 과정에서 사업 아이템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10여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장하던 집카는 2013년 한 렌터카 회사에 의해 5,500억 원에 인수되었다.

노트 정리 애플리케이션 ‘에버노트’의 창업자이자 CEO인 필 리빈은 어린 때부터 세상의 종말에 대해 고민하던 엉뚱한 아이였다.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던 그는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더 잘 정리할 수 있도록, 사람들이 덜 무지해지도록, 그로 인해 인류의 멸망이 늦춰지도록” 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에버노트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게 되었다. 한 사람의 엉뚱한 소망에서 시작된 이 소프트웨어는 2,500만 명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었고, 에버노트의 회사 가치는 1조 1천억 원이 되었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실리콘밸리로 향하다

저자 조성문의 발길을 실리콘밸리로 이끈 것 역시 돈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것, 스스로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을 찾아 떠난 길 위에서 실리콘밸리와 만났다. 그 길이 처음 시작된 것은 그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컴퓨터와 처음 만나면서 부터였다. 당시 주변의 많은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어머니의 권유로 컴퓨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이루어진 만남이었다. 마치 레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처럼, 코딩을 만들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할 때의 성취감은 무척이나 짜릿했다.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 언어를 배운 거예요. 극도로 논리적인 연습을 계속 한 거죠. 그러면서 논리력을 정교하게 만들고 알고리즘을 만드는 일을 계속하는 데 빠져들 만큼 재밌었어요.”

이후 그는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에 진학해 컴퓨터 과학을 공부했다. 코딩을 배우고 게임을 만드는 일에 재미를 느끼면서 게임프로그래머를 꿈꾸던 시절이었다.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과 소모임을 만들어서 토요일 아침마다 모여 알고리즘을 연구했어요. 제가 리더를 맡고 있던 터라, 소모임을 대표해서 게임빌(Gamevil)의 송병준 대표와 만났었죠. 그 때가 1999년이었어요. 송병준 대표는 저보다 두 학번 높은 과 선배였죠. 게임회사를 만드는 데 같이 해보자고 제안하더라고요. 재밌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일을 시작했죠. 그렇게 해서 당시 소모임의 멤버들이 게임빌의 핵심 개발팀을 꾸린 거예요.”

‘게임빌(Gamevil)’은 모바일 게임 ‘프로야구’ 시리즈를 비롯해 ‘놈’ 시리즈와 ‘제노니아’ 등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조성문 저자는 송병준 대표와의 인연으로 회사의 창업멤버가 되어, 대학 시절 소모임 멤버들과 함께 7년간 근무했다. 꿈은 이루어졌고, 사업은 성공가도에 올라서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것들을 뒤로한 채 MBA 과정을 공부하기 위해 UCLA 앤더슨스쿨에 진학했다. 실리콘밸리로 향하는 길목으로 들어선 것이다. 이번 선택의 이유도 돈이나 명예와는 거리가 멀었다.

“캘리포니아로 출장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완전히 반했어요. 그 전부터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출장 가는 곳마다 눈여겨보기는 했었어요. 그런데 캘리포니아만큼 확신이 들었던 곳은 없었죠. ‘여기에서 살아야겠다’ 싶었어요. 물론 게임빌 직원으로 계속 일하면서 캘리포니아에서 생활할 수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이왕이면 보통의 캘리포니아 사람들처럼, 그곳에 있는 회사에 취직해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배움에 대한 욕구가 유난히 강한 사람 중에 한 명인 것 같아요. 호기심도 많고 끊임없이 배워야 하고요. 배움을 중단하면 즉시 인생에 회의를 느끼는 스타일이에요. 게임빌에 있으면서도 많은 걸 배웠고 재미도 있었지만 더 많이 배우고 싶었어요. 미국 시장에 대해서 배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캘리포니아, 특히 실리콘밸리는 당시에도 핫(hot)한 곳이었죠. 그런 곳에서 뭔가 괜찮은 일을 하면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한 끝에 먼저 학교에 가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UCLA에서 MBA 과정을 시작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죠.”

『스핀 잇』은 실리콘밸리 진출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저자의 조언도 담고 있다. MBA 과정을 이수한 경험은 그 이야기들 중 하나다. 그는 굳이 MBA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정착해서 살고 싶은 나라에서 석사 혹은 박사 학위를 이수할 것을 권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자국에서 학위를 이수할 만큼 유능한 인재가 유입되는 것이니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업으로서는 지원자의 능력을 더 쉽게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로써 활용할 수도 있다. 이밖에도 그는 책 속에서 자신이 MBA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준비했던 것들, 그리고 MBA를 통해 얻은 것들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MBA에 도전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갖춰야 하는 조건은 영어라고 힘주어 말한다. MBA 과정을 마치고 취업했을 때에도 가장 기본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대기업에서 근무하면서 영어 때문에 가장 힘들었지만, 그것을 극복하면서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어 실력이 뒷받침 안 됐으면 지금의 모습은 꿈도 못 꿨을 거예요. 일이라는 게 결국 인풋을 프로세스해서 아웃풋을 내놓는 건데, 영어가 되지 않으면 우선 방대한 정보들을 받아들일 수가 없죠. 아웃풋을 전달하기도 어렵고요. 저도 MBA 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거의 10년 동안 영어 공부를 했었어요. 대학생 때는 방학 때마다 학원을 다녔고,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면서도 주말마다 학원에서 공부했거든요. 영화나 드라마도 영어로 된 것만 봤어요. 그렇게 어느 정도 영어가 가능한 상황에서 MBA를 시작했지만 턱 없이 부족하더라고요. 실리콘밸리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처음에는 회의 시간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울 정도였어요. 용어들도 생소하고 사람들의 억양도 출신 국가에 따라 제각각이니까요. 회의 내용을 녹음해서 다시 들어봐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였죠. 그래서 영어 공부는 끊임없이 계속 했어요. 4년 정도 지나니까 지금은 편해졌죠. 공부할 때도 일을 할 때도 말하고 쓰는 건 기본적인 거잖아요. 그러니까 영어를 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위한 롤모델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한국과는 다른 실리콘밸리의 문화와 시스템 속에서 실리콘밸리의 성공 요인을 찾는다. 한국의 실리콘밸리 건설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실마리를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스핀 잇』을 통해서, 그리고 그보다 앞서 블로그 <조성문의 실리콘밸리 이야기>를 통해서 들려준 이야기들은 그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다. 그 중에서도 그는 ‘실리콘밸리에 처음 진출했을 때 가장 문화적 충격을 안겨 주었던 사건’으로 가족 중심의 문화를 손꼽았다.

“제 경험을 실리콘밸리 회사들의 일반적인 케이스로 얘기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신생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이 문화를 이끄는 회사들에 있는 사람들의 경험은 저와 다를 거예요. 그래서 일반화하기는 힘들지만, 한 가지 말씀드린다면 가족에 대한 우선수위가 아주 높다는 거예요. 이건 실리콘밸리의 문화일 수도 있고 미국의 문화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한 예로, 제 아내가 임신했을 때 그 사실을 매니저한테 알렸더니 그가 이렇게 말했어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2주 동안은 자신한테 연락하지 말라고요. 어느 날 연락이 두절되면 아이가 태어난 걸로 생각할 테니까 무조건 아내를 돌봐주고 아이와 첫 2주를 함께 보내라는 거예요. 출산 외에도 아이의 생일이나 학예회처럼, 부모가 반드시 함께해야 하는 행사들이 있을 때는 회사 일 보다도 우선수위를 부여해요.”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은 우리나라 기업들과는 달리 자유로운 근무환경을 보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이 맡은 일을 탁월하게 해내기만 한다면, 어떤 시간에 어떤 방식으로 근무하든지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것이다.
페이스북에 근무하는 한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다. 페이스북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마크 저커버그가 전체 직원과 함께하는 회의가 있다. 어느 날 이 회의에서 마크가 열심히 이야기를 하는데 한 직원이 계속해서 타이핑을 하고 있었다. 마크가 물었다. “지금 코딩중인가요?” 그 직원은 마크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대답했다. “네, 그런데요.” 그러자 마크가 대답했다. “아, 그래요? 오케이! 그럼 하던 일을 계속 하세요.” (p.93)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철저하게 보장해주는 만큼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철저하게 묻는 것 또한 그들의 문화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많은 직장인들은 외국계 기업 특유의 조직 문화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곤 한다. 실리콘밸리 회사에 입사한 한국인이라면 한번쯤 즐거운 비명을 지를 법도 하다. 그러나 저자가 들려주는 ‘현실’의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그건 엔지니어들을 귀히 여겨서, 또는 사람을 존중하기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그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일 뿐이죠. 회사를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엔지니어를 우대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거든요. 실리콘밸리에는 주변에 구글, 페이스북 정도의 좋은 회사들이 너무 많아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곳들이죠. 그러니까 엔지니어들을 잘 대해주지 않으면 좋은 엔지니어를 보유할 수 없어요. 더 나은 대우를 해주는 회사로 옮겨갈 테니까요.”

때로는 일보다 가족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고, 엔지니어의 자유와 선택을 최대한으로 존중하는 문화는 결과적으로는 인재의 유출을 막는 효과를 가져왔다. 내 삶의 근간이 되는 가족들과 함께할 시간을 보장해 주고, 직원으로서 나를 믿고 지켜봐주는 회사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데도 불구하고, 왜 한국의 기업들에는 이러한 문화가 정착되지 못하는 걸까. 저자는 한국과 실리콘밸리를 같은 잣대로 비교하는 것도, 그리고 무조건 실리콘밸리를 닮으려는 시도도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기업이 성장해 온 과정이 다르고 현재 놓인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저는 지금의 한국식 모델이 무조건 틀렸다고 말하는 건 정말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한국식 모델 중에서 모범이 되지 못할 만한 안 좋은 문화가 있는 건 사실이에요. 불필요하게 야근을 하는 것도, 그리고 남의 것을 베껴서 만드는 것도 좋은 문화가 아니죠. 너무 수직 상하 적으로 되어있는 것도 그렇고, 가족을 너무 배려 못 하고 희생시키는 문화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맞고 틀리고를 가려내는 것과 우리가 지금 해야 될 일을 구별하는 건 좀 다른 얘기예요. 우리 부모님 세대는 이기적으로 살아야만 했고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해야만 했어요. 자식들 돌보기도 빠듯한 시대였으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됐죠. 그 시대에 어설프게 실리콘밸리를 따라한다고 갑자기 복지제도를 엄청나게 좋게 하고 1년씩 휴가를 보내줬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 와서 ‘이제 우리가 경제대국이 됐으니까 실리콘밸리 모델을 흡수해서 미국식 제도를 도입하자’고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죠.”

그는 실리콘밸리의 자본력을 한국과 비교하기는 힘들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 있는 몇 개 회사들의 가치 총합은 한국 상장 회사 전체의 가치를 거의 웃도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실리콘밸리 모델을 그대로 한국에 적용시키려는 것은, 가난한 집에서 부잣집 생활패턴을 그대로 따라하려는 것 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면, 저는 지금 회사들이 무척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뜯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명백하게 안 좋은 문화들은 조금씩 개선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급진적일 필요는 없지만 할 수 있는 한 개선해야죠. 그리고 한국 경제는 정부의 주도나 개입이 너무 큰 상태예요. 아직은 한국 경제의 규모가 작고 발전하는 나라다 보니까 그런 것이지만, 점차적으로 정부보다는 민간에 더 많은 돈이 돌도록 바뀌어 나가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게 더욱 선진국으로 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하고요, 더 큰 발전이자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조성문은 과거와 현재의 상황이 달라진 만큼, 기업 성장과 관련하여 정부의 역할과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민간의 자본력이 약했던 과거에는 정부의 주도로 대기업 육성 위주의 지원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이루어진 재벌 기업의 성장은 경제 규모 크기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보다 다양한 기업들 간의 자유 경쟁이 이루어져도 되는 상황이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어느 한 쪽의 성장을 지원할 필요도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정부와 대기업, 재벌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싶어 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자신이 생각하는 한국 기업의 활성화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것은 기업에 대한 활발한 투자를 성장시키고, 그것이 다시 기업 활동의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선순환 모델에 대한 것이었다.

“저는 한국의 회사들이 국내외 우수한 대기업에 성공적으로 인수되는 사례가 나올 거라고 확신하고 있어요. 이미 그런 사례들이 몇 개 있었고, 앞으로는 글로벌한 성공사례가 더 많아질 거예요. 제가 투자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 사례들이 쌓이면 대기업들이 사고 싶어 하는 회사도 더 많아질 거예요. 그건 피할 수 없어요. 그런데 그러한 롤 모델이 더 빨리 나오게 하기 위해서 너무 독촉하면 부작용이 많이 생겨요. 퍼 주기 식 지원을 하면 돈 받지 말아야 되는 회사들한테도 많은 돈이 갈 테고요. 빨리 빨리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조금만 기다려주면 좋을 것 같아요. 어차피 잘 될 건데, 반드시 그럴 텐데, 굳이 이래라 저래라 훈계할 필요 없잖아요. 저는 한국 기업들의 저력을 믿거든요. 정부의 지원이나 정책 없이도 훌륭한 회사나 훌륭한 사람이 탄생할 거예요. 골프선수 박세리도 정부의 도움 없이 탄생한 거잖아요. 일단 롤 모델이 탄생하면 그 사람은 도움을 받고 성공한 게 아니기 때문에, 자기가 얻은 걸 환원하고 싶어 할 거예요. 그런 환원을 통해서 훌륭한 회사와 창업가들이 더 많이 생겨날 거고요.”

『스핀 잇』은 실리콘밸리 대기업의 매니저로 근무하는 한국인의 성공담을 담은 책도, 한국이 실리콘밸리의 성공을 따라잡을 수 있는 비결을 들려주는 책도 아니다. 아마도 저자 조성문이 책 속에 감춰놓은 것은 해답지가 아닌, 해답이 담긴 상자를 열 수 있는 열쇠일 것이다. 그가 들려주는 실리콘밸리의 사람과 기업들, 그들이 성공에 이른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른 실리콘밸리의 실체가 선명하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한국형 실리콘밸리에 한 발 더 다가가는 첫 번째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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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핀 잇 SPIN IT조성문 저 | 알투스
《스핀 잇》은 IT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이 어떻게 전세계 부의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비즈니스의 최전선이 되었는지 밝히고 있다. 이제는 무슨 일을 하든, 어떤 꿈을 꾸든 IT세상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왜 저자가 “당신이 이미 IT 전문가라면 실리콘밸리를 향해 눈을 돌려야 하고, 당신이 아직 IT를 잘 모른다면 당장 IT세상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조언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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