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금이 정말 행복해요.”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반짝이는 아이돌. 배우, MC 등 멈추지 않고 도전해온 방송인. 그러나 무엇보다 빛나는 건 ‘사람 전효성’이 아닐까? 인터뷰 내내 그는 이 순간의 행복을 말했다. 집에 가면 고양이 블링이, 달링이가 있어 행복하고, 일도 즐기는 여유가 생겼다고. 현재 그는 말실수를 만회하고자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당당히 합격하고, 공백기 후 그 어느 때보다 ‘전효성다운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 단단한 중심,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첫 에세이집 『나도 내가 처음이라』에는 전효성의 ‘긍정 에너지’가 아낌없이 담겨 있다. 2009년 그룹 시크릿으로 데뷔한 이래, 좌절을 극복하고 차근차근 달려온 솔직한 기록. 결국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서 무대에 선다는 그는 소소하지만 진실한 위로를 전한다. “누구나 나로 사는 건 처음이니까. 조금 실수해도 괜찮아요.”
“나로서 살아가는 것조차 매 순간이 처음이라 서툴고 힘든 건데. 그래서 사실은 실수 좀 해도 되는 건데. 좀 부족해도, 조금씩 성장해나가고 그러면 되는 건데. 우리 모두, 여자답지 않아도, 남자답지 않아도, 엄마답지 않아도, 아빠답지 않아도, 나답지 않아도, 그 아무것도 아니어도 괜찮은 게 아닐까. 정말 다 괜찮은 거 아닐까.” (182쪽)
처음이니까 서툴어도 괜찮아요
노래, 연기, 예능, 최근에는 라디오 DJ까지 다양한 활동을 소화하고 있어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요?
라디오 DJ를 1순위로 두고 있어요. 매일 2시간을 생방송으로 이끌어야 하니까 책임감이 남달라요. 저는 제가 안 떨 줄 알았는데, 첫 방송 때 정말 떨리더라고요. 다행히 깜짝 게스트로 유빈 언니가 와서 응원해준 덕분에 무사히 잘 마쳤어요.
이제 ‘작가 전효성’이죠. 언제 책을 쓰겠다고 결심했어요?
책으로 누군가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고 싶다는 생각은 꾸준히 해왔어요. 제가 힘들 때, 에세이를 읽으면서 위로받았거든요. 공백기 때, 집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친구랑 여행을 떠났어요. 비행기에서 에세이를 읽었는데, 너무 와 닿는 거예요. 따뜻한 책 한 권이 힘든 시기를 보내는 이에게 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바쁜 스케쥴을 소화하면서, 언제 글을 썼는지 궁금했어요.
본격적으로 원고를 쓰기 시작한 건 올해 2월이에요. 드라마 <메모리스트>를 찍고 있을 때였는데, 틈틈이 쓸 시간이 났어요. 어휴, 근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웃음) 김영하 작가님이 방송에서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글을 쓰라”고 하신 적이 있어요. 그 말을 듣고, 저도 ‘안 보여주면 되지 뭐’ 하면서 썼어요. 집에서, 차에서, 카페에서 장소를 계속 바꾸면서요.
‘나도 내가 처음이라’는 제목이 재밌었어요.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 “그냥 다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라 서툰 건데. 실수 좀 해도 되는 건데”라는 대사가 나와요. 아, 맞아. 정말 ‘나’로 사는 건 처음인데 실수하면 안 된다고 자신을 몰아세웠구나 싶더라고요. 다들 학생, 엄마, 직장인 등 다양한 이름으로 살아가는데, 어차피 다 처음이니까 가끔은 서툴어도 괜찮은 게 아닐까? 그런 위로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어요.
무대에서 자신을 보여주는 건 익숙하지만, 글은 처음이잖아요. 두렵진 않았나요?
많이 떨렸죠. 음악은 가사에 리듬이 더해지니까 덜 부끄러운데, 글은 진짜 날 것 그대로의 저를 보여주는 느낌이었어요. 한편 완성할 때마다 편집자님에게 보냈어요. 잘 써지는 날에는 4편씩 보내고, 안 풀리는 날은 3일 뒤에 또 1편 완성하는 식으로요. 다행히 편집자님이 용기를 많이 주셨어요.
그래서인지 글이 솔직하고, 쓴 사람을 좋아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요.
정말요? 이런 이야기 들으면 너무 감동받아요! 단어 하나하나 고민했거든요. 최선을 다했는데, 그런 평을 들으면 진짜 좋죠.
나를 한 단계 성장시킨 공백기
스물아홉 살에 공백기를 맞이했죠. 바쁘게 달려오다 잠시 멈추는 순간이 낯설기도 했을 것 같아요. 어떤 시간이었어요?
당시엔 힘들었는데, 돌이켜 보면 참 의미 있는 시기였어요. 가장 큰 변화는 대단한 것에 집착하지 않게 된 거예요. 예전에는 꼭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저를 극한으로 몰아붙이고는 했거든요. 지금은 소소한 일상을 잘 챙기려고 해요. 작은 행복이 쌓여야 큰 행복이 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좀 더 ‘나다운 것’에 집중하게 됐어요.
스스로 생각하는 ‘전효성다운 것’은 어떤 모습인가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남 눈치 안 보고 당당하게 하는 것? 데뷔 초에는 많이 사랑받고 싶어서, 사람들이 장점이라고 인정해주는 것에 무조건 맞추려 했어요. 그러다 공백기를 맞이하면서 ‘내 진짜 모습은 뭘까? 굳이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가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봤어요. 결국, 나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훨씬 낫더라고요. 지금은 자유로워졌고, 훨씬 행복해요.
말실수가 논란이 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결국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자격증을 따서 실수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였죠. 어떤 마음이었나요?
말실수하고 나서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미움받는 걸 두려워했는데, 그 상황을 스스로 초래한 거잖아요. 제가 생각해도 명백한 잘못이어서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더라고요. 실수를 만회하려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목표로 정했어요. 시험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시험장에서 누가 날 알아보지 않을까 온갖 걱정이 들더라고요. 열심히 공부했고 시험 시간에 맞춰 아침에 일어나는 연습도 했어요. 시험날 당일, 눈을 딱 떴는데 비가 오더라고요. 비 오니까 시험 보러 오는 사람이 적을 수 있겠다. 보러 가자 했어요. 택시 기사님도 그날따라 친절하고 감독관님도 신분증을 보시더니 조용히 미소를 지어주시더라고요. 결국, 2개 빼고 다 맞았어요. 그래, 이 정도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아. 앞으로 실수 안 하면 돼 하면서 혼자 뿌듯해했죠.(웃음)
“바쁘게 지내야 살아있다고 느끼는 요상한 성격”이라고 본인을 표현했어요.
저는 열심히 살 때, 행복하더라고요. 어릴 때는 자발적으로 신문 배달을 하기도 했어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달리는데 막 스스로 너무 멋있는 사람인 것 같고.(웃음) 연습생 시절, 데뷔가 무산되어서 우울했던 적이 있었어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시간 맞춰서 일하러 가는 그 시간이 심리적인 안정을 주더라고요. 그때 알았죠. 아, 나는 바쁘게 사는 걸 좋아하는구나.
정말 타고난 성격이네요.
그런데 요즘엔 조금 바뀐 것 같아요. 20대 초반에는 열심히 한 만큼 보답을 받았는데,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열심히 했다고 해서 모든 결과가 잘 나오는 게 아니더라고요. 물론 결국에는 보상이 오긴 하는데, 그 긴 기다림의 시간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고민했어요. 지금은 매 순간 바쁘게 살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깨달은 것 같아요. 천천히 가도 돼 하면서요.
휴식의 중요성을 알게 된 건가요?
네, 온전히 쉬어요. 예전에는 불안해서, 무리해서 다음 스케쥴을 잡고는 했거든요. 지금은 휴식 기간이 있어야 일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이 좀 안 될 때도, 집에 가서 맛있는 걸 먹거나, 고양이 블링이와 달링이랑 놀면 행복하니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적 안정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도 있죠. 전효성의 10대, 20대 시절과 30대는 어떻게 다른가요?
10대 때는 열정이 가득했어요. 오히려 제가 10대의 전효성한테 배우고 싶은 것도 있어요. 야,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 하면서요.(웃음) 20대 때는 어느 때보다 많이 사랑받고 빛났지만,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하루하루가 서바이벌이었으니까요. 많은 아이돌 친구들도 똑같이 느끼더라고요.
그렇, 20대 후반에 공백기를 맞이했고, 정말 내적으로 성장했어요. 인생과 ‘일’을 분리하니, 일 말고도 세상을 살아갈 이유는 많더라고요. 일도 즐기면서 해야 성과가 좋고요. 그런 큰 사건이 없었다면 지금도 불안하겠죠. 저도 30대를 맞이해서 이렇게 여유를 찾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어요.
‘블링달링’한 일상의 행복
고양이 블링이와 달링이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어요. 고양이를 키우게 된 후, 어떤 변화를 느끼나요?
너무 많이 달라졌죠. 제가 고양이를 키우지 않았다면, 동물에 대한 시선이 어린아이에 머물렀을 거예요. 사람보다 동물이 낫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고양이는 순수하고, 보이는 게 전부거든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고요. 고양이한테 위로받으니까, 다른 동물도 다시 보게 되더라고요. 인간에게 동물을 함부로 대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해요. 연예인을 그만두는 날이 온다면, 제2의 직업으로 고양이를 위한 일을 하고 싶어요. 길고양이 보호소도 짓고요.
팬들을 생각하며 노래 <STARLIGHT>를 썼다고요. 팬들은 어떤 존재인가요?
늘 애틋하고 미안해요. 공백기를 겪다 보니, 팬들과 자주 만나다 이별한 느낌이었어요. 어떤 관계든 눈에서 멀어지면 애정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팬들은 긴 시간도 다 기다려주시더라고요. 정말 ‘팬심’이라는 단어 말고는 표현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도 누군가를 좋아해 봤기 때문에 그 감정이 얼마나 신기하고 대책 없는지를 알거든요. 그런 사랑을 받고 있다니 늘 고맙죠. 어떤 팬이 편지에서 “저는 언니가 일이 잘되는 것도 좋지만,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이런 예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제가 항상 모자란다고 생각하죠.
오늘도 라디오DJ로서 청취자들을 만나죠.
네, 같은 시간, 동일한 주파수에서 청취자들을 기다려야죠. 라디오는 듣는 매체니까 온전히 소리와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더라고요. 보이는 게 없으니 애써 꾸밀 필요도 없고요. 요즘은 워낙 자극적인 것이 많으니, 그 시간만큼은 편안히 소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10년 뒤, 자신은 어떤 모습일 거라 예상하시나요?
진짜 멋있는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요? 선배들을 봐도 여전히 한창인 느낌이 들거든요. 10년 뒤면 이제 인생 시작이다 하면서 훨씬 여유 있고 성숙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가진 역량을 좋은 곳에 쓰면서요. 그런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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