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수가 73만 명이 넘는 <유튜브대학 김미경 TV>, 어떤 콘텐츠인가요?
자기계발을 하고 싶지만 여의치 않은 분들을 위한 콘텐츠예요. 저는 누구나 나이를 막론하고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성장 안에는 철학이나 역사에 관한 것도 있을 거고 세계 정세에 대한 판단도, 돈이나 직장생활에 관한 것도 있겠죠. 얼마나 다양해요. <김미경 TV>는 이 스펙트럼을 5~6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영상을 올리고 있어요. 처음엔 ‘언니의 따끈따끈한 독설’이라고 ‘따독’ 콘텐츠만 올라갔어요. 한 주 동안 제가 특별히 느낀 것에 관해 언니가 얘기하듯 올리기 시작했죠. 그러던 것이 ‘이런 얘기를 해주세요’라는 사람들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요일별로 편성이 됐어요.
그 카테고리 안에 책을 소개하는 ‘북드라마’도 담겨 있는데요.
맞아요. 작년 11월부터 시작했으니 오래 되지는 않았어요. 당시 제가 유튜브 등 플랫폼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책들을 몇 권 읽는 중이었어요. 그 날은 『유튜브 레볼루션』 을 읽는데 너무 좋아서 머리가 막 흥분되는 거예요. 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러기도 하잖아요. 사람들에게 그 얘기를 너무 하고 싶어서 책을 읽다가 새벽에 50쪽 정도 남겨 놓고 혼자서 핸드폰을 들고 찍었어요. 침대에서 잠옷 입은 채로요. 그랬는데 생각지도 않게 그 책이 엄청 팔린 거예요. 스치면서 얘기했던 『에어비앤비 스토리』 까지요. 이후로 읽고서 좋았던 책을 소개해달라는 독자들의 요구가 있었고 북드라마가 시작됐어요.
책을 소개하는 코너의 이름을 ‘북드라마’라고 했어요. 왜 드라마라는 단어가 들어갔을까요?
저는 책을 한 번 소화한 후에 알려주는 게 중요해요. 제 3자의 입장에서 얘기하는 게 아니라 책이 내 것이 되는 거죠. “이 책은 나한테 들어와서 나한테 이런 영향을 미쳤고 나는 이런 생각을 했고 그래서 이거야” 저는 책이 한 번 제 안에 들어왔다 나가는 걸 드라마라고 봤어요. 저와 책이 맺은 관계를 알려주고 싶었고요. 단순히 책을 소개하는 게 아니에요. 제가 읽고 어떤 변화가 일어났고 그런 얘기를 하고 싶은 거죠.
북드라마에서는 책을 소개하고 ‘따독쇼’엔 저자를 초대해 책 이야기를 듣기도 해요.
책을 선정하기 전까지 두가지 경로가 있어요. 하나는 출판사에서 보내주는 것인데, 신간도 오고 몇 년 전 출간 된 책이지만 너무 아까운 책들을 편집자들이 가지고 오기도 해요. 일주일에 50권은 되는 것 같아요. 다 훑어봐야 하니까 이젠 책이 오면 한숨부터 나와요. ‘저걸 언제 다보나’하고요.(웃음) 또 하나는 제가 직접 찾아요.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요즘 어떤 책이 뜨고 있나’ 앞으로 나올 책까지 신간 위주로 살펴봐요. 그렇게 고른 것 중에 책이 매력이 있으면 북드라마에 소개하고 저자가 매력 있으면 ‘따독쇼’에 소개하죠. 저자를 모시는 경우는 저자의 매력도 포함되지만 저보다 저자가 직접 얘기하는 게 훨씬 더 독자의 이해를 도울 때 그렇게 해요. 미중관계 이런 주제를 제가 얼마나 알겠어요.
영상에 담기기 전까지 북드라마에 소개된 책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공정이 한 5단계는 돼요. 우선 직원이 책을 가져오면 3명 정도가 앉아서 분류를 해요. 계속 같은 분야의 책을 소개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데, 그 중에서도 저한테 끌리는 걸로 5권을 선정해서 읽어봐요. 하루이틀 걸려서 쭉쭉 살펴보죠. 그러면서 제목이나 목차까지는 설득했는데 100페이지쯤 읽어보니 얘기가 산으로 간다 그런 것들을 걸러내요.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선택된 책이 있으면 본격적으로 정독을 해요. 30분 동안 제가 강의하는 스타일로 설명을 해야하니까 설명할 내용들을 노트에 적어서 직접 말로 해보고 설득력이 약한 부분들을 고쳐나가죠.
직접 리허설을 해보는 거네요.
네. 솔직히 이 과정은 너무 바쁘면 못하고 나갈 때도 있는데 이 과정을 거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차이가 많더라고요. 책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도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가급적 리허설을 하려고 노력하죠. 그렇게 말한 내용은 녹취를 하고 또 그걸 원고로 풀어서 받아보는데, 제가 그걸 읽어 보면서 완벽히 이해 됐다 싶을 때 영상을 찍어요. 근데 저는 머리에 이해된 걸 가지고 말하지 그 원고를 보고 말하지는 않아요. 중간중간 읽어 줄 내용은 스크립트처럼 다 메모가 돼 있고요. 그렇게 30분간 마음껏 떠든 걸 20분 짜리로 편집을 하는데 이 과정이 또 이틀 정도 걸려요. 여기까지 하면 마지막으로 책임자 몇 명이 모여서 그걸 보고 ‘오케이! 나가도 되겠다’ 결정하면 영상을 올려요.
소개하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반응이 뜨거워요. 소감이 어떠세요.
사람들이 책에 대해 연민과 죄책감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못 읽어 준 것에 대한 자기 뇌에 대한 죄책감?(웃음) 뭐 이런 거 있잖아요. 또 읽고 싶었는데 적당한 계기가 없었구나라는 생각도 해요. 누구나 ‘책마음’이 있거든요. 누가 그 마음을 건드려주면 얘가 확 움직여서 책을 사고 손에 책도 들리는데, 이 책마음을 건드리는 계기가 별로 없었구나 생각했죠. 특히 <김미경 TV>를 보는 구독자들은 40에서 60대 남녀인데, 바쁘게 애 키우고 직장생활 하면서 살다 보니 책마음이 잘 건드려지지 않았던 거예요. 사실 북드라마를 통해 책을 산 사람들은 책을 늘 샀던 분들은 아닐 거예요. 저는 북드라마가 그동안 책을 사지 않았던 독자들은 끌어 모은 건 확실하다고 생각해요.
북드라마의 영상에는 댓글도 엄청나요. 기억나는 반응이 있나요?
56세에 그동안 읽은 책이라고는 잡지가 전부였다는 분이 있었어요. 애들 다 키워 놓고 할 일도 없고 우울증 같은 게 왔다고 하더라고요. 이전엔 할 일이 책이 된다는 건 상상을 못했는데 우연히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책 속에서 자기와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 지를 보게 됐고 그 재미 덕분에 하루 일과에 반드시 책이 들어가고 노트북을 사서 처음으로 책을 읽고 독후감도 써서 SNS에 올려 보기도 했대요. 그러면서 취미 생활도 하기 시작하고, 어학도 하고,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책 한페이지 읽기 시작했을 뿐인데 하루가 채워졌다고 얘기한 글이 기억에 남아요.
북드라마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위북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얘기해 주세요.
위북프로젝트는 북드라마에 소개하는 책의 출판사들에 한해 해당 출판사로부터 제작지원금을 받아서 진행하는 다양한 활동이에요. 사실 누군가 잘 써놓은 책을 제가 잘못소개해서도 안되는 거고, 우리가 소개한 책이 어쨌든 출판계에 영향을 미치게 됐잖아요. 그래서 북드라마를 ‘책만 소개한다’라고 생각하지 말자, 위북프로젝트를 크게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공평하게 책을 읽는 의미를 담자고 생각했어요. 그 안에 함께 좋은 책을 소개해주는 북드라마라는 코너 있고 어려운 도서관에 책을 보내주는 것, 작은 출판사의 책을 소개하는 것, 미혼모 가정을 위한 북바우처도 있는 거죠. 모두 생각이 성장하고 프로젝트가 성장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책에 대한 신뢰가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들인 것 같아요. 책의 힘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피아노 학원을 하던 제가 저에게 맞는 직업을 찾고 지금껏 할 수 있게 만든 것이 책이었어요. 제가 28살에 피아노 학원을 하다가 우연히 사례 발표 같은 걸 하게 됐어요. 반응이 좋았고 자꾸 강연 문의가 들어왔죠. 헌데 언제까지 제 성공 사례만을 얘기할 순 없잖아요. 좋은 강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작정을 하고 빈 책장을 샀어요. 산 책이 아니라 읽은 책으로만 저 책장을 채운다는 결심을 했고 정말 열심히 읽었어요. 책은 자신에게 가장 이로운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또 인생의 조망권을 높여주죠. 책을 읽지 않으면 조망권이 지하에요, 제대로 보이지 않아요. 어느 나이건 좋은 선택을 하고 싶으면 선택의 힘은 책에서 와요. 바쁜 사람들은 많은 선택을 하잖아요. 근데 신기한 건 바쁜 사람들이 더 많은 책을 읽는다는 거예요. 그들은 책의 힘을 알기 때문에 놓지 않아요.
제대로 된 책 읽기의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결심이 제일 중요해요. ‘책을 읽지 않으면 죽는다!’ 결심을 딱 해야해요. 그냥 ‘휴가 가서 읽지 뭐’ 이런 생각은 안돼요. 책은 그렇게 한가할 때 읽는 게 아니고 바쁘고 힘들고 외로울 때 읽어야 해요. 책 읽기는 밥 먹듯이 해야하는데, 재밌는 것이 책 읽는 실력도 복리가 붙어서 적금 들듯이 읽다 보면 생각 실력, 책 읽는 실력이 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1주일에 1권이 제일 좋은데 벅차다면 2주일에 1권이라도 주기를 정해놓고 하는 게 좋아요. 또 세 번째는 무조건 사야해요. 사서 바로 보지 않더라도 순간 궁합이 맞을 때 읽게 되곤 하잖아요. 그런 순간이 왔는데 집에 책이 없으면 서점까지 가기 힘들고요. 그래서 주기적으로 책을 사서 쟁여 두는 것도 좋은 습관인 거 같아요. 선택까지는 그렇고 읽는 건 책상에서 읽어야 해요. 적어도 어디에 앉아야지 눕는 건 아니라고 봐요. 책이라는 게 누워서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아니에요. 그래서 독서대 같은 장비가 있어야 해요. 저는 독서에 필요한 장비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좋은 펜과 메모지, 노트 같은 것도 잘 갖춰서 책 읽는 나만의 틀을 마련하는 거예요. 그 안에 들어가 있으면 내가 책 읽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그림이 딱 나와 줘야 되는 거죠.
책을 매개로 하고 싶은 것들이 더 있나요?
‘인문학 MBA’ 같은 이름으로 좀더 어려운 주제들 다루고 싶어요. 출판사들도 나름의 결이 있어서 과학책을 내는 출판사는 그 분야의 책만 내곤 하잖아요. 근데 그런 책은 많이 팔리진 않고요. 그래서 어떤 분야의 책을 전문적으로 내는 출판사와 함께 한 달을 기획해서 특정 주제에 관해 집중적으로 공부를 해보는 거예요. 또 하나는 제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외국 저자를 초대해 같이 책에 관해 얘기를 나누는 거예요. 저는 영화 개봉하면 외국 배우들이 오는 것처럼, 책을 내도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거든요. 이걸 하기 위해서 나름 많은 공을 들였고 다음 주에 처음으로 『나는 7년 동안 세계 최고를 만났다』 를 쓴 알렉스 바나얀을 만나기로 했고요, 이후엔 강의 차 가는 뉴욕에서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의 제임스 클리어도 만나기로 했죠. 이런 기획을 실천해 나가면서 천천히 가고 싶어요.
나는 7년 동안 세계 최고를 만났다알렉스 바나얀 저/김태훈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꿈을 찾고 성공하고 싶으나 방법을 알지 못하는, 자신이 처한 삶의 단계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사명으로 시작된 긴 여정에서 저자가 온갖 장애물을 헤쳐나가며 성장하는 과정이 마치 소설처럼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