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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주 “내 인생이 영화라면,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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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동안 일기를 쓰지 않았다. “아빠가 내 일기를 허락 없이 읽고 그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걸 증거로 나를 혼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관뒀다”고 기억한다.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상처들을 감당하기 힘들어” 숨을 토해내듯 써내려갔다. 그 글들이 모여 『샌프란시스코 이방인』이 됐다. 오랜 시간 서동주는 ‘누구누구의 딸’로서 비쳤다. 『샌프란시스코 이방인』 안에서 그 수식어는 뒤로 물러나고 ‘서동주’라는 한 사람의 이야기 속으로 스며든다. 서동주가 지나온 시간, 지금의 서동주를 이루고 있는 것들, 그 수많은 조각들 중 하나다. 

“읽어보시면 저라는 사람하고 (독자들이) 겹치는 접점이 많아서 놀라실 것 같아요.” 그는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이방인』 속의 서동주는 외로웠고, 치열했고, 사랑하고 싶었고, 꿈을 찾고 싶었다. 도전했고, 실패했고, 다시 도전했다. 결코 낯설지 않은 이야기였다. “더럽고 어두운 비밀 하나쯤” 안고 살아가는 모습까지도. 왜 이토록 힘든 말들을 꺼내놓느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그는 ‘위안’을 말할 것이다.

세상이 던져 대는 돌은 막을 수도 없고 상처 입기 마련이지만 그 상처가 나의 전부가 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살아감에 있어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아파하며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꿈을 꿀 것인가. 나는 꿈을 꾸는 쪽을 선택했다. 인생은 마음대로 제어되지 않더라도 내가 꿈꾸며 살아가는 삶은 온전히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도 아프더라도 다시 꿈을 꿨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길을 내가 같이 걸어가 주고 싶다. (『샌프란시스코 이방인』 프롤로그 중)



인생에 지고 싶지 않은 마음

블로그에 일기를 쓰기 시작하셨고, 그 글들이 『샌프란시스코 이방인』에 담겼어요. 블로그 일기를 읽은 분들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일도 많았다면서요?

맞아요. 비밀 댓글이어서 다른 사람은 볼 수 없지만, 정말 자기 삶에 대한 에세이를 써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답장을 안 할 수가 없었어요. 그 분들의 이야기가 저와 닮은 면도 있고, 또 저보다 힘드신 분들도 있으니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 싶더라고요. 사실 서툰 위로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힘든 일 겪을 때도 주변에서 위로랍시고 했던 말들이 오히려 칼처럼 저를 찌르는 경우들이 많았거든요. 사람은 자기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위로밖에 할 수가 없는데, 그래서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에 서툰 위로를 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은 제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다 알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하는 말에 그 분들이 상처를 받지 않는 거예요. 똑같이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해도, 제가 말하는 것과 (그런 일을) 겪지 않은 사람이 말하는 것은 다르게 느껴지나 봐요. 제가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같아서 되게 좋았어요. 그때부터 꾸준히 소통한 것 같아요. 

당시 경험했던 공감과 연대가 이번 책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책이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쓰셨어요.

그렇죠. 그게 굉장히 컸어요. 사실 책속에 부끄러운 일도 많고, 창피한 일도 많고, 어떻게 보면 공개했을 때 저한테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럼에도 공개함으로써 많은 분들에게 조금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어떻게 보면 그게 저의 ‘카고(cargo, 여기에서는 ’삶의 목적 또는 우리가 태어난 이유‘라는 의미로 쓰였다)’가 아닌가 생각했어요. 

‘창피한 일’, ‘공개했을 때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말씀하신 건 어떤 건가요?

대부분 가족 관련된 일인 것 같은데요. 사실 책의 대부분은 저의 직장, 삶에 대한 가치관, 데이트 같은 내용이고 굉장히 적은 일부분이 가족에 대한 이야기예요. 그런데 처음에는 딱 그 부분만 집중을 받았어요. 그런 일이 일어날까 봐 많이 우려했었는데 현실이 돼서 마음이 안 좋았어요. 

지금까지는 부모님과 함께 언급될 때가 많았는데요. 이 책을 읽고 나면 ‘서동주’라는 사람이 보이는 느낌이에요. 

세상에 태어났으면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살아야 되는지’ 고민을 해봐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스스로 돌아보는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기도 쓰게 된 것 같고요.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런 생각들에 대한 이야기가 책속에 많이 스며들어 있을 것 같아요. 조금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주저앉지 않으려고 하는 기본적인 마음 상태. 

어린 시절에는 ‘왜 더 잘하지 못 해?’라는 말을 듣곤 했다고 하셨어요. 낯선 사람들이 나를 예의주시하고, 평가하고, 소문을 만들고... 그런 일도 경험했어요. 스스로도 ‘나는 왜 더 잘하지 못할까’, ‘사람들은 나를 싫어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움츠러들지 않았더라고요. 그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욕심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욕심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욕심이 많다는 게 어떤 거냐면, 그냥 인생에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굉장히 강해요. 어떤 풍파가 있어도 안 지고 이기고 싶은 느낌. 영화 주인공은 힘든 상황이 닥쳐도 어떻게든 이겨내고 해피엔딩으로 끝나잖아요. 내 인생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분명히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믿고 있는 거죠. 그래서 중간에 주저앉을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러면 거기에서 영화가 끝나니까. 조금 더 노력해서 좋은 상황일 때 영화가 마무리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타고난 성향인 것도 맞아요. 자꾸 ‘주저앉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드니까. 책에도 썼듯이 스스로를 잡초라고 생각하는데요. 사람들이 욕하고 밝으면 주저앉을 만도 한데 자꾸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는 거예요. ‘나는 어쩌면 잡초가 아니었나, 그래서 자꾸 이겨내고 싶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잡초는 콘크리트 바닥도 밀어내면서 올라오잖아요. 

프로필에 보면 “가십에 얽혀 살다”라는 문구가 있어요. 관련된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충격을 받았는데요. 변호사 시험에 떨어졌을 때 누군가 그 이야기를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뜨렸다면서요? 전혀 모르는 남자가 ‘서동주랑 잤다’는 헛소문을 퍼뜨리기도 했고요.

그런 일이 요즘에만 있었던 게 아니고 늘 있어왔거든요. 하다못해 대학교 때 사귀었던 친구는 저한테 와서 ‘내가 아는 다른 여자 친구가 그러는데, 최근에 네가 낙태를 했다더라’라고 하는 거예요. 그 여자는 다른 학교 사람이었는데 이름을 들어보니까 제가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이야기를 하지?’ 싶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저한테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를 대라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안 믿을 거면 헤어지라고, 오히려 그 여자가 증거를 대야 되는 거 아니냐고 이야기하고 정리했어요. 

그런 일들이 작가님에게 미친 영향도 있겠죠?

오해가 있으면 사람이 걸러지기는 해요. 어떤 나쁜 일이든 분명히 좋은 효과는 있어요. 그걸 믿어야 되는데, 저는 그런 일이 있을 때 주변 사라들이 걸러진다고 생각해요. 그런 말을 믿고 나를 떠난다면 그 사람은 나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었던 사람인 거죠. 그런 말을 듣고 나한테 상의하기 전에 그 여자에게 ‘너는 동주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면서 왜 떠들어?’라고 쳐냈다면 내가 믿어도 되는 사람인 거고요. 그렇게 걸러지더라고요. 우리가 살면서 앞뒤가 다른 사람을 많이 만나잖아요. 그러면 굉장히 충격을 받지만, 저는 그런 경험을 많이 했으니, 충격을 받기보다는 그냥 좋은 기회로 삼는 것 같아요. 

저라면 낯선 사람을 만날 때 거리를 두게 될 것 같은데요.

그렇지는 않아요. 저는 항상 오픈마인드이고 늘 좋게 생각하려고 해요. 웬만하면 상대방이 좋은 의도를 가지고 나를 대한다고 생각해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어요. 상대방이 그에 반하는 행동을 반복한다면 당연히 보내야겠죠. 그 전까지는 일부러 의심하지 않아요. 그 자체가 되게 스트레스예요. 내 경험이 그랬기 때문에 ‘쟤가 왜 나한테 잘해주지? 의도가 있겠지?’, ‘뒤에서 무슨 이상한 소문을 내지 않을까?’ 의심하면서 산다는 건 저한테는 너무너무 피곤한 일이에요. 좋은 의도로 상대방을 대하고 믿어주고, 그러다가 그 사람이 상처를 주면 그때 정리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미리 의심하면 삶이 너무 어두워져요. 



잃는다는 것

부모님의 영향으로 본의 아니게 유명해졌어요. 그래서 ‘착한 딸 콤플렉스’도 생겼을까요?

그렇죠. 아무래도 부모님이 유명하다 보니까 공부 잘해야 된다는 압박이 없을 수는 없죠. 한 번 잘하면 그 다음부터는 ‘이번에도 잘하나 지켜봐야지’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잖아요. 그런 식으로 지켜보는 사람들이 점점 늘었던 것 같아요. 저는 또 욕심이 많으니까 기대에 부응하려고 능력 이상으로 많이 노력하고. 어릴 때도 과외를 11개인가 했던 것 같아요. 유학가기 전까지는. 어린아이인데도 새벽에 공부하고...

부모님 의견에 반기를 들 수 있는 아이였다면, 조금 더 행복했을까요?

네, 그러면 더 행복했겠죠. 자기 의견이 있다는 거니까. 매번 반기를 들지는 않겠지만 내가 원하는 게 있을 때는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죠. 그런데 그때는 부모님이 너무 큰 존재여서 엄두가 안 났어요. 아예 생각을 못했어요. 

30대 초반에 뒤늦게 사춘기가 찾아왔다고 하셨어요. 자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요. 계기가 있었나요?

그건 아니고, 저에게는 그 시기가 조금 그랬나 봐요. 주변에도 보면 30대 초반이 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나이대가 그래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렇게 자꾸 자아를 성찰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일들이 뒤따라 생기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내가 전업주부로 살아도 아무렇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 시기가 오니까 ‘이게 내가 행복한 길인가, 내 커리어는 이렇게 마무리가 되는 건가, 이제 아이를 낳으면 되는 건가’ 이렇게 자꾸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더라고요. 

샌프란시스코에 처음 갔을 때 어떠셨어요? 막막하고 외롭고, 그런 도시로 와 닿았나요?

막막하죠. 그 전에 제가 전 남편을 따라서 이사를 할 때는 항상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 친구들을 사귀는 경우가 많았어요. 언어도 다르고. 중국, 체코처럼 말 한마디 못하고 친구 하나 없는 곳에서 정착을 시작해야 되는 상황이 있었어요. 샌프란시스코도 그런 곳 중에 하나였던 것 같아요. 언어는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잖아요.

네, 지금은 저의 고향이 됐죠. 

외롭고 버거웠는데, 왜 떠나지 않으셨어요?

블로그에 올렸던 글 중에 「One art」라는 시가 있어요. 엘리자베스 비숍이 지은 사랑에 대한 시예요. 사실 잃는다는 것은 굉장히 쉽게 이루어지는 미학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나는 언젠가는 열쇠도 잃어버렸고 집도 잃었고 대륙도 잃었다고 해요. 사랑을 하고 살아가다 보니까, 결국에는 슬픈 기억이 남으면 다 잃어지는 거예요. 대륙을 잃었다고 하는 것도, 예전에 사귀었던 사람이 거기에서 자살을 해서 너무 슬픈 기억이 있으니까 거기를 갈 수 없게 된 거예요. 그런 느낌으로, 제가 샌프란시스코를 떠나면 마음속에서 안 가고 싶은 장소로 잃어버리게 될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잃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 그 시가 저한테 되게 큰 의미였어요. 

‘지금은 인생 3막을 살고 있다’고 하셨어요. 2막은 언제였을까요? 결혼을 기점으로 시작됐을까요?

음... 그렇죠. 한 챕터가 새로 열렸던 건 맞는 것 같아요. 그때부터는 거의 1년간 인생을 굉장히 단순화시켜서 살았거든요. 예전에는 생각이 너무 많았어요. 남의 시선을 신경 안 쓸 수 없는데, 제가 남한테 상처주기 싫고 누구에게든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이 되게 커요. 당시에는 그걸 버리는 시간을 조금 가졌어요. 그래서 저한테는 더 큰 의미가 있었던 시기예요. 이혼을 해서가 아니고, 당시에 저의 마음가짐이 새로웠기 때문에 기억이 많이 남아요. 그때는 진짜 단순하게 ‘내가 행복한지, 아닌지’만 생각하고 결정을 다 내렸어요. 예전에는 튀기 싫고 남들이 하는 대로 맞추는 게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당시에는 내가 먹고 싶은 것 먹고, 하고 싶은 것 하고, 자고 싶으면 자고,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좋아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좋아하고.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다 단순화시켜서 결정을 내리며 살았어요. 그래서 저한테는 인생 2막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단순히 이혼을 해서가 아니고요. 

인생 3막은 어떤 계기로 시작된 것 같으세요? 작가가 되면서? 방송 활동을 시작하면서? 변호사가 되면서?

그 모든 게 이루어지면서 같이 어우러지면서 된 것 같아요. 직업이 바뀌어서는 아니고요. 세 가지 일이 맞아떨어지면서 3막이 된 것 같아요. 

지금까지 보낸 인생 3막은 어땠나요?

음... 사실 아직도 생각이 많아요. 이것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되는지에 대한. 제가 방송을 하면서 만나는 PD님이나 작가님들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 ‘너의 포지셔닝이 애매하다’는 거예요(웃음). 방송을 해도 방송인인지 변호사인지, 애매하다는 거예요. 

방송에 출연하는 변호사도 많이 있잖아요?

그런 분들은 주로 법률 자문을 하시는데 저는 그런 것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포지셔닝이 약간 애매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그 부분은 조금 고찰이 필요할 것 같아요. 내가 어떻게 해야 될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는지, 생각을 많이 해봐야 될 것 같아요. 이것도 남의 시선이 많아서 힘들었어요. ‘변호사하면서 잘 먹고 잘 사는데 왜 방송에 나오냐’, ‘(방송에 안 나오면) 욕 안 먹고 편하게 살 수 있는데’ 그런데 저한테는 욕을 먹고 안 먹고가 전혀 중요한 게 아니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은 거거든요. 그런 문제들에 대한 정리를 많이 해야 됐던 것 같아요. 

왜 방송 일을 하고 싶으세요?

음...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저도 약간 똘끼가 있나 봐요(웃음). 되게 재밌고 확실히 에너지를 받아요. 방송 하고 나면 에너지를 뺏기거나 지치는 게 아니고, 즐겁고 재밌고 사람 만나는 게 좋아요. 방송에서 약간 망가지기도 하잖아요. 그게 재밌어요(웃음).

확실히 끼가 있으시군요(웃음).

조금은 있는 걸로(웃음). 제가 ‘연예인 해야지’ 이럴 정도의 끼는 아닌 것 같고요. 조금은 있는 걸로 생각해요. 

책에도 쓰셨듯이, 사람들이 너무 쉽게 ‘나 같으면 안 그럴 텐데?’, ‘저 사람은 왜 저러고 살까?’ 하고 말하잖아요. 작가님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오셨을 것 같고, 지금도 들으실 것 같아요.

그렇죠. 

방송 출연을 하지 않으면 그런 말을 들을 일도 적을 텐데요. 그러면 삶이 더 순탄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냥 삶의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욕 안 먹고 순탄한 삶을 원하면 안 하면 되는 거고, ‘내가 하고 싶으면 한다’는 마인드로 살고 있는 사람이면 그냥 하면 되는 거고요. 자기 마인드에 따라서 결정을 하면 되는 것 같아요. 사실 남의 시선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해요. 그냥 가만히 있어야죠.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는 건 내가 디자인한 것도 아니잖아요. 어떤 이유에서인지 태어나게 된 건데, 한 획은 못 그어도 점이라도 찍고 떠나야 하지 않나 싶어요(웃음). 그 점을 찍는다는 게 ‘그냥 직장 다니면서 사는 게 편할 텐데’라는 말을 듣는 게 옳은 건지, 아니면 욕은 조금 먹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면서 사는 게 옳은 건지, 그건 자기 마음가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저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한다’는 의미의 욜로를 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남들의 시선, 말에 별로 신경 안 쓰세요?

신경 당연히 쓰이죠. 댓글 보면 당연히 기분 나쁘고. 사람인데 어떻게 안 그래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결정을 바꾸지는 않는다는 거죠. 그런 말에 너무 큰 가치를 두면 내가 힘든 걸 아니까 안 보려고 하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내 인생이 변하는 건 원하지 않으니까. 내 인생인데 내가 정하고 싶잖아요.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은 거죠. 이전까지는 남의 말 듣고 살았잖아요. 엄마아빠 기대에 부응하고...



열정이 있는 사람, 긍정적인 사람

“나처럼 자신을 이방인처럼 느끼는 외로운 이가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쓰셨어요. 다른 인종, 다른 문화 사이에서 성장한 사람이 아니라도, 자신이 이방인처럼 느껴질 때가 있죠. 

사실 우리는 다 조금씩 다르죠.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평균이 된 거잖아요. 다 평균만 있으면 평균이라는 말도 없겠죠. 우리는 다 다르기 때문에 평균을 내는 거고, 모두 조금씩은 이방인이라고 느끼면서 살 수밖에 없는 거예요. 다름을 인정하면 좋은데, 자신도 이방인이면서 평균에 맞추려고 하다 보니까 안 맞추는 사람들을 보면 욕을 하게 되죠. ‘너 그렇게 튀면 안 돼.’ 왜냐하면 나도 참고 평균에 맞추고 있으니까. 그래서 ‘너도 참아야지, 이게 인생의 옳은 길이야’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제가 여기에서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모두 이방인이니까 그걸 인정하고 다름도 인정하자는 거예요. 내가 보기에 ‘저 사람은 왜 저러고 살까’ 싶어도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고. 그 사람은 나를 보면서 ‘왜 저러고 사나’ 싶을 거잖아요. 서로 그래요. 그냥 어우러져서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아이슬란드로 여행 갔던 이야기도 있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한편의 영화 같아요(웃음). 여행을 준비할 때 라디오에서 ‘카고(cargo, 삶의 목적 또는 우리가 태어난 이유)’에 대해 들으셨다면서요?

네, 되게 유명한 요가 구루라는 분이 나와서 이야기를 하시는데 ‘카고에 대해서 생각하라’고 하셨어요. 저는 ‘내 카고가 무엇인가’ 생각했을 때 많은 사람들을 돕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은 유명해야 되고 돈도 조금 있어야 되고, 이런 필요한 요소들이 있잖아요. 제가 전문직을 갖고 있고 책을 쓰고 방송 활동도 조금 하고 이런 것들이 어우러지면 분명히 도움이 되는 특성(feature)들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것으로 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남들이 볼 때는 생뚱맞은 세 가지를 왜 하냐고 할 수 있지만 제 큰 그림으로 봤을 때는 저한테 도움이 될 법한 일인 거예요. 

“억지로 애쓸 필요 없이 그저 자연스럽게 마음과 상처와 시간이 물처럼 흐르게 놔두는 것. 지금 우리 가족에게는 그저, 그것으로 족하다”고 쓰셨어요. 지금은 물 흐르는 대로 지켜보자고 생각하세요?

그런 것 같아요. 인생에 있어서 계획을 세운다거나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을 때 그대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리고 물은 이리로 흐르고 있는데, 이미 물길은 나있는데 옮기려고 하면 땅도 새로 파야 되고 너무 많은 일을 해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흐르는 대로 놔두는 게 나에게도 모두에게도 가장 좋은 일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안 좋은 기억들도 지우려고 하면 오히려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 기억에 대해서. 없애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놔두면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런 것 아닐까요.

다음 책은 공부법에 대한 이야기라고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항상 저한테 공부법을 물어봐요. 얼마 전에 인스타 라이브를 했는데 다 공부법만 물어보시더라고요(웃음). 이번 책에도 공부법에 대한 내용이 있기는 한데 그래도 구체적으로 써볼까 싶어요. 



누군가 ‘서동주는 어떤 사람인지’ 묻는다면, 어떻게 답할 것 같으세요?

두 가지 정도인 것 같아요. 열정이 있는 사람이고 긍정적인 사람인 것 같아요. 행복하기 위해서 긍정적인 걸 버리면 안 되는 것 같고, 그걸 꾸준히 이어나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는 건 대단한 일이기도 하죠. 사람에 대한 희망, 사회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는 거니까요.

저도 많이 변했기 때문이에요. 저도 부모님이 잘 나가고 그랬을 때는 거만하고 교만하고 남들 무시한 적 많았어요. 앞으로 다가올 일을 알지 못한 채(웃음), 굉장히 겸손하지 못한 채 살았는데요. 내 경험에 기반 해서 남들을 보니까, 되게 좁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어서 남을 많이 판단했던 것 같아요. 이제 제가 이런저런 일을 겪다 보니까, 사실 타의에 의해서 조금 겸손해진 것도 있죠.

내가 변했듯 남들도 변할 수 있는 거죠.

그렇죠.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진짜 많이 변했어요. 배려심도 없었는데 배려도 많이 늘고. 많이 변했어요 저는. 

앞서 ‘어떤 나쁜 일이든 분명히 좋은 효과는 있다’고 말씀하신 게 생각나네요.

예전에 테레사 수녀님이 그러셨대요. 하나님은 당신이 감당할 만한 일만 주신다고. 그 말을 듣고 정말 싫어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맞는 것 같아요. 다 감당이 되는 것 같아요. 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분명히 거기에서 또 좋은 점들이 얻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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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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