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 인지도는 그리 높지 못했지만, 2008년에 등장한 라운지 성향의 밴드 ‘서드 코스트(Third Coast)’는 5년 동안 꾸준하게 움직이며 생존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팀의 보컬 한소현은 각종 OST와 어쿠스틱 밴드 ‘스탠딩 에그’의 객원 보컬로서 활동을 펼치며 서드 코스트와 본인의 음악 스펙트럼 확장에 힘써왔다. 그는 얼마 전 서드 코스트의 권성민과 함께 공동 프로듀스한 <Oh My Darling>이란 미니 앨범을 통해 본격적으로 솔로 활동의 출발을 알렸다.
독립이라는 수식어보다 새로운 시도라는 표현이 어울릴 법한 홀로서기다. 서드 코스트의 멤버이자 이번 앨범의 프로듀서인 권성민과 함께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처음에는 신인 아티스트처럼 조금은 긴장했지만 이내 편하게 즐겁게 자리를 이끌었다. 한소현은 신보의 다채로운 보컬에 주목해주기를 바라면서 “현재 서드 코스트의 신보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의욕적인 스타트를 응원하기라도 하듯 창밖에는 올해의 첫 눈이 내리고 있었다.
라운지 밴드 서드 코스트 출신으로 이미 같은 분야에서 스타덤에 오른 클래지콰이와 자주 비교되는 것이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비교를 많이 해주신 건 사실이지만 서드 코스트라는 이름 이전에도 멤버들과 함께한 시간이 5, 6년일 정도로 오래 되었는데, 그래서 앨범에 수록된 곡들도 그 당시 녹음된 것이 아니라 발매 이전에 만들었던 것들도 있었어요. 이렇게 모아놓은 노래들을 소속사 싸이더스에 들어가면서, 해왔던 것을 모아놓자는 개념으로 수록한 것이죠. 트렌드에 앞서 나가야한다 생각하다보면 쫓기게 될까봐, 일단은 만들어 놓은 것에 의의를 두자는 생각이었죠. 저희만의 음악이었지, 결코 참고를 한 것은 아니었어요. 클래지콰이와 차이를 물어보신다면 저희 나름대로는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클래지콰이는 알렉스와 호란 두 사람이 노래를 하는 거지만, 저희는 세 멤버 중 하나만 없어도 노래를 만들기가 어렵더라고요. 우리는 미국에 있든 아프리카에 있든 해체될 일이 없겠구나하는 농담도 던지곤 했어요.
그럼에도 당시 서드 코스트의 앨범에 대한 평이 호의적이었는데 널리 알려지진 못했다. 아무래도 타이밍이 문제 아니었을까?
아마 그렇다고 생각해요.
서드 코스트는 프로듀서 권성민, 보컬 한소현, 랩 최지호 씨로 구성된 팀인데 한소현 씨의 솔로 앨범이 나왔습니다. 최지호 씨가 미국에 있다고 들었는데 팀 활동은 계획에 없나?
사실 팀 앨범도 이번 겨울에 발표를 앞두고 있어요. 솔로 앨범을 낸 것은 물론 미국에 있는 멤버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공연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에요. 팀 활동을 접어둔 것은 아니에요. 다만 계속 준비하되, 저는 솔로활동을 하면서 대중들과 호흡하는 계기를 만들자는 의미였죠.
물론 프로듀서가 서드 코스트 멤버인 권성민 씨고, 팀 활동 와중이지만 솔로 활동인 만큼 어느 정도의 차별성은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팀 활동과 솔로 활동, 어떤 음악적 변화를 담았나?
일단은 소소한 이야기까지 다 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팀 활동에서는 직설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더라고요. 반면 솔로 활동은 저만의 온전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숨을 쉬듯 편안한, 자연스러운 음악을 추구하고 싶었어요. 이번 앨범의 주제인 ‘사랑’도 제가 꼭 이야기해보고 싶었던 것이에요. 이젠 좀 편한 걸 듣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서드 코스트의 라운지적인 요소는 여전하다.
제가 작곡을 모두 하지만 프로듀서가 권성민 씨니까요. 사실 다른 프로듀서와 함께할까 생각도 해 봤는데, 제가 10년 동안 손발을 맞춰왔기 때문에 어떤 생각이나 말을 했을 때 가장 빨리 도와주실 수 있는 분은 역시 권성민 씨 뿐이더라구요. 첫 앨범은 저를 그동안 가장 많이 봐왔던 사람이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시작 단계니까 앞으로의 활동에서는 다양한 프로듀서 분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권성민씨는 프로듀서로서 한소현 씨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권성민)한소현 씨가 연기를 전공하셨는데 그런 점을 음악에서도 많이 느껴요. 노래를 부를 때도 각각의 분위기에 바로 맞춰서, 마치 연기하듯이 부르더라고요. (한소현은 이 대목에서 다양한 색깔을 가지려 노력을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서드 코스트와 객원보컬로 참여한 스탠딩 에그 때의 보컬을 각각 비교 설명한다면?
모두 다 다른 편이에요. 우선 서드 코스트와 스탠딩 에그의 음악이 너무 달랐어요. 서드 코스트에서는 음악 작업하면서 가이드를 많이 만들어 봐요. 일렉트로니카 라운지 음악이니까 노래 부르는 데 힘을 빼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어릴 때는 폭발하는 가창력을 과시하거나 하면 노래를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차츰 거리를 두게 되더라고요. 스탠딩 에그는 포크 음악을 주로 하는 팀인데, 자주 듣거나 좋아하는 성향은 아니었어요. 「넌 이별 난 아직」은 뽕끼도 가미된 트랙이라 제가 할 수 있을까 생각도 했고요. 그래도 객원 보컬이기 때문에 그 팀의 음악에 맞추는 방향으로 갔어요. 그런데 대중들은 스탠딩 에그에서의 활동을 훨씬 좋아하시더라고요. 제 마음에선 긴가민가했던 곡들을 대중들은 좋아해주시는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지요.
그렇다면 솔로 앨범은?
우선 한소현이라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서드 코스트에서는 랩과 연주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것을 중시했기 때문에 앞으로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번 활동은 비교적 사운드를 간결하게 하면서 제 목소리를 주로 하도록 했어요.
하긴 다섯 곡이 모두 다르게 들린다. 심지어 「Night and day」는 마치 10대 말의 앙증스러움마저 느껴진다.
그 동안의 다양한 활동을 바탕으로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로 각각의 특징을 드러내도록 했어요. 알려지진 않았지만 OST 활동도 했고, 스탠딩 에그, 그리고 각종 광고 음악도 했기 때문에. 사실 하나의 목소리로 대중들에게 각인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제 스타일은 그것 보다는 곡에 맞춰서 다양한 스타일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말씀한 「Night and day」의 가사를 들으면 좀 오글거리는 내용이 있지만, 여자가 사랑을 하다보면 열아홉이든, 스물이든, 30대든 그걸 대하는 마음은 모두 같더라고요. 다소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수록곡 5곡의 미니 앨범에 대한 미련은 없나?
시간이 급했어요. 전체 앨범을 진행하려니까 시간이 많이 지체되더라고요. 일단 앨범에서는 힘을 좀 빼고, 지속적인 싱글과 앨범 활동을 하자는 생각에서 5곡만 수록하게 되었어요.
「미안해」와 「잘자요」는 윤상의 파트너 작사가 박창학 씨가 가사를 썼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아티스트 중 한명이 윤상이에요. 그 가사도 매우 좋아하던 터라 제가 부탁을 드렸어요. 솔로 앨범에 가장 좋은 가사를 쓰고 싶었어요.
기타 세션은 대중들에게도 유명한 샘 리, 시인과 촌장의 함춘호 씨가 맡았는데.
사실 샘 리 씨는 서드 코스트 활동부터 함께한 경험이 있었어요. 솔로 앨범에서는 어떤 느낌을 주실지 의문이 있었는데, 오히려 인간적으로 굉장히 따뜻한 분이셔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아요. 함춘호 씨도 마찬가지고요. 안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음에 이런 분들과 작업을 하면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을 배웠어요.
이번 앨범을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나?
별로 대중적인 시선을 의식하고 만든 앨범은 아니었어요. 아마 그렇게 생각을 했으면 곡이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우선 들었던 생각은 후련한 감정이었고, 그 후에는 나만의 앨범을 가졌다는 생각에 좋았는데, 아무리 100%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고 해도 세션이나 프로듀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도 배우게 되었어요. 앨범이 나왔을 때 그런 아쉬운 점도 느껴졌어요.
나를 가수로 만든 음악은?
사실 좀 의외일 수도 있는데, 저희 팀 (서드 코스트) 음악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을 본 게 서드 코스트가 처음이었거든요. 처음에 제가 음악을 시작했을 때는 휘트니 휴스턴과 같이 뛰어난 가창력을 가지고 싶었고, 화려한 보컬이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팀과 함께 음악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게 되면서 비로소 저만의 음악 스타일이 생기고, 또 지향점도 만들어진 것 같아요.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이에요. 너무 많지요. 최근에는 재즈 보컬 조시 제임스 (Jose James) < Blackmagic >을 자주 듣습니다.
앨범을 어떻게 들어주기를 바라는지…
이번 앨범은 사랑을 주제로 했어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를 저는 사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번에는 그게 남녀 간의 사랑으로만 표현되었지만,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들은 그보다 더 넓은 의미에서의 사랑이에요. 그런 점들을 들을 때 생각해주시면 해요. 강요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요, 편안하게 공감해 주셨으면 합니다.
인터뷰: 임진모 김반야 김도헌
사진: 이한수
정리: 김도헌(zener1218@gmail.com)
사진: 이한수
정리: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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