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독자들을 만난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의 저자 김수현 작가가 4년 만의 신작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를 출간했다. 솔직하고 발랄한 글로 베스트셀러를 만든 작가는 이제 “어떤 순간에도 만만하지 않은 평화주의자가 될 것”이라고 선언한다. 이번 신작은 나를 지키면서도 갈등을 피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인간관계 처방전’이다. 김수현 작가는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는 관계와 균형에 관한 책이다. 어떻게 관계를 맺고, 마음을 표현하며, 상대를 사랑해야 하는지 오랜 고민의 결과를 담았다”며, “모두에게 정중하되, 누구에게도 쩔쩔매지 않는 사람이 되어 보자”고 말한다. 다섯 번째 에세이를 쓴 김수현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다.
나도 맞서 싸울 수 있는 사람
전작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가 2016년 11월 출간작입니다. 4년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후속작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음. 제 책은 한 주제에 대해서 짧게 짧게 다루다 보니, 한 권 분량의 소재를 채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그래서 1년 정도는 어떤 이야기를 쓸지 고민을 했고,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자 결심한 뒤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관찰을 많이 했어요. 본격적인 작업 기간은 1년 정도 걸렸는데요. 절반은 관련된 책들을 공부하면서 지냈고, 나머지 절반은 열심히 썼죠. 지나고 보니 딱 적당한 기간이었던 것 같아요.
신작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의 제목은 어떻게 정해졌나요?
원고 중반에 가제로 삼았던 제목인데요. 약간 밋밋한 제목일수도 있지만, 책에서 가장 전하고 싶은 이야기라서 다른 건 떠오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집단지성의 힘을 믿고 투표한 결과가 결정적이었지만요.
이번 책의 주제는 ‘관계’입니다. 이러한 주제로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국 님이 힌트를 주셨나요?
저는 좀 솔직한 편인데요. 장단점이 있는 성격인데, 속마음이 겉으로 드러내는 것과 크게 다르진 않아요. 그러다 보니 남들도 저 같은 줄 알았어요. 그래서 인간관계를 굉장히 단순하게 생각했고, 크게 고민하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는 걸 30대가 되고 알게 되었어요. ’나는 타인의 마음을 알 수 없다’는 이 지당한 명제가 저의 고민의 시작이자 책의 발단이었죠. 그리고 질문해주신 정국님은 동양 철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제 세계관에 영향을 많이 줬고, 책의 방향성에도 큰 힌트가 됐어요.
책을 보니, 독자와의 만남에서 소재를 많이 찾으셨더라고요. 독자와 이야기를 하면서, 작가로서 배우는 부분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네. 맞아요. 책 출간 이후에 강연할 일이 있었는데, 질의응답 시간이 전 굉장히 좋았거든요. 다양한 연령대, 직업, 환경에 있으신 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았어요. 이 때 들려주신 관계에 대한 질문들이 책에 정말 큰 영향을 줬고, 실제 사례로도 많이 등장했죠. 제가 쓰는 장르가 에세이다 보니 극단적이고 병리학적인 문제보다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고민들이 더 궁금한 것 같아요.
참고한 도서가 많더라고요. 요즘도 사회학, 심리학 도서를 주로 읽으시나요?
책을 준비하면서는 정말 많이 읽었어요. 책에 첨부한 참고 도서는 직접 관련된 책들만 추린 거라 실제로는 더 많이 읽었죠. 읽을 때마다 요약본을 만들어서 공부하듯이 봤어요. 그러다 어느 시점부터는 이제 그만 읽어도 되겠다 싶었어요. 해당 분야의 비전문가가 접할 수 있는 내용은 이제 거의 접한 거 같다고 할까요. 사회학, 심리학 책 대신 최근에는 명상이나 종교 철학, 영성에 관한 책들에 관심이 생겼어요. 저는 결국 사람이 궁금해요. 사회학이 사람을 거시적으로 바라본다면, 심리학은 미시적으로 바라보는데요. 요즘은 심연에 있는 정신적인 부분들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32쪽을 보면 사이다 발언이 나옵니다. “나 너 마음에 안 들어”라는 말에 “어머 나도”라는 답이 나오죠. 혹시 작가님의 경험이실까요?
(웃음)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았네요. 면전에서 “나 너 마음에 안 들어” 정도의 이야기를 한 사람은 없다 보니, 그런데 속으로 그런 생각은 했어요. ‘누가 나를 미워하면 어쩌지?’ 그러면 마음이 작아지잖아요. 그럴 땐 내가 그 상대보다 약자는 아니라는 생각을 해요. 누가 나를 괴롭히면 나도 맞서 싸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생각하는 거죠. 네가 나를 미워하고 싶다면, 내가 너를 미워할 것도 감수하라는 마음. 너무 방어적일 필요는 없지만, 마음이 작아질 땐 이런 마음도 필요한 것 같아요.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가 번역이 많이 되었죠. 총 몇 개국인가요? 해외 독자들의 반응도 알고 계신가요?
판권 수출은 8개 국가에서 됐는데, 번역까지 마친 곳은 다섯 곳이에요. 태국, 인도네시아 독자들에게도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지만 가장 많이 연락을 받은 건 일본이에요. 공유하는 문화가 더 비슷하다 보니 공감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제 개인 SNS에 댓글도 많이 남겨주시지만 메시지를 정말 많이 주셨어요. 한국 문화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이라 더 감사한 마음이에요.
김수현 작가님의 초기작을 아직 모르는 독자들도 있을 텐데요. 2009년에 쓴 첫 책 『100% 스무 살』은 어떻게 나오게 된 책인가요?
대학교 때 그냥 책을 내보고 싶어서, 짧게 원고를 써서 출판사로 보냈어요. 그냥 해보고 싶은 일이라 해봤는데, 이렇게 직업이 됐네요. 초기작을 좋아해주신 독자 분들에겐 죄송하지만 전 굉장히 쑥스러워서 몇 년째 읽는 건 시도도 못 하고 있어요. 모르시는 독자 분들은 모르는 채로 있으셔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하하.
첫 책부터 4번째 책까지 쭉 마음의숲 출판사와 함께 작업하셨는데요. 이번에는 놀(다산북스)와 함께 하셨어요.
아무래도 한 회사에만 다니다 보면 다른 회사가 궁금해지고 그런 게 있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양해를 드리고 새로운 출판사에서 내게 됐어요. 다행히 좋은 팀을 만나서 즐겁게 작업했어요.
글의 힘을 만드는 건 ‘독자’
이번 신작의 표지 그림이나 일러스트는 어떤 생각으로 작업하셨나요?
작업을 시작하며 편집자와 디자이너와 의논을 하기도 했는데요.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 됐으면 했어요. 참고로, 단발머리 캐릭터가 저의 페르소나거든요. 전혀 안 닮았지만요. 그리고 반복되는 긴 머리 여자 캐릭터와 남자 캐릭터는 독자의 페르소나였어요. 그림들의 스토리를 보자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제가 독자분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안아주는 그런 따뜻함을 바랐어요. 또, 땡스 투나 마지막 장에도 그림을 넣었는데 친밀감이랄까요? 작가가 저 멀리서 떠드는 게 아니라, 정말 나한테 말하고 있는 책이 됐으면 했어요.
에세이를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유시민 작가님이 그런 이야기를 하셨거든요. 글은 손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고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거라고. 적어도 에세이는 독자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불특정 다수에 대한 존중과 연민이요. 예를 들면 이번 책에 ‘수고했다’라는 글이 나오는데, 쓰다가 저도 눈물이 났거든요. 얼마나 다들 사느라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런데 책 후기를 보니 그 부분에서 찡했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굉장히 평범한 문장인데 말이죠. 진심인지 아닌지, 독자분들은 다 아시는 것 같아요.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은 사전서평단의 리뷰를 받았습니다. 인상 깊었던 피드백이 있었나요?
사전 서평단의 리뷰는 책이 중간쯤 완성됐을 때 받은 거였어요. 새로운 시도였죠. 원고에 대해서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등을 받았는데, 퇴고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리고 완성된 책을 보고 다시 리뷰를 남겨주신 분들이 계신데, 어떤 리뷰라고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제 의도를 정확하게 읽어주시고, 애정을 담아 써주셔서 마음이 정말 찡했어요.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가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습니다.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스스로 평가하시는지요? 꾸준히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처음부터 주목받은 책도 아니고, 1위가 됐던 책도 아니었는데, 계속 읽어주시는 건 운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메시지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초반에 의도하고 마케팅을 한 게 아니었는데도 자존감을 높여주는 책이라고 많이 거론을 해주셨는데요. 책에서 다뤘던 열등감이나 초라함, 시선의 압박 같은 감정이 굉장히 사회적인 감정이잖아요. 제 초기작들을 포함해서 기존 에세이가 조금 더 개인적인 위로에 치중했다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의 경우는 사회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하려 했어요. 그 메시지가 필요한 분들이 그만큼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전작이 베스트셀러가 된 후,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더 이상 진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됐던 거? 1년 반이 걸려서 완성하긴 했지만, 작가로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은 거의 하지 못했고, 다 쓰고 나서 생각하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사람들의 마음을 고민하는 게 직업이 됐죠. 가족들도 많이 좋아하고요. 집안에서 회장님이 됐어요. 하하. 고민됐던 부분은 주변 사람들을 포함해서 사람들의 평가와 생각에 조금 더 예민해졌다는 것. 그 전에는 더 자유로운 영혼이었거든요. 아이러니하게도 안 그러려고 책을 썼지만, 주목을 받게 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이번 책이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가 됐네요.
최근에 재밌게 읽은 에세이가 있나요?
에세이는 아니고 만화인데, 마스다 미리 수짱 시리즈가 새로 나왔거든요.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초반 부분은 우리 문화에서는 이해가 안 되기도 하지만, 다 읽으니 여운이 남았어요. 그리고 꽤 전에 읽었다가 다시 읽었는데요. 도대체 작가님의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도 좋았어요. 에세이는 따뜻하면서 소소한 피식거림이 있는 책들이 좋아요. 귀엽잖아요? (웃음)
신작을 어떤 독자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글의 힘을 만드는 건 작가가 절반, 독자의 상황이 절반이라고 생각해요. 동일한 독자도 어떤 상황에서 읽느냐가 중요한데요. 바람을 이야기하자면 상비약처럼 책장에 꽂아뒀다가 인간관계가 답답할 때, 버거울 때, 편안하지 않을 때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위로가 필요한 날, 편안함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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