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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 써서 덜 실수하고 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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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저렇게 책 읽는 할아버지 보면 참 좋아. 얼마나 예뻐요?”


서점 한 모퉁이에 앉아 책 읽는 노인을 본 나태주 시인이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는다. 주로 어떤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좋아하는 건 전부 찍지”라며 웃어 보였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나태주 시인의 시는 주로 이렇게 탄생한다. 순간순간 마음을 철렁 움직이는 것들을 차곡차곡 모아 시로 표현하는 것이다.


교직에서 정년퇴임한 지 10여 년째, 요즘 나태주 시인은 공주 풀꽃문학관에서 관람객들을 만나며 하루를 보낸다. 문학관 주변에 핀 꽃들을 돌보고, 풍금을 연주하며 스스로 ‘자그마한 시인’임을 자처하는 그가 지금껏 받아온 독자의 사랑을 생각하며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를 펴냈다.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일흔다섯의 노시인이 전하는 인생, 사랑, 행복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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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아름다운 당신을 위해 쓴 책


공주에서 올라오는 길이세요?

 

오늘은 대전에 들렀다 왔어요. 동창회가 있는데 계속 안 나갈 수 없어서 얼굴 비추고 밥값만 내고 왔지. 내가 2007년에 정년퇴직하면서 다짐한 게 있어요. ‘동창회 안 나간다, 노인정 안 나간다, 삼락회 안 나간다.’ 전부 과거지향적이잖아요. 만나면 늘 옛날 얘기 하고, 옛 동료 욕이나 하고 그러는 게 싫어요. 그래서 난 들판으로 나가요. 골방에 앉아서 글 쓰고, 서점가고, 강연 요청 오면 사람들 만나러 가고요. 그것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해요. 퇴직한 이후에는 내내 그러고 살았어요. 아이고, 말하고 나니 내 또래들에게 좀 미안하네.(웃음)

 

이번 책은 시집이 아니라 산문집이에요.


모처럼 쓴 산문이에요. 독자들을 향해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인데, 이제 70대 중반이 되었으니 이런 이야기를 좀 해봐도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인생, 사랑, 행복의 세 파트로 구성되었어요.


인생도 행복을 위해 있고, 사랑도 행복을 위해 있는 거잖아요.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게 이 세 가지인 것 같아서 이렇게 구분해보았어요.

 

책에서 젊은이들을 향한 마음이 느껴지더라고요.


내 시 중에 이런 시가 있어요.‘아이들은 아이들을 보고/ 젊은이들은 젊은이들을 보는데/ 자꾸만 노인들이 나를/ 흘낏거린다/ 그렇지만 나는 아이들을 보고/ 젊은이들을 본다. (나태주   『틀렸다』 , ‘늙은 시인’)’ 이게 내 노년의 삶이에요. 젊은 사람들은 예쁘지요, 건강하지요, 사랑스럽지요, 시간이 많지요. 나는 그런 젊음이 좋고, 젊은이들의 삶을 보고 싶어요. 그래서 노년의 내 이야기보다는 젊은이들이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주로 썼어요. 원래 내 시의 목적은요, 응원과 축복과 기도와 동행이에요. 지금까지 쓰던 내용을 시라는 형식에서 벗어나 산문으로 풀어냈다고 생각해요. 이 책을 만드는 동안 젊은 편집자에게도 배운 게 많았어요. 원래 표지에 꽃잎이 있었는데, 편집자가 별안간 꽃잎을 빼더라고요. 조금 섭섭했어요. 내 눈엔 좋았거든요. 그래도 믿고 놔뒀는데, 꽃잎이 빠지고 나니 훨씬 예쁜 거예요. 시원하고, 심플하잖아요. ‘역시 젊은 감각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 ‘좋다’의 구절인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를 제목으로 삼자고 한 것도 편집자의 뜻이었어요.

 

 

고달픈 것이 젊음, 좋은 날 올 거예요


획일화된 삶에 반기를 드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위로가 될 말들이 많았어요. ‘오래 전 교직에 있을 때는 “나처럼 해봐라 이렇게”라고 말하며 가르쳤는데 지금은 “너처럼 해봐라 그렇게”라고 가르쳐야 한다고 본다.(180쪽)’는 구절 등이요.


‘나처럼 해봐라 이렇게’는 일원화잖아요. 그런데 ‘너처럼 해봐라 이렇게’에는 개개인의 개성이 있어요. 우리나라 앞으로 큰일났어요. 그동안 전부 똑같은 교육만 해왔으니까요. 똑같은 거 달달 외워서 학교 들어가고 취직했잖아요. 이제 그러면 안 돼요. 외우지 말고, 읽어야 해요. 외우는 것은 구멍을 아주 작게 파는 거거든요. 송곳으로 뚫는 거지. 그런데 책을 읽는 건 함지박같이, 저수지같이 넓고 깊게 파는 거예요. 그때 창의성이 나와요. 외우는 건 ‘빵틀’일 뿐이야.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에게 항상 “너 좋아하는 거, 너 잘하는 거 해라”라고 말했어요. 좋아하고 잘하는 걸 하면 시간이 빨리 가거든요. 톨스토이가 말했던 몰입이 일어나기 때문이에요. 몰입이 바로 행복이에요.

 

시인님께서는 60대 초반에 크게 아팠던 것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고요.


난 아프고 나서 인생이 달라졌어요. 책에도 썼지만, 살아난다는 보장만 있다면 젊어서 죽을병에 한 번 걸려보고 낫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해요. 물론 병에 걸리는 게 좋다는 말은 못하겠어.(웃음) 하지만 살아난다는 보장이 있고, 젊은 시절에 한 번 아파볼 수 있다면 아마 엄청나게 다른 삶을 살게 될 거예요.

 

‘아픔이 하루를 살게 하는 은인이다(170쪽)’라고 하셨죠.


아픔은 우리를 각성시켜요. 더 잘 살고 싶게 하고,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죠. 감기에 한 번도 안 걸린 사람이 건강에 있어서는 더 불리하다고 해요. 감기를 앓으면서 나쁜 세균에 대한 저항성이 생기거든요. 우리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병, 실패, 시련, 여행이 준다고 봐요. 그런데 병이나 시련, 실패는 위험하잖아요.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나는 50대 때 외국여행을 처음 했거든요. 여행지에 가서 세계를 돌다 보면, 내가 살던 곳이 그리워져요. 비록 시간 낭비, 돈 낭비 했지만 ‘내 가족, 친구, 베개, 침대, 슬리퍼가 이렇게 소중하구나’ 하고 낡은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된단 말이죠. 참 재밌는 건, 우리는 머리로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도 기억한다는 사실이에요. 자기가 매일 덮던 이불 속에 들어가면 기분이 어때요? 좋아하는 사람의 손을 잡으면? 좋잖아요. 이건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거예요. 여행을 가면 몸이 기억하는 것들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어요.

 

세상을 앞서 산 선배로서, 어떻게 나이 들어가면 좋을지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런 얘기하면 젊은 사람들이 뭐라고 할 텐데…(웃음). 사실 젊은 시절은 힘들어요. 돈을 쓰고 싶어도 돈이 없고, 자유스럽고 싶어도 자유가 없고, 주도적으로 삶을 개척하고 싶어도 주도권이 없죠. 그런데 이런 것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주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성공할 수 있을까요? 난 아니라고 생각해요. 젊은이에게 주어진 큰 돈은 그 사람의 돈이 아니에요. 분명 남의 돈이거나 부모님 돈일 테지. 그럼 그 돈은 거의 즐기는 데 쓰이지 않을까요? 사실 불편하고, 답답한 것이 젊음이거든요. 그래서 모든 게 주어지면 그 젊음이 유지가 안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물론 젊은이들이 들으면 섭섭하다고 할 테죠.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지금 힘든 것을 참고 싶지 않을 테고, 기다리지 못할 텐데…. 그렇지만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분명 좋은 날 올 거예요. 지금 돈과 명예와 주도권이 다 주어지면 젊은이 자신이 무너져요. 삶이 고달프고 퍽퍽해도 그것이 젊음 자체가 아닐까 싶어요. 듣고 싶은 답이 안 되지요?(웃음) 그래도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 없어요. 기다리고, 참고, 먼 곳을 보면 거기에 더 좋아진 내가 있을 거예요.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이란 자기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하면서 어린 시절에 자기가 꿈꾸었던 자기를 나이 들어가면서 조금씩 만나는 사람.(25쪽)’이라고 쓰셨는데, 시인님은 어린 시절 꿈꾸었던 스스로를 만난 것 같으세요?


많이 만났어요. 꿈꾼 것보다 훨씬 더 나은 나를 만났죠. 난 이렇게 대단한 꿈을 꾼 적이 없어요. 늘 스스로 조그만 사람이라고 여겼는데, 점점 바뀌는 내 모습을 만나는 게 신기하죠. 난 내가 산문집을 열 권 넘게 내고, 창작시집을 마흔 권이나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계속 가다보니 이렇게 된 거지요. 그러니 살다보면 나이가 들어서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먼 곳에 가 닿을 수도 있어요. 늙어서 무언가를 이뤄야지 포기하고, 버리고, 양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또, 겸손해지죠. 티베트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어요. ‘뜻을 이루었다면 몸을 낮추고 뜻을 잃었다면 고개를 들어라.’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에요. 뜻을 이루었다고 까불어도 안 되고, 뜻을 잃었다고 주눅들 필요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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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는 마음의 빨래예요


일과 중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있으세요?


뭐가 있을까? 기침하고, 화장실 가고, 밥 먹는 거.(웃음) 그리고 매일 아침마다 컴퓨터 켜고 시집 원고를 봐요. 오늘 보는 원고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잠들기 전에도 꼭 한 번씩 보고요. 그래서 시집을 계속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벌써 내년에 출간할 시집의 원고들까지 거의 다 써놨어요.

 

40여 권의 창작시집을 펴내셨는데, 계속 시를 쓸 수 있는 영감은 어디에서 받나요?


언젠가 시에도 썼지만, 시 쓰기는 길거리에 버려진 보석들을 줍는 것과 같아요. 이곳 저곳에 보석이 널려 있거든요. 사람, 자연, 세상 어떤 것에서든 영감을 받아요. 예를 들어 이럴 때가 있어요. 내가 아끼는 아이가 하나 있는데, 아기 둘을 키우는 엄마예요. 그런데 스마트폰 메신저 알림말이 ‘꽃필 날 있을까’인 거예요. 그걸 보면 가슴이 철렁해요. 그리고 시가 나와요. ‘꽃필 날 있을까, 그렇게 말하지 마라. 꽃은 언제든지 핀다. 문제는 마음 속 그리움이고 사랑이다.’ 이렇게 쓴 시가 있다고 하면 그건 그 아이의 ‘꽃필 날 있을까’라는 문구 하나를 보고 쓴 거죠. 하루는 후배와 일본 여행을 가는데 면세점에 들러 “우리 넥타이 하나 사자”고 말했더니 “이제 정년퇴직하고 집에 있으니까 넥타이 맬 일도 없어요.” 하더라고요. 그 순간 또 가슴이 철렁하지. ‘그렇구나, 넥타이 맬 일도 없구나...’ 그런 생각과 마음들을 쓰는 거예요. 시는 먼 데 있지 않아요. 내 마음을 철렁 움직여서 파문이 지는 건 전부 시가 될 수 있어요.

 

‘시인은 우선 언어 예술가지만 세상을 향해서는 서비스업자가 되어야 한다.(113쪽)’고요.


난 항상 연애편지 쓰는 마음으로 시를 써요. 연애편지는 소재 자체가 아름답잖아요. 돈 떼먹고, 거짓말하는 걸 연애편지로 쓰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물론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꾀어내고 싶어서 조금 속이는 말을 할 순 있겠지.(웃음) 하지만 그 안에 사기 치는 나쁜 마음은 없어요. 울렁이는 마음, 아름다운 마음, 그리운 마음 같은 것들이 담기지요. 그리고 연애편지는 정성껏 쓰잖아요. 아름답고 좋은 말만 골라 쓰게 되고요. 시도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그런 마음으로 써야 한다고 봐요.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얻기 위해 쓸 말을 고르듯, 시인도 독자의 마음을 얻고 위로하고 부추겨줄 수 있는 시를 써야죠.

 

책을 읽고, 말씀을 듣다 보니 시인은 결코 나쁜 생각을 하면 안 될 것 같아요.(웃음) 마음에 욕심이나 미움이 생길 땐 어떻게 하세요?


나도 나쁜 생각할 때 많아요. 그런데 만약 시를 안 썼다면 더 나쁜 사람이 됐을 거야. 우리는 몸이 더러워지면 목욕을 하고, 옷이 더러워지면 빨래를 합니다. 그것처럼 나는 마음이 더러워질 때 기도하고, 명상하고, 음악 듣고, 시를 써요. 난 시 쓰기가 마음의 빨래라고 생각해요. 시를 썼기 때문에 그동안 덜 실수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독자에게 가장 사랑을 받은 시는 ‘풀꽃’인데요, 시인님이 제일 좋아하는 본인의 시는 무엇인가요?


‘시’라는 제목의 시예요. 마당을 쓴 것은 미시적 관점에서 본 사실이고, 이로 인해 지구 한모퉁이가 깨끗해진 건 거시적 조망이잖아요. 마당을 쓴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지구 한모퉁이가 깨끗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둘은 달라요. 내 마음에 시가 싹트면, 지구 한모퉁이가 밝아진다는 것도 그렇죠. 시에 대한 내 나름의 정의가 담긴 시라서 좋아해요.

 


- 나태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가 피었습니다.
지구 한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풀꽃처럼 조그만 시인으로


71년도에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며 시인이 되셨는데요, 이 제목을 박목월 시인이 지어준 것이라고 들었어요.

 

그때 내가 스물여섯 살이었어요. 스물여섯 먹은 청년은 ‘대숲 아래서’라는 제목을 절대 못 붙여요. ‘대숲’과 ‘아래’, ‘에서’가 결합된 제목을 붙이려면 그만한 연륜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에요. 시를 쓸 때, 처음엔 제목을 대부분 명사나 대명사로 써요. 그러다 조금 더 나가면 동사, 형용사를 쓸 수 있게 되죠. 거기서 좀 더 나가야 부사나 접속사까지도 쓸 수 있거든요. 본래 제목은 ‘소곡풍(小哭風)’이었는데 박목월 선생님이 그걸 보고 쫙 긋더니 ‘대숲아래서’라고 고치시더라고요. 그 시는 박목월 선생님이 들어와서 둘이 쓴 시예요. 나는 적어도 시인이 되었던 그 순간에는 박목월 선생님과 같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대숲아래서’라는 제목은 내가 결코 생각할 수 없었던 제목이에요.

 

등단 이후 5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는데, 시인으로서의 삶을 돌아보면 어떠세요?


후회는 전혀 없고, 진짜 행복했어요. 그리고 늙어서 독자들에게 주목 받게 된 것이 너무 좋아요. 내가 젊었을 때 이렇게 사랑을 받았다면 건방졌을 거예요. 젊어서 인기와 돈을 얻었다면, 그 돈을 다 어디에 썼을까요? 아마 날 위해 썼겠죠. 그중에서도 향락하는 데 전부 썼을 거예요. 그런데 신이 그걸 허락하지 않으셨죠. 젊어서는 명성도, 돈도 전혀 주지 않았으니까요. 늙은 뒤에야 바라던 것들이 이루어지고 나니, 내게 들어오는 것들을 이왕이면 좋은 곳에 쓰고 싶어요.

 

사비를 들여 여러 문학상을 운영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가요?


젊은 시인들에게 계속 시 쓰라고 용기를 주고 싶어요. 나도 젊었을 때 문학상 한 번 받아보는 게 꿈이었기 때문에 그 마음이 뭔지 알아요. 지금 풀꽃문학상, 해외풀꽃시인상, 공주문학상을 시상하고 있어요. 공주문학상은 작년부터 사비로 운영하기 시작했죠. 또 내 고향인 서천에서 2년간 1,700여만 원을 들여서 ‘신석초문학상’ 시상을 했는데 이게 반응이 좋았는지 이제 서천군에서 지원을 해주기로 했어요. 1,700만 원이 신석초문학상의 마중물이 된 셈이지. 나는 문학상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단, 상금을 꼭 줘야 하고요. 시인들은 배고프거든요.

 

시인으로 산 세월 가까이 교사로 재직했지만, 정작 교사를 꿈꿨던 건 아니었다고요. 


아버지가 시켜서 억지로 됐어요. 그래서 힘들었지만 돌아보면 잘했던 것 같아요. 아이들과 함께 지낸 덕분에 거짓말 덜 했고, 돈 덜 떼먹었고, 나쁜 짓 덜 하고 살았어요. 물론 아이들에게 벌주고 혼냈던 것은 좀 미안하지만(웃음) 다른 직업보다 훨씬 고마운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나는 교사생활을 하는 동안 내내, 교사는 직업이고 시인이 본업이라고 여기며 살아왔어요. 그래서인지 정년퇴직을 하며 직업이 떨어져나가고 나니 글을 훨씬 더 많이 쓰게 되더라고요. 퇴직 이후에 내 글도, 인생도 좀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요즘도 풀꽃문학관에 계속 나가세요?


매일은 못 가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가요. 나 때문에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없으면 실망할 거 아니에요. 오늘 아침에도 관람객이 많이 와서 풍금 치면서 노래 몇 곡 불러주고 왔어요. 사실 문학관 한 번 다녀오면 몸은 힘들고 피곤해요. 그래도 나가야죠. 시인은 세상 사람들을 위한 감정의 서비스맨이거든요. 외롭고, 우울하고, 짜증나고, 서럽고, 힘든 사람들을 위로할 의무가 있다고 봐요.

 

이번 책을 읽고, 평생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으셨단 걸 알게 됐어요. 운전이 싫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런 건 없어요. 그냥 운전하는 게 싫고 불편해요. 오늘처럼 서울에 올라와야 하는 날, 운전을 하면 낮잠도 못 자잖아요. 나는 되게 이기적인 사람이에요. 그냥 귀찮고 싫어서 차를 안 사는 거지,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거나 하는 거창한 이유는 없어요.(웃음) 이걸 우리 식구들이 받아줘서 다행이지. 운전하는 게 싫기 때문에 나의 즐거운 삶을 위해 선택한 행동 중 하나일 뿐이에요.

 

아내에게 쓴 편지가 책 마지막 장에 실렸어요. 아내를 위한 선물이었나요.


맞아요. 나로서는 인생, 사랑, 행복의 결론이 우리 아내라고 생각하거든요. 남들 보기엔 별 볼일 없는 결론이죠. 집사람이 올해 일흔 한 살인데, 작년에 나보고 진한 연애편지 하나 써달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못 쓴다고 하다가 마지못해 컴퓨터로 써서 줬어요. 읽어보더니 “이렇게밖에 못 쓰냐”고 핀잔을 주더라고. 더 절절하게 고백해야 된다면서요.(웃음) 그 편지를 책에 넣었어요. 그런데 책에 실린 걸 읽더니 “이만하면 됐다”고 하더라고요. 책으로 보니 또 느낌이 다른가 봐요. 덕분에 합격했어요.(웃음)

 

어떤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편안한 시인, 조그만 시인, 유용한 시인. 멀리 있고 무겁고 깊은 게 아니라 가깝고 조그마하고 손 뻗으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시인. 그거면 충분해요.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나태주 저 | 서울문화사
우리 주변에 있는 흔한 이야기들이다. 사소한 이야기들이다”라고 말하며, 작지만 따뜻한 위로의 목소리를 꾹꾹 눌러 담아 바쁜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 풀꽃 같은 안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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