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 달을 앞두고 인터뷰는 진행됐다. 음악 팬들에게 있어, 그리고 음악 전문지들에 있어 12월은 꽤나 의미심장한 달이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는, 다시 말해 그 해의 우수 작품들을 가려보는 결산 작업이 이 시점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미리 예고를 하자면 이즘도 내부에서 선정을 이미 마친 상태다. 이 얘기를 왜 꺼내느냐. 이에 대한 이유를 이제 슬슬 밝혀야겠다. 어쩌면 눈치를 챈 사람도 있겠다. 맞다. ‘이즘 올해의 팝 앨범’ 중 하나로 프란츠 퍼디난드의 올해 신보 <Right Thoughts, Right Words, Right Action>을 꼽았다. 이와 관련해서는 조만간 글로 찾아뵐 예정이다.
각설하고, 한 해를 대표할 만큼이나 2013년의 프란츠 퍼디난드는 멋있었다. 몸을 바로 들썩이게 하는 댄서블한 리듬이 여전했고 흡인력을 발휘하는 멜로디가 넘실거렸으며 이 둘이 이루는 사운드는 깔끔하기 그지없었다. 성적도 남다르다. 본토 영국을 비롯한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앨범 차트 상위권에 안착했으니 양질의 작품을 선보이면서도 밴드의 성공가도를 훌륭히 이어간 셈이다. 이즘 입장에서도 올해의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실로 운이 좋은 일이었다. 보컬 겸 기타의 알렉스 카프라노스와 드럼의 폴 톰슨과 마주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두 가지 질문으로 먼저 시작하고 싶다. 여태까지 발매한 모든 스튜디오 음반들이 영국 앨범 차트 Top 10에 올랐다. 이러한 기록에 신경을 쓰는가? 그리고 차트에서 승승장구하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알렉스 카프라노스(이하 알렉스) : 신경 쓰지 않는다. 전혀 신경 쓴 바가 없다. 예상한 바도 없고. 우리 스스로 표현을 하고 싶은 게 있고 내보이고 싶은 게 있어서 음악을 하는 것이지 성적을 내려고 이래야겠다는 것은 없다. 차트 상에서의 이야기라면 아무래도 곡이 좋으니 그만한 반응이 온 것이 아닐까. 좋은 곡이 성적도 또 좋다.
압박을 받거나 하지는 않았나.
알렉스 : 전혀. 매우 자유로웠다. 걱정했던 것도 없었고 모든 아이디어를 시도해볼 수 있었다. 사실 몇몇 밴드는 차트에서 성공하기 위해 곡을 쓴다고 알고 있는데, 좋다. 여기에 문제가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게 우리 나름대로 실패하지 않는 이유 같기도 하다. 물론 매우 감사한 일이다. 특히나 국제적으로 이곳저곳에서 반응이 오고 또 바다 건너 한국에서도 많이들 얘기해준다는 게 내 자신에게는 엄청난 일이고 또 신기한 일이다.
늘 그래왔듯 이번 음반도 댄서블하고 세련되며 지적이다.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 음악을 만드나.
알렉스 : 넓게 영향을 받는다. 인생 전반에 걸쳐 들었던 모든 지점에서 조금씩 흡수해오는 것 같다. 네 살 때 들었던 음악이 들어있기도 하고 4일 전에 들었던 음악이 또 들어있기도 하다. 여러 음악이 결합되어 나오는 셈인데 단순한 재생산의 결과라고 한다면 그건 또 아니다. 흡수는 새롭게 나만의 것을 도출하는 또 다른 과정이다. 그리고 댄서블하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맞다. 사실 우리가 하는 음악이 댄스 음악이다. 단순히 비트만 가져가는 게 아니라 우리는 리듬도, 멜로디도 모두 챙기려 한다. 어느 파트에서건 리듬이 존재하고 그 리듬을 멜로딕하게 연주한다. 여러 밴드들을 돌이켜 보면 밴드의 음악을 결정하는 독자적인 파트가 있지 않나. 예를 들자면 리드 보컬이나 리드 기타리스트가 있지만 프란츠 퍼디난드를 이끄는 독자적인 파트는 없다. 우리 모두가 리듬을 연주하고 멜로디를 연주한다.
이쯤에서 프란츠 퍼디난드에 대한, 그리고 프란츠 퍼디난드 음악에 대한 정의를 듣고 싶다. ‘소녀들을 춤추게 하겠다’는 취지는 여전한가.
알렉스 : 음. 맞는 것 같다. (웃음) 음악을 시작할 무렵, 음악적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것은 갖고 있었다. 예전에 한 번 공연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관객들이 다 남자였다. 그런데 대부분의 관객들이, 왜 그런 관객들, 그런 남자들 있지 않나. 음악에 대해 괜히 깊게 생각하면서 벽에 기댄 채로 까딱거리기만 하는, 그런 종류(chinstroker)였던 것이다. 음악을 지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거나 아니면 무언가 생각을 더 집어넣으며 듣는 사람들도 물론 많지만, 그와는 다른 관객들을 대상으로 연주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순수하고 본능적으로 음악을 느끼게 하는 식으로 말이다.
전작 <Tonight>은 덥스텝의 느낌이 나는 음반이었다. 그런 점에 있어 신디사이저가 특히 많이 활용됐었는데 이번에는 관악기와 코러스를 유독 많이 사용한 형상이다. 빈티지한 톤으로 채운 키보드도 그렇고. 앨범 전반에서 복고적인 색채가 묻어난다.
알렉스 : 심각하게 고려한 건 아니다. 일렉트로닉에서 레트로로 가야겠다는 그런 의도도 없었고 일렉트로닉이나 레트로라는 스타일에 대해 고려한 것도 없었다. 일렉트로닉 음악도 사실, 처음 들었을 때 뭐가 다른 건지 싶었다. 5년 전의 음악이랑 이거랑 어디가 다른 건지. 그건 특별하게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뭐가 새로운 건가. 밴드의 오리지널리티는 곡을 쓰고 연주하는 데서 나오는 거다. 악기를 고르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댄서블한 비트가 러닝 타임 내내 지칠 줄을 모른다. 멜로디 역시 훌륭하게 가져가고 있고. 멜로디와 리듬, 어느 한 가지도 놓치지 않으면서 명확하게 끌고 나가는 원동력이 무엇인가. 평소 작업을 어떻게 하나.
알렉스 : 맞다. 멜로디와 리듬을 동일하게 가져가는 게 목표다. 기타나 보컬이나 아니면 어느 한 파트가 밴드의 정체성을 지배하는 그룹이 있기도 하지만 우리는 모든 파트를 똑같은 비율로 구성하려 한다. 폴의 드러밍도 밥의 베이스도, 내 기타와 보컬도, 닉의 기타와 키보드도 그 모든 걸 동일하게 말이다. 밴드의 캐릭터는 밴드가 연주하는 데서 분명 비롯된다. 그 캐릭터는 또 하나의 퍼스널리티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가 결합된 형태다. 그게 힘이고 정체성이다. 그런 캐릭터들을 억눌러버리면 뭐, 다른 것들을 못 보지 않겠나.
폴은 어떤가. 드럼으로서 멜로디를 연주하기는 어렵지 않겠나. 말 그대로 리듬 파트인데.
폴 톰슨(이하 폴) : 그렇다. (웃음) 뭐 나름.
알렉스 : 댄스 음악, 일렉트로닉 음악은 결국 리듬에 기초한다. 대부분 히트하는 팝 음악도 그렇고. 멜로디보다는 리듬에 무게가 더 실리는 편이다. 멜로디의 중요성만큼이나 리듬의 중요성도 충분히 느끼고 있다. 보 디들리나 롤링 스톤스나 아니면 1960년대 영국 음악만 봐도 리듬에서 노래가 나온다. 기타리스트에게 있어 왼손이 하는 것만큼이나 오른손이 하는 게 중요한 것처럼, 왼손이 멜로디를, 오른손이 리듬을 맡고 있는 것처럼, 둘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질 수 없다.
말이 나온 김에 얘기하자면, 한국의 전통음악도 리듬에 기초를 두고 있다.
알렉스 : 아, 오늘 경복궁에 갔는데 엄청 큰 드럼을 봤다. 보자마자 ‘와, 이거 소리 엄청 나겠다.’ 하면서…(웃음) 대단하게 생겼다. 리듬은 복잡한 개념이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또 리듬들이 바뀌지 않나. 사실 전통적인 서구 음악에서는 리듬을 그리 많이 찾을 수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많이 배울 수 있겠고.
폴 : 한국의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들었던 거 같은데…신정현인가.
신중현을 말하는 건가.
폴 : 맞다. 미군 라디오 채널에서 접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 전통 음계랑 그 리듬이 되게 잘 섞여 있었다. 이게 직접 마주한 적은 없었지만 속에서 무언가가, 겉으로 보이지 않는 그런 게 또 느껴지더라.
알렉스 : 이곳저곳 다른 곳에서 결국 흡수하게 되기 마련이다. 우리는 댄스 음악에 특히 영향을 받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그리스 음악도 듣는다. 스케일이나 무드나 멜로디를 연주해보기도 하고 또 따라해 보기도하지만 내 손을 거쳐서 나오면 무언가 다른 형태가 되어있다. 터키 리듬도 라틴 아메리카 리듬도 여러 차례 시도해보는데 절대로 오리지널처럼 나오진 않더라. 잘못 연주하기도 하면서. (웃음)
다시 음반으로 돌아가보자. 첫 트랙 「Right Action」 이나 「Love Illumination」, 「Stand on horizon」, 「Treason! Animals」와 같은 트랙들이 정말 멋지다. 곡을 만들며 역점에 둔 부분이 있었나.
알렉스 : 사실 양면으로 나오는 LP를 기준으로 만들었다. 원래는 이런 데 크게 신경 쓰는 편이 아닌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편집에서 신경을 써 봤다. 첫 트랙 「Right action」부터 「Bullet」까지를 사이드 원에, 그 다음부터 「Goodbye lovers & friends」까지를 사이드 투에 담아내면서 서로 다른 분위기를 양면에 넣었다. 둘의 성향이 상당히 다르다. 앞면이 긍정적이고 밝고 양의 느낌이 있다면 「Bullet」서부터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멜랑콜리하고 감정적으로 건드리는 식으로 시작된다. 「The universe expanded」의 경우는 특히 어딘가 부유하는 듯하고. 그런 식으로 곡을 만들었다.
이번 음반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곡을 꼽는다면.
알렉스 : 사이드 별로 하나씩 뽑아야하지 않을까. 사이드 투에서는 「The universe expanded」를, 사이드 원에서는 「Stand on the horizon」을 선택하겠다. 「Stand on the horizon」의 경우를 보면 멜로디도 강하고 또 직선적인 팝 사운드를 담고 있다. 즉각적으로도 나오고. 하지만 평범한 팝 음악의 틀로 만든 노래는 아니다. 오히려 조금 더 복잡하다. 반복되는 부분도 없거니와 전통적인 코러스의 구조도 아니다. 들을 때는 쉬워도 막상 편곡하고 만지기에는 까다로운, 이게 나름 트릭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그런 점에 있어서 가장 괜찮은 곡 같고.
<Tonight>을 만들 쯤, 음악을 발전시키려 상당히 고심했고 연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프로듀서가 한 차례 바뀌기도 했고. 이번 음반을 만들 때는 어땠나. 어려움은 없었나.
알렉스 : 재밌게 즐겼다. 모든 소리를 만들어봤고 여러 콜래보레이션도 했고. 프로듀서를 찾을 때는 소리를 강하게 뽑아내는 프로듀서보다는 조금 더 현대적으로 접근할 만한 사람을 고르려했던 것 같다. 우리도 꽤 괜찮은 생각들이 있었으니까. 콜래보레이션의 느낌을 프로듀싱에서 내보고 싶었던 게 또 작용했던 것 같고 말이다. 프로듀서 모두가 곡을 쓰고 연주하는 뮤지션들이다. 알렉시스 테일러 같은 경우는 핫 칩에서 활동하고 있고 비욘 이틀링도 피터, 비욘 앤 존에서, 또 토드 테리에도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말 재밌는 녹음 작업이었고 결과물도 대부분 맘에 든다. 내 스튜디오에서도, 닉의 스튜디오에서도 편하고 일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모든 게 이루어졌다.
앨범 제목이 <Right Thoughts, Right Words, Right Action>이다. 밴드가 생각하는 ‘바른 생각’, ‘바른 단어’, ‘바른 행동’은 무엇인가.
알렉스 : 뭐라 명확하게 정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는 있다. 이건 본능적이고 음악을 마주했을 때 직관적으로, 느끼는 대로 나오는 것이다. 내면이 말해주는 것이니까. 딱히 특별한 정의는 없다. 듣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음반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 멤버 모두 잘 나왔다고 생각하는가. 점수를 매겨본다면 어떨까.
알렉스 : 양으로 환산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넌 어때, 폴.
폴 : 숫자를 말하나. (웃음) 뭐, 100은 아니다. 완벽히 만족할 만한 작품은 아니니까. 또 우린 계속 만들 거고 활동할 거고. 엄청난 대작이거나 그런 건 결코 아니다.
알렉스 : 후작이라는 것은 아마도 전작에 대한 반작용일 것이다. 매번 작업을 하면서 상상하는 것은, 다음은 조금 다르지 않겠냐는 점이다. 접근법도 그렇고 기술도 그렇고. 더 나아가지 않을까. 녹음을 끝낸 직후에는 물론 100 퍼센트로 가득 행복하지만 새로이 음악을 시작할 때는 또 0 퍼센트로 느껴지는 것 같다.
0점으로 떨어뜨리면 안 되지 않나.
알렉스 : (일동 웃음) 아 물론, 당연하다. 다만 전과 똑같은 지점으로 돌아가는 게, 반복하는 게 싫다는 거다. 다른 걸 또 생각하고 있으니까. 발매된 직후에는 충분히 행복을 느낀다.
폴 : 막 만들었을 때는 만족도가 최상에 달한다. 하지만 다시 들었을 때는 뭔가 ‘저렇게 부르고 싶은 게 아니었는데’하는 생각도 많이 하고, 아쉬운 부분들이 생긴다.
알렉스 : 그간 해왔던 음반들 중에서 두 번째 앨범이랑 세 번째 앨범은 당시에 특히 만족하지 못했던 작품들로 기억한다. 조금 더 달라야하지 않나 느끼기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뭐, 이번 앨범은 괜찮네 싶고…조금 다르다.
각자가 뽑는 베스트 트랙은 무엇인가. 지금 이 자리에 없는 닉 맥카시와 밥 하디의 베스트 트랙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나.
알렉스 : 연주할 때 괜찮은 곡들이 좋은 것 같다. 내 경우는 「Goodbye loves & friends」가 좋다. 다른 트랙들과 어딘가 다르기도 하고. 그렇지?
폴 : 맞다. 그런 감이 좀 있다.
알렉스 : 닉은 「Love illumination」을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나 이번 음반에서 록의 느낌이 가장 잘 드러나는 순간이니까. 밥은 아무래도 「Stand on the horizon」이 아닐까 한다. 연주할 때 좋아하는 것 같던데, 「The universe expanded」도 좋아하고. 연주할 때 뭘 좋아했지?
폴 : 「Stand on the horizon」을 제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알렉스 : 그런 것 같다. 베이스 라인이 진짜 좋다.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알고 싶다. 특별한 이유가 작용했나.
알렉스 :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지 않았나. 너(폴) 드럼 잡았을 때도 그랬지?
폴 : 그랬던 것 같다. 단지 하고 싶어서 시작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학교 다닐 때 남들 음악 좋아하듯 나도 음악 좋아했고, 제일 친한 친구가 또 기타를 쳤고. 주위에 기타 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면서 대학에 진학하니 다들 음악을 시작하더라. 어떻게 보면 이게 사람을 만나면서 생기는 일련의 과정 같기도 하다. 또 난 에딘버러에서 태어나서 글래스고에서 자랐기 때문에 음악을 하는 환경에 있었던 것 같다. 알렉스도 그랬을 거다, 아마. 이 그룹에서도 연주하고 저 그룹에서도 연주하고.
알렉스 : 맞다. 나도 주위에서 연주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아버지도 기타를 쳤다. 그런 데서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또 제일 친한 친구 중 하나인 앤드루가 기타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의 곡을 따라 치는 것으로 연주를 시작했고, 다른 곡들의 코드를 충분히 몰라서 연주할 게 모자라졌을 쯤에 우리 노래를 시작했던 것 같다.
영향을 준 아티스트나 음악에 대해서는 어떤가.
알렉스 : 있다. 정말 많다. 하지만 매번 바뀐다. 데드 케네디스도 그렇고 킹크스도 그렇고. 그래도 킹크스에 제일 많이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레이 데이비스의 송 라이팅을 특히나 좋아했던 것 같다. 물론, 킹크스라는 밴드에서 정말 많은 역할들을 담당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매력적인 작곡가로서의 레이 데이비스다. 전형적인 로큰롤 넘버 「You've really got me」도 좋아했고 「Autuum almanac」은 진짜 기묘하다. 「Shangri-la」는 실로 낯설면서도 추상적이면서 또…매력적인 장소에 대해서도 노래한 곡들이 많다. 특히나 정말 지루한 (웃음) 교외에서 자란 내 경우에는 그런 노래들이 친숙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또 롤링 스톤스의 「Jumping Jack Flash」도 좋아했고.
폴의 경우는 어떤가. 글래스고에서는 할 만한 게 축구 아니면 음악 밖에 없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알렉스 : (웃음) 맞다.
폴 : 축구 아니면 음악을 다들 했던 거 같다. 아니면 바를 차리던가. (웃음) 둘이 섞여있다. 또 어떻게 보면 지금 이렇게 산다는 게 운이 되게 좋은 것이기도 하고.
알렉스 : 특권의 유무에 차이가 달린 게 아닐까 한다. 괜찮은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면 그만한 특권을 가질 수 있다. 성공적인 변호사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도시에서 일하는 그런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옥스브리지(옥스포드와 캐임브리지)에 가거나. 그런 도시들은 충분히 좋은 것들을 보장해줄 수 있다. 아마 우리가 하는 이런 밴드 활동은 못 했을 것이다. 물론 나는 정말로 감사하고 기쁘게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보고, 하고 싶었던 것을 하고 있지 않나.
폴 : 양친이 모두 일을 했다. 동시에 아버지는 음악 팬이기도 했는데 집에서 쉬지 않고 음악을 틀어 놓았다. 어렸을 때부터 내 주변에는 그런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그걸 이뤘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다. 또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고 음악도 듣고 연주도 하고.
알렉스 : 이 점에 관해서는 우리도 상당한 특권을 받은 셈이다. 폴이나 나나 밴드를 잘하고 있고, 즐기고 있고.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돈이 많이 따라온 것은 아니지만. (웃음) 런던도 일 년에 한 번 정도 간다.
폴 : 돈이 든다, 돈이.
알렉스 : 하지만 이렇게 지내게 되어서 정말 좋다.
-비틀즈, 세월의 흐름이 가져다준 ‘고해성사’
-변신을 통한 성장 - 악틱 몽키스(Arctic Monkeys)
-한결 같은 아름다움, 감동의 멜로디 - 트래비스(Travis)
-여성 비하부터 거짓말 애인에게 분노하기도 - 롤링 스톤스 <Some Girls>
-“실업자들에게 사랑 노래 따위는 필요 없다!” - 섹스 피스톨즈
각설하고, 한 해를 대표할 만큼이나 2013년의 프란츠 퍼디난드는 멋있었다. 몸을 바로 들썩이게 하는 댄서블한 리듬이 여전했고 흡인력을 발휘하는 멜로디가 넘실거렸으며 이 둘이 이루는 사운드는 깔끔하기 그지없었다. 성적도 남다르다. 본토 영국을 비롯한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앨범 차트 상위권에 안착했으니 양질의 작품을 선보이면서도 밴드의 성공가도를 훌륭히 이어간 셈이다. 이즘 입장에서도 올해의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실로 운이 좋은 일이었다. 보컬 겸 기타의 알렉스 카프라노스와 드럼의 폴 톰슨과 마주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두 가지 질문으로 먼저 시작하고 싶다. 여태까지 발매한 모든 스튜디오 음반들이 영국 앨범 차트 Top 10에 올랐다. 이러한 기록에 신경을 쓰는가? 그리고 차트에서 승승장구하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알렉스 카프라노스(이하 알렉스) : 신경 쓰지 않는다. 전혀 신경 쓴 바가 없다. 예상한 바도 없고. 우리 스스로 표현을 하고 싶은 게 있고 내보이고 싶은 게 있어서 음악을 하는 것이지 성적을 내려고 이래야겠다는 것은 없다. 차트 상에서의 이야기라면 아무래도 곡이 좋으니 그만한 반응이 온 것이 아닐까. 좋은 곡이 성적도 또 좋다.
압박을 받거나 하지는 않았나.
알렉스 : 전혀. 매우 자유로웠다. 걱정했던 것도 없었고 모든 아이디어를 시도해볼 수 있었다. 사실 몇몇 밴드는 차트에서 성공하기 위해 곡을 쓴다고 알고 있는데, 좋다. 여기에 문제가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게 우리 나름대로 실패하지 않는 이유 같기도 하다. 물론 매우 감사한 일이다. 특히나 국제적으로 이곳저곳에서 반응이 오고 또 바다 건너 한국에서도 많이들 얘기해준다는 게 내 자신에게는 엄청난 일이고 또 신기한 일이다.
늘 그래왔듯 이번 음반도 댄서블하고 세련되며 지적이다.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 음악을 만드나.
알렉스 : 넓게 영향을 받는다. 인생 전반에 걸쳐 들었던 모든 지점에서 조금씩 흡수해오는 것 같다. 네 살 때 들었던 음악이 들어있기도 하고 4일 전에 들었던 음악이 또 들어있기도 하다. 여러 음악이 결합되어 나오는 셈인데 단순한 재생산의 결과라고 한다면 그건 또 아니다. 흡수는 새롭게 나만의 것을 도출하는 또 다른 과정이다. 그리고 댄서블하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맞다. 사실 우리가 하는 음악이 댄스 음악이다. 단순히 비트만 가져가는 게 아니라 우리는 리듬도, 멜로디도 모두 챙기려 한다. 어느 파트에서건 리듬이 존재하고 그 리듬을 멜로딕하게 연주한다. 여러 밴드들을 돌이켜 보면 밴드의 음악을 결정하는 독자적인 파트가 있지 않나. 예를 들자면 리드 보컬이나 리드 기타리스트가 있지만 프란츠 퍼디난드를 이끄는 독자적인 파트는 없다. 우리 모두가 리듬을 연주하고 멜로디를 연주한다.
이쯤에서 프란츠 퍼디난드에 대한, 그리고 프란츠 퍼디난드 음악에 대한 정의를 듣고 싶다. ‘소녀들을 춤추게 하겠다’는 취지는 여전한가.
알렉스 : 음. 맞는 것 같다. (웃음) 음악을 시작할 무렵, 음악적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것은 갖고 있었다. 예전에 한 번 공연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관객들이 다 남자였다. 그런데 대부분의 관객들이, 왜 그런 관객들, 그런 남자들 있지 않나. 음악에 대해 괜히 깊게 생각하면서 벽에 기댄 채로 까딱거리기만 하는, 그런 종류(chinstroker)였던 것이다. 음악을 지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거나 아니면 무언가 생각을 더 집어넣으며 듣는 사람들도 물론 많지만, 그와는 다른 관객들을 대상으로 연주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순수하고 본능적으로 음악을 느끼게 하는 식으로 말이다.
전작 <Tonight>은 덥스텝의 느낌이 나는 음반이었다. 그런 점에 있어 신디사이저가 특히 많이 활용됐었는데 이번에는 관악기와 코러스를 유독 많이 사용한 형상이다. 빈티지한 톤으로 채운 키보드도 그렇고. 앨범 전반에서 복고적인 색채가 묻어난다.
알렉스 : 심각하게 고려한 건 아니다. 일렉트로닉에서 레트로로 가야겠다는 그런 의도도 없었고 일렉트로닉이나 레트로라는 스타일에 대해 고려한 것도 없었다. 일렉트로닉 음악도 사실, 처음 들었을 때 뭐가 다른 건지 싶었다. 5년 전의 음악이랑 이거랑 어디가 다른 건지. 그건 특별하게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뭐가 새로운 건가. 밴드의 오리지널리티는 곡을 쓰고 연주하는 데서 나오는 거다. 악기를 고르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댄서블한 비트가 러닝 타임 내내 지칠 줄을 모른다. 멜로디 역시 훌륭하게 가져가고 있고. 멜로디와 리듬, 어느 한 가지도 놓치지 않으면서 명확하게 끌고 나가는 원동력이 무엇인가. 평소 작업을 어떻게 하나.
알렉스 : 맞다. 멜로디와 리듬을 동일하게 가져가는 게 목표다. 기타나 보컬이나 아니면 어느 한 파트가 밴드의 정체성을 지배하는 그룹이 있기도 하지만 우리는 모든 파트를 똑같은 비율로 구성하려 한다. 폴의 드러밍도 밥의 베이스도, 내 기타와 보컬도, 닉의 기타와 키보드도 그 모든 걸 동일하게 말이다. 밴드의 캐릭터는 밴드가 연주하는 데서 분명 비롯된다. 그 캐릭터는 또 하나의 퍼스널리티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가 결합된 형태다. 그게 힘이고 정체성이다. 그런 캐릭터들을 억눌러버리면 뭐, 다른 것들을 못 보지 않겠나.
폴은 어떤가. 드럼으로서 멜로디를 연주하기는 어렵지 않겠나. 말 그대로 리듬 파트인데.
폴 톰슨(이하 폴) : 그렇다. (웃음) 뭐 나름.
알렉스 : 댄스 음악, 일렉트로닉 음악은 결국 리듬에 기초한다. 대부분 히트하는 팝 음악도 그렇고. 멜로디보다는 리듬에 무게가 더 실리는 편이다. 멜로디의 중요성만큼이나 리듬의 중요성도 충분히 느끼고 있다. 보 디들리나 롤링 스톤스나 아니면 1960년대 영국 음악만 봐도 리듬에서 노래가 나온다. 기타리스트에게 있어 왼손이 하는 것만큼이나 오른손이 하는 게 중요한 것처럼, 왼손이 멜로디를, 오른손이 리듬을 맡고 있는 것처럼, 둘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질 수 없다.
말이 나온 김에 얘기하자면, 한국의 전통음악도 리듬에 기초를 두고 있다.
알렉스 : 아, 오늘 경복궁에 갔는데 엄청 큰 드럼을 봤다. 보자마자 ‘와, 이거 소리 엄청 나겠다.’ 하면서…(웃음) 대단하게 생겼다. 리듬은 복잡한 개념이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또 리듬들이 바뀌지 않나. 사실 전통적인 서구 음악에서는 리듬을 그리 많이 찾을 수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많이 배울 수 있겠고.
폴 : 한국의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들었던 거 같은데…신정현인가.
신중현을 말하는 건가.
폴 : 맞다. 미군 라디오 채널에서 접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 전통 음계랑 그 리듬이 되게 잘 섞여 있었다. 이게 직접 마주한 적은 없었지만 속에서 무언가가, 겉으로 보이지 않는 그런 게 또 느껴지더라.
알렉스 : 이곳저곳 다른 곳에서 결국 흡수하게 되기 마련이다. 우리는 댄스 음악에 특히 영향을 받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그리스 음악도 듣는다. 스케일이나 무드나 멜로디를 연주해보기도 하고 또 따라해 보기도하지만 내 손을 거쳐서 나오면 무언가 다른 형태가 되어있다. 터키 리듬도 라틴 아메리카 리듬도 여러 차례 시도해보는데 절대로 오리지널처럼 나오진 않더라. 잘못 연주하기도 하면서. (웃음)
다시 음반으로 돌아가보자. 첫 트랙 「Right Action」 이나 「Love Illumination」, 「Stand on horizon」, 「Treason! Animals」와 같은 트랙들이 정말 멋지다. 곡을 만들며 역점에 둔 부분이 있었나.
알렉스 : 사실 양면으로 나오는 LP를 기준으로 만들었다. 원래는 이런 데 크게 신경 쓰는 편이 아닌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편집에서 신경을 써 봤다. 첫 트랙 「Right action」부터 「Bullet」까지를 사이드 원에, 그 다음부터 「Goodbye lovers & friends」까지를 사이드 투에 담아내면서 서로 다른 분위기를 양면에 넣었다. 둘의 성향이 상당히 다르다. 앞면이 긍정적이고 밝고 양의 느낌이 있다면 「Bullet」서부터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멜랑콜리하고 감정적으로 건드리는 식으로 시작된다. 「The universe expanded」의 경우는 특히 어딘가 부유하는 듯하고. 그런 식으로 곡을 만들었다.
이번 음반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곡을 꼽는다면.
알렉스 : 사이드 별로 하나씩 뽑아야하지 않을까. 사이드 투에서는 「The universe expanded」를, 사이드 원에서는 「Stand on the horizon」을 선택하겠다. 「Stand on the horizon」의 경우를 보면 멜로디도 강하고 또 직선적인 팝 사운드를 담고 있다. 즉각적으로도 나오고. 하지만 평범한 팝 음악의 틀로 만든 노래는 아니다. 오히려 조금 더 복잡하다. 반복되는 부분도 없거니와 전통적인 코러스의 구조도 아니다. 들을 때는 쉬워도 막상 편곡하고 만지기에는 까다로운, 이게 나름 트릭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그런 점에 있어서 가장 괜찮은 곡 같고.
<Tonight>을 만들 쯤, 음악을 발전시키려 상당히 고심했고 연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프로듀서가 한 차례 바뀌기도 했고. 이번 음반을 만들 때는 어땠나. 어려움은 없었나.
알렉스 : 재밌게 즐겼다. 모든 소리를 만들어봤고 여러 콜래보레이션도 했고. 프로듀서를 찾을 때는 소리를 강하게 뽑아내는 프로듀서보다는 조금 더 현대적으로 접근할 만한 사람을 고르려했던 것 같다. 우리도 꽤 괜찮은 생각들이 있었으니까. 콜래보레이션의 느낌을 프로듀싱에서 내보고 싶었던 게 또 작용했던 것 같고 말이다. 프로듀서 모두가 곡을 쓰고 연주하는 뮤지션들이다. 알렉시스 테일러 같은 경우는 핫 칩에서 활동하고 있고 비욘 이틀링도 피터, 비욘 앤 존에서, 또 토드 테리에도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말 재밌는 녹음 작업이었고 결과물도 대부분 맘에 든다. 내 스튜디오에서도, 닉의 스튜디오에서도 편하고 일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모든 게 이루어졌다.
앨범 제목이 <Right Thoughts, Right Words, Right Action>이다. 밴드가 생각하는 ‘바른 생각’, ‘바른 단어’, ‘바른 행동’은 무엇인가.
알렉스 : 뭐라 명확하게 정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는 있다. 이건 본능적이고 음악을 마주했을 때 직관적으로, 느끼는 대로 나오는 것이다. 내면이 말해주는 것이니까. 딱히 특별한 정의는 없다. 듣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음반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 멤버 모두 잘 나왔다고 생각하는가. 점수를 매겨본다면 어떨까.
알렉스 : 양으로 환산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넌 어때, 폴.
폴 : 숫자를 말하나. (웃음) 뭐, 100은 아니다. 완벽히 만족할 만한 작품은 아니니까. 또 우린 계속 만들 거고 활동할 거고. 엄청난 대작이거나 그런 건 결코 아니다.
알렉스 : 후작이라는 것은 아마도 전작에 대한 반작용일 것이다. 매번 작업을 하면서 상상하는 것은, 다음은 조금 다르지 않겠냐는 점이다. 접근법도 그렇고 기술도 그렇고. 더 나아가지 않을까. 녹음을 끝낸 직후에는 물론 100 퍼센트로 가득 행복하지만 새로이 음악을 시작할 때는 또 0 퍼센트로 느껴지는 것 같다.
0점으로 떨어뜨리면 안 되지 않나.
알렉스 : (일동 웃음) 아 물론, 당연하다. 다만 전과 똑같은 지점으로 돌아가는 게, 반복하는 게 싫다는 거다. 다른 걸 또 생각하고 있으니까. 발매된 직후에는 충분히 행복을 느낀다.
폴 : 막 만들었을 때는 만족도가 최상에 달한다. 하지만 다시 들었을 때는 뭔가 ‘저렇게 부르고 싶은 게 아니었는데’하는 생각도 많이 하고, 아쉬운 부분들이 생긴다.
알렉스 : 그간 해왔던 음반들 중에서 두 번째 앨범이랑 세 번째 앨범은 당시에 특히 만족하지 못했던 작품들로 기억한다. 조금 더 달라야하지 않나 느끼기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뭐, 이번 앨범은 괜찮네 싶고…조금 다르다.
각자가 뽑는 베스트 트랙은 무엇인가. 지금 이 자리에 없는 닉 맥카시와 밥 하디의 베스트 트랙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나.
알렉스 : 연주할 때 괜찮은 곡들이 좋은 것 같다. 내 경우는 「Goodbye loves & friends」가 좋다. 다른 트랙들과 어딘가 다르기도 하고. 그렇지?
폴 : 맞다. 그런 감이 좀 있다.
알렉스 : 닉은 「Love illumination」을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나 이번 음반에서 록의 느낌이 가장 잘 드러나는 순간이니까. 밥은 아무래도 「Stand on the horizon」이 아닐까 한다. 연주할 때 좋아하는 것 같던데, 「The universe expanded」도 좋아하고. 연주할 때 뭘 좋아했지?
폴 : 「Stand on the horizon」을 제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알렉스 : 그런 것 같다. 베이스 라인이 진짜 좋다.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알고 싶다. 특별한 이유가 작용했나.
알렉스 :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지 않았나. 너(폴) 드럼 잡았을 때도 그랬지?
폴 : 그랬던 것 같다. 단지 하고 싶어서 시작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학교 다닐 때 남들 음악 좋아하듯 나도 음악 좋아했고, 제일 친한 친구가 또 기타를 쳤고. 주위에 기타 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면서 대학에 진학하니 다들 음악을 시작하더라. 어떻게 보면 이게 사람을 만나면서 생기는 일련의 과정 같기도 하다. 또 난 에딘버러에서 태어나서 글래스고에서 자랐기 때문에 음악을 하는 환경에 있었던 것 같다. 알렉스도 그랬을 거다, 아마. 이 그룹에서도 연주하고 저 그룹에서도 연주하고.
알렉스 : 맞다. 나도 주위에서 연주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아버지도 기타를 쳤다. 그런 데서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또 제일 친한 친구 중 하나인 앤드루가 기타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의 곡을 따라 치는 것으로 연주를 시작했고, 다른 곡들의 코드를 충분히 몰라서 연주할 게 모자라졌을 쯤에 우리 노래를 시작했던 것 같다.
영향을 준 아티스트나 음악에 대해서는 어떤가.
알렉스 : 있다. 정말 많다. 하지만 매번 바뀐다. 데드 케네디스도 그렇고 킹크스도 그렇고. 그래도 킹크스에 제일 많이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레이 데이비스의 송 라이팅을 특히나 좋아했던 것 같다. 물론, 킹크스라는 밴드에서 정말 많은 역할들을 담당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매력적인 작곡가로서의 레이 데이비스다. 전형적인 로큰롤 넘버 「You've really got me」도 좋아했고 「Autuum almanac」은 진짜 기묘하다. 「Shangri-la」는 실로 낯설면서도 추상적이면서 또…매력적인 장소에 대해서도 노래한 곡들이 많다. 특히나 정말 지루한 (웃음) 교외에서 자란 내 경우에는 그런 노래들이 친숙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또 롤링 스톤스의 「Jumping Jack Flash」도 좋아했고.
폴의 경우는 어떤가. 글래스고에서는 할 만한 게 축구 아니면 음악 밖에 없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알렉스 : (웃음) 맞다.
폴 : 축구 아니면 음악을 다들 했던 거 같다. 아니면 바를 차리던가. (웃음) 둘이 섞여있다. 또 어떻게 보면 지금 이렇게 산다는 게 운이 되게 좋은 것이기도 하고.
알렉스 : 특권의 유무에 차이가 달린 게 아닐까 한다. 괜찮은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면 그만한 특권을 가질 수 있다. 성공적인 변호사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도시에서 일하는 그런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옥스브리지(옥스포드와 캐임브리지)에 가거나. 그런 도시들은 충분히 좋은 것들을 보장해줄 수 있다. 아마 우리가 하는 이런 밴드 활동은 못 했을 것이다. 물론 나는 정말로 감사하고 기쁘게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보고, 하고 싶었던 것을 하고 있지 않나.
폴 : 양친이 모두 일을 했다. 동시에 아버지는 음악 팬이기도 했는데 집에서 쉬지 않고 음악을 틀어 놓았다. 어렸을 때부터 내 주변에는 그런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그걸 이뤘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다. 또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고 음악도 듣고 연주도 하고.
알렉스 : 이 점에 관해서는 우리도 상당한 특권을 받은 셈이다. 폴이나 나나 밴드를 잘하고 있고, 즐기고 있고.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돈이 많이 따라온 것은 아니지만. (웃음) 런던도 일 년에 한 번 정도 간다.
폴 : 돈이 든다, 돈이.
알렉스 : 하지만 이렇게 지내게 되어서 정말 좋다.
인터뷰 : 신현태, 이수호
정리 : 이수호
사진 : 이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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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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