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욕망하라』를 통해 ‘현명한 욕심’으로 편견을 깨는 여성의 삶을 이야기했던 조주희 ABC 뉴스 한국 지국장. 그가 10년 만에 두 번째 책 『우아하게 저항하라』을 펴냈다. 아시아 여성 외신기자로 취재 현장을 누빈 지난 30여 년, 그의 앞에는 수많은 ‘선’들이 놓여있었다. 인종과 성별과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어진 금도, 한국에서 여성으로 성장하며 내면화한 경계도 있었다. 자신에게 맞는 ‘선’을 찾아야 했다. 필요한 것은 유연함이었고 그 결과 얻게 된 것은 균형이었다. 『우아하게 저항하라』에 담긴 것은 그러한 깨달음과 해답이다. “유연하게 설득하여 내가 원하는 결과, 결론에 도달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조주희 저자는 미국, 싱가포르, 홍콩, 한국 등을 누비며 국제 정세를 전한 1세대 여성 외신기자이다. CNN 서울에서 통역사로 활동했고, CBS 워싱턴 DC 지국에서 인턴십을 거쳤다. ABN(아시아비즈니스뉴스)에서 일했고, 워싱턴포스트 서울 특파원과 ABC 뉴스 한국 지국장을 겸임했다. KBS <시사투나잇>을 진행했으며, 여권신장과 저널리즘의 미래에 관한 주제로 국제회의를 진행하는 모더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현재 ABC 뉴스의 한국 지국장을 맡고 있다.
일하는데 불필요한 감정 소모할 필요 없죠
아시아 여성 외신기자로 일하시면서 ‘선’을 느낄 때가 많으셨을 것 같아요.
선이라는 건 문화적 차이인 것 같아요. 외국에서 느꼈던 인종 차별, 한국에서 느꼈던 성차별과 역차별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요. 또 내가 살아오면서 배운 것들이 있잖아요. 무엇이 옳고 그른지 배운 게 있고, 거기에 더해서 스스로 정해놓은 선이라는 것도 있죠. 거기에 갇히는 게 굉장히 위험하다는 거예요. 선을 넘기도 해보고, 해봤는데 아니면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그렇게 넘나들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한 마디로 요약하면 유연성인 것 같은데요. 사고의 유연성이죠. 그걸 첫 번째 책에서도 많이 강조를 했어요. 우리가 굉장히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과 가치관 속에서 살고 있는데 그 안에서 내 자리를 찾아가려면 유연하게 선을 넘나드는 도전 의식과 경험이 필요해요. 그런 것들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이없고 황당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큰 이슈를 만들 수는 없는 애매한 상황들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고 쓰셨는데,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그 순간에는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하고 돌아서서 후회할 때가 있는데요. 지국장님은 연습을 하신다면서요?
많이 했어요.
일종의 시뮬레이션 같은 거죠? 20~30대 때는 많이 하셨나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때는 정말 화가 나서 ‘다음날 뭐라고 이야기해야지’ 생각하고, 그러다가 말해놓고도 너무 후회스러운 거예요. ‘그냥 웃으면서 이야기했으면 됐을 텐데, 굳이 표정 굳히고 말할 필요는 없었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생각해 보니까, 제가 직업상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연습을 하잖아요. 어떤 표정, 어떤 눈빛으로 말해야 하는지 훈련을 받았거든요. 그렇게 연습하면 되겠구나 싶었어요. 상대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말해보는 거예요. ‘어제 네가 한 말에 나는 상처 받았어, 네가 어떤 뜻으로 그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굉장히 기분이 안 좋았어, 그냥 그렇다고’ 하는 거죠. 거기까지만 이야기하면 돼요. ‘나는 꼭 사과를 받아야겠어’가 아니에요. 그러면 지는 거예요. ‘그냥 나는 그렇다고’라고 말했을 때 상대방이 사과를 하면 그 사람하고는 서로 잘 지낼 수 있는 관계인 것이고, 그냥 아무 말 없이 가면 상종 못 할 사람이구나 생각하면 되는 거예요.
안 좋은 일을 겪으면 ‘그냥 잊어버리자’고 생각하고는 하잖아요. 그런데 지국장님은 따로 복기하고, 메모하고,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생각해야 된다고 하셨어요.
그게 너무 중요한 거예요. 속상해하는 데에서 끝내버리면 또 반복되는 거예요. 그 때는 ‘또 당했네, 내 인생은 왜 이래’ 하게 되죠. 이게 계속 쌓이면 나만 상처 받고 자꾸 가라앉는 거죠. 대비책을 세워놓고 그대로 해보면 ‘내가 첫 번째는 당했지만, 두 번째는 이렇게 잘 처신했어’ 하고 자신감이 생겨요.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불필요한 마찰과 감정 소모를 굳이 할 필요가 없고, 그렇게 하지 않고도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불필요한 감정 소모는 연인끼리 하면 되는 것 같아요. 연애할 때는 그렇게 밀고 당기는 게 중요하죠. 그러나 일터에서는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할 이유가 전혀 없어요. 그건 나만 손해예요. 우리는 생산적인 일을 하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이잖아요. 그러면 일을 하면 되는 거죠. 그 안에서 서로 좋은 걸 나눌 수는 있어요. 누군가 승진을 했거나 출산을 했을 때 같이 기뻐해주고 축하해주고 응원해주고 그런 건 좋죠. 하지만 그 사람과 나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자잘한 것들, 그 사람이 나한테 무슨 말을 했고 무슨 행동을 했는지, 그런 거에 연연할 필요는 없는 거죠. 왜냐하면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가장 궁극적으로 중요한 건 나와 내 가족이거든요. 직장은 관둘 수 있지만 가족과는 평생을 가야 되는 거잖아요. 가족끼리는 감정선의 업다운이 있어야 돈독해지지만 직장에서는 전혀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책에서 ‘일과 삶의 밸런스’에 대한 이야기도 하셨는데요.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도 감정을 잘 배분해야겠죠.
그렇죠. 내가 어디에, 누구에게, 감정을 얼마만큼 쏟을 것인가도 잘 생각하고 배분해야 되는 것 같아요.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집에까지 가지고 오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어요. 직장에서의 일은 직장에서 끝내야지, 그 감정을 집으로 가지고 와서 가족들한테 풀면 안 되는 거거든요. 그걸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을 길러야 돼요. 책에서도 그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더 많은 여성들이 욕심을 가졌으면
여성들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낮게 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셨어요. 더 욕심을 내지 않거나, 자신의 노력에 상응하는 결과를 당당하게 요구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요. 지켜보면서 많이 안타까우시겠어요.
아무래도 그렇죠. 여성 CEO 들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제가 국제회의에서 모더레이팅을 하는데, 그러다 보니까 전 세계의 쟁쟁한 여자들을 많이 만나요. 그 분들은 다 어렵게 유리 천장을 뚫고 올라온 분들인데, 똑같이 하는 이야기가 ‘더 많은 여자들이 일터로 나와야 된다’, ‘더 많은 여자들이 매니지먼트 레벨로 올라가야 되는데 도와주고 싶어도 그들 스스로 욕구가 많지 않다’는 거예요. 높은 자리에 있는 여자들이 봤을 때, 결혼해서 가정도 잘 지키고 아이들도 잘 키우면서 자기 일도 잘하는 여자들을 보면 돕고 싶어요. 그런 여자들이 가족들과 잘 조율해서 회사 일도 잘하고 가정도 잘 돌보면서 밸런스를 맞춰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그런데 둘 다 하겠다는 욕심보다는 둘 중에 하나라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큰 것 같아요. 재능이 있고 훌륭한데 일을 그만두는 친구들을 보면 굉장히 안타까워요.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태도는 성장 과정에서 주입받은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나는 내 생각보다 더 많은 걸 할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몰라’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자만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일종의 자기검열이죠.
절대 아닌데 말이죠. 그건 문화적인 영향 때문이에요. 그렇게 자라서 그래요. 여자는 애교 많고 귀엽고 사랑스러워야 좋은 거고, 남자는 씩씩하고 쟁취하고 용기 있어야 한다고 교육 받아서 우리도 모르게 그렇게 돼버린 거죠. 그걸 깨고 나가야 돼요. 저는 목표점을 높게 둘수록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원하는 게 50 이면 열심히 일해도 5 밖에 못 갈 수도 있어요. 그런데 처음부터 내가 원하는 건 100 이라고 생각하면 5 까지 노력할 걸 조금 더 노력해서 8 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터에서도 사장까지 올라간 여자 선배가 있으면 ‘일단 저 사람이 갔으니까 나도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고 목표를 사장으로 잡아놓는 거예요. 그러다가 상무, 이사까지만 올라가도 얼마나 감사하고 좋은 일이에요. 그런 욕심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이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두 나라의 상황을 지켜보고 보도하시면서 차이점을 느끼기도 하셨나요?
미투 운동으로 명명되기 전부터 미국에서는 그런 생각을 해왔으니까 굉장히 오래 됐죠. 한국은 굉장히 늦었잖아요. 우리나라에서 미투 운동을 경험한 게 너무 잘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경종을 울렸잖아요. 어떤 건 되고 어떤 안 되는지가 어느 정도 사람들한테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시기였다고 생각해요. 한번 경종을 울렸으니까 이제 각자 자기가 있는 위치에서 그것이 옳지 않다는 걸 계속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한국에서는 ‘미투’ 고발자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익명으로 이야기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데요. ABC 뉴스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가요?
우리(ABC 뉴스)의 저널리즘 원칙이 있어요. 미투 뿐만이 아니라 뭔가 폭로를 할 때, 실명이 아니면 우리는 싣지 않아요. 실명을 공개하면 고발자의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이 가해진다든가 그런 아주 드문 경우에 사내 변호사들이 검토를 하고 OK를 하면 그럴 수 있어요. 그런 게 아니라면 실명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을 거면 크레딧을 주면 안 되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기사를 쓰면서 기자의 힘이나 사견이 들어갈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걸 굉장히 남발하고 있죠. 하다못해 토지거래허가제도를 시작하는 데도 ‘대치동에 사는 A씨는...’이라고 하면서 기사를 쓴다든가. 무슨 ‘북경에 있는 북한 소식통 관계자는...’이라고 쓴다든가. 만약에 그게 재판까지 갔을 때, A씨나 관계자가 누군지 밝히지 못하면 그 기자는 거짓말을 한 건데, 어떻게 그렇게 위험스럽게 A씨 B씨 C씨를 쉽게 남발하는지... 이해가 안 돼요.
30년 넘게 외신기자로 활동하고 계세요. 한국의 언론 상황을 보면서 취재윤리가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보셨을 것 같아요.
너무 속상하죠. 세상에서 제일듣기 싫은 말이 ‘기레기’예요. 어쩌다가 그게 유행어가 돼버렸는지...
기자들 안에서 자정 노력이 일어나야 할 것 같아요.
당연하죠.
있지도 않은 취재원을 기사에 쓴다든지, 다른 기사를 베껴 쓰는 일도 벌어지잖아요.
방송사나 언론사에서 기자들이 입사할 때부터 취재윤리를 철저하게 교육시키고 ‘우리는 이런 걸 지킨다’고 천명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 그런 언론사가 없더라고요. 마음이 아프죠.
여자들끼리 연대해야 돼요
어떤 뉴스를 보도했을 때, 기자로서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셨어요?
오래 조사하고, 생각해 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전문가들의 의견과 분석을 들어 보고, 그렇게 시간과 공을 들인 기사가 나갔을 때 제일 보람이 있죠. 제가 다루는 대부분은 안 좋은 뉴스예요. 사고가 났다든지 누군가 죽었다든지, 주로 안 좋은 기사들이죠. 좋은 뉴스는 거의 없어요. 기사의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보람을 느낄 수 없죠. 그렇지만 내가 발품을 들여서 그게 하나의 좋은 스토리텔링으로 나왔을 때 혼자 기분이 좋은 거죠.
‘시각화’에 대한 이야기도 쓰셨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뉴스 내용을 머릿속에서 영상화해서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을 느끼는” 훈련이라고요.
맞아요. 처음 훈련을 할 때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태의 뉴스 화면을 보여줘요. 그리고 (기자나 앵커의) 눈만 보이게 해놓고 어떤 뉴스인지 알아맞혀 보라고 해요. 슬픈 뉴스인지, 좋은 뉴스인지, 경제 뉴스처럼 건조한 내용인지 알아맞히는 훈련을 해요. 그 다음에는 내가 카메라를 앞에 두고 연습을 하는 거예요. 뉴스 원고를 미리 읽고 그 위에 슬픔, 기쁨 등 감정의 종류를 적어놔요. 그리고 머릿속으로만 ‘이건 슬픈 뉴스인데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해’ 하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다고 기자가 울 수는 없으니까 슬픈 뉴스를 전할 때는 눈에 약간 힘을 풀고 전달하는 거예요. 기쁜 뉴스를 전할 때는 눈으로만 살짝 웃으면서 말하는 훈련을 하고요.
‘시각화’를 가르쳐준 선배가 (ABN의 앵커 겸 보도국장을 지낸) 리네트 리트고우였죠. 지국장님에게 워크맘(work mom, 직장 내의 엄마 같은 존재를 지칭하는 말)이 되어줬던 것 같아요.
리네트한테 받은 게 정말 많아요. 특히 그때는 제가 막 일을 시작했을 때였고 개인적으로 힘들었을 때였거든요. 그 분이 굉장히 큰 용기를 주었고, 제가 정말 많은 은혜를 입었던 것 같아요. 저한테 해줬던 조언들이 평생 남아있고, 결국에는 저라는 사람을 만들어준 거거든요. ‘여성성을 잃지 말고 여자로서의 권리를 찾으라’는 말도 그 분이 하셨던 이야기예요. 여성으로 태어난 걸 축복으로 생각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걸 부정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충분히 여성성을 누리면서 권리를 찾아갈 수 있는데 굳이 남자처럼 행동할 이유가 없다는 걸 이야기해주셨고요. 그 분은 영국에서 여권운동을 하셨던 분이거든요. 회사에서 남자 매니저들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나의 자존감을 버리지 않으면서 생존할 수 있는지도 가르쳐주셨어요. 너무 고마운 마음이 컸어요. 저의 롤모델이기도 해요.
지국장님에게 정말 큰 사랑을 주신 것 같아요. 이유가 뭐였을까요?
리네트가 태어난 곳이 트리니다드 토바고라는 곳인데 캐리비안의 작은 섬이에요. 영국령인 곳인데, 그 섬에서 태어나서 열아홉살 때 스튜어디스로 일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등록금을 벌어서 영국에서 학교를 다녔어요. 옥스퍼드 법대까지 다녔어요. 그러니까 본인도 영국에 갔을 때 주류가 아니었던 거예요. 영국 시민이기는 했지만. 그리고 BBC에 들어가서 앵커가 됐는데, 본인도 힘든 시기를 겪은 거죠. 저를 보고 옛날의 자기가 생각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한테 ‘너는 정말 재능이 많은데 갖고 있는 것에 비해서 표출을 안 한다, 더 많이 너를 내세우고 다른 사람한테 네가 하는 일을 더 많이 알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어요. 우리 회사에서 제일 잘 나가는 앵커이자 데스크였는데, 다른 남자 매니저들로부터 저를 보호해주기도 했어요.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앵커, 기자 중에 60~70대 분들도 계신다고요. 그런 선배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자체로 힘이 될 것 같아요.
그렇죠. 우리 회사 같은 경우에는 더더욱 내가 나이가 들어서 잘리거나 밀릴 거라는 걱정이 없고, 오히려 전문가로서 인정해주는 문화가 있어서 너무 다행이에요. 그런데 그건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니에요. 우리 여자들이 만들어나가야 되는 부분이에요. 그러려면 여자들끼리 연대를 해야 돼요. 조직에서 어느 정도 위치까지 올라가면 정말 치열하잖아요. 조금밖에 없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수많은 남자와 한두 명의 여자가 경쟁해야 하잖아요. 그럴 때 다른 여자 동료들이 응원하고 밀어줘야 자신에게도 문이 열리고 그 문이 조금씩 더 넓어져요. 그걸 깨달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높이 올라간 선배가 있어야 나에게도 기회가 온다는 생각으로 뒷받침해줘야 하고, 선배 입장에서는 ‘나를 바라보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이 자리를 지켜야 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하고, 조금 더 투지(fighting spirit)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독자들도 이 책 안에서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남자들도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의외로 『아름답게 욕망하라』를 읽은 남자들이 다 좋았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이번에 책이 나오고 나서 주변의 남자들한테 읽고 피드백을 들려달라고 했는데, 그 중에 나이가 많은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앵글에서 볼 수 있었고 ‘이런 생각도 있구나’라는 걸 새롭게 배웠다고요. 딸이 이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아마도 남자 입장에서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을 읽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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