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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미 “노래, 살아있는 유기체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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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데뷔 35주년을 맞은 가수 주현미가 첫 번째 에세이 『추억으로 가는 당신』을 펴냈다. 자신의 음악 인생을 들려주는 한편, 한국 대중가요의 태동기였던 1920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가요 100년의 역사를 되짚는다. 

그는 2018년 11월에 유튜브 채널 ‘주현미TV’를 개설한 후 옛 노래들을 직접 부른 영상을 업로드하며 대중과 소통해왔다. 잊혀져가는 전통가요를 보전하기 위해 시작한 작업이었다. 불후의 명곡들을 찾아 가사를 복원하고 노래에 얽힌 이야기를 발굴해냈다. ‘주현미밴드’의 음악감독인 이반석 베이시스트는 “받은 사랑이 너무 많다. 이제 내가 돌려주고 싶다”는 주현미의 말에 ‘주현미TV’의 프로듀서를 맡았다. 『추억으로 가는 당신』에 실린 내용을 정리하기도 한 이반석 음악감독은 “오류를 가지고 전해져오는 곡들이 많았다. 일단 노래의 원형부터 복원하겠다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고 말했다. 

‘주현미TV’라는 거대한 아카이브 속에서 사람들은 ‘추억 속의 노래, 노래 속의 추억’과 만났다. 옛 노래를 따라 지나간 시절 속을 거닐기도, 소중한 누군가를 떠올리기도 했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노래의 탄생 비화, 그 안에 담긴 역사의 한 장면과 만나기도 했다. ‘주현미TV’는 10만 명 구독자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추억으로 가는 당신』이 탄생했다. 50곡의 전통가요 명곡을 통해 노래와 추억을 이야기한다.



원곡의 아름다움을 남겨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첫 책입니다. 지금까지 출간 제의를 많이 받으셨을 것 같은데요. 

중간에 회고록 같은 걸 써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기도 했는데요. 솔직히 10년 20년 노래하고 책을 쓴다는 게 부끄러웠고... 그건 아닌 것 같았어요. 

『추억으로 가는 당신』은 데뷔 35주년을 맞아 출간하신 건가요?

이 책도 저의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내용을 담은 에세이는 아니에요. 만약 그런 내용이었다면 저는 책을 못 냈을 거예요. 솔직히 부끄럽죠. 제가 35년 동안 노래를 했다고 하지만 그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이번 책은 노래 이야기를 엮은 거니까 용기가 생긴 거죠. 

유튜브 채널 ‘주현미TV’를 운영하고 계신데요. 전통가요를 복원하고 기록하겠다는 계획은 오래 전부터 갖고 계셨던 것 같아요. 

네, 그 작업은 꼭 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음악인으로서 부채감 같은 게 있으셨어요?

그렇죠. 제가 처음 데뷔한 게 선배님들의 주옥같은 옛 노래들을 메들리로 부른 거였잖아요. <쌍쌍파티>라는 앨범이었는데, 그냥 한 리듬으로만 해서 흥겹게 만든 거였거든요. 사실 그런 류의 상품도 필요한 거고 수요가 있었던 거지만, 분명히 원곡의 아름다움이 많이 훼손된 것이기도 하죠. 그건 남겨놔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기존의 방식으로라면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드니까 못 하죠. 엄두도 안 나고요. 그런데 유튜브라는 스테이션이 생긴 거예요. 물론 지금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것도 제작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요. 그래도 음반으로 내는 것보다는 훨씬 가벼우니까요. 세션 두 사람만으로 하니까 인원수가 적기도 하고. 그래서 용기를 낸 거예요. 

유튜브 영상은 ‘주현미밴드’의 이반석 음악감독과 함께 만들고 계시죠. 먼저 제안하셨어요? 

네. 생각은 항상 맴돌았는데 이걸 풀어낼 방법이 없는 거예요. 유튜브는 우리 아이들을 통해서 접하게 됐어요. 커버곡 영상이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그런데 조회수가 몇 백만이 돼요. ‘이게 뭐지? 오리지널 가수가 분명히 있고 아직도 활동을 하고 있는데, 왜 사람들이 그 가수의 노래를 안 듣고 커버곡을 듣는 거지? 심지어 아마추어가 부른 걸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본단 말이야?’ 처음에는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프로페셔널이라도 이렇게 못할 이유가 뭐가 있어, 꼭 사운드가 잘 갖춰진 근사한 데에서만 하라는 법이 어디 있어, 이것도 음악을 접하고 즐길 수 있는 방식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기에서 해답을 찾은 거예요. 그래서 이걸 해보려고 하는데 풀어내줄 사람이 주위에 반석 씨밖에 없는 거죠(웃음). 그래서 인천에서 콘서트할 때 대기실에서 이야기를 했어요.

즉흥적으로 이야기하셨던 거 아니에요(웃음)?

이야기는 즉흥적으로 꺼냈지만 제 머릿속에는 항상 그 생각이 있었어요. 심지어 딸한테도 ‘엄마도 이거 해보고 싶은데...’ 하고 이야기를 했어요. 아이들이 ‘엄마가 그걸 왜 해?’ 그러더라고요(웃음). 꾸준히 아이디어 내야 되고 업로드 해야 되고, 보통 작업이 아니라고요. 저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어요. ‘옛 노래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데, 나는 부르기만 하면 되는데.’ 곳간에 곡식이 이만큼 쌓여 있는 것 같았어요. 선배님들이 남겨놓은 노래가 너무 많고 저는 그냥 조금씩 꺼내서 풀어내는 것뿐이니까요. 그런 생각으로 반석 씨를 불러서 이야기를 했던 거죠. 이런 작업을 하고 싶은데 풀어내달라고(웃음).


 

노래가 살아있는 유기체 같아요

원곡의 자료를 모으고 복원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중뿐만 아니라 후배 가수들에게도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서 더 꼼꼼하게 하셨을 것 같아요.

네, 그건 정말 숨겨진 저의 마음이에요. 고리타분하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아무리 선배라도 속으로 ‘그래, 잘났다’ 이렇게 이야기할까 봐 조금 조심스럽지만, 사실은 이 장르를 노래하고 공부하는 후배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바람이고요. 언젠가는 봐주겠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어요. 

주현미만의 색깔로 부른 옛 노래도 듣고 싶은데요. ‘주현미TV’에서는 그런 재해석을 자제하시는 것 같았어요. 

기록으로 남기고 싶고 교과서로 남기고 싶은데, 그걸 제 스타일로 불러놓으면 결국 제가 모델이 돼서 그걸 흉내 내게 될 거잖아요. 내가 기본이 되면 안 되겠다, 그냥 선배님들이 불러놓은 만큼의 감정과 기교를 담자고 생각했어요. 곡을 더 화려하게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건 거의 배제했어요. 저는 그게 맞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중에 어떤 후배 가수가 이 노래를 부를 때 이걸 기본으로 해서 얼마든지 자신의 색깔을 입힐 수 있게 해놨어요. 

평소에 음악인으로 작업을 하실 때도 가사의 의미를 곱씹어보실 것 같아요. 노래가 만들어진 배경도 알고 싶어 하시고요. 어떠세요?

맞아요. 그리고 노래를 할 때 혼자서 그 스토리를 만들어 봐요. 항상 「이별의 부산 정거장」을 예로 드는데요. 그 노래는 그냥 하나의 이야기예요. 1절부터 3절까지 그 안에 다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전쟁이 나서 어떤 남자가 부산으로 피난을 간 거죠. 혈혈단신 의지할 곳도 없다가 어떤 경상도 아가씨를 만난 거고. 그러다가 사랑을 했겠죠. 그런데 다시 서울로 돌아가야 되는 거예요. ‘보슬비가 소리도 없이/이별 슬픈 부산 정거장...(「이별의 부산 정거장」 중에서)’그 노래를 들으면 너무 기가 막힌 이야기예요. 저는 그런 것들이 재밌어요. 내가 스토리를 만들어서 해석한 대로 부르고. 누구나 다 이야기를 만들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천 가지 만 가지 이야기가 되는 거죠. 살아있는 거죠, 노래가. 

책에서 선배 음악인들과의 인연, 추억도 들려주셨어요. 쓰시면서 많은 생각에 잠기셨을 것 같습니다.

많이 그립더라고요. 지금도 생각하면 ‘내가 그때 너무 어렸다, 더 많이 매달리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걸...’ 싶어요. 그때는 진짜 선배들이 뭐라고 잔소리를 하면 도망 다녔어요(웃음). ‘우리 때는 천막 치고 벽에 가마니 쳐놓고 녹음했다’ 그런 이야기 들으면 또 저런 소리 한다고 도망 다녔는데, 진짜 그때 많이 들어놓을 걸 그랬어요. 지금 선배님들 생각하면 너무 슬퍼요. 

『추억으로 가는 당신』은 동명의 곡에서 따온 제목이에요.

저한테는 노래로 많이 각인되어 있는 제목인데, 그게 이별의 노래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들었을 때는 노래가 먼저 떠올라서 ‘괜찮은가?’ 싶었는데, 설명을 듣고 생각해 보니까 너무 딱 맞는 거예요. 모든 노래에는 각자의 추억이 있잖아요. 내가 어떤 시절에 좋아했던 노래가 들려오면 그때의 추억 속으로 빠져들잖아요. 노래를 들으면서 추억으로 여행을 떠나는 거니까, 책 제목을 너무 잘 지은 것 같아요. 내 노래 중에 이런 제목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현미TV’ 구독자들의 사연도 책에 실려 있는데요. 정말 한 곡의 노래 위에 수많은 추억들이 쌓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맞아요. 너무 신기해요. 노래가 살아있는 유기체 같아요. 남겨주신 사연들을 보면서 감동을 받을 때가 많아요. 이런 작업을 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무대에 서는 게 힘들지만 저의 삶이죠

전통가요 명곡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시면서 ‘어떤 곡들이 오래 살아남고 사랑 받는지’ 생각해 보셨을 것 같아요.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쉬운 노래들이 노래 남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정확한 답은 없어요, 사실.

최근 트로트 열풍이 불고 있는데, 거기에도 비슷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럴 수 있죠. 

따라 부르기 쉬운 트로트들이 많이 나온 걸까요? 

요즘 트로트를 이야기하면... 네, 쉽죠. 많이 쉽고 많이 말초적이죠. 유행가니까 어떤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아쉬운 점도 많지만 그 중에 또 좋은 노래들도 많이 있으니까요. 유행가는 시대를 반영해요. 요즘 대중들이 복잡한 건 싫어한다는 거죠. 저는 거기에서 조금만 더 탈피했으면 좋겠어요. 어떤 노래는 멜로디는 참 괜찮은데 가사들이 너무...

말초적인가요(웃음).

네, 표현을 그렇게 하니까(웃음). 아니면 내용도 없고 계속 똑같은 말이 반복이라든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그런 걸 요하는 건지도 모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업으로 이 장르를 택해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라면 그래도 조금은 멋있게 불러줬으면 좋겠어요(웃음). 

최근에 <트롯신이 떴다>에서 정용화 씨의 노래를 부르기도 하셨는데요. 이전에도 후배 가수들과 같이 꾸준히 작업해오셨어요. 

네, 행운인 거죠. 그 후배들도 작업을 하면서 몇몇 선배들을 리스트에 올렸을 거 아니에요(웃음). 그 중에서 저랑 같이 하고 싶다고 한 건데, 솔직히 이건 선택된 거죠. 자신들의 음악에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한 거고, 악기라면 어떤 세션으로 필요한 거였는데, 꼭 필요했던 걸 제안한 거잖아요. 그런 건 너무 멋지다고 생각해요. 거기에서 그 친구들이 원하는 대로 적절하게 쓰여지고 그렇게 역할을 할 수 있고, 현역 가수로서 후배들하고 함께할 수 있는 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책에서 가수 주현미의 음악 인생을 엿볼 수 있었어요. 아버님께서 딸이 노래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셨나 봐요. 

맞아요(웃음). 노래를 시키면 제가 곧잘 했나 봐요, 어렸을 때는 겁도 없이. 그러니까 현미가 노래를 잘 한다고 친구 분들이나 친척 분들, 아는 분들한테 자랑하고는 하셨어요. 콩쿨 대회 같은 게 있으면 안아서 무대 위로 올려주시고요. 

그때는 너무 부끄러워서 싫었다고 쓰셨어요. 

저는 지금도 무대에 서는 게 엄청 힘들어요. 

그런데 어떻게 35년 동안 무대에 설 수 있으셨어요?

뭐... 그냥 제 삶이죠. 

중학생 때 기념 앨범을 내셨죠. 대학생 때는 ‘강변가요제’에도 나가셨고요. 노래하는 건 계속 즐거우셨나 봐요.

아뇨, 그렇지 않아요. 초등학생 때부터 노래 레슨을 받았는데 아버지가 무서워서 못 빠지고 맨날 가서 노래 연습을 한 거예요. 그리고 중학교 2학년 때는 아버지가 ‘이 정도 했으면 음반을 내자’고 하셔서 기념음반을 냈는데, 당시에는 미성년자는 활동을 못 했어요. 그래서 활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고요. 강변가요제는 잠시 외출 같은 거였어요. 그해 여름에 계절 학기를 들었는데, 수업 끝나고 중앙도서관 계단을 내려오는데 약대 실험실에서 악기 소리가 나는 거예요. 너무 궁금해서 가봤더니 강변가요제에 출전하려고 연습을 한대요. ‘진생 라딕스’라는 약대 밴드가 있었거든요. 옆에서 연습하는 걸 지켜봤는데, 몇 번 들어보니까 멜로디를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흥얼거렸는데 선배가 같이 가요제에 나가보지 않겠냐고 그래요. 호기심도 들고 그래서 한 번 불러봤는데 잘 맞을 것 같다고. 그래서 그 해에 강변가요제에 나간 거예요. 그것도 그러고 말았죠. 공부하는 데 너무 어렵고 힘들었거든요. 중간에 노래를 할 기회도 없었고 할 생각도 없었어요. 

데뷔 35주년 기념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었죠. 코로나19로 인해 일정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어요. 

네, 2월부터 시작할 계획이었는데 계속 미뤄지고 취소되고... 7월 공연은 기대하고 있는데 그것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기념 앨범 발매 계획은 어떻게 되었나요?

원래 내려고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정규 20집을 발매하기로 했어요. 매달 두 곡씩 음원을 선공개하고, 6개월이 지난 후에 모아서 20집 앨범으로 낼 계획이에요. 



추억으로 가는 당신
추억으로 가는 당신
주현미 저 | 이반석 정리
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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