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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현 “아크앤북의 성공? 스몰브랜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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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빅투스몰(FROM BIG TO SMALL)』을 펴낸 ㈜오티디코퍼레이션(이하 OTD) 손창현 대표는 버려진 공간을 특색 있게 탈바꿈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일을 한다. 건축공학과를 졸업해 10여 년간 회사원으로 지낸 그가 창업을 결심한 건 ‘직접 해보고 싶은 유혹’을 참지 못했기 때문.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와 사업을 시작한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아크앤북’ ‘성수연방’ ‘띵굴시장’ 등은 모두 손창현 대표가 만든 결과물이다. 아무도 입점하고 싶어 하지 않아 텅 빈 채 방치됐던 공간들이 OTD의 손을 거치면 줄이 길게 늘어서는 핫플레이스가 된다. 손창현 대표는 이 모든 성공이 ‘스몰브랜드의 힘’이라고 말했다.



빅브랜드의 시대는 갔다

1년여간 준비한 책이라고요. 어떻게 기획한 건가요? 

네, 사실 그동안은 OTD에 대한 강연을 주로 했었어요.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은 대개 외국에서 성공한 사례를 한국화 한 경우가 많은데요. 저희는 드물게 자생적인 회사이고, 글로벌 관점에서도 프런티어인 셈이라 우리의 이야기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너희는 무슨 회사니?”라고 물었을 때, 외국의 사례를 가져온 기업이라면 “우리는 한국의 ○○예요.”라고 설명하면 쉽지만, OTD는 그럴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사업을 시작했고, 어떤 생각으로 사업을 꾸려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어요. 그렇게 한두 번 강연을 하다 보니, 점점 더 OTD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고, 그러면서 데이터가 쌓이고 강연을 위해 쓴 글이 모여 자연스레 책을 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첫 책을 펴낸 소감이 어떤가요? 

책은 OTD가 하는 사업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할 수 있는 좋온 매개체인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책을 쓰는 게 힘들거나 어렵진 않았어요. 출간된 이후에 저도 독자의 마음으로 책을 다시 읽었는데, 좋더라고요.(웃음) 시장의 트렌드, 대중의 취향 등에 대한 이야기가 한데 잘 정리돼 있어서 다시 공부하는 마음으로 봤어요. 

10년간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다가 “직접 해보고 싶은 유혹을 참지 못하고” 회사를 시작했다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갈증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이건 우리나라 대기업의 한계점이기도 한데요. 무모한 도전을 피하려고 하다 보니 혁신적인 일을 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면 꼭 비슷한 성공 사례가 있어야 하거든요. ‘퍼스트무버(first mover)’라기 보다는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인 셈이죠. 그래서 회사를 다니는 내내 아쉬움이 있었어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장에서 구현해보고 싶은데 어떤 기획을 해도 늘 중간에서 막히다 보니, 어느 순간 ‘설사 실패하더라도 혼자 해보자’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더 나이 먹고 실패하면 재기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 30대 후반에 퇴사하고 사업을 시작했어요. 

샌프란시스코에 1년 남짓 살면서 ‘공간’이라는 개념을 다시 이해하게 됐다고요.

당시 샌프란시스코 페리터미널에 가면 마켓이 열렸는데,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지금은 주류가 된 킨포크 같은 문화들을 볼 수 있었죠. 로컬, 도시재생 등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던 시점이었는데 항만을 리모델링 해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과 식료품점으로 운영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또 넓은 광장이 주말이면 파머스마켓으로 바뀌는 거예요. 인근에 사는 농부들이 재배한 아주 신선한 농산물들을 즉석에서 살 수 있었고, 직접 음식을 만들어 파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웠어요. 그런 경험을 하면서 ‘서울이 바뀌어 나가야 할 모습이 이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오직 스몰브랜드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언제부터 스몰브랜드에 주목하게 됐나요? 

애경그룹 산하 기업에서 근무할 당시, AK플라자 쇼핑몰을 새로 리노베이션 하는 업무를 맡게 됐어요. 애경이라는 회사가 그룹 자체는 크지만, 유통 빅3라 불리는 신세계, 현대, 롯데에 비하면 굉장히 작은 회사거든요. 바잉 파워가 밀리다 보니, 브랜드 유치가 쉽지 않았어요. 고급 브랜드를 유치하는 건 더 어려웠고요. 

그래서 반대로 SPA브랜드와 다양한 F&B(food and beverage)의 입점을 제안하는 것으로 리노베이션의 방향을 잡았어요. 그때 유니클로를 비롯해 당시 홍대와 강남 등에서 유행하던 크라제버거, 스무디킹 등을 들여왔죠. 그런데 유니클로 개장 첫날, 고객이 너무 많이 몰려서 길게 줄이 늘어선 거예요. 그때 스몰브랜드의 힘을 처음 느꼈어요. ‘거대한 자본’ 혹은 ‘마켓 파워’를 가지지 못한 마이너한 플레이어도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트렌드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대형 프렌차이즈가 아닌 스몰브랜드가 주목받을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은 주로 스몰브랜드를 찾아다니시겠어요. 

사업 초기에는 늘 무언가를 찾아다녔죠. 특히 블로그가 SNS의 중심일 때만 해도 직접 발품을 팔아 돌아다녀야 했는데, 요즘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시장조사를 다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로 SNS의 판이 바뀌면서부터는 방에 앉아서도 직접 가본 것 같은 간접체험을 할 수 있더라고요. 정말 세상이 무섭게 변하고 있다고 느껴요

한국은 트렌드가 정말 빠르게 변하잖아요. 어떤 브랜드 혹은 제품이 유행하면 비슷한 것들이 우후죽순 생겼다가 금세 사라지곤 하죠. 왜 그럴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없고,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는 얼리어답터 기질이 다분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일본은 아직도 팩스와 CD를 사용하고, 크리스피 도넛을 줄 서서 사 먹어요.(웃음) 그 차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게 나오면 흡수를 잘 하니까, 그만큼 혁신이 잘 일어나고 빠르게 변하는 거예요. 게다가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취향이 까다롭기 때문에 이제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입장에 도달했죠. 

물론 이로 인한 부작용도 많아요. 도시재생 관점에서 보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등을 야기시키니까요. 그런데 저는 스몰브랜드가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아주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해요. 반짝하고 유행하는 것에 편승하지 않고, 자기가 진짜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하나를 깊이 고민한다면 누구나 스몰브랜드를 만들 수 있거든요. 제가 강연에 가면 항상 하는 얘기가 있어요. “남들 다 하는 사업 하지 말라”고요. 마라탕이 유행한다고 해서 똑같이 마라탕 가게를 열면 안 돼요.(웃음) 어떤 스몰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성공의 가능성이 높아지죠. 그런 사람이 늘어날수록, 시장의 생태계도 좋아질 테고요. 

창업 후 처음 연 공간은 건대 스타시티 건물에 오픈한 셀렉트 다이닝 숍 ‘오버더디쉬’였어요. 지금은 지역의 유명 맛집을 한데 모은 공간이 흔하지만, 당시에는 낯선 기획이었는데요. 퇴사 후, 머릿속에 있던 아이디어를 꺼내 놓은 기분이 어땠나요? 

오버더디쉬를 오픈하고 3주 동안은 사람이 아예 없었어요.(웃음) 그때가 한여름이었는데, 가만히 앉아있어도 이마에 땀이 줄줄 흐르더라고요. 평소 같았으면 땀을 닦았을 텐데, 그땐 그럴 정신조차 없었어요. 손님 하나 없는 텅 빈 홀을 보고 있으니까 그제야 실감이 나더라고요. ‘내가 얼마나 큰 사고를 친 건가’ 하고요. 정말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이러다가는 큰일나겠다 싶어서 직접 전단지도 돌리러 다니고, 열심히 홍보를 했는데 오픈 4주차쯤 됐을 때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고요. 

짜릿했겠네요.(웃음)

아니에요. 3주 동안 바닥을 치고 겨우 올라온 거잖아요. 그래서 마냥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짜릿하거나 기쁜 감정은 하나도 없었어요. 그때 일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해요.(웃음) 



그동안 OTD가 기획한 공간들은 큰 주목을 받았어요. 첫 도전이었던 ‘오버더디쉬’부터 광화문 디타워의 ‘파워플랜트’, 서점 ‘아크앤북’, 플리마켓 ‘띵굴시장’ 등 다양한 브랜드가 줄곧 성공을 거뒀는데요. 그 비결은 역시 스몰브랜드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네. 저는 오직 스몰브랜드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아크앤북도 단기간에 엄청난 브랜딩이 이루어졌거든요. 그런데 이건 아크앤북 자체의 힘이라기 보다, 기존의 서점과 다른 면을 소비자들이 알아봐주었기 때문이에요. 사실 지금까지의 서점들은 콘텐츠를 왜곡한 상태였다고 생각해요. 대형 서점에 가면 몇 개의 책만 유난히 눈에 띄도록 배치해놨잖아요. 베스트셀러 혹은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쓴 책들이죠. 

그런데 아크앤북은 마케팅비가 아예 책정돼 있지 않아요. 오직 북 큐레이터들이 좋은 콘텐츠를 큐레이션 할 뿐이죠. 좋은 콘텐츠를 찾아서 보여주니, 그러한 콘텐츠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덕분에 창작자는 다시 창작을 할 수 있는 힘을 얻어요. 저는 아크앤북이 이러한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생각해요. 하루는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 『골목길 자본론』 등을 펴내신 모종린 교수님께서 저에게 인사를 하시더라고요. 대형 서점보다 아크앤북에서 본인의 책이 훨씬 많이 팔린다고 말씀하시면서요. 사실 지점 개수로 따지면 저희는 대형 서점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적잖아요. 그런데 아크앤북에서 특히 많이 팔리는 책들이 있어요. 저는 이런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람들의 취향이 점점 더 개성을 띄고, 남과 다르길 원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잖아요. 게다가 그 취향을 혼자 간직하는 게 아니라 SNS로 누군가와 공유하길 원하죠. 그 중심에 스몰브랜드가 있어요. 앞으로는 스몰브랜드를 다룬 부티크들이 점점 더 많이 생겨날 거예요. OTD가 만든 공간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런 트렌드에 대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공간을 기획하면서 ‘서점’에 주목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셀렉트 다이닝 숍을 만들었던 회사에서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서점을 만든 게 독특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부지런하고,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요. 제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할 때는 피곤하면 근처 스타벅스에 가서 자다 왔거든요. 실제로 테이블에 엎드려 쪽잠을 자는 사람들도 많았고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럴 수 있나요? 부끄럽잖아요. 한국 사람들은 카페에서 조차도 공부를 해야 해요.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면 좀 눈치 보이고.(웃음) 

그런데 사람들이 서점에서는 의자에 기대 낮잠을 자더라고요. 실제로 아크앤북을 구상할 때, 조사를 하다 보니 각 서점마다 낮잠 자는 고객을 깨우기 위해 고용한 인력들도 있었어요. 서점에서는 책도 보고,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쉴 수도 있는 거죠. 서점에 있으면 아무 것도 안 해도 괜히 시간을 알차게 보낸 느낌이 있잖아요.(웃음) 서점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특별한 해방감을 주는 공간인 것 같아요. 그런 점이 정말 매력적이더라고요. 

저도 반나절 이상을 서점에서 보낼 때가 많아요. 해외 여행을 가도 서점은 꼭 들르고요. 그런데 한국 서점은 여행에서 만난 서점들과 느낌이 달랐어요. 그래서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죠. 사실 창업을 시작했을 때 제일 처음으로 만들고 싶은 게 서점이었어요. 그런데 작은 규모의 회사가 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라서, OTD가 어느 정도 성장을 할 때까지 기다렸던 거예요. 

아크앤북을 유명하게 만든 데는 ‘책 터널’도 한 몫을 하죠. OTD는 버려진 공간을 활용하는 회사잖아요. 아크앤북 시청점이 위치한 지하도 버려진 공간이었어요. 책 터널이 있는 길은 공간이 두 갈래로 나뉘는 지점이고, 엘리베이터가 자리하고 있죠. 그런데 이 엘리베이터는 오로지 건물의 사무실을 이용하는 분들만 쓸 수 있어서 저희에게는 쓸모 없는 공간이나 마찬가지였어요. 또 층고가 낮아서 인테리어적인 관점으로도 굉장히 좋지 않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죠. 

그렇다고 밋밋하게 엘리베이터 홀로 방치하고 싶진 않더라고요. 그리고 서점의 어느 한 곳에 ‘아크앤북은 이렇게 멋진 곳이다’라는 은유적 이미지를 가진 공간을 구축하고 싶었어요. 사진 한 장만으로 아이덴티티를 나타낼 수 있도록 말이죠. 때마침 그곳에 책 터널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제가 예전에 책으로 동굴이나 벽 등을 만든 이미지를 본 적이 있는데 재밌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 줄 몰랐어요. 작년에는 인스타그램의 유명한 인플루언서 로렌 불렌(@lauren bullen)이 와서 사진을 찍고 갔더라고요.(웃음)



스몰브랜드의 새로운 생태계가 탄생할 것

책에는 미처 싣지 못했지만, 요즘 주목하는 스몰브랜드가 있을까요? 

지난 달, 저희 회사에서 온라인 ‘띵굴푸드마켓’을 새롭게 시작했는데요. 여기서 ‘식부관’이라는 브랜드의 식빵을 조만간 판매할 예정이에요. 식부관은 압구정 프렌치 레스토랑 김대철 셰프가 만든 식빵 브랜드예요.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식전빵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국내에는 마음에 드는 퀄리티를 가진 빵이 없어서, 김대철 셰프가 직접 빵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게 너무 맛있어서 주변에서도 주문이 쇄도하다 보니 브랜드까지 만들게 된 거죠. 

이 식빵은 최상급 재료를 사용해 만들고요. 정말 맛있어요. 그리고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아서 유통기한이 3일도 채 되지 않죠. 빵 생산량이 워낙 적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에 직접 가도 구입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저희와 손을 잡고 온라인에 최초로 런칭을 하게 됐어요. 요즘 코로나19로 자영업하시는 분들이 정말 어려운데, 김대철 셰프님도 시장이 온라인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동네 빵집의 생태계를 온라인으로 바꾸는 일에 앞장서고 싶다는 이유로 저희의 손을 잡아주셨어요. 물론 물량이 많지 않아서 매일 품절 사태가 일어날 거라고 예상되는데요. 만약 띵굴푸드마켓이 잘 운영된다면, 앞으로 생산량을 점점 늘려나가기로 의기투합을 한 상태예요. 

저희에게는 이런 스몰브랜드가 정말 큰 힘이에요. 대기업이 해외 스몰브랜드를 국내로 들여오는 일에 엄청난 자본을 쏟아 붓곤 하는데, 저는 그런 걸 보면 견딜 수가 없어요. 꼭 식부관 같은 브랜드들이 잘돼서, 해외 브랜드들을 뛰어넘는 일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유통기한이 그렇게 짧은 식빵을 온라인 마켓에서 판매할 수 있는 비결이 있나요?  

그래서 ‘새벽배송 0.5’라는 시스템을 시작했어요. 보통 새벽배송은 큰 물류센터와 배송인력을 갖춰야만 가능한 시스템이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그 정도의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니라서, 소비자 주변에 있는 전통시장, 특화시장 등을 물류거점으로 활용해 공유물류 운영 업체와 손잡고 새벽배송을 실시하게 됐어요. 

예를 들어 고기는 마장동 축산시장, 과일은 가락동 농수산시장, 반찬과 먹거리는 광장시장과 망원시장에서 바로 배달이 되죠. 물류센터가 없으니, 소비자가 한우를 주문하면 그날 저녁에 바로 발육을 해서 냉장상태로 배달을 하는 거예요. 아무리 신선식품이라고 해도, 보통은 물류센터에서 2~3일은 머물기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물류센터를 지을 돈이 없는 바람에(웃음) 초신선 식품을 배달할 수 있게 된 거죠. 

식부관이나 태극당 같은 유명 브랜드들의 빵도 이렇게 물류센터 없이 직배송 될 예정이에요. 사실 두 브랜드 모두 온라인에서는 한 번도 판매된 적이 없어요. 물량을 감당할 수 있을 만한 공장도 없고, 며칠씩 물류센터에 보관했다가 배송하면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이죠. 그런데 띵굴푸드마켓이 이 두 가지의 문제를 모두 해결한 셈이에요. 만약 이 시스템이 커진다면 ‘배달의 민족’이 아닌 완전히 또 다른 생태계가 탄생할 거라고 생각해요. 치킨, 피자, 김밥 등을 배달하는 생태계가 아니라 동네 맛집에서 만든 음식을 소비자가 새벽배송으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자리하게 되는 거죠. 

OTD를 소개할 때 항상 “작은 것을 담아내는 큰 그릇”이라고 말씀하시는데요. 함께할 작은 브랜드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을 딱 하나만 꼽는다면요. 

특별한 개성이요. 사람들의 취향을 길게 늘어뜨렸을 때, 가장 많은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가운데에 위치한 브랜드가 아니라 양 끝단에 위치한 느낌이 든다면 너무 좋죠. 

스몰브랜드가 유명해지면 언젠가는 빅브랜드가 되기도 하잖아요. 계속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은 없나요? 

띵굴시장에 참여한 브랜드들 중에 실제로 큰 회사가 된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부담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보람인 것 같아요. 특히 아크앤북의 지점이 많아지고, 좋아하는 대중들이 많아지는 건 저도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너무 기뻐요. 왜냐면 제가 아크앤북에서 책 사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요.(웃음) 특히 성수연방점은 공간이 작아서 좀더 깊이 있는 큐레이션이 돼 있어요. 얼마 전에는 성수연방점에서 『침착하지만 단호하게 진상을 대처하는 기술』이라는 책을 발견하기도 했어요.(웃음) 저는 이런 게 너무 좋아요. 제가 스몰브랜드를 보고 영감을 받고, 즐거운 것처럼 『프롬빅투스몰』을 읽는 독자들이 위안과 도움을 받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프라인 공간이 중심이 된 회사이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고민도 많을 것 같아요. 

온라인 띵굴푸드마켓이 오프라인이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으면 해요. 요즘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굉장히 힘들거든요. 기존 이커머스 업체에서는 음식점에서 만든 제품을 판매할 수가 없어요. 법적으로 인증 받은 공장이 있는 업체의 제품만 팔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띵굴푸드마켓은 직배송 시스템이기 때문에 판매가 가능해요. 각 음식점들은 온라인 판로를 개척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소비자는 대기업 온라인몰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스몰브랜드의 좋은 제품을 새벽배송으로 받을 수 있으니 좋겠죠. 이 생태계가 커지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오프라인 매장의 생존에도 OTD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에너지가 소진됐다고 느낄 때, 뭘 하며 시간을 보내시나요?

책을 잔뜩 사서 혼자 여행을 가요. 그리고 숙소에 틀어박혀 온종일 책 읽으며 놀고 먹고 해요.(웃음) 일할 때 너무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니까 쉴 때는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하는 편이에요.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여행을 못 가서, 앞으로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지 고민이 되네요. 

2014년 OTD를 창립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지난 날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매 순간 힘든 건 똑같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는 게 너무 좋아요. 옛날에는 아크앤북을 만들고, 띵굴푸드마켓을 여는 건 꿈만 꿨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을 일들이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어떤 아이디어가 있을 때, 그걸 시도해보고 잘 되게 노력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게 좋죠. 특히 태극당이나 식부관 같은 멋진 브랜드와 협업할 수 있는 것도 뿌듯하고요. 사업 초창기에는 브랜드들을 찾아가면 사기꾼 취급을 받기도 했어요. 어떤 브랜드에서는 2~3번 가량 퇴짜를 맞은 적도 있죠. 미팅을 하기로 약속했는데, 부동산 업자인 줄 알았는지 담당자가 약속 장소에 안 나왔어요.(웃음)

그 브랜드는 지금 후회하고 있겠네요.(웃음) 

아마 그때 만나자고 한 사람이 저라는 걸 모를 거예요.(웃음) 

파트3에서는 ‘상생’에 대해 특히 강조했어요. “함께 가면 서로에게 자극이 되기보다 위안이 됩니다.(246쪽)”라고 했는데요.

저는 욕심이 많거든요. 디자이너나 건축가들은 대부분 그럴 텐데, 특히 완성도에 대한 욕심이 많아요. 회사가 작아도, 결과물만큼은 대기업에 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거든요. 그런데 당장은 돈도 없고, 직원도 없고, 힘도 없잖아요. 이렇게 부족한 게 많은 상황에서도 엄청나게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탐닉하다 보면, 결국 하나의 결론이 나오더라고요. 좋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과 협업하면 되는 거예요. 

또 시간이 흐르고 보니, 나만 잘 되려고 아등바등 하는 게 내가 잘 살 수 있는 길이 아니더라고요. 창업을 하기 전에, 부동산 관련 일을 하면서 부동산 계의 엄청난 거물들을 뵐 기회가 있었거든요. 웬만한 재벌보다 훨씬 자산이 많은 분들이었는데, 그분들은 협상을 할 때 굉장히 너그럽더라고요. 손해보지 않으려는 데 집착하기 보다는 에이전시의 입장도 배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그리고 공통적으로 ‘나에게만 좋은 협상은 꼭 탈이 난다’는 생각을 하고 계셨어요. 저도 이 생각에 동의해요. 혼자만 잘 살려는 생각으로 일을 하면, 처음에는 잘 될지 몰라도 곧 실패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새로 시작하는 창업가들을 향한 염려의 마음도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너무 고생을 해서요.(웃음) 물론 아직도 고생하고 있지만, 저처럼 고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어요 그래도 지금은 생태계가 많이 좋아졌는데, 제가 처음 회사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정말 힘들었거든요. 

이 책을 직접 권한다면,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SNS에서 특별한 공간이나 남들이 잘 모르는 브랜드들을 찾아보길 좋아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나는 왜 자꾸 이걸 찾아보게 되지? 이런 게 왜 끌리지?’라는 생각이 드는 분들이 읽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혹은 그런 특별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분들께도 권하고 싶고요. 

제가 책에 ‘프로슈머(prosumer,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라고 표현했는데요. 과거에는 어떤 제품을 생산하고, 브랜드를 만든다는 게 몇 개의 큰 기업 혹은 자산이 많은 자본가에게만 가능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좋은 기획력만 있다면 누구나 자기 브랜드를 가질 수 있게 됐어요. 너무 좋은 세상인 거죠. 자기만의 브랜드를 런칭하고 싶은 꿈을 가진 분들이 편안하게 읽어보신다면, 본격적으로 도전해 볼 용기가 나지 않을까 싶어요.



From Big To Small (프롬 빅 투 스몰)
From Big To Small (프롬 빅 투 스몰)
손창현 저
넥서스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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